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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로벨리의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를 읽고 서평을 썼다. 일요일을 틈타 아침 8시부터 읽기 시작해 밤 9시 정도에 서평까지 마무리했다. 무려 16000자나 되는 서평이었다. 출간 당시 구입하려다가 말고 8년이 지난 시점에 빌려 읽었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8년이 지나 자신감이 생겨서 읽게 된 것은 아니다. 그제 파평도서관에 있는 것을 보고 어려우면 반납하고 다음 기회를 찾자고 생각하고 빌린 것이다. 8년이 지났지만 물리학 책은 20년전~15년전에 많이 읽었을뿐 그 이후로는 거의 읽지 않았기에 실력이 늘고 말고 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요즘 물리학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지구과학 공부에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 하지만 별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물리학 책은 그 자체로 매력이 있다. 이 점 때문에 계속 붙잡고 있는 것 같다.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다만 일시적인 호기심의 발로는 아니라 확신한다.

 

어떻든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는 어렵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그의 다른 책인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중고로라도 사서 비치해두고 찬찬히 읽고 싶다. 오늘 읽은 책에 부분적으로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설명되어 있어서 읽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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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가을 이후 자주 가는 식당 사장님이 조심스럽게 내게 무슨 일을 하는지 물었다지질 해설사입니다라고 답했더니 당신이 다른 해설사들을 몇 명 아는데 그 분들과 내가 무언가 달라 묻게 되었다고 말하셨다. 그래서 어떻게 다른가요? 라고 물으니 사장님은 내가 진품명품 같다고 이야기 하셨다. 사장님은 아마도 나와 동료가 식사하며 나눈 대화를 바쁜 중에도 들었을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해설사들이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고 답했다. 내가 한 이 말은 입증된 바이지만 근본을 헤아리면 관건은 스스로 동기(動機)를 찾느냐의 문제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지질해설사이기에 지질에 중점을 두지만 그럼에도 지구과학의 주요 다른 구성 요소인 천문, 대기, 해양에도 어느 정도는 관심을 가지고 공부도 하고 주요 이론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 다른 해설사들은 지질만 하거나 지질도 안 한다는 차이가 있고 근본적으로 나는 연 1회의 시연, 필기 같은 최소의 압박 요인마저 없기에 공부하지 않아도 되지만 하는 것이고 다른 해설사들은 압박 요인이 없어서 필요를 느끼지 않아 안 하는 것이다.

 

아니 거기서 더 나아가 나는 지구과학 공부에 도움을 얻기 위해 물리학, 천체물리학, 화학까지 공부하니 다른 해설사들 눈에 그런 나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부는 좋은 것이고 필요한 것이다. 지질박물관장을 역임한 이승배 씨는 '우리 땅 돌 이야기'라는 책에서 영월의 굴곡 많은 지질과 단종의 굴곡 많은 인생을 한 차원에 놓는 글을 썼다. 굴곡 많은 지질이란 뜻은 영월이 습곡과 단층의 흔적이 뚜렷한 땅이라는 의미이고 굴곡 많은 인생이란 단종이 영월에서 한많은 유배 생활을 했음을 뜻한다. 역사를 끌어다 지질을 설명한 것이다.

 

이론 물리학자 리사 랜들은 '암흑물질과 공룡'이란 책에서 공룡 멸종에 대해 논했다. 공룡 멸종과 관계된 유력 후보 지역인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칙슬루브 충돌구 이야기를 하며 실험물리학자 루이스 앨버레즈의 활약상을 언급했다. 루이스 앨버레즈가 주목한 것은 탄소질 콘드라이트였다. 그의 아들인 지구과학자 월터 앨버레즈가 쓴 '이 모든 것을 만든 기막힌 우연들'"우주 지구 생명 인류에 관한 빅 히스토리"라는 부제를 가진 책이다. 나는 빅 히스토리는 아니지만 스몰 히스토리 이상을 지향한다. 

