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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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대중과학서 저자 샘 킨의 책입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일단 샘 킨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최소한 책이 지루할 일은 절대 없겠다며 기대를 품게 됩니다.  

18세기, 19세기 들어 서유럽 중심으로 자연과학 혁명이 일어났으며 그 가시적 성과도 성과지만 종전의 한계, 궁핍, 불편을 운명처럼 체념적으로 수용하던 인류에게, 어떤 도전 정신, 낙관주의를 마음에 심어 준 게 과학자들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대중은 과학자들에게 존경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런 일반인들한테는, 기행을 일삼고 반사회성을 표출하며 심지어 끔찍한 범죄까지 저질러 악명을 후세에 남긴 일부 과학자들의 행적이 대단히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엄연히 실제 역사에서 일어났던 일이니 인정은 해야 합니다. 

다만, 과학이라는 테마 자체에 내재한 매우 위험한(위험할 수도 있는) 속성에 이런 비극들이 주로 기인했을 뿐 그 원인을 과학자 일반의 속성으로 귀납하기란 매우 큰 무리라는 점도 새겨 봐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편한 도구를 갑자기 손에 넣게 되었을 때 이를 나쁜 목적, 즉 가학성의 발휘라든가 타인을 지배하려는 데 쓰려는 못된 마음이 우리 내면에 잠재하지는 않는지 오히려 스스로를 돌이켜봐야 하겠습니다. 

"노예 제도는 문명만큼이나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p60)." 한국처럼 대륙의 먼 동쪽에 고립된 지형에 오래 전부터 터잡고 단일민족으로 산 겨레에게는 노예제가 상당히 낯섭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도 몽골, 왜인들의 침략 당시 포로로 잡혀 국제 시장에 노예로 끌려간 이들이 많았고, 솔거 노비, 외거 노비도 일종의 노예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인신매매가 활발하지는 않았고 외거 노비의 경우 노예라기보다는 농노에 가까웠으며 천민 신분이라는 게 타 종족의 귀화, 형벌 집행의 결과물로 취득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외국의 노예제와 함께 볼 것은 아닙니다. 

여튼 노예제와 과학자가 무슨 관계라서 이 책에 등장했는지 의아한 분들도 있을 텐데, 바로 다음 페이지에 그 이유가 나옵니다. 박물학자들이 동식물 표본을 구하고 싶을 때 이 노예 무역 인프라를 이용했던 것입니다. 연구가 하고 싶어도 무슨 표본이 있어야 가능할텐데, 이를 위해 따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발달된 현대 국가 체제에서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노예제와 직접은 무관하지만 찰스 다윈 같은 사람도 박물학자의 범주에 속합니다. 사실 뭔가 큰 이익이 남지도 않는 판에 온갖 위험,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그 먼 바다를 건너온다는 게 무리이며, 노예 무역이 그만큼 큰 수익을 올려 주는 유망한 비즈니스였다는 뜻입니다. 노예 무역으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입고 심지어 본인이 항행에 적극 참가하고 현지에 일정 기반을 다지기까지 한 박물학자로는 이 책에 헨리 스미스먼이 소개되는데, 자기 딴에는 원없이, 재미있게(?) 한 생을 산 사람이라 이야기로만 읽어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미국은 한때 전기의자 방식이 사형수 처결의 원칙이었으며 이를 소재로 삼은 범죄물, 미스테리물도 무척 많습니다. 전기의자 자체가 사형의 제유(提喩)이기도 합니다. 이 사형 방식을 두고 치과의사(이상하게도, 역사에 남을 기행을 벌인 이들 중 치과의사들이 제법 됩니다. 물론 선량한 의료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만) 앨프리드 사우스윅이라는 이가 독극물 주입에 반대하여 전기의자 식을 옹호했으며, 발명가로 유명한 에디슨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이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순전히 제 개인적 생각인데, 당시 막 상용화를 앞두던 전기 시스템에 공연히 끔찍하고 잔인한 대중적 선입견을 피하려는 비즈니스상의 고려도 있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아무튼 윌리엄 켐러라는 사형수에게 집행된 처분 과정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고는 이 책 말고도 여러 서적에서 논할 만큼 당대에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제7장의 주제 인물은 터스키기 매독 연구로 악명 높은 존 커틀러입니다. p233에, 잘생기고 샤프해 보이는 생전 그의 사진이 나옵니다. 과테말라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이 사람은 앨버트 아인슈타인애 비견될 만큼 칭송받던 의사였습니다. p232를 보면, 존 커틀러와 정확히 같은 시대를 살았고, 아이티와 인도에서 여성들의 부인과 치료 접근성을 쉽게 했으며, 에이즈 환자들을 악마화하지 말라는 도덕적 호소로 세계를 감동시킨 의사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사람이 누군지 책에는 끝까지(?) 안 나옵니다. 이 사람이 과연 누구겠습니까? 바로, 그의 악행이 폭로되기 전의 존 커틀러 본인입니다. 제가 영어 원서룰 읽어 보니 "괜히 말을 꼬아서 사과한다"는 독자에게의 사과(?) 문장이 있더군요. 

