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집사부일체'를 시청했던 사람들은 어울리지 않는 집사부의 등장에 다들 의아해했을 줄 압니다. 대권 유력주자인 윤석열 씨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상업방송사인 sbs의 의도된 줄대기일 수도 있고, 모기업인 태영건설의 철저히 계산된 아부성 프로그램일 수도 있겠습니다. 예컨대 대권의 유력주자 중 건설사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 윤석열 씨임을 태영건설의 경영진은 잘 알고 있었겠지요. 분양가 상한제 등 민간 건설사를 향한 규제를 없애고, 그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할 것 같은 인물로 윤석열 씨를 제일로 꼽는 것은 경제와 토지 공개념의 분야에서는 윤석열 씨의 경력으로 볼 때 문외한이거나 젬병이라고 판단하였을 듯합니다. 그들로서는 윤석열 씨에게 적당히 아부만 잘한다면 자신들이 의도한 대로 마음껏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집사부일체'를 통해 확인했을 듯합니다.


게다가 남편이 출연하는 단독 프로그램에 부인인 김건희 씨는 철저히 숨겼던 걸 보면 윤석열 씨의 대권 행보에 김건희 씨는 장애물이거나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인물로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국민의힘 소속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 '여자가 어딜...' 하는 안티 페미니즘의 영향이 반영되었을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방송 내내 반말지거리를 하는 모습이나 조직폭력배와 같은 걸음걸이 등 방송에 참여한 연예인들이나 시청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에서 안하무인으로 행동했던 검사 윤석열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장제원 국회의원의 아들이 또다시 뉴스에 등장했더군요. 음주운전에 운전자 바꿔치기 시도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그가 이번에는 무면허에 음주운전, 게다가 음주 측정을 하려는 경찰관을 밀치고 폭행하는 등 자신의 아버지의 백그라운드 없이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럼에도 경찰은 그를 귀가시켰습니다. 국회의원의 권한이 과연 세기는 센가 봅니다. 만약 민주당 국회의원의 자식이 이런 일을 벌였다면 온 언론이 몇 날 며칠 온 지면에 도배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나아가서 의원직을 내려놓으라는 요구도 이어졌겠지요. 이상하게도 언론이나 검찰은 국민의힘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모습입니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 때문일까요?


내일은 우리나라 최대 명절이라는 추석, 코로나로 가족 전체가 모이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가족 모두가 보는 텔레비전에서 조폭과 같은 검사의 얼굴이나 자식 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못하는 무능한 아빠의 모습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게 저의 작은 소망입니다. 이것도 보름달을 보고 빌어야 이루어지는 걸까요. 에이, 설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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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삶 - 타인의 눈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는 독서의 즐거움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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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는 언제나 연휴 동안 읽을 책을 고르느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게 웬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며 혀를 끌끌 찰 일이지만 책과 떨어지면 나도 모르게 유아기적 분리불안이 스멀스멀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는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연휴가 길어질수록 연휴 동안 읽을 책에 대한 기대와 설렘에 비례하여 목록 선정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선천적 선택 장애를 안고 태어난 사람처럼 갈팡질팡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종국에는 선물 보따리보다 책보따리가 더 커지게 마련이다.

 

"문학의 (전부는 아니고) 대부분은 즐거움을 위해 가볍게 읽도록 되어 있다. 느긋하게 앉아서 어떤 의미에서 "재미로" 읽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문학을 본래 용도대로 쓰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우리의 모든 비평도 순전히 허사가 되고 만다. 어떤 물건이든 본래 용도대로 쓰지 않고는 평가할 수 없는 법이다."  (p.133)

 

탁월한 기독교 사상가이자 작가인 C.S. 루이스는 그의 저작 <나니아 연대기>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저명한 영문학자로서 엄청난 독서가로도 유명하다. 게다가 그는 읽은 책을 대부분 기억할 수 있을 정도의 빼어난 기억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아일랜드 벨파스트 출신의 작가는 독서가 몸에 배어 있었고 또한 깊이 몰입해서 읽었다고 한다.

