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 - 인간만이 갖는 욕망의 기원
브루스 후드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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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의 한계는 어디일까. 물건은 물론이고 무형의 것, 우주의 것도 소유의 대상이 된다. 언젠가 금싸라기 땅이 될지 모를 달의 땅도 사야 하는 시대니까. 이 책은 개인 '소유욕의 근원'을 파헤치는 책이다. 소유 심리학이라고 부르는 우리를 부추기는 것이 무엇인지 짚어 본다. 저자 '브루스 후드'는 어리석은 본능의 일부인 소유욕을 떨쳐내야 한다고 말하지만, 소유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드물다. 무소유. 미니멀리즘. 말이 좋지 현대사회에서는 쉽지 않다.

소유는 동기를 유발하고 경쟁을 부추기며 성공을 유도한다. 인류사의 진보와 혁신은 경쟁의 결과이며, 문명이 확립되었다. 그러나 지나치면 언제나 화를 부른 법. 부도덕, 비이성적, 환경파괴를 야기하고 이로 인한 피해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영화 <파인더스 키퍼스>에서는 자기 발에 대한 소유권을 통해 아이러니한 상황을 들여다본다. 유명해지고 싶었던 '섀넌 위스넌트'는 경매로 구매한 고기구이 석쇠에서 발견된 왼발을 두고 소유권 분쟁이 일어나게 된다. 발의 주인의 '존 우드' 놀라운 사연은 뒤로한 채 둘은 재판까지 가게 되었고, 법원은 존이 발을 갖되 섀넌에게 5천 달러를 지급하라 했다. 내 발을 주운 사람에게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웃지 못할 소유권의 폐해다.


인간만의 욕망 '소유욕'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돈, 물건을 소유해야만 행복하다고 느끼는 인간. 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과시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코자 한다. 많이 비싼 것을 가질수록 훌륭한 존재가 되리라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가장 유용하고 핫한 소유물은 부동산이다. 부동산은 한국의 내수경제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이, 크게, 깊게, 오래 갖고 싶은 마음은 불평등과 불행을 만든다. 빌라왕 사건은 사회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얼마 전부터 부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관심 갖게 된 예술품 재테크는 소유의 흐름이 바뀌고 있음을 드러낸다.


얼마 전 이건희 콜렉션 서울, 과천전에서 봤던 소장품과 소마미술관에서 본 BTS RM의 소장품을 보고 생각했다. 미술계 인플루언서 새싹인 그는 200여 점이 넘는 예술품을 소장 중에 있다는 데, 평소 책과 미술에 관심 많은 것도 한몫하겠지만 안목과 돈이 뒷받침된다는데 놀랐다.

나이가 점점 들면서 물건을 덜 가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선물도 물건보다 먹는 게 좋다. 쓰지도 않을 물건을 관리 보관하는 자릿세도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다. 책도 많이 샀는데 처분도 했다. 이제는 되도록 도서관에서 빌리고 정말 필요한 것만 심사숙고해서 산다. 많다고 다 좋은 건 아닌, 부담도 함께 커진다.

영화 굿즈도 모았었다. 이제 영화 쪽은 주객전도된 지 오래다. 관객 아니 마니아, 아니 업자(굿즈 되팔이를 비꼬는 말)들이 나타나면서 이상하게 변질되었다. 영화를 보고 얻는 굿즈가 아닌 굿즈를 얻기 위해 티켓팅후 영혼만 보내는 일이 많다. 이 상황은 팬데믹으로 가속화되었고, 영세 영화 수입. 배급. 마케팅 회사를 더 힘들게 한다.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를 주말 동안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영화<거울 속의 외딴성>과 <토리와 로키타>를 보면서 불평등의 차이를 제대로 실감했던 하루다. 원하는 걸 얻었다고 욕망은 끝나지 않으며, 다음번에는 더 큰 목표를 위해 욕심부릴 거라는 것을.

