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읽어야지 했다가 불의의 일격?으로 어제는 책을 못읽어서 너무 아쉬웠었는데 오늘부터 부지런히 읽어야겠다.(읽고싶은 책이너무 많다..)








입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글로 적힌 이야기만큼 세련되거나 멋지게 윤색되지 않기 마련이다 - P29

하지만 그 언어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 목소리에 대답하지 않았더라면, 그 눈빛을 좇지 않았더라면... - P41

"만물은 죽음으로 끝나지"
올랜도는 얼음 위에 톡바로 앉아 말하곤 했다. 그러나 어쨋든 영국인의 피가 한 방울도 흐르지 않고, 해가 더 천천히 지고 새벽은 그리 급작스럽게 밝아 오지 않고 문장을 어떻게 끝맺는 것이 최선일지 몰라 종결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러시아에서 태어난 사샤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러시아에 대한 표현이 멋있다.)
- P48

그는 언어를 아무리 샅샅이 뒤져 보아도 적절한 표현을 찾을 수 없었다. 다른 풍경과 다른 언어가 필요했다. 사샤를 묘사하기에는 영어가 너무나 거침없고 너무나 노골적이며 너무나 입에 발린 언어였다. - P48

재빨리 말에서 뛰어내린 그는 미친 듯이 화가 나서 물살을 헤치고 나아갈 듯이 뛰어들었다. 무릎까지 물에 잠긴 그는 그 믿을 수 없는 여자에게 그녀의 성이 늘 받아 온갖 모욕적인 욕설을 퍼부었다.

빙빙소용돌이치는 물결이 그의 말을 심키더니 부서진 항아리와 지푸라기른 그의 발치에 내던졌다. - P67

"인간들과의 관계는 끝났으니까" 그가 말했다.

그리하여 서른살 가량의 나이에 이 젊은 귀족은 인생이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했고, 그경험들이 모두 무가치하다는 것을 깨달았딘. 사랑과 야망, 여자들과 시인들, 모두 다 똑같이 공허했다. 문학은 우스꽝스러운 짓거리였다. - P100

산더미처럼 거대한 환상에서 벗어났고, 그 결과 자신은 한 오라기의 환상도 없이 벌거벗은 처지라고 느끼면서 그는 개들을 불러 파크를 성큼성큼 가로질렀다. - P101

그는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섰다. 완전히 벌거벗은 몸으로 우리 앞에 똑바로 섰닺 트럼펫이 "진실 진실 진실"이라고 외치는 동안 우리는 어쩔 도리 없이 고백해야 한다. 그가 여자라는 사실을.

(이 부분에서 이해가 안되어 이전 페이지를 다시봤다. 그래도 확실히 이해는 안됨 ㅋ) - P143

인간의 가슴에서 가장 강력한 열정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믿는 대로 믿게 만들려는 욕망이다.

자신이 더없이 고귀하게 여기는 것을 다른 사람이 저급하게 평가한다는 자각만큼 그의 행복을 뿌리째 뽑아 버리고 그의 마음을 분노로 채우는 것도 없다.

(오늘의 최애공감 문장이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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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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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고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다. 단숨에 읽고, 다 읽은 지금도 다시 읽고 싶어지는 작품.

이야기는 세가지 시점(후반부는 두가지 시점)으로 진행되다가 마지막에는 합쳐지고, 초반부와 후반부의 소재와 복선들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처음에 읽을때는 세가지의 개별 이야기가 아닌 액자형 소설(이야기 속의 이야기 구성?)로 생각하고 읽어서 다소 혼란스러웠으나(챕터별 시점이 표시되어 있지 않고, 내 이해력도 떨어지고ㅜㅜ), 이해를 하고 읽으니 자연스러운 전개에 감탄했다.

사랑의 역사에서 말하는 사랑은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만을 말하고 있지 않다.

과거의 연인을 평생 그리워하고, 그 연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멀리서 지켜보며, 아들이 죽은 후 아들도 아버지를 사랑했다는 흔적을 마주하게 된 노인의 사랑(레스 거스키),

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괴로워하는 남자와, 이 남자를 지키기 위한 아내의 사랑(리트비노프 부부),

사랑하는 남편, 아빠를 잃은 후,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각자 노력하는 가족의 사랑(엘마 가족),

유대인 학살이라는 역사적 배경 아래 이러한 사랑들이 모여서 ˝사랑의 역사˝를 이루었다.
(그리고 15세 소녀 엘마는 사랑의 역사를 계속 써내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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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2-25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새로 나와서 사서 읽다
말았네요...