 

"루이스에게 독서란 고결한 소명이자 끝없는 만족의 출처였다. 손에 책만 들었다 하면 그가 취미로 책을 읽는지, 책읽기가 직업인지 구별이 불가능했고, 글을 쓸 때도 대체로 마찬가지였다."  (p.11 '엮은이의 글' 중에서)

 

책을 읽다 보면 독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지한 조언들로 인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때로는 나의 잘못된 독서 행태에 대한 작가의 따끔한 일침에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예컨대 친구인 아서 그리브즈에게 보낸 편지에서 작가는 '단언하는데, 모든 좋은 책은 적어도 10년에 한 번씩 다시 읽어야 하네.'라고 썼는데 나는 아무리 좋은 책도 좀처럼 다시 읽는 법이 없으니 가슴이 뜨끔할 수밖에. 게다가 나는 좋은 책을 구별할 줄 아는 좋은 안목의 소유자도 아닌 까닭에 작가의 글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박힌다.

 

"그러나 단어를 죽이는 가장 큰 원인은 대다수 사람이 그 단어로 단순히 대상을 묘사하기보다 찬반을 표현하려는 욕심이 단연 앞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어는 점점 묘사에서 멀어져 평가에 가까워진다. 한동안은 그 평가에 왜 좋거나 나쁜지가 아직 살짝 암시되어 있지만, 결국은 순전히 평가만 남는다. "좋다"나 "나쁘다"의 무익한 동의어가 되는 것이다."  (p.87)

 

대선이 가까울수록 우리의 말과 글도 거칠어지고 결국에는 이와 같은 무익한 동의어가 되고 만다는 것은 너무나 뻔한 예측이다. 그렇게 됨으로써 오늘처럼 맑고 깨끗한 하늘을, 구름 사이로 퍼져나오는 쨍한 가을 햇살을 우리의 관심 뒷전으로 돌린 채 서로가 서로에게 악담과 저주의 말만 늘어놓게 되는 것이다. 삶은 그저 아와 피아의 끝없는 대결 과정에 지나지 않는 것인 양 여겨지는 것이다.

 

"좋은 신발은 신고 있어도 느껴지지 않는 신발이다. 마찬가지로 좋은 독서는 시력이나 조명이나 인쇄 상태나 맞춤법 따위를 의식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을 때 가능해진다."  (p.173)

 

주말을 낀, 조금은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2천 명을 넘나드는 시국에 가족 모임 역시 취소되거나 제한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마음에 드는 한 권의 책만으로도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갈 데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는데 쓸데없이 연휴만 길게 주어지면 그것 또한 난감한 상황이었을 텐데 말이다. 다양한 형태의 구름이 느릿느릿 흘러가는 주말의 오후, 사람들은 서둘러 짐을 싸고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 아이들의 등을 떠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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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끝까지 살아내야 할 의무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더러 있습니다. 힘든 것으로만 따진다면 당장이라도 접시물에 코를 박은 채 죽고 싶겠지만 인간이란 섭씨 50도, 100도에서만 감동을 받지 않고 36.5도라는 낮은 온도에서 위로를 받는 가벼운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쯤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면 열악한 환경에도 묵묵히 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동물과 식물들. 어쩌면 인간의 삶이란 과분한 환경 덕분에 괜스레 어리광만 느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어리광을 들어줄 만큼 우리가 믿는 신은 그렇게 너그럽지 않다는 걸 진즉에 알았더라면 삶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조금쯤 강해졌을까요. 


저는 마음이 복잡하거나 일이 제대로 안 풀릴 때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펼쳐 보곤 합니다만 2차 세계대전 당시 저자가 아우슈비츠에서 겪었던 극한의 고통과 불안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였던 그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깨달았던 삶의 의미는 제게는 역시 난해한 문제처럼 어렵기만 하지만 그래도 저자의 삶에 견주어 나의 삶은 그럭저럭 살 만한 게 아닌가 하는 위안을 얻을 때가 많습니다.


