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없는 세상 책공장더불어 동물만화 1
김은희 지음 / 책공장더불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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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가 없는 세상.
만약 이 책이 작년에 복간되지 않았다면 난 이 책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평소에도 고양이를 너무나 좋아하긴 하지만, 내가 소장한 책은 고양이 도감이나 고양이 키우기에 관한 책, 혹은 고양이에 관한 수필, 닭고기 수프 이야기등등 이고, 주로 그러한 책을 위주로 봤었다.

예전 모 만화 잡지에서 강현준 작가님의 CAT을 보며 무척이나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왜 김은희 작가님의 이 책은 이제서야 내 눈에 들어오게 된 걸까.. 라고 자책하며, 그러나 이제라도 내 손에 들어와서 읽게 되서 다행이야라는 생각을 동시에 하며 이 책을 한장 한장 넘겼다.

책의 서두와 맺음말을 읽어 보며, 이 책이 복간되면서 새로운 에피소와 자료가 추가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만약 이 책이 초판본이 나왔을 때 구매했더라도, 새로이 추가된 에피소드 때문이라도 이 책을 망설임없이 구입했으리란 생각이든다. 그만큼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이다.

이 책은 작가님의 세마리 고양이와의 동거기를 그린 책이다.
엄마 고양이인 신디, 신디가 처음으로 낳은 새끼인 추새, 그리고 두번째 낳은 새끼인 페르캉. 이렇게 세마리의 고양이와 그후에 어쩌다 입양하게된 비둘기 앨리스 쿠퍼까지, 네마리의 동물과 한사람이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동물을 키워본 사람들이면 알겠지만, 동물이 있음으로 해서 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기도 하지만, 가끔 말썽을 부릴때나 사람 마음을 몰라줄때는 화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슬픈 일도 찾아 온다.

이 책은 그 모든 걸 하나로 모아 놓은 책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도 그러하지만,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도 수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사실, 동물을 키워보지 않으면 잘 모르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만큼이나 다양한 일들이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벌어진다.

이 책은 고양이와 사람의 대화, 그리고 고양이들이 말을 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슨 고양이가 말을 해??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난 고양이들도 말을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몸짓이나 눈빛, 혹은 야옹거림일지라도.

그리고 작가님의 따뜻한 마음과 고양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양이들의 말을 듣게 된 거라 생각한다. 나도 개와 고양이를 다 키우지만, 울음 소리 혹은 짖는 소리나 낑낑거림, 그리고 몸짓, 눈빛으로 그 녀석들이 무슨 이야기를 내게 하고 싶은지를 알 수 있다.

바로 그것은 교감이다. 이 책은 작가님과 고양이 세 마리, 그리고 비둘기 한 마리가 나누는 교감으로 구성된 책이다. 고양이를 보면서 느끼는 점과 배울 수 있는 점은 인간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 아니 오히려 고양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본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은 신디, 추새, 페르캉 편으로 따로 나뉘어져 세마리의 주인공이 번갈아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섬세한 고양이들의 표정, 그리고 몸동작, 습성 하나하나까지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따스하게 표현한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섬세한 그림과 따뜻한 이야기.
정말 제목 그대로 나비(고양이)가 없는 세상은 어쩌면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행복한 감정이 드는 순간들 몇 가지가 없어져 버린 세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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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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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의 회랑정 살인사건.
이 책은 범인이 주인공으로, 화자 역시 범인인 기리유 에리코이다.
반년전 일어난 회랑정 화재사건. 기리유 에리코는 그날 사랑하는 사람인 사토나카 지로를 잃고, 그녀 역시 심한 화상을 입었다. 그리고 지울수 없는 마음의 상처까지도.

그리고 오늘 그 회랑정에서 그날 모였던 사람들이 다시 모인다. 재벌 이치하가라 다카아키의 유산 상속 문제를 놓고, 그의 유족들이 모두 모이게 된 것이다. 기리유 에리코는 혼마 기쿠요라는 노파로 변장하여 유언장 공개시의 참석인으로 회랑정에 돌아왔다.

