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정신이 없었다. 책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읽을 수 있는 거구나 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물리적 시간이 없지는 않았는데, 중요한건 역시 정신적 시간이었다. 뭔가에 쫓기면서 급하게 살다보니 책을 볼 생각이 안들었다. 그래도 좀 읽기는 읽었다....


1월에 읽은 책을 간략히 정히하자면,


N24001 감정교육 1 : 귀스타프 플로베르
N24002 감정교육 2 : 귀스타프 플로베르

<보바리부인>, <세가지 이야기> 에 이어서 내가 읽은 플로베르의 세번째 작품인데, 기대가 너무 컸는지  많이 아쉬웠다. 뭔가 불필요하게 분량만 길었다. 좀 더 짧게 한권으로 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18세기 프랑스 혁명 시기의 대의와는 다르게 개인적인 이익을 우선시하는 위선적인 인물들과, 이러한 혼란속에서 위선적인 사랑을 하는 주인공 ‘프레드릭‘의 이야기인데, 어느 것 하나에도 공감하기 힘들었다. 당시 시대를 잘 그린것 같긴한데...도대체 ‘프레드릭‘은 왜 ‘아르노 부인‘에게 그렇게 집착한 걸까?


명작이라고 하니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겠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24년 첫 책부터 힘들었다.




N24003 가벼운 마음 : 크리스티앙 보뱅

24년 첫 책의 선택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고른 책은 보뱅이었다. 역시 보뱅이었다. 감탄 그자체였다. 처음에는 늑대가 나오고 서커스단이 나오고 집시가 나오길래 무슨 상징인가? 이랬는데, 아니었다. 진짜였다. 그냥 이야기 자체가 순수 그 자체였다. 보뱅은 에세이만 잘 쓰는게 아니었다. 소설도 완벽했다. 소설도 에세이처럼 착했다. 너무 착해서 나같은 사람(?)이 이런 깨끗한 책을 읽어도 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불가능하겠지만..) 나도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는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보고 싶다.

[사실 무엇이 되느냐는 중요 하지 않으며, 나를 기쁘게 하는 걸로 충분하다. 내게는 비밀이 하나 있다. 삶이 나를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이다. 삶은 언제나 내가 그것을 잊으려는 찰나에 나를 만나러 온다. 그러니 무엇하러 인생을 걱정하겠는가?]  P.162




N24004 상실 : 조앤 디디온

아 그러나 <상실> 이라는 어두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마음은 다시 ‘무거운 마음‘이 되었다. 작가인 ‘조앤 디디온‘이 남편을 급작스럽게 잃고 경험하고 느낀 회고록 성격의 작품인 <상실>은 그냥 우울했다. 정말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의 비애라는게 이런거구나 하는 간접체험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비애는 그곳에 다다르기 전에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장소였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걸 예상하지만(알지만), 상상한 죽음 직후 며칠이나 몇 주가 지난 다음의 삶이 어떠할지는 생각하지 않다. 사실 그 며칠이나 몇 주도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 죽음이 급작스레 닥친다면 충격을 받으리라고 예상은 하지만,이 충격이 육체와 정신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혼란에 빠뜨리리라는 건 모른다. 탈진하고 슬픔에 잠기고 미칠 것 같은 심정이 되리라고는 예상한다. 우리는 실제로 미쳐 버릴 것으로는 예상치 않는다]  P.249


우리는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나서 이렇게 해볼걸, 원하는 걸 더 해줄걸, 못다해준 것들을 후회한다. 사람과 사람은 결국 상실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상실의 시기는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하루 하루를 소중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야 한다. 나중에 해야지, 미래를 위해야지 하면서 미루면 안된다. 가장 중요한 시기는 지금이니까.




N24005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최은영

역시 최은영 작가였다. 한국의 윌리엄 트레버, 한국의 앤드류 포터라고 칭하고 싶다. 확실히 최은영 작가의 장편보다는 단편이 더 끌린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는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겉으로는 나약해 보이고 사회적으로도 약자이지만, 결코 약하지는 않은 인물들의 모습에서 잔인한 현실과 또 한편으로는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일년>이 가장 좋았다. 누군가에게 친해지고, 자상하고 싶었지만 타인 앞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없었던 미숙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었다. 왜 타인을 그렇게 의식했던걸까? 왜 타인이 잘못됐다고 말해지 못했을까? 지금은 안그럴수 있을 것 같다만...  

