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집착은 비극을 낳는다.




대부분의 여자처럼 그녀도 남편이 자기보다 먼저 쾌락을 원하면 역겨운 음성으로 "당신이라는 사람은 그것밖에 생각하지 않는군요."라고 말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순진한 목소리로 "당신은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 거죠?" 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정사 얘기라면 케케묵은 얘기들이나 늘어놓을 만큼 말수가 적은 로랑스는, 사랑 얘기에 관해서라면 거침이 없었다. 물론 창녀들이 사랑에 관해 늘어놓는 것보다야 사교계 여성인 로랑스로서는 얘기하기에 유리한 점이 있을 터였다. - P12

로랑스는 그녀가 내게 베푸는 호의를 열거하는 것을 참지 못했다. 정확히는 내가 그것을 입에 올리는 것을 참지 못했다. 그 나열을 듣다 보면 그녀가 베푼 호의, 내가 그녀 덕분에 면한 가난 등등이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주된 이유가 된 것 같아 불안감을 느끼는 가운데 마조히즘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 P17

그녀가 너한테 원하던 게 뭐냐고? 그리고 지금 원하는 건 뭐냐고?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없다고. 아니, 있어. 너라는 사람의 모든 것을 원하고 있어. 그녀는 네가 그냥 그 집에 가만히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 넌 아직도 눈치채지 못했단 말이야? 그녀가 원하는 건 바로 너야. 그것뿐이야! 그래서 그 흡혈귀 같은 여자가 황당무계한 생각을 하는 거지. - P28

왜냐하면 표면상으로는 항상 내가 죄인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장인의 눈에 비친 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었다. 그런가 하면 내 눈에도 역시 그런 인간이었으니까. 장인은 내가 무명 음악가로 남겠다고 체념한 것과 출세를 해보겠다든가 생활비를 벌어보겠다는 생각을 포기해버린 것을 내가 가진 예술가적 기질 탓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 P70

자, 우리 이야기를 요약해 봅시다. 첫째는 나에게 이백만 달러가 생긴다는 것이고, 둘째는 사람들이 보기에 지나치게 까다로운 로랑스는 그 돈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셋째는 그녀가 그 돈을 받지 않는 대신에 당신의 다음 영화, 즉 아리스토파네스의 <말벌들>을 찍는 데 투자하기로 승낙한다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그런가요? - P78

로랑스는 어린 시절 내내 그러한 혼란스러운 삶을 보고 자라왔기 때문에 부정한 남편의 교만과 야비함을 피하며 살아야겠다고 작정했을지도 모른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그녀가 가난뱅이인 나와 결혼했던 것이다. 그녀는 내가 연약한 남자여서 자기를 속이는 짓을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항상 그녀가 소유자이고 나는 그 소유물이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었고 오로지 소유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내가 창피하게 여기는 이러한 실패에 대해 말하면, 그녀는 오직 그 실패가 자기를 만족시켜 주기 때문에 그 실패를 가지고 내 마음을 달래려 했다. - P157

당신 어디로 갈 거죠? 당신이 뭘 할 줄 알아요? 아무것도, 당신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리고 당신이 돈을 좀 벌게 된 순간에 내 곁을 떠난다는 것은 비겁한 짓이에요. 모든 사람이 당신을 비열한 인간이라고 할 거예요. 당신도 알아요? 당신은 아무데도 갈 곳이 없어요. 아무도 당신을 도와주지 않을걸요. 도대체 뭐가 되려고 이러죠? - P295

아, 뱅상. 이처럼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당신은 그런 사랑을 안 해서 정말 다행이라는 것만 알아두세요. 당신은 그것이 어떤 것인지 모를 거예요. - P296

당신이 떠나는 건 있을 수 없어요. 뱅상, 당신은 그걸 이해해야만 해요. 있을 수 없다고요. 난 죽고 말 테니까. 당신을 남아 있게 하려고 내가 얼마나 힘들게 싸워왔는데요. 난 안 한 짓이 없어요. 내가 지나치게 했다는 것도 잘 알아요. 하지만 내게 창살이 있었다면 당신 주위에 창살을 쳤을 것이고, 내게 족쇄가 있었다면 당신 발에 족쇄를 채웠을 거예요. 이런 식으로 고통받는 것을 멈추기 위해서라면, 단 하루도, 단 하룻밤이라도 당신이 내 곁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지 안심하기 위해서라면 당신을 가두기라도 했을 거예요.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을 거예요. - P297

당신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아.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고,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를 좋아하는 것이야. 그런데 당신은 나를 당신 옆에 붙들어 두고만 싶다고 당신 입으로 말했어. 당신은 내가 당신 옆에 있을적에 내가 행복한지에 대해선 깡그리 무시하지. - P298

당신 그거 어제도 알고 있었죠? 그렇죠? 당신 눈앞에 돈이 있다는 것, 당신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떠날 용기가 생겼던 거죠? 당신에게 더 이상 내가 필요 없으니까 떠나려 했던 거죠. 그렇죠? 그렇지만 당신이 우리 공동 계좌로 된 수표를 보았을 때, 당신 마음이 좀 망설였던 거죠. "참 유감이군!"이라고 생각되었던 거겠죠. 난 당신을 그처럼 용감하게 만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지만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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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14 23: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주 새파랑님
리뷰 쓰기 고삐 단단히!
(๑>ᴗ<๑)

새파랑 2022-09-15 07:50   좋아요 1 | URL
아 이책 리뷰 써야되는데 어제 못썼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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