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리벨을 아시나요?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 릴라나 블라고예빅 외 출연 / 무비홀릭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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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쿠스트리차 영화는 우리나라 정서와 많이 닮았다.
내가 좋아하는 그의 영화의 정서는 삶 안에 균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에 대한 극복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를 환타지로 풀어내는 것이다.
음악은 경쾌하지만 내가 처한 상황은 그와 정반대로 흘러가는 그 서글픔.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한의 정서와도 잘 어울린다.

<돌리벨을 아십니까> 역시 여실히 삶의 한계-삶의 한계라기 보다는 공산주의 동유럽 사회의 한계가 맞을 듯 하다-를 여실히 보여준다.
공산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면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소년.
그 소년의 말이 맞다.
공산주의자들의 회의가 덧없게 느껴지고 공산주의자인 아버지는 병으로 죽는다.
소년은 단지 살아가기 위해 현실을 피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특히, 그가 좋아하는 돌리벨은 현실 안에서 무참히 강강 당하고,
그녀를 지켜 낼 수가 없다.
음악으로 극복하려고 하지만 그 음악 역시 판타지일 뿐이다.
그는 결국 정처 없이 떠나게 된다. 희망이 아닌 삶의 연장선이라는 의미에서의 방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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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광선 (프리미어 신년 할인)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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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영화가 다소 불편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주인공의 감정선상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결국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어 진다는 것이다. 분명 이 영화의 주인공은 문제가 있다. 나의 옛 모습을 떠올리게 만드는 여자. 모든 관계에 예민하고 자신의 내면의 불안에 흔들리는 그녀. 그녀는 결국 휴가기간 내내 이곳 저곳을 전전하지만 그 불안이 전혀 사라지지 않는다. 때때로 울음으로 폭주하고 퉁명스럽게 떠나지만 그녀는 어떤 환타지를 바라는 것 같다. 녹색카드에서 녹색광선까지 무엇인가 운명을 채워줄만한 막연한 실마리. 그녀는 현실세계에서 자신을 바꿀 생각은 못하고 그것만을 찾아 떠난다. 그러다 발견한 한남자와 함께 녹색광선을 바라보게 되는 그녀는 그 광선을 보면서 사람의 속마음을  보게 되었을까. 그렇지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녀는 그 감동에 울음을 터뜨린다. 인간의 무지와 비이성적인 모습을 담아낸 이 영화는 결국,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처음에는 제목만으로 무슨 좀비영화이지 않을까 싶었던 영화. 결국 내안의 비이성적인 모습만을 발견한 채 영화는 끝나고 만다. 섬세한 감정을 풀어내며 공감을 이끌지만 마지막 판타지는 납득할 수 없는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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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의 어린 시절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 블라디미르 보고몰로프 외 출연 / 마루엔터테인먼트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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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차라리 서술하기 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전 영화들 중에서 외적인 플롯이 가장 강한 영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초점은 확실히 이반의 내면, 그리고 전쟁에 휩쓸린 인간의 내면을 따라간다. 특히, 치열한 전투장면보다는 인물을 따라가는 섬세한 카메라의 움직임이 돋보인다. 그 카메라는 인물 내면에 깊숙히 들어가 그가 겪는 망상들-전쟁터에서 처참하게 죽어간 사람들(가족)과 그와 반대편에 있는 어린 아이의 순수한 동경, 사랑을 대조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물의 이미지가 강한데, 그는 언제나 위험천만한 강을 건너야 하며, 꿈속에서 거센 장대비를 맞고, 어머니와의 추억을 간직한 우물과 그녀의 죽음은 연관되며, 마지막 장면에서는 심지어 물위를 달린다. 이런 장면들은 상징성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그의 현실과 과거와 꿈을 이어주는 매개의 역할을 하며 장면전환을 효과적으로 달성한다. 또, 특이할만한 것은 어린 이반을 빼고 전혀 관계없는 인물, 마샤가 등장하는데 그녀 역시 섬세하고 여린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전쟁과 어울리지 않는 사랑의 감정을 그녀를 보면서 느낄 수 있다. 그리움, 향수, 사랑, 포근함이 짓뭉개진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비참해지는 인간의 현실을 사실적이고 환상적으로 그려내는 타르코프스키의 시발점이 된 작품이다. 특히, 현시대의 참혹한 내면의 파탄은 마치 지금도 전쟁을 겪고 있는 상황보다 더 비참한 상황은 아닐런지. 한 쇼트 안에 담아내는 풍만한 정서와 내용과 미학이 뛰어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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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텔지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외 감독, 얼랜드 조셉슨 외 출연 / 썬엔터테인먼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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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스텔지어는 그리움에 대한 영화다.

