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소재 한 대학의 지질학과 학생들과 교수분들께 연천 해설을 하게 되었다. 차원이 다른 순간을 맞은 셈이다. 코스는 선사박물관, 은대리 습곡구조, 좌상바위, 백의리층 등이다. 선사박물관은 ”우리 영역이 아니기에 어렵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나에게는 가장 쉬운 부분이다. 은대리 습곡구조와 좌상바위는 생소한 지점이어서 어렵다.

 

그 분들은 지질 전문 내용을 들으려고 오는 것이기보다 연천 이야기, 전문 교수들이 하는 강의와는 다른 해설사만의 스킬, 문화, 역사, 생태, 기후 등과 연관되는 지질 이야기를 들으려고 오는 것일 테다. 전공자들 앞에서 해설을 하기에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전공자들이라고 다 알 수는 없으리라 생각하고 담담히 해야 하지만 흐름과 내용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야 한다.

 

연천이 추가령 구조곡과 북(北) 강원 평강 오리산을 빼놓고 말할 수 없듯 공주도 그에 해당하는 지질 정보와 이력이 있을 것이다. ‘화강암의 차별침식이 만든 자연성릉 : 계룡산(845.1m)‘이란 제목이 눈에 띈다. 계룡산은 공주에 주로 속해 있는 산이다. 공주 지역의 주요 기반암은 쥐라기 말 대보조산운동에 의해 형성된 화강암과 이를 관입한 백악기의 화성암류다.

 

대보조산운동은 약 1억 8천만년 전 ~ 1억 2천만년 전인 쥐라기 초기에서 백악기 초기 사이에 일어난 한반도 지질사상 가장 격렬했던 대규모 조산 운동이다. 이름은 일제강점기인 1927년 일본인 지질학자가 평안남도 대동군 대보면에 위치한 대보탄전에서 큰 충상단층을 발견하고 이의 원인을 대보 충동이라 명명한 데에서 유래했다.

 

장순근 교수는 대보조산운동에 의해 나타난 대보 화강암을 경상남북도를 제외한 한반도 남쪽 전체에 북동-남서 방향의 일정한 방향을 가지고 모습을 드러낸 암석으로 정의한다.(’우리 땅 바위와 화석‘ 95 페이지) 연천을 흐르는 임진강의 발원지인 마식령산맥이 대보조산운동의 결과 생긴 습곡구조(褶曲構造)다. 흥미롭게도 공주에 연천봉이 있다. 우리 고을은 잔 물결 연(漣)과 내 천(川)을 쓰지만 공주 연천봉은 이을 연(連)과 하늘 천(天)을 쓴다는 차이가 있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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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특히 지구과학 또는 지질에 집중하다가 잠시 쉴 기회를 얻은 것 같다. 某 출판사로부터 내 주요 관심사와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이 도착했다. 서평을 써야 하는 책이다.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중국 역사와 심리학의 만남이랄 수 있는 책이다. 심리학으로 삼국지를 재해석한 첫 시도의 책이라고 한다. 심리(心理)라는 말이 오늘의 주제어다.

 

마음의 결이라는 의미의 이 말에서 내가 할 말은 심리학이란 마음의 무늬를 다루는 분야가 아니라 갈라진 마음을 논하는 학문이란 말이다. 갈라졌다는 말은 아프고 상처 입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쉴 사이 없이 요동하고 분열한다는 뜻이다. 본문에 의하면 유비는 울컥하는 심정을 잘 다스린 사람이다. 울이 鬱은 아니지만 내게는 그늘 즉 얼룩으로 보인다. 얼룩은 마음의 아픈 결이다. 이 책으로 일전(一轉)의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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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停年) 후 명예교수로 있는 분께 지질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메일 주소는 그 분의 책을 출간한 출판사에 문의해 알았습니다. 지구과학을 전공하신 이 분은 제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고 계십니다. 며칠 전 두 번째 질문에 답하시면서는 연천의 은대리 판상절리와 임진강 주상절리를 연필 스케치한 그림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노두를 직접 탐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론 공부도 중요하고 관찰도 중요하고 상상력 함양도 중요하지요. 그래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를 것입니다. 한 교육학자가 자신만의 컬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창의성이라 정의한 것이 생각납니다. 보리스 카스텔과 세르지오 시스몬드의 '과학은 예술이다'란 책을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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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뒤져) 지질공부를 하다 보니 연대측정법에 대해서까지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의 대안인 OSL(optically stimulate luminescence) 연대측정법이 눈에 띄네요. 문화재는 물론 지층의 나이를 아는데 요긴한 방법이라 들었어요. 요즘 문화, 역사보다 지질, 지형 재미에 빠진 듯 해요. 물론 본령(本領)이던 문화, 역사보다 지질, 지형에 더 재미를 붙이고 있으니 잘못된 것이 아니라 OSL 연대측정법을 통해 양자의 접점을 찾은 듯해 마음이 놓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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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산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거의 "가노라 삼각산아~"로 시작하는 김상헌의 시조만 예시했다. 이 작품에서 삼각산은 이름만 나올 뿐 구체적 위상은 언급되지 않았다. 다른 산으로 대체해도 좋을 이름이라는 의미다. 매월당 김시습의 삼각산을 언급하지 않은 잘못을 반성한다.

 

"세 봉우리 한데 합쳐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란 첫 구절만으로도 산의 위상을 알게 한다. 이어지는 "꼭대기에 오르면 북두칠성과 견우성을 딸 수 있겠네"란 구절도 의미 있다. 높기에 올라가면 은하수라도 잡을 수 있을 정도라는 한라산의 의미까지 헤아릴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고산 윤선도도 삼각산에 대해 언급했다.

 

"한양의 북쪽이요 고양의 동쪽"이라는 말로 삼각산의 위치를 언급한 고산은 우뚝한 세 송이 푸른 부용(芙蓉) 봉우리란 말로 인수봉, 백운대, 만경봉의 삼각(三角)을 이야기함과 함께 불교적 은유를 마음껏 구사하는 다차원의 시재(詩才)를 선보였다. 김시습이 북두칠성과 견우성을 딸 수 있겠네라 말한 것처럼 윤선도도 삼각산이 북두까지 솟구쳤다고 표현했다. 부지런해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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