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누이들 1
윤민혁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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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국건국사], [2차 한국전쟁], [임진왜란]으로 이름높은 윤민혁님의 신작이다. 출판작으로만 윤민혁님의 작품을 접한 사람들로써는 상당히 당황스럽겠지만, 윤민혁님은 1세대 동인남(?)으로 상당한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업계인(?)인 것이다. 그동안 잘도 감춰오던 끼를 결국 노출시켜 버린 것이 바로 이것!
평균 남녀성비 1대 31인 나라 미테란트 공화국. 원인은 수백년 전 독립운동 당시 학을 뗀 식민 지배국들이 다시는 반란 일으킬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는 겸 특수목적노예(…) 생산을 위해 마법적으로 남성 출산율을 억제한 것. 그러나 미테란트는 수백 년에 걸쳐 준비한 끝에 4개 지배국 중 하나에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난 틈을 타 2차 독립전쟁을 일으킨다. 그리고 다른 지배국 3개에게 대판 깨진다(…이봐). 사회주의 연방이 된 옛 지배국이 보내준 수십만 단위의 지원군 덕분에 간신히 완전점령을 면하고 저항하던 어느 날, 포로가 될 위기에 처한 마법사 한 분이 순간이동을 했다가 이 쪽 세계로 넘어와 버린다. 그리고 그녀는 소년을 만난다. Woman meets boy~. 소년은 냅다 마법사를 따라 그 쪽 세계로 (납치되어) 가서, 영웅이 되어 버렸다(ROTC 2학년 정도면 불세출의 전략가가 될 수 있는 세계였던 것이다). 그리고 대량의 수정란(좋게 말해서)을 남기고 돌아와 군 입대, 기갑장교로 임관하였을 때쯤 과거의 지배국 3개국이 재침공해오자 다시 저쪽으로 날라서 3개 연합국의 대침공을 성공리에 방어 괴멸시켜 국부의 칭호까지 얻고 또 다수의 수정란(언어순화)을 남긴 뒤 돌아와 평범하고 장래성없는 국군 기갑 장교로서 전역한다. 그리고 다시 도미... 믿음직한 전우국이였던 서부연방공화국에 통칭 '그루지아의 백정수녀' 님이 국가원수로 취임한 뒤 두 나라의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한 것. 자그마치 1천 200만 동원 병력을 가진 서부연방공화국의 전면공세를 앞둔 미테란트는 선제공격을 결정하고 국부 김하연 상급대장을 소환한 것이다. 그리고 돌아온 국부의 곁에는 그가 이세계에서 길러낸 국부의 후계자, 준비된 영웅의 모습이 있었다ㅡ 는 이야기(뭔가 엄청나게 틀린뎁쇼).
여자 숫자가 30배나 되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게 남자는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절대 쉽사리 소모할 수 없는 주요자산이고, 더군다나 총동원병력이 10배 가까이 되는 4개 가상적국들에 대적하기 위해 6년이나 되는 의무복무기간을 지닌지라 국방군의 주력은 16세~20세의 소녀들. 그런 군대에 유일한 남성 전투중대장으로서 주인공 한얼이 부임해와 상당한 전과를 올리기 시작하자 주변의 시선은 일제히 이 쪽으로 모여든다. 누님과 동생들로도 부족해 뱀파이어와 호비트와 드래곤과 요정과 기타등등이 달라붙는 무시무시한 전개! ...라지만 사실 얘가 당하는 거에요.
한 술 더 떠서, 이 세계의 기반기술은 딱 1940년 수준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병기들이 널려있다. 현재 공화국 주력 전차인 5식 전차는 딱 판터 급이고, 미테란트의 위치는 좌우로 둘러싸인 대륙 한가운데의 딱 독일 위치. 2차대전의 재래다! 윤민혁님의 필력으로 묘사되는 2차대전, 이것만 해도 미쳐버릴 인간을 나는 무척이나 많이 알고 있다... 완전 러브코미디 시나리오로 방향선회하면서 나온 표지는 조금 맘에 안 들지만, 그 정도는 감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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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랜드 9
모리 코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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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세계와 어른 세계의 틈새, 거기에 홀리랜드는 존재한다.
허술한 법과 폭력이 지배하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세계.
그 세계에ㅡ
그는 있었다.
카미시로 유우, 그는 분명히 거기에 있었다.
- 홀리랜드 지표 중에서.

