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스 : 30주년 스페셜 에디션(2disc)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로이 샤이더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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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스와 스릴은 어감상의 차이가 있다. 나의 기준으로 서스펜스는 무언가 주인공이 모르는 것을 관객인 내가 알게 되었을 때 생기는 조마조마함(주인공이 모르고 있어서 앞으로 생길 사건들에 대한 긴장감)이라면 스릴은 나와 등장인물 모두 정보를 공유한 상태에서 그 공포감이나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때(즐길때, 또는 맞서 싸울때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 하다.) 생기는 감정이다. 이런 점에서 죠스는 서스펜스에서 스릴로 변화하는 영화적 긴장감을 다룬 공포 스릴러이다.

 

전에 보았던 <새>와 당연히 비교된다. 둘다 장르는 같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죠스는 서스펜스를 유발하기도 하지만(영화 속에 누구도 죠스가 어디서 나타날 지 알수 없다. 하지만 관객은 죠스의 테마곡만 나와도 곧 죠스가 나타날 것을 안다.) 그 공포와 당당히 맞서는 전율 또한 안겨준다. 새는 이에 비해 간접적 스릴이 없다. 주인공들 역시 마지막에 도망을 선택한다. 적극적으로 맞써는데 재미를 얻는 것이 아니라 언제 공격해 올지 모르는 공포감이 영화적 재미를 안겨주는 식이다. <죠스> 이후에 출현하게 된 <크로커다일>이랄지 <아나콘다> 등등도 이런 죠스의 영향을 받아 그것에 맞써 싸우는 주인공의 새로운 감정을 적극 활용한다. 그런 점에서 죠스는 확실히 한 단계 발전한 공포스릴러라고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인간미가 떨어진다. 극이 드라마보다는 모험위주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감정은 선장이 죠스에게 먹혀 죽었는데도 어떻게 두인간이 웃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같이 싸우는 동료(동료애가 형성되는 장면도 있다)가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유쾌할 수가 있다니. 잔인하다. 요즘의 헐리우드 대작영화들은 지금까지도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영화는 누군가의 희생을 돌아볼 겨를이 없이 쾌락을 쫓기 바쁘다. 관객 역시 영화는 영화다라는 생각으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걸까. 난 항상 그런 소소한 점이 마음에 차지 않는다. 한번 침울하게 표정이라도 지어주면 어디가 덧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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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이티 : 일반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헨리 토머스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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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이라는 말은 어떻게 보면 좋은 어감이지만 때로는 좋지 않기도 하다. '이 영화는 서정적이야.'라는 말을 듣는 순간 '아, 이게 현실성 없이 그저 그럴듯한 이야기구나'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그래서 별로 좋은 느낌이 들지는 않는 단어다. 이티는 서정적이다. 하지만 욕은 아니다. 이티를 보는 순간 이런 장르에는 서정성이 꼭 가미되야 하는 요소처럼 느껴진다. 한밤중에 보기 시작해서 영화가 끝날때쯤에 잠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중간부터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봤다. 그렇게 박진감이 넘치는 영화는 아니지만(영화적으로 본다면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SF였다) 그 이야기에 푹 빠져버렸다.

 

어렸을 때 보았던 이티는 '구니스'라는 아이들용 어드벤처 영화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명화였다. 머릿 속에서 많이 잊혀졌지만 이 영화의 명장면-달을 지나가는 자전거 장면은 잊지 못할 장면이 되었다. 스필버그는 이미 영화내용뿐만 아니라 이미지 안에서도 서정적인 느낌을 극대화하고 있었다. (그렇게 달이 클 필요는 없을 텐데, 오바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 영화의 내용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 외계인의 등장도 그렇고, 아이의 순수성도 그렇다. 하지만 스필버그의 눈높이는 정확하게 어린아이들을 보고 있다. 아이들이 보고 푹 빠져 버릴 영화를 목표했던 것 같다. 그에 맞추어 외계인과의 우정이 그려지고 복잡한 플롯들이 단순하게 구현되어 있다. 컷이 그다지 현란하지도 않다. 모든 것이 자신의 관객에게 맞춰어 배려된 듯 만들어졌다. 감독이 아니라 신사다. 그는 관객의 욕구를 꽤뚫고 이를 구현한다. 자신의 욕심조차 억누른다.(그는 명장의 반열에 들고 싶어했지만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다.) 그의 이전 작품들(사실 말아먹었던 작품들)은 작품성과 연출력이 탁월함에도 관객들에게 외면당했다.(조스를 찍을 때 그는  다시는 영화를 못 찍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초조해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는 이제 다양한 오락영화로 성공을 거뒀지만-그의 취향인 듯 하다- 하나 둘씩 영화를 만들어가며 관객과 자신과의 간극을 좁혀나가는 것 같다.(다양한 이야기를 시도하니까) 천재긴 천재다. 그리고 이티는 어린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인 나의 마음 역시 흔들어 놓는다. 그 순수한 우정의 아름다움을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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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워 호스 (2disc)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베네딕트 컴버배치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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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발타자르와 톨스토이의 작품 중에 말이 주인공인 소설인 홀스또메르가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어찌보면 담담하게 말이 겪은 일들을 옴니버스식으로 엮을 뿐 그 이상의 이입은 하지 않는다. 단지 주인공 조이가 겪는 상황이 인간이 만들어놓은 전쟁-탐욕이라는 고난 속에서 일어나는 일일뿐인 것이다. 그 역경을 헤쳐나가면서 그 안에 싹트는 휴머니즘과 감동이 단지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있을 뿐 또는 안도하게 만들어준다.