이왕에 사서 읽기 시작한 책이니
다시 읽어야겠네요.

새파랑 2021-02-25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재미있게 읽어서 니콜 크라우스 작품 다른것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ㅋ 이책은 하루에 단숨에 읽으면 좋을거같아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감정은 아마도 감동일텐데 그것을 묘사하려 하면 마치 보이지 않는 것을 잡으려고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감정은 그냥 혼란이었는지도 모른다. - P166

넌 지금껏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고, 부서진 조각들도 모두 잃어버려서 줄 것이 하나도 남지 않았어, 그걸 영원히 숨길 순 없을거야, 머지않아 그녀가 진실을 알아차릴 테니까, 너는 껍데기만 남은 사람이라는 걸, 그녀는 널 톡톡 두드려보기만 해도 네 안이 텅 빈 것을 알게 될 거야. - P242

새로운것을 하나씩 알게 될때마다 그애가 없다는 사실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으며, 현실적일수록 더 믿기 힘들었다. - P254

간단했다. 내 책을 읽었다면 그애는 진실을 안 것이다.

나는 그애 아버지였다.

그애는 내 아들이었다.

그러자 아이작과 내가 둘다 살아서 서로의 존재를 알았던 시간이 잠시나마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P323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때가 있었고,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한 때도 있었다. 최소한 삶을 꾸리기는 했다. 어떤종류의 삶? 그냥 삶. 나는 살았다. 쉽지는 않았다. 그렇긴 하지만. 절대로 견딜 수없는 것이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P340

살고싶은 마음이 절박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그녀.
진실을 말하자면, 그녀는 나를 사랑할 수 없다고 했다. 그녀가 작별인사를 했을 때 그것은 영원한 작별이었다.
그렇긴하지만.
나는 고의로 잊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나 자신에게 계속 물어본다. 하지만 그랬다는 건 사실이다. - P342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녀를 보았다. 가슴이 지시를 내릴 때 머리가 무얼 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 참 신기하다. 그녀는 내 기억과 달라 보였다. 그렇긴 하지만 같았다. 눈, 그 눈을 보고 그녀를 알아보았다. 나는 생각했다. 천사는 바로 이렇게 오는구나. 그녀가 나를 사랑했던 나이에 멈춰진 모습으로. - P360

나는 말했다.
"제 이름은 사랑의 역사라는 책에 나오는 모든 소녀의 이름에서 따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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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 지로의 인간미 넘치는 7개의 단편집. 뭔가 감상평을 잘 써보고 싶지만 아직은 내공이 부족함을 느낀다. 마지막에 실린 해후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소중한 걸 버려야 했던 사람들이 아주 먼 훗날 다시 만났을때의 감정이란 이런것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 탓을 하지 마라. 남 탓도 하지 마라, 부모 탓도 하지 마라. - P138

"의지할 데라고는 너밖에 없다."
간절한 이 한마디가 새하얀 입김이 되는 추운 겨울 저녁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지. - P143

아무도 사주지 않는 꽃을
안고 저 처녀 울면서 간다
가여워요, 달님
왜 이 세상의 행복은
아아
모두 고개를 돌리는 걸까 - P144

모든 걸 잊어야만 했다. 한 가지를 잊기 위해 모든 것을 잊으려고 했다. 과거는 시간이 밀어내 흘려보내 주었지만 시간의 힘으로도 도저히 흘려보낼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이 한 가지였다. - P180

어머니는 모든 기억을 지워 없애려고 했건만 이 아이는 작은 기억을 소중히 키워온 것이다. - P182

헤어진 연인의 나이를 헤아리면서 밤마다 이루어지지도 않을 해후를 꿈꿔왔다. 그녀의 낙은 그것뿐이었다. 이 사람이 바로 그사람이야 하는 착각은 나이가 들수록 심해졌다. 그만큼 실망도 커졌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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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읽어보고 싶었던 책인데 절판이어서 못보고 있다가 알라딘 중고매장 가보니 있어서 구매~! (책 3권 팔고 5권을 사고...)
인섹트와 쓰키시마 모정 단편 2개 읽었는데, 밑줄긋기 보다는 한편 한편이 다 안타까워서 인상깊었다.

도쿄에 올라왔을 때는 도시의 토박이들이 걸핏하면 입에 올리는 ‘바보‘라는 말이 귀에 거슬려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곳에서 말하는 바보는 사랑의 말과 같다는 것을.. - P77

역시 세상에는, 동화같이 아름다운 이야기 따위 있을리가 없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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