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와 모네 - 인상주의의 거장들 아티스트 커플
김광우 지음 / 미술문화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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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와 모네는 인상주의의 거장들이다. 둘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사이이다. 그 둘의 관계를 해명한 김광우의 마네와 모네는 아티스트 커플 시리즈의 한 권이다. 저자 김광우는 철학 및 현대 미술, 비평을 전공한 분이다. 저자는 예술가의 창조성은 주변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전제한다.

 

마네와 모네의 특징 중 하나는 방대한 자료들을 실었다는 데 있다. 그래야 예술가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두아르 마네(1832 1883)올랭피아풀밭에서의 오찬으로 유명하고 클로드 모네(1840 1926)는 수련(睡蓮) 연작으로 유명하다.

 

마네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모네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마네는 인물화를 주로 그렸고 모네는 풍경화를 주로 그렸다. 마네는 모더니즘을 연 사람이고 모네는 최초의 회화 혁명을 체계적으로 일으킨 사람이다. 마네와 모네는 일본 판화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응용했을 뿐 아니라 일본 판화를 그림의 배경으로 장식했다.(46 페이지)

 

모네와 마네는 행복한 시간을 공유했다.(171 페이지) 마네는 모네를 끝없이 도왔다. 모네는 마네에게 금전적 도움을 요청했다.(192 페이지) 모네는 마네 사후 마네를 위대한 화가로 기억되도록 적극 나섰다.(267 페이지) 모네는 마네의 작품이 루브르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청했다.(268 페이지) 둘의 관계는 고흐와 고갱의 그것과 달리 바람직한 것이었다.

 

인상주의란 말이 처음 생긴 것은 모네의 인상, 일출이란 그림을 본 루이 루르아에 의해서이다. 물론 루르아는 이 그림을 보고 얼마나 자유로운가, 얼마나 쉽게 그렸는가라는 경멸조의 말을 했다.(166 페이지) 모네는 빛이 일기(日氣) 변화에 따라 사물에 일으키는 변화를 파악하고 그것을 영롱한 색조로 나타낼 줄 알았으며 빛이 사물에 닿아 분산되는 것을 상상하면서 순간적인 현상을 빠른 붓질로 캔버스에 담았다.(15 페이지)

 

모네가 항상 같은 시간에만 그림을 그린 것을 쿠르베가 기이하게 여긴 것은 유명하다. 모네는 대상 하나하나에 대한 사실주의 묘사를 중요하게 여긴 것이 아니라 빛이 시시각각 대상에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관심을 두었다.(97 페이지) 모네는 인내심이 많은 화가였다. 그는 바라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면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그리고 또 그렸다.(247 페이지)

 

마네의 불로뉴 해변1868년 작품으로 처음으로 인상주의 화법으로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에서 마네는 사람들을 분명하게 묘사하지 않고 색을 적당히 쓱쓱 문지르는 것으로 처리했다. 이런 화법이 오히려 과학적인데 그것은 시선이 닿는 중심지가 아닌 주변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132 페이지)

 

마네는 많은 예술가들과 어울렸다.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시인 보들레르이다. 마네는 보들레르의 시신이 안장(安葬)되는 모습을 장례식이란 제목으로 그렸다. 한편 시인 말라르메는 마네의 미학적 대변인으로 평가된다. 말라르메는 마네의 10년 연하이다. 보들레르는 마네의 11년 연상이다.

 

조르주 바타유는 마네가 그린 스테판 말라르메의 초상을 보고 위대한 두 영혼 사이의 애정을 표현하는 작품이라 극찬했다.(189 페이지) 모네가 그린 템스 강 풍경 시리즈 석 점은 스케치처럼 그린 인상, 일출에 비해 완성도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받는다.(153 페이지) 1872년 모네는 작품의 질과 값에서 큰 결실을 맺었다.(157 페이지) 이런 점은 저자의 의도(예술가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게 하려는..)에 부합한다.

 

에밀 졸라의 나나가 출간되기 전 마네가 나나를 그렸다.(215 페이지) 마네는 평생 일곱 개의 화실을 전전했다.(223 페이지) 마네는 벨라스케스를 우상으로 여겼다.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시녀들)‘는 마네에게 영향을 주었다.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는 프랑스 철학자 푸코가 말과 사물에서 분석한 그림으로 유명하다.

 

마네는 52세까지, 모네는 86세까지 살았다. 마네는 말년을 투병 속에서 보냈다. 마네는 현대 감각을 일깨워주고 떠난 화가로 평가받는다. 마네는 현대적 감각으로 그림의 주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하며 우발적인 변화라도 주의 깊게 살펴보라는 보들레르의 권유를 소중하게 받아들인 화가이다.(244 페이지)

 

반면 모네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인내심이 많은 화가였다. 모네는 모파상과 친하게 지냈다. 같은 주제를 연속적으로 그리는 연작은 오늘날 많은 화가가 그리지만 모네가 건초더미 시리즈를 그릴 때만 해도 과거에 없던 획기적인 방법이었다.(278 페이지) 물론 모네의 가장 유명한 연작은 수련(睡蓮)‘ 연작이다.

 

프랑스 철학자, 과학자, 시인인 가스통 바슐라르가 꿈꿀 권리에서 다룬 모네론()은 유명하다. 모네는 지베르니(Giverny)를 유명하게 했다. 지베르니는 파리에서 약 75km 떨어진 곳으로 모네가 거주하며 작업한 마을이다. 모네는 종일 수련을 그리고 그렸다.

 

당시 모네는 아들 장을 먼저 떠나 보낸 70대의 노인이었다. 하지만 1차 대전 발발로 작업에 대한 도취는 중단되었다.(305 페이지) 이 장면은 1차 대전이 발발하자 마의 산을 내려오는 주인공 한스 카스트로프를 그린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연상하게 한다.