만약 '적당히'를 알았다면 인류가 이만큼 발전하지 못했음을 인정하지만 불평등도 커지고 있기에 심한 공포를 느낀다. 세상이 좋은 쪽으로 발전할 거란 낙관론은 사실상 빛 좋은 개살구이며, 이대로 가다가는 암울한 디스토피아가 될 거란 전망을 [택배기사]를 보며 끄덕였다. 저자의 말에 무척 공감했다.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물건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의 진가를 깨닫는 것이다. (중략) 소유를 좇으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에 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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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 - 나를 수놓은 삶의 작은 장면들
강진이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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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때가 있다. 좋은 영화나 책, 그림을 만났을 때인데 최근 따뜻한 것들을 찾아다니던 중 소개하고 싶은 책을 읽었다. 《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라는 그림 에세이. 알고 보니 제목은 오은의 시 '사우나'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어느 장을 펴도 예쁜 그림과 부드러운 글씨가 마음을 붙잡았다. 비 오는 날, 쨍한 날. 하루 하나씩 꺼내 먹는 사과처럼 값진 하루의 비타민이 되어 주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사소한 일상에서 알아차리는 행복만큼 값진 것이 없다고 느꼈다. 평범한 오늘이 하나둘씩 쌓여 비범한 내일, 나의 역사가 되어가는 거니까.


그래, 맞다! 우리는 너무 큰 욕심을 따라가느라 행복이 바로 옆에 있음을, 어렵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님을 잊고 살아간다. 힘들 때 곁에 와주는 반려동물을 따뜻한 온기, 춥고 배고플 때 컵라면 3분을 기다리는 설렘, 너무 더운 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쭉 마실 때의 시원함. 잊고 지냈던 어릴 적 기억까지 더하면 더할 나위 없는 진짜 행복이다.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되자 더 이상 떠올리지 못할 것 같았던 동심도 책 한 권으로 소환할 수 있다. 어쩌면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 그림일기처럼 느껴지지만 곱씹어 보면 동감되고 공유되는 기억이다. 똑같지는 않지만 "나도 그랬어.."라는 공감은 사라져가는 것의 아쉬움까지 동반하는 것 같다.


강진이 화가는 8년 만의 신작을 펴내며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써왔던 일기의 한 페이지를 그림으로 그린 듯 정겨운 삽화가 지난 기억을 붙잡는다. 책을 읽는 도중 신비한 경험을 했다. 오늘 오랜만에 동창이자 동네 친구를 우연히 동네 커피숍에서 마주했다.

두고두고 생각나겠지.

오늘 이 순간이.

서로 동반인이 있어 오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함께 인사하고 근황을 전하던 몇 분이 소중하게 떠올랐다. 더불어, 잊고 지냈던 그 친구와의 추억도 새록새록 지나갔다. 함께 잡지에 편지를 쓰고 주고받았던 때, 참 귀엽고 어렸는데, 벌써 나이 들어 두 아이의 엄마라니. 친구가 대견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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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것들
앨러스데어 그레이 지음, 이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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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선함은 내가 기준이 될 수 없어, 벨.

나는 너무도 약한 사람이야.

나는 블레싱턴 장군만큼이나 가여운 놈이라고.

우리 두 사람 모두를 경멸할 마음의 준비를 해 둬. "

P318

이름도 독특한 그리스 출신 '요르고스 란티모스'감독의 얼마 만의 신작인가. 참 좋아하는 감독이다. 사람을 참 불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데 과한 서늘함이 섬뜩함이 되기 전 적당히 맺고 끊음을 할 줄 안다. 불분명한 경계를 즐긴다. 불쾌한데 자꾸만 보게 되는 매력. 재작년에 본 단편 <니믹> 이후 괴상하고 이상한 영화를 오래 기다려 왔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서 호흡 맞춘 '엠마 스톤'과 <Poor Things>(푸어 띵스)를 완성했다. '윌렘 데포'가 창조주, '마크 러팔로'가 던컨을 맡았다. 엠마 스톤은 차기작 <AND>(앤드)에도 출연한다. 벌써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과 3번째 협업이다.

아..기여코 이 소설을 영화화하는구나! 스코틀랜드의 위대한 소설가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기이한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그는 19세기의 문건을 몰래 빼돌려 편집해 재출간한 인물로 소설 속에 등장한다. 전지전능한 작가이자 문서들을 편집한 편집자인 셈. 빅토리아 풍으로 쓴 20세기 패러디 소설쯤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소설은 무척 방대한 지식과 상상력, 형식 파괴를 넘나든다. 다량의 문서는 편지, 일기, 보고서, 인물 소개, 삽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의과생(아치볼드 맥캔틀리)의 회고록이자 한 여성 '벨라 백스터의 사용설명서', 종의 기원, 완벽한 뻥이다.



