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홍의 황금시대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추이칭 지음, 정영선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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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적인 여성 작가, 31세에 아스러이 져가면서도 천재적인 재능으로 100여편의 작품을 남긴 작가 샤오홍의 이야기.

사실 중국작가다보니 루쉰 등을 제외하고는 책 속 등장인물들이 다 처음 듣는 이름들이었다. 

이 책은 소설은 아니고 샤오홍의 평전 같은? 그런 이야기이다. 유명한 작가의 실화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난 그녀.

성격은 여리여리했으나 자유분방하게 자신의 주관대로 살고 싶었던 그녀. 현대에 태어났더라면 이렇게 비극적으로 엇나가기까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그녀의 어린시절에 할아버지의 깊은 사랑이 있었기에 그녀는 행복한 시절이 있었노라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소설을 좋아하기에 잘 알지도 못하는 중국 여성 작가의 일대기를 들여다본다는게 사실 그리 재미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흥미를 얻었다.

탕웨이 주연의 영화로도 올해 개봉되었다는데, 영화의 특성상 책보다 쉽게 몰입은 되었겠지만 이번 작품은 영화보다는 책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행길에 오며가며 읽다가 아침에 다 못 읽은 책을 마저 읽어내려간책.

 

우리나라의 허난설헌. 글쓰는 재주가 빼어난 그녀였으나 실제 남편에게서는 여인으로써의 깊이있는 사랑을 얻지도 못했고 천재적인 그녀의 능력을 발휘하기에는 시대가 뒷받침을 제대로 해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보다 한참 후인 근대의 이야기라고는 하나, 중국의 시대상도 우리나라의 조선시대에 비해 그리 크게 나을바는 없었나보다.

남존여비가 여전히 존재했고, 어린 나이에도 여성들은 부모가 점지해준 짝과 정략결혼을 해야했다.

신식 교육을 받긴 하였으나 샤오홍 역시 부모가 정해준 짝과 결혼을 해야할 상황이었다.

상대가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부모의 강요로 잘 모르는 사람과 결혼하는게 싫었던 샤오홍은 유부남 동기와 사랑의 도피를 하는가 하면, 아버지와 의절을 하면서까지 가출해서 유복한 삶을 스스로 끊어버렸다. 나름 지주집안의 딸이었으나 도시에서 가난하게 삶을 살게 된 그녀의 삶이 파란만장할 수 밖에 없었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몇번이고 도망을 쳤던 바로 그 남자, 약혼자를 우연히 만나 그와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너무 가난해 우연히 스친 그의 도움을 거절할 수 없었고 그렇게 결혼할뻔했으나 결혼하지 못한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하고 아기를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해피엔딩이 되었을법도 한데.. 가난해서 출산하기 힘든 아내의 출산비용을 마련하겠노라 시골에 내려간 약혼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인지.. 음, 사실이 어찌 되었는지는 몰라도 책에 쓰여진 내용을 보면, 사실 샤오홍은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긴 그런 여인이었다기보다는 그녀의 감정에 보다 솔직했고, 어느 것 하나 함부로 하지 않은 사랑 하나하나가 다 이유가 있고 인연이 있을 법한 그런 인연들이었다. 몇번을 파토낸 결혼, 하지만 이어지고 싶었던 그 인연은 동거 후 임신한 그녀를 남편이 버리고 간 결과만 남았지만.

책에서는 그가 그래도 따뜻한 사람이었음을. 그녀에게는 정말 힘들때 힘이되어줬던 사람이었음을. 하지만 돌아오지못한 사정은 실려있지않았다.

 

그리고, 여관에 홀로 남겨진 만삭의 임산부는 실로 위태로운 처지가 된다.

진흙탕에 던져졌을지언정 천부적인 재능은 숨길 수 없었던 그녀는 신문사에 자신의 힘든 처지를 편지로 알리게 되고, 다들 딱하다 생각은 하나 외면하고 말 처지에 샤오쥔이라는 한 호방한 직원이 그녀의 편지를 접하고 여관으로 그녀의 실상을 물색하러 오기에 이른다. 다른 사람의 아기를 임신하고, 창고같은 썩은내 진동하는 방 아닌 방에 위태롭게 있던 그녀. 가난하지만 그녀에게서는 다른 여인과 다른 그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가 그린 그림, 그리고 쓴 시 구절을 보고, 그는 그대로 그녀에게 반하고 말았다.