8장에는 에가스 모니스, 그리고 후계자 격인 월터 프리먼 이야기가 나옵니다. 훌륭한 가문에도 지능이 떨어지는 자녀 한둘은 있기 마련인데, p269에 나오는, 딸 로즈메리에게 전두엽 절제 수술을 받게 해서 더 인생을 망치게 한 정계 거물 조셉 케네디가, 우리가 아는 존 F 케네디의 부친입니다(로즈메리는 JFK의 여동생이며, 지금 미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로버트 주니어의 고모입니다). 전두엽 절제 수술 이야기는 한때 이런 어설픈 의사들에 의해 하나의 처방처럼 통했고, 많은 장르물에서 즐겨 쓰던 소재였죠. "얼음 송곳(icepick)"은 영화 <원초적 본능>에도 나왔던 끔찍한 도구인데, 이걸로 뇌 수술을 했다니 정말 대단한(?) 의사들이었다 싶습니다. 참고로 이 책 원서 제목이 <The icepick surgeon>입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심리학을 악용한(p347)" 나쁜 사례라는 건, 정치적 반대자들에게 어떤 정신병리학적 누명을 씌워 시설에 가두거나 그 이상의 끔찍한 처분을 했던 사건들을 가리킵니다. 구 소련의 탄압 사례라든가, 중국에서 파룬궁 수련자들에게 가하는 비정상적인 압제가 이 책에서 예로 쓰이는데, 저는 혹시 "인체의 신비 전시회"도 언급이 있지 않을지 기대했지만 없었습니다. 아마도 아직 객관적 증거가 충분치 않아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장에서는 한때 유나바머 연쇄 테러로 미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수학 천재 테드 카친스키 이야기도 나옵니다. 

대개의 경우 "미친 과학자"는 과학 자체에 대해서는 지극히 헌신적이고 이념을 위해 팩트 자체를 왜곡하는 건 매우 드문데(하긴, 제대로 미쳤으면 뭘 더 못하겠습니까만), p312에 나오는 리센코의 경우 독재 정권에서의 출세를 위해 과학적 원리까지도 마음껏 비틀었던 최악의 케이스로 꼽힙니다. 냉전 시기 해리 골드는 적국으로 너무도 많은 정보를 빼돌려 옥살이까지 했지만, 감옥에서 자신의 재능을 잘 살려 동료 죄수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등 치밀하고 유능한 과학자로서의 면모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철학자 니체도 지적인 성실성(intellectual integrity)라는 개념을 말했는데, 지식 발견이라는 한 가지 난제와 미션에 몰두하는 이들, 특히 자연과학자나 의사라면 그 본연의 업무 성격 때문에라도 쉽사리 거짓말이나 일탈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는 게 일반적인 기대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보듯 현실은 결코 그렇지도 않았는데, 이런 사람들이 국가 권력과 결탁하여 천인공노할 범죄를 체계적으로 저지른 게 나치와 닥터 멩겔레 같은 사례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아인슈타인의 견해를 인용하며, 정직, 성실성, 양심적 태도 등의 미덕을 과학자 양성 과정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p437). 그래서 이 책은 본문도 본문이지만 결론과 보론 파트도 독자에게 묵직한 임팩트를 줍니다. 권말의 항목 색인이라든가 문헌 소개까지도 완벽하여, 역시 과학책은 해나무다 싶었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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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의 말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 성공의 주도권을 잡는 12가지 대화의 법칙
아다치 유야 지음, 황국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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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회작용은 말로 이뤄집니다. 입으로 하는 말이건, 문서나 메신저로 전달되는 말이건 간에 말입니다. 직장에서 조직에서 말로 하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면 아무리 그 사람이 본연의 업무에 능통하다 해도 승진이 쉽사리 되기 어려우겠으며, 나아가 과연 업무성과를 동료나 윗선에 잘 어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저자 아다치 유야 대표는 본인 스스로가 사회생활 초년생 시절에 커뮤니케이션 스킬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셨던 경험을 살려,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많은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의도로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합니다. 

