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반년을 망설이다가 지난 달에 구입했는데,이거 완전 편하다.

평소 규조토 발매트를 보면서 편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선뜻 살 생각은 안 들던데,

(그냥 나는 천으로 된 발매트 자주 빨아서 사용하는 걸 더 선호한다.)

컵받침은 몇 번을 보면서 몇 번을 망설이고, 몇 번을 고민하게 되더라.

작년에도 망설이다가 결국 이번 여름이 오고나서야 구매.



찬 음료 따라놓은 컵 때문에 테이블에 물이 흐르는 게 싫은데,

규조토 컵받침 놓으니 대박이다. 컵받침이 물을 잘 흡수해서, 테이블에 지져분하게 물기 없다.

한참 놔두고 컵받침 만져보면 컵받침이 시원하다. 찬 물기를 다 흡수하니 시원해진 듯.

아주 유용하다. 두 개만 샀는데, 몇 개 더 사둘까 고민 중.

근데 규조토 발매트는 할인하는 거 많던데, 컵받침은 원래 이 정도 가격이 적당한가? 좀 비싼 느낌.


원래 알라딘에 4종류 있었는데, 지금은 다 품절이네.

얼른 다시 올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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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21-07-15 16: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써요. 편하고 좋은데, 한 번 더러워지면 (커피나 차 흘리면) 더러워진대로 써야 하더라구요. 그거만 주의하면 여름 컵받침으로 특히 좋습니다.

구단씨 2021-07-15 16:10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육각 받침에 얼룩이 생겼어요. 잘 안 지워지더라고요.
보기 싫긴 한데, 그래도 편한 거 하나 보고 계속 사용하고 있어요. ^^

붕붕툐툐 2021-07-15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규조토 발매트 써본 1인으로서 천으로된 발매트가 훨씬 좋다는데 동의합니당~ 컵받침은 신박하네용!

구단씨 2021-07-17 22:12   좋아요 1 | URL
아, 그런가요? ^^
저는 규조토 발매트가 편한 것처럼 보였거든요. 근데 구매하기도 전에 이거 나중에 어떻게 처리하지? 하는 걱정이 앞서서 구매하지 못했습니다. ㅎㅎㅎ 천으로된 발매트를 그냥 쭈욱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희선 2021-07-17 0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규조토는 물기를 흡수하는가 봅니다 컵받침 예쁘네요


희선

구단씨 2021-07-17 21:24   좋아요 2 | URL
네. 규조토가 물을 흡수해서 발매트로 많이 나오더라고요.
컵받침은 아주 유용합니다. ^^
 



동네 산책하듯 떠나는 여행서.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다.

나 혼자 가야 여행, 나 혼자 백제 여행, 나 혼자 경주 여행. 이번에 개정판 출간으로 <나 혼자 백제 여행>을 읽고, 경주 여행까지 읽고 있다. 역사 여행을 이렇게 다녀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추천한다.


이 책 때문은 아니지만, 백제문화역사지구 여행을 계획했었다. 내가 사는 곳과 가까워서 부담 없이 다녀오기로 했었다. 7월 첫 주에 2~3일 예정으로 돌아보기로 하고 숙소를 알아보기도 했다. 평일이면 좀 저렴하게 갈 수도 있겠군. 하지만 웬일. 비가 이렇게 빨리, 아주 많이 올 줄 몰랐다. 이 지역의 재래시장이, 큰 도로의 사거리 곳곳이 물에 잠겼다. 게으름에 숙소 예약까지 한 건 아니어서 다행인 걸까. 일정은 다시 8월 첫 주로 변경되었다. 비 때문에 미뤄지기는 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미뤄진 게 더 나은 듯하다. 딱히 백제문화역사지구를 돌아보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계획 없이 움직이는 것보다 저자의 코스대로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을 펼치고 나처럼 놀란 사람 분명 있을 텐데? 백제의 흔적이 서울에도 있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 내가 둘러보려고 했던 곳도 부여, 공주, 익산 정도였다. 그러니 뜬금없이 서울의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산책하듯 모이는 공원에서, 주택가 근처에서 백제 유물이 자리하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지. 풍납 백제문화공원과 풍납토성, 한성백제박물관, 방이동과 석촌동의 고분까지, 어떻게 서울의 곳곳에 이런 흔적이 남을 수 있을까? 특히 석촌동의 고분은 내가 몇 번이나 무심코 지나쳤던 곳에 있었다니. , 도대체 뭘 보고 다닌 거니?