 

모네는 오랑주리의 타원형 전시실에 맞는 패널화를 그리려 했지만 백내장으로 시력이 나빠져 계획대로 하지 못했다. 오랑주리는 식물원이었다가 미술관이 된 곳이다.(참고로 오르세 미술관은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모네, 하면 가스통 바슐라르의 꿈꿀 권리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클로드 모네처럼 물가의 아름다움을 거두어 충분한 저장을 해두고 강가에 피는 꽃들의 짧고 격렬한 역사를 말하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네도 거장이었지만 모네를 보며 거장이란 말을 더 떠올리는 것은 작품 때문이기도 하지만 긴 구십에 가까운 나이까지 그림을 그리다가 간 삶 때문이다. ’마네와 모네의 특징은 전기(傳記) 위주의 평이한 글이 인상적이라는 점이다. 같은 저자의 칸딘스키와 클레’, ‘고흐와 고갱’, ‘뭉크, 쉴레, 클림트’,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등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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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읽기 - 날씨와 기후 변화,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공기에 숨겨진 과학
사이먼 클라크 지음, 이주원 옮김 / 동아시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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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클라크의 '하늘 읽기'에서 희박한 공기 부분을 만난다. '희박한 공기 속으로'란 책 생각도 했다. 이 책의 원제는 'Into thin air'인데 sparse와 thin의 차이는 무엇일까란 궁금증이 생긴다. Into sparse air라 해도 되는 것일까? 신대륙으로부터 흘러들어 온 부(富), 아랍세계의 수학, 베네치아 유리의 결합은 유럽이 현대 물리학, 화학, 생물학의 기초를 마련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갈릴레이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는 공기는 무게를 가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4원소설의 잔재 때문이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공기는 희박해지고 공기 온도는 차가워진다. 고도에 따른 대기 온도의 변화를 기온 감률이라 한다. 그렇다면 희박한 공기 속으로가 아니라 희박하고 찬 공기 속으로가 더 타당할 것이다.


고도 1km 당 온도는 6도가 떨어진다. 그러니 고도 50km 지점에서 우주의 진공 온도(절대 0도; 마이너스 273. 15도)에 도달한다. 닉 레인의 '미토콘드리아'를 통해 그 의미와 역할에 대해 알았는데 '하늘 읽기'를 통해 미토콘드리아 탄생 배경을 알았다. 찾아 봐야겠지만 닉 레인의 책에도 포함된 바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내가 부주의한 결과다.


대기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여러 층들이 수직으로 차곡차곡 쌓여 있는 구조를 하고 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공기 온도가 낮아지는 것은 대략 10km 지점까지다. 


그 이후는 그런 예가 적용되지 않는다, 성층권을 말하는 것이다. 대류권 위의 층을 말한다. 대류는 회전 또는 변화를 의미하는 말이다. 때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관측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뒤에 이론이 등장해 이를 설명하기도 하며, 뛰어난 이론가들이 먼저 예측을 내놓고 이후 실험자들이 그 예측을 검증하기도 한다.(62 페이지) 대류권에서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점차 낮아지지만 성층권에서는 처음에는 일정하게 유지되다가 일정 고도를 넘으면 오히려 따뜻해진다.(100 페이지)


대기는 케이크처럼 여러 층으로 나뉘어 있지만 그 위에 슈가 파우더가 깔끔하게 뿌려져 있는 것과 달리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도 미량의 원자와 분자들이 존재한다. 카르만 선(線)이란 개념이 있다. 지표면에서 100km 상공을 대기의 끝이자 우주의 경계로 정의하는 선이다. 이 선 아래에서의 활동은 비행, 그 위에서의 활동은 우주비행으로 간주된다. 대기 질량의 약 99퍼센트는 지표면에서 50km 이내에 집중되어 있다.


바람이 없다면 우리는 폭우, 폭염, 안개, 천둥, 폭풍 등 다양한 날씨 현상을 경험할 수 없다. 바람은 가 자체로 하나의 날씨 현상이지만 모든 날씨를 가능하게 하는 존재다. 바람은 대기 중 물질을 지구 곳곳으로 실어 나른다. 바람은 움직이는 원동력은 지구 구석구석으로 열과 수분을 전달하며 날씨를 만드는, 대기라는 거인의 심장이다. 유체는 물과 같은 액체가 움직이는 방식, 질소나 산소 같은 기체가 흐르는 방식, 태양 중심부의 플라스마가 주변으로 출렁거리는 방식 등을 아우르는 말이다. 유체는 고체처럼 분자와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이지만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대기는 무엇에 반응하는 것일까? 유체는 압력이 낮은 곳으로 흐르려는 경향을 갖는다. 공기는 저기압을 채우기 위해 몰려오지만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구 자전에 의해 경로가 휘어진다. 아를 코리올리 편향이라 한다. 지구의 대기 역시 유체처럼 움직이며 지면 즉 육지와 바다에 의해 가변적으로 가열된다. 북반구에서 바람을 등지고 섰을 때 왼쪽은 저기압이고 오른쪽은 고기압이다. 이 문장은 윌리엄 페렐과 바위스 발롯이 도출한 복잡한 물리방정식을 압축한 문장이다.


대기 물리학의 대부분의 연구는 온도, 기압뿐 아니라 함수율, 에어로졸 밀도 등 다양한 필드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한다. 기압, 온도, 밀도 등 수많은 요소들이 서로 얽혀 있는 방식은 겉보기엔 혼란하여 무작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모든 상호작용은 상태 방정식이라는 단 하나의 식으로 압축될 수 있다. 상태 방정식은 대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이론적 도구다. 마치 정보를 통역해주는 만능 번역기와 같다.


바람은 기압에 의해 만들어지고 기압은 기온에 의해 결정된다. 기온은 어떻게, 왜 변하는 것일까? 태양 때문이다. 지구는 태양이 바라보는 전체 공간 중 500억분의 1퍼센트만을 차지하지만 그 작은 면적을 통해 매초 약 15만 줄의 태양 에너지를 흡수한다. 물리적으로 보면 모든 우주의 천체는 전자기 복사를 방출한다. 모든 물체는 끊임없이 에너지 전자기 복사의 형태로 내보낸다. 이를 흑체복사라 한다. 태양광과 지구반사광 사이의 파장 차이는 대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기는 짧은 파장의 태양빛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저항 없이 통과시키지만 지구에서 방출되는 적외선 즉 지구반사광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대하지 않다. 실제로 대기는 긴 파장의 빛에 대해서는 벽돌 벽처럼 작용하여 지구가 흑체 복사로 내놓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흡수한다. 이렇게 에너지를 흡수한 대기는 가열되어 다시 자체적으로 흑체 복사를 방출한다. 그 방출된 에너지의 절반은 우주로 빠져나가고 절반은 지구를 향해 되돌아온다. 대기는 태양에 의해 직접적으로 데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의 지구에 의해 데워진다.(96 페이지)


위에서부터 가열된 물은 층을 이루며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를 정적 안정성이라 한다. 가스레인지 위에 놓인 냄비에서는 그 과정이 완전히 반대다. 바닥에서 데워진 물(따뜻한 물)은 상승류를 타고 표면까지 올라가고 대기로 빠져나가지 못한 물은 다시 아래로 내려오면서 하나의 순환 흐름을 만들어낸다. 대기는 고정된 원통형 냄비가 아니라 회전하는 구체의 지표면을 덮고 있는 유체이기 때문에 그 순환 패턴은 훨씬 더 복잡하고 독특한 형태를 띤다.


