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라인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권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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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19 내가 읽은 세풀베다의 첫번째 작품. 기존 라틴아메리카 문학과는 약간 결이 달랐다. 환상문학 보다는 사회고발적 느낌이 강했다. 문장과 이야기 전개는 시원했지만 이야기의 살이 없어서 아쉬웠다. 한시간 정도 읽다보니 끝나버렸다는. 그리고 <핫라인>이 그런 뜻인줄 모르고 읽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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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4-21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회고발적 글이라면 좋은데요... 이런 글 좋아합니다.

새파랑 2023-04-22 15:55   좋아요 0 | URL
사회고발적 글이긴 한데 너무 짧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위로와 공감이 되는 책읽기였다.


















나는 생애 전반에 걸쳐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원망했다. 내가 가지지 못한 성향을 가진, 내향 인간들을 항상 좋아하면서도 서운했다. 나는 매번 제안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사람을 천천히 알아가고 조심스럽게 가까워지고 싶다는 사람들의 팔을 붙들고 같이 시간을 보내자고 흔드는 쪽은 백이면 백 나였다. 그런 나도 좀 병적인가. 어느 모임에서나 그런 유의 사람들을 좋아해. 서촌으로 커피 마시러 갈래요? 광화문으로 생선구이 먹으러 갈래요? 하고 물으면 그들은 언제나 사려 깊은 표정으로 아, 네, 좋아요. 언제든 단이씨 편하신 시간에…… 라고 대답해왔다. 거절이 아닌 것만으로 마음이 놓였지만 한편으로는 늘 속이 꼬였다. 너희들은 좋겠다. 우아하게 컨펌할 수 있어서 좋겠어. 누군가가 물어보면 음 하고 고민하고 마침내 네. 라고 대답할 수 있어서 좋겠다. 나도 그런 역할 좀 맡아보고 싶네. - P63

나는 규희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상처받았다. 너는 너만 그렇게 현명하고, 그래서 남이 들어오고 들어오지 말아야 할 선을 분명히도 알고 있고, 그걸 나만 모른다고 생각하지. 나만 너에게 더 가까이 가고 싶고, 네가 아무리 가까이 와도 전혀 상관이 없고, 오히려 더 깊이 너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사이란 건 그 선을 조정해가며 우리 둘이 만들어가는 걸 텐데 너는 이미 선이 있고 항상 단호하고 나는 선이 있던 적이 없으니까. 늘 한쪽만 맡는 일이란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 P64

나는 머쓱하다는 표정을 지어내며 너의 말을 듣는다. 기분은 좋 았지만 한편으론 무슨 소린가 싶기도 하다. 나도 너처럼 우아하게 가만히 있어도 괜찮고 싶거든. 괜히 아무도 부추기지 않았는데 혼자 침묵에 불안해져 까불지 않고, 나도 누가 웃겨주면 웃고만 있고 싶다고. - P65

다음으로 많이 꾸는 꿈은 도착하지 못하는 꿈이었다. 누군가와 의 약속에 중요한 만남에 초대받은 파티나 가기로 한 자리에 가 려고 이리저리 애쓰지만 이상하게 수언이 아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기고 그것도 아니면 갑자기 딴생각 에 빠져 있느라 목적지를 잊어 도착하지 못한다. 그것은 손에 땀을 쥐게 했고 늘 초조한 마음이 들게 했다.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가기로 했는데, 가기로 했는데 중얼거리게 되었다. 수언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싫었다. 오겠다고 해놓고 오지 않는 사람 만 나자고 해놓고 만나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사람. 그런데 꿈속에서 는 언제나 수언이 그런 사람이었다. - P82

수언은 늘 솔지의 목소리가 복잡하다고 느꼈다. 고민을 털어놓 고 이런저런 의견이나 감상을 말할 때의 목소리에 레이어가 있다고, 곁이 있었다. 수언이 생각하기에 그것은 솔지를 풍부해 보이 도록 하는 매력적인 곁이 아니라 쓸데없는 겁이었다. 굳이 분류하 자면 스스로 처세를 잘한다고 믿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의식하는 (그렇 지만 자신은 매우 자연스럽다고 믿는) 자의식이 도드라지는 사람의 겹이었다. - P95

