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형의 빅히스토리 Fe연대기
김서형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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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빅히스토리 유라시아센터 연구교수 김서형이 말하는 <Fe> 연대기를 보며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 , 를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인간만을 역사적 분석 대상으로 삼았던 시각과 관점을 넘어 생명과 우주로까지 대상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빅 히스토리라 정의한다. 다양한 생명체들과의 공존을 위한 논의 확대는 인류세 논의와도 공명하는 바다


주제는 자기장에서부터 식물의 광합성에 이르기까지 관련되는 것이 철이다. 자기장은 행성이 자전하는 과정에서 외핵의 철 성분이 회전함에 따라 발생한다. 지구 자기장은 시속 1600만 킬로미터 속도로 날아오는 태양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철은 과거 시기의 산소 농도 측정 도구로도 작용한다


호주 필바라에는 검붉은 부분과 흰 부분으로 구성된 산화철 퇴적층이 빈번하게 발견되는 산화철 퇴적층이 있다. 대기 중 산소가 풍부해 철이 산화되면 검붉은 부분이 형성되었고 반대 경우 흰 부분이 형성된 데 따른 것이다. 대기 중 산소 농도는 생명체의 진화와 멸종에 큰 영향을 미쳤던 요소들 가운데 하나다. 철은 포도당을 만드는 데 있어 중요 역할을 한다. 부족하면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것이 철이다


대륙 빙상(氷床; ice sheet)의 철이 온난화로 녹아 바다로 유입되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증가한다. 이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온난화를 막는다. 이상한 관계다. 철은 농경이 시작된 이후 잉여 생산물을 얻기 위해 발생했던 일련의 기술 발전 속에서 도시와 국가가 탄생하는 데 필요한 도구와 무기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했던 원료다.


18세기 영국은 증기기관을 원동력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을 일으켰다. 대표적인 것이 제철공업이다. 당시 철 제련의 중요 재료로 쓰인 것은 석탄이었다. 증기기관은 소빙기에 나무 대신 석탄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지하 갱도로 흘러드는 물을 퍼올리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영국은 풍부한 철과 석탄을 이용해 가장 먼저 산업혁명을 이루었다


미국과 구 소련의 우주 경쟁에서도 철은 매우 중요했다. 우주선을 만드는 재료였기 때문이다. 우주선은 초합금으로 만들어지는데 이는 철 함량을 50 퍼센트 아래로 낮추고 니켈과 크로뮴의 함량을 증가시킨 것이다. 별은 수소를 이용해 빛을 낸다. 수소 원자들은 융합해 헬륨을 만든다. 태양은 중심 온도가 1500만도 이상이다


이 온도에서는 수소 원자들이 융합해 헬륨을 만들 수는 있지만 헬륨 원자들이 융합해 다른 원소를 만들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별이 헬륨을 모두 사용하면 새로운 원소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 시작된다. 우주의 온도가 10억도가 되면 헬륨 양성자들이 융합해 점점 더 빠른 붕괴, 융합 과정을 통해 내온, 산소, 규소 등을 만든다. 그리고 우주의 온도가 30억도 정도 되면 규소를 철로 만드는 융합이 시작된다


철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온도가 높은 별 안에는 수소에서부터 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소들이 가득 찬다. 그리고 별의 중심이 철로 가득해지면 더 이상 융합은 일어나지 않고 초신성 폭발이 일어난다. 별이 폭발하면서 다양한 원소들이 별의 주변과 우주 전체로 퍼진다. 물론 우주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원소는 수소, 헬륨으로 98퍼센트에 달한다


헬륨 이후의 원소들은 2퍼센트 정도이지만 이것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해 생명체, 인간, 세상의 모든 것들을 만든다. 초기 지구는 오늘날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었다. 매우 뜨거워서 모든 것이 녹은 상태였다. , 니켈, 마그네슘 같은 무거운 물질들은 지구 중심으로 가라앉아 지구 핵을 형성했다. 가벼운 물질들은 핵 위를 떠다니게 되었다. 이것이 맨틀이다