그때 모였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기리유 에리코는 지로의 죽음후, 복수를 위해 자살로 자신의 죽음을 위장하고 현재는 기쿠요로 변장해있다. 반년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또한 복수를 결심한 그녀의 계획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여러권 읽었지만, 난 늘 그가 쓰는 소설의 소재와 그의 필력에 감탄하게 된다.
전에도 범인이 화자가 된 악의를 읽었지만, 회랑정 살인사건은 그것과는 다른 또다른 묘미가 있다. 악의같은 경우에는 화자와 가가형사의 교차서술이 눈에 띄는 부분이었고, 회랑정 살인사건같은 경우는 화자가 기리유 에리코뿐이다.
 
또한 악의같은 경우는 범인이 범행을 숨기고, 형사와의 지능 플레이를 하는 경우라면 회랑정 살인 사건의 경우에는 범인과 형사의 지능 플레이는 없다. 오히려, 범인인 기리유 에리코의 심리 묘사 부분이 탁월하게 묘사되어 있다.

게다가 회랑정에서 묵게 된 첫날, 복수를 실행하려는 기리유 에리코의 앞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기리유 에리코는 그 범인을 스스로 추즉하고 추리하며, 동시에 사토나카 지로를 죽인 진범을 찾기 위한 수사와 추리도 병행한다.

범인 자신이 범행을 저지르면서도 또다른 범인을 찾아 응징하고, 지로와 자신을 죽이려 했던 진범을 찾으려는 노력은 여느 추리 소설 못지않은 재미를 준다. 형사나 탐정이 아닌 일반인, 그것도 범인 자신이 추리를 한다는 설정. 여느 소설에서도 보지 못한 독특한 설정에 난 감탄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기리유 에리코의 심리 묘사 부분이다. 지로를 죽이고 자신까지 죽이려 했던 진범과 그녀의 복수극을 통한 그녀의 심리는,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닌 1인칭 시점으로 묘사되어 더욱더 그녀의 마음을 잘 알수 있게 해주었다.

살인 사건과 피냄새,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심.
기리유 에리코가 벌이는 범행에 관한 범인과 트릭은 기리유 에리코의 말과 행동을 통해 다 드러나지만, 유카를 죽인 범인과 반년전 사토나가 지로와 기리유 에리코의 동반 자살을 꾸민 범인의 실체는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다.

기리유 에리코의 복수극과 더불어 드러나는 사건의 진상. 그리고 그날의 진실앞에 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그 진범의 마지막 말은 기리유 에리코를 또다시 아프게 했다. 내가 독자로서도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운데, 에리코의 마음은 오죽 했으랴.

슬프다기 보다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느낌을 주었던 <회랑정 살인사건>
모든 진실은 또다시 화염과 함께 사라졌지만, 기리유 에리코의 마지막 복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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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가족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4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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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5회 일본서점대상 3위 수상작, 모리미 토미히코가 가장 쓰고 싶었던 소설이라고 말하는 유정천 가족.
그의 전작들을 읽으며 웃음 폭풍, 망상 작렬의 세계로 빠졌던 난 당연히 유정천 가족에도 그만큼의 기대를 걸었다. 그리고 난 그 기대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았다.

이제까지의 책들이 대부분 대학생을 소재로 하여 그들의 망상적 생활을 써왔다면 이번엔 가족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의 유머 감각은 그대로 살아있다. 의고체(옛말투)로 작성된 그의 글과 코믹함이 만나 그 즐거움은 몇 배로 늘어 난다. 왠지 너구리들이 점잖은 척 하면서 말하는 것 같단 말이지....

여하튼 간에, 이번 책의 주인공은 너구리이다. 아.. 물론 너구리만 나오는 건 아니다. 너구리, 텐구, 그리고 인간의 삼파전이 자못 흥미롭다. 특히 너구리계의 명문가 시모가모家와 시모가모家에서 분가한 에비스가와家의 대립 양상은 인간들의 그것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

일단 명문 너구리家인 시모가와 家의 가족구성을 살펴 보자.
일찌기 니세에몬으로 교토 너구리들의 추앙을 받았지만, 금요 구락부의 냄비 요리로 사라져버린 아버지 소이치로, 바다와 같은 넒은 마음을 가지고 있고, 수수께끼의 미남 청년으로 둔갑하지만 천둥 소리만 나면 변신 효과가 사라지는 어머니.
 
패기있고 과격하지만 마무리가 약한 장남 야이치로는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가 못미덥다. 차남 야지로는 아버지 소이치로의 사후 교토의 밤하늘을 종회무진 누비던 가짜 에이잔 전철로 둔갑하기를 그만두고 우물속 개구리로 둔갑, 현재 칩거중이다.

