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풍진 같은 인생을 꾸짖으면서 무언가 드높고 영원하고 성스러운 존재를 말하고 있는 수심에 찬 강변과 끝없는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죽어서추억으로 남아도 그만, 잊혀져도 그만이라고 그는 말했다. - P49

과거는 싱겁게 흘러가 버렸고 미래는 부질없어라. 인생에 단 한번뿐일 이 기적 같은 밤도 이윽고 끝이 나서 영원과 하나가 되리니. 무엇때문에 사는가? - P50

이미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어. - P64

그는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고 다른 사람도 그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어. 부질없어. - P78

그녀는 남편에게 설명하고 싶었다. 실수가 있었다고, 그러나 아직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다고, 인생은 아직도 멋지고 행복할 수 있다고, 그는 드물고 비범하고 위대한 인물이며 자신은 일생동안 그 앞에서 공경하고 기도하며 성스러운 경외감을 느낄 갓이라고...

(언제나 소중한것을 떠나보내고 후회한다.) - P79

그녀가 그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나의 슬픔은 더해갔다.

그것은 소녀의 아름다움에 대한 질투 때문인지, 아니면 이 소녀가 지금 내것이 아니며 앞으로도 영영 내 것이 될 수 없는 타인이었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소녀의 흔치 않은 아름다움이 지상의 다른 모든 존재들처럼 우연하고 불필요하고 무상한 것이라는 사실을 내가 막연히 느끼고 있었기 때문인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미녀를 바라보는 슬픈 이유...어느정도 공감) - P119

"그 아이가 어디 있어요?"
"너에게 장티푸스가 전염됐어. 그래서...그래서 죽었단다. 장례를 치른지 삼 일 째야"

이 무시무시한 뜻밖의 소식은 그의 의식속으로 온전하게 전달되었지만 그것은 아무리 무섭고 강력한 것일지라도 회복기의 중위를 가득 채우고 있는 동물적인 기쁨을 이기지는 못했다.

일주일이나 지나서 그는 심장이 고통으로 찌그러지는 듯 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창틀에 이마를 기댔다.

"난 왜이리 불행한가!"

그의 기쁨은 일상의 권태와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에 자리를 비켜주었다.

(인간의 생존본능이 이성을 제압한다는 내용이 너무 인상적이고 이해가 간다) - P158

평화롭고 소중했던, 잊을 수 없는 어린시절! 이제는 영영 흘러가 버려서 돌이킬 수 없는 그 시절은 어째서 실제보다 더 밝고 태평하고 풍요로워 보이는 걸까?

(요즘 이런 생각을 가끔 한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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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간 알라딘 매장에서 최상의 상태로 있는 체호프 단편선 구매!
(도서관에서 빌려서 봤었는데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남아있어 소장하고 싶었다)

소설에서는 이 "그런데 갑자기"와 자주 마주치게 마련인데, 작가들이 그러는 것도 당연하다. 인생이란 그처럼 예기치 못한 일로 가득 차 있으니까 - P7

무시무시하거나 비밀스런환상적인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어째서 실제의 인생으로부터가 아니라 꼭 유령이나 저승 세계에서 소재를 취하는 것일까?

이해할 수 없으니까 무서운 거지...

아니 그렇다면 인생은 이해가 되시오?

(유령보다 사람이 더 무섭지...) - P18

나는 이따금 괴로울 때면 나 자신이 죽는 순간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곤 합니다. 하지만 단언컨데 그것이 현실보다 더 무섭지는 않았어요. - P19

걸어가면서 그는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자주 좋은 사람들을 만났던가를 떠올리고 이런 만남 뒤에는 추억만이 남겨질 뿐임을 안타까워했다.

사람들의 얼굴이나 말도 삶 속에서 명멸하다가는 과거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는 것이다.

보잘것 없는 기억의 자취만 빼고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로.

(시간을 이기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 P91

인생에서 사람보다 더 소중한건 없어~! - P92

인간의 선의라는 것이 얼마나 무력한가를 경험으로 깨우치게 되었다. 상식 있는 진실한 인간도 자신의 선의에 반하여 가까운 사람에게 까닭 없이 가혹한 고통을 줄 수가 있는 것이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서 안타깝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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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 내가 책을 살때 참고하는 기준은 알라딘의 평점이었다. (좋아하는 작가작품 제외. 평점이 낮으면 아무래도...)

올해부터는 북플을 알고나서(북플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ㅜㅜ) 북플님들의 독서기록을 보고 마음에 와닿거나, 강추!하시는 책을 장바구니에 담는 걸로 바꿨다.

