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순종했다. 그러나 행동이 고분고분하다고 해서 욕망까지 그런것은 아니었다. 그의 순진한 계산에 의하면 그녀를 보지 못하게 금지당함으로써 그는 그녀를 사랑할 권리를 얻은 것이었다. - P34

그녀가 바다를 사랑하는 것은 오직 폭풍 때문이었고 초목이라면 폐허 속에서 드문드문 움터 있을 때만 좋았다. 감정적 만족을 주지 않는 것은 무엇이건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했다. 워낙에 예술적이기보다는 감상적인 기질이어서 고요한 풍경 감상보다는 뭉클한 감동을 원했기 때문이다. - P59

아마도 그녀는 이런 모든 것들을 누구에겐가 털어놓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뜬구름처럼 변화무쌍하고 바람처럼 회오리치는 이 모호한 불안을 어떻게 표현한단 말인가! - P65

그러나 현재의 찬란함 속에서 그녀의 과거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방금까지 그렇게 또렸했는데, 이제는 그런 삶을 살았다는 사실조차 의심이 갈 지경이었다. 그녀는 여기 있다. - P79

대체 그 무엇이 그저께 아침과 오늘 저녁을 이렇게 멀리 갈라놓는단 말인가?

부유한 생활을 접하는 바람에 그 위에 무엇인가가 덧씌워졌고 그것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었다.

여러가지 자잘한 부분들이 기억속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아쉬움만은 여전했다. - P84

그녀는 모든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으며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다가는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석양이 질 때면 더욱 슬퍼져서 빨리 내일이 오기를 갈망했다.
이 실망 이후, 그녀 가슴에 남은 것은 공허뿐이었다. 그리고 똑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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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을때 밑줄그은 좋은 문장들. 다시봐도 똑같다.

"이봐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이봐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 P194

정말 좋은 건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되니까 그렇겠지. 정말 좋은 건 아주 적거든. 무엇이든 그래. 책이나 영화나 콘서트나 정말로 좋은 건 적어. 예전에는 그런 거 깊이 생각하지 않았지. 무엇을 듣건 제법 재미있었어. 젊었고,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고, 게다가 사랑을 하고 있었어. 시시한 것에도, 사소한 일에도 마음의 떨림 같은 걸 느낄 수 있었어. - P212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여기 이 가게의 양상추가 제일 오래 신선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왜그런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 폐점 후에 양상추를 모아놓고 특수한 훈련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P238

인간이란 이상해. 한순간에 나이를 먹는단 말일세. 정말이지, 나는 예전엔 인간이란 건 1년, 1년 순서대로 나이를 먹어가는 거라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인간은 한순간에 나이를 먹는다고.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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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악이 퍼시 페이스 오케스트라의 A Summer Place로 바뀌었다. - P131

당신이 여기에 온 건 당신이 여기로 와야 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 P159

그리고 굳어버린 것을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풀어나가는 거야. 아직 늦지 않은 것도 있을 테니까.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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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니 내 가방에는 책이 4권 들어있다 ㅋ 이야기 속에서 읽은 좋은 문장을 좋아하기 때문에 소설이 좋다.


대부분의 인간은 책 없이도 잘 살아왔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므로, 무한한 책의 세계가 주는 지혜와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만 책의 세계로 살금살금 걸어 들어가면 된다. - P17

문장만 뚝 잘라 내는 일이 때로는 위험한 이유다. 문장은 쉽게 오해되는 동시에 쉽게 읽히기에 무섭다. - P19

가방에 책 한권도 들어 있지 않은 사람과는 별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다. - P21

읽으려던 책을 결코 다 읽고 죽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 당장 읽어야 한다. 매일 읽어야 한다. 고요속에서 읽고 또 읽는다. 이걸 다 읽고 죽어야 한다. - P27

무척 아끼는 책이 커피로 얼룩지거나 가구 모서리에 찍히면 순간적으로 심장에 고통이 느껴진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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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검색해보니 작가의 다른 낯익은 책 표지들이 보였다. 이제라도 접할수 있어서 다행... 짧은 분량이지만 자전적 소설(오토픽션?) 이어서 그런지 한사람의 감정이,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공감이 되었다.


말이나 문장, 웃음조차도 내 생각이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내 입 속에서 저절로 생겨나는 듯 했다. - P11

가끔, 이러한 열정을 누리는 일은 한권의 책을 써내는 것과 똑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면 하나하나를 완성해야 하는 필요성, 세세한 것까지 정성을 다하는 점이 그랬다. 그리고 몇 달에 걸쳐서 글을 완성한 후에는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이 열정이 끝까지 다하고 나면 죽게 되더라도 상관없을 것만 같았다. - P20

이 기간 동안 나의 생각, 나의 행동들은 모두 과거를 되풀이 하는 것이었다. 현재를, 행복을 향해 열려 있던 과거로 바꾸어 놓고 싶었다. - P49

살아있는 텍스트였던 그것들은 결국은 찌꺼기와 작은 흔적들이 되어버릴 것이다. 언젠가 그 사람도 다른 사람들처럼 내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리겠지. - P59

나는 한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해 얼마만큼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세상과 더욱 굳게 맺어주었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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