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손길 (2disc)
피터팬픽쳐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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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LA컨피덴셜>을 보면서 끊임없이 싸워도 근절되지 않을 악의 존재 앞에 무력감을 느꼈다. 이야기 속에 미국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파헤쳐져 있었다. <부당거래>를 보면서 역시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부정의 되물림과 그 속에서 변질되는 한 형사를 처량하게 바라봤다. 언제부턴가 정의감에 넘치는 형사가 악인을 제압하는 스토리보다는 싸우는 대상자체가 주인공이 어쩌지 못하는 모순적인 체제이며, 그 앞에서 무기력한 주인공의 이야기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이 영화도 어쨌든 형사가 범인을 추적하는 장르의 변형이었다.

 

장르 변주의 첫 시작에 <악의 손길> 서있는 건 아닐까 싶다. 오손웰즈가 연기한 경감은 그 지역사회의 인망이 두터운, 그리고 그가 해결한 사건들로 이름 높은 형사다. 하지만 그의 행동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관객은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다. 그가 위조한 증거, 그가 저지른 살인, 그리고 그 이전의 모든 사건들의 파일에서 드러나는 비리, 동료형사를 죽이는 부분에서는 어떤 악인보다도 강한 악한처럼 느껴진다.

 

영화는 그렇게 끝나지만은 않는다. 그가 잡아넣었던 인물들이 어찌되었든 진범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여기서 아이러니가 생긴다. 그는 이 사회를 위해 헌신했지만 자신의 비참한 삶을 바라보면서 방법에 있어서 만큼은 삐뚤어진 듯하다. 그것도 자신 안의 정의감(허영이나 자존심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은 외면하지 않은 채 말이다. 어찌되었든 그 과정이 잘못되었다. 그럼 과연 여기서 누가 악인인가. 도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지 않는다면 누구의 죄도 물을 수 없는 상황처럼 보여진다.

 

이 영화가 흥미진진한 것은 이 부분이다. 플롯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누군가를 몰아가지만 결국 밝혀지는 사실로 인해 남은 문제는 우리에게 던져진다. 감각적인 재미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관객을 흡입할 수 있는 긴장감과 주제의식을 적절하게 풀어낸 수작이었다. 그는 어찌되었든 시대를 앞서가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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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Citizen Kane (시민 케인) (70th Anniversary Edition) (Remastered)(한글무자막)(2Blu-ray+Book) (2011)
Warner Home Video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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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이 말을 쓰기가 뭐했다. 평소처럼 극찬을 해도 좋으련만. 낚는 멘트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한 건 사실이었기에 이렇게 적고 시작해 본다. 영화는 케인의 일대기적인 구성을 기자가 추적하는 방식을 따라간다. 주요 에피소드들을 나열하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로즈버드의 진실로 끝을 낸다. 영화는 평행적인 구성방식 속에서 추리를 통해 관객에게 전해주는 서스펜스가 떨어졌다. 또, 케인이라는 인물에 어떤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당연히 감정이입하기에도 부족했다. 그래서 지루하다라고 느껴졌던 것이다.

 

그에 비해 영화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에는 공감했다. 이때 감독의 나이가 25살이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인생을 통찰하는 눈, 그것을 표현해 내는 능력 역시 중견 감독 이상이었다. 처음에는 이 영화가 그저 한 인물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기 영화처럼 받아 들여졌다. 신문사를 차리고 권력의 핵심들을 공격하고, 약자의 편에 서고... 주지사 선거때부터 그가 변질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고유의 모습들이 들추어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불륜(의도적인지 알 수 없지만 영화의 흐름상 이미 이혼한 상태라고 생각하며 보게 되었다)을 무마하기 위해 상대편 후보와 타협을 하지 않는 케인. 그는 자신의 신문사에서조차 그 스캔들을 다룬다. 어찌보면 투철한 저널리즘이지만 동료가 떠올리기에는 그 행동의 이면의 진실은 그저 그만의 자기만족이라는 것이다. 케인은 다시 결혼을 하고, 정치를 포기한다. 다른 에피소드들을 통해 이젠 굳어버린 그의 삶의 습관들이 스스로의 무덤을 파가는 모습처럼 보여진다. 그는 단지 외롭기 때문에 사랑받고 싶은 그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자기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선택했음을 영화는 폭로한다. 그리고 두번째 부인이 떠나면서 결정적으로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던 케인의 모습과 남겨진 쓸쓸함을 부각한다.(장면이 너무 좋다. 딥포커스포와 광각렌즈로 기나긴 복도 끝에 서 있는 오손 웰즈의 모습이 무섭기보다 처량한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인간의 부정적인 일면을 강조하지는 않는다.(미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볼 수는 있겠다.) 그도 그 시스템의 피해자이다. 그가 죽어가면서 외쳤던 <로즈버드>는 그가 어린 시절 즐겁게 탔었던(그의 어린 시절의 자유분방하고 쾌할한 모습은 가족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상기하자.) 썰매의 이름이었다. 그는 그 시절을 도둑맞은 것이다. 그는 평생 그 사랑을 돌려받기위해 노력했음을 영화가 끝나면서 보여진다. 결국 실패했던 한 인간의 모습을 보며, 그 씁쓸함을 느낀다. 마치 소셜네트워크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느끼는 허망함을 이 영화를 통해서 보게 된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걸작은 걸작이다. 이 시기에 할 수 없는 카메라 워킹(카메라가 이 시기에는 굉장히 거대했다고 한다.)과 화면 곳곳에 미장센(특히, 화면 멀리에 오손 웰즈가 서 있는 모습들)의 충만한 구성 역시 강렬했다. 다시 보고나서 왜 내가 이 영화를 지루하다고 했지라며 후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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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온 여인 - 초특가판
오손 웰즈 감독, 리타 헤이워드 출연 / 피터팬픽쳐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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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손 웰즈는 완벽주의자가 아닐까 싶다.

