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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좋다.

"그리고 당신은 그걸 걱정하는 거군요. 만일 권총이 등장한다면 그건 반드시 어딘가에서 발포되는 결과를 낳고 말거라고."

"체호프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래."

"그래서 가능하다면 내게 권총을 건네주고 싶지 않은 거고"

"위험하기도 하고 불법이기도 해. 게다가 체호프는 믿을 수 있는 작가야."

"하지만 이건 이야기가 아니에요. 현실세계의 일이지."

다마루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하고 아오마메의 얼굴을 지그시 응시했다. 그러고는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그걸 누가 알지?" - P32

인간에게 죽을 때라는 건 아주 중요한 거야. 어떻게 태어날지는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떻게 죽을지는 선택할 수 있어. - P76

"돈은 필요 없어. 이 세상은 돈보다 오히려 서로 빚을 주고받는 걸로 돌아가거든. 나는 빚지는 건 싫으니까 가능한 한 빚 받을 데를 많이 만들어두지." - P78

이건 진짜 현실일까. 자신에게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현실이 아니라면, 다른 어디에서 현실을 찾아야 할지 그녀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우선은 이것을 유일한 현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어떻게든 이 현실을 살아낼 뿐이다. - P83

그뒤 오랫동안 덴고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행동의 결여를 후회했다. 그 소녀에게 했어야 할 말들을 이제는 얼마든지 마음속에 떠올릴 수 있었다. 그녀에게 말하고 싶은 것,$말해야 할 것들이 덴고 안에는 분명하게 있었던 것이다. 또한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녀를 어딘가로 불러내 이야기를 한다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적당한 기회를 만들고 그저 약간의 용기를 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덴고는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기회는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 P91

어째서 그 열 살짜리 말라깽이 소녀가 이토록 오래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것일까, 덴고는 생각했다. 그녀는 방과후에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그사이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것뿐이다. 하지만 아오마메는 그때 그의 일부를 가져가버린 모양이다. 마음이나 몸의 일부를 그리고 그 대신 그녀의 마음 혹은 몸의 일부를 덴고 안에 남기고 갔다. 아주 짧은 시간에 그런 중요한 주고받음이 이루어졌다. - P96

나라는 존재의 중심에 있는 것은 사랑이다. 나는 변함없이 덴고라는 열 살 소년을 그리워한다. 그의 강함과 총명함과 다정함을 그리워한다. 그는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육체는 멸하지 않고, 서로 나누지 않은 약속은 깨지는 일이 없다. - P116

일정 나이를 넘으면 인생이란 무언가를 잃어가는 과정의 연속에 지나지 않아요. 당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이 빗살 빠지듯이 하나하나 당신 손에서 새어나갑니다. 그리고 그 대신 손에 들어오는 건 하잘것없는 모조품뿐이지요. 육체적인 능력, 희망이며 꿈이며 이상, 확신이며 의미,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 그런 것이 하나 또 하나, 한 사람 또 한 사람, 당신에게서 떠나갑니다. 이별을 고하고 떠나기도 하고, 때로는 어느 날 예고 없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번 그렇게 잃어버리면 당신은 다시는 그것들을 되찾을 수 없어요. 대신해줄 것을 찾아내기도 여의치 않습니다. - P140

"나는 누군가를 싫어하고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살아가는 데 지쳤어요.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데도 지쳤습니다. 내게는 친구가 없어요. 단 한 사람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해요. 왜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가. 그건타인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 P184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는 없어요 - P185

"설명을 안 해주면 그걸 모른다는 건, 말하자면 아무리 설명해줘도 모른다는 거야." - P188

"어둠 속에서는 오히려 더 잘 보이지." 남자는 아오마메의 마음속을 읽은 듯이 말했다. "하지만 어둠에 있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빛이 있는 지상 세계로 돌아가기 어려워 어느 선에서 끝을 맺어야해." - P195

"마음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일 따위,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아."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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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좋다 좋아. 이번주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가끔으로는 부족할 거예요. 노부인은 엎드린 자세 그대로 말했다. "그런 건 젊은 시절에 열심히 즐겨둬야 해요. 마음 가는 데까지. 나이 들어 그런 일을 할 수 없게 된 다음에는 예전 기억으로 몸을 따스하게 덥혀야 하니까요." - P12

넉넉히 한 시간여를 들여 아오마메는 노부인의 몸을 철저히 풀어주고 근육을 자극하고 당겨주고 관절을 이완시켰다. 그것은 상당한 아픔이 따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픔이 없는 곳에 해결은 없다 - P17

"좋아하는 사람은 있습니다." 아오마메는 말했다.

"다행이네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사람은 저를 좋아하지 않아요."

"조금 이상한 질문인지 모르겠으나, 어째서 그 사람은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 걸까요? 객관적으로 봐도 당신은 대단히 매력적인 젊은 여성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사람은 내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니까요."

"당신은 당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에게 알리고픈 마음이 없는건가요?"

"현재로서는 없어요‘ 아오마메는 말했다.

"무슨 사정이 있나요? 당신이 먼저 접근할 수 없는."