주인공 유우는 내성적이고 존재감 없는, 그냥 왕따A인 아이다. 겁 많고 삥이나 뜯기고 가족이라는 이름의 타인에게마저 동정으로 포장된 비웃음을 사는, 그런 의미없는 존재다. 그러던 그가 발견한 것은 자신의 힘, 그리고 그 힘으로 얻어낸 있을 수 있는 장소. 그는 힘을 가졌기에 밤거리에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싸움이 의미없을 뿐 아니라 유해하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우는 싸울 수밖에 없다. 이겨야만 한다.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패배의식과 자괴감,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한 자신에게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싸움은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유우가 어느 순간 힘을 잃었을 때 내질렀던 그 처절한 절규와 고통은 '힘'을 잃었기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무생물에서 잠시동안 삶의 환희를 맛보는 인간으로 돌아왔던 유우는 자신을 인간으로 만들어 준 '힘'을 빼앗기고 자신이 인간으로 있을 수 있게 하는 자격을 빼앗긴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지만 그 권리를 가진 사람은 결코 많지 않은, 생각하고 존재하는 권리를 아주 잠깐동안 만끽했던 유우였기에, 눈 앞에 다가왔던 오아시스를 빼앗긴 사막의 조난자처럼 그는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우의 모습은 조금 과장되기는 했지만,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유우가 폭력과 왕따에 의해 자기 자신을 상실했었다면 사회인인 우리들은 순위경쟁과 금전에 의해 우리 자신을 상실한다. 차라리 유우는 나았다. 무엇 때문에 무엇을 상실했는지 확실하게 알고는 있었으니까. 그런 반면 우리들은 상실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상실한 것이 있는 줄도 모르면서 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찾으려 한다. 그러나 어떻게 찾아야 할 지 방법을 모르기에 우리는 '지위'와 '금전'으로 잃은 것을 찾으려 한다. 우리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든 것으로 자신을 되찾을 수 있을 리 없고, 그러기에 아무리 발버둥쳐도 삶은 채워지지 않는다. 유우는 싸움을 통해 자기 자신을 되찾았다. 주먹으로 인정받았다. 힘과 싸움과 승리가 없었더라면 유우는 존재감 없는 왕따로 평생 남았을 것이다. 힘을 가지고, 싸워서, 승리했기에 유우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이 되었다. 우리가 상실한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되찾을 수 있는 것일까? 찾아내 보자. 내가 빼앗긴 것을, 되찾을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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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랜드 10
모리 코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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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0권, 자신이 있을 곳을 찾기 위해 헤메다가 '힘'을 통해 '승리'하여 자신을 허락해낸 곳을 찾아낸 유우. 그러나 아무것도 갖지 못해서 얻기 위해 싸워왔던 지금과는 달리, 이제는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만 한다. 과연 잘 돼가는 건지 망가져가는 건지...

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유우가 자기 스스로를 믿고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 겉보기에는 그저 억눌려 살던 소년이 싸움법을 익혀 영웅이 되는 단순한 이야기로 보이지만, [홀리랜드]는 그 '억눌려 살던 소년'이 싸움이라는 가장 원시적이고 가장 직설적인 방법으로나마 자기 자신을 되찾는 자아 성찰의 순간을 담고 있다. 아프고, 무섭고, 두렵더라도 도망가서 숨는 자는 자신이 있을 수 있는 [성스러운 땅]에서 추방된다. 그 비좁고 답답한, 한 평밖에 되지 않는 방구석에서, 이불 속에서 꼼짝않고 있어야만 하게 된다. 인간이 아니니까. 무생물이니까. 유우는 싸움이라는 고통과 공포를 이겨내고 인간이 될 권리를 획득했다. 꼭 싸움만이 아니더라도, '생각하고 존재하는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을 깨닫는 것,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는 것. 우리들은 그것을 모른다.

찾아내 보자. '나의 것'을. '내가 존재할 수 있는 장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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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의 여행 8 - NT Novel
시구사와 케이이치 지음, 김진수 옮김, 쿠로보시 코하쿠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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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여행자가 모순에 가득찬 세상을 바라보며 여행하는 이야기. 어디선가 익숙하지 않은가? 「어린 왕자」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그 모순과 그 아집을 그저 바라보고 지나치는 여행자. 그런 키노의 마음은 나는 신이 되고 싶지 않아요.라는 자신의 발언에 그대로 드러난다. 자신은 타인의 삶을 바꿔주고 소원을 이뤄두는 신이 아니며 신이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지도 않다는 그러한 사고방식에 의해 키노는 모든 삶에서 한 걸음 물러선 관조자의 위치를 지키며 그저 바라본다. 그리고 이런저런 문제들은 the Beautiful World 답게 그럭저럭 아름답게 정리된다. 그럭저럭.