"앵거 매니지먼트" 생소할 수 있지만 이미 이 분야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일하는 중이며 성과도 상당히 축적되었다고 합니다. 그 전문가 중의 한 분인 가키기 류스케 박사는 "분노 등의 감정을 통제하는 전두엽이 본격적으로 반응하기까지는 3~5초 정도가 걸리니, 화가 났다 해도 일단 반응하기까지 6초만 기다려 봅시다(p25)."라고 제안합니다. 물론 감정을 무작정 억누르라는 건 아닙니다. 감정을 대책없이 부인하는 건 현대인에게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다른 부작용이 생김). 아무튼 저자 아다치 대표의 제안은 "말을 하고 싶을 때, (거꾸로) 일단 입을 다물어라."입니다. 거의 무조건,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지침이라는 것입니다.   

대화를 나눌 때, 예를 들어 나는 무슨 색을 좋아하는데 당신은 어떻냐는 식으로 말이 나왔는데, "요즘의 트렌드에 의하면...." 이란 식으로 말을 받는 사람이 꼭 있다(p50)고 합니다. 전형적인 잘난척, 영리한척하는 타입이며, 상대방은 거의 언제나 불쾌감, 존중받지 못한다는 아쉬움 등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일이 제대로 추진될 수 없고, 둘 사이의 관계가 제대로 진척될 리 만무합니다. 대화에 이런 식으로 응해서는 안 됩니다. 대화는 두 사람이 서로 나란히 눈과 눈을 마주하는 소통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저는 유명한 방송인 부부가, 평소에 칭찬 잘해주던 지인에게, 어느날 큰돈을 빌려 줬다가 기어이 떼인 이야기를 TV에서 들은 적 있습니다. 바람직한 예는 물론 아니지만, 여튼 아무것도 아닌 듯해도 칭찬은 그만큼이나 사람의 마음 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그 칭찬을 했던 사람의 성과까지 더 확고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는 인물"은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p80)로까지 주변 인물들에게 비춰진다고 합니다. 한 예로, 어느 회사 사장님이 수능을 앞둔 자녀가 있는 부하직원에게 격려를 하며 "일찍 집에 들어가 봐!"라고 했다면, 역시 우리 사장님은 배포가 남다르다거나 통이 크다며 칭송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글쎄 이 정도 덕담으로 사람이 감격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주변에도 생각지 않게 통큰 배포로 인심을 쓴 보스를 두고두고 존경하게 된 사례는 드물지않게 봅니다. 

