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교육헌장 7 - 완결
임주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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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작 [악마의 신부]로 엄청나게 기대하게 만든 임주연 씨의 작품이기에 잔뜩 기대했었고, 1권에 한해서는 그 기대를 만족시켜 주리라고 생각했던 작품을 마침내 보았다. 트렌드에 가까운 순정풍 개그, 깔끔한 그림체, 잔혹동화도 역전동화도 아닌 2바퀴 비틀어 꼬은 동화 해석, 매력적이면서도 확실하게 맛 간 캐릭터들("밥이 없으면 빵을 먹어!") 등 나를 기대 속으로 신나게 처박았건만, 2권, 3권을 거쳐 그 기대는 커져만 가고, 그러다가… 배신당했다.
초능력 어쩌구 할 때부터 이야기가 흔들리나 싶더니 음모론으로 들어간 다음에는 아예 아스트랄로 빠져 버린다. 스토리 전개의 적합성이나 논리성, 그림체, 캐릭터, 개그, 모든 것이 괜찮은데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모든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심각하다. 중간 빼놓고 1권과 7권만 비교해 보면 그 위화감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데, 그림체도 캐릭터도 전혀 변함이 없지만 내용이 완전히 틀려먹었다. 초반에 제법 '쑤셔대던' 개그는 온데간데없고 뭔가 김빠진 콜라 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문제가 생겨난 가장 큰 이유는 임주연 씨가 '변화'를 추구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초지일관 원패턴 개그를 추구한(절대 나쁜 게 아니다! 질질 끌었으면 악의 근원이었겠지만) [악마의 신부]에 비하면 [소녀교육헌장]은 개그의 방향, 이야기의 전개, 캐릭터의 움직임, 사건, 설득력 등 모든 것에 있어 모험적이랄만큼의 변화를 추구했고, 그리고 실패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단순한 동인작가(누구 맘대로 단정하는거냐)를 벗어나 상업성을 지닌 프로로 거듭나기 위한 고통의 순간인 것이다. 임주연 씨가 그 과정을 벗어나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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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소녀들 2
테츠카 카즈요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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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만화라면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포탄 날아가고 피 튀고 죽고 미치는 엄청나게 진지한 밀리터리물이거나(액션도 아닌 경우가 대부분), 아니면 군대를 배경으로 한 대폭주 하렘물이던지다. 한데, 일단 인기를 끌고 싶으면 캐릭터성을 살릴 필요가 있으니 처음에는 진지하게 하려고 해도 캐릭터 중심으로 미끄러지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아서는, 대중화는 불가능하다. 모토후시 고바야시의 밀리터리 시리즈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거기다 일본 쪽 물건들은 군 경험이 없어서들 그런지 전쟁을 무슨 '전우들끼리 손에 손잡고 캠프 파이어하는' 수준으로 보는 경향이 짙다. 대표: 애욕과 불륜이 난무하는 기동주말드라마 건담 시드. 참고로 이번의 시드 데스티니는 신부탈취와 호모 로맨스가 넘치고 있다(…). 뭐 싫다는 건 아니다(먼산).
본인이 좋아하는 것은 1번의 무지무지 진지하고 전술적, 기술적으로 파고든 하드 밀리터리물과 2번 정도는 가볍게 뛰어넘어 보급따위 신경쓸 필요 없는 먼치킨 판타지로 양극화되어 있다. 간혹가다 두 가지가 잘 섞여서 [마부라호-메이드 편]이라는 괴작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국내에는 워낙에 밀리터리 관련 작품이 부족하니 입맛대로 고를 처지가 아니다(변명). 단, 최소한의 합리성은 지켜줄 것(현실성까지는 안 바란다). 고로 무한파워폭주 드래곤볼 밀리터리 사이드 스토리는 금지. 결국 안 그래도 부족한 먹이가 대폭 감소! 이리하야 굶어죽기 직전에 발견한 것이 바로 [강철의 소녀들]이다.