 

가난한 문인이었던 샤오쥔 역시 샤오홍과 행복한 삶만을 꿈꿀수는 없었다.

달콤했던 신혼의 시절도 잠시.

워낙 살림이 궁핍하다보니 직장에서 쫓겨나고나자 가정교사를 해야했고, 사랑도 현실앞에선 힘들수밖에 없음이 밝혀지지만

워낙 자존감이 강한 그녀는 그래도 살림이 유복하고 정신적으로는 속박된 생활보다 자신 스스로가 선택한 생활이 더 행복하다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녀를 본격적으로 문단에 데뷔시킨것도 샤오쥔이었다. 친구들은 그 둘의 사랑을 정말 최고의 로맨스라 생각하고 자유연애의 선봉이라 생각하지만, 그랬던 그들의 사랑은 사실 오래 가질 못한다. 그녀 외에도 다른 여인들까지 두루 사랑하는 샤오쥔, 그리고 자신보다 늦게 시작했기에 스스로 자꾸 내 아래라고 생각한 자신의 여자가 실제 자신보다 더 크게 성장해나가니 그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었던 샤오쥔.

가장 믿고 지지해줘야할 자신의 짝이 자신을 가장 폄하한다는 것은 실로 너무나 암울한 일이었을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오래 애를 쓴다.

 

현대시대를 살아가면서도 다소 보수적인 면이 있는 나로써는 사실 여러 남자를 사랑한 그녀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을 터인데..

이 책에서는 그녀의 그런 연애들이.. 그냥 연애를 위한 연애가 아닌, 운명처럼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상황들까지 뒷받침해서 설명해주고 있기에

그녀에 대해 폄하하는 기분보다는 공감하게 만드는 그런 대목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대가에 대한 호감이 이 글을 쓴 작가에게 있어서일까

그녀에 대한 애잔한 기분 같은 것을 많이 배려해서 썼다는 느낌.

 

그래서 샤오쥔에 대한.. 나중에는 바람까지 피우고 그녀에게 손찌검까지 하면서도 버젓이 그녀의 남편 행세를 유지하려고 한 샤오쥔에 대한 이 글을 쓴 작가의 비호감에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같은 여자로써 나조차도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사람들은 좀 덜 비중있게 생각했을지언정, 그녀보다 한살 연하에 총각이었던 두안무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제대로 청혼을 하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가슴이 벅차오게 하는 대목이었다. 그녀의 남은 생애를 옆에서 보필해주진 못했지만 그 나름으로는 그녀에게 가장 최선을 다하는 깊이있는 사랑을 했을지언데..

그녀와 샤오쥔의 원래 친구들은 두안무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녀가 열열이 그의 사랑에 감복했을지라도 말이다. 책임감있는 남자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두안무.

 

그리고 그녀가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할아버지가 보여주고 그녀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듯이..

그녀는 자라서 만난 남자들에게서 그런 안정된 사랑을 받길 원했는데 육체적인 사랑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할아버지에게 받은 사랑 같은 사랑을 준 사람은 대작가 루쉰이 아니었나 싶다. 그녀가 철없는 딸처럼 그에게 응석을 부리듯 자주 방문하게 한것도, 그리고 자신의 옷차림에도 관심없던 루쉰이 그녀에게만큼은 어울리고 안어울리고를 지적해줄정도로, 그녀의 책에 그가 직접 추천사를 적어주고 자비 출판을 해줄정도로 그녀는 아끼는 제자이자 딸같은 존재가 되었을테고, 그녀에게는 그녀가 찾아헤메던 할아버지와같은 그런 사랑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가하면 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44일간, 그녀의 남편이 병원비 생활비를 버느라 그녀의 마지막을 지켜주지 못할 적에 전쟁통의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그녀의 곁을 지켜준 소중한 이가 또 있었다. 뤄빈지. 동생이 추천해준, 누나에게 키워달라 신경써달라 부탁했던 햇병아리 작가였던 그 청년은 나중에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마지막 44일간을 지켜준 소중한 인연이 되어준다.

 

남자 작가였다면 그의 사랑에 대해 세상이 좀더 온화한 느낌으로 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오홍은 여성이었고, 그가 살았던 시대가 여성이 남성에 비해 마음껏 기를 펼 수 없던 시기였기에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남자에게서조차 제대로 된 인정을 받을수도 없었다. 그녀가 만난 사랑들이 스쳐지나가는 인연이 아닌, 그녀에게는 다 당위성이 있는 사랑들이었을텐데, 세상이 보는 시선은 그리 달가운 시선만은 아니었다.

