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서 내리고 싶은 날
박후기 글.사진 / 문학세계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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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밖으로 꺼내어 하는 말(소리) 대신에 글(문장)로 그 말의 깊이를 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시간 생중계처럼 전해지는 말보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정리되어 글로 써지는 시간이 만들어지면 조금 더 다른,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이유로, 가끔은 일부러 급한 마음 상태의 전화보다는 조금 생각하다가 문자를, 문자보다는 메일로 상대에게 전달할 때가 있다. 설명이 필요하다거나 내 마음을 조금 더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바람이 있을 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올곧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 의미의 언어가 여기 하나 더 있다. 말과 글만큼이나 더 전달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 사진이다. 딱 그때, 그 순간의 기록처럼 보이는 한 장의 사진이 많은 말을 대신하고 있다. 종군기자의 사진 한 장이 전장의 실상을 그대로 전했던 것처럼, 사진이 말을 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그 사진의 말을 알아듣는 나는, 또 한 번 공감의 언어로 소통한다. 사진이라는 언어...

 

 

시인이 쓴 산문이다. 나는 아마 이런 느낌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시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시 같은 글을 통해 어떤 마음을 전달받고 싶었던 거라고. 읽고 보니 그 기대감이 틀리지는 않았다. 다만 순서가 조금 다른 듯했다. 글이 가득한 느낌 속에 사진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구성이 아니라, 사진이 먼저 자리를 잡고 시인의 글이 따라오고 있다. 사진이 걷고 발자국을 남기면 이야기가 그림자처럼 그 발자국을 밟는다. 그 사진을 찍었을 순간의 마음, 그 장면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함께한다. 뻔한 얘기 같지만, 그 안에 일상을 풀어놓고 싶은 나의 바람까지 함께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제목에 반했던 듯하다. ‘나에게서 내리고 싶은 날’이라니, 뭔가 가벼워지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을 들킨 것만 같잖아. 양쪽 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감정의 벽돌 하나를 내려놓고 싶기도 했다. 비까지 내리는 이 가을, 그냥 지나치고 갈 리 없는 익숙한 감기가 버거웠고, 한 살 더 먹어가는 나이의 무게가 심란했다. 마음을 흔드는 많은 일이 제자리를 찾아주었으면 싶은 바람에, 종교가 없음에도 수신자가 없는 그 어딘가를 향해 기도하고 싶기도 했다.

 

 

기도는 변한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아침이 다르고 저녁이 다르다. 또한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다.

(중략)

언제나 사람이 먼저 기도를 떠나왔던 것이다.

처음에 품은 그 절심함을 잊고, 사람이 먼저 사랑을 떠나왔던 것이다.

기도는, 어쩌면 잊고 싶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는지도 모른다. (149페이지)

 

그런데 저자는 손바닥 뒤집듯, 기도에 대한 나의 마음에 너무나도 간단히 직구를 날렸다. 기도가, 잊고 싶다는 마음의 말이었다는 것처럼 말했다. 그랬나 보다. 나의 진심은 ‘이런 소원을 들어주세요.’ 하는 플러스(+)의 요청이 아니라, ‘이런 마음을 사라지게 해주세요.’ 하는 마이너스(-)의 잘라냄을 바라고 있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내려오라고 나에게 말한다. 살다가 하루쯤 나에게서 내리고 싶은, 그런 날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가 시(詩)에서 내려오고 싶은 날이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무엇인가로부터 내려오고 싶고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 날, 저자가 어떤 찰나를 담은 사진 한 장과 그 순간을 기록한 마음처럼 눈과 귀를 열게 한다. 가을이 깊어가고 눈이 내리는 계절의 흐름, 누군가의 구부정한 어깨, 버릴 줄 아는 마음을 가르쳐주는 사람, 모여서 함께 흔들리는 갈대, 오늘을 살게 하는 많은 법칙, 혼자 흔들리지 말라는 위로, 기울어지는 그리움에 기대어도 된다는 말, 깊어지는 맛을 내는 것들의 의미, 비는 내가 우는 소리라는 듯, 서로가 서로에게 지나가는 길목의 마주침, 감정이 살아있음에 붉어지는 얼굴의 아름다움... 그 이상의 것들이 품고 있는 말들을 풀어낸다. 시처럼, 음이 낮은 노래처럼, 마시기 좋게 적당히 식은 차 한 잔처럼.

