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변영주, 김민희 외 / CJ 엔터테인먼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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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원작이 좋은 내용인 것도 있으나, 화차의 만듬새는 좋다.
김민희를 추적해 가면서 하나둘씩 밝혀지는 사실들이 충분히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거의 같은 날 봤던 하울링은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다. 동물의 심정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게 만들기 위해서 어느 순간 스릴러적인 재미를 포기한 느낌이다. 쫓는 느낌을 어느 순간 포기하면서 영화는 맥이 빠져 버린다. 그렇다고 질풍에게 이입된 느낌도 없다. 쓸데 없이 이나영이 눈물 흘리는 것이 쌩뚱맞게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그 진실들이 밝혀지면서 김민희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살인에 대한 연민마저 강하게 제시한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사정. 그리고 또다시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
다만 안타까운 것은 보고 났을 때 김민희가 조금만 더 이선균과의 사랑을 믿었더라면...
하지만 그녀가 느낀 사랑의 감정에 배신을 받을까 두려웠던 현대인의 모습까지 잘 녹여 냈다.
폭잡한 얼개 속에서 이렇게 주인공의 심정까지 잘 녹여 낸 스릴러가 간만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보면 언제나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지 않은가?
그것이 범죄극의 또다른 매력임을 그것이 관객들에게 제대로 먹힐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비참한 인간 실존. 사회가 만들어낸 비인간성. 주제의식 역시 탁월하게 느껴진다.
내러티브는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지향점을 바라보며 얼개를 풀어낸다는 것 역시 중요하다.
두가지가 잘 맞물린 작품이었다.
또한 김민희의 매력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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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 : 초회 특별 한정판 (2disc) - 콘티북 + 시나리오북 + 캐릭터엽서
한재림 감독, 송강호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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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도 그리 깊지는 않은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재미있는 이야기의 요소들을 잘 살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사실 작년에 흥행했던 <광해>보다 이야기만 보았을 때는 더 재미있었다.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사극과 팩션이 결합하면 흥행하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 그래서 왜 관상이 흥행했는지 몇 가지를 놓고 분석해 보겠다.

한국적인 정서 속 흔히 보지 못했던 소재를 살리다.
어떻게 하나의 소재로 이렇게 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 관상쟁이가 서울에 올라와 관상을 보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관상을 통해 인간의 운명을 점치고 주인공 자신은 그 재주로 팔자를 펴보려고 하는 아이러니한 동력을 가진 이 이야기라는 점이 먹혔다. 영화 속에 관상이라는 라는 소재의 중요도와 함께 신선함 통일성, 플롯과의 조화가 썩 좋았다. 그리고 관상이라는 소재는 한국관객들에게 친근하다. 그리고 그 소재를 흔히 좋아하는 권력암투에 섞어넣어 마치 역사의 한 부분인 양 드라마틱하게 끼워넣었다. 이것이 관상이 흥행한 첫번째 이유다.

두번째로 살펴볼 것은 우리나라 정서에 딱 들어맞는 권력암투의 이야기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권력 암투에 우리가 흔히 알았던 인물들과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재해석은 관객에게 익숙한 이야기로 친근하게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고 교묘하게 뒤집어서 예측불가의 재미를 안겨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생각보다 잘짜여있어 극화라는 인위적인 느낌이 다분히 들지만 긴장감 넘치게 펼쳐지는 것은 사실이다. 단적으로 이런거다. 마지막에 수양대군이 송강호와 이종석을 향해 화살을 날리는 것. 당연히 누군가가 맞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때까지의 과정이 아슬아슬하면서도 보여주는 방식은 다분히 인위적인 것이다. 하지만 먹힌다.(뒤에서 들리는 관객들의 안타까운 소리)

세번째는 코미디를 섞은 드라마라는 점. 우리나라에서 500만을 넘어 600, 700을 계속해서 넘어서는 영화들은 대부분 드라마 타이즈가 강하다. 여기도 송강호의 변화가 아들에 대한 사랑때문이고 끝에서 변절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아들때문이다. 관객은 이런 아비의 마음에 공감하며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지루하기만 해서는 이런 드라마가 성공할리 없다. 여기서 조정석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데 송강호보다는 옆에서 깝죽대는 조정석 때문에 웃긴 것이다. 중후반까지 코믹한 톤을 이어가며 드라마를 타는 그 한방에 관객은 넘어간다.(1300만을 찍은 7번방을 봐라.)

배우 캐스팅이 좋았다는 얘기는 쓰지 않겠다. 시나리오가 좋으면 좋은 배우들이 붙는다. 이 정도로 관상이 흥행작에 들어설 수 있는 이유는 여기까지다. 그리고 이 영화가 900에서 1000까지 넘어설 수 있을까? 그건 무리라 본다. 이 작품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광해와 이 영화의 차이는 거기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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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그래비티
알폰소 쿠아론 감독, 조지 클루니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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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의 첫장면을 보았을 때 마치 처음 영화가 출현했을 때 만들어진 기차의 탄생이 떠올랐다.(날아오는 방향까지 똑같다.) 영화가 처음 탄생했을 당시의 목적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구현하는 것 그것이 첫번째였다. 그리고 실제 기차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관객들은 기겁을 하고 도망쳤다고 한다. 각설하고 그래비티는 그래서 의미있다. 다른 어떤 매체도 흉내낼 수 없는 영화만의 힘, 생생한 현실의 구현 그리고 그것에 대한 체험을 이 영화는 담아낸다.