 

루이스 앨버레즈는 핵무기를 만드는 맨해턴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B 29 폭격기에서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파괴력을 측정하는 임무를 맡았다. 루이스 앨버레즈는 2차 우주선(宇宙線)인 뮤온을 이용해 피라미드 내부를 촬영한 인물이 되었다. 지구과학, 물리학, 고고학, 역사학 등은 이렇게 만난다. 뮤온으로 피라미드 내부를 보는 것은 엑스선으로 인체 내부를 보는 것과 원리가 같기에 의학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코스믹 쿼리'라는 책에서 지구의 물이 모두 증발하면 판운동도 멈추게 된다는 말을 했다. 여기서 물이 하는 역할이 드러난다. 물은 마찰을 줄여 판을 움직이게 해준다. 물은 석영암맥 형성에도 관여한다. 우주배경복사, 중력파, 연주시차, 중성자별, 펄서, 블랙홀, 반입자, 질량결손 등의 천문학 또는 물리학 용어는 참 설레는 말이다


태양 중심에서 수소 원자핵 네 개가 만나 헬륨 원자핵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량 결손분이 빛이 되어 우리를 밝혀주니, 그리고 입자 10억개와 그에 미세하게 못 미치는 개수의 반입자가 만나 ‘쌍소멸’되지 않았기에 무언가가 존재하게 된 것이니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가. 이 밖에 우주 형성 당시의 극도로 미세한 차이들이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 이 부분에서 세상은 왜 무(無)가 아니고 무언가가 존재하는가, 란 철학적 질문을 던져도 좋다. 


단층, 습곡, 오피올라이트, 관입, 대륙이동, 섭입, 조산 등 지구과학 용어 역시 지구의 놀랍고 긴 역사를 증언하는 용어라는 점에서 남다른 말들이다. 지구과학을 공부하는 일은 그 만큼 설레는 일이다. 설레는 만큼 즐겁다. 재미 있으니 즐기는 것이고 그런 만큼 자발적이 될 수밖에 없다진품명품 이야기를 하신 식당 사장님께 나는 진품명품이 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설령 그렇게 되지 못해도 과정 자체가 소중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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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6-01-30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벤투님은 지질해설사이셨군요! 정말 소수의 전문가가 서재에 계시다니 참으로 놀랍고 반가운 일입니다. 고교 때 가장 재밌었던 과목이 지구과학이었은데 고교 입시 인문계는 죄다 생물를 택했지만 유릴헌 지학선택자였죠. 근데 지학에서 지금도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 방위각과 적경 적위 계산이었다는..ㅎㅎ

벤투의스케치북 2026-01-30 19:27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유일한 지학 선택자셨군요.. 저도 그 부분은 더 공부해야 할 것입니다.. 쉽게 설명할 수 있을 때 포스팅을 하고 싶어요.. 반갑습니다...
 

지난 해 921일 문산도서관에 갔을 때의 일이다. 늘 그렇듯 큰 기대를 가지고 갔지만 반납은 되고 대출은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마음에 파문이 일었다. 반납은 되고 대출은 되지 않는 것은 한시적인 일로 도서관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는 관계로 빚어진 변화였다. 그날 퇴근 후 나를 연천면 장남면 근무지에서 문산도서관까지 30분 넘게 차로 데려가준 친구는 대출이 되지 않자 거기서 연천의 반대방항으로 30여분 더 시간을 내 나를 교하 도서관까지 태워 주어 책 네 권을 빌릴 수 있도록 해주는 은혜를 베풀었다.

 

오늘 나 혼자 전곡에서 95번 버스를 타고 한 시간 걸려 문산역에 도착한 뒤 마을버스를 타고 문산도서관에 갔다. 빌린 책들은 이런 수학은 처음이야 3, 멋진 우주 우아한 수학, 물리의 핵심, 신유물론 입문 등이다. 2026년은 아직 첫 달이 다 가지 않았는데 어제까지 12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썼다. 시간이 많이 났기 때문이고 새로운 지식에 대한 추구심이 커서였고 세상(삿되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눈쌀을 찌푸리게 하기에 실망스러워 고도의 질서를 논하는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달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질서로운 학문은 물리, 천문학, 지구과학 등이다. 물리와 천문학은 그 자체로 필요하지만 지구과학 공부에 도움을 얻고자 읽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는 인문 분야의 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니 바람직하다. 좋은 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천문대에 피아노가 떨어졌다', '우주를 깨우다'에 이어 '우주는 어디에서 왔을까'까지 우주 관련 책이 풍성하다.

