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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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줄지어 함께 걷는다. 단지 그것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특별한 느낌인 걸까.



 온다 리쿠의 밤의 피크닉은 읽은 후 느낌이 너무 좋아서 다시 한번 더 읽었다.
뭐랄까..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준 책이랄까..
하도 오래전이라 세세히 기억은 할 수 없지만, 고교 동창을 만나서 수다떨때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초등학교 친구도 중학교 친구와도 만나지 않지만 고등학교, 대학 시절 친구와는 여전히 만난다. 그중 고교친구가 압도적으로 더 많지만... ^^

고교시절 귀가 따갑도록 들은 이야기..
나중에 어른이 되면 고등학생때의 추억이 제일 오래 남는다는 말...
어쩌면... 이 아니라 정말 그랬다.
때문에 이 책이 주는 느낌이 더 특별했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밤의 피크닉에 나오는 인물은 꽤 많다.
대충 정리해서 적어보자면...
고다 다카코 ,니시와키 도오루, 도다 시노부, 유사 미와코, 리카, 치아키, 다카미, 우치보리 료코, 사카키 안나, 사카키 준야.. 등등..
일단 주요 등장인물의 수가 꽤 많은 편이다.
거기다 이 소설은 만 하루, 즉 24시간동안의 이야기이다.

시간순으로 전개되며, 시점의 변화는 없다. 다만 화자의 시선이 다카코에게 맞춰지느냐, 도오루에 맞춰 서술하느냐의 차이다. 그러나 사람이 많아도 시선이 누굴 향해있느냐도 전혀 문제가 없다. 전혀 헷갈리지도 복잡하지도 않게 담담히 서술되어 있다. 그 많은 사람이 등장하고 그 짧은 시간에 수없이 많은 일이 일어나고 말해지지만 복잡한 느낌은 없다. 

고교 3학년의 다카코. 그리고 밤을 세워 80km를 걸어야 하는 고교생활의 마지막 대 이벤트인 야간보행제. 다카코는 보행제동안 자신과 내기를 걸었다. 다카코가 마지막 보행제에게 꼭 이기고 싶었던 내기는 무엇일까.
그리고 다카코의 친구 안나가 미국으로 떠나기전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보행제에게 걸어둔 주문은 무엇일까.

아마, 나도 함께 걷고 있을 거야. 작년에, 주문을 걸어 두었거든. 다카코네의 고민이 해결되어서 무사히 골인할 수 있도록 뉴욕에서 기도하고 있을게. 

읽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드러나는 비밀들..
마치 양파 껍질을 벗겨가는 그런 기분이랄까...
끝까지 만족감을 주는 책이었다.
화려한 카타르시스도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도 없지만, 일상속에서 담담히 담아내는 비일상.
그리고 그 모든 조건이 합쳐져 이루어졌던 일들...

섣불리 줄거리랍시고 이야기하면 책의 감동이 없어져버릴까 싶어 감상문은 여기서 그만 쓸까한다. 읽으면서 괜찮다고 생각했던 문장하나를 인용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밤의 피크닉 리뷰는 여기서 끝.

당연한 것처럼 했던 것들이 어느 날을 경계로 당연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해서 두번 다시 하지 않을 행위와 두 번 다시 발을 딛지 않을 장소가, 어느 틈엔가 자신의 뒤에 쌓여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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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주세요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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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있잖아. 모토의 꾸지람을 듣고 싶어. 바보에다 어리석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나를 마구 꾸짖어줘. 항상 징징대는 소리만 해서 미안해. 모토에게도 뭔가 괴로운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꾸지람을 듣고 싶어하는 마음은 잘 알겠어. 때로는 그런 것도 필요하겠지. 그러나 냉정한 비판을 받는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네가 안고 있는 외로움에 서광이 비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 너는 이 외로움의 동굴에서 네 힘으로 빠져나오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
나는 힘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힘내라는 격려의 말을 기대하고 있니? 그건 지금의 네게는 역효과야. '힘내라, 열심히 살아라'라고 격려하는 소리들만 넘치는 세상, 이제 사람들은 그런 말로는 참된 힘이 솟지 않아. 나는 도리어 이렇게 말하고 싶어.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너무 힘을 내려고 애쓰는 바람에 네가 엉뚱한 길, 잘못된 세계로 빠져드는 것만 같아. 굳이 힘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잖니? 인간이란 실은 그렇게 힘을 내서 살 이유는 없어. 그렇게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거꾸로 힘이 나지. 몹쓸 사람들은 우리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주는 그런 사람들이야. 힘을 내지 않아도 좋아. 자기 속도에 맞춰 그저 한발 한발 나아가면 되는 거야."