p94에도 좋은 말이 있습니다. 제가 어제 TV에서 보니까, 유명한 교수가 한 말인데, 책에서 읽은 건데, 이런 식으로 어떤 정보를 꺼낸든다면, 그 사람은 남한테 속기 쉽구나, 생각에 깊이가 없구나, 이런 인상을 상대방에게 주기 쉽다고 합니다. 그 말하고자 하는 정보가 옳고 그르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딴에는 신빙성의 근거를 제시한 셈인데도 이런 취급을 받는 게 고작이라면 억울합니다. 권위를 인용하는 것은 좋은데, 왜 그 권위의 그 주장을 자기 입장에서 수용했는지에 대한 이유도 확실해야만, 상대방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어떤 객관적 근거도 없이 자기 주장만 지나치게 강하다면 그 역시도 좀 부족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자기 주장이라는 게 있고, 객관적인 팩트라는 게 따로 있습니다(p136). 이게 그 사람의 내면에서 마구 혼재되었다면 그 사람은 사회 생활을 할 때 온전한 판단을 하는 사람으로 대접 받기 어렵습니다. 저자는 말을 할 때 최소한의 자기객관화를 기하기 위해, 확증편향, 사후 확신 편향 등을 피하라(p98)고 합니다. 특히 후자는, 결과가 다 나온 후에 "나 쟤네들 저럴 줄 알았어."라고 숟가락을 얹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본인은 기분이 좋을지 모르지만 주변에는 한심하게 비칠 수 있습니다. 

지적이고 존경받는 사람의 태도(p156)는 어떠할까요? 먼저 잘 들어야 합니다. 경솔하게 긍정, 부정을 일삼지 말고, 남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의견을 쉽게 말하지 말고, 이야기가 끊길 때 설익은 화제로 받기보다 차라리 침묵하고, 호기심을 총동원하라는 겁니다. 이렇게 골자만 추려도, 벌써 독자 입장에서 참신하다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실제 사례가 많아서 책 내용은 더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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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교과서 4 : 직원편 - 직원을 변화시키는 사장의 교육과 장사 철학 장사 교과서 4
손재환 지음 / 라온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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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환 저자님의 장사 교과서 시리즈 1권부터 3권까지 모두 읽고 리뷰를 다 쓰고 있으며 그 전작 <안경 혁명>도 2022년 2월에 올린 독후감이 제 블로그 등에 이미 있습니다. 이 제 4권은 직원편인데, 사실 전작들에도 저자님 특유의 직원론이 군데군데 피력된 적 있고 저는 개인적으로 저자님이 능력 좋은 직원을 어떻게 대우하고 관리하는지를 이야기할 때마다 각별히 더 주의해서 읽곤 했습니다. 이제 이 4권에 직원론이 집성된 셈이라서 더 집중이 잘 되었더랬습니다. 

"장사 잘되는 집을 인수할 때는 무조건 리스크가 있다(p51)." 가게 인수도 그렇고 영업권이라든가 혹은 이름만 구좌를 인수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걸 돈 받고 판다고 할 때에는 전임자의 명성이 그만큼 확고했다는 건데, 내가 양수하고 나서 상품, 서비스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싶을 때에는 이게 역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옵니다. "아니, 여기가 왜 이렇게 됐어? 이거 이름만 ooo 아냐?"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저자는 1년 정도 전임자를 그냥 가게에 모셔서, 설령 일을 안 하더라도 얼굴만이라도 비추게 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이게 곤란할 때도 있을 텐데, 그럴 때에는 전임자한테 양수받기 전 1년 정도 종업원으로 그 가게에서 일을 하라고 합니다. 일도 배우고, 단골들에게 단절감 안 주기 위해 자기 얼굴도 눈에 박아 넣는 효과가 난다는 뜻입니다. 

