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보들 발공주와 일곱 마리 코끼리 미래아이 저학년문고 3
알베르트 벤트 지음, 윤혜정 옮김, 마리아 블라제요브스키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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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미네야, 넌 정말 대단한 아이로구나. 내가 만약 너처럼 뚱뚱했다면 난 놀리는 어른들에게 그렇게 관대하지 못했을 거야. 속상해서 울고 불고 난리를 쳤을 것 같은데 넌 어쩜 그렇게 대담할 수가 있니? 특히 늘 뚱보 아가씨라고 부르는 삼촌에게 자신이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설명할 때는 깜짝 놀랐어. 뚱뚱하다는 단점이 순식간에 장점이 되고 말았으니까. 그동안 단점 같은 건 모두 꽁꽁 숨기려고 한 내가 부끄럽구나.

헤르미네야, 난 네가 지진 때문에 3미터나 솟아난 길에서 코끼리를 만난 장면을 잊을 수가 없어. 너랑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뚱뚱한 코끼리들이 너를 보자마자 친구처럼 기뻐하면서 어깨를 쓰다듬어준 그 장면 말이야. 그 후에 너와 코끼리들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어. 지진으로 인해 솟아오른 땅을 원래대로 되돌려놓는 일은 아무나 못하는 거잖아. 

헤르미네야, 난 네가 정말 존경스러워. 서로 자기 이익만 내세우며 싸움이나 하는 어른들에 비해 얼마나 훌륭한지 모르겠어. 코끼리들을 이용해서 솟아오른 땅을 내려가게 하자는 생각은 어떻게 해냈니? 네가 그런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 사실 그런 방법으로 될까 싶었단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모아 요란스런 즉흥 음악을 들려주었더니 코끼리들이 정말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했잖아. 그리고 말야, 뚱뚱하다고 놀리던 사람들이 코끼리와 함께 춤추는 너를 황홀하게 바라볼 땐 정말 감동적이었어. 나도 박수 짝짝짝이야.

헤르미네야, 뚱뚱하다는 단점보다 발이 보들보들하고 예쁘다는 장점을 찾아 당당하게 내세울 줄 아는 너를 알게 되어서 무지 기뻐. 그래, 오늘은 어디서 공연을 하고 있니? 우리 나라에도 한 번 와 주렴. 일곱 마리 코끼리와 함께 춤추는 너의 멋진 모습이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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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 작가가 된 구니 버드 동화 보물창고 20
로이스 로리 글, 미디 토마스 그림, 이어진.이금이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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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우리 딸도 구니버드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우리 딸은 책읽기를 좋아하고 커서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글을 쓰는 건 좋아하지만 앞에 나서는 건 끔찍하게도 싫어한다. 학기 초마다 반장 선거에 나가 보라며 큼직한 선물을 걸어도 끄덕도 하지 않는다. 또 커갈수록 단정한 옷차림만 고집하는 딸아이 때문에 가끔은 예쁜 옷을 입히고 싶은 엄마와 싸움 아닌 싸움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구니버드가 부러웠다. 특이한 옷차림을 한 채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교실 분위기까지 확 바꾸는 재주를 가진 구니버드의 매력에 나도 모르게 빠지고 말았다. 이 책보다 앞서 나온 <최고의 이야기꾼 구니버드>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구니버드네 교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함께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진다.

오늘 수업은 이솝 우화를 읽고 교훈을 알아내는 것이다. 선생님이 이솝 우화를 들려주었지만 아이들이 제대로 교훈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구니버드의 제안으로 아이들이 직접 우화를 만들기로 한다. 선생님이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구니버드의 주도하에 아이들 스스로 자기만의 우화를 만든다.

앞에 나가 자기 우화를 발표하고 스스로 교훈을 찾아내는 과정을 보며 교육은 바로 이렇게 하는 거라는 생각을 했다. 별 간섭 없이 아이들 스스로 수업을 진행해 나가도록 지켜보는 피죤 선생님의 역할도 훌륭하다. 

