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문/교양 출판그룹 반비입니다. ^^


이번에 반비에서 책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이안 샌섬의 신간, 『페이퍼 엘레지』가 출간되었습니다.

누구보다 종이와 책에 애정이 있다고 자부하시는 분이라면

이번 서평단 활동으로 종이사의 한 획을 그어주시기 바랍니다.



***





『페이퍼 엘레지』

감탄과 애도로 쓴 종이의 문화사




책이 사라지는 시대,

연약한 종이의 질긴 내구성을 탐구하다!



이 책에서는 아주 장황한 방식으로 종이의 죽음이라는 말이 과장되었음을 보일 참이다. 종이를 잔뜩 머금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종이에 작별을 고한다고 함은 어느 날 글쓰기를 익혔다는 이유로 말하기를 멈춘다는 말과 비슷하다.” 


이 책에서 나는 종이가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비애감과 옛날 종이를 그리워하는 향수의 존재를 인지한다. 예전 종이의 두께감과 묵직함, 젊음의 이상이 담긴 너덜너덜해진 포스터들. 우리의 역사를 대변하는 이런 종잇조각이 점점 낡고 희귀해진다는 것. 한편 무엇보다도 종이의 역설, 종이의 쓰임에 내포된 아이러니, 이중적 의미, 가치, 광활한 범위와 규모를 다룰 참이다.

-본문 중에서



***



▶ 『페이퍼 엘레지』 서평단 모집 상세 내용



하나, 『페이퍼 엘레지』 서평단 모집 포스팅을 개인 블로그에 스크랩 한 뒤, 읽고 싶은 이유 간단하고 성실하게 적어서 스크랩 링크와 함께 댓글로 올려주시면 응모가 완료됩니다.


둘, 응모 기간 2014년 9월 22일(월)부터 9월 28일(일)까지 입니다.


셋, 추첨인원 10명입니다. (최종 응모자 수에 따라 추첨인원이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넷, 서평단 발표일 2014년 9월 29일 월요일입니다.


다섯, 서평기간10월 6일(월)부터 10월15일(수)까지 10일간입니다.


마지막, 첨된 서평단 분들은 서평기간인 10일간 예스24 개인 계정으로 서평을 작성한 후, 『페이퍼 엘레지』 서평단 발표 포스팅에 예스24 개인 블로그 및 그 외 블로그나 외부 채널 등에 남기신 서평 링크를 댓글로 달아주셔야 최종 서평이 완료됩니다.




※ 해당 기간 안에 서평을 작성하지 않을 시,

다음 서평단 모집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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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가을이 오긴 왔구나.

동률 오라방 노래가 나올 준비를 하는 걸 보니...

 

꽃보다 누님들의 사랑을 한껏 받으며 이름과 노래로 등장해서 설레게 하고,

오래된 편지 정리 하는 맘이 들 때마다 찾아오는 이 남자...

 

얼른 듣고 싶삼...

 

 

 

 

근데 이 오빠, 오빠 맞아?

김동률이 몇 살이지? (노래는 좋아해도 나이는 몰랐음... 급 검색중...)

 

데뷔한지 20년이 넘어가는데, 늙어가는 게 아니라 자꾸 잘생겨짐...

(내 눈에만 이렇게 보이는 거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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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
최양윤 지음 / 청어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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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 진심을 알아차리는 타이밍...

 

뭐든, 타이밍이 중요하다. 어떤 선택을 앞에 두고 잡을까 말까 고민하는 그 순간은 짧아야 한다. 조금만 주저해도 버스는 떠나고 흙먼지만 달려들기 일쑤니까. 그걸 알면서도 늘 반복되는 시행착오가 있다. 혹시나 거절당할까, 내 맘과 같지 않아 부담을 줄까 싶어 망설이다가 가슴 속은 시커멓게 타버리는 일. 누굴 좋아하는 마음은 왜 그렇게 애가 타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주변을 맴돌며 마음을 흘린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지키고, 짝사랑을 들키지 않기 위해 쿨한 척 괜찮은 척하는 연기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한다. 어쩌겠나, 그렇게라도 옆에 있어야 좋다는데...

 

승연과 윤성의 첫 번째 결혼기념일. 1월 12일이 지나고 있다. 0시 1분. 승연은 준비한 이혼서류를 바라보며 지난 시간을 떠올린다. 윤성과 친구로 지냈던 시간, 낯선 땅에서 자신의 외로움을 유일하게 발견한 윤성을 마음에 담기 시작한 시간, 아닌 척 마음을 숨기며 결혼을 유지했던 1년이란 시간까지. 승연은 무엇을 위해, 무엇을 확인하고 싶어 윤성과의 마지막을 준비하던 걸까. 이 서류로 그 확인을 할 수 있을까. 흩어진 많은 것을 한 군데로 끌어 모아 끝이 이루어지긴 할는지...