아주 가벼운 물질들은 지각을 구성했고 가장 가벼운 물질들은 대기를 형성했다. 이후 오래도록 비가 내려 지구 온도가 내려갔고 바다가 형성되면서 다른 행성들과 달리 생명체가 등장할 수 있는 조건들이 만들어졌다. 138억년 전 아무것도 없었던 우주에서 빅뱅이 나타났고 이후 별과 원소가 등장하면서 우주는 점차 변화했다


온도나 중력 차이에 따라 원소나 물질들이 결합하면서 태양계 형성처럼 이전 우주에는 없던 새 현상이 나타났다. 45억년 전에 발생했던 초신성 폭발로 태양, 지구 등의 여러 행성들이 만들어졌고 달이 만들어졌다. 지구는 탄소, 산소, 질소 등 다양한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고 물이 있다


35억년 전에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했고 25억년전에 세포막으로 둘러싸인 핵을 가진 진핵생물이 등장했다. 10억년전쯤 다세포 생명체가 탄생했다. 47500만년전 다세포 생명체들이 바다에서 육상으로 이동했다. 폐로 호흡하게 되었고 다리가 출현했다. 6500만년전 소행성 충돌과 그로 인한 기후 변화로 당시 지구를 지배했던 거대 파충류 공룡이 멸종하고 포유류가 나타났다.


1만년전 농경의 출현은 빙하기가 끝난 것, 급속한 인구 증가 등과 관련이 있다. 저자는 우주 탄생 이후 별과 행성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생명체들이 탄생하고 진화하는 빅히스토리의 관점에서 인간은 끊임 없이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했다고 말한다.(283 페이지) ‘Fe 연대기는 흥미진진한 책이다. 우주, 지질, 기후, 생태에 이어 인류세 논의까지 아우른 책이면서 흥미 있게 읽힌다. 우리가 빅히스토리를 읽는 이유는 인류세를 논해야 하는 위기상황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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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역사학자들은 흑사병으로 인해 유럽에서는 석탄을 사용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고 말한다. 석탄의 검은 색이 환자들의 피부가 검게 변해 죽는 치명적인 페스트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에도 시대 말기에 일본 근해에 출몰한 배를 가리키는 역사 용어인 흑선(黑船)은 어떤가. 흑선이란 배의 내수성(耐水性)을 높이기 위해 검은색 타르를 바른 데서 비롯된 용어다.

 

암흑물질은 어떤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로 검다는 표현은 상징적이다. 현(玄)은 어떤가. 검다기보다 아득하거나 현묘하다는 의미다. 그러함은 현무암을 볼 때마다 느끼는 바이다. 현무암이 제주에만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득하고도 현묘하다고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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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5 ~ 6회 정도 고양 풍산(楓山)역 인근에 간다. 설문 IC를 통해 시로 들어간다. 설문이 무엇일까 검색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1) 설(卨)씨 문중이 많이 살았기에 설문(卨門)이라 부르다가 일제가 실시한 행정지명 개칭사업에 따라 설문(雪門)으로 바뀌었다, 2) 조선시대에 정려문(旌閭門)이 있는 마을이라 하여 설문이라 부르게 되었다 등 두 가지 설이 있다. 설문은 雪門일까? 그렇다면 왜 눈 설자를 쓰는 것일까? 설에 고결하다, 표명하다(태도나 의사를 분명히 하다) 등의 의미가 있는데 그것 때문일까?

