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의 전작들을 읽다 보면 느껴지는 게 있다. 앞서 읽은 영원한 유산은 할머니와 함께 찍은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되었을 정도로, 할머니에 대한 감정이 깊게 묻어난다. 도대체 할머니와 어떤 사이였기에 거의 모든 작품에 할머니의 흔적이 남아있을까 싶을 정도로 궁금했다. 이 작품,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를 읽는 일은 그 할머니에 대한 궁금증을 풀 기회이기도 했다. 다 읽고 보니 작가는 이 글을 쓸 수밖에 없던 게 아닐까 싶었다. 작가의 할머니는 작가가 죽을 때까지 닮고 싶은 인물이며, 할머니를 우리에게 소개하고 싶을 정도로 존경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기억 속 할머니의 태도는 지금 작가와 딸 관계의 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정도로 현명한 어른의 모습이었다.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된 작가. 아기에게 꿀짱아라는 애칭을 붙이고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엄마였다. 하지만 엄마가 되는 길은 고됐다. 잘한다고 하지만 완벽하지 않았고, 마음처럼 아이와 잘 지내지도 못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지쳐 쓰러질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했고, 머리만으로 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깨우쳤다. 아등바등 급하게 갈 필요가 없다는 것, 실없는 농담으로 두루뭉술 넘어갈 수도 있는 것, 티격태격하다가도 어이없게 웃고 마는 게 우리가 경험하고 배운 육아법일 테다.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웃음도 나고, 한숨이 푹 쉬어지기도 한다. 누구나 비슷하게 건너온 육아의 강이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다. 나 역시 아이가 없어도 직접 간접으로 경험한 육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웠는데, 작가처럼 일상의 모든 면에서 현명하게 살아오신 할머니가 계셨다면 조금은 달랐을까.


부모로서, 작가로서 살아가는 일이 막막할 때마다, 특히 아이를 키우고 살면서 어려울 때마다 할머니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떠올렸다. 오래전 할머니가 해왔던 걸 기억하면, 양육의 방식을 새롭게 보게 했다. 할머니와 함께한 유년 시절은 현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할머니의 방법을 배우면서, 아이 앞에서 힘들 때마다 적용한다. 할머니가 보여준 관용의 태도는 양육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면에서 존경스럽다. 특히 미니멀한 언어의 사용은 지혜로운 사람의 그것이었다. ‘말 없는 사람으로 존재했던 할머니는, 모든 일상을 다섯 단어로 채워 넣었다. ‘그래, 안 돼, 됐어, 몰라, 어떡해할머니의 다섯 단어는 단순하고 익숙했다. 저 다섯 단어로 어떻게 일상의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듣다 보면 깊은 속내가 보인다. 공감과 이해가 가득한 말이었다.


할머니의 다섯 단어는 어떻게 사용되었을까. 작가는 일상에서 겪는 많은 순간에 할머니의 단어를 대입한다. 아이와 갈등이 생길 때마다 언어의 과용이 얼마나 독이 되는지 깨닫는다. 내가 하는 많은 말보다 조용히 들어주는 일이 더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걸 아는 순간이다. 할머니가 보여준 언어의 미니멀리즘이 왜 와닿는지 알겠다. 할머니가 보여준 건 사랑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었을까. 아이를 양육하는 좋은 환경을 몸소 보여주었다는 걸 작가는 깨닫는다. 그 깨달음을 자기가 경험한 육아의 현장에 적용하며 들려준다. 할머니의 유산은 다섯 단어로 채워진 사랑이었다. 누구보다 공감하고 이해한다는 믿음을 표현하는 태도는 육아의 장을 넘어서 인생의 모든 순간에 담아낼 자세였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을 테다. 저마다 옳다고 믿는 육아 방식에 최선을 다하기도 하겠지. 하지만 그 최선이 아이에게도 최선은 아닐 수 있다. 작가의 엄마가 채찍질하면서 좋은 교육과 사랑으로 잘 자랄 수 있었지만, 그게 인생의 모든 순간을 완벽하게 하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 삶을 유지하던 작가는 사십 대의 어느 날 무너진다. 이유 모를 무기력함, 작가 생활에 위험이 될 난독증까지 겪는다. 그때 작가가 할 수 있는 건 객관적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였다. 자책하지 않고 지금 나를 웃게 해줄 소박함을 찾는다. 이런 경험 때문일까. 이 시기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지만, 마치 우리가 겪은 사춘기와 비슷한 상황이라 여긴다. 지금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 딸을 온전히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이때 작가의 삶의 태도 역시 바뀐다. ‘최선열심이란 건, 지금 내가 해낼 수 있는 만큼으로 인정하는 것. 작가는 이런 마음을 가질 때마다 어김없이 할머니가 생각난다. 할머니가 이런 작가를 보며 무슨 말을 하실지 안다. “장혀.” 이 한마디는 할머니가 건네는 위로이자 격려이고, 사랑이었다.


