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내인 - 네트워크에 사로잡힌 사람들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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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원래 남은 이해하기 보다 자기 생각을

 

드러내기를 좋아하니까요.

 

우리는 말을 많이 하고 적게 듣습니다.

 

결과적으로 세계가 소음과

 

잡다한 정보로 가득 찼죠.

 

세계가 진정으로 진보해야 인간도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p 687

 

 

디지털, 네트워크, 해킹, 네티즌, 커뮤니티 등 자연스럽게 쓰는 컴퓨터 용어를 한문으로 하면 '망내(網內)'가 될 것이다. 그물 ''에 안 ''. 촘촘하게 구성된 망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란 제목 '망내인'은 네트워크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추리 장르와 결합한 소설이다. 주제는 '인간'이다. 인간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듯이 온라인에서도 이와 못지않다는 게 핵심이다.

 

홍콩의 작가 '찬호께이'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 판권을 사 김선호, 박규영, 그리고 김지운 감독 조합으로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7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두께 속에 홍콩의 역사와 정치적 상황, 스마트폰이 보급된 2015년을 배경으로 버릴 것 없이 총망라했다.

 

디지털 세상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과 사람 사는 이야기가 숨 가쁘게 펼쳐진다.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 마녀사냥의 희생자, 학급 내 동성애와 왕따, 디지털 체계의 허점, 반전까지 잡은 명쾌한 마무리가 특징이다. 더운 여름 밀고 당기는 추리와 서늘하게 만드는 서스펜스와 미스터리, 인간에 대한 섬뜩함과 사회적 모순에 대한 신랄한 비판까지 엿볼 수 있다. '데이비드 셩커'가 말한 정보의 안개로 비유한다. 정보의 바다에서 진실은 안개처럼 퍼져나가 인간의 마음을 흐리는 독약이 된다는 거다. 인터넷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놓치지 않는다.

 

직접적인 가해를 해야만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다. 이른바 21세기가 되며 '손가락 살인마'가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의 공간은 어두운 인간의 본성이 활개 치는 지옥이 되기도 한다. 악의 평범성과 더불어 보스턴 폭탄 테러 사건을 예로 든다.

 

자유의지를 이용해 스스로 삶을 마감케하는 선택지를 만들고 이를 선택하게 두는 아녜의 심미안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복수 대행을 실현해 주는 것 같지만 사건의 진짜 범인과 정황을 아는 아녜는 의뢰인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기만 한다. 동생에 관한 진실 보다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함으로 시작한 의뢰의 끝에 찾아 할 것을 넌지시 건네준다. 진짜 범인은 대체 누구일까? 사건이 일어났지만 이에 대한 책임은 다수가 쥐고 있다. ID kidkit727이 손 안 대고 코 푼 것처럼 모든 진실을 알고도 똑같은 사람이 될지 묻는 것만 같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서 서로를 사랑했던 자매애와 가족의 끈끈함, 한편으로 후반부 밝혀지는 남매의 안타까운 사정까지. 복잡한 내막과 복합적인 이야기가 하나로 귀결된다. 그와 더불어 고독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타인의 작은 위로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도 말해준다. 안나 카레리나의 유명한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집집마다 비슷한 이유지만, 불행한 가정의 이유는 각자 다르다'가 떠오른다.

 

또한 다양한 문학, 음악 등이 레퍼런스로 등장한다. '롤링 스톤즈'의 노래, 히가시노 게이고, 미나토 가나에, 토머스 핀천, 레프 톨스토이의 작품을 안다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망내인' 줄거리

 

삶에서 돈은 수단일 뿐,

 

목적은 가족과의 행복한 삶에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쉽게 본질을 잊어버린다.

 

돈을 목적으로 살고 돈의 노예가 되어 살아간다.

 

p 621

 

14살 소녀 '샤오원'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진다. 소녀는 언니 '아이(어우야이')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성실히 일했던 아버지는 산업재해로 잃고 혼자 아이 둘을 키우던 어머니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이는 집안의 가장으로 진학도 포기한 채 일했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았다.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사이 동생을 살뜰히 돌볼 시간은 점차 멀어져만 가고 직접적인 투신 이유도 알지 못해 답답한 날을 보내고 있었다.

