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강 -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Dear 그림책
마저리 키넌 롤링스 지음, 김영욱 옮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사계절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가 내리면 ‘빗소리가 듣기 좋다.’하는 운치가 아니라, 우산을 들고 나가야 하니 귀찮거나 빗물에 신발이나 바지 끝이 젖어가는 게 싫다는 생각을 한다. 눈이 내리면 소복소복 쌓이는 그 눈이 예쁘다는 생각보다는, 쌓인 눈이 얼어서 빙판이 되어 불편하다거나 눈이 녹아내릴 때 질퍽거리는 도로가 싫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한때는 내리는 빗소리에 문학소녀가 되기도 했고,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눈밭을 구르면서 놀기도 했었는데 말이지. ^^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귀찮고 번거로운 것으로 먼저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

다행스럽게도 이 책 『비밀의 강』 속의 칼포니아의 하루에 동행하면서 그렇게 잊고 지냈던 많은 것들을 저절로 눈에 담게 되고, 칼포니아의 행동 하나하나에 부여된 그 마음이 어떤 것일지를 찾아보게 만들고 있었다. 살아가는 동안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한 그 시간들 속에서 좋은 느낌을 주는 긍정적인 시선보다, 귀찮고 싫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먼저 주는 시간들을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있었다. 너무 익숙하게 그래왔던 것이라 지금까지 몰랐었나 보다. 아니, 힘들다는 핑계로 무언가를 배려할만한 마음의 여유를 잘라내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만을 위해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최우선인 삶이었다. 다른 이의 마음이나 어려움을 볼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인지 칼포니아를 통해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나의 마음과 너무나도 상반된 그 순수함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존재해야 다른 것도 보이는 것 아니겠냐고 생각했었는데, 칼포니아가 보여주었던 마음을 통해서 앞으로 살아가야 할 자세와 마음을 배우게 된다. 
 



플로리다의 숲속 마을, 그곳에서 칼포니아의 아빠는 물고기를 팔아 가족을 부양하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식탁에서,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 아빠의 가게도 어렵고 마을 사람들도 먹을 게 없어 힘들다는 말을 듣게 된 칼포니아는 아빠도 돕고, 어려움에 부딪힌 마을 사람들도 돕기 위해 직접 물고기를 잡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가장 먼저 마을의 가장 지혜로운 알버타 아주머니에게 커다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곳을 묻는다. 그 질문에 알버타 아주머니는 숲속의 비밀의 강에 대해 말해준다. 하지만 알버타 아주머니는 강의 위치가 아니라 비밀의 강을 찾아가는 힌트만 준다. 바로 자신의 코끝을 따라가라고. 그 코끝을 따라가다 보면 비밀의 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한 가지 힌트로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 막막하지만 일단 나서고 보니 이상하게도 길이 자꾸만 열리는 것 같다. 토끼가 나타나 시선을 돌리고 잠시 후에는 파란 어치가 나타나 또 눈길을 돌리면서 따라가다 보니 그 끝에 비밀의 강이 있었다. 아, 정말이었네. 말 그대로 고개를 돌리면서 저절로 함께 움직이는 그 코끝을 따라왔더니 비밀의 강이 있었네. 거기에다가 거짓말처럼 비밀의 강에는 정말 큰 물고기(메기)가 엄청나게 많이 있었다. 우연처럼 강어귀에 메어져 있던 배도 칼포니아에게 도움이 되었다. 마치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물고기가 많이 있는 비밀의 강도 찾게 되고, 물고기를 잡을 수 있게 배도 준비되어 있었고, 칼포니아의 머리에서 떼어낸 종이꽃을 미끼삼아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도 있었다. 이 물고기들을 가져가서 아빠에게 도움이 되고, 마을 사람들에게까지 도움이 될 것을 생각하니 마음에 포만감이 생긴다. 이제 모든 것이 잘 될 것만 같다.

벌들은 모두 내 친구.
꽃들은 모두 내 꽃동무.
모두가 행복한 시간은 나도 즐거운 시간.
모두 모두가 이렇게만 계속된다면
절대 끝나지 않을 테지.
(영영 끝나지 않을 테지. 영, 영.) 