                                                                 <본문 中>



 츠지 히토나리의 <사랑을 주세요>는 도오노 리리카와 나가사와 모토지로라는 두 인물이 편지를 주고 받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18세의 여고생 도오노 리리카는 부모에게 버려져 육아원에서 자랐다. 사람을 밎지 못하고 가슴속 상처를 감추며 살아가는 리리카의 자살 미수 사건이 발생한 후 나가사키 모토지로라는 남자에게 편지가 왔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 근 2년간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에게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해주고 그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는 형식의 소설이다.

뭐랄까... 편지라는 건 늘 설레는 법이다.
요즘은 메일이란게 있어 편리하지만, 그래도 역시 손으로 쓴 편지가 최고다.
글씨속에 담긴 진심... 그게 고스란이 전해지는 손으로 쓴 편지.

리리카는 고교를 졸업하고 보육원교사가 되어 보육원에서 근무하던중 원아의 아버지와 불륜관계를 갖게 된다. 아버지의 정이 그리웠던 리리카에게 그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이 아버지의 정을 그리워하며 만나는 상대가 점점 집요하게 리리카에게 구애해오자 리리카는 자신이 그 사람의 단란한 가정을 파괴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결국 그사람과 헤어지고 보육원도 그만두게 된다.

문제는 사랑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야. 그런데 그건 너와 마찬가지로 나도 몰라. 나는 아직껏 경험도 없고, 너처럼 남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적이 없으니까. 그러나 이 말만은 할 수 있겠다. 너무도 쉽사리 누군가를 사랑해버리는 이 시대에 쉽게 사람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건 결코 나쁜 일은 아니야. 사랑이 범람하고 있는 요즘 시대에는 더더욱 사랑과 진지하게 마주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


한편 모토지로는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병원에 자주 모시고 다니는데 그 병원에서 만난 간호사 아가씨와 사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아가씨는 곧 루게릭 판정을 받게 되고, 결국 2년도 남지 않은 생을 살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서로에게 일어나는 일을 편지로 주고받으며 서로 격려해주기도 하고, 격려를 받기도 한다. 얼굴로 모르는 낯선 상대였지만 편지를 주고 받는 동안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속마음까지 털어놓게 된 것이다.

뭐.. 줄거리는 대충 생략하고...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정말 아.. 이 문장은 좋다, 라고 느낀게 참 많다.
편지라는 형식도 그렇지만, 특히 모토지로가 리리카에게 해주는 말들...
뭐랄까... 가슴이 찡해지는 말들.
울컥울컥하게 하는 말들...

몇년전에 읽었던 책인데...
사실 중간의 내용은 기억이 안나고 편지라는 형식과 결말이 어떻게 났는지만 기억을 하고 있었다. 다시 읽어보니 뭐랄까... 리리카가 상처를 치유받는게 아니라, 나 자신이 모토지로에게 내 상처를 치유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치유(治癒)받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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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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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사쿠라이 미카케는 어릴적 부모를 잃고 조부모에게 키워지나,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후 할머니와 살았으나 며칠전 할머니마저 돌아가셨다. 장례식이 끝난 후 이사를 가려고 생각하던 중 뜻밖의 손님이 찾아 왔다. 그는 미카게보다 한살 어린 다나베 유이치라는 청년으로 할머니가 자주 가시던 꽃집의 아르바이트생이었다. 그는 미카게에게 집에 오라는 말과 함께 주소가 적힌 쪽지를 주고 갔다.
그날밤 미카게는 유이치의 집으로 가서 유이치의 엄마(사실은 아빠)를 만나게 되고, 다나베가에서 살게 된다.