그 다음 이야기도 참... 절묘한데... 인수받고 나서 손님이 "여기 사장님 바뀌었어요?"라고 물을 때 "네, 이제 제가 주인인데요."라고 하면 그 손님은 이제 조금만 뭐가 안 맞아도 앞으로 안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진짜 맞는 말입니다. 단골을 넘겨받으려고 양수했는데 단골을 놓친다면 뭐하러 권리금이나 웃돈까지 주고 남의 사업을 이어가겠습니까. 새 양수인이 전 주인하고 비교당한다는 게 뭔가 자존심이 상한다는 건지 이런 질문에 꼭 떨떠름한 표정으로 "내가 주인"이라 답할 때, 제가 봐 온 경험으로도 그 장사는 오래 못 가는 것 같았습니다. "바뀌긴 했는데 제가 여기서 일하던 사람이에요." 이 한 마디를 넣고 안 넣고가 천지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직원을 움직이는 가장 큰 보상은 월급이다(p146)." 저자님 전작에도 유독 일잘하는 직원 스카웃하기, 일도 내가 가르쳤지만 본인이 이후 너무 발전하여 에이스가 된 직원 계속 붙들어두기 요령 등이 나왔었습니다. 물론 직원을 잘 우대하고 신 나게 일하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급여가 능력에 부응하지 못할 때 직원을 이직 못하게 할 방법이란 없습니다. 책에 보면 안경사의 경우 초보와 프로 직원 급여 차가 3~4배였으나 지금은 2배도 안되며, 이런 환경에서라면 구태여 직원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일을 잘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이건 최저임금 상향과 관계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자영업은 가족 경영 체제로 바뀐다는 게 저자의 견해인데, 실제로 제가 사는 동네 안경점도 그 아들이 부친의 사업을 이어받는 곳이 있습니다. 

직원이 계속 직원이라는 마인드에 머물면 직원 본인은 물론이고 사업도 성장이 안 됩니다. "성장"이라는 개념은 자영업뿐 아니라 주식 투자에도 무척 중요한데, 현재 아무리 마켓셰어가 높고 영익률이 높아도 그 기업은 높은 주가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성장은 비즈니스에 있어 이익만큼이나 본질적인 팩터입니다. 저자는 경쟁 업체보다 높은 급여를 책정하여, 특히 이 사람은 그저 직원이 아니라 "작은 주인(p150)"으로 내가 키우고 대접해야 할 사람이다 싶을 때("큰 주인"은 물론 사장 자신) 그에게 특별 대우를 한다고 책에서 밝힙니다. 사람은 설령 급여가 높아도(높지도 않지만) 장래성이 없는 직종에서는 제 힘을 다해 일하려 들지 않습니다. "작은 주인"이 어떤 급여를 수령하고 사장에게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를 볼 때, 다른 직원들도 나도 저렇게 되어야지 하며 가진 포텐을 다 발휘하려 들지 않겠습니까. 직원에게 그저 쥐꼬리만한 급여를 주고 착취하려 드는 전근대 구태 마인드를 지닌 사장은 결국 제 사업 자체도 말아먹기 마련입니다. 

p186에도 참 좋은 말씀이 많은데 직원들도 서로 동류(동료) 의식이 있어서 고자질이다 싶으면 혹여 필요한 피드백이다 싶어도 사장한테 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가장 솔직한 피드백을 받을 기회는, (어떤 이유로든) 퇴사하는 직원한테서라고 합니다. 퇴사 직원이 가식, 인사치레, 눈치 플레이를 할 이유는 없으니 내 사업의 벌거벗은 약점을 제대로 알아낼 수 있다는 거죠. 또 너무 잘난 직원도 이 사람이 조직에 에너지 뱀파이어(소위, 사람 기빨리게 하는 케이스)라면 미련없이 내보내라고도 합니다. 이 저자분이 진짜 능력지상주의(독자인 제 생각에는)인 분이라서 이 대목도 좀 의외로,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책을 일관하는 대원칙 중 하나는 "직원과 사장이 윈윈해야 한다"입니다. 이 4권이 장사 교과서 시리즈 마지막이라니 서운하기도 한데, 여튼 개인적으로 정말 배운 게 많은 연작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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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마음 연습 - 숨과 함께하는 온전함으로의 여행
에릭 B. 룩스 지음, 김완두 외 옮김 / 불광출판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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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mindfulness)이란, 서양에서도 무척 큰 관심을 갖는 사색과 행동의 주제입니다. 저자 룩스(Loucks) 박사는 한국에서도 폭 넓게 추종받는 틱낫한 스님으로부터 비구계를 받은 이름난 영적 지도자이며, 그 정신 세계는 (한국과 비슷하게 대승 불교가 발달했던) 베트남 선학(禪學)에 기초한다는 게 책날개에 나온 설명입니다. 특히 저자는 브라운, 하버드 등 미국 명문대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는데, 그가 깊이 관여한 MBC라는 명칭(한국의 특정 방송국과는 무관합니다)의 명상 프로그램에서 C가 바로 college의 약자이기도 합니다. 