환한 웃음과 시무룩한 한숨 사이 정도에 불과한 할머니의 작은 감정 표현은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내 마음을 안정시켰다. 아마도 모종의 동화(同化) 과정이었을 것이다. (188페이지)


읽으면서 놀라움 반, 부러움 반이었다. 말이 주는 상처를 생각하니 작가의 할머니가 말하는 다섯 단어는 지혜이고 배려였고 믿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른이란 이런 분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싶었다. 나에게는 이런 할머니가 없다는 게 부럽기도 했다. 내가 이십 대 중반에 돌아가신 할머니는, 가까운 거리에 살고 계셨지만 자주 보지 못했다. 명절에도 찾아가지 않았다. 서로 말을 하는 순간 상처가 되는 말들이 오갔기에 굳이 보고 살지 않아도 되는 관계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나의 이런 기억에 남은 할머니만 생각하다가 작가가 들려주는 할머니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지금 작가의 모습 기저에 할머니가 존재한다는 걸 알겠다. 고요하게 보내는 사랑의 말이었고, 할머니가 없는 시대에 배우고 살아가는 사랑법이었다.



#나의아름다운할머니 #심윤경 #사계절출판사 #에세이 #할머니 #사랑 #위로 #김영하북클럽

##책추천 #책리뷰 #미니멀리즘 #양육 #경험 #영원한유산 #설이 #나의아름다운정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2-11-09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하나의책장 2022-11-09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지구별 인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 튀지 말자. ‘보통혹은 정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 적당히 섞여서 살면 되겠지 싶었다. 딱히 다른 생각을 하고 사는 것도 아니어서 일반적인 사람들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자 한 적도 없다. 그러니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곤 했다. 그때그때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면 되는 거지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완전히 같을 수는 없었다. 비슷하게 살아가되 전혀 다른 방향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 우리, 그렇게 살아가도 되는 거 아니었나?


십 대 소녀 나쓰키는 스스로 포하피핀포보피아별에서 온 마법 소녀라고 생각한다. 나쓰키는 어쩌다가 이런 상상에 빠져들어 살아오게 되었을까. 단순하게 어린아이의 엉뚱한 상상이라고 여겼다. 소설의 도입부에서부터 등장하는 이 판타지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쓰키의 이야기가 하나씩 펼쳐질 때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엄마의 한마디에 상처 입을 때마다 아이는 자책했다. 엄마에게 언어적 물리적 학대를 받는 이 아이가 도피처로 삼은 게 또 다른 세계였다. 유체 이탈 같은 방법으로, 이 상황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쓰키를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가 사촌 유우다. 외계인이라고 여기며 돌아갈 순간을 바라던 유우는 나쓰키의 포하피핀포보피아별을 아는 유일한 존재다. 일 년에 한 번 백중날에 만나는 사이였지만, 그 누구보다 가까운 두 아이는 마지막으로 만난 백중날의 일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살아가게 된다.


나쓰키에게 놓인 세상은 그저 인간 공장일 뿐이다.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니 부모의 말을 잘 들으면서 자라야 했고,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공부를 잘 따라야 했다. 그래야만 착한 아이, 부모님의 기대에 맞게 잘 자라나는 아이, 보통의 삶을 누리는 아이로 남을 수 있었다. 나쓰키에게는 이 세상의 방식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저 여자의 자궁으로 새 생명을 번식하기 위한, 육체로 이어진 인간 공장이었다. 잘 키워진 나쓰키 같은 아이는 언젠가 이 공장의 생산품으로 출하될 거다. 이런 방식의 세상은 누가 만든 거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나쓰키는 이 방식에 반기를 든다. 자기를 이해하는 유일한 대상 유우에게 결혼하자고 말하며 자기 몸이 더러워지기 전에 그에게 닿고 싶어 한다. 육체적 폭력을 당해도 어른들은 인정해주지 않으면서,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육체적 행위에는 야단법석을 떤다.


20여 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쓰키는 도모오미와 결혼한 상태다. 나쓰키가 흘러온 시간만큼이나 정신적인 치유와 성장을 이뤄냈을까 궁금했는데, 그녀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흡수되어 잘 살아가고 있었다. 서로가 필요하고 원하는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연처럼 가게 된 아키시나의 산속 집에서 유우와 재회한다. 이제 이 세 사람, 나쓰키, 도모오미, 유우의 이상한 동거는 새로운 전환을 맞는다.


