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의 임무 그리폰 북스 8
할 클레멘트 지음, 안정희 옮김 / 시공사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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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SF작가는 무조건 남자라고 한다. 글 쓰면서 과학숙제를 할 인간이 세상에 두 명 씩이나 있을 리가 없는데, 그 한 명이 남자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주인공이 길이 40cm, 폭 5cm의 절지류 생물이기에 에로씬은 기대할 수 없지만, 지성을 갖춘 2차원 세계의 생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특수한 세계관을 구성한 뒤 그 안에서 철저하게 과학적 이론에 따라 전개되는 사건은 얼마 전 <별의 계승자> 이후 가장 만족스러운 독서 감상이었다. 아니, 그게 아니다. 주인공이 저런 게 아니라, 세계가 이상한 거다.

중력이 지구의 700배인 행성이 무대니 말이다.
거기다 더 골때리는 것은, 이 행성의 자전속도가 대략 17분에 1회전이라는 점이다. 덕분에 발생한 원심력으로 인해 적도 부근에서의 중력은 3G. 그리고 당연하지만, 이 행성은 적도안경이 극점반경의 두 배가 넘는다--;; 여기에 원심력으로 튕겨나간 구성물질들이 주변에 두툼한(?) 고리도 생기는데, 이걸 포함하여 저자가 만든 모형은 두께 6.4cm에 지름 15cm, 여기에 지름 36cm짜리 종이 디스크가 끼워진 형태라고 한다. 저자는 원래 제목을 '하늘의 팬케이크'로 지으려고 했지만 아이작 아시모프(...)에게 폭력으로 저지당했다던가.

하긴 아시모프 공이 제목 센스는 별로지.(응?)

이 행성의 고중력 지대에서 진화해 온 생물의 일원인 주인공은 모험심 넘치는 탐험무역선의 선장으로, '땅 끝 너머'라 할 만한 곳- 저중력 지역까지 거래 상품을 찾아 내려온 끝에 지구 인류와 접촉한다. 그들과는 전혀 다른 3차원적이고 극도로 발전한 과학력을 지닌 <플라이어>들은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 있었는데, 고중력 지역에 내려놓은 탐지장비가 날아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장비의 가격은 대략 20억 달러. 장비 회수는 포기하더라도 그것이 수집한 자료만은 되찾고 싶다. 그러나 700G의 중력권으로 내려가 그것을 회수할 수 있는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험소설 시작.

정말 즐거웠다. 얼마나 즐거웠는지, 결국 저녁을 걸렀다(누가 나 좀 말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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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배트 1
우라사와 나오키 글.그림, 나가사키 다카시 스토리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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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매커시즘의 광풍, 무대는 밤의 뒷골목. 나는 차가운 도시 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겐 주인공 빌리는 니힐하고 너절한 3류 사립탐정으로, 부자 할아버지네 젊은 마누라의 바람기 조사를 하러 나갔다가 조사할 것도 없이 매일같이 취향 참 다양하게도 여자를 갈아치우는 부인에게 질려버린다. 보고를 위해 돌아간 그가 만난 것은 기묘한 그림자들. 그리고 그는 상상조차 거부해 온 음모에 말려들어간다. 그렇다. 이 도시에는 둘 밖에 없다. 진 자와 그리고...

뭐랄까, 나오키의 지나치게 막나가는 재시도가 아닐까 싶다. 저 눈매는 분명 우라키(응?)지만... 게다가 풀컬러! 전형적인 3류 하드보일드 탐정물의 도입과 전개는 지극히 매력적이며, 양쪽 팬들을 동시에 끌어들일 수 있는 수작이다. 이후가 기대될 따름이다.

따름이었는데...

아아아아아악 우라키이-! 이게 무슨 짓이냐아아아아!(농담이 아니라 진담으로 읽다가 책을 던질 뻔했다.)

마구네타로 미래를 짐작해 보자면 빌리는 곧 일본으로 떠날 것이며 그가 쫓는 상대는 사실 그의 사촌일 것이며 그러다가 세계멸망 규모의 거대한 사건에 휘말릴 것이며 이제부터 독자들은 누가 사촌일 것인가를 두고 20권 정도는 고민하게 될 것이며 사건의 내용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어버릴 것이며 신간이 나올 때마다 처음부터 정독해야 할 것이다. 이상 예보 끝.  