여기까지만 봤을 때는 그냥 칼포니아라는 소녀의 모험담인줄로만 생각했다. 위기를 극복한 한 편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자꾸만 뭔가 다른 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칼포니아가 물고기를 잡아서 집으로 가져가는 과정에서부터였다. 칼포니아는 물고기를 많이 잡았으나 이 물고기들을 어떻게 가져가야할지가 걱정이었다. 그때 마침 보였던 실유카 이파리로 끈을 만들어 물고기의 아가미를 꿰어 묶어 생각보다 편하게 물고기들을 옮겨갈 수가 있었다. 비밀의 강을 찾아갈 때처럼 코끝을 따라 집으로 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다. 잿빛 여우와 너구리들이 나타나 칼포니아의 코끝을 향하게 해주었고, 칼포니아는 또 한 번 숲속 동물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처음 칼포니아가 비밀의 강을 찾아갈 때, 물고기를 잡을 때, 잡은 물고기를 가지고 돌아올 때, 그리고 집으로 찾아가는 길까지 자연이라는, 숲의 친구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었다. 마치 그 자리에서 칼포니아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자연은 칼포니아에게 아낌없이 마구 내어주는 것만 같았다.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배운 것은 무언가를 받으면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Give and Take의 방식이었다.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럼 자연에게 도움을 받은 칼포니아도 그 대가를 치러야 할 텐데, 무엇으로 그 대가를 치를 수 있을까. 자연에게 도움 받은 것의 대가를 치를 만한 것은 아마도 칼포니아의 순수함이 아니었을까. 칼포니아의 순수함이 자연의 마음을 열어 비밀의 강까지 동행하게 한 것이라고. 그 순수함에 보답이라도 하듯 비밀의 강은 칼포니아에게만 보였으니까 말이다. 그 이후의 길 역시 마찬가지였다. 칼포니아의 순수함이 힘을 가지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했다. 칼포니아는 물고기를 잡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부엉이와 곰, 흑표범을 만난다. 그 동물들이 나타났을 때, 나는 너무도 당연하게 칼포니아를 해칠 것이라 생각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는 전래동화 속의 호랑이처럼 칼포니아를 위협해서 물고기들을 다 빼앗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칼포니아가 먼저 마음을 보여주었다. 동물들이 배가 고플 것이라 생각하면서 먼저 물고기를 내어주었던 것이다. 아, 이기적인 나의 마음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지나는 길에 그냥 만날 수도 있는 일이었을 텐데, 왜 나는 동물들이 해칠 것이라고 먼저 떠올렸을까. 타인에 대한 경계와 방어가 나를 지키는 일인 것처럼 생각했다. 타인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어도 나를 먼저 챙기려는 이기심에 의심과 경계부터 하는 것이었다. 그런 것이 습관이 되어 살아왔기에 칼포니아의 행동이 예상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건 순수한 마음만이 빚어낼 수 있는 것이었는데…….

누군가 널 겁주려 할 때,
가장 먼저 마음을 읽어줘야 해.
그럼 절대로 더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
가끔씩 어떤 누군가는 “고마워.”라며 인사말도 건넬 테니까. 

 

 

한편으로는 더불어 산다는 것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칼포니아가 잡아온 물고기로 아빠는 장사를 하고, 먹을 것이 필요했던 마을 사람들은 물고기를 사서 끼니를 채운다. 이 과정에서 또 한 번 보였던 것은 마음을 담은 순수한 배려였다. 칼포니아의 아빠는 당장에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물고기를 먼저 내어주고 돈을 나중에 받는다. 배고픔을 달래고 힘을 내야 다시 일을 해서 돈을 갚을 테니까. 이런 이야기는 그냥 동화이니까, 라고도 생각했다. 지금을 살아가는 나의 눈에는 이런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읽다보면 내내 그 ‘순수함’이란 단어를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나만의 이익이 아닌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계속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칼포니아는 순수한 마음으로 비밀의 강을 찾으러 떠난다. 물고기를 잡아서 팔고 많은 돈을 벌어서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물고기를 팔아야 하는 아빠의 장사를 돕고자 했던 것뿐이었다. 그때 그 순간에 마을에 닥친 경제적인 어려움을 넘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칼포니아는 물고기를 잡고 싶었던 것이니까. 그건 모두에게 닥친 위기를 같이 건너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듯했다. 아이가 그때의 어려움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테니까. 이 이야기가 써진 시간적 배경이 1930년대의 미국의 대공황 시기였다고 하니, 그 위기는 어느 한 사람에게만 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같이 건너가고자 한다면 그 길을 걷는 걸음이 많이 무겁지 않을 것이기도 하겠지. 언젠가부터 우리 입에서 항상 나오는 ‘경제위기’라는 말을 여기에 적용시켜보고 싶기도 하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이 위기도 어느 한사람에게만 다가온 것은 아닐 것이기에 칼포니아의 순수한 마음과 나눔이 자꾸만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도 그렇게 건너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와 바람을 자꾸만 담고 싶어서…….

