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마지막 집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 5
전경린 원작, 이원희 그림 / 이가서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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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삶의 고통으로 모두가 삶을 포기해버린 가족. 시청 공무원으로 25년 간을 일해온 아버지는, 정부의 축산 장려 정책에 따라 소를 키웠다가 수입 쇠고기로 인해 가격이 폭락해 빚더미에 앉게 된다. 이른바, 농민 말살 정책. 이자를 갚을 능력도 주지 않은 이들은,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었다. 이 덫에 걸려들은 가족은, 여지 없이 농촌 생활에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한다. 벗어나고 싶어도 벗을 수 없는 굴레. 술로 세월을 잊어야 하고, 땡볕을 맞아가면서 스스로의 삶이 왜 파탄났는지를 울분을 삭이는 가족. 하지만, 이러한 삶 속에서도 바닷가 마지막 집이라는 시를 읊으며 희망을 노래하는 여인이 있었다. 

미쳐버린 어머니와, 알코올 중독자로 변한 아버지를 보면서 살아가는 삶은 얼마나 피폐한가? 사범대를 졸업했다고 하더라도 발령이 나지 않아 2년 째 시골에서 주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주인공, 그리고 동생은 계산도 제대로 못하는 농촌 사람들에게 물건을 파느라 갖은 고생을 한다. 심지어 어머니는 점집의 미신을 믿고 개를 귀신이라 믿으며, 끝내는 농약이 짙게 들어간 고기를 먹여 죽여버리기까지 한다. 아아, 이들은 희망을 어디서 찾아야만 했을까? 한때의 말도 안 되는 사랑을 기억하면서, 주인공은 아직도 그 가느다란 희망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대가 바닷가 마지막 집에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곳엔 활짝 핀 레몬 나무들의 검은 우듬지가 향기로운
 바람에 무겁게 흔들리지요.
 세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그곳엔 모두 소리가 잦아들고요.
 어스름만이 소곤소곤 한 시절을 노래할 뿐입니다...' 

바닷가 마지막 집을 바라보면서, 이 슬픈 삶의 굴레를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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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표 창작동화 1 - 스캐폴딩 논술 교과서
계림닷컴 편집부 엮음 / 계림닷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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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에서 빛난다는 것은 무엇일까?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한국 작가들의 글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었다. 과거 그들의 수필이나 소설을 원문등을 통해서 읽으려 시도했지만, 어려운 한자어가 많이 쓰이고, 지금으로 따지면 구세대의 글일 수밖에 없으니 이들의 글이 어려워보이기만 했다. 그래서 내가 주로 접한 것은 세계 명작이었다. 분명히 이 명작들은 내게 큰 도움을 주었고, 어쩌면 예전의 나는 편협한 사대주의를 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름다운 한국 작품들을 많이 접함으로써 그 생각이 많이 변화된 것 같다. 원래 문무에서 문을 상당히 중시했던 만큼, 멋진 글들이 속속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대표 창작동화는, 재미있고 순수한 이야기들이 많이 적혀있었다. 

새끼 여우의 술래잡기 이야기에서는, 과거 아이들이 얼마나 순수하고 재미있게 놀았는지를 알 수가 있었다. 보통 우리는 여우를 전설의 고향과 같이 무서운 귀신과 같은 존재로 연결시키려 한다. 왜 그런 이미지가 붙었는지는 잘 알수 없지만, 여우는 예나 지금이나 둔갑술로 유명하다. 새끼여우도 인간으로 둔갑하고, 숨바꼭질을 하며 노는 아이들과 함께 어울린다. 둔갑술을 할 줄 아는 새끼여우는 아이들이 찾으려 할 때마다 돌로 변신하고, 소리를 내어 자기 위치를 알린다. 그러다가 변신에 실패하여 아이들에게 들키자, 여우는 꽁지가 빠져라 도망가고, 아이들은 실컷 웃는다. 

