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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I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이 책을 몇번째 읽어보는지 모르겠다. 정말 어릴 때 이 책을 수십번 읽고서 이제서야 중독이 멈추었구나, 하고 몇년이 흘렀는데 유독 빨간 표지의 이 책이 눈에 띄어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한 아버지의 역사이자, 한 아들의 역사이며, 한 유태인의 역사를 인터뷰형식으로 생생하게 그려낸 아트 슈피겔만의 평생의 역작이라 할 수 있는 '쥐'.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내가 왜 이 책을 그리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수십번 읽는 그런 책의 종류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서, 이 책도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이라면 찾을수 있겠다. 나치의 유태인에 대한 탄압과 학살을 고발하는 책은 매우 많고, 아마도 엄청난 주제를 다루다보니 사람들은 그 종류의 책을 읽다보면 아마 비슷한 감동을 느낄 것이다. 안네의 일기,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그 외의 수많은 책들이 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너무 흔한 주제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쥐는, 같은 맥락을 다루면서도 다른 감동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 책은 정말 슈피겔만이 아버지 블라덱 슈피겔만을 인터뷰하면서 쓴 책이다. 중간에 편집, 삽입된 지옥 혹성의 죄수란 만화에서는, 이 짧은 네 장속에서 그의 가족의 역사를 전부 훑고 지나간 느낌이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인간을 동물에 묘사했다는 것이다. 유태인은 쥐, 독일인은 고양이, 폴란드인은 돼지, 스위스 순록, 프랑스 개구리... 쥐와 고양이의 관계는 너무나 명확하다. 하지만, 같은 사람의 몸을 가졌음에도 군복을 입고서 줄무늬 옷을 입은 쥐를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고양이와 쥐의 크기 차이가 느껴졌다. 그 순간에 그들은 너무나 작았다.
1권에서는, 아버지에게 맺혀 있는 피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게토 생활. 유태인들을 좁은 곳에 몰아넣고, 그들의 권리를 서서히 빼앗기 시작한 그곳의 생활. 유태인 한 명, 아니 쥐 한마리는 사방에서 몰려오는 고양이를 피해 도망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