 

누가 내 마음을 읽어주는 날이 있다.

내가 말하기도 전에, 그 사람은 내 마음의 행간(行間)까지도 읽어버린 것이다.

그런 날엔 한없이 서럽고, 또한 알 수 없는 떨림이 등피를 두드린다. (87페이지)

 

몰랐으면 싶은데 간혹 눈치 빠른 누군가는 내가 아무런 말이 없어도 마음을 알아챈다. 내 숨소리가 거기까지 날아갔나 싶게 정확히 짚어낸다. 무슨 말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냥, 누군가가 내 마음을 읽었구나 싶은 눈치를 나도 알아채는 것이다. 서로가 말이 없어도, 딱히 어떤 손짓을 건네지 않아도 ‘저절로’ 알아지고야 마는 것. 그건 불어오는 바람 때문일 수도 있고, 커피가 아닌 술을 마시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미 하나 달리한 단어 때문일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또 한 번 감정을 건드리고 흔들리게 한다. 빗물이든 눈물이든 흐르게 한다. 때로는 그런 마음을 집어내는 것이 이런 책이 되기도 한다는 게 당황스러울 때가 있지만, 그러면 또 어떠리. 그대로 다가오는 그 공감을 담고 싶은 것을...

 

 

마음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쉽게 닫힐 수도 열릴 수도 있다. 문틈, 그 미세한 자리를 비집고 굳이 들어오려 애쓰는 게 마음일지도 모른다. 알면서 모른 척하기도 했고, 일부러 그 틈을 안 보이려고도 했다. 그래서 지나친 많은 것들을 이 책이 다시 불러온다. 지나가 버린 한때의 시간을, 하루살이가 비우게 하는 오늘을. 이 밤에 조용히 비추는 가로등마저 다시 보이게 한다. 그 대상이 삶이든 사람이든, 한순간이나마 한발 떨어져서 바라보게 한다. 그 관조의 시선이 가져올 어떤 여유, 저자는 그것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렇게 조금 쉬어가는 길, 돌아서 가는 길을 이런 식으로 들려준다.

 

 

저자 박후기를 시집으로 먼저 만났다.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비극이 넘치는 우리 삶을 색다른 시선으로 시를 통해 얘기하는 듯했다. 시를 통해 그가 하고 싶은 말을 듣고는 했는데, 이번 책은 그가 찍은 사진과 그 시간의 말을 함께 담고 있다. 잡지사에 취직해서 본의 아니게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일을 동시에 했다던 그의 이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사진으로 예술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거창한 소개가 아니라, 그가 뷰파인더를 통해 본 그 순간, 그 마음의 소리를 기록한 것이다. 그 사진 한 장과 그 장면을 통해 그가 사유한 마음 한 자락을 담았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나는, 알고 있다. 누구에게나 그런 감정의 한순간이 있다는 것을, 다른 이에게는 평범하게 지나는 한 장면이 오직 자신에게만은 특별한 한 컷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 순간에 하고 싶은 한 마디가 그 한 장의 사진에 담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봄날의 햇볕처럼 내리쬐던 며칠 전의 하늘을 쉬지 않고 내리는 빗소리가 가득한 지금, 기억한다. 많은 게 흔들릴 정도로 불어대는 바람이나 거세게 비가 퍼부어대는 지금의 서늘함보다, 환하게 비추던 햇볕 아래서 더욱 추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했던 그 날을, 내 마음이 기억한다. 비록 사진으로 담아두지 못했지만 아마 그날을 찍었다면 분명 사진에서 보였을 것이다. 너무도 맑았던 하늘, 봄으로 착각할 정도로 포근했던 햇살, 그 안에 자리한 내 서늘한 시선이.