 

다시 말해 나타내다, 밝히다 등의 의미가 있는 정(旌)을 표명하다란 의미가 있는 설(雪)로 바꾼 것일까? 파주와 맞닿아 있는 동이자 법정동인 설문동은 고봉동(행정동)에 속해 있다. 연천에서 고양에 진입하려면 일산 동구 고봉동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지난 1월부터 고양 풍산역 인근에 가게 되었으니 나의 고양 여행은 10개월째다. 그러니 이제 설문에 대해 서툰 생각이나마 갖는 것은 많이 늦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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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4
얼 C. 엘리스 지음, 김용진.박범순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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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란 너무나 강력해진 나머지 자기 자신을 포함한 지구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갖게 된 인간종이 지배하는 시대를 말한다. 다른 말로 인간의 활동이 지구의 생태계와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1922년 구소련 지질학자 알렉세이 파블로프가 인류세란 말을 처음 사용했지만 그것은 구소련을 벗어나지 못했다.

 

1980년대 미국 출신의 생물학자 유진 스토머(1934 - 2012)도 사용했다. 2000년 이후 네덜란드 출신 대기화학자로 오존층 파괴 원인을 밝혀 노벨화학상을 수상(1995년)한 파울 크뤼천(Paul J. Crutzen; 1933 - 2021)에 의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파울 크뤼천은 ‘핵겨울'이라는 개념도 처음 쓴 분이다.

 

핵전쟁이 불러올 기후재앙을 경고했다. 핵전쟁이 일어나면 도시와 산림, 농경지, 석유 및 가스전으로 불이 번지면서 엄청난 연기가 대기로 날아가 햇빛을 차단하는데 이로써 지구 표면이 냉각되어 전 세계 농업생산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지구 전체 역사(46억년)를 하루로 환산할 경우 인류의 등장은 12월 31일 자정을 몇 시간 남겨둔 시각에 이루어졌다. 지질시대는 선캄브리아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이루어졌다. 인류세는 신생대 제3기(팔레오세, 에오세, 올리고세, 마이오세, 플라이오세)와 신생대 제4기(플라이스토세, 홀로세)에 이은 시대다. 현재는 지질시대 중 가장 최근에 해당하는 시기인 260만년전에 시작된 제4기로 그 가운데 홀로세(완전히 최근이란 의미)다.

 

인류세가 인정된다면 홀로세 다음의 인류세가 되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시기는 20만년전(’전곡선사박물관‘ 자료)이다. 지질시대를 다루는 전문가들은 우리 행성을 형성하는 지질학적 과정에 의해 암석에 물리적인 흔적이 남아야만 지질학적 연대표를 직접 구성해낸다고 밝힌다. 지질학자 중 층서(層序) 기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을 층서학자라고 한다.

 

그들이 지질학적 시간을 뚜렷하게 구분되는 단위로 나누는 것은 지구의 역학이 불연속적이라고 믿어서가 아니라 그런 방식이 실용적이기 때문이다.(243 페이지) 층서학(stratigraphy)은 지층의 기원, 구성, 분포를 다루는 학문이다. 지층의 수직면은 시간 차원, 수평면은 공간 차원을 나타낸다. 지질시대 구분은 층서학자들의 소관이다.

 

지질시대로 등록되려면 지구 시스템의 변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적절한 종류의 층서학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 층서학자들이 연구하는 물질적 기록의 특징은 복잡하고 혼합적이며 통시적이다. 한 사회, 한 가구가 흔적을 남긴다고 해도 다음 세대 샤람들은 같은 곳에 도랑을 치고 터를 닦고 무덤을 파며 건물을 짓고 쓰레기를 버리고 잔해를 남기면서 퇴적물을 변화시킨다.

 

이후에 홍수를 비롯한 자연현상 때문에 흙이 덮이기도 하고 새로운 공사를 위해 퇴적층의 상당 부분이 제거되기도 한다. 지층의 어떤 부분은 지하 묘지, 깊은 우물, 지하터널 등으로 뚫려 있을 수도 있다. 어떤 부분은 경작한 토양, 인공 습지, 매립지, 수천년 동안 여러 겹의 정착지의 흔적이 만들어진 언덕(중동에서 흔히 발견되는 ’텔; tel’이라 부르는 고고학적 지층)으로 덮여 있을 수 있다.(163 페이지)

 

17세기 후반 덴마크의 해부학자 니콜라스 스테노(니콜라우스 스테노; 1638 - 1686)에 의해 층서학이 시작되었다. 층서학에 의하면 상대적으로 새로운 층은 오래된 층 위에 형성된다. 이를 누중법칙(law of superposition)이라 한다. 또한 퇴적암은 원래 수평으로 형성된다. 그리고 연속적인 층으로 형성된다.