"사정도 조금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은 제 자신의 마음의 문제예요" - P18

수학의 세계를 방문하는 동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모든 것이 생각대로 진행된다. 앞길을 가로막는 것은 없다. 하지만 그곳을 떠나 현실세계로 돌아오면(돌아오지 않을 수는 없다), 그가 있는 곳은 이전과 다름없는 비참한 감옥이었다. 상황은 무엇 하나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족쇄가 더욱 무거워진 느낌마저 든다. 그렇다면 수학이 대체 무슨 도움이 되는가. 그건 그저 일시적인 도피수단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오히려 현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만 하는 게 아닐까. - P49

사람이 자유로워진다는 건 어떤 것일까. 그녀는 곧잘 자문했다. 하나의 감옥에서 멋지게 빠져나온다 해도, 그곳 역시 또다른 좀더 큰감옥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 P61

"좋아한 사람은 딱 한 사람 있어." 아오마메는 말했다. "열 살 때, 어떤 남자애를 좋아해서 손을 잡았어."

"열 살 때 남자애를 좋아했다. 그냥 그것뿐이야?"

"그것뿐이야." - P72

"내가 바라는 건 어느 날 어딘가에서 우연히 만나는 거야. 이를테면 길에서 마주친다든가, 같은 버스에 탄다든가." - P72

"아무리 얼굴이 변했어도 한번 보면 나는 알아. 못 알아볼 리가 없어." - P73

"어쩌면 그 사람을 영원히 못 만날지도 모르잖아. 물론 우연히 재회할 수도 있지. 나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진심으로 그랬으면 좋겠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끝까지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더크잖아? 게다가 만일 만났다 해도 그 사람은 이미 결혼했을 수도 있고, 아이가 둘쯤 딸려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잖아? 만일 그렇게 되면 아오마메 씨는 그뒤의 인생을 내내 외톨이로 살아가야 해. 이 세상에서 단 한사람, 자기가 좋아한 사람과 맺어지지도 못한 채, 그런 생각을 하면 두렵지 않아? - P74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인생에는 구원이 있어. 그 사람과 함께하지 못한다 해도." - P74

하늘에는 달이 두 개 떠 있었다. 작은 달과 큰 달. 그것이 나란히 하늘에 떠 있다. 큰 쪽이 평소에 늘 보던 달이다. 보름달에 가깝고 노랗다. 하지만 그 곁에 또 하나, 다른 달이 있다. 눈에 익지 않은 모양의 달이다. 약간 일그러졌고 색깔도 엷은 이끼가 낀 것처럼 초록빛을 띠고 있다. 그것이 그녀의 시선이 포착한 것이었다. - P83

달은 누구보다 오래도록 지구의 모습을 근거리에서 보아왔다. 아마도 이 지상에서 일어난 현상이며 행위 모두를 목격했을 것이다. 하지만 달은 침묵한 채 말을 하지 않는다. 한없이 차갑게 적확하게, 무거운 과거를 품어안고 있을 뿐이다. 그곳에는 공기도 없고 바람도 없다. 진공은 기억을 아무 상처 없이 보존하기에 적합하다. 어느 누구도 그런 달의 마음을 풀어낼 수 없다. 아오마메는 달을 향해 잔을 치켜들었다. - P111

"어떤 경우에는 시간이라는 것이 대단히 소중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야." 노부인은 말했다. "그저 그것을 헤아려보는 것만으로도 아주큰 뜻을 갖게 된단다." - P132

읽어줄 책을 고르는 데 시간이 걸렸다. 소리 내어 읽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어떤 책이 낭독하기에 적합한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한참을 망설인 끝에 바로 지난주에 읽은 안톤 체호프의 사할린섬을 꺼냈다. 마침 흥미로운 페이지들에 포스트잇을 붙여두어서 적당한 부분만 골라 읽을 수 있다. - P193

‘소설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일 뿐이다‘라고 대단한 명언이다. 체호프는 작품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인생에도 똑같은 태도로 임했다. - P205

"티베트의 번뇌의 수레바퀴와 같아. 수레바퀴가 회전하면 바퀴 테두리 쪽에 있는 가치나 감정은 오르락내리락해. 빛나기도 하고 어둠에 잠기기도 하고 하지만 참된 사랑은 바퀴 축에 붙어서 항상 그 자리 그대로야."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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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8-20 2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책의판형이 작은 것 같은데, 이후에 나온 반양장 인가봅니다.
가격도 괜찮다... 고 하려다 상하권으로 나누는 것을 생각하니까 조금 다르네요.
이 책 처음 출간되었을 때 생각하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그 사이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새파랑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2-08-21 06:27   좋아요 2 | URL
이건 문고본 입니다. 서점가면 문앞 근처에 있는 작은 사이즈 책? ㅋ

원래는 3권짜리 인데, 문고판은 6권짜리 이고, 이거 말고 합본으로 1권짜리 벽돌책도 있습니다 ㅋ

문고판은 작아서 가지고 다니기는 좋은데 자간이랑 줄간격이 아주 좁습니다 ㅋ

모나리자 2022-08-22 16: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원서로 갖고 있는데 꽤 두껍더군요. 맞아요 3권이나 되어서 언제 잡을지 모르겠어요.ㅎ
새 한주도 화이팅 하세요. 새파랑님.^^

새파랑 2022-08-26 18:21   좋아요 2 | URL
역시 모나리자님은 원서군요 ^^ 이번주 책을 아예 못읽었는데 오늘은 1q84를 조금 읽어야 할거 같아요~!!

scott 2022-08-28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일큐 팔사 사랑이
일본 땅 하루키 옹에게 전해질 것 같습니다 ㅎㅎㅎ


새파랑 2022-08-28 10:1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하루키옹이 싸인본 1Q84 한권 주셨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