[아무리 누추한 마음이라 하더라도 서로를 마주볼 때면 더는 누추한 채로만 남지 않았으니까. 그때, 둘의 이야기들은 서로를 비췄다. 다희에게도 그 시간이 조금이나마 빛이 되어주었기를 그녀는 잠잠히 바랐다.]  P. 123. 일년




N24006 빌라 아말리아 : 파스칼 키냐르

어렵지만 계속 찾아서 읽게되는 ˝파스칼 키냐르˝의 장편소설이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재미있고,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내용은 간단하다. 어느날 주인공 ˝안˝이 지금까지의 나와 주위의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가서 새롭게 태어나는 이야기이다. 내가 늘상 하는 말로만 새롭게 태어나는게 아니라, 진짜 제2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남편도 버리고, 직장도 버리고, 집도 팔고 고향도 떠나고.


책을 읽다보면, 어 그럴듯한데? 어 나도 가능할거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다만 돈이 없을뿐...) 다른 분들의 평가처럼 ˝파스칼 키냐르˝의 작품 치고 서사가 확실하여 이해하기 쉬웠다. 올해는 ˝파스칼 키냐르˝의 작품 완독을 목표로~!!

[만일 운명이란 것이, 자신이 아니라 세상의 다른 장소에서 생겨난 충동이라면, 그래서 한 존재를 사로잡고, 그 존재가 충동의 본성을 한순간도 깨닫지 못하면서 그것을 따르게 되는 것이라면, 그녀에겐 운명이 있었다. 자신의 운명을 자각한 그녀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나는 결연히 그곳으로 달 려간다. 어떤 것이 내게 결여된 그곳에서 내가 헤매고 싶어지리라는 느낌이 든다.˝] P.123




N24007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 메리 올리버

24년 ‘마음산책‘ 북클럽을 가입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받은 책이 메리 올리버의 시집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이었다. 회사에서 바쁜 와중에 책상위에 놓고 조금씩 읽다보니 다 읽었다. 작년에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를 읽었던 터라 그녀의 작품이 참 좋다는 건 알았는데, 이 작품도 좋았다. 답답한 사무실에서 잠깐씩 느낄수 있는 자연, 그리고 그런 자연을 바라보는 ˝메리 올리버˝의 애정어린 시선이 위안이 되었다. 


시라는 장르가 어렵고 특히 외국시는 우리나라의 시에 비해 더 어렵지만, 그럼에도 ˝메리 올리버˝의 시는 괜찮았다.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소설은 중간에 멈추면서 읽기 힘든데, 시는 쉬엄쉬엄 읽으면서 생각할수 있어서 좋은것 같다.    

[중국의 옛 시인 이태백은
밤에 배를 타고 나가 술 마시고 꿈꾸고 노래하다가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가 그만 물에 빠져 죽었다지.
글쎄, 우리도 대개는 어느 순간, 그렇게 필사적이 되지.
달은 안 그렇지만.]  P.31.이태백과 달


2월부터는 리뷰도 쓰고 북플도 부지런히 하고 그래야겠다.


Ps. 오늘 아침에 다읽은 ‘앤드류 포터‘의 <사라진 것들>은 정말 완벽한 작품이었다...!!! 이작품은 리뷰를 꼭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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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2-04 2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많이 읽었는데요?! <사라진 것들> 리뷰 궁금해집니다.

새파랑 2024-02-04 21:12   좋아요 2 | URL
역시 잠자냥님이 괜히 추천하신게 아닌거 같습니다. <사라진것들>은 40대 이상이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인듯 합니다~! 완전 좋아서 두번 읽었습니다...

저번주에는 윌~금 다 술이여서 평일에 책을 하나도 못읽음...

자목련 2024-02-05 11:40   좋아요 1 | URL
<사라진 것들> 완전 좋아요!
새파랑 님의 리뷰도 기다릴게요^^

새파랑 2024-02-05 12:46   좋아요 0 | URL
앗 ㅋ 그런데 진짜 너무 좋았습니다~ 올해의 책이라 확신합니다~!!