 

승연은 친구인 지영의 연인 윤성을 좋아한다. 물론 윤성은 승연의 오랜 지기다. 어느 날 윤성과 지영은 연인이 되었다고 했다. 그 사이에 또 다른 지기, 변호사인 시흔은 승연과 친구 사이면서 승연이 가장 솔직할 수 있는 대상이다. 재벌 수준의 집안 배경을 가진 윤성과 승연, 개천에서 용 나듯 살아온 지영과 시흔. 네 사람의 공통점은 없는 듯 보였으나 이들이 오랜 친구사이였다는 건 그만큼 인간성이 바탕이 된 존재라는 얘기도 된다. 어쨌든, 연인인 지영과 결혼하기 어려웠던(?) 윤성은 승연에게 3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제안한다. 승연은 윤성을 위해, 지영이 윤성과 맺어지길 바라면서, 자신에게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를 윤성과의 결혼을 시작한다.

 

이들의 시작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뭔가 아리송하면서도 진실을 밝혀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려면 일단 끝까지 읽어봐야 판단할 수 있는 것. 소개 글만 보고서는 두 사람의 이혼을 시작으로 그 이후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줄 알았다. 헤어지고 나서 뒤늦은 후회로 다시 이어지는 마음이 어떻게 그려질지 설렜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최양윤의 소설 『자각』은 내 기대와 조금 달랐다. 그들이 결혼하기까지, 결혼하고 나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그들의 결혼기념일과 이혼서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진단하는 과정이었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이 어떻게 될지는, 뭐, 일단 읽어보면 안다.

 

좋아하는 사람을 계속 보기 위해서, 지키기 위해서 어떤 마음이어야 할지 알게 하는 이야기였다. 윤성의 묵묵한 태도는 믿음직스러웠고, 승연의 표정 감춘 웃음은 쓰라렸다. 뭔가 이루기 위해 참아야 할 것, 기다려야 할 것을 떠올리게 한다. 늘 그렇듯 좀 돌아서 가는 길이 더디고 아프겠지만, 마지막에 도착해서 만날 기쁨을 위해서라면 조금 먼 길이어도 괜찮지 않겠나. 말은 안 하면 모르니 상대에게 닿는 길이 멀어지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까 말을 해!! 라고 충고라도 하고 싶지만, 그게 또 맘처럼 되는 일이 아님을 알기에 쓸데없는 오지랖은 부리지 않으련다.

 

“넌 아무것도 모르지. 널 곁에 두기 위해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넌 아무것도 몰라.”

 

그러니까 말이야...

 

이 책에서 유독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남자와 여자 사이의 친구를 정의하는 부분이었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나? 내가 생각하기에 이 물음표는 언제나 화두로 떠오를 수 있는 내용임에도 늘 완벽한 정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이 조금 다른 정의를 내놓고 있었다.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상대에게 짝사랑 중이어야 친구라는 이름이 유지된다고 했다.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계속 보고 싶은 간절함이 있어야 친구라는 이름으로 옆에 두고 계속 그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는 거다. 안 그럼 두 사람 사이는 진즉에 끝났을 테니까. 듣고 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니니 두 사람 사이가 아무 것도 아닌 게 되는 건 자명한 일이다. 그러다보면 저절로 관계가 소원해지고 끊어질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절친이나 연인, 가족도 아닌데 서로 얼굴 보고 시간이 이어지는 이성이라는 게, 친구사이로 계속 갈 수 있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 누구 한 사람이라도 상대를 계속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친구라는 이름으로도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구나, 싶다. 무슨 말인지 좀 알겠다. 이 의미가 세상 모든, 친구라고 부르며 관계를 유지하는 이성 사이에서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저마다의 마음이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마음으로 유지되는 친구라는 호칭도 있겠구나 싶은 마음에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짝사랑이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게...