p62의 청색 다이어그램을 보면 MBC 프로그램의 핵심 구조가 무엇인지 잘 요약됩니다. "알아차림"이라는 건, 생각-감정-감각의 세 축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몸과 마음, 정신은 서로 분리된 게 아니며, 몸이 아프면 정신인들 똑바로 작동할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MBC에서는 이른바 바디스캔 명상이라는 것도 제안하는데, 내 몸에서 가장 문제가 된다고 여겨지는 부분에 집중해서 명상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 역시도 현대 들어서 갑자기 개발된 건 아니고, 오히려 수천 년 된 <아나빠따사띠 수따>에 기반(p14)했으며, 석가모니 부처님도 이 경전을 바탕으로 수도했다고 합니다. 이 경전은 고대어인 팔리어로 되었으며 데바나가리로는 আনাপানস্মৃতি সূত্র라고 씁니다. 

현대인이라면 운동을 게을리할 수 없는데 운동도 어떤 체계적인 방식에 맞추어, 자신의 여건도 감안하여 진행해야지 무작정 하다가는 오히려 몸을 다치게 할 수 있습니다. p76을 보면 운동을 할 때, 나에게 가장 알맞은 환경을 찾을 때 자신의 유전적 조건도 고려해야 하며, 생각, 감정, 감각(이 책에서 매우 강조하는 3요소입니다) 등이 고루, 공히, 마음챙김에 집중하게 하고 나의 즐거움과 보람을 우선 찾도록 하며, 나의 마음과 정신을 한 단계 위에서 내려다보는, 메타적인 인식도 강조하는 운동을 이 MBC 수련법에서는 강조합니다. 운동도 그저 몸을 키우거나 근육량을 늘리는 식의 흔한 방법으로는 진정한 건강 발달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숨이 나간다 싶은, 뭔가 몸이 아주 힘든 순간이 살다 보면 누구에게라도 한 번 정도는 닥칩니다. 우리 나라와 달리 미국 대학생들은 이제 독립된 성인의 삶이 시작되다 보니 성적으로도 훨씬 문란하고, 우리 관념으로는 이해가 안 될 만큼 향정신성 약물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마음이 피폐해져 나중에는 큰 정신적 혼란에 빠지기도 하는데, p115에 나오는 대학생 제이든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매사가 불만족스러웠고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으며 대인관계도 힘들었던 그는, 마음챙김 수련법을 익히고 일상에 자연스럽게 복귀했으며 주변사람들과도 훨씬 원만한 사이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치료사분이 그에게 가르쳐 준 "친절"의 가치가 아주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제4장 이하에서 자신에 대한 여러 이야기도 들려 줍니다. 저자는 쌍둥이 자녀를 슬하에 둔 아버지이기도 한데, 육아 중 잠시 휴식을 찾기 위해, 과거 자신이 수시로 의지했던 블루 클리프라는 사찰을 다시 방문했다고 합니다(배우자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도 잊지 않습니다). 사람은 평소에 익히 몸 담았던 장소에서라도, 한순간 마음가짐을 달리하여 모든 게 느닷 새롭게 보일 때가 있으며, 이때 내 마음의 번잡한 고뇌들, 집착들, 분노 같은 게 전에 없이 사르르 정돈되는 듯한 느낌도 받는데, 블루클리프에서 박사가 체험했던 바도 이와 비슷했다고 합니다. 