 

 

 

칼포니아가 비밀의 강을 찾아가던 여정은 한 사람의 인생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누구나가 살면서 한번쯤은 난관에 부딪힐 수 있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그 이후 삶의 모습을 그려주겠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비밀의 강에 대해 말해주는 알버타 아주머니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만나고 싶은 멘토처럼 보였다. 우리가 어떤 길로 갈지 헤맬 때, 그 길이 옳은 길인지 누군가에게 한번쯤 묻고 싶을 때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알버타 아주머니는 칼포니아에게 비밀의 강의 정확한 위치를 말해주지 않았다. 코끝이 가리키는 대로만 따라가라고 했다. 그 코끝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없어도 그 믿음대로 따라가면 비밀의 강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믿음을 주고 있었다. 이는 곧, 자신의 선택에 따라 믿음으로 같이 가면 그 어떤 결과를 만나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용기를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최선을 다한 후에 만나는 결과물은 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인생의 경험으로 보인다. 다시 한 번 비밀의 강을 찾고자 했을 때 알버타 아주머니는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해주신다. 실재하지 않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존재하는 것이 비밀의 강이라고. 가만히 눈을 감고 만나고자 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힌트를 여기서도 주고 있었다. ^^ 이런 장면들은, 앞으로도 칼포니아가 그 어떤 위기 앞에서 자신이 생각한 믿음대로 향할 것임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 안에 우리가 있었다. 일단 부딪혀 보는 것, 믿고 나아가 보는 것, 주저앉지 말고 일어서서 걷다 보면 우리에게도, 우리만의 비밀의 강이 나타나주지 않을까? 간절히 바라고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가고자 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곳에서 낚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용기와 희망이 아닐까 기대해 보게 된다. 비밀의 강은 꿈속에서나 만날 법한 신기함으로 먼저 다가오는 이름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내 안에서 늘 같이 하는 것만 같다고. 칼포니아에 대입되어 비밀의 강을 찾아가는 그 하루의 여정을 우리가 함께 했으니, 이제 그 비밀의 강은 세상 속에서 부딪히면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남겨진 하나의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그 경험은 우리가 자라나면서 만나는 많은 장애물들을 건너게 해줄 바탕이 되지 않을까. 정말 간절한 순간에 조우하고 싶은 이름이 되었다. 비밀의 강...

비밀의 강은 내 마음속에 있네.
언제든 갈 수 있는 그 강.
알버타 아주머니의 말은 모두 맞았지.
하늘에는 황금빛 물결이 너울너울.
강에는 옥빛 물살이 출렁출렁.
강, 강, 비밀 속에 감춰진 내가 사랑하는 강. 

 

 