 

스테노는 후원자인 메디치가의 페르디난도 2세의 부탁을 받고 ’글로소페트라(Glossopetrae; 혀 돌; 설석; 舌石)’라는 1,270kg의 화석화된 상어 이빨을 절개하게 되었다. 그것은 마법의 힘이 있는 것으로 믿어진 물질이다. 당시 그 물질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라 생각되기도 했고 몰타 섬에서 독사에 물리고도 해를 입지 않은 사도 바울의 기적(사도행전 28장 3, 4, 5절)으로 인해 독사 이빨 모양으로 자라게 되었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스테노는 글로소페트라와 상어 이빨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둘이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정 층위 안의 물리적 특성(광물 구성, 질감, 색상)과 화석 내용물을 통해 층위를 변별할 수 있으며 심지어 다른 지역의 다양한 암석 형성물과도 그 층위의 상관 관계를 규명할 수 있다.

 

스테노 이후 한 세기가 지나 광산 측량사 윌리엄 스미스(William Smith; 1769 ? 1839)에 의해 층서학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윌리엄 스미스는 화석 천이(遷移) 법칙을 밝혀냈다. 최근에 생성된 지층일수록 진화된 화석이 나옴을 의미하는 법칙이다. 전 지구적 변화를 인지할 수 있는 지질 기록이 보존된 곳을 표준층서구역(GSSP, Global Boundary Stratotype Section and Point)이라 표시한다.

 

표식의 모양과 형태가 황금색 못을 박은 것과 비슷해 '황금못'(Golden Spike)이라 부른다. 그곳을 조사하면 특정 지질연대의 경계를 가늠할 수 있다. 고고학자 메슈 에지워스 등은 고고학과 지질학은 연결되어 있고 동일한 층서학적 원리를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고고학적 시대 체계는 일반적으로 구석기 시대부터 시작된다.

 

플라이스토세와 함께 구석기 시대가 끝나고 홀로세와 함께 중석기와 신석기 시대가 시작되었다. 에디아카라기는 6억3000만~5억4200만 년 전 신원생대 시기다. 생물이 대거 나타난 고생대 캄브리아기 직전에 해당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에디아카라다. 생물체가 대거 출현한 ‘캄브리아 폭발’ 이전에 완벽한 상태의 다세포 생물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에디아카라군이 주목된다.

 

인류세 시작점은 18세기 중반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보기도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다. 1769년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개량했다. 그는“산업혁명의 아버지“다. 세계 첫 증기기관차는 1804년 트레비딕의 페니다렌호다. 선로 궤도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1740년 이후 유럽은 소빙하기를 겪었다. 아일랜드에 7주간 서리가 내렸다. 아일랜드 인구의 20퍼센트 이상 굶어죽었다. 추위를 피하려고 목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용량이 급증했다. 가격이 급등하자 사람들은 새로운 연료를 찾아나섰다. 석탄은 지질시대에 식물이 퇴적되어 매몰된 후 열과 압력에 의해 만들어진 광물이다. 고생대 석탄기는 3억 6700만년전 - 2억 8900만년전에 이르는 시기다.

 

수요 급증에 따라 노천 탄광뿐 아니라 땅속 탄광에서도 석탄을 채굴하게 되었다. 광산으로 스며드는 지하수를 퍼올리는 과정에서 개발된 기술이 증기기관이다. 20세기 중반(1950년 이후) 인간활동 및 환경변화의 속도가 극적으로 증가한 것을 인류세의 시작으로 보며 그것을 거대한 가속으로 정의하는 사람들도 있다.

