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존스 박스세트 (4disc) - 레이더스(1981)+죽음의 사원(1984)+최후의 성전(1989)
파라마운트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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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의 예전 영화들을 보며 느낀 점은 생각보다 컷이 단순하다는 것이다. 박진감은 차라리 장면연출보다는 플롯에 있다.(연출의 중요도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인디아나 존스시리즈를 보며 플롯의 진행이 긴박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기 때문이다.) 첫 장면부터 보는 이를 아슬아슬한 모험속으로 끌어 당긴다. 목숨이 위태로운 함정들이 펼쳐져있고 주인공은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죽지는 않겠지만 혹시 혹시 하는 조마조마한 감정이 고조된다. 보물을 탈취하는 주인공의 쾌감에 동참하는 동시에 다시 빼앗기게 되는 보물. 관객은 처음부터 목숨을 건 모험의 매력에, 그리고 적대자에게 빼앗긴 상실감을 안고 만회하기위한 주인공의 분투에 빠져버린다. 이 내용 하나만으로도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가.(그리고 다른 영화들은 단지 그 스케일 작은 보물을 빼앗기 위해 떠난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인디아나 존스의 오프닝일뿐이다.

 

예전에 장래희망하면 모두가 고고학자라고 말했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에 가서 사학에 대해 공부하고 나서 아, 이게 이렇게 따분한 직업이구나. 절대 보물을 찾아 떠날 것 같은 직업은 아니란 생각이 들자 속은 기분이 들었다. 그 시절 인디아나 존스의 파급효과는 그 정도로 굉장했다. 계속적으로 따라오는 목숨의 위험과 사명. 어느 순간 모험을 즐기고 있는 해리슨 포드와 나. 그리고 결국에는 악당들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구조. 언젠가 다시 나올 속편을 기다리게 만드는 엔딩. 이렇게 오락어드벤쳐영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모두 구현한 그의 천재성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 그 이후 이런 류가 쏟아져 나왔다. 스필버그는 역시 대단하다. 돈을 많이 벌만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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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
샘 페킨파 감독, 로버트 웨버 외 출연 / DVD Top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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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의 목을 가져와라.
영화 진행이 얼토당토 안한 것이 있긴 하지만 주인공 남자의 심리상태의 변화에 공감이 가기도 한다.
남자가 가르시아의 목을 가져가 돈을 벌려고 하지만 가르시아의 목을 얻기위해 많은 이들을 죽이면서
이 죽은 사람의 모가지 하나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하게 된다.
왜 가르시아는 목이 잘려야 했는지
왜 이 목 하나 때문에 서로를 죽여야만 했는지
이제 남자는 돈을 떠나 이 목을 원했던 사람이 왜 그랬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그가 겪었던 과정 가운데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것과
알아야만 하는 의무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더 많은 이들을 죽이며 끝까지 올라간다.
왜 목을 원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그 끝에 다다른 그는 더이상 갈데 없이 죽고 만다.
복수 또는 사소한 잘못 또는 죄성이 점점 더 커져서 파멸할 지경까지 이른 인간군상의 모습을 처참한 죽음으로 보여준다.
극단. 극단에 서있는 감독이다.
 
여담으로 여기서 만약 가르시아가 죽지 않았다면 사건의 파장은 더 커지고 재미있었을 텐데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야기만 있고 정서가 없는 영화보단 이야기가 엉성해도 정서가 살아있는 영화가 백배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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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천사의 시 SE - [초특가판]
빔 벤더스 감독, 브루노 간즈 외 출연 / 기타 (DVD)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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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인간의 내면을 들을 수 있다. 이를 전제로 인간의 소리를 듣고 그들을 돕는다. 그들에게는 시간의 유한함이 소용이 없다. 천지창조때부터 지금까지 그 속을 살아왔다. 불멸의 존재이자 전지한 존재로 그려지는 천사에게도 한 가지 부러운 것이 있다. 그것은 인간의 감정과 감각이다. 감정과 감각은 인간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부정적인 것이 될 수도 긍정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이 영화속 인간들처럼 절망속에서 허덕이는 인간을 보면서 천사가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일까 싶기는 하지만.

 

이 영화의 분위기가 독일의 표현주의와 맞닿아 있다. 음울한 배경음악과 인간내면 속 고통, 단절, 대립이 지배하는 세계관. 이 영화는 단지 인간 실존의 불완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천사가 바라보는 세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의 시선은 흑백이다. 그들은 사랑의 감정을 알 수 없다. 그저 관찰자의 입장에서 살아간다. 그런 완전함에서 오는 결핍을 통해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한 천사를 영화는 따라간다. 그가 인간이 된 후, 컬러로 바뀐 화면 속에서 세상의 색상에 감탄을 하고 커피맛에 만족한다.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보며 인간의 고통을 즐거워하며, 자신이 바라보던 한 여자를 찾아 떠나간다. 그는 노정 중에 콜롬보를 찾아가는데, 그  사람 역시도 천사였다가 인간이 된 영혼이다. 순간순간을 경이롭게 바라보고 한 인간의 모습을 아름답게 여기며, 담배와 커피의 맛을 즐기는 그는 아직도 인생의 가치를 찾아 다닌다. 천사에게도 스스로 숨겨진 인생의 묘미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맛보라며 작별인사를 건낸다.