 

샤오원이 세상을 떠나기 전, 지하철에서 당한 성추행이 꾸며진 이야기라는 말이 인터넷상에 돌기 시작했다. 자신을 범인의 외조카라 소개한 네티즌은 삼촌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샤오원을 불량학생으로 몰아가기 바빴다. 인터넷에 떠도는 가짜 뉴스와 신상털기, 모욕적인 댓글이 확산되자 샤오원은 참을 수 없이 괴로워진다. 금쪽같은 동생,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샤오원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동생을 지켜 달라는 엄마의 유언을 저버린 아이는 세상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아이는 샤오원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탐정을 찾아가지만 탐정은 정체불명의 해커 '아녜'를 소개해 준다. 아이는 미덥지 않지만 전 재산을 의뢰비로 쓰면서 붙잡아야 했다. 동생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겨나는 건지, 인터넷에서 벌어진 일을 반드시 알아야만 했으니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바람!!!*

 

'망내인' 등장인물

 

아이(박규영 추정) : 계약직 도서관 사서. 일찍 부모를 여의고 가장이 된 억척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삼.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느라 동생을 돌볼 여력이 없었음. 점차 동생과 소원해지고 행복하기 위해 돈을 버는지 돈을 벌기 위해 행복을 누리는지 피폐해짐. 동생이 죽고 나서야 정신 차리고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해 아녜와 고군분투함. 복수를 위해 달려왔으나 결국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마지막 인간다움을 지켜 냄.

 

아녜(김선호 추정): 천재 해커. 쌀쌀맞지만 속은 따뜻한 츤데레. 막 말하는 경향이 있음. 명석한 두뇌와 손가락, 때로는 엄청난 반전 외모로 변장에도 능한 타입. 상대방을 무시하며 상처 주는데 탁월하지만 논리적인 언변에 당해낼 재간이 없음. 겉으로는 지질한 해커 같아도 손가락으로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히어로 이자 빌런. 허름한 건물에 살지만 주변 평판은 좋은지 인심은 잃지 않음. 건물 아래 완탕면 가게가 단골집.

 

스중난: 가십 전문 소식지 및 SNS 게시판 운영 사이트 지티넷 소프트웨어 개발자. 기회주의자. 승진 욕망에 사로잡혀 스투웨이에게 접근함.

 

스투웨이: 벤처 투자회사 SIQ의 창립자이자 임원. 젊고 스마트한 인상의 비즈니스맨. 짙은 눈썹의 호남형 아시아판 '리처드 기어' 스타일의 미남. 스중난과 자주 만나며 지티넷 투자에 관심을 보임.

 

샤오원: 14살 꽃다운 나이에 투신으로 사망. 가족을 사랑했고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 했지만 재작년 엄마가 돌아가시고 심리적인 어려움에 처함. 언니가 자신 때문에 힘든게 미안해 폐 끼치지 않으려고 했으나 성추행 당하며 급속도로 무너짐. 피해자인데 보호는커녕 인신공격, 2차 가해까지 받으며 여론의 도마 위에 오름. 학급 내 복잡한 문제와 따돌림을 당하게 됨.

 

샤오더핑: 샤오원의 옆에 있어 추행범이 된 용의자. 범행을 시인해 감옥에 가게 됨. 고급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을 즐기며 아내가 운영하는 문구점을 함께 운영함.

 

드쯔위: 샤오원의 동급생. 장과 장 사이에 등장하는 메신저의 주인공 중 하나. 출중한 외모의 모범생. 겉으로는 부유한 지 딸처럼 보이지만 엄마가 가출함. 냉담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고 있으며 비밀을 품고 있음. 의문스러운 오빠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임. 증거를 인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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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도감 - 목욕탕 지배인이 된 건축가가 그린 매일매일 가고 싶은 일본의 대중목욕탕 24곳
엔야 호나미 지음, 네티즌 나인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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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통 틀어 목욕에 진심이 나라가 일본 아닐까. 그에 앞서 로마에서 목욕은 향락의 느낌이 있다면 일본은 생활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우리나라는 오른 가스비와 각자 대중화된 집안 욕실 문화로 대중탕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래도 찜질방은 살아남아 외국인 관광상품으로도 인기다.