저자가 너무 편하게 얘기해서 그런지, 마치 이 여정이 마음 크게 먹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그냥 슬리퍼 신고 나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나선 길 같다. 그렇다고 이 여행의 의미가 가벼운 건 아니다. 그만큼 역사 여행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조언으로 들린다. 크게 계획하고 떠나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이번에 부여를 시작으로 돌아보고 싶던 마음도 비슷하다.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이기도 하거니와, 내가 사는 이곳에 백제문화유적이 자꾸 나오고 있고, 유명한 미륵사지 석탑의 복원 세월을 가끔 지켜본 시민으로 학교 수업에서나 들어왔던 백제문화역사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역사에 무지했고, 달달 외우면서 시험 보기에 바빴던 시간은 지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주변에 역사를 주제로 함께 여행할만한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런 목적의 여행 계획은 오롯이 내가 주관해야 했다. 별것 아니지만, 어려운 일이어서 미루고 미루기만 했으니 민망하다.


역사 여행이 일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저자는 선뜻 나선 그 길에서 동선을 확인하고 봐야 할 것을 보면서 나름 체계적인 여행을 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그 흐름에 자기만의 여행을 그려보기도 한다. 걷거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고, 역사적 사실과 검증된 것으로 파악하면 될 테지만, 그 역사의 흐름에 같이 하는 문화의 흔적도 놓치지 않는다. 자료로 확인한 것이 바탕이 되면서, 저자가 직접 보고 확인한 것이 더해져 역사의 비워진 틈에 그의 지식을 채워 넣는다. 박물관 마니아라는 저자의 수식어에 맞게, 철저하게 자료 조사를 하면서도 박물관에서 얻은 정보로 지식을 더한다. 무엇보다 관심이 없었다면 시작조차 하지 못할 일이겠지.


정림사지는 백제가 부여에 남긴 건축물 중 거의 유일무이하게 완전한 형태로 남은 것이다. 아 아니, 고분도 건축으로 포함한다면 유일무이는 아니겠구나. 부여 역시 능산리 고분이라는 왕릉이 있으니까. 음 여하튼 그만큼 역사적 가치도 상당하다 하겠다. (나 혼자 백제 여행, 190페이지)


백제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듯한 설명에 흐름을 따라가면 어렵지 않다. 한 시대가 막을 내리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백제는 신문물 들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듯하다. 특히 중국의 문화를 백제의 분위기에 맞게 변화하여 발전시켰다. 삼국(혹은 가야까지)으로 잘 지내기도 했지만, 전쟁도 겪어야 했다. 신라와 손을 잡아 고구려에 대항했으면서도 신라의 힘에 무너지기도 했던 백제는 이제 역사 속에 있다. 그 세월 동안 백제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문화 교류를 했다. 특히 일본의 문화 곳곳에 백제의 흔적이 있는 걸 보면 백제의 기술이 일본으로 흘러갔다는 게 증명되기도 한다. 백제의 건축 양식은 불교를 도입하면서 더 활성화된 느낌이다. 절을 짓고 탑을 쌓고. 왕의 능을 만들면서 그 기술을 뽐내는 듯하다. 오늘날 남아 있는 백제의 흔적을 보면 그 시대의 기술을 그대로 눈에 담게 된다. 목탑으로 시작하여 석탑으로 변화하는 과정, 그 우아한 능, 절까지. 통일신라는 물론이고 일본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데... , 정말 지나가면서 자주 보던 것도 너무 가볍게 봤던가 보다. 내 나라의 역사를 조금 더 관심 두고 살펴볼 것을, 후회하는 순간이다.