 

“의심할 바 없이 지난 50년 동안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바뀌었다. 인간이 촉발한 변화의 규모, 공간적 변화, 속도는 인류 역사에서 전례가 없었으며 아마 지구 역사의 차원에서 보아도 그럴 것이다. 지구 시스템은 이제 기존 자연계에서 나타나던 변이 범위를 넘어섰다는 의미에서 유사체 없는 상태로 작동하고 있다.”(미국 기후학자 윌 스테판)는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육지 생물권의 3/ 4이 직간접적으로 인간의 토지 사용 때문에 변화했다. 직접적인 인간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육지 생물권의 1/ 4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 춥고 건조하며 척박한 곳들이다. 인간이 땅을 사용해서 환경에 미치는 결과는 온실가스 배출, 환경오염, 토양침식, 자연 서식지 소실, 생물 멸종, 외래종 도입 등 다양하다.

 

인류세 실무단은 인간 활동이 남긴 층서적 증거를 찾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45년에 시작해 1963년, 1964년에 정점을 찍은 핵무기 실험 과정의 부산물(방사능 낙진 퇴적층), 플라스틱 퇴적층, 화석 연료의 불완전한 연소 때문에 생기는 블랙 카본 등이 유력 증거다. 인간의 시대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고학계 내부에서 먼저 나왔을 법도 하다.

 

불을 이용해서 땅을 정리하는 능력에서부터 다른 생물종을 길들이고 땅을 경작하는 능력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생물도 인간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강력하게 환경을 바꾸지는 못한다. 인류세는 멸종과 관련된다. 지금껏 11번의 멸종이 있었다. 그 가운데 5번은 대멸종이었다.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이상 고생대), 트라이아스기, 백악기(이상 중생대) 등에 있었던 일이다.

 

인류에 의해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인류세의 시작 시기로 볼 곳들이 많다. 거대동물이 멸종한 플라이스토세(홀로세가 가장 최근을 의미한다면 플라이스토세는 대부분 새로운이란 의미다.) 후기, 농업이 시작되고 퍼져나가면서 특히 쌀 생산으로 인해 대기 중 메탄이 증가한 5000년전, 인위적 토양이 확산된 2000년전, 글로벌 체계가 확립된 약 500년전, 산업혁명이 시작된 약 200년전...

 

굳이 새로운 GSSP를 제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단지 이름을 바꾸어 부르면 된다는 것이다. 고고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지구환경을 변화시키는 일은 결코 최근의 현상도 아니고 특별한 현상도 아니다. 인간 세계는 언제나 인간 스스로가 만들고 변화시켰다.

 

지구 역사에 존재했던 거의 모든 인간 사회는 자신의 선조들이 이미 변화시켜놓은 환경 속에서 살아갔다. 과거의 인간이 토양에 남긴 흔적은 수백년, 심지어 수백만년이 지나도 남아 종의 구성이나 식물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인간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은 인류의 영향이 미치기 이전의 생태라는 믿음이 현재의 생태 패턴이나 생태 과정을 이해하는 데 심각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179 페이지) 호수에서 추출된 오래된 퇴적물 코어는 장기간의 생태 변화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 기록들은 인류가 생태계에 일으킨 교란이 얼마나 복합적인지를 말해준다.

 

저자는 멸종은 새로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물종의 99퍼센트는 멸종했다. 현재 척추동물의 멸종률은 기본 멸종률보다 적어도 열 배, 많게는 천 배 정도 높다. 멸종을 확인하는 일은 특정 종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보다 어렵다. 존재 확인은 한 번에도 가능할 수 있지만 멸종 확인은 마지막 개체까지 해야 한다. 물론 멸종을 확인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하지 않고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존재 확인보다 멸종 확인은 어렵다.