수언은 자신이 사랑하는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영화평론가라는 걸 알게 된 이후부터 그 직업이 갖고 싶었다. 다만 핑계 대지 말자고 생각했다. 수언은 자신이 특 별하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되고 싶다고 해서 반드시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런 일은 아무에게도 없으며 자신 역시 똑같다고. 잘하면 되겠지만 잘해도 안될수도 있는 거라고. 될 때까지 하겠지만 결국 안 되었을때 누구의 탓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누군가는 그렇게까지 비장한 게 우습다고 할지 몰라도 그래야 했다. 자신을 싫어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한 것까지만 후회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 이후는 생각하지 말자. 미래는 잘 모르니까 안 되어도 누구를 탓하며, 그걸 가지고 핑계를 대거나 알리바이를 궁리하며 꿈 을 포기했네 어쩌네 하고 연극적으로 과장되게 굴기는 싫었다. - P97

헤어지자는 말을 하며 재인은 그렇게 말했고 남자친구는 가슴 을 부여잡으며 조금 과하게 울었다. 제발 자기를 짠하게 여겨달라 는 것처럼 보여서 재인은 살짝 인상을 쓸 뻔했다. 한 명이 더 힘을 줘 끌고 가는 관계는 언제까지나 반대편이 일 프로 정도는 함께 힘을 실어줄 때 가능한 일이었다. 이별을 이야기하기 오래전부터 재인은 싣던 힘을 모조리 뺀 상태였다. 나한테도 기회를 줘야지, 남자친구가 긴 훌쩍임 끝에 그렇게 말했을 때 재인은 납작해지는 기분이었다. 상대에게 쏟는 기운을 영 프로로 만들고도 내려갈 곳 이 더 남아서 진공포장 상태처럼 납작해진 기분으로, 가까스레 말 했다.

그게 안 돼서 헤어지자고 하는 거야 - P123

재인은 종종 이별 의 이유를 잊었다. 그 사람은 다정했고 우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 었는데 왜 헤어졌지‥.….… 한참 만에 생각해낸 이유는 별게 아니었 다. 마음이 사라져서였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뿐이었다. 그 사 람이 천천히 싫어졌던 이유와 헤어진 이유는 얼마간은 같고 얼마 간은 다를 것이었다. - P137

예은씨, 혹시 많이 힘든가요. 그 말을 하려다가 하지 못했다. 사실을 되물어봤자 사실일 뿐이라는 생각에 손가락이 자꾸만 멈췄다. 힘들면 그만두라는 말도 말뿐이고, 넌 잘할 거야 원래 잘 견뎠잖아 하는 말은 욕보다 나쁘고, 퇴직한 이 후 말을 고르는 일에 신경을 덜 쓸 수 있어서 좋았는데 아주 오랜 만에 그런 자신이 싫었다. 예은에게 건넬 수 있는 말을 아무리 골라봐도 마땅한 것이 없었다. 텅 빈 것 같았다. 오늘 많이 바빠요? 일 아직 안 끝났어요? 끝없는 물음표를 찍고 싶었지만 곧 모조리 지워버렸다. 은영은 속에 담긴 말을 고르다가 결국 가장 건져올리기 싫었던 문장에 머무르게 되었다. 바쁜 게 아닐지도 몰라. 힘든 게 아니라 힘들어도 이제 나랑 얘기할 필요가 없는 거겠지. - P141

저 준비하던 거 그만뒀어요. 못하겠어요. 사실 진작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만뒀어요. 잘 모르겠어요. 이젠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계획하고 준비하는 거. 미래가 좋을 거야 하고 나한테 내가 최면거는 거. - P166

저는 아무도 상처주지 않아도 알아서 상처를 받는 능력이 있어요. 그리고 그 상처를 무시하거나 덮어놓지 않고 내내 뚫어져라 바라보는 습관도 있고요. 아주 최악이죠.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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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 - EP앨범 행복했으면 좋겠어 - 부클릿(20p)
넬 (Nell)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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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읽을때 Nell 음악을 들으면 절대 안된다. 책을 읽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책을 덮고 음악의 볼륨을 높이고 있다는... 특히 이 앨벌은 진짜 와~ 완벽하다. 특히 치유랑 Underbar는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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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4-14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Nell 음악은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음악 듣고 있으면 책에 집중을 못해요^^

새파랑 2023-04-15 13:52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ㅋ 그래서 어제는 잃시찾 12권 읽다가 접었습니다 ㅜㅜ 오늘 다시 읽으려고 합니다~!!

희선 2023-04-17 0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다가 소리를 키우는... 그러면 책 보기 어렵겠습니다 책이 아닌 음악을 들어야겠군요 음악을 들으면서도 할 수 있는 거 하기...


희선

새파랑 2023-04-17 21:10   좋아요 1 | URL
예전에는 책읽을때 주로 연주곡 많이 들었는데 ㅋ 이제부터는 다시 연주곡으로 갈아타야 할거 같아요~!!
 