 

크리스 페리와 게라인트 루이스가 쓴 '우주는 어디에서 왔을까'는 양자물리학과 천문학으로 읽는 우주 탄생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가슴 설레게 하는 책이다. 한 번 언급했지만 올해 닐 니그래스 타이슨의 '코스믹 쿼리'를 읽은 이래 천문학에 대해 더 관심이 깊어졌다. 앞 부분에서 도움을 얻고자 한다는 말을 했지만 구체적으로는 지구과학 글의 시야가 넓어지고 반듯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라 말해야겠다. 그렇게 되도록 애써야 하리라.

 

사이토 가쓰히로의 '하루 한 권, 주기율의 세계'는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학, 물리, 지구과학 공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해 3월부터 올 1월까지 11편의 지질 글을 쓴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물론 감사한 일이다. 인문 분야에도 예전처럼 관심을 기울여야 좋은 과학적 안목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2026년의 첫 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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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트 켈로그 레이의 노아 방주에 새끼 공룡들을 태웠다고?‘에 나오는 우라늄 238-206 연대측정법 이야기를 접하고 본격적으로 그 부분을 공부하고 싶어 자료를 찾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마이크 워커의 4기 지질시대 연대측정법이 전부다. 매튜 헤드만의 모든 것의 나이는 빌려왔다.


이런 저런 유튜브 강의를 듣다가 성경, 바위, 시간을 주문했다. 이 책의 두 저자 중 한 사람인 랠프 스티얼리가 내가 읽은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의 여러 공저자들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나서였다.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는 지난 해 926일 서평을 썼는데 다시 읽으면 당시와 다른 점이 눈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고 이해도도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아침 서평을 쓴 우주의 먼지로부터에 콜로라도 이야기가 나와 반가웠던 것은 그랜드 캐니언이 콜로라도 강의 거대 계곡이기 때문이다. ‘우주의 먼지로부터는 감명 깊은 책이다. 그의 다른 책이 번역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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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에 재미를 붙이게 된 이래 고고학이나 인류학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었다. 지질학과 함께 고고학, 인류학이어야만 하겠지만 당면한 과제 외에는 주의를 계속 둘 여유가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 그런 전환은 이상한 일이 결코 아니리라 생각한다.

 

어떻든 이는 몇 년전 공주대학교 지리학과 학생들에게 50분 짜리 선사박물관 해설을 해 호평을 받기도 했던 사람이 나라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의외일 수도 있는 전환이다. 단 내가 지질학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 것은 기본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정도이고, 고고학이나 인류학에 대한 관심도 기본적이었다.

 

최근 두 가지 이슈를 계기로 고고학이나 인류학에 대해 다시 흥미를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나는 평론가 김나현이 고고학자로 살았던 시인 허수경의 고고학 시에 대해 한 분석이다.

 

허수경 시인이 고고학을 전공해 관련 시를 쓴 것은 들어 알았지만 평론가가 고고학의 발굴을 수직의 시간으로 분석한 것은 생각하지 못한 구체적이고 획기적이기까지 한 독법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분석은 고고학의 발굴(진행방향)과 일상의 삶(진행방향)을 대비시킨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을 지질학의 탐사와 비교해보고 싶다.

 

다른 하나는 고구려 병사들이 흑요석 화살촉을 썼다는 글이다. 이런 류의 글은 한 필자의 글 외에는 없지만 흑요석을 백두산과 연결지을 수 있고 고대 문명권에서 흑요석을 화살촉으로 썼다고 말하는 외국 사이트의 글을 확인했으니 중요 시사점을 얻은 것 같다.

 

이는 호로고루 해설에 쓸 것이지만 그 관심사가 최종적으로는 어디로 갈지 나도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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