, 이런 소설이 가능해? 믿을 수 없는 결말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너무 조심스러워서, 이 소설이 흘러가는 모든 과정을 그대로 옮길 수가 없다. 아키시나의 산속 집에 머문 세 사람의 선택을 처음에는 막장 드라마의 삼각관계쯤으로 여겼다. 과거에 결혼했던 남자, 현재 결혼한 남자, 그 사이의 여자 한 명. 이 구도라면 누구라도 나와 비슷한 예상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주인공은 끝까지 평범함을 거부하고 이 세계의 인간 공장 폭발시키고자 한다. 공장의 부품으로 이용되는 여성의 자궁을 거부하며, 인간이 그동안 만들어왔던 규칙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폭파한다. 이들이 선택한 도주이자 자신의 삶이었다.


꼭 같은 방식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반드시 살아남을 것. 이 약속을 지키려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려고 하지만 지구별 인간은 다른 모습의 삶을 용납하지 않았다. 점점 옥죄어오는 지구별 인간의 그림자를 이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이들이 그 끝에서 마주한 것은 더는 참지 않고 자기 방식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정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고, 어른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아이를 이끌려고 착취하는 폭력에 대해 강렬한 결말로 보여준다. 이렇게나 다른데, 끝까지 인정하지 않겠다고?


문장 곳곳에 묻어 있는 소품의 등장이 귀여웠다. 요술봉과 변신 콤팩트, 고슴도치 인형, 마법을 불러오는 퓨트 같이 십 대 소녀의 주변에 충분히 있을 만한 이미지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막상 이 존재들이 일으키는 마법(?)의 힘을 확인한 순간, 우리는 두려움에 빠진다. 굉장히 충격적이다. 이 두려움은 우리가 서로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지 않아서 생기는 갈등의 폭발일 수도 있다. 인간은 파란 덩어리였고, 피는 금빛 액체로 흘러내리고, 세상은 온통 핑크색이고... 머릿속에 그려보는 이런 세상은 한번 즐겨볼 수 있는 판타지였지만, 막상 이 소설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은 공포였다. 언제부터 고정됐을지 모를 평범한 삶을 강요하는 일은 의미 없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당연하지 않고, 어떤 것도 똑같을 수 없다. 그저 각자가 향하는 방향을 보고 살아가면 된다.



#지구별인간 #무라타사야카 #비채 #소설 #소설추천 #일본문학 #고정관념깨부수기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북리뷰 #김영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벌거벗은 세계사 : 전쟁편 - 벗겼다, 끝나지 않는 전쟁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람 맞춰놓고 챙겨볼 정도로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시리즈는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방송을 볼 때도 즐겁게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보고 들었는데, 책으로 정리되어 나올 때마다 복습하는 마음으로 다시 읽었다. 매주 들려오는 주제마다, 세계사에 이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놀랍기도 하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겉핥기로 배운 내용,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까지 들려오니 빠져들곤 했다. 시리즈 세 번째 책, 이번에는 전쟁이다. 116년 동안 이어진 백년전쟁부터 가장 최근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방송에서 미처 내보내지 못한 내용까지 더해져 전쟁의 역사가 그대로 들려온다. 우리가 아는 전쟁의 이유와 사뭇 다른 목적이 숨겨 있을지도 모를 이야기까지 파헤친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 말고, 진짜 이유를 알고 나면 전쟁의 모습이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재밌게 지식을 쌓는다는 마음에 읽고 듣기에는 흥미로웠으나, 읽을수록 그 내용은 참담했다. ‘전쟁이란 단어가 주는 장면을 알기 때문이다. 직접 겪어보진 않았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 그 참상을 확인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세계사에서 전쟁이 사라지는 날이 오기는 할까 싶은 절망이 앞선다. 누군가 일으킨 전쟁에 나름대로 명분은 있을지 몰라도, 그 전쟁으로 희생되는 많은 사람까지 생각하지 않는 건 잔인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백년전쟁, 미국의 독립전쟁, 아편전쟁, 메이지 유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베트남 전쟁, 소말리아 내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요구 내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이 전쟁들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동안 배워왔던 기억을 꺼내자면, 이들 나라는 갖가지 이유로 전쟁을 시작했다. 그 전쟁에는 양국의 문제도 있었지만, 전혀 연관 없어 보이는 제삼자가 나서서 전쟁을 발발하며 확대하는 때도 있었다. 각국의 이익을 위한 일이었겠지만, 무모한 시도는 피를 부를 뿐이다.


프랑스 왕위 세습 문제로 시작된 백년전쟁은 17세의 양치기 소녀 잔 다르크의 등장으로 프랑스가 이기는 듯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잔 다르크는 마녀로 불리며 화형을 당한다. 이게 말이 되나? 정치적인 이유로 그녀는 마녀로 처형당했다가 다시 정치적인 이유로 명예를 되찾기도 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녀의 존재는 하나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도 하지만, 어떤 이유로는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후에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도 그녀의 존재가 언급되면서 이용되기도 했다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 난감하다.