그림체는 좀 부족하지만 예쁘기는 하니 합격선, 그리하여 기쁘게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다함께 외쳐봅시다. '뭐여!' (계란소년님의 블로그에서 발췌. 물론 허락같은 건 받은 바 없으므로 저작권법 위반~) 미소녀만으로 이루어진 하렘군대가 가차없이 박살나고 머리깨지고 터지고 찔리고 찢어지고 강간당하고 당하고 당하고(강조) XY하고 YZ하는 동네였던 것이다. 하드고어 동인지였냐? 미리 말해두지만 절대로 야하지 않다. 그저 잔혹할 뿐… 엘프, 네코미미, 안경, 백합, 갖가지 동인틱한 미소녀에 4식 전차와 돌격포, 고지점령전과 방어전, 강간살해와 부상자 사살, 기타등등 실로 하드한 전쟁 극화를 적당히 버무려 양푼에 담아서 턱 내놓은 느낌이랄까. 소소한 번역, 특히 군사관련 용어에 관련해서는 문제가 좀 있지만 그거야 우리나라 사정상 어쩔 수 없고 이 무시무시한 작품에 덧칠이 거의 없다는 게 굉장하다. 그림체 자체가 못그린 거야 뭐 어쩌겠나. 어쨌거나 대대는 박살나고 레타는 포로로 잡혀서 위안부로 끌려가고 나라는 정복되고 동생은 강간당하고 있는 현재, '이놈의 작가'는 대체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나갈 것인가? 인생이 어쩌구 인간이 저쩌구하는 개똥철학도 없고 화려한 액션보다는 마구 죽어나가기 바쁜, 상당히 삐뚤어진 감각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다(나는 이해하고 있다…). 그런고로 할 말은 하나뿐. 적당히 하고 빨랑 다음권 내놔, 응? 늑대 돌격포로 편집부 긁어버리기 전에…
2권 이후가 영 소식이 없어서 3, 4권은 원문으로 살까 말까 고민중이다. 일본어도 모르면서…--; 참고로 3, 4권에 대한 다른 분들의 감상을 볼작치면, "반항한다고 어린아이까지 죽이지 마!!! 이놈의 작가야!!! T_T" 라던가? 한술더떠 이 물건은 계간지(봄, 여름, 가을, 겨울 1년에 4권 나오는 잡지)에 연재하고 있단다. 먼산.
솔직히 남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이런 건 나만 보고 즐기면 그만♡. (자폭성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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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티 블러드 9 - 장미 옥좌
요시다 스나오 지음, 김진수 옮김, 토레스 시바모토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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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라는 캐릭터가 인기를 끌다 보니 흡혈귀를 먹는 흡혈귀란 것도 이제는 진부해져 버린데다 평소엔 실실 웃는 '착한 사람' 이다가 여차하면 최강무적의 힘으로 몽땅 해치워버리는 스타일도 개인적으로 상당히 싫어하는 타입인지라 아벨 신부에게는 '전혀' 정이 가지 않는다. [뱀파이어 헌터 D]와 [헬싱]을 적당히 섞은 듯한 세계관이며 묘사 부족 설명 빈약한 문체, 거기다 괄호는 왜 그렇게 많이 쓰는지 흐름을 툭툭 끊어댄다. 바티칸이 교황청이라는 건 한 번만, 아니면 필요할 때만 말해 달라구. 그나마 아벨 신부가 국연우주항공군(항공우주군이었던가) 중령이었다는 것 정도가 재미있었달까.
그러나, 단 한 명의 존재로 이 작품은 가치를 얻는다. 코드네임 [건슬링거]. 양 손에 권총을 들고 "0.27초 늦다." "0.43초 늦다." "0.12초 늦다." 라는 친절한 사형선고와 함께 절대다수의 떼거리를 쓸어버리는 그 모습은ㅡ 건카타잖아! 이미 머릿속에서는 하얀 사제복 입은 건슬링거가 쌍권총 들고 "멋지지 않으면 차라리 죽어버릴련다!" 고 외치며 춤을 추고 있다. 만약 당신이 여성형 사이보그에 개조한 수녀복 입고 스커트 슬릿 사이 가터벨트(--b)에서 쌍권총 뽑아든 다음 "나는 Ax의 [시스터]. 지금부터 '제거'한다." 하고 선언한 뒤 묵직한 총신과 손잡이를 휘둘러 걸리는대로 후두려패고 있었다면 비바 바티카아아아안!(교황청 만세!)을 외치며 그 앞에 꿇어 엎드렸으라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건슬링거]가 남성형이기 때문에 그런 지경까지 전락하지는 않고 있다(그야말로 자폭성 발언). 그 뿐 아니라 대책없이 착하기만 한(거기다 강하기까지 하면 짜증은 두 배가 된다) 아벨 신부와 정반대 노선으로 화려하게 임무를 완수한 뒤 탄환이 떨어졌다는 핑계로 슬쩍 눈을 감아주고, 그런 다음에 튀어나오는 마무리 쫄따구를 한방에 쏴 버리는 모습은 하이고 나 미쳐~ 캐릭터 하나에 이렇게까지 빠져 보기도 참 오래간만이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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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소설 1
후지이 미츠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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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여러가지 의미로 사람 숨넘어가게 만들던 [관능소설]을 마침내 손에 넣었다. 하지만 간단히 감상을 말하자면 '기대가 너무 컷다' 정도일까.