페넬로페 2024-02-04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플로베르가 제일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 감정교육이라고 들었는데 새파랑님께서는 아쉬움이 많으시군요.
그 시대 작가들이 다 장황하고 지루하게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독서 많이 하셨네요^^

새파랑 2024-02-04 21:41   좋아요 1 | URL
제가 약간 귀족?부르주아? 이야기를 안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ㅋㅋ 재미도 없고 잘 읽히지도 않고 시간은 없고 3중고였습니다 ㅡㅡ

없는 시간 쪼개서 북플을 좀 줄이고 책을 읽었습니다 ㅎㅎ

은오 2024-02-04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같은 사람(?)이 이런 깨끗한 책을 읽어도 되는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지 공감되는 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좋죠? ㅠㅠ 저도 그런 마음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라진 것들> 완벽한 작품이라는 말씀에 공감하고요!! ㅠㅠㅠ
최은영 작가 책은 저도 조만간 읽어보고 싶네요.

근데 감정교육 보고 궁금해졌는데 새파랑님은 지루한 책도 무조건 완독하시나요? 1,2권 다 합치면 700페이진데 결국 다 읽으신게 신기합니다. ㅋㅋㅋㅋ

새파랑 2024-02-04 22:37   좋아요 2 | URL
은오님의 1픽 <가벼운 마음> 저도 너무 좋았습니다 역시 보뱅 ㅜㅜ 따라갈수 없는 순수함...

그런데 은오님이 <사라진 것들> 이해하시기에는 아직 너무 젊으신거 같은데....

전 일단 고르면 그냥 읽습니다. 다만 잘 안읽힐 경우 시간이 엄청 걸릴뿐 ㅡㅡ

잠자냥 2024-02-04 23:10   좋아요 2 | URL
은바오 애늙은이라… 알라딘 늙은이들하고도 잘 노는 거 보면…

새파랑 2024-02-04 23:43   좋아요 2 | URL
사랑의 힘은 세대를 뛰어넘기도 하죠...

은오 2024-02-05 14:27   좋아요 2 | URL
“전 일단 고르면 그냥 읽습니다” 이게 너무 멋있어요. 헐ㅠㅋㅋㅋㅋ
<사라진 것들>은 분명 나중에 읽으면 더 좋을 것 같긴 하지만 지금 읽어도 좋더라고요?! ㅠㅠ 전 인물들간의 관계 미묘한 상황과 감정묘사 위주로 감탄하며 읽었어요. ㅋㅋㅋㅋ
솔직히 알라딘 언니들이랑 새파랑님이랑 노는건 그냥 재밌읍니다ㅋ

잠자냥 2024-02-05 14:41   좋아요 2 | URL
술파랑 버전 ˝전 일단 따면 그냥 마십니다~!!˝

은오 2024-02-05 14:42   좋아요 1 | URL
전 일단 사랑하면 그냥 사랑합니다~!!

새파랑 2024-02-06 07:15   좋아요 1 | URL
직진녀 은오님 ㅋ 어제도 야근후 술.... 은오님 애늙은이 맞으신듯 ㅋㅋㅋ

어제는 그래도 북플을 못했지만 <흰옷을 입은 여인>을 읽었습니다~!!

물감 2024-02-04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2월은 좀 여유가 생기시는 건가요ㅋㅋㅋ 부지런히 독서하시길요.

새파랑 2024-02-04 23:44   좋아요 1 | URL
넵~!! 감사합니다 ㅋ 이제 정신 차리고 책좀 읽으려고 합니다~!!

scott 2024-02-04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24년 새파랑님 책탑 2024권 찍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새파랑 2024-02-04 23:45   좋아요 1 | URL
그건 좀 힘들거 같고...

올해는 작년에 사두고 못읽은책 너무 좋았던 책 재독

을 목표로 ^^

독서괭 2024-02-05 0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쁘신 와중에 그래도 많이 읽으셨네요!!
<가벼운 마음><사라진 것들> 저도 참 좋았습니다~~ 어렵다는 파스칼 키냐르도 전작하실 새파랑님 화이팅!!