 그 외의 짐작으로 빌리는 차가운 도시 박쥐라 안 나는 게 아니라 옛 부상이나 트라우마 등으로 못 나는 게 아닌가 싶다. 하드보일드한 탐정에게는 신체적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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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식도의 마물 미스터리 야! 10
다나카 요시키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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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갔는데 햄볶하지 않아서 큰 병에 걸린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이걸 보는 순간 기분이 급 좋아졌습니다. 아무 문제 없었구만.
제목은 월식도의 마물. (사실은 빅토리아 괴기 모험담 3부작의 1권인데, 완결식이니 단권이라고 해도 ok. 랄까, 이거 라노베 아냐!?)
디킨스(그 사람 맞음)와 안데르센(그 사람 맞음)이 월식도라는 섬에서 마물(과 싸우는 사람을 구경)하며 모험을 하고 심지어는 육식계 여성에게 플래그까지 꽂힌다는 이야기.

실제로 1857년에 안데르센은 디킨스 저택에 머물렀으며, 작품이 혹평을 받자 잔디밭에서 데굴데굴 꿀꿀 멍멍 엉엉 했으며, 스코틀랜드의 섬을 자연판 아우슈비츠로 만들려고 한 사람도 실제로 있었고, 프랭클린 탐험대는 실제로 전멸했으며, 그린란드의 노르웨이인 주민들도 확실히 소멸되었고, 카라부 공주 사건도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캐릭터가 아주 멋짐. 영웅적인 어리석은 행동으로 상처입은 남자와 상처를 보듬어주는 소녀의 콤비는 펌프킨 시저스 이래 이름 높은 수작이며, 소녀는 지금까지의 다나카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스타일. 게다가 평화주의 소시민인 남자가 실제로는 XX하고 XX하다는 것도 포인트. 역시 영국 신사는...
중요한 반전은 아니지만 반전을 말하면 재미가 없어지는 작품이라 소개를 제대로 못 해서 조금 아깝습니다.

아무튼, 다함께 외칩시다. "알라타라!"
리엔: "나폴레옹 너, 저런 애들한테 진거야?"

ps. 2부 촉루성의 신부, 3부 수정궁의 사신 외에도 흑십자의 환영, 역적문의 악령, 백골탑의 늑대인간 등등이 있다지만 작자후기를 보니 이번에도 완결은 쉽지 않을 듯(...) 처음부터 포기하지 마 이 아저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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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계승자
제임스 P. 호건 지음, 이동진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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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칭 <쓰레기장은 채굴광산의 꿈을 꾸는가>
아침,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면서 저런 걸 생각하는 나란 놈도 정상은 아니야...
네시에 깨서 지금까지 뒹굴거리다(...) 한번 끄적여 봅니다.

만약 행성에 금속자원 등 재생 불가능한 천연자원이 없다면(원시적인 기술수준으로는 채굴이 불가능하다면) 문명은 어떤 식으로 발전할 것인가? 발전하기나 할까? 구석기-신석기까지는 멀쩡하게 진행하지만 그 뒤 구리도 없고 청동도 없고 당연히 철도 없다면 도구는 당연히 나무와 뼈, 돌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한다. 아무리 그래도 다 건너뛰고 파인세라믹으로 갈 수는 없을 것 아닌가. 땅을 깊게 파낼 수 없으니 생산성에도 한계가 있고, 그것은 인구의 한계에 직결한다.

뭐 금속같은 거 없어도 문명을 이룩했던 중남미도 있고, 화약까지는 어떻게 나올 것 같으니 금속이 없어서 대포나 총기는 없어도 로켓과 초기형 화약무기의 가능성은 있다. 엔진은 안 되겠지만 기구는 가능하고, "가능한 모든 것을 동원해서 전쟁을 한다"는 지구인 수준의 호전성만 있다면(?) 어쨌든 발전은 가능할지도.(그 발전이 좋은 건가 하는 의문은 제껴놓기로 하자) 인간이 지구상 상당수의 생물에게 멸절위협종이 된 것은 두 손과 불이 있기 때문이지 금속제 창과 칼 때문이 아니다.

다만, 인류와 같은 방향성의 지성체(개인적으로 우주인 찾는다면서 인류와 유사한 환경에서 탄생/진화한 인류와 유사한 생물을 찾는 현재의 분위기는 살짝 마음에 안듬. 어떻게 물이 있어야 생명이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 걸까)가 탄생해서 진화할 수 있는 크기의 행성에 금속자원이 없거나, 완전 깊숙히 파묻혀 있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 있다. 여기서 가능성- 선행문명종이 몽땅 사용해 버렸다면?

<별의 계승자>다--;;

작중 잠깐 나온 이야기고, 전체 내용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가장 이상한 점이 이거였다. 달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던 행성 미네르바는(뭔 소린지 잘 모르겠으면 원작을 봅시다) 평균기온이 지구보다 훨씬 낮다거나 빙하기가 온다거나 그런 문제로 행성 전체가 정력적으로 혹성탈출을 연구하였다거나 하는데, 선주종족인 가니메데인(행성 미네르바인데 왜 가니메데인지 궁금하신 분은 원작을 봅시다 오오 책광고)들이 자원을 몽땅 써버려서 과학발전에 큰 걸림돌이 있었다- 는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그래서, 오히려, 의문.