《목욕탕 도감》을 쓴 엔야 호나미는 건축가의 꿈을 꾸고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다가 건강상의 문제를 겪어 퇴사했다. 번아웃 극복 중 목욕탕을 통해 건강을 회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작가다. 우연한 기회에 친구와 목욕탕에 갔고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며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고 휴식을 만끽했는데 이 매력에 빠져 경험을 그려 SNS에 올렸더니 반응이 좋았다. 취미는 일로 이어졌다. 고민 끝에 건축가의 삶을 접고 '고스기유' 목욕탕의 지배인으로 취직했다.


200여 곳의 목욕탕을 찾아다니며 3미터 줄자를 이용해 내부를 측정하며 건축가의 재질도 발휘한다. 당연히 목욕과 치유는 기본. 경험이란 최고의 무기로 엄선한 24개 목욕탕을 직접 그리고 소개한 책이다. 초심자 코스부터 상급자, 마스터, 인간미 코스로 나눠 작가가 인상 깊었던 포인트를 짚어 준다.


목욕 후 바나나우유, 요구르트 마시는 청량감보다 더 한. 어른의 시원한 맥주에 진심인 '닛포리 사이토유' 목욕탕은 최고의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아사히 맥주에서 마이스터 공인을 받아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 목욕탕만의 다양한 컨셉을 훑어보는 맛도 즐겁다. 타일, 그림, 천장, 수도꼭지, 물 온도, 의자까지 목욕탕 장식과 인테리어를 세심하게 표현하고 목욕 마니아답게 다양한 즐길 거리도 소개한다.


목욕탕 도감은 아이소메트릭(Isometric)이라는 건축 도법을 사용해 건물 내부를 위에서 내려다보듯 그렸다. 실제 목욕탕을 취재하고 주인장을 20분 정도 인터뷰한다. 욕조 넓이, 높이 몸 씻는 곳 각도까지 측량해서 그렸다. '월리를 찾아라'처럼 각자 즐기는 사람들을 살피는 것도 즐거움이다.


열린 창을 통해 벚나무 가지가 욕실 안까지 들어오는 '사쿠라칸'. 천연 항아리탕이 있어 들어가면 탕안의 온수가 첨벙 소리 내며 쏟아져 나오는 돈부리탕이 있는 '유돈부리 사카에유', 베르사유 궁전 컨셉의 '구아팔레스' 등도 일본에만 있는 발상이다.


책을 보면서 깨알 같은 그림과 힐링 되는 목욕탕 문화를 보면서 언젠가 목욕탕 투어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버킷리스트에 적어 두었다. 표지를 벗기면 멋진 그림이 담겨 있다. 이와 같은 마음은 통했는지 드라마 〈목욕 후 스케치湯あか?りスケッチ〉(2022)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한국에도 수입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너무 더웠지만 노곤한 마무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집에 가서 뜨끈하고 노곤하게 푹 담그고 맥주 한 캔으로 마무리하는 금요일을 맞아야겠다. 이번 주도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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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정원 - 산, 들, 나무, 꽃 위인들이 찾은 지혜의 공간
성종상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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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말도 못 할 찜통더위, 아니 끓고 있는 지구. 이럴 때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오래 쐬다 보면 냉방병이 걸리기 쉽다. 자연바람이 절실하다. 이로운 혜택, 나무와 숲이 많아져야 기후변화도 잡을 수 있다. 연일 더운 기운이 몸과 마음을 상하게 만들어 버린다. 휴가고 뭐고 다 필요 없이 그저 무기력해지기만 한다.

그때 만난 책은 성종상 교수의 《인생정원》이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설계학과 교수이면서 조경가다. 그가 설계한 작품으로는 인사동길, 국립중앙박물관, 호암미술관 한국정원 희원, 선유도공원, 용산공원 기본구상, 순천만국제정원박함회장, 천리포수목원 입구정원 등이 있다.


