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좋다 좋다
















"하지만 이제야 겨우 알겠어. 그녀는 개념도 아니고 상징도 아니고 비유도 아니야. 따스한 육체와 살아 움직이는 영혼을 가진 현실의 존재야. 그리고 그 온기와 움직임은 내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이었어. 그런 너무나 당연한 일을 이해하는 데 이십 년이 걸렸어. 나는 뭘 생각하는 데 항상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어. 어쩌면 이미 때늦은 일인지도 모르지. 하지만 어떻게든 그녀를 찾고 싶어. 설혹 때늦은 일이라 해도." - P96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런 것이 필요해. 말로는 잘 설명이 안되지만, 의미를 가진 그런 풍경, 우리는 그 뭔가에 제대로 설명을 달기 위해 살아가는 그런 면이 있어. 난 그렇게 생각해. - P111

그때 아오마메가 달에게 무엇을 바쳤는지는 물론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달이 그녀에게 부여했던 것은 덴고도 대략 상상이 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순수한 고독과 고요함이었으리라. 그것은 달이 사람에게 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니까. - P132

그리고 덴고는 그 달에서 조금 떨어진 하늘 한귀퉁이에 또 하나의 달이 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 그는 그것을 착시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광선이 만들어낸 어떤 일루전일 거라고. 하지만 몇 번을 봐도 그곳에는 뚜렷한 윤곽을 가진 두번째 달이 있었다. 그는 잠시 말을 잃고 입을 벌린 채 그저 멍하니 그쪽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의식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윤곽과 실체가 제대로 하나가 되지 않았다. 마치 관념과 언어가 결속하지 않을 때처럼.

또 하나의 달? - P135

그녀는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을 일이 흘러가는 대로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중간에 멈춰 서서 "지금 대체 무슨 일이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건 무슨 뜻일까" 하고 고찰하는 일은 없다. 그녀는 천천히, 하지만 적당한 보폭으로 계속 나아간다. 독자는 그 시선을 빌려, 소녀의 걸음에 맞춰 따라가게 된다. 매우 자연스럽게. 그리고 문득 깨닫고 보면 그들은 딴 세계에 들어와 있다. 이곳이 아닌 세계. 리틀 피플이 공기 번데기를 만들고 있는 세계다. - P137

"너는 두 개로 나뉘지 않아. 너는 처음부터 끝까지 원래 그대로의 너야. 걱정할 거 없어. 도터는 어디까지나 마더의 마음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아. 그게 형태를 이룬 것이야." - P153

"덴고, 이렇게 생각해봐. 독자는 달이 하나 떠있는 하늘은 지금까지 수없이 봤어. 그렇지? 하지만 하늘에 달이 두개가 나란히 떠 있는 장면을 목격한 적은 없을 거라고. 대부분의 독자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것을 소설에 끌어들일 때는 되도록 상세하고도 적확한 묘사가 필요해." - P167

두 개의 달의 모습은 덴고에게 현기증과도 같은 어지러움을 몰고왔다. 신경의 균형이 손상된 것 같다. 그는 미끄럼틀 위에 앉아 난간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그것을 지그시 견뎠다. 주위의 인력이 미묘하게 변화하는 듯한 감촉이 있었다. 어디선가 바닷물이 차오르고 어디선가는 바닷물이 빠지고 있다. 인간은 insane과 lunatic 사이를 무표정하게 오락가락하고 있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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