 

 

한 장의 사진이 열 마디의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침묵의 언어라고 불러도 괜찮을까 싶을 만큼 소통하고 싶어지는 언어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의 많은 여건 때문에 때로 달리 보이기도 하겠지만, 분명한 건 사진이 감정과 표정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걸 읽어내는 사람은 그 사진과 교감하는 것일 테고. 누군가의 마음과 시선을 담은 사진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 전달될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 나에게 저자의 시선(사진)과 마음(문장)은 타이밍 좋게 다가온, 위로다. 내 마음이 지금 내리는 비만큼 더 서늘해지기 전에, 다시 찾아올 봄날처럼 풀어지기를 바라는 위로. 내리고 싶은 날이 있다고 말했으니, 그런 날 하루쯤은 내려도 괜찮겠지.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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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기다려지는 로맨스.

 

이번 겨울이 가기 전에 가끔 불어오는 달달콩 이야기를 즐겨보자고, 잠깐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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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다쳐서 밴드를 붙이고 있는데,

책의 페이지를 잘 넘기지 못하겠다.

침 발라서 종이책을 넘기지도 못하게 엄지와 검지다.

자판을 두드리기도 힘들게 오른손이다.

미련 없이 책을 덮었다.

근데 꼭 이럴 때, 못 읽을 거 뻔히 아는 때 책이 읽고 싶더라... 괜히...

 

 

 

 

예약 구매한 김동률의 노래를 이제야 제대로 듣고 있다.

타이틀 곡 '동행' 보다는 8번곡 '오늘'이 더 귀에 들어온다.

묵직한 듯,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미처 다 구매하지 못했던 세계문학 몇 권을 더 넣고 두리번거리다 발견한 책...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세트.

시리즈 중에서 제대로 읽은 건 두권 뿐인데,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구매해야겠다.

추워지는 겨울에 이불 속에서 며칠 날 잡고 완독할 수 있기를.

 

 

 

 

 

폭우가 쏟아질 거라고 하던데,

작정하고 내리려나 보다.

빗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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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0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0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 라디오를 켜 봐요 - Navie 255
진주 지음 / 신영미디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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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우산 하나 갖고 싶어지게 한다...

 

 

나에게 징크스가 몇 가지 있다. 그중 가장 많이 걸리는 게, 비가 오는 날에 우산이 없는 거다. 오늘처럼...

하루도 비켜가지 않았다. ‘비’ 따위 나는 모르겠소, 하는 것처럼 하늘이 쨍쨍 맑아서 그냥 나가도 비가 온다. 대부분의 날들이 그랬다. 늘 우산이 없거나 가진 우산마저 잃어버리곤 했었다. 비가 내릴 거라고 했는데 괜찮아서 그냥 나갔더니 비가 오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늘... 오늘처럼...

계속 내리던 비가 오후에 잠깐 멈췄다. 잠깐이니까 괜찮겠지 싶어서 우산을 두고 그냥 나갔다. 불과 몇 분 사이. 갑자기 사위가 캄캄해지더니 결국 비가 쏟아졌다. 그 잠깐, 너무 방심했나보다. 그럼 그렇지. 어김없이 또, 비...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건 징크스가 아니라, 비가 내릴 거라고 분명히 말했던 일기예보를 내가 무시했던 결과일지도 모른다. 미리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던 나의 못된 습관이 오늘 같은 날까지 비를 맞게 한 것만 같다. 오늘, 그냥 보이던 우산을 들고 나갔으면 될 일을 굳이 무시하고 나가서 비를 맞은 거다. 하늘에서 갑자기 퍼붓는 비가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이거 마지막 경고니까, 이젠 우산 준비를 좀 하고 다니시지?’

 

 

살아가는 게 팍팍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날씨까지 이렇게 더해주면 정말 길바닥이라도 누워버리고 싶어진다. 그 어떤 것도 위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 위로의 한 자락을 찾아다니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 늦은 시간, 고요하게 반복재생하며 듣고 있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라디오 찾아 채널을 고정하고 있다. 바람이 너무 불어 잘 들리지 않아서 볼륨을 높여야만 하는데도, 선뜻 라디오의 OFF 버튼을 누를 수가 없다. 이 책의 제목처럼 나는 계속 ‘지금, 라디오를 켜 봐요...’ 중인 거다.