31세라는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의 모든 풍파를 다 겪은듯, 동갑의 다른 여인들에 비해 좀더 힘들었던 삶을 살았던, 하지만 자신이 만나 사랑했던 이들과의 행복했던 그 시간들을 되돌려본다면 그렇게 힘들기만 한 시간들은 아니었을 것 같은 그녀의 이야기.

 

시간 순서는 좀 섞여있을 지언정,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인 그런 일대기였기에 재미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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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들어주는 음식점 와이즈만 스토리텔링 수학동화 시리즈
서지원 지음, 원혜진 그림,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감수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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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그림부터 눈길을 사로잡은 책, 소원 들어주는 음식점입니다.

소녀는 벌벌 떨고 있고 그 앞에는 머리가 아홉개 달린 이상한 괴물이 있네요. 환타지 같은 이야기들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공포 소설도 좋아하는터라 평범한 창작이 아닌 이런 이야기가 있으면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다름없이 여전히 손길이 가곤 한답니다. 이 책도 택배로 받자마자 바로 재미나게 읽었는데 서평 쓰기를 자꾸 게을리해서 이제야 기록을 남기고 있네요. 

이 책은 초등 2학년 이상 대상으로 쓰여진 수학동화책이예요.

와이즈만에서 과학동화,수학동화, 환경 동화 등 각종 지식이 들어간 재미난 동화책 시리즈가 나오는데 이 책은 그중 수학동화랍니다.

3학년 1학기 과정의 분수와 소스 4학기 과정의 분수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 너머의 커다란 줄거리에 치중을 해서 소개해드릴까해요~

재미난 이야기를 읽어가다보면 덤으로 분수의 의미에 대해서도 자연히 깨닫게 될테니까요.

 

바리데기 이야기 알고 계신가요?

죽은 자들을 불러내는 무당의 굿 이야기에 바로 바리데기 공주 설화가 들어간다고 하죠.

바리데기 설화에 대해서 어릴 적에 못 읽어보고 청소년이 되었을 적에 한국 문학 등을 읽다가 그 안에 담긴 바리데기를 액자 구성으로 간접적으로 전해들었어요.

일곱번째 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고 버려졌던 딸 바리데기, 다행히 마음씨 좋은 부부가 아기를 거둬 훌륭하게 키워냈어요.

바리데기의 부모가 죽을 병에 걸리자 점쟁이는 저승에 있는 생명수를 구해마시면 살수 있다고 전해주었지만 위로 여섯 언니들은 어느 누구도 험한 고생길에 나서려 하지 않았어요. 버려진 막내딸 바리데기만 빼놓고요. 바리데기는 저승으로 가던 길에 한 남자를 만나 7년동안 밥과 빨래를 해주고 아이 일곱을 낳은 후에 약수와 개안초, 뼈살이꽃, 살살이꽃, 피살이꽃을 구해 죽어버린 부모를 다 살려낸다는 이야기랍니다. 그제서야 바리데기를 공주로 받아들인 오구대왕

바리데기는 나중에 죽은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수호신이 된다네요.

 

이 책에서는 그 바리데기 공주가 할머니가 되어 저승가는 길목에서 죽은 영혼의 아픔과 슬픔을 치유하는 음식을 제공해주는 저승으로 가는 마지막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표지에 나오는 소녀의 이야기가 담겨있구요.

 

바리데기 음식점에 대한 소개와 함께 첫번째 손님인 소녀의 이야기, 그리고 동물들을 많이 죽이고도 후회가 없었던 사냥꾼의 참회 이야기, 각자가 잘났다고 하다가 제대로 된 화음을 내지 못했던 밴드의 이야기, 그리고 욕심만 한가득이던 뚱보왕의 이야기, 끝의 이야기는 저승개와 저승사자가 등장하는 소녀의 또다른 이야기로 이루어진답니다.

바리데기 음식점은 이승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양념삼아 요리를 만드는 곳이예요. 어쩐지 일본의 유명한 만화이면서 드라마로 제작된 카모메 식당, 심야 식당 같은 느낌도 들지요. 사람을 음식으로 치유하는 식당. 약이 아닌 따뜻한 음식 한그릇이 비로소 그동안 잘못 알아왔던 죄를 뉘우치게 하고,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게 한다는 그런 이야기예요.

 

수많은 영혼들을 만났던 할머니

그런 할머니앞에 어느날 한 소녀가 나타납니다.