어떤 방향에서 봐도 들려오는 메시지가 있어서 그 다양함에 가슴속이 풍성해졌다. 연령 구분이 없이 읽을 수 있는 특별한 그림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읽어가는 과정에서, 다 읽은 후에도 두근두근 쉬지도 않고 가슴이 설렌다고 해야 할까. 자연과 인간이 같이 살아가면서 나누어야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보게 했다. 거기에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은 살아있는 표정과 이야기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숨을 쉬고 있는 듯 보였던 자연의 모습들, 나무들과 이파리들 하나하나에 그려진 표정들은 목소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인간의 말을 할 수 없기에 내 멋대로 생각하고 해석했던 것들을 이 책의 그림들이 풀어내는 표현으로 듣고 있었다. 그렇게 자연과 칼포니아가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들은, 욕심이 아닌 나눔과 배려가 만들어낸 최고의 교류로 완성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나 혼자가 아닌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 보게도 만들었다.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내 안에서 찾아내어 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항상 순수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순수함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내는 무궁무진한 기적들을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자연이 내어주는 것들로 모면한 위기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마음이 풀어내는 온기들, 내 안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비밀의 강의 힘까지. 이 책은, 더 넓고 많은 세상을 경험하면서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칼포니아가 들려주었던 한 편의 아름다운 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제야 겨우 해가 보인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밖에 나갔었는데 안개가 잔뜩 끼어있었더랬다. 오늘 날씨 더우려니 싶었는데, 그 안개가 아침에도 걷히지 않은 상태로 이슬비처럼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받고 동네 골목을 나갔었다. 안개를 피하고자 우산을 쓰다니. ^^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알라딘 노트를 다시 또 들여다보고 있었다. 구매 시에만 증정하는 노트를 한권 데리고 왔는데, 갖고 싶은 한권이 더 있어서 고민에 고민만 거듭하고 있었다. 책으로 채우고 받아야 할지 따로 노트만 한권을 구입해야 할지... 다행스럽게도 구매목록이 걱정되지는 않는다. 지난번 주문 이후로 살펴보니 그 사이에 새로운 목록이 채워졌기에 사고 싶은 책이 자꾸 노트와 함께 눈앞에서 왔다리~ 갔다리~


인디고 고전 시리즈는 내용도 부담없지만 디자인이 예쁜 책으로도 유명하다. 처음 낱권으로 한권씩 데려오고는 하지만, 결국은 이 빠진 것도 채워주고자 할때 박스세트로 자연스럽게 데려오고는 한다지. ^^ 책이 내용만큼이나 디자인도 눈에 담게 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헤르만 헤세 세트는 한꺼번에 만나기 좋은 작가여서 탐난다고 누군가가 말했었다. 민음사의 고전 세트로 나오는 것은 저렇게 박스가 뚜껑까지 있어서 좋다. 박스 안에 여유 공간이 있어서 한번 펼쳐들고 나면 책배가 부풀어 오른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박스 공간까지 염두해 두었던 게 아닐까 싶다. ^^








이창래의 책을 어제 도서관에서 살짝 보다가 미처 데리고 오지 못한 게 후회스러웠다.(대출 한도 권수에 걸려서...) 웅장하면서도 그 아픔의 시간들을 봐야한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극찬이다. 꼭 한번은 만나고 싶은 책. 요 네스뵈의 신간 역시 노트 구매에 활력을 만든다. ^^ 전작들을 이미 만난 사람이라면 당연한 수순처럼 이 책도 쏘옥 안아갈 것이다.
창비 만화 어깨동무... 아, 창비 만화는 말이 필요없다. 신문이나 칼럼을 대신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커서 한번씩은 챙겨보게 된다. 북노마드의 아름다운 느낌 역시나 만나고 싶은 책... 북노마드 책은 어떤 여유를 만들어주려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3시의 나... 
 

함민복의 시집을 아직 못 읽어봤다. 한참을 눈에 담았는데 장바구니로 쏘옥 담겼다. 입소문으로 먼저 들었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과 퇴마록 외전. 인기가 상당하더라. 잘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눈도장 콱 찍어버림... ^^ 표창원 교수의 이름으로 먼저 알게 된 책이다. 전부터 그 이름 머리에 박혔었는데, 이번 책은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그에 대한 선입견을 사라지게 할 것 같다...

새학기가 시작될 때, 또는 취학 아동에게 선물할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보리국어사전을 고른다. 어떤 책 선물할까 항상 많이 망설였는데 이 책만큼 유용한 것은 없을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크면 인터넷 검색이나 백과사전을 이용해도 좋지만 그 나이에는 이게 안성맞춤형으로 보였다. 나 역시도 직접 몇권 구매해서 선물하고는 했는데, 어른이 봐도 흥미로울 책이다. 단어 하나하나의 설명과 가운데에 들어간 삽화. 단어가 설명하는 것을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 넣어 이해를 돕는다. 딱 좋음. ^^

한국사 편지 역시나 마찬가지. 이건 주로 초등 고학년 대상에게 선물하고는 했는데, 개정판 만나니 더 반갑고 예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읽고 싶었던 로맨스소설이 딱 한권 있었다. 3월이 되면 그 책을 읽어야지 했는데, 드디어 나왔다.
전작을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책이 없네... ㅡ.ㅡ;;;
그래서 아쉬운대로 신간이 나오면 제일 먼저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청춘 탈출> 웨인(배근옥)