영국의 식민지 13개국이 모여 일으킨 미국 독립전쟁은 그들로서는 치열하게 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겠으나, 이 전쟁으로 원주민은 피해자가 된다. 이유도 모르고 연관도 없는 원주민은 피해자로만 남을 일이다. 세상 많은 일에는 주고받기가 이뤄져야 하는데, 영국은 청나라의 차(tea)를 수입하면서 이 거래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나 보다. 자꾸 손해가 나는 일에 청나라에 개항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이에 보복하듯 몰래 아편을 팔기 시작한다. 이미 아편에 취한 사람들을 휘두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영국은 이 공격(?)으로 넘치는 이익을 뽑아냈다. 메이지 유신은 내분의 명분을 외부에서 찾아내려 조선을 이용했다는 게 억울하게 들린다. 듣다 보면 전쟁은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차지하고자 하는 이익을 위해서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원하지도 않는 전쟁의 중심에서 피해자로 남는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은 영국이 개입하면서 시작된 전쟁이었고, 정작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난민으로 세계를 떠돌고 있으니, 이 거대한 사기극의 피해자는 누가 구제해줄 것인가. 답답할 노릇이다.


우리나라도 참가했던 베트남 전쟁은, 처음에는 내전으로 시작되었으나 곧 미국의 개입으로 전쟁의 규모는 커졌다. 이때 사용된 고엽제는 말할 수 없는 후유증을 남겼고, 현재에도 이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 고엽제와 함께 언급된 게 네이팜탄인데, 자료 화면으로 봤던 네이팜탄 소녀의 장면은 끔찍했다. 공포에 질린 얼굴로,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아이들이 울부짖으며 뛰어오는 모습을 보는 건 괴로웠다. 누가 만든 명분의 전쟁에서 왜 힘없는 민간인이, 어린아이들이 피해자가 되어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피해자가 되는 슬픔은 어떤 전쟁에서도 비슷하다. 베트남 전쟁에 한국군 역시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후에 들은 얘기인데, 한국군도 이 전쟁의 민간인 학살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견해라고 한다.


왜 이렇게 전쟁은 계속되는가. 아무리 물어도 대답해줄 사람은 없다.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나라는 자국민 보호와 이익을 위해서라는 말을 하겠지. 장기전이 되어버린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영국과 소련이 연관되어 있고, 특히 소련은 나비 지뢰로 또 한 번 아이들을 학살하는 일을 저질렀다. 소말리아 내전은 부패한 정부를 더는 봐줄 수 없어서 시작되었지만, 이는 또 다른 분단국가가 되는 형국이었다. 특히 소말리아 해적은 유명하지 않은가. 이들은 사라져야 할 존재라고 여겼는데, 어느 국가의 투자자들은 이 해적을 지원한다고 하니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이 전쟁을 도우려는 것인지 말리려는 것인지, 참 알 수 없도다.



많은 전쟁 중 가장 실감하고 있는 게 올해 2월 발발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이는 현재도 진행 중이기에 더 가깝게 들린다. 이 전쟁을 처음 봤을 때는 곧 끝나겠지 싶었는데, 각국이 원하는 바가 너무도 달라 평행선으로 달리는 듯하다. 러시아는 가스관 공급과 차단을 반복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경제를 옥죄고, 우크라이나 역시 나토 가입으로 러시아와 거리를 두려고 하니, 서로의 방향이 다르다는 건 명확하다. 문제는 이 전쟁 역시 피해자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데 있다. 핵무기까지 언급하는 러시아의 공격은 어디까지 갈 것인지 궁금하고 염려스럽다.


전쟁의 이유는 다양했다. 그중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는 역시 자국의 이익을 위한 선택 때문인 듯하다. 내 것이 아니면 탐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좀 더 많이 좀 더 강한 국가가 되어야 다른 공격으로부터 우위에 있다고 믿는 건지 왜인지. 지금, 이 순간에도 갈등을 종결할 수 없는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그 전쟁에서 피해자는 늘어난다. 대화가 필요한 때라는 건 알겠지만, 누구도 쉽게 그 대화의 장에 나서려고 하지 않는 게 또 문제가 된다. 그런데도 화해와 협상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아무 죄도 없는 민간인 피해가 더는 계속되지 않도록 말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들려주는 전쟁사가 재미있었다. 학교 다니면서 시험공부 할 때 잠깐 들여다봤던 주제였는데, 이렇게 들으면서 다시 보니 이 역사가 내가 알던 게 전부가 아니었다는 게 새롭다. 특히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는데, 그 기록의 내면을 조금 더 섬세하게 본 느낌이다. 전쟁에서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고, 피해자도 있다. 이 책에서는 승자뿐만 아니라 패자와 피해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역사를 다양하게 해석해준다. 소개 글에서 언급했듯이, 인류의 역사가 전쟁의 역사라고 할 만큼 다툼과 분쟁, 갈등과 전쟁은 끊이지 않았다. 지금도 지구 어디선가 전쟁은 계속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 전쟁이 끝나야 하는 이유를 같이 들으면서, 인류 역사에서 더는 전쟁이 언급되지 않을 날을 기대한다.