 

가끔 걸리면 뉴스 정도, 스치듯 드라마 잠깐 보는 편이어서 그런지, TV보다는 라디오를 즐겨 듣곤 한다. 흔히 말하는 ‘아날로그’를 좋아한다. 큰언니를 따라서 초등학교 때 처음 라디오를 듣기 시작해서, 중고등학생 때는 내가 직접 찾아서 들을 정도로 좋아했었으니까. 그것도 한밤중의 라디오를... 한밤의 라디오는 모든 감성을 총동원해서 끌어올리는 정점을 만들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 모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루의 노곤함을 풀기 위해 누워있는 시간, 누군가는 낮과 밤이 바뀐 생활로 눈이 초롱초롱 떠져 있기도 하는 순간. 모든 것은 그 밤에 다 들려오는 듯 했다. 그 시간, 그렇게 전파를 타고 날아오는 음악들, 누군가의 진심이 담긴 사연들, 결국은 살아가는 모양새가 비슷해서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 그렇게 나도 그 공감의 속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라디오...

그렇게 세상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서 들려오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더욱 귀로 듣는 이야기들이 저절로 가슴에 담겨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여기, 그런 여자가 한명 더 있다. 신희수. 서른둘의 봄, 어느 날 문득 라디오에 손을 뻗고 들려온 디제이의 이야기와 음악에 위로를 받는 여자가 있다. 그 전파를 타고 날아와 가슴에 박혀 시린 가슴에 세상의 온기를 뿌려주는 사람, 이은세를 만난다.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두부로 위로 받던 여자 희수와 그런 그녀를 이해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배려해주는 남자 은세가 만나서 이루어가는 사랑이야기다. 얼핏 보면 일반인과 연예인의 만남쯤으로 생각하기도 쉽겠지만, 사실 그런 것보다는 내가 이 책에서 집중해서 느꼈던 부분은 그 여자 ‘신희수의 삶’이었다. 그 가운데 은세라는 인물은 신희수의 서른둘 나이에 시작된, 또 다른 인생의 조력자라고나 할까. 무언가 막연한 그 순간에 누가 불을 질러놓아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것. 은세는 희수에게 그런 자극을 주는 사람이었다.

“부풀어 올라 흐릿해진 여름밤의 정경을 희수는 방울방울, 눈물로 떨구었다. 소리도 없이 눈물이 났다. 세상이 이다지도 아름다워 웃음 짓는 순간에도 눈물이 흘렀다. (183페이지)”

서른둘, 인생에 있어서 뭔가가 정해져있고 쌓아져 있어야 할 나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편적이다. 그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에게 준 1년이라는 안식의 시간이 정말 옳은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여행에 대한 동경으로 사 모은 책들만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여행을 실행에 옮기고 싶은 순간...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은 마냥 불안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한 때 만난 은세는, 외로움과 막연함과 두려움으로 희수의 시야를 뿌옇게 가려버린 안개를 걷히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오히려 희수의 새로운 선택을 지지하며 응원해주고, 같이 시작할 내일을 기다려주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아마 은세 본인도 희수처럼 다시 일어나고 자라나는 시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철컥’ 소리와 함께 마음의 빗장이 풀렸다가 잠겼다가, 다시 풀리는 순간을 확인했을 때 쏟아지는 눈물은 오롯이 내 것이었다. 쏟아지는 비가 아무리 가려준다고 해도 본인은 알고 있으니까. 지금 이 눈물이 자신의 것이라는 걸...

 

 

한 여자의 서른 두 해가 누군가의 눈에는 눈물로만 채워져 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남매. 모든 것이 어려웠던 때. 그래서 더 치열하게 앞으로만 달렸던 시간들. 당신 딸의 어깨에 지워진 짐이 너무 무거워보였지만 차마 그 부담을 덜어줄 수 없었던 엄마의 눈물. 서른 두 살의 나이에 아직도 결혼 안하고 혼자인 딸의 현재를 당신이 그렇게 만들어놓은 것만 같아서 더 애달픈 게 엄마의 마음이었다. 이제라도 그만 내려놓으라고 말하는 순간, 딸이 선택한 것이 직장을 그만두고 떠나는 여행이라 더 불편한 마음인 엄마였다. 그마저도 당신이 그렇게 만든 것 같아서 붙잡고만 싶은 간절함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의 마음이 그러한가 싶게 만드는 부분들의 이야기가 내내 가슴을 적신다. 그 누구를 이해할 것도 이해 못할 것도 없게 만드는 이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너무 콕콕 쑤신다. 그러면서도 결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보듬어지게 만드는 것은 가족이기에 가능한 것인가?