「나도 혼자서 유이치를 기르면서 깨닫게 되었지. 힘들고 괴로운 일도 아주 아주 많았어. 정말 홀로서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뭘 기르는게 좋아. 아이든가 화분이든가. 그러면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있게 되지. 거기서 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여러가지로 힘든 일이 많았나 봐요.」
「뭐 다 그렇지. 하지만 인생이란 정말 한번은 절망해 봐야 알아. 그래서 정말 버릴 수 없는 게 뭔지를 알지 못하면, 재미란 걸 모르고 어른이 돼버려. 난 그나마 다행이었지」
라고 그녀는 말했다.
싫은 일은 썩어날 정도로 많고, 길은 눈길을 돌리고 싶을 만큼 험하다……고 생각되는 날이 얼마나 많았던가. 사랑조차 모든 것을 구원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이 사람은 황혼녘의 햇살을 받으며 가느다란 손으로 초목에 물을 주고 있다. 투명한 물의 흐름으로 무지개가 뜰 것처럼 반짝이는 달큰한 빛 속에서.

                                           -본문 中 -

만월
미카게는 6개월정도 다나베의 집에서 살면서 자신의 상처를 보듬으며 지내다가 취직을 해 다나베의 집을 나왔다. 어느날 유이치에게서 걸려온 전화, 다나베 에리코가 죽었다는 전화였다. 이번엔 유이치가 혼자 남은 것. 미카게는 혼자인 유이치와 자주 함께 지내면서 에리코의 이야기도 하고 서로를 보듬어 준다.
어느날 미카게는 일때문에 며칠간 도쿄를 떠나게 되고, 마침 그때 유이치도 도쿄를 떠나 여행을 시작한다. 미카게는 에리코의 가게에서 일하던 치카로부터 유이치의 행방을 듣게 되고
미카게는 그날 밤 유이치를 만나러 낯선 도시로 갔다.

사람들은 모두, 여러가지 길이 있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택하는 순간을 꿈꾼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지금 알았다. 말로서 분명하게 알았다. 길은 항상 정해져 있다. 그러나 결코 운명론적인 의미는 아니다. 나날의 호흡이, 눈길이,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자연히 정하는 것이다. 

                                              -본문 中 -

미카게는 유이치에게 사라지지 말고 돌아오란 말을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났고, 미카게가 도쿄로 돌아오는 날 미카게가 묵고 있는 여관으로 유이치의 전화가 왔다. 도쿄라고. 내일 마중을 나온다고...

달빛 그림자
사츠키는 두달전 사랑하는 히토시를 잃었다. 4년동안 곱게곱게 쌓아온 사랑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하느님 바보, 나는 히토시를 죽도록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사츠키는 그날부터 조깅을 시작했다. 새벽,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에서 사츠키는 우라라라는 여자를 만났다. 묘한 느낌의 여자였다.
사츠키의 히토시에게는 히라기라는 남동생이 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인 유미코와 사랑하는 형 히토시를 함께 잃었다. 그리고 그날 부터 히라기는 유미코의 유품인 교복을 입고 다녔다.
사츠키는 조깅이란 것으로, 히라기는 유미코의 교복으로 슬픔을 대신하고 있었다.
지워지지 않는 상처. 잊고 싶지 않은 사람들...