 

천사가 찾은 것은 사랑이었다. 한 여자의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된 한 남자의 비이성적인 감정들을 그는 잊지 못할 놀라움이라 고백한다. 줄타기는 위태로운 것이지만 그 위를 걸을 때 얼마나 스릴이 있을까. 떨어지는 것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인간은 결국, 그 생각이 자신의 삶을 지배해 버린다. 지금 이 순간 그 위를 걷고 있는 짜릿한 쾌감-너무 감각적인 예지만-에 만족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서 또 다시 발견하는 인생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면 인생의 가치를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삶의 예찬론적인 드라마는 아니지만 우리가 잊고 지냈던 것들을 감독은 들추어낸다. 특히, 아이가 아이였을 때로 시작하면서 본래적 인간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영화는 시종일관 이야기한다. 어린 아이들은 유일하게 천사의 존재조차 볼 수 있을 정도로 영혼이 맑다. 순수한 영혼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화이자 동시에 실존 인물들을 천사로 끌어들임으로 해서 현실적인 판타지를 영화안에 시도한다. 이제는 많이 잊혀진 오즈 야스지로와 프랑소와 트뤼포,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까지 그들이 천사였다는 것을 가정하며 영화는 끝난다. 영상이 유려하기보다 그 너머의 진실이 아름다운 영화다. 마지막 to be continued로 이 영화는 우리의 인생 속에서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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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살인의 추억 : 일반판 - 아웃 케이스, 삽지 없음
봉준호 감독, 김상경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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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은 한국형 스릴러 영화의 정석이자 변주이며 주제의식까지 담아낸 수작이다.
장면 곳곳마다 단서들을 깔아두어 적시적소에 사용할 뿐만 아니라

버디무비형식으로 두 형사의 대립, 고조, 화해 등을 통해 색다른 긴장감 또한 야기 시킨다.

구석구석마다 친숙한 공간들을 관객들 눈에 보여줌으로써 낯설지 않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그 시대상을 잘 녹여내 역사적 사실들을 비판한다.

그래서 범인이 없는 스릴러 영화라는 오명을 오히려 역이용

시대가 만든 살인범, 그를 잡을 수 없었던 시대적인 현실을 뼈아프게 느끼게 한다.

 

그 시대의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아픔...

그리고 영화속의 여운...

 

장르의 재미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바를 제대로 보여주는 그는 한국 최고의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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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터 키톤 컬렉션(3DISC)
버스터 키튼 감독 / 엔터라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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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터 키튼 영화를 보면서 슬랩스틱이란 무엇일까 고민해본다. 이 영화는 채플린 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우선 이야기가 단순하고 상황자체에서 느껴지는 장르적 재미에 의존한다. 그리고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감정에 의존하기 보다는 말도 안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이 이 영화의 내용이며 그 안에서 펼쳐지는 버스터 키튼의 액션이 전부라는 느낌이 든다.(액션 배우 였던 성룡이 자신의 영화에 그의 작품을 많이 차용했다.) 그런 점에서 채플린에게 밀린다고 생각된다.(아직도 무성영화, 슬랩스틱 코미디의 황제의 자리는 채플린 차지다.) 그는 사람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영화라는 매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못했다. 황금광시대의 채플린이 한 여자를 사랑하는 일편단심의 감정을 채플린의 캐릭터로 녹여내는데 비해, 버스터 키튼은 사랑을 영화적 설정으로 밖에 이용하지 못한다.(단 두 영화의 비교 밖에 되지 못함을 미리 말해둔다.) 그래서 장면에서 풍겨오는 재미있는 상황은 봐줄만 하나 그 영화가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지루해질 수 밖에 없다. 한시간밖에 되지 않는 러닝타임조차 꽤나 오랫동안 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인물들 간의 관계가 긴밀하지 못하기에(주인공과 갈등하고 있는 세력은 단지 신부가 되고 싶은 여자들뿐이다.) 긴장감 또한 떨어진다. 악이 강력하면 할 수록 영화는 더욱 드라마틱해지지만 주요등장인물 중에 누가 주인공을 괴롭히는가. 그의 영화에서는 단지 상황만 그럴 뿐이다. 몸으로 웃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슬랩스틱 코미디도 정교한 이야기를 가지며 진화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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