굉장히 롱테이크로 우주의 구석구석을 유영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공포스릴러의 양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우주를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는 것에 일차적 목표가 있는 듯 하다. 진짜 우주선 바깥을 쳐다보는 것(스크린)같고 그가 겪는 일들을 공유하려는 듯이 시점샷을 자주 이용한다.(급박하게 전개될 때의 시점샷을 봐라. 마치 관객에게 주인공을 이입하려는 듯한 야심이 엿보인다.) 그리고 별다른 이야기가 없는 이 이야기 속에서 관객은 샌드라 블록과 함께 잔해를 피해야하고 우주선을 탈출해야 하고 지구로 귀한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공유하며 우주를 체험하는 경이는 영화만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신비한 체험이다. 이 영화는 영화매체의 탄생과 더불어 처음부터 영화가 안고 있었던 매체의 숙명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것을 만약 글로 풀어쓴다고 생각을 해보자. 과연 재미있는가? 요즘 보았던 영화들 중 가장 영화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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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의 방패
미이케 다카시 감독, 후지와라 타츠야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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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케 다카시의 영화는 언제나 박진감이 넘친다.
그리고 드라마틱한 소재를 골라내는 재주를 가진 것 같다.(액션계의 김기덕이라고 할까?)
짚의 방패는 범인을 잡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쓰레기 같은 범인을 지키려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인간도 목숨을 지켜야하는가에 대한 물음.
법의 아이러니에 대해 직접적인 물음을 던지는 것 같다.
요즘 세상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 사고들 속에서 피해자보다 가해자가 대우(?)를 받는다
그들은 교정교화시스템 속에서 다시 갱생하는 길을 걷지만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그 과정 가운데 범죄의 노하우를 익힌다. 개인적인 계기가 없다면 다른 인생을 산다는 것은 아득한 일인 듯 하다.
그 태도를 여기 나온 유아 연쇄살인마가 보여준다.
그래서 피해자는 법을 넘어선 심판을 시작한다.
모두가 범인을 죽이려 달려들고 그것을 제지할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
과정의 허술함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 이 영화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요즘 일어나는 극단적인 사건들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
그냥 그대로 행해야만 하는 것인가?
관객들에게 이상적인 엔딩만을 보여주지만 엔딩은 차치하더라도 그 딜레마에 대해 영화를 보는 내내 고심하게 된다. 과연 무엇이 바른 것인가에 대한 물음. 스스로가 그것을 찾아가게 한다.
PS. 단지 아쉬운 것은 이 영화의 커다란 구멍. 굳이 도쿄까지 범인을 인계해야만 하는 것인가? 꼭 그렇게 해야한다면 이것 역시 관료주의 사회의 폐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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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들 : 초회 한정판 (2disc+68p 화보집) - 디지팩 + 시나리오북 + 화보집 + 엽서(1EA)
조의석 외 감독, 정우성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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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영화로 이런류의 영화가 나오기도 힘들 것 같다. 특수한 소재를 제대로 이용해서 시종일관 관객을 몰입시키는 영화. 끝날 때까지 보는 사람을 몰아간다. 그리고 소재 자체도 신선하다. 감시라는 코드, 말도 안되는 인간 기억의 극한, 그 퍼즐들을 짜맞추는 기술, 훌륭하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관객은 영화를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2시간 내내 집중하는 것을 피곤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그리고 다 짜맞춰넣은 퍼즐 조각에 몇개가 부족해서인지 우연적인 사건을 실마리로 타고 가다보니(첫부분에 봤던 그림자를 어떻게 그 순간 다시 회상하는 지) 뒷부분은 진부하기 그지 없다. 정당한 대결이 아니라 벌써 진검승부는 끝난 상태다. 그러니 이 불리한 싸움의 끝은 뻔하지 않는가? 차라리 다시 추적으로 실마리를 마련하고 그 틈바구니 속에 색다른 플롯 전개가 필요하다. 그러니 경찰홍보영화같은 구석이 없지않아 있다. 멋있게 나오는 총경언니의 단호한 모습이 가히 홍보영화와 비등하다. 감시반장의 캐릭터 역시 너무 힘을 준 나머지 초반에 쌓아놓았던 동네 아저씨 같은 공들인 캐릭터가 날아가 버렸다. 후반부... 후반부만 제외한다면 이 영화는 훌륭한 편. 컨벤션을 완전히 색다르게 그려낸다는 것과 장기말같은 이미지의 과잉까지 용서가능. 이 한계를 뛰어넘을 만한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 기다려야지.
아 한가지 한효주는 발군이다. 좋다.

한효주를 위한 영화.

제일 빛을 본 건 한효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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