대기는 마치 가스레인지에 올려진 냄비 속 물처럼 아래에서부터 데워지기 때문에 지면과 가장 가까운 공기가 가장 따뜻하다.(100 페이지) 획기적 설명이라 생각한다. 성층권에서는 오존에 주의해야 한다. 오존은 자외선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오존층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구 생명체는 훨씬 짧은 수명을 가졌거나 매우 다른 형태로 진화했을 것이다. 오존은 성층권의 독특한 온도 분포를 형성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오존 분자는 자외선을 흡수하여 그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전환하여 대기를 가열한다.


대류권은 조건부 안정성을 갖는다. 상황에 따라 공기덩이는 대류 현상으로 인해 불안정해져서 상승할 수도 있고 원래 위치로 되돌아가며 안정될 수도 있다. 성층권에서는 수직 방향의 운동이 거의 대부분 억제되며 대류 현상이 사실상 발생하지 않는다. 대기를 거시적으로 바라볼 때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단연 기압이다. 그리고 이 기압은 온도 구체적으로 지구 표면의 온도에 의해 결정된다. 지구의 온도를 결정짓는 힘 즉 지구의 모든 바람은 일으키는 궁극적 원인은 태양이다. 물론 태양에너지는 지구에 고르게 분포되지 않는다.


기압은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기온이 상승하면서 상태 방정식에 따라 공기 밀도가 감소한다. 에드워드 핼리는 해양학자, 기상학자, 지구 물리학자다.(114 페이지) 무역풍은 지구 열대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대기의 특성으로 지표면 부근의 공기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일정하게 흐르는 현상이다. 대기과학의 변혁이 일어난 시기와 전 지구적 정치 및 경제 구조의 재편 즉 전례 없는 규모의 정보 흐름이 가능해진 시기가 거의 동시에 도래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라 할 수 없다.(120 페이지) 과학은 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삼각 노예무역, 식민지 침략과 억압, 사회진화론에 입각한 국제 정책 등으로부터 데이터와 자금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122 페이지) 우리는 근대 초기 과학이 식민지적이고 때로는 잔혹한 방식을 통해 데이터를 획득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기후가 있는 나라가 있고 날씨가 있는 나라가 있다. 장기적인 기후 패턴이 더욱 뚜렷한 나라가 있고 단기적인 날씨 변화가 더욱 뚜렷한 나라가 있다는 의미다. 서유럽은 기상학적 관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역 중 하나다. 특히 영국 제도의 날씨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다. 저자는 유럽의 날씨가 보여주는 극심한 변동성이야말로 대기 과학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137 페이지) 극심한 변동성은 지구 전역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지르며 흐르는 좁고 빠른 공기의 띠를 말하는 제트 기류 때문이다.


제트 기류는 중위도 지역 날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넓은 범위에서 바라볼 때 이 지역 대류권의 움직임은 본질적으로 제트 기류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열대 저기압은 대기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며 동시에 가장 파괴적인 현상 중 하나로 꼽힙니다. 열대 해류에서 공기가 가열되어 넓은 범위의 대류가 발생하는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대류에 의해 형성된 부분적인 진공을 메우기 위해 주변 공기가 몰려든다. 이 과정에서 코리올리 효과에 의해 공기가 회전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따뜻하고 저기압인 중심을 빠르게 회전하는 공기가 둘러싸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저자는 “수백 년간 과학은 발전을 이루었고, 세계 최고의 기상학자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거대한 허리케인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할까? 더 나아가 왜 일기예보는 크고 작은 오류를 반복하는 것일까?”란 말을 한다. 날씨를 단순히 기록하는 것을 넘어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던 소수의 인물들 덕에 기상학은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그 선구자들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은 로버트 피츠로이다. 찰스 다윈을 태우고 세계 일주를 떠난 탐험대의 선장으로 널리 알려진 피츠로이는 오늘날 기상학이라 부르는 분야의 창시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피츠로이는 다윈에게 긴 항해 동안 읽으라고 찰스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Principles of Geology)를 건네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피츠로이는 후에 이 결정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피츠로이는 물과 용암에 대해 알았으나 산 암석에서 발견된 조개껍질 증거를 보고 창세기의 홍수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나아갔다. 피츠로이는 자신이 찰스 다윈의 진화론 정립에 기여했다는 망령 같은 기억에 시달렸다. 아르헨티나 남부에 그의 이름을 기리는 차원으로 명명된 피츠 로이산이 있다. 이 산은 파타고니아의 화강암과 얼음으로 이루어진 장대한 서사시라 불린다.


대기물리학은 보편적인 원리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 보편성은 너무나도 방대하고 복잡하다. 과학자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적인 물리과정을 파악해야 한다. 무시해도 되는 복잡성은 과감히 생략하고 관측된 현상을 지배하는 주요 요인에 집중하는 것이다. 카오스 이론의 핵심은 겉보기에는 무작위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뉴턴의 운동 법칙과 같은 결정론적 방정식에 의해 지배되는 동적 시스템을 연구하는 데 있다.(181 페이지) 


에드워드 로렌츠는 “카오스란 현재가 미래를 결정하지만 대략적인 현재는 대략적인 미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문제는 방정식들이 초기 조건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이다. 대기의 초기 상태에 관한 정보가 완전하지 않다면 가까운 미래라고 하더라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중국 북송의 과학자 심괄(沈括; 1031-1095)은 고기후, 지질, 화석과 관련해 큰 발자국을 남긴 인물이다. 영국 제도의 기후가 흐리고 온화하다는 표현은 따뜻하고 맑은 날이 전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런 날이 흐리고 온화한 날보다 아주 드물다는 의미다. 기후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날씨를 평균 내야 할까? 일반적으로 30년이다. 특정 지역의 기후뿐 아니라 전 지구의 평균 기후 역시 상당히 급격하게 변화할 수 있다. 지구가 대규모로 변화한다는 이야기는 주로 지질학에서 비롯된 것이다.(210 페이지)


팔방미인이었던 심괄은 산이 침식되고 하천에 의해 퇴적물이 쌓여 육지가 형성된다는 이론을 제시하며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유럽에서는 지질학이 종교적 간섭으로 인해 오랜 기간 제약을 받았다. 지질학은 18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기독교 교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제임스 크롤(James Croll; 1821-1890)은 어느 반구의 겨울이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궤도 구간과 일치하게 되면 극심한 추위로 인해 눈이 대규모로 내리고 얼음이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겨울철 반구의 표면이 새하얗게 덮이면 표면의 반사율이 높아지게 된다.(216 페이지) 추위가 극에 달하면 얼음이 여름철까지 녹지 않고 남아 1년 내내 겨울이 지속되는 상태 즉 빙하기가 발생할 수 있다.