#벌거벗은세계사 #tvN세계사 #세계사스터디 #역사의뒷이야기 #종횡무진세계사

#벌거벗은세계사전쟁편 #교보문고출판사 #역사 #세계사 #전쟁 #전쟁의역사

##책추천 #신간추천 #벌거벗은세계사시리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라면서 끊임없는 비교에 시달리고 괴로웠던 게 나만의 기억은 아니리라.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그 비교와 간섭으로 받아왔던 고통이 끝난 게 아니었다. 그럼 결혼하면 끝이냐고? 그것도 아니다. 아이를 낳으면 낳는 데로, 딸이 있어야 한다 아들이 있어야 한다, 혼자는 외로우니 둘 이상은 낳아야 한다 등등 남의 인생 계획에 전혀 연관 없는 사람들이 나의 자녀 문제를 정하려고 든다. 듣기 싫은 소리 들으면서 참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이러다가 정말 살인이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정도의 극한 경험을 한 적도 있다. 자기 인생이 아니고, 남의 인생이다. 그들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사는지,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살아가는 순간마저도 그들의 몫인 거다. 제발 멋대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파헤치고, 걱정이랍시고 오지랖 떠는 일 좀 그만해주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불행이 아니라 불쌍한 거냐고 묻고 싶었다. 나이 들어갈수록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게 어려워지곤 했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아이 문제 때문이다. 새로 관계를 맺고, 무슨 통과의례처럼 호구 조사가 시작된다. 나이는 몇이냐, 어디 학교 나왔냐, 결혼은 했냐, 아이는 몇이냐. 특이 이 나이 먹고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 특히 같이 일하는 사이로 엮이는 사람들은 아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다. 여기 나와 일하고 있으면 아이는 어떻게 하고 있냐고 묻는다. 아이가 없다고 말하면 순간 몇 초쯤 침묵. 그러고 나서 돌아오는 대답은 '아...' 이미 아는 사람들도 그렇지만, 특히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아이 없는 우리 부부의 삶을 불쌍하게 보는 눈빛이 부담스럽고 불편했다. 아이를 낳는 건 개인의 선택이고, 낳았으면 책임을 다해 길러야 하는 게 부모의 의무이다. 그거면 된 거다. 각자의 선택일 뿐이다. 처음부터 계획했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든, 그냥 각자가 감당하면 되는 일 아니었나.


아이 없는 우리 부부가 어떤 마음과 계획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되던 중에, 아이 없이 살아가는 부부에 관한 책 몇 권을 읽게 됐다. 사실 다 읽을 필요도 없긴 했다. 온전하게 우리 둘이 잘살아가는 방법을 찾으면 되는 거고, 노후의 삶이 불행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 외에 뭐가 더 있을까. 그런데도 굳이 읽어본 이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다. 우리 부부가 많은 고민 끝에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게 잘한 일인지 아직도 100%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해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키워야 하는 것까지 다 고려해야 하니까. 그래서 인생에서 아이를 선택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얘기가 더 듣고 싶었다. 어떤 자세로 노년을 준비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비슷하면서도 다를 거로 예상했지만, 역시나. 각자의 이유로 아이를 선택하지 않았고, 각자에게 맞는 노년을 준비하고 있었다.


비자발적으로 아이 없는 삶을 받아들인 10년 차 부부의 이야기 우리, 아이 없이 살자에서는 부부 사이의 변화를 찾아냄으로써, 관계 재정립과 아이 없는 부부생활을 잘 만들어가는 계기로 여행을 선택했다. 1년간의 여행 후 이 부부는 분명 달라졌다. 보편적인 정답이 아니라 그들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아이가 없다는 이유 말고도 부부 관계에 조금은 고민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들이 함께 겪은 여행지에서의 고단함을 같이 경험해도 좋겠다. 어쩌면 실컷 싸우기만 하다가 돌아올지도 모르지만, 그 힘든 시간을 같이 경험하다 보면 사랑을 넘어선 동지애가 싹틀지도 모른다. 전통적 사고나 사회적 규범이 만든 틀 안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던 우리는 이제 우리만의 룰을 만들어 지켜나가기로 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었다.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175페이지, 우리, 아이 없이 살자)