개별적 자아라는 게 따로 없다, 모든 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이 문득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인 제법무아(諸法無我)도 결국은 그런 뜻을 품습니다. 이른바 상호의존성(p198)에의 깨달음은 저자에게 무한한 자유로움을 안겨 주었다고 저자는 고백합니다. 요즘 많이들 이야기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것도 이와 연계해서 생각해 보자고도 제안합니다. 식물에게 험한 말을 했더니 시들시들하다가 죽는 현상도, 무슨 식물이 말을 알아들어서가 아닙니다. 어쩌면 그 순간에 죽은 식물은, 머나먼 예전에 갈라져 나온 나 자신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맹자도 "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간다"고 설파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마음챙김으로 우리의 가장 깊은 마음까지 들여다본 후에는, 세상과 타인과 내가 별개가 아닌 하나라는 생각에 비로소 평안해지는 게 아닐까 독자로서 결론내어 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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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 외 지음 / 해커스금융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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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에서 주관하는 투자자산운용사도 금융기관(특히, "자산운용"이 회사 이름에 들어가는, 펀드 를 주로 취급하는 곳들)에 취업하려는 많은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유망 자격증입니다. 이 최종핵심정리문제집으로 필수 이론도 머리에 넣고, 기출변형이나 실전모의고사도 다룸으로써 문제 풀이 감각도 익힐 수 있으므로, 기본서와 문풀을 교재 한 권으로 해결하는 능률적인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기출동형문제집이 필요한 분들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별도 교재가 있으므로 그 책을 봐야 하겠습니다). 출제기관에서 펴내는 3권짜리 공식 기본서가 있으나(타 출판사 간행), 솔직히 이 책 한 권에 요약된 내용만 봐도 충분하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올해 개정사항도 이 교재가 일일히 반영했으므로 문제가 없습니다. 

이 교재에는 개념완성 자료집(pdf 파일)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코드, 최종핵심문제풀이 인강 20% 할인쿠폰이 함께 들었습니다. 책만 보고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은 송현남, 백영, 민영기쌤 팀 강의를 신청해서 듣고 수험준비기간을 최소로 줄여야 하겠습니다. 과목은 모두 세 개인데, 제1과목 금융상품 밑 세제, 제2과목 투자운용 및 전략 II/투자분석, 제3과목 직무윤리 및 법규/투자운용 및 전략 I입니다. 운용 및 전략 II(제2과목)에서 이른바 대안투자상품, 부동산 관련 상품들을 다루며, PF라든가, CLN이라든가, 헤지펀드, 합병차익거래, 해외증권투자 같은 걸 다룹니다. 그 외 우리가 투자운용, 전략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포트폴리오, CAPM 등은 II가 아니라 I 과목(제3과목)에서 다룹니다. 

1과목에는 세법이 포함되는데 다른 자격증 시험과 다른 점이라면 세법을 법 자체로 접근하기보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의 관점에서 본다는 점이겠습니다. 뭐 말이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는 이 시험에서 세법 사항의 난이도는 낮은 편입니다. 출제 범위는 소득세, 그 중에서도 이자소득, 배당소득, 양도소득, 또 특이하게 증권거래세법이 들어갑니다(시험 성격상 당연하지만). 그 외 증여세, 상속세, 금융소득종합과세시 절세방안, 납세자 윤리 등을 배웁니다. 