이러한 순수한 아이들의 면도 있었지만, 고아원에서 엄마, 아빠를 만들어 달라는 아이의 이야기가 나를 슬프게 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6.25 전쟁 직후는 고아원의 최대 난기라고 할 수 있겠다. 전쟁 통에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통에, 지원도 들어오지 않는 고아원 사정이 좋아봐야 얼마나 좋겠는가? 이러한 고아들 중에서도 지금의 사회의 중심이 된 인물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한 아이가, 고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묘기를 부린 요술사에게 요술로 엄마, 아빠를 가져다 달라고 말한다. 그에, 딸을 잃고 슬픔에 잠겼던 요술사는 아내를 데리고 와서 요술처럼 그 아이의 부모가 되어주는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창작 문화라고 할 수 있는지는 아직 많은 책을 읽지 않아서 모르겠다. 하지만, 사소한 것에 놀라 두려워하면서도 정작 심오한 것에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기는 아동들에 관한 문학이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커다란 빛을 발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동화들을 만나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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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먹는 사람들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 15
신경숙 지음 / 이가서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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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영화로서는 새로운 종류의 감동을 맞이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루게릭을 앓아서 점점 자신의 몸을 잃어가는 남자와, 그 남자 곁을 지키면서 떠나지 않는 여인. 결국 남자는 떠나지만, 마지막까지도 아름다운 사랑이 끝나지 않는 영화. '그 사람이 병동에서라도 살아있다면, 삶에 큰 활력이 된다'는 책 속의 말을 읽고 떠오른 영화였다. 

화자는 6남매를 둔 부부의 딸이다. 무명가수인 그녀는 주변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고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뇌 속에 석회질이 떠 다녀 수면 장애를 겪고 언제 임종을 맞이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비록 말 없고 무뚝뚝한 아버지였지만, 가장 화를 잘 내는 큰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된다는 소리에 눈물을 쏟았다. 성인 어른이라도, 사랑하는 혈육을 잃는다는 사실이 몸서리치게 아플 것이다. 음반계에서 일하며 만난 윤희 언니는 위암으로 남편을 잃는다, 비록 병동에 누워서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기 힘들지라도, 그 앙상하고 마른 손으로 자신의 손을 잡을 때면 활력을 얻고 일할 수 있다는 그 사람. 어릴 때 화자가 감싸주었던 고아 소녀는, 커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이제 세 살이 된 아이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무서운 질병인 소아 당뇨를 앓고 있다. 주변 사람들 모두 병을 앓는 사람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그 사람이 사라지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하고 고민한다. 

'내 사랑 내 곁에'는 그러한 면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는 자들의 고통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병실에는 여러 종류의 환자들이 있다. 몇 년째 요지부동인 환자들, 서서히 병이 몸을 잠식해가는 환자들, 죽는 이들, 꿈과 희망을 잃은 소녀. 그들도 멀쩡했을 때에는 소소했을지라도 목표를 가지고 살았을 것이다. 그 목표를 머릿속으로만 되내이다가, 그 목표마저 사라지고 공허한 삶밖에 남지 않는 그 순간은 어떠할까? 

화자는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이란 그림을 보며 생각한다. 이들은 몇 알의 감자로 도대체 어떤 저녁식사를 하는 것일까? 고된 노동 끝에 얻게 된 거친 손으로, 작고 거친 감자를 먹는다. 우리의 삶도 거칠어진 손으로 볼품없는 식사를 하는 이들의 삶 같지 않은가? 비록 감자밖에 없는 식사일지라도, 이들은 그들 앞에 놓인 저녁 식사 앞에서 다양한 생각을 하고, 아마도 내일은 바뀔지도 모르는 삶에 대한 애착같은 것이 있다. 이들은 내일을 꿈꾸며 감자를 먹는다. 나는 감자 먹는 사람이다. 볼품없는 감자를 보면서도 수확의 기쁨을 맞이하는 볼품없는 농부이다. 그렇지만, 내일의 무미건조한 삶을 한탄하는 귀족 대신, 내일의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는 가난한 농부가 더 행복한 삶을 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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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여 안녕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 19
김종광 지음, 박용석 그림 / 이가서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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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향해 달리는 소년 한 명이 여기 있다. 괴도 뤼팡을 꿈꾸며, 자유롭게 시내를 누비는 한 소년. 이 소년을 억압하는 경찰서라는 곳에서 벗어나, 그는 새로운 넓은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려 한다. 