여행서는 많고 다양하지만, 이 책이 좀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아마도 저자의 여행 스타일 때문일 것이다. 마치 동네 마실 나가듯 아침 먹고 나와서 버스를 타고, 박물관이나 유적지로 간다. 물론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사람만이 정할 수 있는 동선일 테다. 그런 경지에 이르려면 도대체 어느 정도 이 역사 여행을 다녀봐야 하는 걸까. 이 책에 담긴 저자의 백제 여행은 서울 잠실의 버스를 타면서 시작된다. 그 여행은 부여와 공주, 익산까지 이어져 백제 문화 여행의 완성판을 이룬다. 마음 끌리는 대로, 백제 유물 유적의 가치는 놓치지 않고, 발걸음은 가볍지만 마음은 진지하게 걷는다. 백제 유물의 아름다움과 예술적 가치, 보이는 것 이면의 숨겨진 이야기까지 알아가는 재미가 상당하다. 혹시라도 배경지식이 얕아서 주저하는 이가 있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왜냐고? 나보다 더 배경지식이 없는 이가 있을까? 그런 나도 백제 문화 유적 여행을 계획할 정도면 이 여행은 전혀 어려울 게 없다는 거다.


석탑 중 오른편에 위치한 동탑은 1994, 사라진 동탑의 터에 새 돌을 자르고 올려 마치 새 것처럼 복원한 것이다. 반면 왼편의 서탑은 백제 때부터 오랜 세월 이어오던 석탑이다. 특히 서탑은 2001년부터 해체를 시작하여 2009, 탑의 뿌리인 심주에서 사리장엄구를 발견하였고 2018년 여름부터 완전히 복원되어 다시금 공개되었다. 그런 차이가 있음에도 어느덧 동탑도 연차를 꽤 먹어서 그런지 이제는 이곳과 어울리는 맛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다만 돌을 기계로 너무 새것처럼 갈아서 여전히 가까이서 보면 정이 들지 않는다. 그냥 적당한 거리를 두고 , 본래 저런 모양이었구나!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나 혼자 백제 여행, 224페이지)


2015년 공주 부여 익산의 백제 유적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더 관심이 생긴 건 사실이다. 가끔 미륵사지 석탑, 무왕의 묘라고 불리던 쌍릉, 왕궁리 석탑 등을 보러 가곤 했다. 내가 사는 도시에 있다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 오랜 세월 보호하듯 이어져 온 손길이 무엇인지 보고 싶기도 했다. 미륵사지 석탑은 어느 날 가림막이 쳐지고 복원의 세월을 거쳐 거의 20년 만에 다시 시민들의 눈으로 들어왔다. 우연히 지나다 본 쌍릉은 한참 발굴 작업 중이어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었다. 왕궁리 석탑은 서늘한 가을날 행사 갔다가 봤다. 뭐든 의도하고 간 건 아니다. 그런데 가까이에 이런 곳이 있는데도 일부러 가지 않으면 평생 한 번도 못 가본 곳이 될 터였다. 거기에 우리가 겉핥기식으로 알아 왔던 백제의 이야기를 조금은 진지하게 다시 찾아보고 싶어졌다. 패배국이라는 오명 말고, 백제 문화가 세계에 끼친 영향을 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은 것이 사라졌고 그래서 더욱 상상력에 의존하여 그 시대를 알아가야 했지만, 아직 남아있는 것과 보이는 것으로 더 깊게 파고들어야 하는 역사가 아닐까 싶다.


저자가 이 책을 왜 썼는지 알 것 같다. 말 그대로 일상이 고고학. 역사 여행이 일상이 되는 순간을 만나고 싶은 거다. 조금은 더 알고 그 유물과 유적지를 만난다면 여행의 의미는 더 깊어지리라. 다르게 보인다는 게 뭔지 확실히 알게 될 것 같다. 백제 유적 유물에 관한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백제의 역사를 같이 배우면서 여행하는 시간이었다.