 

동질세란 개념도 있다. 지구의 생물종이 섞이는 현상을 말한다. 인간 사회는 자연계를 교란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인간의 사회시스템은 지구 시스템 내에서 이미 행성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힘으로 부상하였다.(203 페이지) 인구 증가 속도가 더뎌지고는 있지만 부유한 인구 집단이 더 많은 자원을 요구함에 따라 식량, 물, 에너지 등 자연 자원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사회학자 아일린 크리스트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인간 지배의 시대를 인정하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소유권과 파괴를 정당화하게 되고 자연을 더욱 변형시키고자 하는 미래의 거대한 프로젝트에 터를 닦아줄 뿐이라고 주장했다.(213, 214 페이지) 인간은 무엇이든 시도해도 괜찮다, 인간에 의한 지구 변형을 제한하려는 노력은 구시대적이다 등의 말이 있을 수 있다.

 

자연보전주의자들은 인류세 개념에 반대한다. 지구 생태계가 인간에 의해 전적으로 변형되었다고 선언하는 일은 과장이고 자연보전에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무력감을 조장한다는 주장도 있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 전체가 급격한 지구적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타당하지 않다고 말한다.(222 페이지)

 

저자는 2005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중국이 산업 발전을 위해 대규모로 화석연료를 태우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로 미국은 이미 한 세기 이전에, 영국은 미국보다 수십 년전에 현재의 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도달해 있었다고 말한다.

 

자본세는 인류세의 대안으로 많이 거론되는 개념이다. 툴루세란 개념도 있다. 인간이 지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단 한 가지만 존재할 수 없다. 기술화석이라는 말이 있다. 강철 대들보, 전기 전선, 플라스틱 등의 인공 물질이 호수나 해양 침전물, 매립지 등 층서 퇴적층에 남아 화석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기술화석이라 한다.

 

이미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의 다음 빙하기가 10만년 정도 늦춰졌다는 증거가 있다. 지구 기온이 올라가면 식량 체계 파괴, 가뭄 증가, 극심한 폭염, 해수면 상승, 혹독한 폭풍, 각종 사회적 피해가 나타나고 그에 대처하는 사회적 비용도 증가할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구공학적 전략들이 필요하다.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고 저장하기, 나무 심기, 토지 경작 줄이기, 토양에 숯 묻기, 해양 비옥화하기, 여타 생물학적 탄소 흡수량 및 저장량 증대시키기 등이다.

 

파울 크뤼천은 성층권에 빛을 반사하는 미세한 황산염 에어로졸 입자를 주입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 방법은 부작용 우려도 크다. 인류세란 단어는 2014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었다. 브뤼노 라투르는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저지른 잘못은 그가 오만하게도 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새로운 존재(괴물)를 창조한 데에 있지 않고 그 피조물을 방치한 데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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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천 보문3교 다음의 용문교 가까운 곳에 마련된 박완서 작가님, 이쾌대 화가님의 벽화 초상화 및 설명 글을 보고 읽었다. 진행 방향으로 계속 가니 돈암동 성당이 보이고 성북구청이 보였다. 안암 5거리에서 선농단 가는 길에 본 제기동 성당에 이어 다시 성당을 만난 것이다. 이 성당은 박완서 작가가 쓴 2004년 소설 ‘그 남자네 집’에 등장하는 성당이다.

 

“안감내만 찾으면 그 집을 쉽게 찾을 줄 알았다. 성북동 골짜기에서 발원하여 삼선교, 돈암교를 거쳐 우리 동네 앞을 흐르던 개천을 우리는 그때 안감내라 불렀다.”..돈암동 성당의 본당은 혜화동 성당이고 혜화동 성당의 본당은 종현(鍾峴) 성당이다.(종현 성당은 지금의 명동 성당이다.) 성북 보문, 안암 지역이 아늑하게 느껴지는 것은 성당, 그리고 성북천의 수더분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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