사츠키는 그후 우라라와 다시 만났다. 그리고 우라라는 어느날 몇시에 꼭 다리로 나오라고 했다. 백년만의 우연이 겹치는 순간이 온다고.
사츠키는 그날 새벽 다리를 가운데 두고, 히토시를 만났다. 환하게 웃음지으며 손을 흔들고 가는 히토시를... 그리고 그날 히라기가 찾아왔다. 꿈속에서 유미코를 만났다고. 미소를 지으며 교복을 가지고 갔고, 그후로 교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다. 오랜 시간, 강바닥을 헤매는 고통보다는, 손에 쥔 한줌 사금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히토시.
나는 이제 이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시시각각 걸음을 서두른다.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없으나, 어쩔 수 없다. 나는 갑니다.
한차례 여행이 끝나고,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다시 만나는 사람이 있고,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모르게 사라지는 사람, 스쳐 지나가는 사람, 나는 인사를 나누며 점점 투명해지는 기분입니다. 흐르는 강을 바라보면서, 살지 않으면 안됩니다. 
저 어린 시절의 흔적만이, 항상 당신 곁에 있기를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손을 흔들어주어서, 고마워요, 몇 번이나 몇 번이나, 흔들어준 손, 고마워요.

                                        -본문 中 -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은 내가 참 좋아하는 책이다. 사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라곤 읽은게 달랑 세권이 다이지만, 그중에 제일 좋아하는 책이다.

키친은 세가지 이야기다.
혼자가 된 미카게 이야기. 혼자가 된 유이치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츠키와 히라기이야기.
세가지 이야기 이지만, 두가지 이야기이다.

뭐, 그런게 중요한 건 아니고..

키친이라는 책이 담고 있는 건 치유다.
치유(治癒)...

이 책 역시 모든 주인공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란 걸 접했다.
그것도 아주 젊은 나이에.
분명 보통 그 또래라면 거의 겪지 않을 슬픔이고 상실이다.
그런 아픔과 상실을 가진 이들이 그 상실과 아픔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그리고 어떤 삶을 선택하는지...

뭐랄까..
이 이상은 말로서 설명하긴 힘들다.
원래 치유라는 개념이 말로서는 설명되기 힘든 부분이 아닌가.

어쨌거나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고, 콧날은 시큰거렸고, 결국 못난 눈물 한 방울이 찔금 나왔다.

이렇게 뼈마디가 시리도록 아니 마음속까지 시리도록 차가운 겨울 바람이 부는 추운 날..
키친은 내게 봄바람을 가져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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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의 마지막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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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게 아니야. 살아 있어..... 이 순간에도, 어느 하늘 아래선가."
문득 깨달았다. 하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있고, 나처럼. 이런 식으로 누군가와 무언가를 하면서 살아 있는 시간을 새기고 있다.
지금까지는 슬퍼서 어쩔 줄 몰랐던 그 일이, 눈물이 나올만큼 기뻤다. 마치 두터운 구름 사이로 금색으로 빛나는 햇살이 새어나오는 것처럼, <지금>이 마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런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 나는 하치를 잊지는 않지만, 잊으리라.
슬프지만, 멋진 일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하치의 마지막 연인도 한 세,네번쯤 읽었습니다.
일년에 한번씩 읽은 셈이죠. 2006년에 이 책을 구입했으니까요.. ^^

음.. 뭐랄까..
요번에 읽었을때는 아주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아마도 예전과 조금은 달라진 내 마음이 이 책을 받아들이기 쉬운 상태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예전에 이런 사랑이 싫었습니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고.
그리고 남겨진 자는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아마, 예전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 혹은 헤어진다는 생각이 싫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구요.

하치의 마지막 연인인 마오는 사랑하는 하치를 떠나보냈습니다.
그게 그들의 운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이별은 질척질척하지도 끈적거리지도 않았죠.
아픔이 있고 힘들긴 했지만 말이죠.