삼남 야사부로(이야기의 주인공이자 화자)는 가끔은 삭은 대학생으로 가끔은 어여쁜 미소녀 캐릭터로 둔갑하며 지금은 영락해 버린 텐구 아카다마 선생의 수제자로 살아 가지만 재미만 쫓아 빈둥거린다. 막내 야시로는 둔갑을 해도 겁을 집어 먹으면 금방 꼬리가 퐁하고 튀어 나오니, 시모가모 사형제 중 제대로 된 너구리는 하나도 없다.

시모가모家와 적대적인 에비스가와家의 너구리는 그 음흉하기가 어느 곳의 너구리를 따라 잡을 수 없다는 소운과 멍청이 쌍둥이 아들 금각, 은각, 그리고 입은 거칠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야사부로의 전(前) 약혼녀 가이세이가 있다.

그외의 등장 인물로는 한때 교토를 주름 잡던(???) 텐구였지만, 인간에게 홀랑 빠져 그 능력을 다 전수해 주고 영락을 거듭한 후 데마치야나기에서 고집불통 외곬수 영감 텐구로 전락한 아카다마 선생, 한때는 인간이었지만 아카다마 선생의 수제자로 그의 능력을 모조리 흡수해 반인간 반텐구로 살아가는 미모의 처자 벤텐까지...

대충 주요 등장인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만 봐도 입이 떠어억 하고 벌어져 다물어 지지 않을 정도이다. 

너구리, 텐구, 인간이라는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 삼파전의 양상속에 판타지와 현실이 뒤섞여 춤춘다, 춤춘다. 
자칫 정신줄을 놓고 읽다가는 어느 것이 너구리이고 어느것이 텐구이며, 어느 것이 인간인지 자못 헷갈리기 쉬우니 정신줄 바짝 잡고 이야기에 집중할 지어다.
그러나, 그닥 그런 노력이 그닥 소용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왜냐구?
전작처럼 초단위로 웃겨주는 통에 제정신 유지하고 읽기가 힘들단 말이렷다.

유정천 가족을 읽다보면 익숙한 것이 나온다.
바로 가짜 덴키브란. (다른 소설에서는 가짜 전기부랑으로 표기 되었다. 아마도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일걸??) 하여간, 모리미 소설 속에서는 익숙한 표현들이 툭툭 튀어 나오는데, 그의 전작을 읽으신 분들이면 굉장히 반가울 거다. 나만 그럴지 몰라도.
다다미 네 평반이란 표현이나, 마네키네코, 텐구는 모리미의 소설속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다. 그의 책들을 읽으면서 잘 찾아 보시길... (숙제?)

하여간, 시종일관 점잔 빼는 듯한 의고체 문장이 너구리를 만나 더욱더 큰 웃음을 준다. 그러나 그 웃음 뒷면에는 가족간의 유대감과 사랑, 그리고 너구리로 살아가는 너구리들의 긍지와 인간 세상과는 다름없는 권력을 둘러싼 암투등도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인간과 너구리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극적 요소를 보며, 결국 제일 잘못하는 것은 인간이란 생각에 씁쓸한 생각도 들기도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 스스로 칭하며, 땅과 바다, 그리고 하늘까지 지배하려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안보이나, 오히려 피해자쪽인 너구리들은 그 사실을 싫어하면서도 받아들이려 한다.

앞으로 진행될 너구리 시리즈 3부작의 첫 포문을 힘차게 연 <유정천 가족>!
지금 2부가 연재중이라니 내년쯤이면 모리미의 너구리 시리즈 2부를 만나볼 수 있을까?
가이세이를 좋아하는 차남 야지로의 사랑은 이루어질 것인지, 그리고 벤텐을 두려워하지만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야사부로의 짝사랑의 행방은 어디로 갈 것인지, 그리고 교토의 너구리 일족은 또 어떤 모험과 맞딱드리게 될지... 무척이나 기대하는 바가 크다.

왠지 교토의 다다스노모리에 가면 너구리 가족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품게 한 책.
판타지와 현실의 절묘한 결합과 시종일관 웃음과 재미와 따뜻한을 전해준 유정천 가족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며 서평을 마친다.