밀란코비치는 빙하기는 오히려 여름철이 궤도상 가장 먼 지점과 겹쳐 겨울이 오기 전에 눈과 얼음이 녹지 않은 경우에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얼음이 녹는 양이 줄어든 상태에서 겨울철에 눈이 계속 내리면 얼음층이 점차 두터워진다. 대규모 기후 변화는 크롤이 제안하고 밀란코비치가 발전시킨 궤도 주기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 주기들은 수천 만년이나 수억 년이 아닌 수만 년 단위의 변화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억 년 동안 태양의 출력은 아주 느리게 증가해 왔지만 그와 동시에 지구는 대체로 냉각되어 왔다.


장 바티스트 조제프 푸리에는 얼이 생명을 부여하는 성질을 지녔다고 믿었다. 그는 지구가 지금보다 훨씬 더 추워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지구는 기본적인 열역학 법칙이 예측하는 것보다 무려 30도 이상(마이너스 18도여야 하는데 플러스 15도이기에) 더 따뜻한 셈이다. 푸리에는 대기가 일종의 단열재처럼 작용해 지구를 더 따뜻하게 유지시킨다고 생각했다. 대기는 태양이 방출하는 대부분의 빛(태양은 매우 뜨거운 천체이므로 대부분 파장이 짧다.)을 그대로 통과시키지만 지구 표면에서 방출되는 빛(지구에서 방출되는 빛은 상대적으로 대부분 파장이 길다.)은 매우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이런 효과는 부분적으로 이산화탄소에 의해 일어나지만 대부분은 수증기에 의해 일어난다.


대기 중에는 눈에 보이는 구름이 보이지 않는 수증기의 형태로 1조톤 이상 존재한다. 이 물은 긴 파장의 빛을 매우 효과적으로 흡수해 대기의 단열 효과 대부분을 담당한다. 이것이 온실효과다. 대기의 단열 특성이 지니는 가장 중요한 효과 중 하나는 해가 진 이후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지구의 밤 쪽은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전혀 받지 못하지만 여전히 우주로 에너지를 방출한다. 해가 지면 이러한 에너지 불균형으로 인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를 복사냉각이라 한다.


지구의 역사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왜 그렇게 많은 변화를 겪었을까? 비 때문이다.(229 페이지) 지질학적 탄소순환은 수백만 년에 걸친 과정이다. 비가 대기를 통과해 지표면으로 떨어질 때 아주 작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약한 탄산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대기 중 탄소가 제거되고 빗물이 바다로 흘러가면서 탄소는 깊은 저장소로 옮겨진다. 이 탄산은 바닷속에 저장되거나 판 구조 경계에서 맨틀 속으로 끌려 들어가 지구 내부에 저장될 수도 있다. 빗물이 화산암에 떨어질 경우 탄소는 곧바로 땅속으로 흡수된다. 탄산염암 위에 떨어지면 암석 표면을 살짝 녹이면서 오히려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깊은 곳의 탄소는 화산 활동이나 활발한 판 구조 경계의 움직임을 통해 다시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저자는 석탄은 본질적으로 암석에 갇힌 고대의 햇빛이라 할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인상적이다. 저자는 대기 과학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찰스 데이비드 킬링이라 말한다. 킬링 곡선의 그 인물이다. 킬링은 우리는 이제 막 대기가 무한한 용량의 쓰레기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말을 했다.(250 페이지) 지구가 따뜻해지면 수증기량이 증가하고, 그러면 구름이 많아지며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광이 줄어들어 다시 냉각되는 과정이 작동한다.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면 식물들이 잎을 더 두껍게 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렇게 되면 식물은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효율이 저하된다. 즉 탄소 농도가 저하될수록 오히려 탄소 제거 속도가 느려진다. 20세기 말에 이르러 지구는 분명히 따뜻해지고 있으며 이는 인위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저자는 지구 온난화는 추상적인 개념이고 기후 변화는 실제로 체감하는 현상이라 말한다.(254 페이지) 인간이 기후에 끼친 영향은 결코 균등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한 사람들이다.


탄소 배출량은 결정론적 물리 법칙이 아닌 인간의 선택과 경제적 판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 2100년까지 이산화탄소 농도는 500-600ppm 사이에서 정점을 찍을 것이다. 대기와 지구 자체는 표면에 달라붙어 살아가는 생명체와는 별개로 살아남을 것이다. 현재 인류는 자신이 앉아 있는 나뭇가지를 스스로 톱질하고 있다. 대기는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우리는 대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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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트 켈로그 레이의 노아 방주에 새끼 공룡들을 태웠다고?‘에 나오는 우라늄 238-206 연대측정법 이야기를 접하고 본격적으로 그 부분을 공부하고 싶어 자료를 찾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마이크 워커의 4기 지질시대 연대측정법이 전부다. 매튜 헤드만의 모든 것의 나이는 빌려왔다.


이런 저런 유튜브 강의를 듣다가 성경, 바위, 시간을 주문했다. 이 책의 두 저자 중 한 사람인 랠프 스티얼리가 내가 읽은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의 여러 공저자들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나서였다.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는 지난 해 926일 서평을 썼는데 다시 읽으면 당시와 다른 점이 눈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고 이해도도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아침 서평을 쓴 우주의 먼지로부터에 콜로라도 이야기가 나와 반가웠던 것은 그랜드 캐니언이 콜로라도 강의 거대 계곡이기 때문이다. ‘우주의 먼지로부터는 감명 깊은 책이다. 그의 다른 책이 번역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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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먼지로부터 - 상실을 통과하는 한 과학자의 경이로운 여정
앨런 타운센드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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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앨런 타운센드는 생물지구화학자다. 생물지구화학은 생물학, 지질학, 화학 모두를 부분적으로 다루며 그 밖의 많은 것을 아우르는 학문이다. 저자는 과학의 역사는 억압, 남용, 배제,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과학은 성취도, 역할도, 잘난 지식도 아니다. 과학은 하나의 과정이며, 세상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존재하는 방식이다. 과학은 남보다 덜 한심하게 살도록 하거나 죽음을 늦춰주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역경을 만나든지 자아에 매몰되지 않고 경이(驚異)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물론 과학은 신앙이나 영성과 다르지 않게 희망을 준다. 저자에 의하면 과학은 영적인 자기 구원의 실천이 될 수 있고 사랑의 행위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사랑이 오래 참고 온유하며 자기 유익을 구하지 않고 다만 진리 안에서 기뻐 하는 것이라면 과학 만큼 순수한 형태의 사랑도 없을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나무를 불태우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1000년 동안 대기에 머무는 것처럼 우리가 살면서 내리는 선택들은 몸속에 오래가는 변화를 새긴다고 말한다. 저자는 희망이 위안을 주듯이 호기심은 우리의 신경을 진정시키고 마음을 열게 하며 내면에서 우리를 갉아먹는 스트레스 호르몬에 제동을 건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는 세상을 이야기의 틀에 넣고 싶어하고, 삶이 논리적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지구에서 건강하고 희망찬 성장은 필연적으로 붕괴를 수반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붕괴에 대해 설명한다. 