 형식상으로는 주요한 플롯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나열식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지루한 그 순간들이 남들이 겪고 있는 인간의 치열한 내외적 고난임을 생각한다면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만남의 기적을 바라보면서 삶에서 일어나는 빛의 순간을 깨닫는다. 그 순간 그 순간의 빛을 보며 인간은 살아갈 뿐이다. 인과론적으로 우리는 건질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악해지지만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마치 여러 인간 군상들처럼 악한 것이 아니라 어떤 원칙과 종교적인 신념 아래 행동하기 때문에 그런 순간들을 맞딱드리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감동적이다. 감동적이다 못해 진정성이 있다.

 

요즘은 얼마나 감동을 쥐어짜기위해 인위적인 연기와 상황들을 만들어 내는 영화들이 넘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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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미지와의 조우 (2disc) - 일반 킵케이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프랑소와 트뤼포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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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꿈꾸는가. 영화를 보고 있으면 감독이 가진 취향과 상상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감독은 매력적인 직업같다. 한때 유행처럼 외계인처럼 알 수 없는 생명체를 다룬 영화들이 대거 등장했다.(에일리언, 어비스가 먼저 떠오른다.) 그 영화속에서 그려지는 미개생명체의 모습은 감독마다 다르다. 미지와의 조우에서는 외계생명체가 유대감, 평화로움, 신비함을 가진 존재로 그려진다. 스필버그가 그리는 외계인은 언제나 친근할지도 모른다.(이티는 그렇지만 우주전쟁은 아니기에 딱히 그렇게 주장할 수 는 없지만 우주전쟁은 원작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 치자.) 그리고 영화밖 현실과의 연계를 통해 극한의 영화적 리얼리티를 구현해 내려고 노력한다. UFO와 버뮤다삼각지대에서의 실종, 그 외의 실종자들과 연결되는 외계인의 존재. 그들의 실종과 납치를 우정처럼 미화하는 것 역시 그의 취향이리라. 스필버그에게 우주란 신비로운 새로운 이야기거리 중 하나이며 자신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장난감, 또는 캔버스 같다.

 

플롯 자체는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었다. 히치콕감독이 예전에 이런 말을 했다. 영화가 극적이기 위해서는 악이 강력해야한다. 이 영화는 스케일이 큼에도 불구하고 딱히 악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없다. 진실을 은폐하기위해 연막을 치는 정부정도인데 그 정도가 가히 소심하다.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욕구조차 제지하지 못한다. 우주인을 만난 사람들의 기이한 행동과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연결되는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 밖에는 딱히 이야기할 줄거리가 없다. 하지만 이 지루할 수 있는 영화를 재미있게 만든 것은 77년도에 이만한 디테일로 우주인을 그려냈다는 점이다. 관객들의 시선을 충분히 끌어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음악을 암호로, 소통의 창구로, 색과 불빛으로 시각화한 것도 새롭다. 30년이 지났지만 스필버그의 상상력은 여전히 신선한 맛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상상력의 구현은 영화감독의 최종목표가 아닐까. 더 화려해지는 요즘의 기술을 보면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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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링컨 : 초회 한정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토미 리 존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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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영화라서 그런지 끝부분에 의도적으로 최후의 모습과 연설을 섞는 부분이 과하게 느껴졌지만 굉장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필버그의 연출력은 나날히 좋아진다. 워 호스에서 느꼈던 것처럼 지루할 수 있으나 묵직한 진행 방식들. 초반부의 전쟁장면은 스릴이나 치열함보다는 잔혹한 인간사의 오페라 같은 웅장함이 느껴진다. 그것도 실질적인 현실감은 없지만(조금만 바라봐도 그렇게 싸웠을리 만무하다.) 그 현실감을 영화안에 고스란히 담아내며 묵직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그 외에도 어떤 특정한 사건으로 링컨의 내면을 파고드는 방법은 이야기적으로 훌륭하고 어떤 특정한 위인의 모습이라기보다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투사의 모습처럼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그리고 순수한 목표를 위해 여러가지 방법-더럽다고 보기는 어렵지만-과 사람들을 선택하고 기용하고 하나가 되어서 나가려 하는 위대한 면모 또한 볼 수 있다.

 그저 드라마에서나 보이는 유치찬란한 교훈극이 아닌(예전의 스필버그라면 그런식의 접근을 했을 것 같다.) 한 사람의 모습, 우리도 그 길을 밟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을 바라보며 인간의 삶과 신념도 포기하는 비전을 바라볼 수 있었다. 쉰들러리스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듯한 스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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