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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환경의 변천 - 빅뱅에서 인류까지의 지구 이야기
월러스 S. 브로커 지음, 원종관 옮김 / 전파과학사 / 2023년 7월
평점 :
월리스 브로커(Wallace Broecker; 1931~2019)는 물리학 박사이자 지질학 박사이다. 저자는 자신이 이 책을 쓴 목적이 과학의 흐름이 결코 정적(靜的)인 것이 아님을 나타내는 데 있다고 말한다. 과학 연구는 정적인 것이 아니라 변화해가는 연쇄이며 모든 관측이나 가설은 마침내 논쟁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지식이 끊임없이 더해져 간다는 것이다. 책(원서)이 나온 해는 1985년이고 우리나라에 번역된 해는 1996년이고 개정판이 나온 해는 2023년이다. 그런데 태양계에 행성이 9개 있다는 말이 나온다.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에서 강등된 2006년 이후의 개정인데 그 점을 반영해 8개 있다고 하지 않은 것이다.
대폭발 가설의 방증(傍證)이란 장(章), 대폭발의 흔적이란 장(章)이 있다. 대폭발의 잔상(殘像), 대폭발의 잔열(殘熱)이란 말도 가능하리라. 우주배경복사를 말한다. 우주 가운데서 지구나 지구형 행성은 화학적으로는 이단자라는 말이 흥미롭다. 지구를 만들고 있는 주된 원소는 철, 마그네슘, 규소, 산소이다. 이에 비해 항성은 거의 수소와 헬륨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이단자라는 말이 나왔을 테다. 저자는 최초로 다루어야 할 문제로 수소,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가 어떻게 생성되어 왔는가, 또한 어떻게 암석질의 행성으로 굳어져 갔는가 하는 점이라고 말한다.
이는 행성의 생물이 살 수 있는 불가결한 조건이 딱딱한 표면을 갖는 것이라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화학의 대상이 되는 반응은 두 개 이상의 원자가 전자를 서로 가르는 것에 관계되어 일어난다. 전자의 공유에 의해 원자는 서로 결합해 화합물이 된다. 그러나 화학반응과 더불어 변하는 것은 전자의 궤도 뿐이며 원자핵은 원래대로다. 일반적으로 화학반응에는 열이 관계된다. 핵반응을 일으키는 데도 보통은 이런 열들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큰 열이 필요하다. 우주의 어딘가에 연금술이 행해지고 있다면 별의 중심부 일 수밖에 없다.
물리학에는 우주 창성(昌盛)의 초기에 일어난 충돌 사건의 여러 가지 모델이 있다. 계산에 의하면 우주물질의 약 24%가 헬륨 4이다. 76%는 태초의 중성자가 붕괴한 채의 양성자다. 이 비율은 지금 우주의 여러 곳에서 보이는 갓 태어난 별의 헬륨 비율과 일치한다. 대폭발 가설을 지지하는 사실이 여기에도 있다. 수로 말하면 수소 원자 1000개 대 헬륨 4가 60개다. 헬륨은 수소의 네 배의 무게를 갖기 때문에 질량으로는 24%다.(60×4/ 1000= 240/1000; 24%)
온도는 분자 운동의 척도다. 두 개의 양성자가 충돌하기 위해 필요한 속도는 온도로 고치면 약 2천만도에 해당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말할 수 있듯 열을 생성하는 반응에서는 성분 원자의 질량 감소가 일어난다. 잃는 질량이 열로 바뀐다. 헬륨 원자의 무게는 수소 원자 4개의 합보다 적지만 확실히 가벼워진다. 헬륨핵은 양성자 두 개를 포함하고 핵끼리의 전기 척력은 수소끼리의 네 배의 크기이기 때문에 수소에 비해 훨씬 높은 온도에서도 타지 않는다.