두개인두종(頭蓋咽頭腫)에 걸린 네 살 난 딸 이야기가 그것이다. 저자는 한곳의 성장을 지속하려면 다른 곳의 성장을 파괴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파괴의 속도를 극단적으로 높여왔다. 하지만 그런 현실을 감쪽같이 은폐하는데도 도가 터서 정말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척한다. 각각의 삶이 좇는 공통의 목적이 여전히 성장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이야기다. 저자는 콜로라도 대학교 교수로서 브라질 프로젝트와 코스타리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숲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말해주는 원소들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였다.


저자는 코스타리카는 대륙판이 충돌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소개한다. 저자는 섭입(攝入)을 더없이 느리지만 장대한 전투가 일어나듯 한 판이 다른 판 밑에 깔리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지구핵에 가깝게 떠밀린 패자(敗者)는 녹아내리는 것으로 복수를 한다. 그 결과 생긴 마그마 거품이 포개진 판을 뚫고 솟아올라 화산을 형성한다. 아래 깔린 판은 눌린 상태에서도 부단히 저항하며 상층의 땅을 들어올린다.(53 페이지) 


한 번의 이혼을 겪은 저자는 프로젝트를 통해 두 번째 아내 다이애나를 만났다. 저자의 책은 과학 프로젝트와 일상을 과학적 통찰과 연결짓는 내공이 돋보이는 책이다. 가령 저자는 우리의 삶과 감정, 그리고 투쟁과 수용의 순환이 자신이 연구하는 원소들의 순환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며(66 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비옥한 토양은 모두 화산 분출, 빙하, 대홍수 등 재앙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말을 한다.(97 페이지) 저자는 이런 말을 한다. “각 생명의 전초기지는 암석 틈새로 흐르는 물에 농축된 이산화탄소를 더해주어 화학적 풍화작용을 촉진하고 물속에 광물의 양분이 방출되도록 한다.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가 생기와 푸르름을 되찾는다.”(98 페이지) 


저자는 뇌수술을 받은 딸 네바를 위해 우블렉을 만든다. 네바는 우블렉이란 이름을 듣고 웃기는 이름이라 말한다. 우블렉은 비뉴턴유체다. 상부 맨틀과 비교할 부분이다. 저자는 부드럽게 다루면 액체처럼 흐르지만 충격을 가하면 고체처럼 단단해지는 우블렉을 보며 인간 정신의 가소성(可塑性)과 한계를 떠올린다. 충격과 트라우마가 혈액을 농축시키는 것을 보면 충격을 가하면 고체처럼 단단해지는 우블렉을 생각할 법하다. 저자는 힘든 상황에서도 인간은 과학 분야에서든 자신에 관해서든 위대한 발견을 하고 대단한 해법에 도달할 수 있겠지만 진정한 배움과 발견, 천재성의 발현은 노는 듯한 마음 상태 즉 충분히 이완되었을 때 훨씬 수월하게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인류가 진화하는 동안 일부 유전자는 부모가 아닌 여러 생물체를 거쳐 우리 DNA로 들어왔다. 이를 수평적 유전자 이동이라 한다. 저자의 아내 다이애나는 바로 이런 미생물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다이애나는 “답을 찾는 과정의 복잡함과 불확실성을 지칠 줄 모르고 즐겼”으며 “다들 그냥 진실로 받아들이는 답에 안주하지 않고 진짜 답을 알고 싶어했다.” 저자는 과학을 무한히 즐기는 듯한 다이애나의 태도가 한계를 받아들였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135 페이지) 저자는 자신이 과학절대주의에 빠졌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오만함은 또다른 형태의 광신이었고 그것은 바람직한 과학적 태도와 근본적으로 불일치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과학사는 다른 어떤 분야의 역사만큼이나 추악하며 그 추악함은 과학이 지향하는 기본 원칙의 근본적인 잘못이 아니라 인간의 결점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과학의 본질은 우리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라 말한다.(126 페이지) 우리는 과학을 통해 자신의 한계 안에서 아름답게 춤출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다이애나가 연구를 통해 알아낸 사실이다. 가장 처음 유리병에 들어온 박테리아는 무작위로 결정되는 듯 보였으나 이후 모이는 박테리아에 굉장한 영향을 미치더라는 것이다. 그 첫 박테리아를 좋아하는 박테리아만 이어 모인다는 것이다.(145 페이지) 


남극에 가서 크라이오코나이트(cryoconite)를 연구하고자 했던 다이애나는 교모세포종(膠母細胞腫) 진단을 받는다. 저자 입장에서는 딸과 아내가 뇌종양을 앓게 된 것이다. 저자가 추산한 아내와 딸이 모두 뇌종양에 걸릴 확률은 3/1000억보다 희박하다. 저자는 이 상황에서 카오스 이론을 떠올린다. 카오스이론이란 세상을 규정하는 복잡한 시스템 다수가 초기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무작위라고 생각했던 것들 속에도 놀라운 수준의 자기조직화와 패턴이 존재한다는 점을 설명해준다. 카오스 이론의 창시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나비 날개짓이 한 마을을 초토화한 토네이도가 되기까지 모든 점을 연결하는 것이라는 대중의 생각을 무척이나 탐탁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179 페이지) 


저자는 뇌종양을 앓는 상황에서도 호기심을 잃지 않는 아내를 보며 정신과의사 노먼 도이치의 ‘기적을 부르는 뇌’를 인용한다. 즉 호기심이 아내의 비밀스러운 힘의 근원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를 꾸준히 습득하는 사람의 뇌는 스스로 발전해 새로운 생각과 세계를 탐구하는 능력을 키워간다는 것이다.(213 페이지) 도이치는 도파민 보상이 답을 찾는 데서 오기도 하지만 때로 답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통해 더 강하게 온다고 말했다. 과학과 삶을 연결짓는 저자의 성찰력은 숲과 암석 이야기로 이어진다. 저자에 의하면 숲은 광합성을 통해 공기에서 탄소를 얻고 단백질의 핵심 구성요소인 질소도 결국 공기에서 얻는다. 그러나 칼슘을 비롯해 그 밖에 숲이 필요로 하는 것들은 전부 암석에서 온다. 암석은 열기와 빗물, 침범하는 식물 뿌리의 영향으로 서서히 풍화하면서 자신이 품은 풍요를 내어준다.(221 페이지) 


저자는 기적적이고 획기적인 답을 찾아내는 것만이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과학에 접근하면 과학이 지닌 진짜 중요한 힘을 놓치고 만다고 말한다. 우리가 저항하지 않는다면 과학은 우리에게 한계와 받아들임을 가르쳐준다.(224 페이지) 강인한 의지와 과학 연구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았던 아내는 병세가 심해진다. “네바는 오른쪽 얼굴 일부가 마비된데다 언어장애까지 겪는 엄마를 무서워했다. 그 역시 이해가 갔으나 지켜보고 있으면 마음이 무너졌다.”(252 페이지) 수술 후 항암 치료, 그리고 백신 요법을 받았으나 결국 아내는 과학을 향한 호기심과, 원하면 언제든지 그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갔다.