 

전체적으로 읽기에 부담되거나 불편하지는 않지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장면들이 완전한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더 탄탄한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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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쓴 편지를 상대에게 온전히 전달하고 싶거든, 날이 밝은 다음에 절대, 다시, 펼쳐보지 말고 그대로 부쳐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그건 누가 굳이 강요하지 않아도, 설명해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뭐에 홀렸는지 캄캄한 밤에 스탠드 불빛 하나 의지해서 써내려간 몇 문장에 온 마음을 담았다. 그대로 봉투에 넣고 입구를 봉한 다음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는다. 그럼 다 끝난다. 안전하게 상대의 손에 안착하면, 끝. 반면, 혹시라도 맞춤법이 틀렸을까 쓸데없는 말을 하진 않았을까 염려되어 정신 차리고 다시 펼쳐보는 순간 부칠 수 없는 편지가 되고야 만다. 다시 읽어보며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차마 부치지 못하고 다시 펼쳐본 것에 안도한다. 아, 다행이다, 얼굴 붉어질 일을 만들지 않아서... 정말, 다행일까?

 

밤이라는, 마법을 부리는 시간에 적어 내려간 마음은 해가 뜨면서 저절로 풀린다. 신데렐라는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릴 때 마법이 풀리지만, 편지만큼은 아니다. 그 반대다. 밤에 마법이 걸리고 환해지면 마법이 풀린다. 이상한 건 유독 왜 밤에 책을 더 많이 읽게 되고, 말을 많이 하게 되고, 음악을 많이 듣게 되며, 누군가에게 전하는 말조차 밤을 이용하게 되는가, 이다. 물론 그 정도에 따라 개인적인 차이는 있다. 나를 비롯하여 내 주변의 사람들을 보고 느낀 얘기다. 하루의 일과가 마무리되는 시간, 조급했던 아침이나 나른함에 피곤한 오후보다 좀 더 여유가 생기는 시간이기에 그렇다는 물리적인 이유 말고, 감정적인 이유가 가장 적합하게 들린다. 눈앞의 것들은 불을 켜지 않으면 캄캄해서 안 보이고, 한낮의 소란스러움 대신 고요함이 차지한 자리. 끊기지 않고 흐르는 음악보다는 누군가의 사연 한 자락이 더 귀에 들어오는 라디오가 어울리는, 음악의 볼륨을 조금 줄여도 그 속삭임에 마음이 풀어지는 순간.

 

왜 그런 거지?

밤이 사람을 홀린다는 말 말고는 딱히 답을 찾기가 어렵다. 솔직히, 그 답을 굳이 찾고 싶지도 않지만... 밤에 잠들기 어렵다면, 잠들기 위해 몇 시간을 누워있어도 잠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잠을 청하고 싶지만 멀리 달아나버려 짜증을 불러오기 전에, 그래, 차라리 잠들지 않는 밤을 흘려보내는 게 낫다. 밤이 부리는 마법에 걸려들어도 좋은 거다.

 

 

 

 

 

 

 

 

그래서 이런 음악도 듣게 된다.

Meav - One I Love

누군가는 아일랜드의 정서가 우리와 많이 닮았다고도 하던데... 그래서인가? 메이브의 노래만큼은 나에게 잘 맞는다. One I Love는 아일랜드 출신의 팝페라 가수 메이브가 부른 노래다. 몇 년 전, 어느 길을 걷다가 우연히 내 귀에 들어왔다. 그때도 밤이었다. 지금 말하기 어렵지만 잔뜩 소란스러운 마음을 붙잡고 어딘가로 향하던 골목길이었다. 어느 상가에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방 열린 창을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였다. 어떤 노래인지 몰라 다음 날 온갖 검색을 통해 흥얼거리던 가사를 검색했다. 그렇게 알게 된 노래에 미치도록 빠져들었다. 이 노래 한곡을 몇 달 동안 반복재생해서 듣곤 했었다. 그렇게 밤낮 구분 없이 나에게 찾아들었던 노래다. 유독 밤에 들을 때가 많아 감정적으로 위험해지기도 했지만 중독처럼 끊을 수 없는 노래였다. 친구가 우연히 이 노래를 같이 듣고서는 무슨 장송곡 같다고 했다. 그렇게 들릴 지도 모른다. 워낙 우울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음악이란 게 듣는 사람의 기분이나 성격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 노래만큼은 친구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우울할 때, 더 우울해지고 싶어서 들을 때가 많았다. 나에게 이 노래는 고요한 침잠에 아무 것도 끼어들지 못하게 하는 힘을 가진다. 노랫말의 의미가 무엇이든 간에 - 노랫말 자체도 유쾌하지는 않지만 - 멜로디가 주는 분위기가 스산하다. 그럼에도 무슨 고질병처럼 이 노래를 찾는다. 몇 달 내리 들었던 적도 있다. 가을에 이 노래가 찾아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서늘해지는 이 계절, 가을, 밤에 이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어떻게 출렁일지 눈에 훤히 보인다. 잠들지 못해서 뒤척일 때면 더욱 염려해야 한다. 이 노래는 달콤한 꿈속이 아닌 몽유병처럼 목적지 없는 발걸음을 내딛게 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One I love, two she loves, Three she's true to me...