난이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고 했는데, 예를 들어 p33의 12번 문제 같은 걸 보면, 교재를 두어 차례 반복 학습한 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선지 ①이 맞는데 왜 비슷한 ②가 틀리냐고 물을 수 있는데 배당소득에는 이른바 그로스업이 적용되어서 그렇습니다. 그로스업이라는 말이야 뭐 몰라도 되며, 페이지 하단에 있는 (2)-③항목, 이중과세의 조정 설명이 이 문제의 포인트입니다. 부대 설명도 물론 알아 두어야 하는 내용이지만, 이 문제에서 왜 ②가 답인지 그 이유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그로스업에 대해서는 p63의 30번 문제에서 다시 다룹니다. 이 30번 문제 같은 건 타 세법 관련 자격증 시험에서는 전혀 안 다루는 특이한 문제인데, 어디까지나 절세액을 최대로 하기 위한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29번 문제를 보면, 집합투자기구라는 게 바로 우리가 아는 펀드입니다. 이 수익은 그로스업 안 시킨다(혜택을 안 준다)는 건데, 대체 펀드의 성격이 뭐겠는지를 좀 생각해 보면 너무도 당연합니다. 배당이 현금인지 주식인지는 그로스업 여부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해설의 뜻도 곰곰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제2과목에서는 앞에서 말한 대로 PEF라든가, 전환증권차액거래라든가, 신용파생상품, 해외포트폴리오 자산배분, 환위험관리전략 등의 사항을, 운용 및 전략 II에서 다룹니다. 왜 II를 제2과목 중에서 다루고, I을 제3과목 중에서 다루는가, 다시 말해 순서가 왜 바뀌었나 의아할 수 있는데, 이 자격증 시험의 좀 독특한 연혁 때문이므로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공부하는 순서는 제3과목의 I을 먼저 마치고, 다시 II로 돌아올 수도 있겠으나 꼭 그렇게 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이 교재 모범학습 플랜(pp.12~17)에서도 그렇게 순서를 바꾼 학습 방법 제시는 없습니다. 그러나 학부 과정에서는 다들 반대 순서로 배웠을 것입니다. 

제2과목에서는 운용및전략(II) 외에도 투자분석기법을 배우는데, 기본적 분석, 기술적 분석, 산업 분석, 리스크 관리 등의 내용이 포함됩니다. 이 사항들은 학부 상경계 커리큘럼에서 중점적으로 배우는 내용이며, 비전공자들이라면 다소 어려워할 만합니다. 그러나 이 교재에서 최대한 쉽게 풀어 주었으며, 시험에 실제 출제되는 내용만 군더더기 없이 실었으므로 책만 믿고 따라가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항목이 몇 문제씩 출제되는지는 챕터가 시작할 때마다 그래프와 함께 제시되므로 최근 동향이 어렵지 않게 파악됩니다. 

p259를 보면 그랜빌의 주가-이동평균선 전략이 나오는데, 바로 아래에 해설과 함께 제시되듯이 정답은 ③입니다. 해설도 간명하게 참 잘 정리되었는데, 매입신호, 그리고 매도신호가 네 항목씩 정리되었습니다. 이런 이론을 실제 매매시에 매끄럽게 적용하기에는 많은 경험이 쌓여야 가능하겠으나, 시험 합격을 위한 공부로는 어렵지 않게 해 낼 수 있으므로 이런 좋은 교재로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그랜빌의 투자전략은 p273, 11번 문제 등에 다시 담깁니다. 정답뿐 아니라 간단한 해설도 있으므로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책이 두 권으로 분책할 수 있게 되었는데, 두번째 파트가 제3과목부터 시작합니다. 그만큼 제3과목에서 공부할 내용이 많기도 하고, 옛 일임투자자산운용사(FP) 시험의 흔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전반의 직무윤리, 자본시장법, 금융위원회 규정 등은 암기사항이므로 이 책에 나온 사항만 잘 외우면 됩니다. 출제예상문제에서는 출제빈도를 3단계로 나눠 표시했으므로 급하면 ★★★만 죽 모아서 풀어도 되겠네요. 진짜 어렵다 싶은 건 5장 이후의 주식, 채권, 파생상품 운용 및 투자이며 이 시험의 핵심 테마입니다. 그러나 계산 등 고난도 문제는 출제되지 않으므로 꼼꼼한 학습만으로 정복이 가능합니다. 파생상품에서 p568의 옵션스프레드, 불스프레드 같은 걸 그래프와 함께 잘 봐 둬야 하겠습니다. 또 p660 이하의 CAPM 이론도 역시 까다로운 내용인데, 교재가 워낙 요령껏 잘 편집되어서 수험 대비로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딱 좋습니다. 

별책으로 적중모의고사 3회분+해설이 있습니다. 해커스 교재가 원래 그렇듯 해설이 참 좋으므로, 답만 체크하고 넘어가지 말고 꼼꼼하게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또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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