저자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완벽히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액자식 구조라고 딱 잘라 말하기 힘든 두껍고 깊이 있는 문화인류학 백과사전 같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시체로 완성한 괴물은 사실 이름이 없다. 자기랑 같은 종족을 하나 더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거절하고, 이에 따라 비극이 일어난다.

그러나 벨라는 아름답다는 '벨라'와 종소리 '벨(Bell)'이란 이름을 얻는다. 자신의 아버지 고드윈은 '갓(God)', 정혼자 맥켄들리를 '캔들(Candle)'이라 부른다. 난자와 정자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성장 방법도 특이하다. 계속 남성을 만나면서 언어와 지식을 업그레이드하게 된다. 성인 여성의 몸에 태아의 뇌를 삽입한 탓에 어눌한 말투와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일삼는다. 하지만 놀랄 만큼 성욕이 왕성했는데 주변의 남성들이 희생양이 된다. 성차별, 제국주의, 빈부격차, 계급사회, 공중보건, 신의 유무, 여성참정권, 노동권 등을 논쟁을 체득하며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고전이 비유된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소설의 모티브이자 레퍼런스이며, 에밀리 블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고드윈(갓)과 벨라의 운명을 암시한다. 《폭풍의 언덕》에서 히스클리프와 캐시는 비극을 맞기 때문. 던컨과의 운명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의 악마 메피스토와 젊음을 되찾는 파우스트로 관계로 묘사한다. 결국,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멀리 떠나 실종 상태였지만 벨라는 의사가 된다. 소녀, 엄마, 매춘부를 돕는다. 또한 현대적인 피임법을 알려준다. 괴물이 될 뻔했지만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성장해 사회의 도움이 되는 여성이 된다. 페미니즘의 해설도 가능하다.


-------------------스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맥켄들리가 쓴 허구의 이야기 속 인물일 수 있다. 빅토리아 맥켄들리가 훗날 남편이 쓴 문서에 추후 첨부한 문서(자식들에게 남긴)를 통해 추측해 볼 수 있다. 사실 벨라는 동성애자였으며 고드윈을 사랑했지만 유전된 성병으로 육체적 결합을 원치 않아 둘은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이다. (사실은 프랑켄슈타인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존재여서 일 것으로 추측)

그러다가 고드윈을 존경하는 의과대생 맥켄들리를 만나 성적 쾌감을 느낀다. 진정한 사랑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남편으로 맞아들여 대를 이어갔던 것. 중간에 쾌락을 실험해 보고 싶어 웨더번과 밀월여행도 떠난다. 나이가 들어 지금까지의 일과 남편이 남긴 상상을 덧붙여 '믿거나 말거나' 식의 '원스 어폰 어 타임'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전 세기의 문서를 발굴해 편집자의 소개로 소개하는 형식을 읽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기묘한 형식의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야기다. 그로테스크한 삽화 또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인간의 장기, 뼈, 성기 등을 묘사하고 있다. 공개된 영화 스틸과 예고편을 보니 벨라 외모가 거의 엠마 스폰 판박이라 놀랐다. 고드윈의 외모를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처럼 묘사한 것도 원작의 오마주로 보인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소설이 소설 속 소설, 소설 속 편지, 문서 등으로 쓰인 게 유행이었던 것 같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도 비슷한 형식이다.

물론 《가여운 것들》은 90년대 쓰였지만 19세기 스타일로 쓴 흥미로운 소설이다. 독특한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재해석, 영화 원작 소설을 원한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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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불안하다면 - 불안감을 추진력으로 바꾸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
트레이시 데니스 티와리 지음, 양소하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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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인간 본성의 특징이라고 한다. 저자가 수호성인이라고 부르는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에 따르면 "올바른 방법으로 불안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궁극적인 것을 배우는 일이다."라고 한다. 이 책은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하듯, 올바른 방법으로 불안해하는 처방이 담겨있다.