“창조와 즐거움만 의미가 있지는 않다. 삶의 의미가 있다면, 시련이 주는 의미이리라. 운명처럼, 죽음처럼, 시련은 우리 삶의 불가결한 부분이다. 고통 없고 죽음 없이 인생은 완성되지 않는다.”


자신의 삶에서 시련을 이겨내는 자체가 의미 있는 까닭에 삶의 고통을 꺼리며 그것을 잊을 수단을 찾아 헤맬 것이 아니라, 주어진 고통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데서 의미를 찾으라는 뜻이겠지요. 코로나 정국이 길게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나 봅니다. 어디 자영업자들만의 문제이겠습니까마는 팍팍한 현실에도 언제나 경중의 차이는 존재하겠지요. 삶의 고통과 지루한 현실 속에서 누구나 자신의 삶을 마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두 번쯤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차마 못할 짓입니다. 당신 주변의 가족 친지와 이웃 모두가 당신의 가벼운 체온만으로도 삶의 위안을 받고 다시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말이지요. 우리는 비록 36.5도라는 낮은 체온으로도 더없이 큰 감동과 위로를 받는 가벼운 존재이지만, 그런 까닭에 그대의 체온이 절실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한 세상 어우렁더우렁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가벼운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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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9-15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꼼쥐 2021-09-18 15:48   좋아요 0 | URL
즐거운 명절 연휴 보내세요~~
 
해외구매대행으로 평생 돈벌기 - n잡러시대 부캐로 방구석에서 투잡하기
이준열.기대원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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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씁쓸한 풍경은 소득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름도 알 수 없는 옆집의 누구와 비교만 하지 않는다면 그러거나 말거나 전과 다름없이 평화로운 날들을 보낼 수 있겠지만 인간의 욕심이란 게 어디 그런가. 콕 집어 밝힐 수 없는 옆집 누군가의 소득이 마치 불로소득처럼 여겨지는 순간, 내게로 올 택배가 옆집 누군가에게 잘못 배달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현대인의 불면증은 그것으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내게 배달되었어야 마땅한 돈다발이, 혹은 금거북이 얼굴도 모르는 옆집의 누군가에게 배달되었으니 속이 뒤틀리고 밤잠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집 나간 금거북을 무작정 손 놓고 기다린다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직성이 풀릴 것이니 나는 결국 'n잡러'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n잡이란 다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을 뜻하는 영어 'job'의 합성어로, 본래의 직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n개의 직업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n잡은 요즘 젊은 직장인들의 화두인 파이어족(조기 은퇴족), 디지털 노마드, 부캐 등의 키워드와 맞물려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듯합니다."  (p.8 '프롤로그' 중에서)


이준열·기대원이 쓴 <해외구매대행으로 평생 돈 벌기>를 읽었던 건 어쩌면 코로나 시대의 소득 양극화에 따른 부작용이었는지도 모른다.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말하자면 욕심이 만들어 낸 가상의 돈다발 혹은 꿈속에서나 보았음직한 금빛 영롱한 금거북이에 대한 지나친 애착의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다른 이유도 하나 있기는 하다. 얼마 전 모 제약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해외에서 오메가3 제품을 수입하여 팔기 시작했는데, 그때 이 친구의 말이 귀에 솔깃했었다. 싸고 좋은 제품을 수입하여 소위 대박을 치면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요지였다. 나는 마치 옆집에 잘못 배송된 금거북이를 다시 찾은 기분이었다.