책에는 성종상 교수가 최고로 생각하는 12명의 정원사의 철학과 정원 생활이 기록되어 있다. 퇴계 이황, 정조대왕, 다산 정약용, 모네, 처칠, 헤르만 헤세, 괴테, 안평대군 등. 집과 건물의 일부이면서 이들의 영감이 되어준 정원이 소개되어 있다. 자연에서 얻게 되는 힘과 치유력을 대리 경험하면서 책으로 떠나는 최고의 휴가였다. 정원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장이라는 말에 동의하게 되었다. 정원의 아름다우움 보다 정원에 깃든 역사와 인물사에 중점을 두었다.


인상주의 화가로 알려진 모네는 프랑스 지베르니 집에서 43년 동안 살았다. 화가로 제일 유명하지만 어릴 적부터 꽃과 나무 사이에서 시간을 보내며 정원을 가꾸며 즐거움을 얻었다. "내가 화가가 된 건 아마도 꽃 덕분일 것"이라 했을 정도로 산과 들을 찾아다녔다. 이사를 다니면서도 정원은 꼭 빼놓지 않고 가꾸었는데, 그중 지베르니는 엄청난 정원과 건축학적 집으로 유명하며 혼신의 애정을 쏟은 정원으로 알려져 있다.

모네의 역작 '수련'은 지베르니에서 탄생한다. 풍경은 하루아침에 마음에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했던 모네는 정원을 가꾸고 한참이 지나서야 수련에 관한 그림을 300여 점 그리다 세상을 떠났다. 놀라운 점은 당시만 해도 정원은 하층계급의 노동 현장과 미학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고매한 화가의 정신을 운운하는 기성 화가들에 대항하는 신진 화가들의 영감이 되어주었다.


교수이자 가드너인 성종상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다정한 설명으로 명사와 정원의 고찰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괴테나 처칠이 정원과 건축에 오랜 공을 들였다는 것에 새삼 놀랐고, 한국의 가볼 만한 정원이 더 있음에 환호했다. 오랜만에 도심에서 나고 자라 길들여진 인간이 잠시 동안이라도 자연과의 조화와 힐링을 경험하는 뜻깊은 하루였다. 아파트에 살지만 1층에 사는 할아버지가 곳곳에 소소하게 심어 놓은 맨드라미며 붓꽃, 도라지꽃 등의 조화로 나름의 정원을 보고 있어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다만, 12명은 모두 남성이라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타샤 투더'를 좋아하는데 여성 정원사에 대한 책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옛날이라 여성이 정언을 가꾸는 게 쉽지 않았겠으나 동서양의 조화, 인간과 자연의 만남도 좋지만 성별의 밸런스도 맞췄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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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세계사 - 영화가 새로워지고 역사가 재미있어지는 보다 역사
송영심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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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 세계사》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은 탓인지, 이번 책도 자연스럽게 이끌리게 되었다.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휘리릭 읽어버렸다. 소개된 20개의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어서인지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도 재미있었다.

"이 영화가 이런 영화였나?"라며 다시 보기도 했고, "이런 영화도 있었네..?" 하면서 새롭게 찾아본 영화도 있었다. 장맛비가 연일 내리는 주말 동안 책 한 권으로 동서양의 과거를 넘나들며 가성비 좋은 세계 여행을 한 기분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성경》의 어려운말을 소개된 <부활>을 통해서 이해할 만큼 흥미로웠다.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고 사형을 지시한 로마의 호민관이 서서히 교화되는 과정이 진행된다. 그 어떤 성경보다 쉽고 재미있었다. 완성도는 좀 떨어지지만 조셉 파인즈와 톰 펠튼의 연기가 좋고 광활한 풍경이 체험한듯 펼쳐진다.