저자의 팁에 따르면, 한성백제여행과 공주 부여 익산으로 떠나는 12일 코스가 있다. 한성백제 여행은 정말 하루에 다 다녀볼 수 있을 듯하다. (월드타워 근처에 언니 집이 있어서 그렇게 다녔던 길이건만, 이곳을 모르고 화려한 타워의 불빛만 보고 다녔네, 그려) 그리고 내가 계획했던 부여 공주 익산 백제문화역사 여행은 반대의 코스로 시작하려고 한다. 이곳에서 부여와 공주까지 가는 시간은 자차로 30~40분 정도 소요된다. 그래서 공주 먼저, 그리고 부여(미안, 사실은 아울렛이 첫 번째 목적지였어. ㅠㅠ), 부여에서 1, 그리고 이곳 익산으로 돌아와서 마지막 코스를 장식하고 귀가. 이 책이 굉장한 여행 안내서가 된다는 걸 이미 확인했으니, 안심하고 이 책 한 권 들고 떠나야겠다. 비가 빨리 멈추기를.


#일상이고고학 #나혼자백제여행 #나혼자가야여행 #나혼자경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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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역사 ##책추천 #일상이고고학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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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06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8월의 무더위 건강 잘 챙기세요 ^ㅅ^

구단씨 2021-08-17 02:0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저녁 바람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

그레이스 2021-08-06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구단씨 2021-08-17 02: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환절기가 서서히 오는 듯합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

초딩 2021-08-06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 페이퍼 축하드립니다~

구단씨 2021-08-17 02: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월요일 같은 화요일 즐겁게 시작하세요. ^^

이하라 2021-08-06 1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구단씨 2021-08-17 02: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좋은 책, 좋은 이야기 잘 보고 있습니다. ^^

서니데이 2021-08-06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구단씨 2021-08-17 02:1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덩달아 새로운 아이스크림 찾아서 먹는 재미에 빠졌어요. ^^

희선 2021-08-07 0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 님 축하합니다 일상에서 역사를 알려는 거 좋을 듯합니다 경주에 사는 사람은 그런 거 하기 쉬울 것 같은데... 경주만 말하는 건 아니군요 백제 여행인데... 백제 여행을 서울에서 시작한다니 신기합니다


희선

구단씨 2021-08-17 02:11   좋아요 1 | URL
이 시리즈가 점점 넓은 곳 이야기로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제가 보러 가려고 다 등록해놓았는데, 이곳에서는 상영관이 없어서 양도합니다.

제가 예매 후, 예매번호 문자로 보내드리면 티판기에서 발권하시면 됩니다.


<체르노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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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점빵이라는 단어를 아시는지? 어렸을 적에 아빠가 점빵에 가서 뭘 좀 사 오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기억하는 걸 보면 아마 자주 들었던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구멍가게 관련된 이야기를 듣다가 생각이 나서 초록창에 찾아보니 이런 의미를 말해준다. ‘전방(廛房).(명사) 물건을 늘어놓고 파는 가게.(같은 말), 전포(廛舖).(비슷한 말), 점방(店房, 가게로 쓰는 방)’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아마 점방을 센 발음으로 하다가 점빵이라고 불리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 실제로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가게가 일터였고 집이었다. 가게에 딸린 작은 방에서 살림하곤 했다. 먹고 자고, 아이들은 그곳에서 숙제도 하면서. 취미 삼아 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생계를 책임지는 공간이었을 테다. 책을 읽다가 새삼 알게 된 사실은 구멍가게를 운영한 대부분이 여성이었다니, 농사가 생업이던 시절에 부족한 수입을 채우려는 시도였을지도 모르겠고, 농사를 지을 수 없던 형편에 구멍가게라도 해야만 했을 테고, 어쩌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시도해볼 만한 생계수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경 작가의 책을 보면서 어릴 적 기억을 소환하곤 했다. 어느 시골길에서 마주칠 것 같은 풍경이었다. 그 구멍가게는 버스정류장이 되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의 작은 포장마차가 되기도 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해소해주면서 군것질 천국이었고,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나의 성장기에도 다르지 않을 그곳이 있었다.