"처음 해외구매대행 사업을 하는 초보자가 가장 크게 착각하는 것이 싸고 좋은 제품을 찾아서 쇼핑몰에 올리겠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보는 제품들이 예쁜 데다 저렴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제품 팔면 100% 팔리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러한 제품을 한국에 소싱한다 해도 판매할 수 없습니다. 지금처럼 먼저 좋은 제품을 찾고 한국에 판매하는 것은 경험이 쌓인 후에나 가능한 일입니다."  (p.38)


그렇다. 나는 해외구매대행의 ABC도 모르는 완전 초보라는 사실을 책을 읽는 내내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하나 다행인 것은 책을 쓴 두 명의 저자가 나와 같은 초보자들을 위해 매우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Chapter 1 해외 구매대행이란?, Chapter 2 직구하는 방법 및 배송대행지 가입하기, Chapter 3 누구나 쉽게 따라 하는 준비절차, Chapter 4 마진을 높여주는 제품 수익구조 분석작업, Chapter 5 제품 이미지 및 동영상 구해오기(프로그램 정보), Chapter 6 잘 팔리는 상품 찾기, Chapter 7스마트스토어에 제품 등록-직접 따라 하기, Chapter 8 광고 및 간단한 마케팅 방법, Chapter 9 판매 후 제품 전달 과정, Chapter 10 제품 전달 후 CS 처리 방법, Chapter 11 그 외 마케팅 기법 및 다른 사업으로의 확장의 11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책을 펼치는 순간 저자의 꼼꼼함에 놀라게 된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이 국내에 진출하여 아마존의 해외상품을 국내에서 쇼핑하는 것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된 마당에 해외 구매대행이 뭔 돈이 될까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는 팔고자 하는 상품이 수도 없이 많고, 그 많은 상품 중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흙 속의 진주도 있게 마련, 결국 잃어버린(혹은 잘못 배송되었다고 생각하는) 금거북이를 나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은 끊임없는 공부와 열정뿐이라는 걸 책을 읽은 나의 소감으로 가름하고자 한다.


"해외구매대행의 가장 큰 단점은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것입니다. 판매량이 늘어남에 따라 투입되는 시간이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업의 경우 시스템을 갖추는 단계가 지나 구축이 된다면 판매량 혹은 매출액이 늘어남에 따라 투입되어야 하는 시간이 매출이 별로 생기지 않을 때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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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수십 년 동안 보수정권과 군사정권이 지배하면서 대한민국 국민들 머릿속에 각인시킨 단 하나의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것. 그러다 보니 논리를 따져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았고, 각자의 주장만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벌어지곤 했지요.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건 교통사고의 현장이었습니다. 심지어 뒤에서 앞차를 추돌한 일방적인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차에서 내릴 때는 언제나 한껏 목소리를 높이곤 했지요. 운전을 뭐 그 따위로 하느냐는 둥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둥 엄포와 협박은 일상이었습니다.


목소리를 높이는 건 경찰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내가 누군지 알아?"는 기본이었고, 경찰이나 상대방을 향해 "너희들 다 죽을 줄 알아. 이것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말이야. 두고 봐! 가만 두지 않겠어." 하는 식의 엄포성 발언은 끝도 없이 이어졌지요. 그런데 웃기는 건 이런 게 먹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결국 목소리를 높였던 놈은 이런저런 연줄을 통해 무죄로 석방되기 일쑤였고, 엄한 사람만 죄를 뒤집어쓰곤 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곳곳에 cctv가 달렸음은 물론 시민들의 제보나 증언 역시 아무런 대가 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메이저 언론이 이를 다루지 않는다 하더라도 유튜브를 통한 개인 언론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갑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애써 부인하거나 변화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유력 대선 후보인 윤 전 검찰총장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그렇게 느꼈던 건 저뿐만이 아니었던 듯합니다.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어떠한 해명이나 증거 자료도 내놓지 못한 채 '내가 그렇게 무섭냐?'며 윽박지르는가 하면, 최초 보도한 뉴스버스가 인터넷 매체라서 신뢰할 수 없다는 식의 극히 비이성적인 언론관을 내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시대에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소위 대깨윤-나는 이런 말을 싫어하지만-이라고 하던데) 역시 과거 그 시절의 향수에 젖어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는데 몇몇 사람들이 부정한다고 해서 그 시절이 반복되지는 않겠지요. '목소리 큰 놈'이 이기던 시대는 아주 오래 전 과거라는 사실을 그도,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뼈저리게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공정으로 가는 첫걸음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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