비오는 날 엄마를 기다리려고 밖에 나왔는데..엄마의 모습도 그 무엇도 생각이 안난다며 무섭다고 우는 소녀.

아이 엄마가 되고 나니 어린 아이의 슬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지고 그러더라구요.

할머니가 만들어준 국밥을 먹고 엄마의 모습이 생각난 소녀. 엄마가 해주던 맛있던 떡도 할머니가 만들어주셨어요.

할머니는 소녀에게 똑같은 양으로 나누는 것을 알려주었고 소녀는 할머니에게 금새 배운대로 척척 따라했답니다.

하지만 이제 할머니를 떠나 저승으로 가야한다는 말에 소녀는 울음을 다시 터뜨릴수밖에 없었어요.

 

소녀는 할머니를 도와 죽은 영혼들을 수발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할머니도 그런 소녀가 안쓰러워 어찌할 줄을 몰랐지요.

사실 저승에서는 정해진 길을 거스르는게 쉽지 않을거예요.

죽은 아내를 되살리려고 저승에 갔던 사람도 결국은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는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거의 다 구해낸 아내를 도로 잃어버리기도 하는 서양의 신화도 있잖아요.

할머니는 많은 고민이 되었지만 결국 소녀를 엄마 곁으로 돌려보내주기로 결심했답니다.

그래서 표지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저승개와 저승사자도 만나게 되는 거였구요.

아이들 동화치고는 나름 긴장감있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재미난동화였어요. 분수를 배우면서 재미난 이야기도 더해 읽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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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가방 속으로 악어들이 사라졌어 와이즈만 환경과학 그림책 4
유다정 글, 민경미 그림,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감수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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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읽은 웹툰 단행본에 동물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동물 털이 들어간 옷이나 제품등은 구입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모피 코프나 악어 명품 백 등을 들고 다니지 않으니 나는 큰 잘못(?)을 하지 않고 있다 생각했는데 동물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토끼털, 라쿤(너구리)잠바 등도 아예 구입하지 않는다 하니 내 소견이 좁은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조에 비해 진짜 토끼털이 더 부드럽다고는 알고 있었는데 토끼가 죽고 나서도 아닌 살아있는 상태의 동물 가죽을 벗기는게 더 부드럽다고들 그렇게 만행을 자행해서 만들어진 제품이라 나와있으니 그런 옷을 입는게 얼마나 동물들에게 미안한 행동을 하는 것인지를 알게 해주는 동화였다.

 

와이즈만 환경동화그림책.

초등학생들이 읽을 거리긴 하지만 어른들이 같이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악어가죽, 뱀가죽 등등 말로는 잘 하지만 실제 그게 살아있는 동물의 가죽을 벗긴 거라고 생각하면 어찌나 끔찍한지.. 게다가 그렇게 희생된 동물들의 숫자도 어마어마한 정도였다. 멸종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 거짓말이 아니었다.

 

백두산 호랑이는 일제 시대에 워낙 많이 잡아들여 이미 멸종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는 500마리 정도의 호랑이가 아직 살아있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었다. 가보지 못하는 북한 너머의 땅인지라 자세히 알긴 힘들겠지만 말이다. 에스키모 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냥하고 몸에 둘렀던 그런 가죽이 아닌, 사람들의 호사를 위해 바닥에 깔기 위한 동물가죽 양탄자, 그리고 동물 수십마리가 들어가야 완성되는 값비싼 모피 코트 등은 정말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할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도덕에 대해 꼼꼼히 교육 받고, 자라나는 아이들 (물론 그렇지 않은 아이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의 경우에는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 등을 보고 바로바로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내 동생만 해도 절전해라, 꼭 문단속 해라 등등 어른들이 잊고 넘어가는 일들까지 일일이 챙기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이 이런 동화책을 본다면 당장 부모에게 이런거 사면 안된다. 동물들을 보호해줘야한다 하고 잔소리(?)아닌 잔소리가 이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어른들이 살아있는 동물의 존재와 가치를 망각하고 그저 '물건'으로만 대하고 있을때 그들을 자각시켜주는건, 그리고 그 물건 너머의 동물들의 비명을 듣게 만드는건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으로의 회귀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런 잔소리라면 백번 들어도 지치지 않을 잔소리고 존중해주고 따라줘야할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바타표범 코트 한벌에는 바다표범 열마리가 희생되고, 너구리 코트 한벌에는 너구리 스물 일곱마리, 토끼 코트 한벌에는 토끼 서른 네마리, 밍크 코트 한벌에는 밍크 쉰 다섯마리, 여우 코트 한벌에는 여우 스무마리가 희생된다고 한다.