One I love, two she loves, and three she's true to me...

 

 

 

 

 

 

 

 

 

 

 

 

 

한밤중에 빗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이런 영화도 괜찮다.

호우시절 2009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 혹은 “처음보다 설레고 그때보다 행복해” 라는 카피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평범한 남자 동하(정우성)는 중국 출장 첫날에 우연히 관광 가이드를 하고 있는 유학 시절 친구 메이(고원원)와 재회한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만난 두 사람. 한때 연인이었던 두 사람은 지금 어떤 사이일까. 달콤했던 과거의 시간이 떠오르고 보이지 않게 감정이 오고 간다. 그때와 지금, 뭐가 달라져 있을까. 앞으로 뭐가 달라질 수 있을까. 때를 알고 딱 맞춰 내리는 비가 좋은 비라고 하는 것처럼, 지금 이들의 사랑은 때를 알고 잘 찾아와 준 것일까.

내가 그동안 봤던 허진호 감독의 영화는 참 잔잔했다. 감정의 기복이 있는데도 파도 같지 않았다. 때론 밋밋해 보이기도 했다. 그 유명한 다른 영화들 놔두고 이 영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했던 것도 아니고, 특별하게 볼거리가 많았던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내가 싫어하는 많은 요소를 골고루 갖춘 영화다. 지독하게 싫어하는 비, 내 눈에 그다지 매력 있게 보이지 않는 배우, 그저 그런 스토리. 그런데도 왜 이 영화가 생각나는지... 낯선 나라의 광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추는 춤마저 생생하게 떠오른다. 충동적(?)으로 사랑을 나누려다 멈춘 두 사람의 괴로운 모습도 생각난다. 다시 만나서 반가운건지 염려하는 마음인지 모를 그 혼란이 그대로 보이는 두 사람의 표정 때문인지도 모른다. 선뜻 그 손을 다시 잡을 수 없어서 망설이는 마음이 얼굴에서 읽힌다. 안다. 그 마음, 그 고민, 그 불안함. 그런 상황에서 내가 내린 결정과 반대의 결말을 보여준 두 사람 때문에 자주 떠오르는 영화다. 어느 날 메이에게 배달된 자전거가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고 날아가고 있을 것만 같아 내가 괜히 설렜다. 비를 싫어해도, 좋아하는 배우가 아니어도, 상투적인 스토리에도 이 영화를 이 밤에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 자꾸만 멀쩡해지려 애쓰는 내 마음을 흔들어서다...

“내가 아직도 널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달라지는 게 있을까?”

“때를 알고 내리는 비가 좋은 비야...”

 

 

 

 

 

 

 

 

 

 

이 분위기를 이어 서른 두 편의 단편영화 같은 이야기를 읽어도 좋겠다.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영화감독 김종관이 쓴 두 번째 에세이다. 그의 첫 번째 글이 살짝 향수를 불러오는 느낌이라면 두 번째 글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은 수줍게 얼굴이 붉어져도 좋을 분위기를 만든다. 한낮보다는 밤에 읽기에 더 좋다. 저자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단편 소설 같은 느낌에 뭔가가 덧대어져 짧은 영화 서른 두 편을 본 기분이 든다. 남자와 여자, 딱 두 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두 사람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둘은 사랑하는 연인일 수도 있고, 헤어진 사이일 수도 있다. 너 때문에 연애 불구가 되었다고 소리치던 여자가 남자를 괴롭히듯 늘어지던 장면은 찌질했던 연애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고 이야기 속 여자가 찌질해 보였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당당해 보였다. ‘너와의 연애가 이런 후유증을 남겼으니 내가 치유할 수 있게 너도 나를 좀 도와야 한다.’ 라는 목소리로 들린다. 연애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둘이 했으니, 그녀의 말투에서 전해지는 의미를 내 맘대로 해석해서 저렇게 들었다. 밑도 끝도 없이 지나간 연애가 떠올랐다. 나는 누군가와 헤어지고 나서 어땠나, 저 여자처럼 당당하게 연애의 끝을 볼 수 있었나, 알량한 자존심 세우느라 쿨한척 연기를 했었나...?