불안 없이 살길 희망하지만 불안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불안은 인간 삶의 원동력이며, 문명의 시초다. 불확실성은 생존의 열쇠로도 불리는데 창의성도 만들어준다. 다른 상황에 대비하고 무언가를 학습하고 행동하게 된다. 3년간 팬데믹을 맞은 인류만 봐도 그렇다. 다양한 방법으로 극복하려 했고, 디지털 문명을 앞당겼다.

만일 불확실성이 출발 신호를 알리는 권총이고 불안감이 결승선까지 버티게 하는 에너지라면 창의성은 가능성으로 가득 찬 레이스 그 자체다.

p181

불안은 완벽주의와도 친구다. 실패의 두려움에 가능성마저 차단하는 나쁜 친구. 완벽주의보다 완성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 보자. 자신을 괴롭히고 고군분투하며 창의성을 본격화지만 도를 지나치면 화를 입는다. 얼마 전 내가 겪었던 불안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해 동심원을 그려 나를 잠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아졌고, 불안을 줄이기 위해 다른 행동으로 했다. 결국 인간은 불안과 뗄 수 없는 동물이지만 적절히 이용하면 성장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인간은 마구 없애도 생기는 죽일 놈의 불안을 시시포스처럼 반복하며 죽는 순간까지 불안해한다. 때문에 불안을 친구처럼 받아들이고 곁에 두어야 할 대상으로 여겨보는 거다. 패러다임을 변화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불안을 조금이나마 극복하려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저자의 말대로 불안을 원동력 삼아 추진제로 써보자.

올바른 방법으로 불안해하기

-불안은 미래에 관한 정보다. 불안에 귀를 기울여라.

-불안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당분간은 그냥 내버려 두어라.

-만약 불안이 유용하다면 그 불안으로 목적성 있는 무언가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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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미원조 - 중국인들의 한국전쟁
백지운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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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전쟁을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한국전쟁을 부르는 중국의 공식 명칭은 '항미원조전쟁'이다. 몇 해전 K 팝그룹 내 중국 멤버들이 항미원조 70주년 기념글을 SNS에 올리면서 더욱 논란이 되었다.

얼마 전 장진호 전투의 기적이라 말한 윤대통령이 미국 의회 발언도 연관있다. 이후 중국 관영매체의 CCTV 군사채널 CCTV7에서는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다]를 긴급 편성하기도 했었다. 항미원조전쟁은 환영받지 못했던 소재였지만 2021년 <장진호>가 나오면서 달리 진다. <장진호>는 중국 박스오피스 최대 흥행작이다. 한국전쟁 동부전선에서 중국과 미국이 치열하게 맞서 싸운 전장 장진호 전투를 다루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항할 국가로 성장하게 되면서 항미원조란 단어를 적극적으로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정부의 무역 갈등에서 시작해 바이든 정부의 미중대결의 정치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드러내놓고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모호한 레드라인이 숨겨져 있어, 건드리기도 쉽지 않지만 잘못 건드렸다간 고욕을 치르기 십상이다. 건국 이래 항일전쟁과 해방전쟁(국공내전)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들이 수없이 쏟아진 데 비해, 항미원조에 관한 작품 수가 현저하게 적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p47

중국 입장에서 항미원조전쟁(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은 억눌려왔던 금기사항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와서 오히려 대중문화를 통해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같은 전쟁이지만 한국과 중국의 기억에서 서로를 지우고 있는 아이러니다.

중국에서 그동안 항미원조전쟁은 탁구의 엣지볼로 비유되었다. *주선율(개혁개방 이후 소련식 선전 영화를 대신해 당과 국가 이데올로기 선전, 대중 교양 담당 영상 장르) 장르에서 항일전쟁과 월등하게 차이 났다는 거다. 90년대 이후 TV 드라마 영역이 커지지고 할리우드식 서사의 장치들이 도입되면서 확장되었다.

70년간 중국에서는 항미원조전쟁을 '미국'과의 관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왔다. 최근에는 중국 애국주의의 발흥 과정에 시용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전쟁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감추고 싶은 전쟁이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입장 사이에서 전쟁이 어떤 의미로 둔갑하는지 깊게 다루고 있다.

주선율 장르 세 가지 유형

1) 항일전쟁과 해방전쟁 및 건국 과정을 다룬 역사물

2) 혁명적 모범 인물을 조명한 전기물

3) 앞의 두 유형을 종합하여 영웅적 이미지를 만들어낸 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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