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먼 틸든의 책(‘숲 자연 문화유산 해설’)에서 존 뮤어(John Muir; 1838 - 1914)에 관한 지식을 얻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미국인이었던 뮤어는 근대적인 자연(숲 또는 환경)과 관련해 최초로 해설이라는 말을 사용한 인물이다.(1888년 이후 미국 로키산맥에서 숲 해설을 한 에노스 밀즈를 숲 해설의 기원자로 본다.)

 

이 부분에서 궁금한 것은 존 뮤어가 자연을 설명하는 자신의 행위(우리가 해설이라 부르는)를 무엇이라 표현했을까?란 점이다. 1872년 뮤어는 옐로스톤 공원이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이 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물론 그는 흑인과 미국 원주민들을 더럽고 게으른 사람들로 묘사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를 설명할 때 나오는 단어가 존 뮤어 트레일이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킹스 협곡(canyon), 세쿼이아 국립 공원을 통과하는 캘리포니아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장거리 코스로 뮤어가 개발한 길이다. 트레일(trail)은 길, 코스 등을 의미한다.(‘트레일블레이저; trailblazer‘는 개척자, 선구자라는 의미다.)

 

다시 틸든의 책으로 돌아가자. 틸든은 그의 책에서 해설을 공적 봉사라는 의미로 썼다. 1957년에 출간된 "해설 분야의 기념비적 저서"인 이 책에 파스칼의 말이 인용되었다. 파스칼에 의하면 대화가 너무 길면 지나치게 많은 진실 때문에 당황스러울 정도로 뜻을 알기 어렵고 간단해도 뜻을 알기 어렵다. 파스칼은 그런 점을 지나치게 멀리 있는 사물도 지나치게 가깝게 있는 사물도 똑같이 볼 수 없는 것에 비유했다.(143 페이지)

 

틸든은 주제의 한계를 완벽히 이해하고 잘 경험할 때 생기는 바람직한 절제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147 페이지) 깊게 새길 말이다. 정리하면 존 뮤어가 해설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고 1888년 에노스 밀즈가 처음 숲해설을 했다.(1888년 밀즈의 나이는 19세였다.)

 

당시는 공적 봉사 개념의 해설을 했기에 시간을 정해놓고 해설을 했다기보다 듣는 사람들과 교감하는 가운데 상황과 대상에 따라 시간을 신축성 있게 썼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여 틸든이 말했듯 듣는 사람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자극을 유발하고 한 부분보다 전체를 전하려 했을 것이다. 틸든은 해설의 기본 목표는 상세한 부분이 아무리 흥미 있다 해도 부분보다 전체를 표현하는 것이라 말했다.(81 페이지)

 

그에 의하면 전체는 무한대라 할 수 있는 총체와 다른 개념이다. 틸든은 우리 모두는 판에 박힌 연설을 할까 두려워 하지만 직감이나 계획을 잘 짜서 극적으로 전체를 전달한다면 진부한 표현들을 거의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83 페이지) 내가 이해한 바로는 전체를 전하는 것은 처음과 끝을 가진 스토리로 전체적 그림을 상상하게 하는 것이다.

 

실력은 40분이든 한 시간이든 시간이 정해진 해설을 할 때 드러난다. 관건은 무력한 해설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듣는 사람들의 관심사나 지역에 관해 적절하게 질문도 하고 지적 욕구를 자극하기도 하고 주제에 수렴하는 쉽고 새롭고 적절한 세부 지식들로 전체상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해설 경험이 늘수록 생각이 늘기 마련이다. 실수로부터 배우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구상한 주제에 맞는 자료를 찾고 정리해 숙지하는 것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익숙해질 것이다. 폭 넓게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틸든은 요약에 대한 본능은 형태를 설명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 설명했다. 그는 예술가는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모든 자료를 냉정하게 삭제한다고 말했다.(6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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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 가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 - 최고 스타강사의 상대를 사로잡는 말하기 비법 : 실전편
장신웨 지음, 하은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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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인격이 담긴 소통의 매개체다. 말을 통해 됨됨이, 교육 수준, 가치관, 삶에 대한 태도 등을 알 수 있다. 말은 큰 위력을 지녔다. ‘호감 가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의 저자인 심리상담가이자 스타 강사 장신웨는 대화의 기술과 대화의 길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말하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라 말하며 저자는 자신의 책이 소통 훈련 10년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은 책임을 밝힌다.

 

1장 ‘나를 알고 적을 알라’, 2장 ‘갈등을 해소하라‘로 이루어진 책에서 저자는 정확하게 말하고 정확하게 듣는 자세가 대화의 기본임을 주장한다. 이 부분에 대해 할 말이 있다. 해설사인 나는 고맥락 문화와 저맥락 문화에 대해 관심이 간다. 이 두 문화는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제시한 개념이다. 저맥락 문화에서 소통하는 사람은 최대한 명확하게 정보를 전달한다.

 

고맥락 문화에서 소통하는 사람의 언어에는 전달하는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가 배경과 대화를 나누는 감각에 포함되어 있다. 이 문화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방식의 소통을 선호함으로써 듣는 사람은 말의 숨은 뜻을 찾아내야 한다. 해설은 고맥락 문화에서 하는 것 같은 방식의 소통으로 꾸려져서는 안 된다. 물론 해설에서 불충분한 소통은 해설자가 상징적인 말을 해서가 아니라 언어 감각이 떨어지거나 정보가 불충분한 까닭에 빚어진다.