그러나 역시 키노는 어린 왕자가 아니다(본질적인 문제 한 가지는 제껴두고... 이걸 네타하신 분 미워할꺼야아아아!). 이 꼬마는 패스에디더 자격증을 갖춘 숙련된 총잡이이며, 자신을 방해하는 것은 가차없이 쏴버리는 과감성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 과감성이 앞에 과격한을 덧붙여야 할 만한 수준이라, 키노가 지나간 뒤에는 언제나 무언가가 끝장나 있다(먼산). 친구한테 「키노의 여행」의 배경 세계관과 장 하나의 줄거리를 이야기해 줬다가

"뭐야, 싸이코 방랑 살인마 소설이냐"

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 그렇지만 나는 하필이면 왜 키노가 투기장에 출전해 우승한 뒤 그 나라를 멸망시키고 떠나는 이야기인 콜롯세움 이야기를 설명해 줬던가…(먼바다).

이렇게 먼치킨 모험물이지만, 키노가 지나쳐가는 나라들은 하나 같이 독특하고 편집증적이며 현대 사회에 녹아있는 모순들을 깔끔하게 독립시켜서 효과적으로 부각시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키노의 여행은 동화풍이다. 그러나 머리가 굳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동화로서도 모험물로서도 어울리지 않는다. 때문에 나는 진부하고 진부하지만, 「키노의 여행」을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정의한다.

… 메르헨풍 대량학살 판타지라고 불러도 반박은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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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8
김경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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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해석이다. 기록, 전승, 전설, 서화, 풍습, 모든 것에서 흔적을 찾아내 끼워맞춰 해석하는 것을 역사라 부른다. 때문에 역사는 해석하기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으며, 그 왜곡 역시 손쉬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유언비어와 혼란이 난무하고 기록 역시 기록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전쟁사는 더더욱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한데, 임진왜란은 조금 특이하다. 조선은 누가 뭐래도 문(文)의 나라였고, 전투보고나 상벌평가도 교차검증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지라 기록이 엄청나게 풍부하다. 그러한 공식 기록 외에도 전쟁에 참여한 장수가 남긴 일기, 피난민들이 남긴 일기, 심지어는 일본인 종군승(승려)의 기록까지 '2차대전보다도 사료가 풍부하다'고 까지 하는 무시무시한 전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왜곡에는 불가능이 없는 듯하다. 그 선두에 '원균 명장론'이라는 역사 조작의 선을 넘어선 '역사 창조'가 있다. '유명인을 욕하면 판매고가 늘어난다'는 격언대로, 이순신 장군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원균을 부각시킨 것이 원인일까. 그에 더해 이순신을 '가상역적 1호'로 명시하고 죽일 기회만 노리던 선조의 어거지가 그대로 기록에 남아 이론적 토대가 되어주고 있어서, 오늘날에는 '조선풍 판타지 드라마'가 사극입네하고 공중파를 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식으로 흐르다가는 한 백여년 뒤에는 이 '창조'된 역사가 진실로 남아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열받아버린 몇몇 현인들이 내놓은 것이 이 책 [임진왜란]이다. [임진왜란]은 소설의 형식을 빌고 있으면서도 '사관은 논한다'는 부록을 통해 최대한 많은 사료를 교차검증하며 그 과정을 설명하고, 어떻게 이런 결과를 도출하였는지 추론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할 뿐 아니라 다른 해석 역시 소개하고 그 논리성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 큰 특징이 있다. 그와 함께, 군사독재정권을 지나며 지나치게 미화된 이순신 장군에 대해 과대평가를 바로잡는 것에도 주목할 만하다. 이순신 장군이 술 좋아하면 어떻고, 계집종한테 푹 빠져서 3일 연속으로 부르면 어떻고, 승진해서 한양으로 가는 부하 장수를 붙잡아 술퍼먹여서 못 올라가게 하면 어떻다는 것인가? 우리들은 이순신 장군을 영웅도 아닌 성웅, 모든 면에서 완벽한 신적 존재로 만들어 놓았다. 원균 명장론이니 이순신 다시보기니 하는 것들도 그러한 지나친 미화에 대한 반발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임진왜란]은 이러한 미화 역시 역사왜곡이라 단정짓고, 최대한의 진실을 찾아 헤메인다.

현재는 과거의 토대 위에 세워져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거짓된 역사는 그 토대를 헤집는 짓이고, 현재를 무너트리는 짓이다. 소설의 형식을 띠고는 있지만 사실상 내가 아는 가장 포괄적이고 가장 확실한 임란 연구서. 그것이 이 [임진왜란]이다. 현존하는 모든 사료를 모두 모아 기술하고, 그 문단만이 아니라 전후사정과 앞뒤문맥을 살펴 옳고 그름을 확인하며, 그 사료를 기반으로 왜 이렇게 해석했는지 철저하게 논박한 [임진왜란]. 인기 좀 끌어 보겠다고, 입방아에 올라 보겠다고 역사왜곡, 역사조작, 역사창조를 감행하는 작자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단순히 분개하고 그 분노를 막무가내로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틀렸고 왜 잘못된 것인지를 이토록 설득력있게 말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음을 감사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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