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기독교 버젼. 이제 3분의 2 읽었는데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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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을 읽었다. 읽을수록 좋아졌다.




당신은 사랑하는 감정이 어떻게 불시에 생겨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여자가 당신에게 대답한다.어쩌면 우주의 논리에 갑작스레 끼어든 어떤 균열 같은 것에서요. 여자가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실수 같은 것에서요. 여자가 말한다: 의지 같은 것에서는 절대로 생겨나지 않지요. - P63

당신이 묻는다: 사랑하는 감정이 다른 것에서도 불시에 생겨날 수 있을까요? 당신은 말해달라고여자에게 애원한다. 여자가 말한다 : 모든 것에서요, 저 밤새의 비행에서, 어떤 잠에서, 잠 속의 어떤 꿈에서, 다가오는 죽음에서, 어떤 낱말에서, 어떤 죄악에서, 스스로, 저절로, 어떻게 생겨나는지 모른 채 - P63

당신은 여자를 알아보지 못하리라. 당신이 여자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반쯤 열려 있거나 감긴 눈아래 잠들어 있는 여자의 몸뿐이다. 몸들의 관통, 당신은 그것을 알아볼 수 없다. 당신은 절대로 알아볼 수 없다. 당신은 절대로 그럴 수 없을 것이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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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이 너무 많아서 옮기기가 힘들다 ㅜㅜ






















"우리가 여기 러시아에서 파괴했던 것들을 보면 이따금 무서운 생각이 들어, 러시아 놈들이 우리 국경을 넘어서면 어떤 짓을 할 것 같나? 생각안 해 봤어?" - P38

말이라는 건 의미도 없을뿐더러 위험하기도 하지. 소리도 없이 천천히 다가오는 낯선 것이야말로 훨씬 더 거대하고 막연하고 불길하지. 사람들은 근무와 먹을 것과 추위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들을 했지. 하지만 낯선 것 그리고 죽은 자에 대해서는 모두들 입을 다물었어 - P40

"공포에 질려 봐야만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게 된다는 건 이상한 일이야. 잘나갈 땐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는데 말이야. 안그래?" - P43

"요즘엔 뭐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어. 이전에는 모든 게 분명했는데 이제는 모든 게 뒤죽박죽이야. 푹 잠들었다가 나중에 깨어났으면 좋겠어. 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 빌어먹을 나는 이제야 눈이 뜨이는 것 같아. 자랑할 일은 전혀 아니지만." - P59

"군인 아저씨, 하나 가르쳐 줄까? 사람이란 자신에게 닥치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모르는 거야. 알게 된다면 이미 그때는 너무 늦었지. 알겠어? 일선 군인 양반!" - P113

모든 것은 어디에 있는가? 지구는 어디에 있는가? 지구는 오로지 무덤을 위해서 아직도 그대로 있는 것인가? 나는 무덤을 팠어, 많은 무덤을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왜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가? 나는 폐허들을 수없이 보아 왔어. 하지만 진짜 폐허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오늘에서야 진짜를 본거야. 바로 이 폐허를 이것은 다른 폐허들과는 달라 왜 나는 저 아래에 누워 있지 않은 걸까? 나는 저 아래 누워 있어야 마땅해. - P123

음식보다 더 긴요한 것은 희망이 아니던가? 희망은 그 어떤 알 길 없는 뿌리들로부터 솟아 오르지 않던가? - P143

아마도 모든 사람은 어떤 사람한테는 친절할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에게는 정반대겠지.
- P184

"모든 사람에게 진실해야 할까요?" 그녀가 물었다.
"그렇진 않겠지. 그런데 왜 그런 질문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마다 자기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다른 사람한테 그렇게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전쟁은 덜 일어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 P188

"우리가 왜 나이가 들어 버렸다고 느끼는지 이제 알 것 같아. 더러운 걸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야. 우리보다 나이가 많고 따라서 당연히 현명해야 할 사람들이 휘저어 놓은 똥물 말이야." - P192

"우린 그들과 달라. 우린 아무것도 속일 필요가 없어. 이미 너무 넘치거든. 내일저녁, 시내에서 가장 밝은 술집으로 가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저녁 내내 이 저주받은 현실을 잊어버리자고!" - P204

"알고 보면 모든 게 불가피한 예외지." 그래버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자신이 하는 건 무엇이든지 불가피하다고 하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건 그렇게 보지 않아. 우리가 도시를 폭격할 때는 전략상의 필요 때문이고, 적국이 그렇게 하면 비열한 범죄가 되는 거야." - P238

"그래. 어제는 오늘보다는 시간이 많았지. 그러나 내일이 오면 우리는 또 어제는 시간이 더 많았다고 생각할 테지." - P314

"나와 결혼하고 싶어요?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고 믿나요?"

"그런 걸 어떻게 알겠어? 그런 걸 알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럴 테죠. 그런데 왜 나와 결혼하려는 거죠?"

"어쨌든 네가 없는 삶은 이제 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야."

엘리자베스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물었다. "나와 있었던 일이 다른 여자와도 있을 수 있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요?"