 

살아가는 그 순간의 위로가 되는 이야기다. 너무나 평범해서, 우리들의 엄마를 보는 것만 같아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지만 막막한 내일이 두려운 우리들 같아서... 이런 이야기, 차마 모른 척 하고 이해 안 된다고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 순간순간 치받고 올라오는 감정들 때문에 화가 나게 만들면서도 끝까지 붙들고 있게 만드는 이기적인 책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은, 사람이 자라나고, 사랑을 하고, 정을 나누고, 마음을 키우면서 세상에서 담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을 다 들이부은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는 것...

사연을 싣고 들려오는 이야기에, 필수 옵션처럼 따라오는 음악에, 지금 들려오는 모든 것에 위로가 되는 순간이다. 좋네, 라디오...

 

 

서른 두 살의 봄, 신희수에게 찾아온 위로가 나에게도 찾아올까? 비록, 전파를 타고 날아온 음성으로 시작되었지만, 이른 아침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 가게 앞에서 시작되었지만, 쥐구멍이라도 파고 들어가고 싶어지게 창피한 모습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끝에서 조우한 것은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용기이자 힘이었다는 것을... 서른세 살이 된 신희수는 알게 되었을 테니까.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알지도 못하는 음악 한 곡이,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기적처럼 나타난 것만 같다. 이제는 언제 어디에서 비가 내려도 괜찮을, 우산 하나가 준비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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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3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19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설리 2014-11-09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리뷰 보고 라디오 구입했어용 ^^ 땡스투 눌리고 갑니다 ^^

구단씨 2014-11-11 16:56   좋아요 0 | URL
설리님 취향에도 잘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
 

 

 

괜찮아, 베개일뿐이야... ㅠㅠ

 

알고 있다. 안다고... 5만원 이상 구매해야만 베개를 준다는 걸.

달달한 사탕 입에 물리듯 달콤한 유혹을 풍기는 사은품에 눈 돌아가게 만든다는 걸...

분명한 건 사은품을 주는 구매목록이 따로 있으니 내가 구매하고 싶은 도서가 있는지 눈 크게 뜨고 찾아봐야 한다.

대개는 한 권이라도 그 목록에 포함되니 다행.....................이지만, 아닐 때도 있다.

어쨌든, 그걸 사야 준단다. 그러니까, 산다!!!!

 

 

경험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5만원 맞춰 구매하기 힘들다.

기껏 고르고 골라 장바구니에 담고 보면 47,820원 혹은 48,590원 같은 금액이다.

5만원 맞추기 힘들다. 추가마일리지 2천점까지 받고 싶다면 구간을 뭘 넣어야 할지 고민은 배가 된다.

이렇게 하다가 저렇게 하다가...

그러다 결국 한 권 더 집어넣는다. 그럼 구매해야 할 책값은 62,830원이거나 59,670원이거나...

배꼽이 점점 커진다... 우짜면 좋노... ㅠㅠ

 

 

이번 베개 득템을 위해 구매한 금액은 51,620원이다.

다행이다. 배꼽은 튀어나올 뻔하다가 뱃살 속으로 살포시 들어갔다.

그렇지만, 조금 슬펐다.

나는 51,620원짜리 베개를 구매하고 사은품으로 책 3권을 받은 거니까.... 히잉....

베개 때문에 샀다고!!!

 

 

 

 

 

 

 

 

 

 

 

 

 

 

이번 책베개, 작지 않다. 전에 쓰다 버린 쿠션과 크기가 같다.

말로는 쿠션인데 내가 베개로 사용했었다. 그 크기와 딱 맞춤형이라 눈에 쏙 들어온다.

택배 상자가 튀어올라 있기에 뭔가 싶었는데, 쿠션 속의 솜이 아직 숨이 죽지 않아서다.

그런데 쿠션 위에 내 무거운 머리 며칠만 뉘어놓으면 곧 솜이 죽을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뭐, 괜찮다.