집에서 나오면 바로 골목이 있고, 그 골목은 조금 걸어가면 차가 다니는 큰길, 그 큰길 모퉁이 자리했던 00상회. 뛰어가면 5초도 걸리지 않을 그곳에 드나드는 게 즐거움이었다. 과자, 아이스바(그땐 하드라고 불렀지), 음료수, 각종 반찬거리. 요즘의 마트와 편의점의 기원이라고 해도 되겠다. 아이스바 하나에 50원을 내고 사 먹은 기억도 있다(이렇게 말하고 보니 내 나이가 참... ㅠㅠ). 지금이야 먹을거리가 다양해졌고, 그 다양한 먹거리를 접할 기회도 많지만, 어디 그 시절이야 그랬을까. 그냥 슈퍼마켓 운영하는 친구의 집이 부러웠고, 부모가 삼거리에서 짜장면집 하는 자식들이 부러웠다. 막연하게 생각했지. ‘, 쟤네들은 매일매일 가게에 있는,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니까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가난이 만든 바람이 아니었을까.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든 환상 같은 거 말이다. 지나고 보면 그땐 그랬지하는 라떼를 마시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생각할수록 가끔은 그리운 시절이다. 가난의 기억만 뺀다면 다시 돌아가도 좋은 시간.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20~23페이지>


이 책 세 권을 함께 읽으면서 처음 구멍가게를 바라보던 환상은 점점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경 작가의 책이 구멍가게의 추억과 즐거움을 소환하는 거였다면, 박혜진 심우장 작가의 구멍가게 이야기는 조금은 서늘한 현재의 풍경이 같이 담겼다.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의 속내와 사연들. 그들의 이야기 속 세월의 흔적으로 우리 현대사의 한 흐름을 본다. 어떤 물건은 저절로 기억하면서 오랜 역사를 이어왔고, 우리가 쓰는 말의 어원을 뜻밖의 곳에서 찾기도 했다. 많은 이가 먹고 살기 위해 구멍가게를 운영했고, 그마저도 운영이 쉬웠던 건 아니다. 이제는 변해가는 세상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 변화의 속도는 또 얼마나 빠른지. 구멍가게는 동네 슈퍼마켓으로 변하기도 하면서, 이제는 대형 마트나 편의점으로 그 모습을 바꿨다. 요즘에 가끔 지나가다 보면, 시골 마을 안쪽 구석에도 편의점이 있더라. 얼마나 놀랐던지. 어느새 구멍가게는 몇십 년의 세월을 건너와 편의점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구멍가게였던 때와는 완전 다른 분위기로 말이다. 내가 아무리 변하지 않기를 바라더라도 꿋꿋하게 그 변화는 계속되면서 우리의 일상을 파고든다.


<구멍가게 이야기 33페이지>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156~157페이지>


이상하게도 이 책들에 삽입된 사진과 그림을 보면서 뭔가 공통점을 느끼지 않았나? 바로 보이는 어떤 것들이 있더라. 구멍가게 옆의 우체통과 공중전화, 가게 문 앞이나 가게 앞 커다란 나무 그늘에 놓인 평상, 대부분 동네 어귀에 자리하면서 버스정류장의 역할을 했던 곳. 나에게도 즐거운 기억은 아니지만, 외상의 경험까지. 10대의 조카들에게 물으면 그게 뭐냐고 반문할만한 것들이 작가가 전하는 세월 속에 있었다. 지금 공중전화나 우체통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말 긴급한 상황이 생기면 사용할 수 있게 어느 거리 어느 자리쯤에 있는 공중전화. 이제는 우체국 앞에나 있는 빨간 우체통. 동네 슈퍼나 구멍가게가 사라져가고 있으니 그 앞에 자리했던 장판 깔린 평상을 더는 볼 수 없다. 편의점의 파라솔이 예쁘게 자리하고 있지. 분명 우리 생활은 편해졌고 불필요한 시간 단축하며 살아갈 방법은 많아졌지만, 세월 속에 자리한 어떤 느낌은 사라져갔다. 계속 사라질 것이다. 조급한 일상에 쉬어가는 느낌으로, 때로는 아날로그레트로를 찾곤 하겠지만, 그것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겠지. 우리는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갈 사람들이기에, 지나간 그 시간에 많은 부분 할애하며 살아가기에는 그 불안과 조급증은 심해질지도 모르니까.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에 같은 시대를 읽게 하는 책들이다.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사라지는 것들로 위기를 느끼기도 하고, 추억하는 것들로 그리움을 쌓기도 한다. 이미경 작가의 글이 자라던 시절의 모습을 그리고 추억을 새기고 싶은 동화를 생각한다면, 박혜진 심우장 작가의 글은 쇠락해가는 골목의 현실과 생존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동시에 두 이야기 모두 사람 사는 냄새를 맡게 한다.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된다. 작가들이 직접 그곳에 가서 보고 들은 것들은, 그리고 쓰고 찍어낸 것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살아가는 이야기,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가 공간의 깊이를 더한다. 거기에 우리의 시간이 더해져 추억이라는 것을 불러내기에 이르곤 하지. 그 추억이 꼭 좋은 것만 담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립고 애틋하고 그렇더라. 나이 먹어가는 느낌이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암튼, 읽다 보면 기분 묘해진다.