내용적 측면에서는 스물 일곱살 먹은 깐깐하고 딱딱한 OL이 6년 연하 신입사원의 고백을 받고 여자가 되어가는 이야기... 라고 하면 딱 맞을 것 같은데, 1권까지는 큼직한 사건이나 문제도 없이 고백하고 고백받고 망설이다 받아들이고 서로를 연인으로 인정해가는, 현실적이고 정상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상의 여자와 연하의 남자가 서로에게 갖는 약간의 자격지심이나 망설임, 그러면서도 서로를 놓치고 싶지 않은 심정을 잘 들내고 있어서, [연애 디스토션]보다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하겠다.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현실적인지라 1권만으로 끊어도 별 문제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특히 남자가 관능소설(라고 썼지만 솔직히 말하면 에로물) 작가라는 묘한 설정을 텍스트와 그림의 조합으로 잘 살려내고 있다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개인적으로 단순한 그림이나 영상보다는 상상의 여지를 주는 텍스트를 좋아하는데(그야말로 자폭이군... 마침내 공개해버렸다...)  단순한 '영상'보다 감정의 흐름을 중시하고 텍스트와 조화된 '장면'은 제법 가능성이 보인다.
다만 문제라면 그림체가 안 야하다는 점이다. 인체비례나 펜선 등에 별 무리없이 깔끔하게 그렸으며, 잘 벗기고 잘 보여주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에로틱하지가 않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최근 내가 [허니문 샐러드]와 [손끝의 밀크티]에 푹 빠져서 하아하아하고 있기 때문이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건 제법 잘 이끌어가는 내용전개에 비해 그림에서 '빠바박'이 부족하는 것이 심각한 감전 요소다. 하지만 이 감점요소는 동시에 장점이기도 하다. 그림체가 '야하지 않기에' 손도 댈 수 없을만큼 딱딱한 여자라는 느낌이 살아난다. 그리고 그런 여자라는 느낌 때문에 간혹 보이는 귀여운 행동이 가슴에 꽂히는 것처럼, 그런 그림체이기에 아주 간혹 보이는 어떤 장면의 타격력이 아예 가슴을 꿰뚫고 지나간다!
에로도 부족과 에로에로 폭발이라는 양대 산맥 사이에서 살까말까 고민하고 있자면, "혹시 나... 당한 건가?" 하는 질문이 절로 떠오른다니까, 이거. 1권 마지막 대사다^^.

요즘들어 내가 쓴 리뷰에 내가 낚여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걸 쓰고나서 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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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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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생각해보면 [모모]는 내가 가장 먼저 접한 판타지 소설이 아닐까 싶다. 정말이지, 상상력은 시대의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다. 통신문학이라는 것의 탄생에 의해 양적으로 엄청나게 증가한 일본, 한국의 판타지소설계 전체를 통틀어도 이 정도의 상상력으로 빛나는 작품이 또 있을까. 회색 담배에서 회색 연기를 내뿜으며 시간을 잠식해사는 회색 인간들과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시간의 꽃을 지키기 위한 싸움... 동화와 하드보일드와 현대물과 타임패러독스까지 줄줄이 담아넣은 상상력은 멋지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모모와 회색 인간들의 싸움은 어떤 거대한 괴물과 싸우는 용사의 전투보다도 화려하다. 칼과 마법이 난무하는 싸움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로 서로를 설득하는 싸움. 삼국지 시절의 논객들을 방불케 하는 회색 인간들의 설득력을 오로지 들어 주는 것으로 대응하는 모모의 역습은 판타지의 싸움이라면 이쯤 돼야지, 하는 감상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악의 조직원 말단 A를 멋지게 때려눕힌 모모에 대해 최초로 나타난 정의의 용사를 향해 최대 전력을 동원해 뭉개버리는 회색 인간들의 재공격 역시 마왕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다. 직접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면 간접 공격으로, 일단 세계를 정복한 다음 친구와 이야기 상대를 빼앗아가고 권력을 동원한 공격, 그리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것을 피해 세상의 끝으로 달아나, 신비한 현자를 만난 끝에 얻는 위대한 무구. 정말, "판타지라면 이 쯤은 되야지."
그리고 그 모든 것들보다도 멋진 것은 모모 그 자신이다. 그 누구보다 순수한 어린아이이면서도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로서의 능력은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가장 환상적인 존재로서의 능력에 값한다. 어린 시절 [모모]를 처음 읽었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었지만, 그 ‹š 모모의 그 능력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더라면, 나도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지금 생각하면 그게 얼마나 아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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