한번 그 온도의 문턱을 넘으면 헬륨핵은 탄소핵이 된다. 헬륨 4가 3개 모여 탄소 12가 되는 것이다. 탄소 원자의 질량은 헬륨 원자 3개의 합보다 작고 감소분은 열이 된다. 타기 시작한 핵의 불꽃은 별의 수축을 멈추게 하고 별은 다시 안정 상태가 된다. 같은 방법으로 산소 원자도 만들어진다. 여기서는 4개의 헬륨 4가 모여서 산소 16이 된다. 최대급의 별에서는 이와 같이 연료 결핍, 재수축, 내부의 온도 상승, 타기 어려운 원자핵의 발화(發火)의 반복이 여러 단계에 걸쳐 일어난다.
이를테면 탄소는 또다시 타서 마그네슘이 된다. 원자핵이 합체될 때마다 얼마 안 되는 질량이 없어지고 그 대신 열이 생긴다. 단계를 밟는 성장은 철까지 계속된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고 더욱 앞으로 진행할 수 없다. 이 이후는 합체할 때 오히려 열을 흡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철보다 무거운 원자핵의 질량은 합체해야 할 총질량보다도 조금 크다. 따라서 별의 핵융합 회로가 합성하는 원소는 헬륨으로부터 철까지 한정된다. 그런데 이 가운데 산소나 마그네슘, 규소도 포함되어 있다.
생성된 원소에 별의 중심부로부터 밖으로 나오는 길이 있으면 지구형 행성을 만드는 재료를 얻을 수 있다. 작은 별이 조용히 사라지는 것과 달리 질량이 큰 별은 격한 종말을 맞는다. 핵연료가 모두 없어지면 파국적인 별의 붕괴가 시작된다. 이미 꺼져버린 불꽃은 태울 수 없게 되고 붕괴는 폭축(爆縮)으로 진행되어 별은 산산이 부서져 그때까지의 생성 물질을 주위의 공간으로 흩뿌리게 된다. 이 폭축 현상을 초신성(超新星)이라 한다. 초신성 현상에 수반하는 원자핵 반응에 의해 철보다 무거운 원소군이 생성된다.
태양은 우주에서 최초로 생긴 항성이 아니다. 최초의 항성은 수소와 헬륨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태양은 후에 태어났으며 그 원소 조성(組成)은 태양에 앞서 태어나서 사라져간 무수한 적색 거성의 폭발 생성물 조성에 지나지 않는다. 태양의 탄생에 앞서 은하계 형성은 두말할 것 없이 막대한 수의 적색 거성의 탄생과 소멸이 있었다. 콘드라이트를 함유하는 운석이 태양계의 역사 40억 년을 통해서 한 번도 녹은 적이 없는데 비해 행성을 만들고 있는 물질의 대부분은 분명히 한번 또는 여러 번 녹았다.
지구형의 행성에서는 그때 화학 조성이 다른 여러 개 층으로 나뉘어졌다. 그것은 지구 표면의 지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행성 물질을 여러 층으로 분리시킨 주된 힘은 금속 철과 규산염 사이의 큰 밀도 차이에 의한 것이다. 돌은 해저에 잠기고 기름은 수면으로 떠오르듯 행성의 금속 철은 지구 중심에 모이게 된다. 원시 행성이 형성될 때 내부가 녹으면서 밀도가 높은 금속 철(nickel-iron)은 중심부로 가라앉았고 밀도가 낮은 규산염은 표면 위로 떠올라 층을 이뤘다.
이러한 분리가 일어나려면 행성 내부가 녹는 것이 필수였다. 주로 운석 충돌에 의한 운동 에너지, 방사성 원소의 붕괴열, 중력 압축열이 내부 온도를 높여 금속을 융해시켰다. 이 과정으로 인해 금속핵(Core)과 규산염 맨틀(Mantle) 및 지각(Crust)이 구분되는 내부 구조가 형성되었다. 천체가 차가운 기간에는 나누는 힘이 있어도 변화는 일어나지 않지만 천체가 녹으면 바로 분리되기 시작한다. 콘드라이트를 함유하는 운석이 만약 완전히 녹았다면 콘드룰(Chondrule)이라 불리는 작은 구형 알갱이 조직이 사라졌을 것이다. 이 조직이 온전히 남아있다는 것은 녹지 않았다는 증거가 된다.