 

저자는 말 잘하기보다 듣기 잘하기를 강조한다. 물론 듣기 잘 하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문 잘하기다. 저자는 소리굽쇠 실험을 이야기한다. 여러 개의 소리굽쇠를 줄지어 세워놓고 그 가운데 하나를 두드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소리굽쇠에서도 같은 소리가 퍼지는 실험이다. 소리굽쇠들은 공명을 일으켜 갈수록 소리가 커졌다. 음파의 파장에서 비롯된 결과다. 눈에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소리는 파장으로 존재한다. 감정도 그렇다.

 

밀도 있는 경청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이해, 비슷한 경험이나 신앙은 강력하게 공명한다. 훌륭한 대화는 공명을 유도하는 매개체다. 고집불통인 사람들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들은 결과와 관계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원칙에 집중한다. 저자는 가시 돋친 말을 쏟아내는 냉혈한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고 말한다.

 

지시적으로 말하는 교도관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악의적 유포자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본인이 책임지는 법을 배우라고 말한다. 듣기 좋은 말만 일삼는 아첨꾼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감정적으로 자립하라고 말한다. 승리욕에 불타는 승부사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용감하게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남들을 구원하고자 하는 구원자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먼저 구원하라고 말한다.

 

말도 표정도 없는 목각인형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감정을 배우라고 말한다. 냉혈한을 상대할 때는 웃음으로 넘어가기를 권한다. 교도관 유형의 사람들을 상대할 때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말한다. 유포자 유형의 사람들을 상대할 때는 거리를 유지하라고 말한다. 아첨꾼에게는 존중을 표현하라고 말한다. 승부사의 도전은 쉽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말한다.

 

구원자에게는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정확히 말하라고 말한다. 목각인형은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라고 말한다. 과학 연구에 의하면 편도체는 정서적 경험을 저장하는 기관이어서 의사 결정과 무관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저자는 마음과 성격 수련으로 정서를 자유자재로 운영하라고 말한다. 갈등이 무섭다고 입장 표현을 포기하지 말라. 의견 표현 방법을 익혀라. 분노하는 사람은 잠시 기다려주자.

 

완곡한 거절 훈련을 하라. 원칙을 침해하는 사람에게는 직접적으로 말하자. 대세에 휩쓸리지 말라. 충돌하면서 윈윈하는 법을 찾자. 저자는 망(望), 문(聞), 문(問), 절(切) 등을 제시한다. 상대의 말을 관찰하고, 자신의 언어를 살펴보고, 효과적인 피드백을 얻어내고, 맥을 짚고 내면의 소리가 떠오르게 하기 등이다. 저자는 소통에서 문제에 직면하면 대화법을 바꿀 것이 아니라 내면의 근본이 되는 시나리오를 바꾸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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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才人) 폭포 해설을 하고 나면 아쉬움이 들곤 한다. 하나의 주제로 재인폭포와 폭포 주변 지형들을 해설하겠다는 다짐을 실천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오늘 비교적 그에 접근한 해설을 했다. 대상자분들이 지리(地理) 교사들이기에 어느 정도는 가능했다. 동료 해설사로부터 많은 장면 전환을 지양(止揚)하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감사하다. 물론 이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지질시대에 대해 공부해야 할 것이다. 오늘 한 이야기를 더 촘촘하게, 덜 어렵게 연결할 필요가 있다. 아직 내 재인폭포 해설은 실험(實驗) 단계다. 재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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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을 전문적으로 논한 책이 아닌 산소(酸素) 관련 책에서 버키볼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버키볼은 탄소 원자 60개가 육각형 20개와 오각형 12개로 이루어진 축구공 모양의 풀러렌이다.(지난 7월 3일 풀러렌을 발견한 노벨상 수상자인 화학자 로버트 컬이 사망했다.) 멸종을 전문적으로 다룬 책이 아니어서인지 decisive하지 않다. 멸종 책을 읽어야겠다. 나는 형태에 약한지도 모른다. ‘이(理); 자연의 역동적 형태’ 같은 책을 읽어야겠다.

 

오늘 재인폭포 근무를 하며 현무암 절리를 그리는 화가를 보았다. 이(理)란 내가 오늘 그 화가에게 이야기한 리다. ‘뭉침/ 구불구불함/ 모남/ 잔가지/ 부서짐/ 동심원/ 윤곽선/ 잔금/ 고사리 잎/ 균열/ 미로/ 지의류/ 모호함/ 잎차례/ 다각형/ 망상/ 하천/ 물결과 모래언덕/ 세모꼴/ 얼룩덜룩함/ 잎맥/ 꾸불꾸불함/ 끈적끈적한 반점‘ 등의 목차로 구성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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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연천 만큼은 아니지만 비교적 자세히 아는 곳이 서울, 파주, 철원, 고양, 남양주 등이다. 서울은 여러 차례 해설을 한 곳이어서 연천 외의 지역들 중 비교적 잘 아는 곳이고 파주, 고양 등은 가까운 곳인 한편 해설 경험이 있어 어느 정도 안다. 최근 폭포에서 고양, 남양주, 파주, 제주 분들을 만났다. 고양 분들에게는 연천, 강화, 고양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는지 물었다.(정답은 말라리아 위험지역이다.) 남양주 분들에게는 이석영도서관에 대해 언급했다.(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파주분들에게는 흥선대원군의 운현궁 내 사랑방인 아재당(我在堂)이 파주에 복원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부럽다고 했다.(모른다, 그게 뭐냐? 거기가 어디냐? 등의 반응이 돌아왔다.) 제주분들에게는 한라산이 무지개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산이라는 답(알고 물었다)을 듣고 한라산은 몽골어로 검다, 위대하다 등의 의미를 가진 하라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타 지역에 대한 지식은 연천 해설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아니고 잠시나마 방문자분들과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알아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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