새파랑 2024-02-05 12:48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과 오랜만에 코드가 맞았군요~!! 왠지 두작품 극과극 느낌이 있긴 하지만 ㅎㅎ 키냐르 괜찮습니다. 역시 프랑스~!!!

거리의화가 2024-02-05 0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쁘신 와중에도 새파랑님 역시 집중하면 무서운 힘을 발휘하시는 것 같아요^^
시라는 장르가 저도 어렵지만 하나씩 음미하다보면 바쁜 하루에 여유를 주기도 하더군요.
<사라진 것들>은 모두 좋다고 하는 작품인 듯합니다! 이번 달 독서도 응원하며 더 자주 뵐 수 있기를^^

새파랑 2024-02-05 12:50   좋아요 1 | URL
화가님 <사라진 것들> 읽어보시길 강추합니다 ㅋ 앉은 자리에서 다 읽으실 겁니다.

하루종일 책만 읽을수 있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ㅜㅜ

그레이스 2024-02-05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정교육!
플로베르의 다른 작품을 읽기위해서는 이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던데,,, 보바리부인은 읽었는데 이 책은 아직이예요.

새파랑님 바쁘신데도 많이 읽으셨네요

새파랑 2024-02-05 12:52   좋아요 1 | URL
아 <감정교육>이 그런 작품이었군요~ 제가 이해를 잘 못했겠지만, 좀 장황한 면이 있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비추합니다....

그레이스님 앞에서 많이 읽었다고 하기에는 좀 창피합니다 ㅡㅡ

은하수 2024-02-05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읽힌다는 말씀에 완전 공감입니다^^
그에 비해선 많이 읽으셨는데요
지루한 책도 끝까지 읽으신다니 더 대단~~~

파스칼 키냐르와 <사라진 것들>은 꼭 읽어야겠어요!
머그컵~~~ 귀엽네요
북적이 저거이 은근 독서욕구를 끌어당긴다니까요
저도 4년째 꾸준히 하고 있답니다^^

새파랑 2024-02-05 12:54   좋아요 0 | URL
<감정교육> 읽으면서 이거 언제 끝나지하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해설이라도 먼저 읽을걸 하는 생각도 하고..

북적북적에 기록하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 저는 3년째 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02-05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앤드루 책 요즘 서재에서 사진 안 올라온 페이퍼가 없는 거 같은데 진짜 부자되겠어 ㅋㅋㅋ이미 부자인가…저도 읽고 싶네요…분홍색 책등만 보는 중…

새파랑 2024-02-05 12:56   좋아요 1 | URL
중고 나오려면 오래 걸리니 이번기회에 장만하시는게 어떠신가요 ㅋ 후회하시지 않을겁니다~! 엽서도 부록으로 주던데 완전 예쁩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4-02-06 20:19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ㅋㅋ저 2월 2일 페이퍼 중고책들 사이에 이거 하나는 새책 샀다고 인증샷도 올렸잖아요 ㅋㅋㅋ파곰탕면만 깊이 보시고…야속하여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4-02-07 13:58   좋아요 1 | URL
앗 맞다 봤는데...
제가 미쳤나봅니다 ㅡㅡ
유일한 새책 1권~!!

자목련 2024-02-05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책도 세 권!
모두 좋았던 책이라 이 페이퍼가 더 좋아집니다^^

새파랑 2024-02-05 12:57   좋아요 0 | URL
어떤 세권인지 알거 같습니다~! 자목련님 취향하고 제 취향하고 비슷한거 같아요~!!!

저도 세권 다 별 다섯입니다~!!!

coolcat329 2024-02-05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뱅의 책을 저도 읽어봐야 하는데 늘 생각뿐입니다. 정신적 여유가 없어도 저에 비하면 많이 읽으셨어요. 어렵지만 자꾸 찾게 되는 작가, 파스칼 키냐르도 궁금해집니다.
<사라진 것들>은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을지 그냥 궁금하네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으니

새파랑 2024-02-05 12:59   좋아요 1 | URL
보뱅은 진짜 좋습니다. 이 잔인한 세상에서 따뜻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반면 <사라진 것들>은 완전 내 이야기 같고... ㅋ

저도 키냐르 몇권 안읽었지만 읽다보면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coolcat329 2024-02-05 14:39   좋아요 1 | URL
<사라진 것들> 살 생각 없었는데 새파랑님이 자기 이야기라고 해서 땡투 구매했어요. ㅋㅋ

새파랑 2024-02-05 15:12   좋아요 0 | URL
오호 감사합니다 ^^ 실망하시지 않을거에요~!!