 

일러스트와 해시태그로 영화의 장르와 의도를 요약했다. 역사 선생님이 쓴 만큼 고증과 팩트체크가 제대로 되어 있는 지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책이다. 한국사도 어렵지만 방대한 세계사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풀어낼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서유럽에 치중된 관점에서 벗어나 동서양을 아우르는 좋은 영화를 선별했다. 의미와 재미 두 요소를 고루 갖추면서도 완성도 높은 영화를 엄선해 다채로운 구성을 꾸렸다.

세계사가 큰 틀이지만 문명, 사회 문화, 전쟁과 개척, 종교, 인물 다섯 분야로 나눠 각각에 맞는 주제의 영화를 추렸다. 영화의 한 장면을 일러스트로 그려 생생한 현장성과 기억을 복기하도록 도왔다. 무엇보다 가독성이 높아서 책 한 권으로 보지 않았던 영화도 본 것처럼 관람과 지식 두 마리 토끼를 얻을 수 있다.

영화를 고를 때 각자의 기분이 있을 것이다. 수상 전력이 많은 영화, 유명한 배우가 나오거나 감독이 연출한 영화,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아닌 오로지 '세계사' 공부를 위한 포인트를 원한다면 추천한다. 영화나 책은 한 번 보기 보다 몇 번씩 다시 보면 되새기는 삶의 교과서다. 한 번 봤을 때는 몰랐던 부분과 놓쳤던 부분, 잊힌 부분을 새롭게 찾는 N차로 풍요로운 문화생활, 세계사 공부에 도움받기 바란다.

??본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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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
닌겐 로쿠도 지음, 이유라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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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음이 순수해지는 러브 스토리를 읽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 후 변치 않는 믿음이 각박한 세상에 한 줄기 빛이 되어주는 이야기다. 제목은 《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 무슨 의미지?라고 반문하게 만드는 일본 특유의 문장이다.

초여름 같은 대학 동아리에서 만난 미대생 유키는 문학도 나쓰키와 썸 타게 되지만 얼마 후 차가운 반응을 내보인다. 영문을 알 수 없던 나쓰키는 이내 실망하지만. 그럴 새도 없이 유키가 종적을 감추어버려 헤어 나올 수 없는 슬픔에 몸부림친다. 한낱 엔조이 상대로 봤던 걸까? 생각이 생각을 만들어 버릴 때 끝도 없는 구렁텅이로 이끌 때쯤,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 나쓰키는 당황한다.

유키가 겨울 동안 SNS 상에도 현실에서도 급작스럽게 사라진 이유는 희귀병 때문이었다. 유키의 본가에 당도한 나쓰키는 식물인간처럼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유키를 보고 더욱 깊어지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다. 유키의 병이 발병한 건 5살 때부터라고 한다. 10월 말쯤 잠들면 다음 해 2월쯤 깨는 루틴이 반복되지만, 폭설이 오거나 그해 겨울이 길면 1년도 넘게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부터 가족의 삶은 유키에게 맞추며 끝나지 않을 희생의 길을 걸어왔던 거다. 유키의 모든 것을 알게 된 나쓰키는 갈등하지만. 유키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깨달으며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긴 터널을 혼자서 뚜벅뚜벅 걸어가게 된다.

 

소설은 작가 '닌겐 로쿠도'가 실제 투병생활을 하면서 보통 사람처럼 살고 싶었던 순간을 펜 끝으로 전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희귀병, 투병을 소재로 한 일본 영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해도>, <남은 인생 10년> 등 유독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나 소설, 만화가 인기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작가의 삶이 캐릭터와 설정에 녹아들어 가 절절한 마음을 전한다.

읽으면서 내내 차가운 기온 때문에 문제가 생겨 잠을 자게 된다면, 일 년 내내 여름만 있는 나라로 이민 가면 어떨까도 생각했다. 사계절인 일본을 떠나는 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일생을 잠으로 보내다가 죽는다? 온전히 살아가는 것이 힘든 인생은 참 억울할 만한 일이다.

그보다 더 기구한 사람은 남자친구 나쓰키가 아닐까. 여름에만 함께 할 수 있고, 그것 마저도 매해 불투명한 설정은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처럼 퍽 슬퍼져 안쓰러웠다. 일본에서 곧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 질 것 같아 내심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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