생각만해도 너무나 끔찍한 숫자들이 아닐지. 매일 입는 것도 아니고 (매일입는다 해도 문제지만) 일년에 몇번 입을까 말까 한 사치품 옷을 만들기 위해 희생된 동물들의 숫자가 이렇다는 것만 우리가 기억해 둔다면 이런 제품들의 구매를 높여서 제품 생산을 가중시키게 해서는 안될 일일 것이다. 사는 사람이 없다면 만들어 파는 사람도 없어질 것이기에.

 

아이들의 동화책 속의 동물들이 책에서만 사는 멸종되어버린 동물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맛없는 상어 지느러미를 먹기 위해 살아있는 상어 지느러미를 잘라, 상어를 죽게 해서도 안될 일이고, 악어와 거북 등을 멸종시켜서도 안될 일일 것이다.

인간의 탐욕을 줄이고, 동물과 자연 환경과 공존 공생해가는 방법을 배워가야할것이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이 꼭 읽어야할 그런 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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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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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 하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문구 중의 하나가 바로 베스트셀러 <빅 픽처>의 작가라는 점이다.

http://melaney.blog.me/50091377635

[t서평] 빅 픽처
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 조동섭 옮김 밝은세상 2010.06.10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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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역시 재미나게 읽었지만 그의 작품들은 이후 빠짐없이 소장하는 나의 필수 목록이 되고 말았다. 읽어본 책들로는 <파이브 데이즈><더 잡><템테이션><위험한관계> 등이 있고, <리빙 더 월드> <파리 5구의 여인><행복의 추구> 등은 읽겠노라고 서재에 꽂아둔 대기목록 중 하나다. 대기 목록도 아직 못 읽었으면서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읽어야하는 이 강박관념.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은 놀랍도록 빠져들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다.

특히나 그의 작품 중 <위험한 관계> http://melaney.blog.me/50119653171

[KT 올레 e북 서평] 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으로는 빅픽처(http://melaney.blog.me/50091377635)를 무척 재미나게 읽었다. 그리고 그의 또다른 작품인 위험한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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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으로 이동

를 읽어볼 적에 느꼈던 여성 심리에 대한 탁월한 그의 묘사는 그의 성별이 과연 남자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섬세하게 묘사가 되어있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작가지만 전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작가가 되었고 특히나 프랑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한단다.

이러니저러니한 작가 소개글들을 늘어놓지 않더라도 그의 몇 작품만으로도 이미 난 충분히 팬이 되었기에 이번 소설은 어떤 감흥을 줄지 몹시 궁금했다.

 

책의 뒷면에 실린 짧은 글 내용 중에는 그런 내용이 있었다.

34년간 헌신해온 결혼생활의 결과로 여주인공 한나는 존경받는 교사가 되어있고, 남편은 의사, 아들은 변호사, 딸은 펀드매니저로 누가봐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하나하나 뚜껑을 열고 들여다보면 그들의 삶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만은 없었다. 거기에 30년전 단 한번의 외도를 해 전전긍긍해오던 한나의 과거가, 상대 남자의 자서전을 빙자한 저급한 소설 속 폭로로 만천하에 드러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표지만 봐도 등을 돌리고 서 있는 남자, 그리고 입을 막고 절망에 차 있는 여자를 볼 수 있었다. 어떤 내용일까? 뻔한 내용일까? 하지만 더글라스 케네딘데?

 