어떤 그림 - 존 버거와 이브 버거의 편지
존 버거.이브 버거 지음, 신해경 옮김 / 열화당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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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18 아버지 존 버거와 아들 이브 버거가 그림과 관련하여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책. 이 책을 읽고나서 그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정말 멋진 아버지에 멋진 아들에 멋진 그림들이 한가득. 미술관을 다녀온 느낌을 주는 멋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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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4-15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구매하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3-04-15 13:53   좋아요 0 | URL
와우 ㅋ 이 책 Yamoo님한테 딱 맞을거 같아요~!! 강추합니다~!!

얄라알라 2023-04-16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서재는 편식하는 제게 균형식을 권해주는 고마운 서재입니다^^
yamoo님 정말 좋아하실 것 같은 각! 새파랑님께서 제대로 추천하셨나봐요

새파랑 2023-04-16 09:07   좋아요 0 | URL
저도 맨날 편식합니다 ㅋ 저는 이런 그림이 삽입된 책은 잘 안읽었었지만 이 책은 정말 좋더나구요 ^^

희선 2023-04-16 0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술관에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군요 그림을 새롭게 보게 해주다니... 책을 보는 시간이 즐거웠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3-04-16 09:09   좋아요 1 | URL
이 책 좋습니다. 희선님도 좋아하실거 같아요. 서간체 소설이 읽는 재미가 확실히 있는거 같아요~!!
 

그림은 완전 모르지만 왠지 그림에 대한 조금의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완전 좋다.






저는 어머니의 몸에서 나왔어요. 어머니는 어머니의 어머니의 몸에서 나왔고요. 그렇게 계속 이어지지요. 우리는 삶을 온 갖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지만, 삶에는 늘 우리가 감당하기에 는 너무 큰 무언가가 있어요. 너무 커서 생각하고, 보고, 들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짊어지고 가기 에도 너무 커서, 우리는 저마다 이 ‘너무 큰 것‘을 다룰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리고 우리가 고작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쉽지 않다는 말 정도죠. 어쩌면 지금 세상이 우리에게 이런 ‘나약함‘ 을 인식할 틈조차 거의 주지 않아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 P33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것이 너무 많아요. 닫힌 듯이 보이 는 것에도, 심지어는 닫힌 것에도 여전히 너무나 많은 것이 열 려 있어요. 우리 의식과 감정 사이의 이런 간극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간극이, 얘기된 것과 얘기되지 않은 것 사이의 간극이, 저는 좀 어지러워요. 기도나 광기와 그다지 다 르지 않은 현기증이지요. 우리가 만났으면 하는 곳이 그런 곳 이에요. 오고 계세요? - P33

그래, 이름은 때때로 그것들이 명시하는 것의 ‘의미‘를 배가하거나 증폭시키지. 이런 이름들 말이야. 일출, 정오, 해거름, 황혼, 새벽, 내일.…. - P42

아버지는 늘 당신이 존경하고 고마워하는 옛 거장들이나 작 가들, 사상가들을 바로 우리 옆에 서 있는 동지처럼 말씀하시 지요. 대부분 이미 오래전에 죽은 분들이지만, 그들의 물리적 인 부재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그들 생에서 계속 이어지는 부 분에 비하면 사라진 부분은 대수롭지 않으니까요. 그 이어지는 부분은 그들이 남긴 작품들뿐만 아니라 그들이 각자의 지향점 을 향해 보여준 강렬한 추진력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생이 내 재하는 형태들을 예측할 수 없듯이, 한 생과 다른 생들 사이에 서 일어나는 분기의 수도 헤아릴 수 없어요. - P43

네가 정확하게 얘기했듯이, 마네는 자신이 그리려는 꽃들을 세상의 끝에 놓았어. 그 꽃들 뒤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 꽃들은 처음 또는 마지막 순간에 나타나 생의 전부인 듯이 그 순간을 채우지. - P63

‘존재가 되어 가는 과정‘이 그처럼 긴박하게 그려졌기 때문 에 우리는 그것의 무상함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어쩌면 이 그림들은 삶과 죽음의 변증법을 묘사하는지도 모르겠어요." - P64

끔찍하게 무거운 짐이지만, 이상하게도 화가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해요. 경계 너머 보기, 아니 그보다는 외양을 뚫고 내면 보기, 그것은 계속 추구해 나갈 만한 가치가 있는 바람이 아닐까요? 시간을 그 뼛속까지 드러내겠다는 목 표를 잡는다면, 일생의 헌신 정도는 치러야 할 사소한 대가 같 아요. 그림은 충족시킬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희망이고요. 가망 없는 희망이죠!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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