 

 







김 비서는 왜 그럴까... 이 책 읽고 시원하게 깔깔깔 웃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게 있어서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숙제처럼 무언가를 다시 해야 할 때나 꼭 필요한 어떤 부분을 찾아내야 할 때 같은 특별한 목적을 두지 않는 한,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펼쳐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나의 성격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몇 번씩이나 손길이 가는 책이 있다. 바로 이 책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출간된 지 딱 10년, 내가 이 책을 처음 만나고 같이 흘러왔던 시간과 거의 비슷하다. 처음 도서관 서가에 꽂혀있던 이 책을 만났을 때는 로맨스소설인줄도 모르고 만났다. 읽다보니 점점 빠져든다. 말랑말랑한 감정 하나만을 주고 있던 게 아니었다.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었다. 로맨스소설이되 로맨스소설만은 아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저절로 그 공감의 둘레 안으로 파고들어가게 했다. 몇 번을 도서관에서 이용하다가 결국은 구매하고야 말았다. 이 책은 나의 영역 안으로 들어와야만 했던 운명인 것처럼 그렇게, 나와 같은 공간에서 그 긴 시간동안 이 책으로 울고 웃고, 위로 받고 보듬어주고, 공감과 이해를 같이 경험해왔다. 이 책의 어디쯤 펼치면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 수 있어서 맞춤형으로 처방전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이른 듯하다. 이쯤이면, 나의 모든 희로애락을 같이 해온 이 책에게 ‘절친’이라고 이름 붙여줘도 되지 않을까? ^^ 그리고 몇 년 동안 들어왔어도 질리지 않을 이 말이 어느 순간 이 책과 동의어가 되어가기도 했다.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서른 한 살의 라디오 작가 공진솔과 서른세 살의 라디오 피디 이건의 사랑이야기다. 프로그램 이름마저도 구수한 <노래 실은 꽃마차>에서 같이 호흡을 맞추게 되면서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다. 그런데 이 남자 건PD, 시집까지 냈던 시인의 경력을 가지고 있단다. 그래서 소심한 진솔은 더 긴장한다. 글 좀 쓴다고 해서 혹시나 작가를 괴롭게 할까 싶어 마음의 경계를 세우지만, 시간과 마음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같이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자연스럽게 마음이 다가갈수록 서로를 더 알게 되고 동료 그 이상의 감정이 싹튼다. 그러면서 또 한 번 겪게 되는 사랑이란 풍랑을 두 사람은 어떻게 건너갈지가 궁금해 내 마음도 동행한다.

라디오라는 단어가 주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여전할 수 없었던 걸까. 한때는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는 것이 엽서나 편지가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워드프로그램으로 타이핑한 것이 아닌 손으로 악필일지라도 손으로 꾹꾹 눌러서 쓰는 그 힘에 온 마음을 담아 적었더랬다. 마치 그 순간 그렇게 적어 보내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마음을 그곳에 담아내야만 했었다. 그리고 운이 좋아 전파를 타고 나에게로 다시 날아오면 무언가를 털어내는 듯했다. 가슴 속 이야기들을 날려 보내고 듣고 싶은 음악 한곡과 함께, 그렇게 또 한 번 마음이 가벼워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가던 때가 있었는데. 어떻게 틀리지 않고 쓸까 하는 마음과 적어가는 동안 한 번 더 내뱉는 말들이 주는 개운함과 우표를 붙이고 날아가는 시간, 다시 또 돌고 돌아 나에게 들려오던 시간들이 지금은 사라진 듯하다. 문자 한통에 실시간으로 소개되는, 누군가의 사연이나 이야기가 이렇게 빨리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만나는 이 책은 그래서 조금 더 느리게 흐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기도 했다. 사람의 마음 역시나 그렇게 느리고 단단하게 흐를 수도 있다는 듯이……. 그런 방식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깊어져가는 모습을 건과 진솔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두근거렸던 시작과 서툴게 차단했던 마음과 그래도 사랑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음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평범한 일상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 감정들이 풀어내는 것은 온기였다고, 그것을 우리는 사랑이라 부른다고.