그가 주인공을 연기하는 것도 어떤 배우에게 맡기는 것보다

자신이 맡는 것이 더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 역시 남주인공이 직감적으로 느끼는 불쾌감으로 시작되어 그 느낌이 시종일관 영화를 지배한다. 영화가 길게 느껴짐에 비해 스토리는 단선적이며 극초반의 복선때문인지 반전이 반전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이 남자는 이 여자가 팜므파탈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문학적인 내레이션 역시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방해했던 것 같다. 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이 여자가 벌인 사건이라는 생각이 자꾸 상기된다. 또, 상어가 서로 물어뜯고 싸운다는 내용의 대사를 끝에서 한번 더 뱉으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양 자리를 벗어나는 주인공 역시 뱃사람이라기보다 소설가처럼 느껴졌다.

 

스릴러치고는 범인을 찾아가는 긴장감이 떨어졌고 여러가지 요소들이 따로따로 노는 듯했다.(특히, 경극은 제목때문에 나온 것인가 알 수 없었다) 시민케인을 생각한다면 참 아쉬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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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그라운드 - 감독 인터뷰 포함 안됨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 미키 마뇰로비치 외 출연 / 대주미디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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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와 사회에 대한 비유.

그것 때문에 에밀 쿠스트르차의 영화는 재치있으면서도 서글프고 웃기면서도 눈물난다.

 

유고슬라비아가 어떤 나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티토로 인해 만들어진 사회가 그랬던 것 같다. 사람들을 지하에 가두고 그들에게 조작된 진실속에 살아가게 만드는 심지어는 시간마저도 조작되는 현실이라니.

 

우리나라의 사회상과도 닮았다. 군부독재시절의 우리. 그리고 세상에 진실을 접하는 순간. 돌변하는 우리. 악은 악으로 물들고 목적없는 전쟁에서 형제를 죽이고 권력과 이해관계는 나라를 갈라버린다. 끔찍한 세상. 화해의 물결과 춤. 그래서 그의 영화는 마술적 리얼리즘인가보다.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는 연합과 화합을 이루기 때문에. 음악이 극도로 경쾌한 이유도 그런 이유가 될 수 있을까. 과장된 몸짓과 장면. 죽음을 죽음으로 보여주지 않는 무언가. 환상적으로 꾸며진 은유적인 장면들은 아름다우면서도 그 너머의 진실을 찌른다.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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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조나 드림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 릴리 테일러 외 출연 / 썬엔터테인먼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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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을 쫓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피폐함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꿈도 없고 주어진 환경에서 성공하기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인간들.
성공이 어린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라고 하는 삼촌은 죽어버리고
날기위해 비행기구를 만들던 조니뎁의 꿈은 부서져 버린다.
그리고 단지 동병상련의 여인을 만나게 되지만 그녀 역시 자살해 버린다.
에스키모의 그저 원초적인 삶에 대한 동경으로
우리의 삶에서 변질된 삶을 꼬집어 내는 것 같다.
그 과정이 지루하긴 하지만 몇 개의 장면은 재미있었고
에밀 쿠스트리차식의 진행방식이 다소 사라진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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