 

 

궁금했다. 더러워지면 어떻게 세탁을 해야 할까.

베개처럼 솜을 싼 속감이 있을까 싶었지만, 이 가격(마일리지 2천점 차감 기준)으로 보자면

그 정도로 성의있게 만들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가가 비싸질 것이므로...

 

물에 퐁당 담글까 하다가 쿠션 테두리 여기저기 살펴보다 발견했다.

 

 

 

쿠션 상단에 10cm 정도 되는 지퍼가 숨겨져 있었다. ㅎㅎ

지퍼 손잡이가 안으로 쑥 들어가 있어서 꺼내어 열어보니 솜이 그대로 노출된다.  ㅡ.ㅡ;;;

내 예상이 맞았다. 솜을 싸주는 속감은 없었던 것...

 

뭐, 그래도 책 구매 사은품이 이 정도면 괜찮은 듯하다.

무릎 위에 올려놓고 책 보면 딱 좋은 높이, 뒹굴다가 머리를 뉘어도 딱 좋을 푹신함.

 

그동안 알라딘에서 나온 온갖 사은품이 많았지만, 이번 책베개는 알라딘 머그컵만큼이나 대만족이다.

알라딘은 마케팅 직원에게 사은품 연구 비용도 따로 주나?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사은품 때문에 책 사는 나 같은 사람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

 

 

 

이미 나올 건 다 나온 듯한데, 나는 알라딘에서 이런 사은품 나오면 좋겠다.

평소 가방에 책 넣고 다닐때, 책이 가방 안에서 굴러다녀서 테두리가 너덜너덜 해지니까 북커버 이용하는 편인데,

북커버가 작은 사이즈 하나만 있고 큰 사이즈를 아직 구매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북커버 하나쯤 알라딘 전용 사은품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도톰하고 튼튼하게 바느질 된 패브릭 북커버. 1~2가지 사이즈로 만들어져 알라딘에서 사은품으로 줬으면 좋겠다.

그럼 나는, 또 5만원짜리 알라딘 사은품을 구매할 생각이 있다니까요~!!! 만들어 주세요~!!!

 

 

방수 기능 잘 된 3단 우산도 좋겠다.

잃어버린 우산만 찾아도 우산 가게 차릴 정도로 우산을 자주 잃어버렸다.

비오는 날을 싫어해서 그런지 우산마저 나를 거부하는 듯하다.

알라딘 램프가 예쁘게 찍힌, 혹은 책표지가 멋지게 프린트 된, 방수가 아주 잘 되는,

접으면 가방 안에 쏙 들어가는, 그런 우산 사은품도 기대해본다.

꼭 장마가 아니어도 시도때도 없이 비가 내리는 요즘에 정말 필요한 레어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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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 2014-10-02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책베개 갖겠다고 물건을 구입하다보니까 56,000원대가 되어버렸어요. 아놔. 알라딘은 사은품이 왜이렇게 좋은거여! ㅋ

구단씨 2014-10-02 17:11   좋아요 0 | URL
제말이요... 주객이 전도되었어요. ㅠㅠ
5만원짜리 책베개 산거임.

하이드 2014-10-02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산!! 그래요. 우산 주면 좋겠어요!

구단씨 2014-10-03 10:01   좋아요 0 | URL
저는 우산을 잘 잃어버리기도 하고, 귀찮아서 비 오는 날은 아예 외출을 피하기도 하는데요.
책표지로 만든 우산 하나 있으면 비오는 날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질 것도 같아요. ^^

피오나 2014-10-02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전 칠만원짜리 책베개샀어요^^;;;

구단씨 2014-10-03 10:02   좋아요 0 | URL
오~ 한두권만 더 넣었다면 나눠서 주문하고 책베개 두개 받으셨을지도 모르겠네요. ^^

꿈꾸는 2014-10-02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고, 내 생각이 왜 모니터 위에 떠 있지? 하는 생각에 깜놀했습니다^^
제 베개도 장서의 괴로움입니다 ㅋ


구단씨 2014-10-03 10:02   좋아요 0 | URL
책이 먼저가 아니라 책베개가 먼저였어요... ㅠㅠ
책베개 커버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두꺼(?)워서 다행이다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