올랜도 역시 북플님들이 강추하시고, 표지가 예뻐서 구매해 두었다가 3.1절을 기념해서 읽었다. 사전 지식 없이 읽다보니 다소 이해가 안되었다가, 4장 이후 300년이 넘는 이야기였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니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다.(그래도 난해함..)

역사적 배경에 따른 올랜도의 (성별의 전환을 경험한)자아들과 이러한 자아들의 총합이 현재의 내 자아이며, 여기에 양성성을 경험한 올랜도의 성장 이야기로 이해했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남성성과 여성성의 차이는 시대상의 반영일 뿐, 분리된 게 아닌 유동적이라는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며, 성별(남성성,여성성) 고정관념에 대한 사회인식과 인간의 복잡한 내면 변화를 잘 그린 작품이라 생각한다. 완벽한 이해를 위해 곧 다시한번 읽어봐야겠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만 읽었는데, 다른 작품도 읽어 봐야겠다.
(나도 자고 일어나보니 다른 자아로 변해있는 경험을 한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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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2-28 2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투가 아름답지만 난해하죠ㅋㅋ 저도 재독의 필요를 느낀 책이예요. 남자로 살아보라면 저는 혼자서 여기저기 여행다녀볼래요ㅋ

scott 2021-02-28 22: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 사알짝 추천합니다 ^.^

레삭매냐 2021-03-01 1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읽겠다고 하면서
말로만이지 정작 완독한 책은 하나도
없네요 에휴...
 

"당신이 남자가 아니라고 확신해요?" 그는 걱정스럽다는 듯 이렇게 묻곤 했고, 그녀는 되풀이해서 말하곤 했다.

"당신이 여자가 아닌 게 정말인가요?" 그러면 그들은 이러니저러니 말할 것 없이 그것을 시험해 보아야 했다. 서로 상대의 신속한 공감에 몹시 놀랐기 때문이다. - P265

그리고 여자가 남자처럼 관대하고 솔직하게 터놓고 말할 수 있다는 것과 남자가 여자처럼 불가사의하고 신비스러울 수 있다는 것은 두사람에게 뜻밖의 사실이었으므로, 그들은 당장 그 문제를 입증해야 했다. - P265

만일 마음속에 76개의 서로 다른 시간대가 동시에 재깍거리고 있다면, 인간의 영혼에는 이 시간대나 다른 시간대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수없이 존재하지 않을까? - P317

어서 오라, 어서 오라! 나는 이 특정한 자아가 싫증 나서 죽을 지경이니까. 나는 다른 자아를 원해.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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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까지 읽었다.(오늘 다 읽을려 했는데 ㅜㅜ)
많은 은유와 풍자가 나오지만, 그 시대의 배경지식이 없는 나같은 경우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도 장면 장면의 세밀한 묘사와,
성의 변화에 따른 인식과 행동의 변화는 인상깊었다.
19세기 시작은 어떻게 될지 ~~

그런데 황녀에게 포도주를 주려고 쟁반을 들고 다시 돌아왔을 때, 보라! 황녀바 아니라 검은 옷차림의 키 큰 신사가 서 있었다. 난로망에 옷들이 걸려 있었다. 올랜도는 어떤 남자와 단둘이 있는 것이었다. - P185

양성간의 차이란 다행히도 매우 심원한 것이다. 의상은 그 아래 깊이 숨어있는 것의 상징에 불과하다. 올랜도로 하여금 여자의 옷과 여자의 성을 선택하도록 영향을 미친 것은 그녀의 내면에서 일어난 변화였다. - P195

그녀가 종종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행동하게 되었던 것은 이처럼 그녀의 내면에 남자와 여자가 뒤섞여 있고, 한 성이 우세하다가 다음 순간엔 다른 성이 강력해지기 때문이었다. - P195

환상이 현실과 부딪칠 때 산산이 부서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므로, 환상이 만연한 곳에서는 진정한 행복이나 진정한 재기, 진정한 심오함이 용인되지 않는다. - P206

당신이 나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나, 내가 당신을 숭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나 똑같이 공허한 일이야. 진실의 빛은 그림자도 없이 우리를 강타하고, 또 우리 둘 다에게 지독하게 맞지 않으니까. - P213

사납게 요동치는 어마어마한 구름이 런던을 덮어 버렸다.
사방이 깜깜했다.
사방이 의혹이었다.
사방이 혼란이었다.
18 세기가 끝나고 19세기가 시작된 것이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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