덧> 읽다보니 몇 가지 오자와 너구리들의 이름이 뒤바뀐 것을 찾게 되었다.

223P.  밑에서 일곱번째 줄 : 훈토시 → 훈도시
272P.  아홉번째 줄 : 시모가모 소타로 → 시모가모 소이치로
281P.  밑에서 여덟번째 줄 : 야시로 → 야사부로
314P.  첫번째 줄 : 야사부로 → 야시로

이렇게 바꿔야 맞지 않은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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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2 민음사 모던 클래식 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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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1권을 읽고난 후, 독특한 서술 방식과 전개 구조, 그리고 1500년대 말의 오스만 제국의 예술 문화에 관한 이야기와 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에 내 마음은 완전히 사로잡혔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2권을 펼쳤다.

2권은 1권에서 살해된 엘레강스와 에니시테의 살해범을 찾는 일과 카라와 셰큐레의 사랑이야기가 주로 전개된다.

카라는 셰큐레와의 결혼 약속이었던 에니시테의 살해범을 찾기로 한 약속을 지키고 또한 에니시테의 죽음 후 바로 진행된 자신들의 결혼에 대한 의혹, 그리고 셰큐레의 전남편의 동생 하산의 질투와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쓴다.
 
2권 역시 모든 장은 1인칭으로 서술된다.
그리고 역시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까지도 1인칭 서술을 한다.
이는 나중에 나오지만, 이야기꾼의 입을 빈 그림속 등장 인물이다.
1편에서는 개, 나무, 금화, 빨강등이었다면, 2편에서 등장하는 것은 말, 악마, 두명의 수도승, 여자이며, 이 모든 것은 카페의 이야기꾼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또한 1편에서 엘레강스의 죽음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것은 에니시테였지만, 에니시테가 살해당한후 카라는 화원장 오스만과 함께 엘레강스와 에니시테의 살해범을 조사한다. 화원장과 함께 엘레강스가 쥐고 있던 말그림을 그린 사람을 찾기 위해 무수히 많은 술탄의 소장품 그림을 뒤지면서 오스만은 오스만 제국의 예술과 서양화풍이 들어오기 시작하던 그 시기의 화풍의 충돌에 대해 생각한다. 이는 작은 범위로 화풍의 충돌이지만, 크게 보면 예술 문화전반의 변화의 바람을 의미한다고 본다.

그 시대 이슬람 문화를 주도했던 세밀화와 서양에서 도입된 원근화법은 사물의 인식부터 차이가 난다. 세밀화가 신의 눈으로 그린 그림이라면, 서양화는 사람의 눈으로 그린 그림이기 때문이다. 서양문물의 도입으로 이슬람 예술의 뿌리가 흔들리고, 세대가 교체되어 가는 시기의 사상적 문화적 충돌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이슬람 문화, 그리고 1500년대의 오스만 제국의 역사나 문화 예술 사회 정치적인 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나로서는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란 어려웠다. 어느 시대나 예술인들의 고뇌는 있어 왔고, 그것이 세대를 교체할 무렵에는 반드시 충돌이 있어 왔다. 특히 종교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 수용이 더욱더 어려웠으리란 것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러나 그런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이야기에 대한 이해를 떠나 두 사람의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적 구성 요소라든지, 카라와 셰큐레, 하산 혹은 카라와 세큐레, 그리고 딸을 너무나도 사랑한 에니시테라는 각각의 삼각 관계적 요소와 결합한 사랑 이야기 역시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면서 굉장히 놀랐던 것은 이 이야기를 쓴 사람에 대한 언급이다. 셰큐레의 둘째 아들로 나온 오르한(저자의 이름과 같다)이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그 후에 글을 쓴 것처럼 언급이 되어 있다. 이 역시 매우 재미있는 부분중의 하나다.

역사와 절묘히 결합된 추리 영역, 예술과 철학적 요소, 그리고 사람 이야기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까지.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은 나에게 생소한 터키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해 준 책이며, 우리가 잘 모르는 오스만 제국의 역사나 예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해 준 책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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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
피터 게더스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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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
책 제목만으로도 책 내용이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아마도...
난..
또다시 눈시울을 붉히겠지.
아니, 엉엉 울어버릴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채웠다.
그러나 사랑스런 노튼의 삶을 좋아했던 난, 노튼의 마지막 여정도 함께 하고 싶었다.
내 손은 반사적으로 책을 펼쳤고, 난 노튼과 함께 그의 마지막 여행에 동참했다.