희선 2024-02-06 0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해 마지막 달과 새해 첫달은 정신 없었는데도 책 많이 보셨네요 크리스티앙 보뱅은 여전히 좋아하시는군요 앞으로 읽을 책 더 있겠지요 2024년엔 파스칼 키냐르를 읽으실 거군요 새파랑 님 이월엔 시간도 있고 마음에도 여유가 있기를 바랍니다


희선

새파랑 2024-02-06 07:16   좋아요 1 | URL
희선님도 2월은 여유롭고 행복한 한달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보뱅은 그저 좋습니다 ^^
 

이렇게 공감이 되는 단편들이라니 ㅜㅜ 최근 읽은 단편중 가장 최고였다.





나는 잔을 내려놓고 마야를 바라보았다. 벌써 마야가 떠나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빛이 어딘가 달랐다. 아마도 그 때가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 그런 감정을 느낀-이미 가버 린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낀-내 인생의 유일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 P58

그리고 내게서는 무엇을 원했을까? 라이어널에게서 원했 던 것과 같은 것일까? 마야와 나는 우리 인생의 두 해에 가까운 나날을 밤마다 나란히 누워 함께 잤는데 지금도 나는 내가 마야를 진정으로 알았는지 궁금하다. 혹은 마야가 나를 진정으로 알았는지. - P65

지금까지 여러 달을 지나는 동안에도 우리는 계속 기다려온 것만 같았다. 이 회 색 지대를 부유하면서 어떤 미래가 올지 모르는 채로 모든 결과를 조마조마 걱정하고, 혼자 있는 순간에는 요즘 우리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는 어떤 느낌을 견디면서 기다리고 있 었다. 그것은 우리의 몸이 엄청나게 허약하며, 갑작스럽고 불가해한 방식으로 우리를 배반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었다 - P92

어쨌든 예전에는 우리가 젊음의 어떤 절정 에 도달했다는 감각, 우리가 여전히 젊다는 게 아니라 아직 은 그런 척할 수 있다는 더 젊은 자아로 슬쩍 되돌아가 다시대학 시절의 그 사람들이 될 수 있다는 감각이 있었다. 그건 속임수이자 가장 놀이였고, 우리는 그 놀이를 자주는 아니어도 그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되새길 수 있을 만큼은 이어갔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멈춰버렸다. 왜 그랬는지는 정말로 모르겠다. - P111

그 사진의 재미있는 점은 맥두걸 스 트리트의 그 오래된 아파트가 겨울에 얼마나 추웠는지는 기억이 나지만ㅡ난방장치가 늘 고장났다-그날이 언제였는 지, 그 사진을 누가 찍어주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 다. 그래서 나는 궁금해진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많 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렸을지, 그런 사소한 기억들이 얼마나 많이 지워져버렸을지. - P126

마흔세 살이 되었는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다니, 삶의 어느 시점에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다니 꿈에서 깨어났는데 그 꿈을 꾼 사람이 자신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 P127

대화는 한참을 그런 식으로ㅡ어색하게 띄엄띄엄ㅡ뚜렷한 방향도 목표도 없이 계속되었다. 분명 폴과 개릿은 어떤 화제를 피하고 있었다. 예컨대 내가 심리학과에서 일하던 시절, 폴의 연구 주제, 개릿이 이룬 업적을 비롯해 내가 예민하 게 반응할 거라고 판단되는 모든 것들을 건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공통의 관심사 없이는, 애초에 오래전 우리 사이에 유대감을 형성했던 그런 주제들 없이는, 할 얘기가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 P178

그때 나는 갑자기 깨달았다. 우리가 다른 단계로, 좀더 깊은 단계로, 끝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저멀리 마당 끝자락은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지만 그곳 어둠 속 어딘가로 그들이 돌아왔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세탁실 벽 주위를 느린 동작으로 선회하며 아마도 그 숫자를 점점 불려가고 있을 그들이. - P230

"가끔은 과거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다는 생각에 매달려 너무 애쓰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 알아? 그걸 놓아버리기가 너무 힘들어." - P287

"정말로 네가 예전과 그렇게 다르다고 생각해?"