저자는 원자의 관점에서 우리의 불멸은 보장되어 있다고 말한다. 칼 세이건은 이런 말을 했다. “우주의 관점에서 우리 모두는 소중하다, 만일 어떤 사람이 당신과 뜻이 맞지 않는다면 그냥 내버려두기를. 1000억 개 은하 속에 우리와 똑같은 사람은 찾을 수 없을 테니까.” 병세가 악화되어 고통이 심해진 아내는 모르핀 주사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까지 몰렸다. 마지막 순간까지 미소로 딸을 대하는 아내를 보며 저자는 우리의 영혼 가장 깊숙한 곳까지 당신의 존재가 영원히 새겨졌다고 말한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순간 아내가 그토록 특별할 수 있었던 것은 가장 근접한 답의 원천일뿐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방법 – 인 과학에 헌신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우주의 먼지로부터’는 저자가 세상을 떠나기 몇 주 전 아내로부터 써달라고 부탁을 받고 쓴 책이다. 아내는 “우리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찾아줘”란 말을 했다. 저자는 자신이 아내와 달리기를 통해 변함없이 연결될 수 있었기에 아픔이 희석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람을 마비시키는 슬픔의 수렁으로 더 깊이 추락하던 저자는 “슬픔은 하나의 원소다. 탄소나 질소처럼 자신의 주기를 가지고 있다.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에 들고 날 뿐이다.”란 글을 읽는다. 피터 헬러의 ‘도그 스타’의 한 구절이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과학의 목적은 세상의 가능성이 피어나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혼돈의 일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286 페이지) 저자는 가장 어두운 시간을 지나 문을 열어보니 여태껏 몰랐던 평온이 있었다고 말한다. 아내 무덤에 찾아간 저자는 아내가 작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생각한다. “대담하게, 관대하게, 충만하게 살라. 가장 중요한 곳에 에너지를 쏟고, 남을 먼저 살림으로써 나를 살리라. 관대해지고, 무한히 궁금해하고, 실패를 절대 두려워하지 않는 데서 얻는 것만큼 커다란 위로와 기쁨은 없다. 그러니 가장 기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 닫힌 마음이 아니라 즐기는 태도로 질문할 것. 더러 부서지고 불타버릴지라도 눈앞에 놓인 큰 기회를 붙들 것.” 


저자가 인용한 책들이 다 인상적인데 가장 크게 마음을 끄는 것은 로버트 맥팔레인의 ‘언더랜드’의 한 구절이다. “우리 자신도 일부는 광물이다. 치아는 암초, 뼈는 돌이다. 땅에서만이 아니라 신체에서도 지질작용이 일어난다.” 저자는 말한다. “나를 구성하는 원소들이 흩어져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생명을 이루기 전까지 다이애나가 계속 내 안에 알아 숨쉬리라는 것을. 하지만 언젠가는 새로운 우주먼지가 생겨나리라는 것도.“ 이 부분이 대단한 감동으로 읽은 책의 대단원이다. ‘우주의 먼지로부터’는 과학에 근거한 아름다운 책, 슬픔과 두려움과 허망을 이기는 과학자의 감동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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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방주에 새끼 공룡들을 태웠다고? - 기독교인이면서 진화를 믿을 수밖에 없는 이유
자네트 켈로그 레이 지음, 노동래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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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방주에 새끼 공룡들을 태웠다고?'의 저자인 자네트 켈로그 레이(Janet Kellogg Ray)는 진화와 우주의 나이를 받아들이는 과학교육자이자 생물학자인 한편 교회에 출석하는 헌신적인 그리스도인, 복음주의 교회의 신실한 교인, 성경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 사도신경과 니케아 신경(信經)의 모든 단어를 믿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설명한다. 저자가 인용하는 자연과학 교사인 존 클레이튼의 주장이 주목할 만하다. 클레이튼에 의하면 창세기 11(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은 날짜가 특정되지 않았고 시간 표시가 없는 구절이다. 즉 이 구절로 지구 나이 6000년을 뒷받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어느 때에는 과학을 창세기에 맞추려고 하고, 또 다른 때에는 창세기를 과학에 맞추려고 한다고 말한다. 두 경우 모두 엄청난 지적 곡예가 요구될 수 있다. 책의 제목인 '노아 방주에 새끼 공룡들을 태웠다고?'는 기독교인들의 시대착오적 인식을 일깨우는 제목이다. 물론 이때의 기독교인들이란 지구 역사가 6000년에 불과하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공룡이 등장한 것은 228백만년전이고 멸종한 것은 6600만년전이다. 지구 역사가 6000년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는 기독교인들을 젊은 지구론자라 한다. 이런 지질학적 연대상의 문제뿐 아니라 다른 문제도 발생한다.

 

즉 성경에 의하면 노아는 모든 종류의 육상 동물 두 마리씩을 방주에 태우라는 명령을 받았다. 창조론자들은 홍수 때 50~60종의 공룡이 있었다고 추정한다. 그러므로 모든 종류의 육상동물 두 마리 및 정결한 짐승 일곱 쌍, 그리고 100~120 마리의 공룡을 방주에 실어야 했다는 답이 나온다. 거기에 그 모든 육상동물들과 1년의 항해에 대비한 식량 및 물, 사람들을 위한 물과 식량이 탑재되어야 한다. 제목에 나오는 새끼 공룡들이란 말은 바로 이런 물리적 공간 확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저자는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이론이란 용어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에 의하면 이론이란 법칙들과 사실들을 짜서 논리정연한 전체로 만든다. 즉 과학 이론이란 법칙이나 사실보다 위에 위치한다. 저자는 과학은 단순한 사실 수집 이상이며, 과정이며, 우리가 자연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라고 설명한다. 과학은 또한 스스로를 교정하며 진리를 추구한다. 과학은 이기기 위해 어떤 입장을 옹호하지 않는다. 과학은 실재를 알고자 한다.