저자의 경험일 수도 있고 새롭게 태어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어쨌든 사랑의 여러 장면이 어느 한 사람만의 일은 아니라는 것. 그러니 이 밤에 그들의 이야기에 같이 뛰어 들어도 좋겠다. 이건, 우리의 시간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술에 취한 듯 휴대폰에서 삭제된 전화번호를 기억해내지는 말자. 그것만큼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기적 같은 순간이 있었다. 잊지 말겠다고 다짐하던 아름다운 시간들이 있었다.

요즘은 굳이 기억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잠시 머무는 것에 좀 더 충실히 즐기고 싶어한다. 남기는 것보다는 즐기는 것이 추억이 된다. 관찰자의 시선을 버리고 내가 풍경 안에 들어가는 것으로, 가슴으로 받아들인 기억이 생긴다. 감정의 기억은 잘 잊혀지지 않아서 다시 오는 계절처럼 간간이, 그리고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243페이지)

 

 

마음 깊은 곳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음악을 듣고도, 빗소리 같은 사랑을 봐도, 다양한 연애를 들었어도, 이렇게 밤이 부르는 상념을 이어가지도 내려놓지도 못하겠다면, 편지를 쓰자. 누가 받게 될지 모르겠지만, 수신인이 없을지 모르지만, 쓰자. 끼적여보자. 시간이 흐르고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다시 그 글을 보게 되면 어떨지 모르겠다. 민망해지거나, 더 외로워지거나, 눈물을 흘리게 되더라도, 가슴에 담아두고 꺼내지 못했던 말을 해보자.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또 해보겠어. 혹시라도 누가 묻는다면, 왜 그랬냐고 나무란다면, 밤이 그랬다고 핑계라도 대면 되지 않겠나. 밤 11시가 마법을 부렸다고, 새벽 세시에 바람이 불어서 그랬다고, 지금처럼 비가 내려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이다. 세상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게 이유 없는 일도 일어나고, 대답할 수 없는 질문도 많은 거다. 밤이라고 그 범주에 들어가지 말란 법도 없지 않나. 그냥, 그렇다고 해두자고. 그런 이유로 이해가 허용되는, 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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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4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24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슴도치
한새희 지음 / 우신(우신Books)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에서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아니다, 어쩌면 울 핑계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집에서 같이 오래 살았던, 친구처럼 지내던 이모가 결혼을 결심한다. 했어도 진작 했어야 할 이모의 결혼. 이모의 15년 연애의 끝이 이별이 아니라 결혼이어서 얼마나 다행이고 안심이 되는지. 그런 생각을 할 찰나 이모가 선우에게 결혼을 결심한 이유를 들려주었을 때, 기어코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혼자 남겨질 언니(선우의 엄마)와 아직은 불안한 선우에게 향하는 마음을 끊을 수가 없어서 미루기만 했던 이모의 결혼이다. 그런 이모의 결혼 상대자인 세현 오빠까지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이런 인지상정을 당연하게 만날 수도 있지만, 조금은 세상을 경험한 내가 보기에 이런 마음 함부로, 아무 때나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더라. 그러니 선우 옆에 이런 사람들, 내 새끼가 최고라 여기는 엄마, 동생 같은 조카에게 스스럼없이 씩씩한 이모, 아빠이자 오빠이고 형부처럼 든든한 백이 되어주는 세현 오빠가 있는 선우는, 누가 뭐래도 행복한 사람이다. 어느 날 그런 선우에게 나타난 윤정후 역시, 같은 빛을 비추는 사람이기를 바라게 된다. 살만한 세상이라고, 사람 때문에 온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어지는 마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그걸 기대했다.

 

윤선우는 결혼을 두 달여 앞두고 이민재와 파혼한다. 3년이 넘는 시간을 연애라는 이름으로 함께 해온 사람과 헤어지는 일, 그냥 이별도 아닌 결혼이란 약속을 깨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야만 했다. 윤선우가 그 순간 해야 할 일은, 이해할 수 없는데도 이해하는 척 감당할 수 있는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 이민재와 결혼하는 게 아닌, 이민재와 헤어지는 일이다. 결혼의 감정적 정의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만남이고 무엇을 위한 결혼인지 결정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인 거다. 잘 했다. 결혼이란 약속을 깬 것은 책임질 일이지만, 그 책임을 감당하면서까지 그 결혼을 깨야만 하는 이유가 분명했다. 윤선우는, 윤선우다. 윤선우는,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위해 결혼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 윤선우의 행복의 기준과 정의는 이민재와의 결혼이 아니었던 거다.