그리고 어느날 마오는 깨달았죠. 같은 하늘 아래서 하치도 숨쉬고 살아가고 있다는 걸요.
그리고 하치에게는 자신이 마지막 연인일지도 모르지만, 하치가 자신에게 마지막 연인이란 말은 없었다는 것도요.

결국, 중요한 건 지금 살아가는 순간이고, 지금을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 마오.

그렇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이죠.
사랑하는 사람이 곁을 떠났다고 세상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상처받고, 배신당하고....
죽을 정도로 괴롭고.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고...
물론, 예전의 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고나 할까요?

결국 중요한 건 자신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 모든 건 인생의 한 부분이지, 전부는 아니다란 생각을 합니다.
좀더 차분히 자신을 바라보고, 지금을 살며 미래를 준비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질질 짜고, 질척질척 끌고, 끈적끈적 사랑놀음이나 하는 그런 사랑이 싫어진 건 지도 모르죠.
그래서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 좋아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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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하드 럭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요시토모 나라 그림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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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꾼 그 꿈이 아직도 내 마음속에 아름다운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나는 꿈속에서 진짜 치즈루를 만나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그 뒤틀린 시간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역시 어떤 밤에도 몇가지 재미있는 일은 있다. 나는 넘어져도 그냥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도를 꺼냈다.

                                                   - 하드보일드(hard-boiled)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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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드보일드 하드럭은 몇년전에 읽었다. 아마도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중 처음으로 읽은 것이라 생각된다.
당시에 읽을 때의 느낌은 무미건조함이었다..
뭐랄까, 모래를 씹는 기분같았다.

당시에 요시모토 바나나열풍이 불어 나도 우연히 책을 사게되었지만, 왜 샀을까하고 후회한 적도 있었다. 뭐, 책표지의 나라 요시토모의 그림이 마음에 들어 산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지만.. 개인적으로 나라 요시토모의 그림을 굉장히 좋아하기에.

건 그렇고...
요번에 새로 책정리를 하면서 다시 한번 읽어볼까.. 하고 집어든 하드 보일드 하드럭.
사실 읽을까 말까 고민했다.
다시금 그 씁쓸한 맛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이리라..

그러나 130페이지정도의 분량이라 잠자기 전 침대에서 읽을 정도로 충분하단 생각이 들어 다시 책을 펴고 읽기 시작했다.

아, 그런데, 확실히 이전과 다른 느낌이었다.
아마도 몇년 전에는 이 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리라.
예전의 무미건조함 혹은 모래를 씹는 그런 버석버석한 느낌이 아니었다.
가슴 한구석이 울컥하는 느낌이었다.

똑같은 책인데도, 나 자신의 마음이 달라져서일까..
분명 예전의 나와 같은 사람인데도..
이 책은 나에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드보일드 하드럭은 두가지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두 화자는 여자이고, 누군가를 잃은 슬픔을 가지고 있다.
하드보일드에서는 친구를 잃었고, 하드럭에서는 언니를 잃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란 것(하드 럭)을 극복하고 다시금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해 나간다.(하드 보일드)

무언가를, 특히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는다는 건 슬픈일이다.
그건... 쉽게 경험하는 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받아들일지는 살아있는 자의 몫이다.
사자(死者)는 말이 없다.

어두운 밤이 지나면 분명 새 날이 찾아 온다.
새로운 태양이 뜨는 것이다.
슬픔도 시간이 지나면 가신다.
불운도 언제나 한 곳에 머무르는 건 아니다.
사람의 의식이란 미묘한 것이라 아무리 슬프고 힘든 일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희석되어 그저 하나의 추억으로 남게 된다.
인생의 어두운 면만을 간직하고 살텐가?
아니면 다시 떠오르는 태양앞에 몸을 맡길텐가?
그건 당신의 몫이다.

하드럭(불운, 악운)이 닥치면 하드보일드(냉철하게)하게 사는 거야... 어떤 일이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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