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광년하고 조금 더 - S Novel+
후루하시 히데유키 지음, 야부키 켄타로 그림, 김정규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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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트 야부키 켄타로라는 문자를 보고 집어든 책. 예상은 했지만 예상대로.


멀고 먼 우주, 아마 지금으로부터 3초 후의 어느 세계인가에서, 집 바깥으로 내보낼 수도 없을 만큼 낡은 자동인형이 잠자기 전에 어리광을 부리는 도련님에게 이야기를 해 주는 이야기책입니다. 제목인 '백만 광년하고 조금 더, 지금으로부터 3초 전'은 그녀가 이야기를 시작할 때 꼭 붙이는 '오래오래 전, 멀고 먼 우주에'와 같은 시작어지요.


말 그대로 따뜻하고 소소하고 교훈적인, 하지만 컨셉이 우주시대인 동화들입니다. 어떻게 보면 3초 전의 세계에서 그대로 이어져내려와 단어만 재구성된 듯한 것도 있고 3초 전 세계의 사람들인 우리가 보기에는 쫓아가기도 어려운 내용도 있지요. 어린아이가 동화 듣듯이 내용을 몰라도 쭈욱 넘어가 보면 이해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이해 못했고 그래도 문제없는 이야기들입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두 편은 우선 개인방어위성 3기를 가진 소녀에게 반한 발명왕 소년 이야기. 외부 공격을 모두 3배로 돌려보내는 위성의 방어망을 논리적으로 계측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끈기와 노력으로 공략을 반복해, 마침내 극복한 뒤...


신형 2인용 방어위성으로 둘만의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죽창... 죽창을 들어라...(죽창 3개에 찔림)


사랑과 노력과 용기로 방어위성을 포화시켜 붕괴시키는 돌파장면은 정말 영상이나 만화로라도 보고 싶긴 합니다.


또 하나는 사람이 죽지 않는 전쟁터 이야기. 강화복을 쓰다가 점점 불편한 몸을 잘라내어 전력을 강화시키다가 뇌만 남는 것을 넘어 안에 수정란 단계(...)의, '인간이 되기 전'의 조종사가 무기를 조종해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수정란은 인간이 아니므로 당연히 전사자는 제로. 그 대신 유산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만, 사망률에 따라 출생율을 조정할 수 있으므로 별 문제없는 듯 합니다.

그리고 전투기계 안의 수정란들은 '태어나면' 무엇을 할지 잡담을 나누며 조정당하기 위한 전투에 투입됩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1권만은 사이코 호러 정치비판물이었던 -86- 에잇티 식스 1권(이런 단권작이 다 그렇듯 2~4권은 개인적으로 좀 안 맞더군요.)과 비슷한 느낌도 좀 드는데, 이 책의 이야기가 다들 그렇듯이 해피하게 끝납니다. 예전에 조금 두근거리면서 읽었던 '전략거점 32098 낙원'의 기분도 살짝 나는군요. 그것도 꽤 우주동화풍이었지만 그것의 훨씬 더 어린이 버전이랄까.


ps. 리뷰 쓰려고 들어와서 목차를 보니까 심히 판타지스러웠던 '사차원용과 대장장이의 제자'도 기억이 새록새록... 재미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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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반의 전쟁 2 익스팬스 시리즈
제임스 S. A. 코리 지음, 박슬라 옮김 / 아작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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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전 가장 웃겼던 장면:

도나저급 드레드노트함 하먼 김대중호... 전장 500미터에 250만톤.(먼산)


인류가 태양계 전역에 번영하며 좀 사이나쁜 가족처럼 티격거리면서도 화성 테라포밍과 외행성계 개척을 위해 전진하던 시기.

갑자기 25억년 전 준비된 초상과학적인 코스믹 호러가 지구를 덮치더라는 이야기.


개인적으로 코스믹 호러는 안 좋아합니다. 적어도 총이 통하는 상대가 좋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꽤 재미있었는데, 인류종말을 유발시킬 수 있는 위험이 다가오는데도 정치집단이 분열해서 티격거리는 장면이 잘 묘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작중 등장인물의 설명에 따르면 "운석이 떨어지는데 전쟁을 준비하는 이유"는 "내가 힘을 써서 운석을 막으면 힘 빠진 나를 저놈들이 공격해 멸망시킬 테니까." 그래서 주인공 파티인 "다함께 멸망은 피해보자 팀"이 티격태격하며 일단 인류끼리의 우주전쟁은 막았습니다만, 그 사이 금성은 통째로 촉수괴물이 되었지요.