하지만 그 그리움이라는 것이 좀 특별하다.

타르코프스키의 이 영화는 상징적이다.

겉표면으로는 주인공의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채워져 있지만

조금 더 깊숙히 들어본다면 본향에 대한 그리움이 이 영화의 주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

극중 인물 중에서 광신도로 나오는 도메니꼬라는 인물과 주인공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세상사람들이 조롱하여도 그 시인만큼은 도메니꼬가 그들보다 더 나은 인물이라고 여긴다. 그 이유는 사람들은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지만 도메니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진리를 갈구하는 사람, 더 나아가서 그 진리를 세상에 전하려는 사람으로 변모한 성인이기 때문이다.

 

3

예전에 러시아에서는 바보성자이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겉모습은 거지같고 하는 행동은 바보지만 그들이 하는 말은 하나님과 진리에 관한 이야기였다. 생활이 궁핍한 것을 걱정하는 일반인들보다 얼마나 더 나은 삶을 사는가.

 

4

우리는 추구해야할 진리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시대에 산다. 타르코프스키는 그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한다.

 

5
주인공과 도메니꼬 역시 결국 죽음을 맞는다. 그들이 끊임없이 감당해야 하는 사명 때문에 죽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어 넣어준 인간들은 결국 사명을 다하다 본향으로 돌아간다.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인상적이다. 고향땅에서 자신이 기르던 개와 함께 있는 시인의 모습. 그는 결국 고향으로 돌아갔다.

 


굉장히 짧은 시간을 다루는 영화지만 굉장히 오랜 시간을 담아낸다. 현실과 판타지의 교묘한 혼합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하게 만들고 의문을 던지는 작가의 질문들과 화면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은 손쉽게 느껴지지 않지만 두고두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장면들로 가득찬 영화였다. 그는 결코 한 컷트를 허투로 쓰지 않는다. 의미없는 장면을 사용하는 것은 거짓을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는 진정성 있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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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Uncle Boonmee Who Can Recall His Past Lives (엉클 분미) (한글무자막)(Blu-ray) (2010)
Strand Home Video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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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위험한 매체다.

자신이 느낀 주관적인 감정과 기억들을 표현해 영적인 세계까지 다뤄낸다.

(어떻게 보면 영화는 보이지 않는 것을 관객에게 보일 때 파급효과가 큰 것 같다.)

엉클 분미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진정성이란 전적으로 영화가 어떻게 표현되느냐의 문제다.

(그 주제의식과는 거리가 멀다. 너무 허황되지만 않은 주제라면 말이다.)

 

그의 영화속에 유령과 전생은 낯설지 않다.

실제보다 훨씬 실제적이다.

어떤 특정한 내러티브가 강하지는 않지만 따라가기에 지루하지 않고

그려내는 세계는 담담하며 삶을 그대로 재현해 내려하기에 진실되어 보인다.

죽음과 전생과 이생에 대한 무지를 바탕으로한 진정성의 생성.

그래서 이 영화는 무섭다고 말하고 싶다.

진지하고 사실적으로 표현된 세계로 인해 관객은 새롭게 눈을 뜨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니까.

(절대진리는 이미 상실되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배척하는 시대다.)

 

그의 영화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진리의 대척점에 존재하는 영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꺼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굉장한 영화라는 것만은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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