지구의 맨틀은 주로 마그네슘과 철이 풍부한 규산염 광물로 구성되어 있다. 지구 전체 부피의 약 82%를 차지하며 지각 아래에서 핵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암석층이다. 감람석(Olivine)과 휘석(Pyroxene) 같은 고온의 규산염 광물이 주를 이룬다. 감람석과 휘석은 주로 염기성 및 초염기성 암석(현무암, 감람암 등)에서 함께 발견되는 주요 조암(造巖)광물이다. 마그마의 결정 분별 작용 과정에서 감람석이 먼저 정출(晶出)된 후 마그마와 반응하여 휘석을 형성하는 연속적인 관계를 갖는다.
둘 다 마그네슘과 철을 풍부하게 함유한 규산염 광물이다. 일반적으로 감람석과 석영은 마그마 내 규소량 차이 때문에 동일한 암석에서 동시에 발견되지 않는다. 지구 전체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철(Fe)과 마그네슘(Mg)을 합한 원자수는 규소(Si) 원자수의 약 두 배와 거의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행성의 탄생에 관해서 여러 생각이 있듯 중심핵의 생성과정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한편에서는 지구는 처음부터 층으로 나누어져 성장하여 먼저 금속 철이 모이고 그 주위에 산화물(주로 산소와 결합한 규산염 물질)이 쌓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편에서는 금속과 산화물이 서로 뒤섞인 후 두 층으로 나뉘어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후자가 보편적인 생각이다. 이 경우 갓 태어난 지구는 금속 철과 규산염 광물과 같은 혼합물이었기 때문에 철은 뒤늦게 녹았을 것이다. 녹지 않았다면 철만 중심에 모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지구를 녹인 열은 어디서 왔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두 가지 견해가 있다. 하나는 성운 물질이 지구에 내려 쌓였을 때 해방된 중력에너지이며 다른 하나는 행성 물질 중에 함유되어 있는 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에 따라 생기는 열에너지다.
대륙 지각과 해양 지각의 두께가 크게 다른 것은 그들의 생성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해양지각의 두께는 맨틀 대류가 상승하는 가장자리에 나오는 액체의 양에 따라 다르다. 그곳에서는 지판이 두 개로 나뉘어가기 때문에 생기는 틈을 깊이 5km에 걸쳐서 채울 정도의 액체가 생기고 있다. 따라서 해양 지각은 5km 두께다. 화강암을 만드는 성분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칼륨이다. 화강암의 칼륨은 맨틀 물질의 160배에 달한다. 현재 지구 전체 칼륨의 약 반은 대륙 지각에 모여 있다.
바다의 현무암은 칼륨을 0.1%밖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대륙 지각에서의 칼륨의 비율은 평균 1%이다. 소행성의 먼지가 지구의 지각 물질에 비해 대량의 이리듐을 포함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금속 철에 대한 친화성이 가장 강하기 때문이다. 지구에 이르면 거의 전부 중심핵 안으로 들어가 지각에는 거의 없다. 적당한 양의 물이 있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다음의 네 가지다. 1) 바다가 생기기에 충분한 물을 행성이 간직할 수 있어야 한다. 2) 행성의 내부 깊숙이 머물지 않고 표면에 나와 있어야 한다. 3) 증발해도 공간에서 잃어버릴 수 없어야 한다. 4) 대부분 액체로 있어야 한다 등이다.
지구는 흑체(黑體)가 아니다. 구름이나 빙모나 사막이 지표에 입사하는 태양광의 상당 부분을 공간으로 반사하고 있다. 반사광은 지표를 따뜻하게 하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만이 흑체와의 차이라면 지표의 평균 온도는 영하 20°C가 될 것이다. 그런데 지구의 대기에는 세 개 이상의 원자가 결합해서 생긴 분자가 있다. 이 종류의 분자는 적외선을 흡수하는 힘을 갖고 있다. 주된 것은 수증기, 이산화탄소, 메테인, 이산화질소 등이다.