아무튼 코스믹 호러 쪽에서 눈을 돌리면 우주시대에 쪼개진 정치집단간의, 그리고 그 정치집단 내부에서의 투쟁이 짜릿하게 벌어집니다. 온갖 모닝스타가 확실하게 휘둘러진다는 것도 장점. 일어버린 딸을 구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아버지의 심경이, 지옥같은 행성을 탈출하며 PTSD에 걸린 함장이 연인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리는 모습이, 정치의 괴물이 손녀같은 어린아이와 놀아주는 모습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실로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우주괴물이 뜨악...(먼산2)


개인적으로는 이 시대 전쟁 독트린도 마음에 듭니다. 우주함대가 핵미사일을 주고받으며 싸우기 때문에 지상군은 별볼일 없고, 장갑복으로 무장한 해병들이 핵심시설을 빼앗거나 지키기 위해 티격태격하죠. 그래서 기계화 장갑복이라지만 인간용 통로에 들어가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는 세계관이 완전히 취향. 우주전쟁물이나 코스믹 호러나, 그것을 둘 다 좋아하면 더욱 좋지만 하나만 좋아해도 시간을 투자할 만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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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보다 내 정도 구입량으로 SF마니아 지수 9위라는 게 좀 슬픕니다. 이 나라의 SF소설 저변은 이렇게 좁단 말인가...(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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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계승자 2 - 가니메데의 친절한 거인 별의 계승자 2
제임스 P. 호건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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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래요!? 이게 나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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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와 스탬프 1
하야미 라센진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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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밀리터리 오피스 코믹>이라는 (있을 수 없는) 장르로 분류되는 [대포와 스탬프]는 '제국'이라는 나라와 동맹 맺고 '공화국'(복장으로 보나 외모로 보나 터키)과 전쟁 중인 '대공국'(복장으로 보나 주인공 이름으로 보나 소련 계열)의 보급부대(아예 '병참군'이라는 독립 군종이다) 신임소위를 주인공으로 하여, 전방에서 싸우는 군대가 요구하는 물품을 어떻게든 보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다. 즉 주인공이 보급병. 서류를 너무나 사랑하며 단팥 모나카를 뜨거운 물에 넣어 만든 휴대용 단팥죽을 애용하는 이 신참 소위 아가씨는 적당적당한 게 싫어서 사관학교에 들어간 깍쟁이였는데...


그러나 병참군의 고참들은 입은 것이 군복일 뿐 배 나온 아저씨나 부상 입은 상이군인이라 체력이 바닥이고 군인정신이라고는 한 조각도 없다.


사실 갓 사관학교를 졸업한 주인공 본인도 테러리스트의 습격에 맞서 멋지게 총을 뽑아들고 방아쇠를 당겨 보지만, 안전장치 푸는 것을 깜빡했고 장전조차 빼놓은 상태. 이런 주인공 마르티나 M 마야코프스카야 소위의 적은 제국군이 아니라 꼬이고 꼬여 포탄을 달라는 부대에 보드카가 보내지곤 하는(이거 복선입니다) 보급상의 난맥과 군수물자를 횡령하는 높으신 분들일지니... 그리고 어느샌가 고참들에게 물든 그녀는  "전쟁은 서류로 하는 겁니다!" 라고 단언하며 서류를 조작하고 수송열차를 습격하고 예산을 강탈하여 어떻게든 보급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분명 시작할 때만 해도 관료주의라는 진흙을 책임회피라는 액체로 빚어 사관학교에 넣고 구운 빵 같던 깐깐한 신임 소위였던 마르티나의 대사는 주로 이런 것들이었다.
"제 관할이 아닙니다."
"전쟁은 서류로 하는 겁니다."
"여기에 싸인을. 분명히 나중에 문책이 있을 테니까요."
"문책감입니다!"


그야말로 듣기만 해도 화가 날 듯한, 초반에 출연한 단역의 말마따나 "우리 나라는 이놈들 때문에 전쟁에 질 거야." 싶은 캐릭터였지만 저 태도를 뒤집으면 '서류만 앞뒤가 맞으면 무엇이든 해도 된다.'라는 무시무시한 결론이 나오는지라 얼마 뒤에는 그 고참들이 사건에 휘말려 어떻게든 처리해야 할 상황에 빠지자 "소위님 방식으로 합시다."라고 말하는 지경이니, 이걸 입체적인 캐릭터라고 불러야 하려나?


안타깝게도 [군화와 전선]에 끼워두었던 칼럼 [나사의 속삭임] 같은 부록이 없다.(눈물)


여담: 아네티카 병장도 무척 매력적이다. 소수민족 출신으로, 서류가 난무하는 병참군 소속인데 글을 모르는 문맹. 난투극의 달인에 성적으로는 개방적이라 장교 클럽 밖에서 대기하게 되자 기왕이면 따뜻한 침대에서 대기하겠다며 지나가던 남자를 잡아 방으로 올라가는 캐릭터다. 이렇게 자유롭고 강한 여성이 취향이라 전작 [군화와 전선]의 악역 디타 베르타도 그런 장면이 꽤 매력적이었는데, 다음 권에서는 아네티카가 좀 비중이 높아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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