딩크족 여성 18명의 이야기를 직접 담아낸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역시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유가 어떻든 그들의 선택이고, 본인의 선택에 책임지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주변의 시선과 말들은 어김없이 이들의 선택이 틀렸다는 듯이 참견하며 인생 지도를 다시 그려주려고 한다. 타인이 잊고 있는 그것, 아이 없는 삶을 여성 혼자가 아니라 배우자와 같이 고민하고 결정한 일이라는 것. 무례한 오지랖에 상처 입으면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대처하는 노하우를 같이 듣게 된다. 실질적인 경험담을 듣는데 최적의 책이 아니었나 싶다. 서른을 지나고 마흔을 향해 가는 동안 알게 된 것이 있다. 여자들의 친구 관계는 대개 결혼을 중심으로 한 번, 출산을 기점으로 다시 한번 재편된다. 삶의 형태, 사는 지역, 관심사, 친밀도, 시간적 여유, 금전적 여유, 자유와 책임의 문제까지 서로 달라지는 부분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160페이지,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몇 권 더 읽긴 했는데, 비슷하게 중복되는 부분도 많았고,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중에 객관적으로 들리면서도 당당하게 아이 없는 삶을 받아들이게 하는 게 아이 없는 완전한 삶이었다. 저자는 아이 없는 삶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선택을 위한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아이 없이 살기로 한 이들에게서 나오는 확신을 들려준다. 중립자의 시각에서 아이 없는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거다. 저자가 상담했던 사람들은 거의 세 가지로 나뉜다. 인생이 다르게 흘러갔으면 아이를 낳았을 수도 있는 사람들(어쩌다 보니 아이 없이 살게 된 사람들), 행복하게 아이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아이를 낳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 아이를 낳지 못해 슬퍼하는 사람들(사정상 어쩔 수 없이 아이 없는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들이 원하는 삶을 선택했지만, 그 기저에는 위의 세 가지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감정의 문제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본인의 선택에 잘 책임지며 살아가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치 비정상의 삶이라는 듯 바라보는 시선은 좀 거둬주시기를.


저자는 우리 사회의 세 가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자녀를 가질지 말지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자녀 없는 삶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일부 부모는 자녀를 낳은 일을 후회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는 거다. 피임약의 등장은 아이를 낳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결혼했으니(결혼하지 않았어도) 아이를 낳는 게 당연한 일처럼 여겼던 시대는 지나갔다.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하게 되는 일도 생긴다. 누가 탓하거나 혀를 찰 일이 아니라는 것. 부모가 아이를 낳은 것에 책임을 지듯,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사람은 본인의 선택에 책임을 지면 되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있는 가정과 아이가 없는 부부가 겪는 경제적이고 감정적인 문제를 놓치지 않고 언급한다. 우리 사회도 다르지 않기에 이 부분에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다. 노키즈존을 선호하는 사람과 비선호 하는 사람 사이에 어떤 시선의 차이가 있는지, 아이가 있는 집에는 세금이나 기타 여러 가지 혜택을 주면서 아이가 없는 집에는 필요해도 받지 못하는 혜택이 있다. (사실 이 부분에서 더 많고 다양한 생각들이 언급되는데, 싸움판 벌어질까 봐 더는 언급하지 않겠다) 어떤 정책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결혼이 선택이든 아이를 낳는 것도 선택의 문제일 텐데, 개인의 선택 문제에 누군가는 부당하다고 여길 문제가 있다면, 이는 깊게 고려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이 주제의 많은 책이 아이 없는 삶 자체를 찬양하는 게 아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아이 없는 삶을 선택했고, 그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일이 고단함에도 받아들이고 즐겁게 살아갈 방법을 찾는다. 아이 없이 살아가는 일의 긍정적인 면만 말하지도 않는다. 아이 없이 살아갈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더 이 삶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아이 없이 살아간다는 불안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고민에 저자는 말한다. 아이 있는 삶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라고, 어떤 불안이 더 큰지 비교할 것 없이 비슷하다고, 이런 고민 자체가 헛된 일이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아이 없는 삶에 대해 누군가 판단하거나 함부로 말하려고 든다면 참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다. 사생활을 말하고 싶지 않으면 하고 싶지 않다고, 이 삶을 선택한 이유를 말하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말하면 된다고,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분명한 이유를 인지할수록 불안감은 덜하다고 말이다. 어떤 선택도 완벽하지 않다.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하는 게 인생이 아니었던가.