숨어있는 듯이 시골 마을의 구석에 자리한 구멍가게들은, 소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을 남겼다. 작가들 역시 하루 이틀이 아닌 오랜 세월 찾아다녔던 구멍가게들을 소개하면서 감성에만 푹 빠져들지 않게 삶의 치열함을 불러온다. 심심풀이가 아닌, 시골에 살면서도 농사를 생업으로 할 수 없는 이들이 먹고살기 위해 선택한 수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상을 주고도 돈을 못 받거나, 가게에서 행패를 부리는 이들도 상대해야 하는 극한 직업. 그러니 구멍가게는 추억이나 감성에만 젖어있을 수 없는 모습도 갖고 있던 것이다. 약국이나 식당에서 팔던 담배가 이제는 구멍가게에서 살 수 있게 되고, 라면을 팔면서 가게 수입도 올렸지만 라면의 전성기를 함께 이뤄냈다고. 가게의 지붕 모양을 보고 건축의 변화도 가늠한다니. 구멍가게가 단순한 가게 이상의 존재로 남았다.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떤 구멍가게의 날들 164~165페이지>


건축은 시대를 반영한다. 내가 말하는 건축은 그 시대에 살았던 대다수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집과 공간이다. 과거의 터전이 낡고 오래되었다고 스스로의 터를 죄의식 없이 갈아엎고 부순다면 진짜 사라지는 것은 우리의 과거요, 추억이요, 고향이요, 자아일 수 있다. 반세기동안 근대화와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낡고 오래된 옛것을 우리의 삶에서 지우고 감추었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이전보다 따뜻하고 배부른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도 많다.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복원과 보존으로 우리 삶의 근본과 맥락을 찾아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164페이지)


무슨 박물관에 전시된 역사의 한 장면처럼, 구멍가게도 그 역사를 가진 존재가 되었다. 찌그러진 막걸릿잔에 이야기가 배었고, 출입문 문턱이 닳은 만큼 사람들의 시간이 녹았다. 동네 택배 업체가 되고, 돈이 오고 가는 거래소가 되고, 어른들의 놀이 공간도 되는,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이다. 시골 마을의 구심점이 되어 그 역할이 다양했다고 하니, 그런 공간이 점점 사라져서 거의 볼 수 없게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다양해지는 삶만큼 각자의 인생이 우선이 되는, 타인과의 교류 시간을 갖는 것보다 나를 위한 시간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굳이 한 공간에 모이지 않아도 가능한 교류의 방식이 얼마나 다양해졌던가.


<구멍가게 이야기 252페이지>


실제로 마을을 답사하며 담아낸 이야기에 구멍가게 고유의 역할을 듣는다. 구멍가게가 구판장, 00상회, 슈퍼마켓, 마트, 편의점이 되어가는 흐름도 읽는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생존의 방식을 이어온 것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마을의 중심이 되어 머물 거로 여겼던 구멍가게는, 어느 날 다시 찾아가니 사라져버린 곳도 많았다고 한다. 굳이 작가의 말이 아니어도 그 사라짐의 순간은 우리가 자주 본다. 내가 자란 곳에서만 해도, 집 앞의 슈퍼마켓은 사라져 빈 가게가 되었다. 정육점은 폐점했고, 노인이 운영하던 약국도 사라졌다. 이 약국은 의료분업이 되면서 동네 어르신들의 경로당 역할을 했었는데, 주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니 다른 이가 다른 가게를 운영한다. 생각해보니 거의 다 사라져가는 것들뿐이네. 아쉽고 그립다. 필요한 게 있으면 아무 때나 가면 되는 편의점도 가까이 있고, 대형 마트에서 카트 한가득 장을 보고 오기도 하지만, 오랜 세월 그 자리에 머물기 바라는 것들이 사라질 때면 그 빈자리가 가슴에 생긴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말하는 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건, 남아 있기를 그렇게 바라면서 정작 그 장소를 이용할 생각을 자주 하지 않는다는 거다.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면서, 자꾸 깨끗하고 편한 것만 찾아다니곤 했지. 하아...