잘나가는 교수인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 못지않게 이름을 날리고 있는 유명인 화가인 어머니,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 한나는 그리 탁월하게 튀는 존재가 아니었다.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으나 늘 독설을 직설적으로 내뱉는 엄마는 한나를 배려해줄줄 모르고, 그녀의 가슴에 못 박는 말을 할때가 많았다. 초반에는 그렇게 한나의 대학시절부터 남편이 된 댄을 만난 이야기부터 시작을 한다. 잘나가는 부모 밑에서 아주 화려하게 꽃을 피우지는 못했으나 그럭저럭 모범생 비슷하게는 컸던 한나는 살림엔 젬병인 엄마와 달리 살림을 그럭저럭 해내는 편이었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처럼 삐걱거리며 사느니 결혼은 안하겠다 생각했지만 엄마의 저주(?), 예언대로 20대 초반의 나이에 의대생 댄을 만나 바로 안정적인 삶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거의 한눈을 팔지 않고 오로지 댄만 바라보며, 그렇게 살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행복할 것 같은데 유명 의대가 아닌 지방대 의대인 댄의 취직 등은 그녀가 가보지 않은 깜깜 시골로 들어가게 된다거나 하는 지루한 (20대의 그녀가 생각하기에) 그런 것들이었다. 댄은 그녀를 재미나게 해주지는 못하고, 바쁜 의사 생활 속에 그저 그녀에게서 안정만을 얻어갔고, 한나는 그런 댄에게서 만족감을 얻기보다 불만스러운 감정을 가졌지만 이미 생긴 아이가 있어 그 삶을 되돌린다 쉽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다소 자유롭게 살거라 생각하는 서구 사람들도 동양인 못지않게 지킬 것은 지켜야한다는 생각들을 한다는 것, 다른 작가의 소설에서는 그런 주제 의식이 별로 드러나지 않고, 너무나 쉽게 바람을 피우고 너무나 쉽게 이별을 하는 등의 이야기가 나와 서양인들 자체에 선입견을 갖게 하는데, 누누히 더글라스의 책을 읽을때마다 하는 이야기지만 그는 그런 데 있어서는 조금 보수적인, 동양관같은 생각이 있는가보다. 좀더 가정을 생각하고 지켜야한다는 것이 드러나진다. 그리고 그들 사회도 역시 그런 면을 중시한다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다. 우리처럼만큼은 아니겠지만.

 

한나는 댄과 시골 펠험에 갑갑히 갇혀 사는게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집도 엉망이었고, 제대로 된 식료품 가게 하나 없었고, 의사라 바빴던 댄은 아내를 제대로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아이를 돌보며, 도서관 사서라는 일을 해가며 숨통을 트긴 했지만..

그런 그녀에게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처럼 보이는 사랑이 나타났다. 결국 기만이었지만 말이다. 아빠가 딸의 연락처를 웬 젊은 남자에게 알려주고, 근처를 지나게 되면 연락하라고 했다? 난 그게 참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위인 댄이 시아버지의 병환이 위독해 집을 비우고 있는 마당에 외간남자를 딸의 집에 들이도록 아버지가 주선을 하다니..이런 정신빠진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한나가 문제를 일으킨것도 사실 아빠의 그 정신 부재에 원인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그러니 한나가 아빠를 몇년간이나 보지 않으려 했던 것이 이해할수 있는 부분이었다.

 

독설가인 엄마보다 한나는 아버지를 더 좋아했고, 그래서 아빠에 대한 실망이 더 크기도 했다. 기대가 컸던 바였기에..

젊은 남자와 젊은 아기엄마와의 며칠간의 동거, 결국 그들은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고 말았고, 한나는 지루한 일상 중에 잠시나마 빛을 발견한듯했으나 아기를 돌아보며 갑자기 문득 정신이 되돌아와있었다. 그런데 남자가 사실은 쫓기는 신세라며 캐나다로 도주하는데 데려다달란다. 자기가 FBI에 잡히게 되면 한나가 자기를 숨겨준것을 제일 먼저 고발할거라면서.. 한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죄인을 숨겨주고 도주까지 도와주는 그런 범법자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 사정을 알고도 한나의 연락처를 알려준 사람이 자기 아버지였다니..얼마나 분노할 일이겠는가.

 

전반부는 그런 이야기로 끝이 난다.

그리고 후반부.

한순간의 잘못에 대한 면죄부로, 한나는 남은 인생을 조용히 더 욕심내지 않고 가족만을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가슴 뛰는 사랑, 이런것에 연연하지 않고 재미가 없고 들척지근할 지언정 자신의 남편 댄에 대한 죄책감으로 더 잘하려고 노력을 했다. 댄도 의사로써 성공을 했고 그녀 역시 존경받는 교사가 되었다.

장성한 아들은 변호사가 되었지만 며느리와 함께 유난히 배타적인 모습으로 가족들에게도 등을 돌리는 정치 성향을 보이고 종교의 광신도가 되어버려 그녀를 실망시켰다.