 

다윈 시대에 사람들은 생물이 정태적(靜態的)이라고 생각했다. 즉 모든 생물이 약 6000년전에 하나님에 의해 현재 형태로 특별하게 창조되었다고 생각했다. 다윈은 최초로 어떻게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관한 아이디어를 진척시킨 인물이다. 다윈은 생명이 진화했다고 제안한 유일한 사람도 아니고 최초 인물도 아니다. 다윈은 자연선택을 최초로 제안했고 수백만년에 걸친 종의 진화를 의미하는 딥 타임(deep time) 개념을 편입시켰고 모든 생명은 서로 관련이 있다는 의미의 계통수 모델을 제안했다.

 

중요한 사실은 자연선택이 완벽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적자생존은 최적자가 아닌 생존하고 짝을 찾고 후손을 남기기에 충분한 자의 생존이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무작위적이지 않다.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무작위적이지만 어느 집단에서 돌연변이가 시작될지는 확실히 무작위적이지 않다. 종들은 그것들이 지닌 특질들이 그것들을 환경에 적합하게 만들기 때문에 진화한다. 자연선택은 주사위 던지기의 명제인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다. 환경은 생물들에게 있어서 진화적 변화의 강력한 동인이다.

 

어류, 포유류, 파충류를 보자. 세 동물 모두 해양 생활이라는 환경상의 압력을 받는다. 공기역학적으로 물속을 이동할 필요가 있는가? 그러면 유선형의 신체를 지니게 된다. 물속에서 빠르게 헤엄치고 신속하게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는가? 그러면 지느러미와 물갈퀴를 지니게 된다. 진화는 다른 세 동물에게서 유사한 문제(해양 환경에서 사는 것)에 대한 해답을 유사한 방식(유선형 신체, 지느러미와 물갈퀴)으로 풀었다. 상어, 돌고래, 어룡의 신체의 유사성은 공통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다. 그것들의 신체적 유사성은 공통적인 환경상의 압력 때문에 생겨났다. 물론 세 동물에게는 아주 오래전에 공통의 척추동물 조상이 있었지만 그것들의 공통 조상은 유선형 신체, 지느러미, 물갈퀴를 지니지 않았다.

 

오래된 지구 창조론자들은 자연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와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라는 두 계시 모델을 통해 과학적 증거에 접근한다. 하지만 과학과 성경 사이에 충돌이 생기면 그들은 성경편을 든다. 오래된 지구창조론자들은 과학적 증거가 궁극적으로 성경과 일치할 것이라고 믿는다. 가령 그들은 창세기에 수록된 창조하다라는 단어의 의미가 과학의 빅뱅 묘사와 일치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들은 모든 생명의 공통 조상에 관한 증거를 거부한다. 그들은 하나님이 지구의 역사 전체를 통틀어 각각의 모든 종을 수십억번 기적적이고 개별적으로 만드셨다고 믿는다. 즉 그들은 생물학적 진화의 모든 측면을 거부한다. 지적 설계는 창조론 견해들과 별도의 견해가 아니라 그런 견해들을 방어하는 방법의 하나다. 그들은 공통 조상의 가능성을 허용하지만 계통은 설계된 것이지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고 가정한다. 우라늄 238의 원소들은 불안정하다.

 

우라늄 238은 좀 더 안정적인 원소인 납 206으로 변할 때까지 입자들을 떨쳐낸다. 우라늄 238의 반감기는 엄청나게 긴 45억 년이다. 우라늄 238과 납 206을 함유한 암석의 연대를 추정하기 원하면 납 236에 대한 우라늄 238의 비율을 측정하면 된다. 이 비율을 알면 우리는 방사성 연대 측정법을 사용해서 그 암석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좀 더 무거운 돌들이 맨 먼저 가라앉고 좀 더 고운 모래가 그 다음에 가라앉고 좀 더 고운 실트가 그 뒤를 따르고 마지막으로 가장 고운 점토가 가라앉는 것을 지질학에서는 상향 세립화라 부른다.

 

홍수 물이 물러갈 때 우리는 홍수 물에 의해 쌓인 토양의 층들에서 상향 세립화 순서를 관찰한다. 즉 바닥에는 입자가 조악한 층들이 나타나고 꼭대기로 갈수록 입자가 점점 더 고와지는 것이다. 교대하는 층들 중 일부는 다른 층들보다 크다. 그리고 우리가 큰 홍수 뒤에 진흙층을 보리라고 예상하는 그랜드 캐니언의 윗부분에서는 그런 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랜드 캐니언의 윗부분은 이암이 아니라 홍수 퇴적물에서 관측된 적이 없는 점토암, 사암, 석회암층들이다. 그랜드 캐니언에 있는 암석들은 방대한 시간에 걸쳐 여러 번의 퇴적이 이루어졌고 그 중간에 여러 번의 침식이 있었다는 것을 증거한다.

 

더구나 그랜드 캐니언에 있는 모든 퇴적물이 평평한 수평층으로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지역에서 우리는 뒤틀리고 갈라지고 단층이 진 층들을 목격한다. 이는 다른 종류의 힘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암석을 밀고 당기고 암석에 압력을 가한 역사를 증거한다. 홍수 지질학자들은 그랜드 캐니언의 형성시간 틀을 노아의 홍수가 일어난 해 또는 홍수 기간 중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그들은 이 증거를 거부한다. 대신 홍수 지질학자들은 암석 변형의 원인을 홍수에 의해 새롭게 쌓인 부드러운 퇴적물의 접힘에 돌린다. 석회암은 대개 연체동물이 살다가 죽어서 껍데기 조각들과 골격잔해를 남기는 얕은 바닷물에서 형성된다. 그랜드 캐니언에 있는 가장 큰 절벽 전면은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계적으로 얕은 바닷물에서 석회암이 형성되는 많은 예가 있다. 석회암은 격렬한 홍수 물에서 형성되지 않는다.

 

21세기의 창조론자들은 홍수에 의한 분류 설명을 확장해서 체중과 이동성 외에 동물의 행태와 지능을 포함시킨다. 해양 무척추동물은 무겁고 느리기 때문에 가장 이른 화석층들에서 발견된다. 어류는 좀 더 이동성이 있기 때문에 해양 무척추동물들 위의 암석층들에서 발견된다. 다른 동물들은 그것들이 행태 면에서 얼마나 유연한가에 따라 다른 층들에서 발견된다. 가장 지능이 낮은 양서류가 먼저 발견되고 이어서 파충류와 조류가 발견되고 마지막으로 포유류가 발견된다. 가장 지능이 높은 생물들은 높은 곳으로 올라갔고 궁극적으로 거기서 죽었다. 그래서 창조론자들은 지능이 높은 인간이 가장 새로운 암석층 즉 꼭대기 층에서 발견되는 것에 놀라지 않는다.