아주 어렸을 적에, 삼십대가 된 어른의 모습은 사랑이 아니라 삶에 익숙해지는 게 먼저 그려지고는 했었다. 몇 살에는 무엇을 하고, 몇 살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이미 정해진 매뉴얼대로 진행되고 있는 삶이라고 여겼었다. 그런데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그렇게 정해진 것은 없다고 생각되더라. 그런 순간들 속에서 진솔과 건을 만났다. 서른이 넘은 사람들, 사랑도 해보고 이별도 해본, 가슴에 크고 작은 상처 하나쯤은 안고 살아왔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듣고 싶어진다. 평범한 이들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나도 같이 녹아드는 건 그래서 자연스럽다. 한번쯤 사랑에 실패해봤던 이들이 조심조심, 그러나 진심을 다해 또 다른 사랑에 다가가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었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마음이 사랑인 걸까 거듭 확인하고 싶어지고, 사랑이라 표현하고 다가가도 될는지 조심스럽고, 이 사랑이 무사히 앞으로 갈 수 있을지 염려스럽고……. 그러면서도 계속 가고 싶은 이유, 사랑이란 것에 대한 긍정적인 이유를 버리지 못해서인 건 아닐까, 라고.
어쩌면 이리, 쉬운 일이 하나도 없을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잊는 것도 죄다 어렵다. 만만한 일이 뭘까, 세상에서. 마음속에서 메아리가 윙윙 울리고 있었다. (352페이지)

이 책의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주변의 사람들은 건이 나쁜 남자라고 했다. 가만히 있는 진솔을 흔들어 마음을 고백하게 만들더니, 정작 고백을 듣고서는 그 마음을 자신의 마음대로 정의해버렸다. “지나가는 바람일지도 몰라요.”라고. 진솔의 많은 부분을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여놓고 순간 진심을 말해버린 자신의 마음을 바보 같이 수습해버렸다고 누군가는 말했다. 그런데 정말, 이런 건이 나쁜 남자일까? 몇 번을 읽었어도 나는 잘 모르겠다. 온전하게 진솔에게 가기 위해 망설이던 것도, 자신의 마음을 인정했을 때 따라올 기다림도, 그가 주었던 아픔들에 대해서 그가 치유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 남자였다. 그래서 누군가가 건을 나쁜 남자라 말할 때 속으로 웅얼웅얼 하고 싶은 말을 참고는 했다. ‘진짜 나쁜 남자를 못 봤구먼.’하고 말이지. ^^ 나라고 나쁜 남자를 알아봤자 얼마나 알고 있겠는가. 다만 이 남자, 건이 진심을 말하고 다가가는 모습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이해해주고 싶은 아량이 발동한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더 현실감이 느껴지게 했던 것 같다.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가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어서, 일상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 시행착오를 하는 게 사람이라서 인정하고 싶은 남자라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하나하나에 우리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어서 더 애틋한 소설이다. 바람 따라 떠도는 자유를 느끼고 싶은 선우, 그런 선우에게 자신을 봐달라고 애쓰는 연인 애리, 자신의 진짜 사랑이 이 사람인지 저 사람인지 찾지 못해 우왕좌왕 고민했던 가람, 사랑으로 받은 상처에 다시 오는 사랑이 주춤거렸던 진솔과 건. 그리고 인생이란 무엇인지 한 마디로 정의해주신 이필관 옹까지.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 이들이 취하는 행동,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는 메시지들이었다. 언제 어느 때 다시 만나도 그때그때의 마음에 스며들어 치유해주는 힐링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이 책을 다시 찾은 이유도 거기에 있을 테지. 마음이 두 동강 났을 때, 나를 다독여주고 싶을 때, 봄의 시작에 찾아온 지금의 꽃샘추위를 혼내주고 싶게 따스함 전해 받고 싶을 때.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이 책을 만나야 할 이유가 되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로, 더 이상 이 책을 로맨스소설이라 부르면 안 될 것 같다. 단맛 쓴맛, 살아가는 매 순간의 모든 맛을 경험하게 해주는 인생소설이라 명명하면 어울리려나. ^^ 여전히 사서함 110호의 <노래 실은 꽃마차>의 사연도 계속되고 있을 것만 같다. 아직도 진솔과 건이 거기에 있을 테니까...