"모르겠어. 어쩌면 참을성이 더 많아졌겠지. 나 자신에게 거는 기대는 확실히 낮아졌고."

"자신에게 더 관대해졌다고 생각해?"

"아니. 그냥 기대가 낮아진 것뿐이야.‘ - P288

마침내 눈을 뜨고 앙투아네트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있었다. 미소를 짓지는 않았지만 슬퍼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나를 바라보기만 했고, 그래서 나는 그녀도 아마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짐작했다. 우리는 아주 이상한 이틀을 함께 보냈다고, 그리고 내가 떠난 뒤 우리는 아마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라고. 어쨌든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할 이유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우리에겐 아직 반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이 순간이 계속되는 척할 반시간, 어둠 속에서 고요히, 하지만 둘이서 함께 물에 뜬 채로 누워있을 반시간, 해가 뜨고 어둠이 걷히면서 이젠 떠나야 한다는 것을, 거의 두려움에 가까운 무언가를 느끼며 깨닫기 전까지의 반시간. - P325

최근에는 이런 일이 의례처럼 되어버렸다. 밤중에 자다가 깨어 뒷마당을, 세탁실을, 차고를 확인하는 일, 이상한 소음의 정체를 알아보는 일, 창문을 단속하고 잠금장치를 더 단단히 채우는 이런 일. 이것이 우리가 들어온 새로운 세상, 우리가 꾸기 시작한 새로운 꿈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도 가끔은 그 꿈에 균열이 생기는 때가 있었다. 과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는, 그 다른 삶이 살짝 윙크를 보내는 때가 있었다. 내 휴대전화에서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는 미치의 문자처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친구? 연한 파란색 문자칸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너 어디로 간 거야?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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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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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89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인생이 왜 이렇게 꼬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냥 삶 자체가 모순이니까, 이유를 찾는건 의미가 없다, 무수한 갈림길에서 선택만 있을뿐 정답은 없다. 20대에 읽었다면 그저 그랬을텐데, 40대에 읽으니까 확실히 좋다. 에세이 같은 느낌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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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2-31 2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인생이 왜 이렇게 꼬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냥 삶 자체가 모순이니까, --> 끄덕끄덕했습니다 저도 제가 어릴 때는 어른이 되어 제가 ‘이렇게‘(?!) 살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ㅋㅋ 그냥 이런 제 인생을 그 자체로 존중하려고요 ㅎㅎ 내일부터 새해 복 많으시기 바랍니다~~

새파랑 2024-01-01 10:51   좋아요 1 | URL
벌써 새해가 밝았습니다. 몆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서곡님 2024년에도 복 많이 받으시고 즐독 하세요~!!

페넬로페 2024-01-01 1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든 이유가 삶의 모순 때문이었군요.
이 책은 오래 전에 나왔는데 요즘 다시 읽히는 책인 것 같아요.
새파랑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 독서도 화이팅 입니다^^

새파랑 2024-01-01 10:53   좋아요 3 | URL
요새 베스트셀러에도 들어있더라구요~! 저는 친구가 추천해서 읽어봤는데 좋더라구요~!!

페넬로페님 2024년 복 많이 받으세요 ^^

미미 2024-01-01 1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멋진 100자 평입니다. 검색하니 도서관에 있길래 찜해두었어요. 여러권 있는데 모두 대출중이네요. 인기!!

올해도 새파랑님의 소설 사랑 기대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새파랑 2024-01-01 23:24   좋아요 1 | URL
올해는 작년보다는 많이 읽어보겠습니다 ㅋ 요즘 독서량이 너무 떨어져서 슬픕니다 ㅜㅜ

미미님 취향 이실거 같아요 ^^

하나의책장 2024-01-01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한 해 수고많으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파랑 2024-01-01 23:25   좋아요 1 | URL
하나님 감사합니다~! 2024년에는 400권! 전 100권을 목표로 ㅎㅎ

레삭매냐 2024-01-02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떨지 초큼
궁금하네요.