지구의 기후가 놀라울 만큼 주기 변화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원인이 무엇인가 알고 싶어질 것이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태양을 도는 지구의 궤도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것에 기인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구 궤도의 모양은 아주 오랜 기간을 평균으로 잡으면 일정 하지만 짧은 기간에는 평균에서 기울어져 있음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달이나 수성과는 달리 지구는 표면의 기체를 간직할 수 있었다. 금성과 달리 온실 폭주의 재앙을 벗어났다. 지표의 탄소 순환으로 보이는 천연의 제어 과정에 의해 얼음 덩어리가 되어버리는 것으로부터도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그 결과물이 전부 증기나 얼음이 되어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비교적 일정한 온도를 지킬 수 있지만 그런대로 기온에는 상당한 흔들림이 일어났다. 가장 확실한 증거는 빙기이며 최근에는 대개 10만년마다 일어나고 있다. 광대한 빙하의 전쟁이나 후퇴를 일으킨 것은 지구 궤도의 작은 주기 변동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하면 행성의 기후라고 하는 것은 우리 주위 행성의 크기와 궤도의 얼마 안되는 특징에 민감하다고 할 수 있다.
해저에는 아주 많은 하천에서 흘러나온 광물 입자나 육지에서 날아온 먼지 알갱이가 쌓인다. 화학조성은 지각 전체의 평균과 같다. 그렇게 암설(巖屑)을 주로 하는 퇴적층을 셰일이라 한다. 이것과는 대조적으로 육지의 흙에서 녹은 이온은 단일 광물의 퇴적물을 만드는 경우가 흔히 있다. 해저를 뒤덮은 퇴적물의 75% 이상이 방해석이었거나 50% 이상의 단백석이었던 넓은 해역이 발견되었다.
방해석과 단백석은 플랑크톤이 만들어낸 것이다. 1970년대 심해저에서 극적인 열수 순환의 예가 발견되었다. 지구 내부의 맨틀 대류가 두 갈래로 나뉜 해저지각의 부분에는 거대한 열극이 생기고 있다. 우즈홀해양연구소의 심해 조사선은 이 열극을 탐험해서 신비스러운 광경을 만났다. 깊은 해저에 보통 보이는 무생물의 상황과는 달리 균열대의 단면에는 기묘한 생물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해저의 오아시스가 생긴 이유를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균열에서 솟아오르는 열수가 해저에 고립된 생명을 유지하는 먹이의 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수가 함유하고 있는 황화수소와 심해의 물에 녹아있는 산소가 결합해서 생기는 에너지를 세균이 유기 분자의 합성으로 이용하고 있다. 황화수소는 지구 내부에 환원 환경에서, 산소는 표면에 산화 환경에서 생긴 것이다.
인류에게 바람직한 환경을 유지해온 자연의 모든 작용에 대해서 인간 활동이 작다고 할 수 없는 영향을 끼치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 활동에 의해서 기후나 토양이 크게 변해버리기도 한다. 인간은 자연이 만들어낸 화학 농축물이 가장 좋은 곳을 급속히 낭비하고 있다. 그것을 다 사용한 후에 오는 에너지와 광물의 부족을 메우는 데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자원에 의존해야 한다. 현대인은 지구의 장래를 위해 마음을 쓰는 것은 소홀히 한 채 핵군비경쟁에 머리를 싸매고 다투며 의학 기술로 생명을 연장시키려고 안달하며 한편에서는 기계 문명에 도취된 삶을 살고 있다.
고대 로마 이후 그다지 진보는 보이지 않는다. 빈둥빈둥 날을 보내며 미래 따위는 방치해두어도 어떻게 되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이런 형편을 만족해하고 있을까?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는 머지 않아 사태는 바뀌어 어차피 인간은 생명의 행성인 지구를 보존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한다. 모든 관측이나 가설은 마침내 논쟁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고 한 저자는 어차피 인간은 생명의 행성인 지구를 보존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도 말한다. 지구의 장래를 위해 마음을 쓰는 것은 소홀히 한 채 핵군비경쟁에 머리를 싸매고 다툰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