금속자원은 소모성이 아니잖아.
오히려 가니메데인의 쓰레기장은 원시인인 월인이 손도 댈 수 없을 만큼 깊이 파묻혀 있던 금속자원을 꺼내서, 얕은 땅에 매립해 준, 거의 노천광상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수백만년 사이에 금속재료조차 삭아 환원되어, 지구의 광상과는 달리 엄청나게 다양한 금속원소들이 한꺼번에 섞여 있는 것이 주류인, 지질학 발전이라는 것을 미쳐버리게 만들만한 동네겠지만. 개중에는 가니메데인의 초과학력으로 만들어낸, 수백만년 지나도 멀쩡한 오파츠도 섞여 있겠고... 아, "구세계 거인"이라는 말이 있는만큼 월인들도 알건 다 알고 있었지.

화석 연료 자원(석유와 석탄)은 가니메데인들이 다 썼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대의 주류 연구에 따르면 석유는 플랑크톤 등 미생물이 쌓인 뒤 열과 압력을 '장시간' 받아 생성되었다고 하는데, 그 시간이 겨우(?) 500만년 정도라고 한다. 즉 다 썼어도 충분히 다시 만들어진다(...;;;) 대체 행성 미네르바에는 어떤 자원이 부족했던 걸까. 전부 우주선 만들어서 발사했나?(그런 자원은 우주에서 획득하라구 친구들;)

ps. 예전에 <별의 계승자> 리뷰 쓰면서 한가지 의문점이 있다고 했었는데, 사실 그때 생각한 건 이거랑은 다른, 다시 생각해보니 전혀 문제없는 물건이었지만, 아무튼 이게 이상한 걸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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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불안을 읽는다 - 일본 트라우마의 비밀을 푸는 사회심리 코드
권혁태 지음 / 교양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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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일본 농림수상선 장관이 해외 일본 음식점에 '인증제'를 도입하려 했다가 마구 두들겨 맞았다고 하더군요. 당시 장관은 미국 방문 길에 일본 음식점에 들렀다가 스시와 한국식 불고기가 나란히 메뉴에 올라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던가.
농수산성의 발표는 '본래의 일본 음식과는 다른 가짜 일본 음식이 늘어나 일본 음식을 훼손하며 일본 문화 자체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만... 물론 대차게 까였죠. <워싱턴포스트>지는 국수주의의 부활이라고 했고, <VOA>지는 일본이 스시 폴리스(Sushi Police)를 파견하려 한다며 야유했댑니다.

당시 미국 전역에 일본식 식당이 9천곳인데 그 중 일본계가 경영하는 곳은 10%밖에 안 되며, 일본 농림수산성이 조사하기를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 음식점 경영자와 주방장의 국적은 일본계 25%, 아시아계 35%, 미국인 40%였고, LA는 일본인 40%, 한국계 40%(!!) 중국계 20%였다고 합니다. 밥과술님이 LA에서 활동하신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스팅해주신 내용과 꽤 연관되는 자료이기도 하군요^^

이 책은 트라우마 추적 관련인지라 이 해프닝을 통해 일본 정부가 일본 음식을 일본 고유의 문화로 파악하고 있고, 그것의 변형(특히 일본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의)을 훼손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책 안에서도 지적한 바 있지만 일본의 고급 전통 요리인 가이세키 요리가 에도 시대(1603~167)에 기원을 두고 있고 일반적인 일본 스시의 기원은 에도 말기이며, 덴푸라는 18세기, 스키야키나 규동은 19세기, 가장 단순한 '고기를 굽는' 요리가 없었을 리 없으므로 호루몬은 한국 요리가 아니라 일본 요리라는 모 인사의 주장은 제껴놓더라도 당당한 일본 음식인 카레라이스와 돈까쓰에 이르면 이건 뭐;;

얼마 전에 먹어본 인도 음식도 심히 한국화 된 것이라고 하고, 실제 인도 요리는 무서워서 먹을 엄두를 못 내고 있지만 그래도 해외의 요리들에도 관심이 많은 점에서 한번 생각해 볼 만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ps. [일본의 불안을 읽는다]는 여기서 한국의 신토불이 문화론에까지 이어지기에, 그 논리 전개가 한번 읽어볼 만 합니다. 이것과 국산품 애용 운동을 연계시켜 박정희 시대의 자원 편중 배분과 산업화 전략에 파생된 만성적인 국제 수지 불안을 '외제라면 똥도 좋아하는' 국민성을 '만들어내' 전가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지요. 한국 사회의 흐름이 일본을 많은 면에서 쫓아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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