선생님이 정해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 자신의 이름 첫 글자로 시작하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각자 우화를 만든다. 규칙은 반드시 교훈이 담겨 있어야 하고, ‘갑자기’라는 단어가 꼭 들어가야 한다는 정도. 이야기가 재미없어서 아이들이 흥미를 잃어갈 때쯤 '갑자기'라는 단어를 넣어 집중하게 만드는 장면은 정말 재미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수업이 이루어진다면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싶어 안달을 하지 않을까 싶다. 

구니버드는 이야기 속에서는 동물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잘했을 땐 칭찬도 마음껏 해준다. 배리가 우화를 보고서처럼 말하거나 옆길로 샐 때마다 명쾌한 코치를 해주는 건 선생님이 아니라 구니버드다. 보고서 같은 배리의 우화를 진짜 우화처럼 고쳐 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든지 우화를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 

3, 4학년 정도의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아이들의 우화 9편을 읽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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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싹 2008-05-08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을거에요.
구니버드보다 더 멋진....
창밖으로 신록이 상큼한 오후에요.
오늘도 내내 좋은 날 되소서.

소나무집 2008-05-09 10:02   좋아요 0 | URL
물론 매력이야 있지만 엄마의 욕심이 끝이 없는지라...
 
해리스와 나 미래아이문고 3
게리 폴슨 지음, 최지현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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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의 관찰자이면서 결국 해리스와의 말썽에 동참하는 나는 도시에서 온 외로운 아이다. 알콜 중독자인 엄마 아빠 때문에 육촌인 해리스네 시골 농장까지 오게 되었다. 나의 눈에 비친 해리스네 농장은 모든 게 낯설고 이상하기만 하다. 하지만 나는 농장에서의 하루하루와 그 가족들의 매력에 푹 빠져들고 만다. 

날도 밝지 않은 새벽에 첫 식사를 시작한 후 하루 여섯 끼씩 먹어가면서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는 농장 사람들 속에 상상을 초월하는 해리스의 하루가 있다. 이 시골 농장에는 갑자기 나타난 알콜 중독자 아들에 대한 배려 같은 건 눈꼽 만큼도 없다. 그래서 적당히 손님 노릇을 하며 보내려 했던 나의 여름 방학 계획은 농장에 도착한 순간 바로 깨지고 만다.

특히 잠시도 쉴 틈이 없는 해리스는 나의 우울함을 싹 잊게 만든다. 전쟁 놀이를 하다가 돼지똥 속에서 구르기, 전기가 통하는 울타리에 오줌 싸기, 세탁기에서 떼어낸 모터를 단 자전거 타고 날아가기, 타잔 흉내 내다 진흙탕에 처박히기 등 해리스의 말썽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해리스에겐 사고도 말썽도 아닌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놀이일 뿐이다. 처음엔 이런 놀이에 주춤대던 나도 어느새 해리스의 말썽에 동참하고 만다. 왜냐고? 신나고 재미있으니까!

시골 농장에서 여름을 보내는 동안 나는 엄청난 말썽꾸러기 해리스와 독특한 성격의 가족들을 보며 따듯한 사랑을 느낀다. 해리스의 부모는 아무리 끔찍한 말썽을 피워도 아이를 혼내지 않는다. 아이들은 모두 그러는 게 정상이라는 듯 무심하다. 엄마인 나도 이 대목에서 그냥 감동받고 반성까지 했다. 해리스에 비하면 새발의 피 같은 말썽을 피우는 우리 아들에게 흥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방학이 끝나고 도시로 돌아가기 위해 이별하는 나와 해리스의 모습에 마음이 찡했다. 나는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여름을 보내고 와서 해리스의 편지를 받는다. 신나는 놀이꺼리를 만들어놓고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돌아오라는. 그것도 노느라고 글을 익힐 시간이 없었는지 누나가 대신 써준 편지다. 그래서 더 해리스답다.

해리스가 다음엔 어떤 말썽을 피울지 궁금하고 걱정이 되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을 졸여야만 했다. 흥미롭고 놀라운 놀이 아이디어를 머리 속에 가득 담고 있는 해리스는 모든 아이들의 영웅이 되기에 충분하다. 우리 딸도 책을 읽은 후 "해리스는 좋겠다. 나도 이렇게 놀아보고 싶다"며 무한한 존경과 부러움을 보냈다.