옳은 길도 틀린 길도 없다. 그저 여러 갈래의 다른 길이 있을 뿐이다. 아이가 없다면 택할 수도 있는 몇 가지 길을 부모가 됐다면 포기해야 한다. 아이를 간절히 원했지만 주변 상황 때문에 혹은 생물학적인 조건으로 부모가 될 수 없다면, 인생의 다른 목적을 찾아 즐겁게 살면 된다. 우리의 사명은 각자 내린 결정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풍요롭고 알차게 살아가는 것이다. (270~271페이지, 아이 없는 완전한 삶)


아이 없는 삶을 먼저 살아본 이들의 이야기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표현하는 ‘childfree’가 더 어울리긴 한다. ‘childless’가 부정적으로 들리는 반면 ‘childfree’는 아이 문제를 우리가 선택했다는 어감을 담고 있어서 저자가 말하려는 의도와 더 맞는 듯하다.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이유는 제각각이더라도, 아이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건 똑같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묻고 답을 찾아가게 하는 글이다. 지금 내가 늦은 저녁 시간에 남편과 둘이 각자의 책을 읽으며 뒹굴뒹굴하는 것 같은 취미가 필요하다. 나이 들어가면서 부부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노년의 만족이 다를 것 같다. 남편과 나는 성격도 아주 다른데, 다행히 비슷한 거 하나는 책을 보는 일상이라는 거다. 나는 출간된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남편은 지금 연재 중인 작품들을 찾아서 본다. 서로 시간 보내는 일이 아주 다르지 않게 조율하면서 살아가는 것. 아이 없는 부부를 바라보는 편견에 무심해지는 것. 아이가 있어도 불행할 수 있듯이, 아이가 없는 이대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아가는 것. 지금 바라는 소박한 세 가지다.



*) 이 책에는 더 많은 사례와 그들의 선택에 대한 근거, 아이 없는 부부에게 사회가 부여하는 불평등한 정책들이 언급된다. 여기에 다 옮길 수도 없지만, 각자의 선택과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다를 것이기에 한마디로 말할 수도 없다. 많은 사람과 다른 삶을 선택했다고 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더군다나 국가의 정책과 세금 문제에 관해서는 더더욱.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2-09-29 1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동감 합니다!
사회의 관습 통념
가족의 개념 의미가
각자의 삶의 방향과 추구하는 삶의 모습에 맞게 살아 가는 것!

서로 조율 하면서 ^^

구단씨 2022-09-29 22:07   좋아요 3 | URL
그냥요... 더도 바라지 않아요. 서로 살아가는 모습이 똑같지 않다는 것만 인정했으면 좋겠어요.

미미 2022-09-29 14: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감입니다. 저도 별의별 일 다 겪었어요.
최재천 교수님이 그러더라구요. 출산률이 떨어지고 있어도
워낙 기본값?이 (세계인구) 상당히 커져있기 때문에 인구증가가 소폭 상승해도
증가율이 과거와 비교가 안되게 크다구요.
이런 상황에서 보면 출산율 저하는 ㅡ위기다 뭐다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ㅡ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다수의 횡포는 어디에나 있는것 같아요. 최근 통계를 보니 이제 절반이상은 비출산을 선택하던데
머지않아 왜 안낳느냐등의 타인의 영역을 침해하는 질문은 사라질거라고 예상합니다.
저도 이 책들 다 읽어보고 싶네요.^^

구단씨 2022-09-29 22:11   좋아요 4 | URL
저하고 무슨 얘기를 한 것도 아닌데,
오늘 갑자기 옆자리 20대 중반 남자 동료가 출산율이 더 떨어지고 있어서 큰일이라면서, 아이는 낳아야 한다는 말 듣고 깜작 놀랐어요. 어디서 내가 쏟아내는 속내를 듣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요.
가치관의 차이가 있겠지만,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변화하길 바라고 있네요.

서니데이 2022-10-07 2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구단씨 2022-10-10 22:1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mini74 2022-10-07 2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이가 하나인데 어떤 분이 대뜸 하나 더 낳아
애국하라고. ㅎㅎ 아니 이 무슨 소리지 했습니다.
당선 축하드립니다 *^^*

구단씨 2022-10-10 22:13   좋아요 1 | URL
애국의 기준이 뭘까 궁금해지긴 해요.
감사합니다. ^^

이하라 2022-10-07 2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구단씨 2022-10-10 22:13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행복한 날이었다. 벡과 엘리자베스는 그들의 추억이 깃든 장소로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러 간다. 그날은 곧 엘리자베스가 사망한 날이 된다.


8년을 시체처럼 살았다. 눈앞에서 아내를 잃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의사인 그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빈민가에서 환자를 돌본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도착한 메일 한 통. 그 메일에 담긴 아내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죽은 아내가 살아있는 건지, 누가 장난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누가 메일을 보낸 걸까? 아주 조심스럽게 보내온 메일은 한 번 더 이어지고, 벡에게 경고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갑자기 무슨 일이지? 게다가 아내가 살해당한 호숫가 근처에서 백골 사체 두 구와 혈흔이 묻은 야구방망이가 함께 발견된다. 점점 8년 전 사건이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살해당한 아내의 사건이 진실이 아니었을 거라는 의심이 계속된다.