그래버는 창문으로 내리는 비에 흔들거리는 잿빛 양탄자를 바라보았다. "아마 다른 사람과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겠지. 하지만 그런 일을 누가 미리 알겠어? 나하고 너 사이가 이미 이렇게 된 지금, 나와 다른 여자 사이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상상할 수는 없는 거야." 그가 말했다. - P320

"내가 다시 산다는 게 중요해. 나는 다시 살고 살아갈 거야. 그래서 걱정도 생기는 거야 제기랄, 하루 종일 걱정이라니. 이제 너를 보니 걱정이 사라져. 하지만 그렇다고 바뀐 건 아무것도 없어. 걱정이라는 게 이렇게 허망하다는 건 정말 기막힌 일이야." - P338

"과거가 과거는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어요. 우리에게 짐만 될 뿐이에요. 좋았던 것도 마찬가지예요. 우린 모든걸 새로 시작해야 해요. 과거는 이미 무너졌어요. 우린 돌아갈 수 없어요." - P395

"어제까지만 해도 절대로 헤어질 수 없다고 믿었던 것들과 헤어지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정말 놀라워요." - P400

"내일 당신과 작별할 생각을 하니 죽을 것처럼 슬퍼. 그러나 내가 슬퍼하지 않으려면 단 한 가지 방법 밖에 없어. 내가 당신을 결코 만난 적이 없었던 걸로 하는거지. 그렇게만 된다면 슬퍼하지 않고 그 대신 공허함을 안고 덤덤하게 떠나겠지. 그렇게만 된다면 슬픔은 더 이상 슬픔이 아닐 거야. 그것은 말하자면 어두운 행복이야. 행복의 다른 쪽 한 면" - P476

그는 주머니 속에서 엘리자베스의 편지를 느꼈다. 거기에는 따뜻함과 애틋함과 사랑의 달콤한 울렁거림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말끔히 정돈된 집을 밝히는 램프가 아니라 늘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도깨비불이었다. 그 뒤를 따라가려고 하면 할수록 늪은 점점 더 깊어지고 질퍽거렸다. - P518

그는 엘리자베스의 편지를 꺼내 읽었다. 일몰의 붉은 노을이 편지지를 물들였다. 이미 내용을 외워 버렸지만 다시 한 번 읽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고독해졌다. 휴가는 너무 짧았고 다른 것들은 너무 길었다. 그것은 휴가였다. 하지만 병사의 삶은 휴가가 아니라 전선에서 보낸 시간에 따라 평가되는 것이다. - P519

젊은 러시아인이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 밖으로 내디뎠다. 그래버는 등을 돌려 슈타인브레너가 누워 있는 곳으로 되돌아갔다. "살인자." 그는 그렇게 말했지만 누구를 향해 말하는 것인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슈타인브레너를 들여다보았지만 아무 느낌도 없었다. "살인자." 그가 다시 한 번 말했다. 그것은 슈타인브레너와 자기 자신 그리고 다른 수많은 사람들을 향한 절규였다. - P534

그래버는 총격을 느끼지 못했다. 갑자기 눈앞에 풀이 보였다. 밟혀서 반쯤 짓이겨진, 불그레한 꽃망울과 이파리가 달린 식물이 바로 눈앞에 보였다. 그 풀은 점점 더 커졌다. 이전에도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풀은 흔들거렸고, 수그러지는 그의 머리와 점점 더 가까워지는 지평선을 배경으로 소리도 없이 홀로 서 있었다. 물론 작디 작은 질서에서 오는 위안과 그 모든 평화도 함께했다. 풀이 점점 더 커져 마침내 하늘 전체를 가렸다. 그리고 그의 눈이 감겼다. - P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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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7-25 2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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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7-26 05:58   좋아요 1 | URL
밑줄 긋다가 지쳐서 리뷰를 못쓰고 있습니다 😅
 

러시아에서의 죽음은 아프리카에서의 죽음과는 다른 냄새를 풍겼다. - P7

잠시 후 시체를 덮고 있던 눈이 모조리 치워졌다. 축축한 군복 속에서 서류와 지갑이 나왔다. 글자가 지워져 희미했지만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래버가 말한 대로 작년 가을까지 이 중대의 소대장으로 있던 라이케 소위였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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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6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27 0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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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7-22 20: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먹고사니즘이란 역시 쉽지 않아
보입니다.

새파랑 2022-07-22 21:27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정말 쉽지 않은거 같아요 ㅋ

얄라알라 2022-07-23 03:04   좋아요 3 | URL
먹고사니즘.^^
레삭매냐님은 그냥 댓글만 다셨는데도 명언이 됩니다

요새처럼 물가가 확 오를 땐, ‘먹고사니즘‘의 그물에 안 걸리는 사람 많지 않을듯요^^;;;

얄라알라 2022-07-23 0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최근, 한 동안 일 쉬시다가 다시 일 하시는 분께서 비슷한 말씀 하셨는데 새파랑님의 일력에서 ‘가치‘의 중요성을 다시 보네요^^

새파랑 2022-07-23 07:11   좋아요 2 | URL
저도 요즘 일이 많아서 책도 잘 못읽고 있는데 이 글귀를 보고 많이 생각했습니다 ~!!

페크pek0501 2022-07-23 13: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유튜브인가 어디서 들은 얘기인데, 집에 돈을 찍어내는 기계가 있다고 해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래요. 으음... 아마 저는 돈 찍어내는 기계가 있어도 책을 읽고 글을 쓸 것 같으니 행복한 사람인가요? 살아가기 위한 빵과는 무관하니까요...
그런데 글일 안 써질 때 받는 스트레스는 어찌할꼬...ㅋ

얄라알라 2022-07-23 15:02   좋아요 4 | URL
온 오프라인 글을 발간하셔서 독자분들과 소통하셔야 하는 작가로서, pek님의 창작고통_스트레스는 또 어나더 레벨 일것 같아요.

돈찍어내는 기계가 있어도 책 읽고 글 쓰시겠다니^^ 멋지십니다

새파랑 2022-07-23 16:05   좋아요 3 | URL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그것도 나름 스트레스가 된다고 하더라구요. 잘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일까요? 🤔

미미 2022-07-23 14: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왜 새파랑님이 전작하시는지 알것같은 문장이네요🤔

새파랑 2022-07-23 16:09   좋아요 2 | URL
소세키 너무 좋습니다~!! 전작하면 얇고 깊게(?) 그 작가에 대해 알 수 있는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