햅삐 뉴 이얼~ 새파랑님!

새파랑 2024-01-04 10:56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 감사합니다~!! 전 이제 읽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습니다. 쿨한 ‘안진진‘ 매력있었습니다 ㅋ

자목련 2024-01-02 1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은 책인데,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새파랑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파랑 2024-01-04 10:56   좋아요 0 | URL
다시 읽으시면 좋으실거 같아요 ^^ 자목련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4-01-04 0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삶은 모순이겠습니다 이 책 읽었지만 잘 생각나지 않네요 예전에는 모르고 그냥 읽은 듯합니다 양귀자 소설 조금 보기도 했는데, 지금 보면 좀 알지...

새파랑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4-01-04 10:57   좋아요 1 | URL
요즘 전 모순에 빠진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희선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coolcat329 2024-01-12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 책 읽으려고 먼 옛날 구해놨는데 아직도..읽어야하는데...
 
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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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88 하루키+스콧피츠제럴드 조합이니 재미는 보장한다. 화려한 상류층을 배경으로, 쿨한 관계의 시작과 끝, 그리고 여운을 남기는 결말까지 익숙한 피츠제럴드 스타일의 단편집이다. 하루키는 피츠제럴드의 어떤 부분을 대단하게 평가한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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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1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01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좋다. 사는것 자체가 모순이다. 처음부터 다 모순이다.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 P9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量感)이 없다는 것이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 P15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 P21

그랬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내 삶에 대해 졸렬했다는 것, 나는 이제 인정한다. 지금부터라도 나는 내 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되어가는 대로 놓아두지 않고 적절한 순간, 내 삶의 방향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 P22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말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표현으로 길게 하는 사람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말이었다. 그런 말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만이었다. - P51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부득불 해가면서 살아갈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아껴서 좋은 것은 돈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돈보다 더 아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었다. - P75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 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 P127

나는 몹시 궁금했다. 그가 나영규이든 김장우이든 아니면 전혀다른 사람이든 간에, 이 사람과 결혼하고야 말겠어, 라는 결심은 언제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지금 결혼하여 살고 있는 다른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일까. - P164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 고 있는 것일까. - P173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 P188

사랑이라는 몽상 속에는 현실을 버리고 달아나고 싶은 아련한 유혹이 담겨있다. 끝까지 달려가고 싶은 무엇, 부딪쳐 깨지더라서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무엇, 그렇게 죽어버려도 좋다고 생각하는 장렬한 무엇. 그 무엇으로 나를 데려가려고 하는 힘이 사랑이라면,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에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의 손을 잡았다. - P195

나는 그날 아침 마침내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아주 많이 사랑했다는 것을. 어머니를 사랑했으므로 나와 진모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 또한 절대적이었을 것임을. 우리 모두를 한없이 사랑했으므로, 그러므로 내 아버지는 세 겹의 쇠창살문에 갇힌 것이었다. 아버지가 탈출을 꿈꾸며 길고 긴 투쟁을 벌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 P206

사랑은 그 혹은 그녀에게 보다 나은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으로 시작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보다 이랬으면 좋았을 나‘로 스스로를 향상시키는 노력과 함께 사랑은 시작된다. 솔직함보다 더 사랑에 위험한 극약은 없다. 죽는 날까지 사랑이 지속된 다면 죽는날까지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지 못하며 살게 될 것이다. 사랑은 나를 미화시키고 나를 왜곡시킨다. 사랑은 거짓말의 유혹을 극대화시키는 감정이다. - P218

사랑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자에게는 스스럼없이 누추한 현실을 보일 수 있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사랑 앞에서는 그 일이 쉽지 않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이름의 자존심이었다. - P219