 

빗물에 눈물을 가린 윤선우에게 웃는 모습뿐만 아니라 우는 모습까지 예뻐 보인다고 말하는 윤정후가 등장한다. 도끼질 몇 번에 나가떨어지지 않겠다고 한다. 완벽하게 도끼질을 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미 상처입고 흉터가 남은 윤선우에게 윤정후의 접근은 마냥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과의 만남에, 신뢰에, 기대에, 그 어떤 것도 기댈 수 없는 상황을 경험했으니 두렵기도 하겠지. 사랑이 한 번 끝날 때마다 다음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갈 수도 있는 것처럼 누군가가 베푸는 호의나 감정을 쉽게 받아들이기 주저하게 된다. 그런 윤선우임을 알면서도 다가감을 멈추지 않는 윤정후이기에 내내 웃음이 난다. 삭막한 세상에서 파혼이라는 상흔을 가진 여자에게 명분도 없이 붙을 꼬리표를 생각한다면, 윤선우에게 다가가는 윤정후의 태도는 잘 만들어진 연고 같다. 흉터 생기지 않게 잘 발라지는, 연고.

 

화가 나게 하는 장면에서 시작하더니, 윤정후의 순수한 들이댐으로 피식피식 웃음이 나게 한다. 현실 속의 윤정후는 없으니, 그래서 판타지라 생각하면서 읽어가면서도 아직은 이런 인간적인 모습을 가진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이들의 이야기에 기대게 된다. 내가 경험한 사람은,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이민재나 이민재의 엄마의 모습에 가깝다. 이십대 중반에 만났던 한 친구는 당시 학생 신분이었는데, 그의 엄마는 그를 카이스트 여대생과 선을 보게 했다. 가난하고 백 없는 친구들을 사귀지 말라고 했고, 지역구 레벨 있는 모임에 참석하라고 했다. 그때 그 친구를 만나면서 결혼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인간적인 교류 그 이상을 기대했던 것 같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는 일은 이성적인 끌림이 기본이기도 하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나눌 수 있는 인간미가 많은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고 믿었다. 내가 생각했던 그 기본을 배제한 채 누군가를 보고 있는 시간은, 아무리 그 시간이 심장의 떨림과 설렘을 준다고 해도 감당하기 버거웠다. 아마도 그때는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헤어졌겠지만, 나는 드라마에서나 봤던 캐릭터를 내 상처에 보태고 싶지 않았던 것도 같다.

 

그래서 내가 이들의 이야기에 순간적으로나마 감정을 몰입하게 된 게 아닐까, 싶다. 민재의 엄마에게 파혼을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를 할 때의 윤선우는 당당했다. 가슴 속에 상처 하나가 새로 새겨졌을 지언즉, 지켜야 할 것을 지킬 줄 아는 ‘인간’ 윤선우였다. 살아가면서 뭐가 먼저이고 우선인지를 아는 사람. 내 눈에 비친 윤선우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랬으니 윤정후 같은 남자가 한눈에 알아본 것이겠지. 앞에서도 말했지만 윤정후 같은 캐릭터를 현실에서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아직은 이런 인간미가 남아있는 세상이라는, 미약하지만 그 희망 하나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바람이라고 해두자. 윤선우 이모의 모습이 그 증거일 수도 있겠다. 윤선우가 윤정후와의 결혼을 결정했을 때, 이모는 자신의 결혼을 결정했다. 이모가 떠나지 못했던 이유, 먼 거리도 아닌데 같은 공간에서 떨어져나간다는 거 하나도 할 수 없었던 이유를 표현했을 때는,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야 안심하고 자기 인생 조금 더 살아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이모의 마음이 그려진다. 그래, 그래서 아직은 정이 있고 감동이 남아있는,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존재들이 남아있다는 것에 안심을 하고 싶어진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이야기다. 하지만 음의 높낮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고요하게 흐르는 이들의 이야기가 내 가슴 속에서는 높게 출렁이는 파도로 둔갑한다. 바로 옆에 누워계시면서 어깨가 아프다며 진료예약 확인하는 엄마를 보게 하고, 철없던 시절에 가졌던 시선들을 떠올리게 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우선순위로 정해놓은 생각들을 각인시킨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상기시켜주는 이런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이야기, 잔잔한 여운으로 상당히 오래 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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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joker 2014-09-23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참좋습니다.~잘읽고 갑니다.

구단씨 2014-09-24 23:14   좋아요 0 | URL
공감하게 되어, 기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