여기서는 두 명의 인물이 상당히 대조적으로 등장한다. 주인공 강수의 공부를 봐주면서, 허망한 인생의 삶을 탈출할 방법을 고민하는 명오 형. 강수를 사랑하는 것 같지만, 강수를 경찰서에 억압해야만 도벽을 고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사랑의 매를 드는 유 형사. 강수는 이미 여섯 번이나 탈출을 시도했지만, 언제나 유형사나 경찰들에게 붙들려 다시 이곳에 발이 묶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괴도 강수의 억압받는 삶이다. 

강수의 삶은 비운으로 가득차있다. 강수의 형은, 강수가 도둑질을 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죽지 않을만큼만 패서 도벽을 고치려 시도한다. 대충 아는 바에 의하면, 도둑질은 마음 속의 스트레스나, 다른 이의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강수는 어릴 때 옆집 친구가 컴퓨터를 잘 다룬다고 천재라는 소리를 듣고 샘이 나서, 자신의 뛰어난 도둑질 실력을 자랑하자 돌아온 것은 구타와 욕설이었다. 만약 강수의 형이 그에게 컴퓨터와 같이 관심을 돌릴 수 있는 것을 쥐어주었다면, 강수는 과연 같은 길을 걸어갔을까? 그는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유 형사가 다친 틈을 타서 도망가는 강수에게, 이번에는 뜻하지 않게 배웅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의 공부를 봐 주는 명오 형. 명오는 아마 강수를 위해 미리 경찰서의 철창을 끊고, 자유롭게 살아가도록 해준 위인이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장발장이 떠올랐다. 사회에 나가서 결국 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장발장을 믿은 미리엘 신부. 강수는, 어쩌면 장발장과 같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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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가장 길었던 하루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 11
박범신 지음, 윤석호 그림 / 이가서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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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는, 분명 가장 길고 추운 겨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매서운 바람은 우리 국토에서 만든 쌀을 훔쳤고, 우리에게 슬픈 삶을 살도록 만들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것은 거름에나 쓰이는 콩깻묵. 현대 생활에서는 콩도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닌데, 이 콩 조차도 찌꺼기만을 먹으라고 가져다준다. 이러한 삶을 살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이들은 방직 공장에서 착취당하면서도, 남들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산다고 좋아하고 있었다. 

만화를 통해 그려낸, 한 소녀의 '그 해 가장 길었던 하루'는 방직공장을 가기 싫어했던 순진한 소녀 순임이에 관한 이야기다. 이 집안도 참으로 불행하기 짝이 없다. 아버지는 장돌뱅이에 돈을 번답시고 팔도를 떠돌고, 어머니는 연속으로 딸만 낳고 있다. 순임이, 순명이, 월자 등 여러 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임신 중에도 악착같이 일한다. 그러다가 순임이와 순명이를 돈을 벌리기 위해 방직공장으로 보내려 했지만, 이 어머니가 본 것은 병이 들어 수척해진 옆집 딸의 모습이었다. 방직 공장의 모습에 대해서는 대충이라도 알고 있다. 마치 노예와도 같은 삶. 노예제도는 폐지되었을지라도, 월급 받고 착취당하는 노예나 월급 받지 않고 착취당하는 노예와 다를 바가 없다. 어차피 자신의 몸을 타인의 행복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은 마찬가지. 딸들은 어버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썩혀가며 일하고, 계란 한 개를 벌기 위하여 광목을 훔쳐내기도 한다. 

딸을 부지깽이로 악착같이 때리면서도, 물집 잡힌 부르튼 발에 쑥을 발라주는 어머니의 사랑은, 아무리 힘든 일제 강점기였을지라도 전혀 변한 것이 없었다. 여전히 딸을 사랑하고, 방직 공장에서 피를 토해가며 일할 딸의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자신이 더 열심히 일하려는 어머니. 이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때 고생한 그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딸들과 아들을 위한 이야기다. 우리는 우리 땅에서 착취당하고 고생했기에, 이제 다시는 그러한 삶을 겪어서는 안되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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