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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4 동원예비군 5 - 새로운 나라 새로운 희망, 완결
오승환 지음 / 로크미디어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한제국건국사]를 필두로 하여 통신소설계에는 시간이동 국력강화 소설이 그 맹위를 떨치고 있다. [1254년 동원예비군]도 바로 그런 축으로서, 미리 준비한 절대다수의 시간이동이 아닌 소수 인원의 우연적인 도약이며 머릿속에 든 지식 외에는 믿을 것이 없다는 점에서 정통파(?)라 할 수 있겠다.
제목 그대로 다수의 예비군들이 1254년, 몽골의 대대적인 침략으로 멸망 직전에 몰린 고려에 떨어진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왜 하필 1254년이야! 50년만 일찍 왔어도 아직 황룡사도 남아 있고 인구도 250만에 가깝잖아! 이 전력 가지고 역사상 현대 미국 이상의 초강대국이랑 어떻게 싸우냐고!" 하는 주인공 세한의 절규에 드러나듯 상황은 절망적이다. 그러나 그들은 도망치지 않는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약한 자, 고통받는 자, 지켜야 할 자들을 남겨두고 도망치지 않기 때문에."
이렇듯이 [가을왕]에서부터 오승환님의 작품에는 뚜렷한 기본 기조가 드러나 있다. '보통 사람에 대한 믿음'이 바로 그것이다. 그것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따고, 그저 월급이 괜찮아서 한국 국회의원 비서로 일해오던, 조상의 나라에 대해 별 관심 없던 엘리트 캐리어우먼이 함께 날아온 예비군들의 능력과 의지를 면담하면서 남긴 단 한 마디의 감상으로 잘 드러난다. "보석 같은 사람들이야." 객관적으로 보아 이 나라는 정치와 외교에는 젬병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가 무너지지 않는 것은, 단 50년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의 강대국을 일궈낸 이 나라의 저력은 저토록 보석 같은 사람들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다해 왔기 때문이라는 믿음이 문맥문맥마다 절절히 배어 있다.
그저 평범한 현대인들에 대한 믿음, 그저 단순한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 그리고 인간에 대한 믿음. 예정된 역사에 따르면 고려를 대신해 세워질 이 신생 '대한민국'은 향후 700년에 걸쳐 5만 배에 달하는 경제성장을 이룩한다고 한다. 그 기적의 가장 큰 힘은 사람에 대한 믿음, 국가와 국민은 기업인을 믿고 공정한 자유경쟁의 장과 쓰러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해 주었고, 기업인들은 "이 장사 한두 해 해 먹고 말 것 아니잖소?"라는 말로 국가와 국민의 믿음에 부응했다. 가장 평범하고 기초적이면서도 잘 지켜지지 못하는, 그런 '믿음'이 살아 넘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행운이라 할 것이다.
그건 그런데 동원예비군들이 믿을 유일한 구석인 지식이란 게 엄청난 거라서, 500명이 7일간 창고에 처박혀 있는대로 머리를 쥐어짜내 보니 750년 뒤의 거의 모든 것이 굴러나오더라는 무시무시한 모습은 작중의 말마따나 대한민국의 위대한 주입식 교육에 경의를 표하게 만든다. 그 중 아주 사소한 지식의 파편과 고려인들의 기술이 조합된 결과는 '13세기'에 '81mm 전장식 대포'를 탑재한 '500톤급' 전열함. 밀리터리에 조예가 없는 사람은 잘 이해 못하겠지만 현대로 따지면 거의 항공모함급이다.
…몽골이 불쌍할 따름입니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