이 책은 피터 게더스라고하는 한 남자와 그의 고양이 노튼의 이야기이며, 그것은 파리로 간 고양이, 프로방스로 간 고양이, 그리고 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로 나뉘어진 총 3부작 이야기이다.

고양이를 싫어하던 남자가 노튼이라는 고양이를 만나게 되고, 함께 지내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 3부작의 주된 내용이다. 노튼과 함께 한 생활, 여행, 그리고 만난 사람들.
노튼은 저자 피터 게더스 보다 더 유명 인사가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튼의 사랑스러움에 반했고, 노튼을 사랑했다.
나역시 실제로 노튼을 만난 적은 없지만, 책에 묘사되어 있는 노튼의 여러가지 모습에 사랑스러움을 느꼈고, 노튼을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노튼은 피터에게 삶의 기쁨, 행복, 인생의 의미, 사랑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비록 말은 못하지만 노튼의 몸짓과 야옹거림, 그리고 눈의 표정등은 우리가 말로 배우는 것들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의 가르침을 주었다.

반려 동물을 키워 본 사람들은 자신의 반려 동물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우며, 또한 가장 특별하다고 느낀다. 물론 그 말은 전적으로 옳다. 
하지만 노튼의 특별함은 조금 다르다.
저자인 피터 게더스에게도 제일 특별한 고양이가 노튼이었겠지만, 노튼은 여러 곳의 여행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긍정적인 영향이었다. 이런 것이 노튼을 더 특별한 고양이로 만들지 않았을까?

나도 반려 동물을 키우지만, 제일 힘든 건 역시 이별의 순간이다.
인간보다 몇 배나 수명이 짧은 그들.
이 책에 나오는 수의사의 말처럼, 그들의 유일한 단점은 사람보다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반려 동물들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비록 말은 할 수 없지만, 그들은 온몸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을 표시한다.
그런 유대감은 사실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어 보면, 피터와 노튼 사이에 오고가는 신뢰와 사랑의 유대감을 느낄수 있다.
그것은 긍정적이며, 행복을 함께 가져왔다.

노튼이 암 선고를 받고도 2년 넘게 피터와 함께 행복한 삶을 누렸던 것은, 노튼이 현재를 중시하고 쓸데 없는 걱정을 하지 않는 동물이란 점도 한 몫 작용한다. 동물은 현재를 힘껏 살아가는 존재다. 인간처럼 내일 죽을지, 모레 죽을지를 걱정하는게 아니라 순간 순간을 감사히 여기며 살아 가는 존재이다. 그러하기에 눈을 감는 그날까지,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그날까지 반려인과 함께 있음에 행복을 느낀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다가 고통 없이 빨리 죽는 것.
그것이 인간과 동물에겐 참 중요한 일이다.
노튼은 거의 마지막까지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지내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나에게도 지난 5월 무지개 다리를 건넌 녀석이 있다. 
그녀석은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그 전날 저녁까지 맛있게 먹었던 녀석이다.
열여덟살의 나이에 그토록 건강하게 있다가, 떠나버린 녀석.
그 상실감은 무엇에도 비할 수 없이 컸지만, 떠나기 전까지 너무나도 건강하게 지냈다는 사실에 대해 난 감사했다.

노튼은 열여섯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저자인 피터 게더스는 암 선고를 받은 노튼에게 최선을 다했고, 마지막까지 행복을 선사했다. 노튼 역시 피터와 함께 했던 마지막 여행의 추억을 가슴에 품고, 피터의 품에서 떠나갔다. 

저자 피터 게더스는 이 책을 통해 죽음이 가져오는 상실감과 고통, 그리고 그 뒤에 남는 상처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 다가오는 영원한 이별, 죽음이란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다가올 죽음에 지레 겁먹고 슬퍼하기보다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을까를 우리는 생각해야 할 것이다.

노튼은 비록 10여년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도 그를 추억하는 사람들은 많다.
마지막 여행을 떠났지만, 사람들 마음 속에는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한마디>
고양이와 관계를 맺는 것이 놀라운 이유는, 아니 고양이와 관계를 맺을때 생기는 수많은 놀라운 일 가운데 하나는, 그로 인해 사람이 어떻게 달라질지 절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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