그녀에게 늘 비밀을 털어놓는 딸 리지는 초봉 15만 달러를 받을정도의 전도유망한 펀드 매니저였으나 만나는 사람마다 유부남을 만나고, 그들과의 이별에 쿨하지 못하고 심각한 영향을 받는 연약함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딸 리지가 교제하던 유부남 의사의 이별 통고로 심한 히스테릭 증세를 보였다. 엄마인 한나는 당연히 걱정이 되고, 한나가 말하지말랬던 댄에게 상의하고, 자신의 아버지에게도 상의를 한다. 놀랍게도 할아버지는 이미 한나와 전화상담을 하고 있었단다. 엄마에게는 비밀로 해달라했다면서.

한번 더 전 애인을 만나기로 한 리지가 거의 실성한 듯 전화를 걸어오고, 엄마는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리지는 그날로 행방불명이 되고, 리지를 수사하며 밝혀지는 사안들은 더욱 심각한 것들이었다. 이미 리지는 유부남의사의 아이를 한번 낙태한 적이 있었고, 언론은 집요하게 이를 물고 늘어져 결국 한나의 광분을 사고 말았다.

 

한나의 인터뷰는 신문에 악의적으로 보도되었다.

그 이후로 그녀는 아주 처참한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아들이 먼저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그녀의 30년전 스캔들까지 이슈화되자 남편 댄이 그녀를 버리고 떠나버렸다.

실종된 딸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수도 없고, 절친한 친구는 암에 걸려서도 그녀를 돕지만 그녀에게 희망이 빛이란 거의 보이지않았다.

직장에서도 잘리고, 가게 주인은 그녀를 내쫓는다. 범법자와는 거래하지 않겠다면서..

 

너무 막판까지 치닫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그녀를 구제해줄 것인지.. 작가가 구제를 해줄것 같기는 한데 도대체 어떻게 할 생각인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혼자 당하는 것 치고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싶었다. 30년전 그녀는 정말 절대 해서는 안될 행동을 했지만, 그 똘아이같은 남자의 행동거지로 그녀가 처참히 무너져내리는 광경은 사실 독자인 내가 보기에도 가슴아린 모습이긴 했다. 그러면서 역시 어떤 상황 속에서도 지킬 것은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드니.. 참 사람은 간사하단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보고 싶은대로 보고 해석하고 싶은대로 해석을 하니 말이다.

 

 그녀를 돕는 이들이 있어 그래도 절망의 늪에 빠진 그녀가 살아날수 있었다. 혼자 힘으로는.. 그냥 그렇게 묻혀질 수도 있을 그런 사건이었는데..

처음엔 딸의 모습에서 그 다음은 아내, 그리고 엄마의 모습으로 이어지는 한 여성과 그 가족의 이야기.

오랜 세월의 미국 역사만큼이나 여러 사건과 시대적 배경과도 연관이 되어 있는데..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란, 우리가 겉으로만 보고 잴수있는 그런 잣대로 재지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다시 들게 하는 그런 내용이 되어주었다.

 

역시 더글라스 케네디

생각은 끝없이 들게 했지만 신경쓸일이 많아 머리가 복잡할때 책속에 바로 몰두하기에 가장 좋은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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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해변빌라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이야기의 시작은 나와 노부인, 이린과 이사경이 벚꽃이 지고 오동나무에 보라색 꽃이 한두송이 피어날 무렵의 봄밤, 해삼을 잡으러 가기로 한 일부터 시작을 한다.

해삼을 잡는다는건 바닷일이 생업이 아닌 사람들이 재미삼아 조개를 캐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느낌이 들었다.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이야기인가? 그런데 노부인이라 하고, 그 노부인은 쇼팽과 브람스 애호가란다.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의 조합부터 시작을 하였다.

 

작가 전경린은 사람들의 온갖 이야기에 싫증이 나던 무렵 이 책을 썼다하다. 누가 그녀의 소설에 관심을 갖고 물어보면 정황만 있을뿐 별 사건이 없는 소설을 쓰고 있노라 했다 한다.

아주 덤덤한 그런 이야기는 아닌데, 그럼에도 이야기는 그녀의 뜻대로 차분히 흘러간다. 주인공의 성격과도 닮아있고, 흥분하거나 화를 내거나 하는 사람의 커다란 목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아주 조용한 일상처럼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그런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린과 이사경이라는 이름부터가 생소했다. 오휘, 연조, 유지 등의 이름 역시 생소하다. 그나마 평범하게 느껴지는 노은주, 백주희 등은 주요인물이 아니었다. 주요인물일수 있지만 앞서 나오는 인물들에 비하면 비중이 적은 편이었다.