 

흔히 진화는 갑작스러운 사건으로서 진화를 통해 어류가 양수를 낳았다거나 파충류가 포유류를 낳았다거나 유인원이 인간 아이를 낳았다고 오해된다. 그것은 진화에 대한 오해일뿐만 아니라 기초 생물학에 대한 오해이기도 하다. 진화가 참이라면 우리는 화석 기록에서 거대한 도약이 아니라 연속체를 불 것이다. 화석 기록에서 점점 더 복잡한 신체 형태가 최초로 출연한 후에도 가장 덜 복잡한 형태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화석 기록의 추세들이 있지만 원시적인 형태들이 좀 더 복잡한 형태들과 더불어 계속 살아간다. 가장 오래된 암석들에 나타나는 생명은 원시적이고 단순하며 이후의 층들에서는 변이, 다양성, 복잡성이 증가한다.

 

과도기종들은 인어나 원숭이- 다람쥐 - 물고기 같은 기괴한 뒤죽박죽이 아니라 원시적인 특성들과 진보된 특성들의 혼합이다. 과도기종들은 종의 진화를 증명한다. 닐 슈빈은 최초의 네 발 동물들이 나타나는 암석의 나이를 알았다. 그는 진화가 참이고 공통 조상이 사실이라면 수생 동물과 육상 동물 사이의 과도기 동물들은 중간 나이의 암석들에서 발견되리라고 예측했다. 화석 기록에서 공룡에서 새로의 진화는 아주 매끄럽다. 공룡에서 새로의 진화는 매우 잘 입증되어서 현대의 분류 체계는 이제 새들을 좀 더 넓은 파충류 그룹 안에서 공룡 분지(分枝)에 위치시킨다. 특히 새들은 수각룡 분지에 속한다. 현대의 많은 생물학 책들과 교과서들은 새들을 조류 공룡으로 부르고 전통적인 공룡들을 비조류 공룡으로 부른다.

 

진화는 한 조상으로부터 현대의 종까지 시간상으로 곧게 행진하는 직선이 아니다. 대다수 지적 설계 옹호자들은 소진화에 동의하지만 대진화를 부인한다. 소진화는 종에서의 작은 변화들로 새들에서 나타나는 부리 행태 같은 적용을 허용한다. 대진화는 공통 조상으로부터 종들의 유래를 의미한다. 진화는 수선장이다. 자연은 검소하다. 진화는 무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원숭이들이 인간으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주위에 여전히 원숭이들이 존재한다. 원숭이들은 원숭이인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인간으로 진화하지 않는다. 아무도 내게 만일 당신과 당신의 8촌들이 모두 당신의 고조부의 후손들이라면 왜 당신에게 여전히 8촌이 존재하는가?라고 묻지 않는다. 내가 태어났을 때 내 8촌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8촌들은 그들의 삶을 살았고 그들 자신의 가계도를 발전시켰다.

 

인간은 대형 유인원과 공통 조상을 공유하며 침팬지와 가장 가깝다. 좀 더 가까운 인간의 친척들이 과거에 살았지만 지금은 모두 멸종했다. 침팬지가 살아있는 동물 중 우리와 가장 가까운 진화상의 친척이다. 하나의 빠진 고리를 요구하는 것은 진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오해한 처사다. 인간의 진화에서 변화는 하나가 다른 종류로 변하는 직선적인 과정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진화는 서서히 퍼지고 가지가 갈라져서 궁극적으로 점점 더 다양해지는 과정이다. 수천 년에서 수백만 년 동안 많은 가지가 죽어서 계통수의 끝이 죽은 가지를 구성한다. 다른 가지들은 생존해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현대의 종이 된다.

 

마지막 챕터인 12장의 제목은 하나님을 떠나지 않고 창조론을 떠나기이다. 아무도 물의 순환이 성경이 강수에 관해 말하는 내용과 모순되다고 다투지 않는다. 아무도 과학을 창세기에 맞추기 위해 물리적 창고 모델을 옹호하지 않는다. 아무도 바람이 만들어질 때 기압과 기온 차이의 과학을 부인하지 않는다. 아무도 성경 기상학을 고집하지 않는다. 현대 과학 중 생물학, 지질학, 천체물리학만 의심을 받는다. 그것도 그 학문들이 기원 문제에 적용될 때 그렇다. 젊은 우주론자들은 항공학과 우주여행, 현대 공학의 모든 영역에서 물리학과 화학 및 수학을 신뢰하면서 바로 그 과학이 우리에게 지구와 우주의 나이를 말해줄 때는 그것들을 불신한다.

 

창조론자/ 지적 설계 운동의 표어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것에 틈새가 있는 곳마다,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수수께끼가 있는 곳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단계나 구조가 있는 곳마다 그들의 기본적인 대답은 하나님이다. 생화학 과정에서 설명되지 않는 과정들은 매우 복잡한 설계 탓으로 돌려지고 자연은 결코 그것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고 설명된다.

 

본문에는 두 가지의 그렇게 보이게 만들어졌다는 말이 등장한다. 하나는 젊은 지구론자들이 한 말로 아담과 하와가 성인으로 창조되었듯 지구와 우주가 완전히 성장한 상태로 창조되었으며 빛, 암석, 얼음, 나무, 호수 바닥들이 모두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창조되었다는 것(115 페이지)이고 다른 하나는 지적 설계론자들이 한 말로 멸종된 동물들과 현재 살아 있는 종들 사이에 실제로 관계가 있는 듯 하게 보이는 것은 단지 그렇게 보이는 것일뿐이라는 것(200 페이지)이다.

 

우리가 생명이 어떻게 출현했는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오늘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우리가 내일에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으리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생각해 보라. 생명의 복잡성이 모두 설계자만 아는 설계에 따라 갖춰지도록 설계자에 의해 이루어진 선택이라면 우리가 무언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생명의 복잡성이 자연 과정을 통해 설명될 수 없다면 우리가 무엇 때문에 연구하는가? 어떤 과학 이론이든 그것의 강점은 새로운 지식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다. 설계자에게만 알려지고 설계자에 의해 이루어진 선택들은 과학의 막다른 종점이다. 아무것도 예측될 수 없다.

 

창세기를 읽을 때 우리는 현대 과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관한 것을 배운다. 성경은 누가, 왜 창조했는지에 대한 답을 준다. 과학은 언제, 어떻게 창조되었는가에 대해 답한다. 인간이 묻는 가장 중요한 질문들은 과학을 통해 답변될 수 없다. 진화는 우아하다 진화는 창의적이다. 진화는 계속 창조하는 창조 세계를 낳았다. 진화가 본질적으로 불경한 것은 아니다. 진화는 만물의 창조자와 유지자로서의 하나님을 작아지게 하지 않는다. 진화에 관한 어느 것도 우리가 "우리가 그를 힘입어 살며 기동하며 존재하는"(사도행전 1728) 분으로서의 하나님을 배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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