한적한 시골 농장에서 벌어지는 지상 최대의 사건에 동참하고 싶은 4학년 이상 아이들과 어릴 적 최고의 말썽쟁이였던 어른들에게도 해리스네 농장으로 가는 초대장을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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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쟁이 버럭영감 난 책읽기가 좋아
강정연 지음, 김수현 그림 / 비룡소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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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봉에 사는 버럭영감은 동네 제일 가는 부자여서 남부러울 게 없을 듯한데 소원이 하나 있다고 하네요. 바로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아들이 벼슬길에 오르는 건데요, 아들은 아버지의 소원은 아랑곳없이 나무와 망치를 들고 목수일 하는 것만 좋아하니 이를 어쩌면 좋아요?

공부하라고 닥달하는 버럭영감에게 아들은 시끄러워서 공부를 못하겠다고 했대요. 그러자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이랑 빨래터에서 수다 떠는 아낙네들이랑 논에서 일하며 노래 한 가락 뽑는 일꾼한테까지 버럭 버럭 소리를 질러가며 심술을 내는 통에 버럭영감이 되고 말았지요. 그렇게 십 년 동안 사람들을 단속해도 아들은 여전히 공부에 뜻을 보이지 않았구요, 늘어난 건 버럭영감의 심술뿐이었대요.

그런데 이 동네에는 소원을 외쳐서 구구봉 아흔아홉 고개에 메아리가 울려 퍼지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었대요. 어느 날 버럭영감은 돌쇠네 집에서 우는 소리가 들리자 달려가서는 "소리들이 몽땅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외쳤지요. 그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세요? 정말 버럭영감의 소원 대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대요.

그래서 아들이 공부를 하게 되었냐구요? 아니지요. 그러면 이야기가 너무 재미없잖아요. 그날 밤 버럭영감의 집에서 불이 났는데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불을 끄러 오는 사람이 없었대요. 그제야 잘못을 뉘우친 버럭영감은 눈물까지 뚝뚝 흘리고 있는데 그 순간 며느리가 아기를 낳았대요. 아기의 울음 소리가 구구봉 아흔아홉 고개를 넘어 울려 퍼지자 다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대요.

그후 버럭영감의 소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불에 탄 집을 목수 일 잘하는 아들이 멋지게 지었는데 임금님에게까지 소문이 나서 결국 나라 목수가 되었대요. 그래서 진짜 벼슬도 하게 되었구요. 정말 멋지지요?

자식이 마음대로 안 되면 부모는 저절로 심통쟁이에 심술쟁이가 되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성공의 길은 하나가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길이 열린다는 거죠. 저도 오늘부터 아이들에게 어떤 재주가 있나 눈여겨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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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이가 된 스탠리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11
제프 브라운 글, 토미 웅게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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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게시판에 갈려서 납작해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얘기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던 아이들은 정말 그럴 수도 있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는 스탠리가 문 틈으로 들락날락하고, 편지 봉투 속에 들어간 채 여행을 다녀오고, 연이 되어 하늘을 날고, 미술관에 들어온 도둑을 잡는 장면을 보면서 무진장 부러워했다.

하지만 납작이가 된 스탠리에게 늘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르게 생겼다고 비웃고 싫어하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이때 느끼는 스탠리의 심정은 자다가 깨어난 동생 아서와 나누는 대화 속에 다 들어 있다.

"내가 이러는 이유는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아서야. 이렇게 납작이가 된 게 정말 짜증이 나. 다시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생겼으면 좋겠어. 이렇게 납작해진 모습으로 평생을 살아야 하다니. 정말 속상해."

하루 동안 몸을 마음대로 몸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이 되고 싶냐고 물었더니 딸은 투명 인간이 되어 자기를 못 살게 구는 친구들을 골탕 먹이고싶다고 했다. 아들은 팔이 네 개쯤 달린 괴상망칙한 괴물을 그려서 보여주었다. 언제 이 괴물에서 벗어날지 모르겠다.

스탠리의 모험담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상상을 해볼 수도 있고, 나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책이 얇긴 하지만 글의 양이 꽤 되는지라 1학년 이하 아이들은 엄마가 읽어주고, 이제 막 글 좀 있는 책을 읽기 시작한 아이들 손에 들려주면 킥킥대며 재미있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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