2013개정판에 부록처럼 수록된 단편 「비 오는 날은 입구가 열린다」의 제목은 이 책을 읽은 사람이면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들을 것이다. ^^ 그래서 내용도 연상이 되기도 하는데, 이 단편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다른 내용이다. 오래된 골동품을 파는 가게의 남자와 파꽃을 그리는 여자가 남포등이 켜지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 안에 두 사람의 추억과 함께 한 이야기가 겹쳐져 하나로 이어진다. 내용이 궁금하면 직접 읽어보도록~ ^^



Dear Diary

잘 자요. 좋은 꿈꾸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정 즈음, 혹은 자정을 넘어서 걸려오는 전화나 문자를 확인하는 일에는 공포가 먼저 찾아온다. 무슨 일이 있을까, 어떤 마음으로 확인 버튼을 눌러야 할까 싶은, 마음의 두려움이 먼저 찾아오는 순간...


한 달쯤 전, 자정을 넘긴 시간에 문자 수신음이 들려왔을 때 나는 확인하지도 않고 너라고 생각했어. 무서운 시간에 확인해야 하는 무서운 내용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그러고 나서 ‘누군가가 됐든지 나에게 칭찬 한마디만 해주면 좋겠다. 너도 쓸 만한 사람이라는 말, 듣고 싶다.’라는 말을 보고 있던 나는 한동안 멍했었지.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몰라서 당황하기도 했다가, 차라리 일찍 잠이 들기라도 했으면 다음날 아침에서야 확인했다는 변명이라도 해볼 텐데, 라며 답답해하다가... 캄캄한 밤에, 나부터 무서워지는 그 느낌에 문자 속의 너의 마음을 읽고 또 읽었더랬지. 결국 나는 ‘너라는 사람이 존재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다.’ 라는 틀에 박힌 답문자를 보내고 말았어. 답을 바라고 묻는 말이 아니었음에도 그 밤에, 네가 조금이라도 잠이 들기 위해서는 무슨 말이든 한마디가 필요할 거라는, 나만의 생각으로 그렇게 보내고 말았지. 동시에, 그것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어. 너를 위로한다는 핑계 삼아 나에게도 하고 싶었던 말, 살기 위해 숨을 쉬고 허기를 느낄 때 배를 채우고, 졸음이 몰려와 잠을 자고, 시간이 돌아 아침이라고 눈을 뜨고... 그렇게 돌고 도는 일상에서 네가 숨 쉬고 있는 이유, 분명히 있다고 말하고 싶었어. 그게 나의 진심이든 공포를 떨치기 위한 몸부림이든, 나는 뭐라도 해야만 했지.

그때 너는, 조금이라도 잠을 잘 수 있었어?
나는 한숨도 잘 수 없었어. 항상 생각했었거든. 내가 모든 것으로부터 숨어버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이 번호를 버려야 할 것이라고, 번호를 바꾸게 된다면 새 번호 알림 서비스마저 신청하지 않겠다고. 그런데 십년이 넘어버린 이 번호를, 나는 아직도 버리지 못했어. 그러고 나서도 계속 생각했지. 내가 구닥다리 같은 이 번호를 버릴 수 없는 이유가 뭘까, 하는. 잊히지 않을 만큼만 소식을 전하는 너의 안부를 그렇게라도 듣고 싶어서 바꿀 수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은...












그리고 오늘, 그때와 같은 시간, 너는 또 문자로 마음을 드러냈지.
‘무의미하면서도 숨차게 흘러가는 하루가 지친다.’고 말했어. ‘감당할 수 없는 마음에 눈물이 난다.’고도 말했어. 그 시간에 눈 뜨고 있던 내가 참 싫었지. 그 시간에 그 말을 듣고 있는 나를, 내가 더 감당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 같이, 죽을까?”


라고, 바로 이틀 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을 그대로 답문자로 보낼 뻔 했어. 그때 왜 그 구절이 생각이 났는지, 정신을 차리고 나니까 너무 무서워 손이 떨려왔었어. 차마 버튼을 누르지 않았던 그 순간이 다행이었다고도 생각했지. 사는 게 견디는 것이 되어버리고, 죽을 순간을 바라보기 위해 버텨내는 것이 되어버린 사람도 있다는데... 그런 암흑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 누군가보다 지금의 너와 나는 다행인 삶이라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는 게 무서웠어. 정말, 이 시간이 너와 나에게 아무 것도 아닌 것일까...


또 다시 너의 진심이 들려오는 순간을 만나면, 나는 또 뭐라고 말해주어야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