구멍가게의 과거와 현재는 이제 어떤 미래로 흘러갈지 궁금하다. 그 미래의 시간에 우리는 또 어떤 기억을 소환하며 오늘을 추억하게 될까. 어떤 모습을 마주하더라도 미래에 기억할 오늘의 시간이 씁쓸하거나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속되는 삶에서 고단한 시간에 위로가 되는 기억으로 남아주기를 여전히 바라고 있다. 그래서일까, 지금 우리 옆에 있는 것들을 더 들여다보게 된다. 이것들이 나중에 어떻게 남아 있을까 궁금하면서도, 소소하지만 의미 있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아름답게 빛바래져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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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01 1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구멍가게의 기능들이 사라지고, 이제는 편의점들만 있어서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드네요. 점점 삭막해지는 거 같은 ~~ 그래도 이렇게 글로 보니까 좋네요^^

구단씨 2021-06-01 13:57   좋아요 5 | URL
얼마전에 시골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자리에서 편의점 불빛이 반짝반짝...
구멍가게나 동네 슈퍼마켓이 사라져가는 자리에 편의점이 들어오다니. 세상이 이렇게 변해가는 걸 새삼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붕붕툐툐 2021-06-01 2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골 가다 저런 점방을 만나면 완전 반갑더라구요~ 이제 진짜 몇 안 남았겠죠? 아쉽..ㅠㅠ

구단씨 2021-06-08 22:47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거의 다 사라져가는 느낌입니다.
저부터도 저런 가게 만나면 반가우면서도 선뜻 그 문을 열고 들어가는 건 주저하게 되더라고요.

scott 2021-07-07 15: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이달의 당선 추카!
요책들 찜했놨는데
7월의 땡튜로~*

새파랑 2021-07-07 16:43   좋아요 2 | URL
멋진 구멍가게 이야기~! 구단님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1-07-07 1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구멍가게 이름이...^^

구단씨 2021-07-09 22:35   좋아요 1 | URL
제 연식이 나오는 건가요? ^^
어릴 적에 어른들에게서 많이 듣던 단어였어요. 단어의 어감이 세서 그런가 기억에 남네요.

서니데이 2021-07-07 16: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구단씨 2021-07-09 22:36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더운 주말인데, 즐겁게 지내세요.

초딩 2021-07-07 2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구단씨 2021-07-09 22:3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07-08 0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구단씨 2021-07-09 22:36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모나리자 2021-07-08 1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구단님~^_^

구단씨 2021-07-09 23:0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좋은 책 많이 만나고 싶어요. ^^

thkang1001 2021-07-08 14: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7월도 좋은 시간 되세요!

구단씨 2021-07-09 23:0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더운 주말인데요. 편한 날 만드시길 바랍니다. ^^

황후화 2021-07-08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박~~ 축하드려요 ~~

구단씨 2021-07-09 23:0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얄라알라 2021-07-21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글이네요. 축하드립니다

구단씨 2021-07-24 11:2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지금도 가끔 시골길 가다 보면, 지금은 볼 수 없는 장소들 만나면 너무 반가워요. ^^

맘속풍경 2021-07-2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길 삼거리 앞 구멍가게의 마루에서의 여유로움이 문득 그립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그리운 점빵..
글 감사합니다~

구단씨 2021-07-24 11:29   좋아요 0 | URL
정말 그 가게 앞의 평상이 언제나 있었어요. 거기 앉아서 땀도 식히고, 어르신들 술도 한잔씩 하시고... ^^
그립네요.
 
















신간 알림 문자를 받고 소개 글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작가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이 작품이 녹여낸 인간 본성을 또 한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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