한 번 더 강조하는 말이지만 이모부는 심심한 사람일지는 몰라도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돌출을 못견뎌하고 파격을 혐오 한다고 해서 비난받아야 한다는 근거가 어디 있는가. 어쩌면 나는 이모의 넘쳐나는 낭만에의 동경을 은근히 비난하는 쪽을 더 쉽게 선택하는 부류의 인간일지도 모르겠다. 이모부 같은 사람을 비난 하는 것보다는 이모의 낭만성을 나무라는 것이 내게는 훨씬 쉽다. 그러나 내 어머니보다 이모를 더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그 낭만성 에 있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랑을 시작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미워하게 된다는, 인간이란 존재의 한없는 모순… - P232

그러나 나는 그런 김장우의 얼굴에서 문득 아버지의 얼굴을 읽었다. 너무 특별한 사랑은 위험한 법이었다. 너무 특별한 사랑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만 다른 길로 달아나버린 내 아버지처럼. 김장우에게도 알지 못하는 생의 다른 길이 운명적으로 예비되어 있 을지 몰랐다. 지금은 아무도 알지못하지만, 알아도 어떻게 할 수 없겠지만, 사랑조차도 넘쳐버리면 차라리 모자란 것보다 못한 일인 것을. - P277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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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12-26 0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양귀자의 모순이네요!! 이거 군생활하면서 하얀색 하드커버로 읽었던 게 엇그제 같은데..ㅎㅎ
판을 몇 번 갈았는지 몰루겠을 정도로 표지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 판본이 가장 세련됐네요. 이제 하두 오래되어서 내용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지만..
당시 짚에서 엄청 집중해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만큼은 생생합니다.
우리나라 소설가 중 양귀자만큼 재밌게 글을 쓰는 작가도 드물긴 합니다~~

새파랑 2023-12-26 11:15   좋아요 2 | URL
역시 yamoo님은 군대서 읽으셨군요! 전 좋다고 해서 읽었는데 역시 좋았습니다~!! 진짜 재미있게 글을 잘 쓰시는거 같아요 ^^

페크pek0501 2023-12-26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예전에 읽은 책 모순을 여기서 만나네요. 제가 읽을 당시 양귀자 님이 인기 작가였어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도 읽었답니다. 제목이 생각 안 나 검색해서 알았어요. 하하~~

새파랑 2023-12-30 10:54   좋아요 1 | URL
예전에 읽으셨군요~! 전 친구가 좋다고 해서 읽어봤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2023-12-29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30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3-12-30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우 예전에 읽고 그 제대로 된 맛을 못느꼈던 소설인데 이제 다시 읽으면 저도 새파랑님처럼 [모순] ˝좋다˝라고 다시 리뷰 쓰게 될지 ^^


그런 책이 한두권이 아닐 것 같아서 문제지만요! 시간이 흘러 다시 읽으면 재발견하는 책들, 요즘 고전을 다시 읽는데 놀라고 있어요. [빨강머리 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데미안] [프랑켄 슈타인]....초딩 중딩 때 읽었던 책들을 어른 되어 읽으니 놀라워요^^

새파랑 2023-12-31 11:14   좋아요 0 | URL
역시 책도 자신에게 맞는 시기가 있는거 같아요 ㅋ 고전도 한번 보다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어야 더 와닿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괜히 고전, 명작이 아닌것 같습니다~!!!

희선 2023-12-31 0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2023년 마지막 날이에요 한해 마지막 날이라니... 마지막 날은 보내겠지만, 새해가 와도 그렇게 좋지는 않을 듯합니다 그래도 새해니 기분은 새롭게...

새파랑 님 2023년 마지막 날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3-12-31 11:16   좋아요 0 | URL
매년 새해가 오면 반성하고 내년을 기약해보는데...

이것도 매년 반복인거 같습니다. 후회하고 다짐하고, 후회하고 다짐하고 ㅋㅋㅋ

희선님도 마지막날 마무리 잘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서니데이 2023-12-31 1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귀자 작가의 모순은 아마 오래전 출간된 책인데 최근에 다시 출간된 책도 읽는 분이 많으신 모양이네요. 이전에 나온 책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재출간 되지 않으면 다시 만나기 어려운데 새로 출간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새파랑님,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파랑 2024-01-01 10:56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모순> 최근작처럼 세련된 느낌이 들더라구요~!!
서니데이님 2024년에도 즐겁고 행복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