북유럽의 소설을 읽을 적에 처음에 몰입하기가 힘들었던 것이 생소한 이름이 주는 거부감 같은데 있었다. 이 책은 그와는 다르다. 그런 거부감이라기보다는 조금더 차별화된 느낌을 주기 위한 작가의 의도적 장치처럼 보인다. 그러고보니 내가 전경린작가의 책을 읽어본적이 있던가? 막연한 호감은 갖고 있었던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그런 이야기. 그래서 이린과 이사경이라는. 도대체 이게 무슨 이름일까? 누가 여자고 남잔지도 모르겠고 나이대도 모르겠고 성이 이씨인지, 이름이 이사경 전체인지조차 알수없는 그런 모호한 상황속에서 이야기는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글을 읽다보면, 소위 상업적이라는 책들은 내용 자체를 재미나게 하는, 사건과 결말 등등에 가장 큰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일반 문학의 경우에는 사건도 중요하겠지만 단순해보이는 표현 그 자체를 어떻게 표현해내는가?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이 책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갈수록 모호하게 쓰니 이게 무슨 내용일까? 싶겠지만 난 또 내 나름대로 재미나게 읽었다. 다만 평소에 내가 읽던 가벼운 류의 책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을 두서없지만 그냥 이야기하고 싶었다.

 

주인공인 나는 손유지이다. 처음에 윤유지였다 손유지가 된 그녀.

처음에 그녀는 해삼 이야기에서 갑자기 그들 넷은 부조화스러운 조합이라 말하며 이사경이 자기 생부일거라는 추측을 흘린다.

생모보다도 먼저 나온 생부의 이야기. 아, 나와 이사경의 관계는 부녀 지간의 연배 차이가 나는 사이였구나 그리고 나는 여자고, 이사경은 남자구나.

그렇게 이해해가며 읽었다.

 

어릴적 큰 고모부가 아빠인줄 알고 자랐던 유지는 작은 고모가 자신의 생모하는 사실에 너무나 놀랐다. 결혼도 안하고 싱글이었던 그녀. 나중에 자신의딸 유지를 데려갔지만 모성이라고는 전혀 보이지를 않는다. 그냥 데리고 살뿐, 그녀가 다가오길 바라지도 않고 엄마라고 부르는 것은 더더군다나 한줌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다.

엄마와 아빠의 부재, 그 안에서 아이는 생채기를 안고 자랐을텐데.. 철저히 이기적인 엄마 앞에서 아이는 아빠도 알 수 없었고 다만, 자신의 생부를 추정할뿐이었다. 생모는 일찌감치 이린, 손이린임을 알았으나 그 이야기는 이사경의 이야기보다 뒤에 나온다.

 

해변빌라는 이린과 유지가 살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유지의 생물 선생님인 이사경과 이사경의 어머니인 노부인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심지어 이사경은 아이도 있었고 아내 백주희도 있었고.. 유지는 이사경 앞에서 도발? 아니 그 광경은 도발이었다기보다는 일종의 게임이나 의식 같은 것이었는데, 생물 선생님이었던 그 앞에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인체모형과 비교당하려는 그런 수수께끼 같은 모험을 감행한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어린 소녀가 나체로 선생님 앞에 서 있었다는 것은 상당히 추문이 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 이상한 인연으로 유지는 노부인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고 그 집에 드나드는 이상한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흐른 이야기가 나온다. 유지가 피아노 호텔, (피아노 학원의 이름이 피아노 호텔이다.)의 학원선생이 되고 노부인이 죽고, 그리고 이사경이 의식을 잃은 그 순간의 이야기가 나온다. 과거로 갔다 다시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들이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다. 다만 그 이름이 주는 모호한 느낌과 거리감을 주고 싶어하는 작가의 장치에 어느정도 나 또한 거리감을 두고 읽어내려갔다.

 

결말이 딱 이렇다라고 나오진 않지만 어느 정도 짐작은 간다. 그렇구나.

침묵, 괄호, 꼭 수많은 말로 상황을 표현해야하는 건 아니었다. 어린 여학생답지 않았던 유지의 모습은 엄마의 거리감과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애정결핍에서 기인한 것인지, 편사장의 해석대로 그의 외형이 주는 고독함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의 차분함은 그 나름대로 자신의 짝을 찾아나가고 맞춰가는 그런 형국이 형성된다.

 

재미있게 읽었다. 나름.

그냥 줄거리는 어떻고 내용은 어떻고 읊조리기 보다

이 책에 걸맞는 이야기를 적고 싶었다. 내가 느낌 그런감흥이 이랬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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