나라면? 아내가 보낸 것이 분명해 보이는 메일을 받고 의심만 하고 있을까? 아니다. 호기심은 늘 위험을 감수하게 한다. 아내를 그리워한 시간도 이 위험을 선택하는데 한몫한다. 무엇보다 아내와 나만이 아는 신호 같은 이야기가 암호처럼 이어질 때 확신할 수밖에 없다.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그리워하던 사람의 흔적이라는 걸. 죽었다고 생각하고 8년을 지내왔지만, 메일 한 통에 그 믿음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메일을 받은 후 취한 벡의 모든 행동은 누구라도 비슷할 거다. 그 호기심을 따라가야만 한다는 것을. 위험할 걸 알면서도 아내가 보내는 신호를 따라가서 찾아야만 했다. 8년 전 아내의 죽음이 거짓이었다면,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이유를 밝혀야 했다. 그 어떤 진실을 마주하며 충격을 받더라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던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함부로 속단할 수 없게, 한번 시작된 사건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달려간다. 주변에 말하고 도움을 구하고 싶을 때마다 귓가에 아내의 경고가 울린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특히 FBI에 쫓기는 벡은 누구도 믿을 수 없다.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모든 증거를 그에게 향하게 만드는 FBI의 의도가 무엇인지 몰라서 답답하기까지 하다. 어디 이들뿐인가. 누군가 벡의 모든 생활 주거지를 도청하고 있다. 모든 전화, 이메일,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누군가의 감시하에 8년을 지내왔다는 게 믿을 수 없다. 도대체 이 사건의 배후는 누구인가. 모든 진실을 파묻은 채로 세월이 흐르게 놔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벡은 누명을 벗고 죽은 아내의 진실까지 마주할 수 있을까?


크고 작은 단서들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위기에 처한 벡이 순간을 모면하면서 진실의 중심에 다가설 때마다 긴장하면서 읽게 된다. 모든 사람이 의심스럽다. 아내의 시신을 확인했다는 장인, 벡의 누나와 함께 사는 쇼나가 정말 벡에게 아군일까, 아들을 구해줬다고 벡에게 호의를 표하는 티라이스가 정말 벡을 돕고 있는 걸까 싶고, 누군가 어둠 속에서 지시하는 건 이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궁금했다. 심지어 벡이 정말 아내를 죽인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진실에 다가서다가 매번 뒷걸음질 치는 기분이다. 그러면서 조금씩 앞으로, 앞으로. 언젠가 끝은 있고, 그 끝에서 마주하는 건 진실뿐이겠지. 그때 벡은 용의선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더한 진실을 마주하며 경악하고 있을까. 한 번의 위기를 벗어날 때마다 반전이 펼쳐질 걸 기대하게 하는 이 묘한 이야기는 뭔가. 아슬아슬한 줄타기란 바로 이런 건가 싶을 정도였다.


할런 코벤의 다른 작품들처럼 이 작품 역시 진실을 알 것처럼 안심하게 하다가,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서야 완벽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이 사람이 범인이군 싶다가도, 조금 아쉬운 증거에 그 확신을 무너뜨린다. 우리 사는 곳곳에서 마주하는 많은 일과 인간의 감정을 이야기 곳곳에 담아내면서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이 이야기 역시 작은 일 하나에서 시작한다. 정의를 찾는다고, 옳다고 믿은 일을 수행하고자 했을 뿐인데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 그걸 바로잡고자 했더니 또 사건은 벌어진다. 작가는 그렇게 크기를 다르게 해서 반복하는 듯한 흐름에, 인간이 따라가려고 하는 호기심까지 심어놓는다. 밝히지 않고서는 궁금해서 잠을 못 잘 갈증을 뿌려놓는다.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일을 서로 엮어놓고, 그렇게 엮인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을 독자가 끝까지 확인해야만 잠들 수 있게 한다.


살면서 인간은 누구나 실수한다. 그 실수가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몰라도, 해결해야만 하는 게 실수를 저지른 사람의 몫이다. 이야기의 끝에는 결말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 과정에서 하나씩 밝혀지는 사실에 우리는 인생의 찰나에 조금 더 집중하고 진지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순간의 선택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슬퍼하며 고통에 빠져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아무에게도말하지마 #할런코벤 #비채 #소설 #소설추천 #외국소설

##책추천 #책리뷰 #북리뷰 #스릴러소설 #추리소설 #반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