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워서 하는 말이겠지만 '왜 거기까지 가서 이 사달이냐?'며 마치 그곳에 간 사람들이 문제라는 식의 말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거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울분이 치솟곤 했다. 대한민국의 거리에서 걷다가 황당하게 압사를 당했으면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나 지자체의 잘못이지 어떻게 길을 걷던 시민의 잘못일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일 년 삼백육십오일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일 년에 딱 하루 있는 핼러윈데이를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그곳에 모여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하려고 했던 것이 뭐 그리 잘못된 행동이며 모든 것을 잃은 그들을 비난할 빌미가 된단 말인가. 내가 가진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국가가 아닌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에 있어서도 직원들이 출퇴근길에 사고를 당해도 법원은 직원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회사의 책임을 묻는다. 하물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세금을 걷어 대통령을 뽑고 공무원을 임용하는 국가가 자신들의 책임을 방기함으로써 이와 같은 참담한 사고가 발생했다면 마땅히 국가의 잘못을 따져야 할 일이지 어떻게 희생당한 시민의 책임을 묻는단 말인가. 그들의 논리로 따지자면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어디든 위험하니 모두 집 밖으로 나갈 생각은 말고 오직 집안에서만 머물러야 하지 않겠나. 그게 말이나 되나. 그렇게 자유를 강조하는 대통령의 의지에도 반하고 말이다. 코로나 발생 즉시 지역 전체를 봉쇄하는 중국의 모습과 뭐가 다른가. 이태원에 간 젊은이들이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모두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빨갱이란 말인가.


더욱 놀라운 것은 이번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할 모든 사람들이 진심 어린 사과는커녕 책임을 회피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는 점이다. 쏟아지는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한 외신과 우리 국민의 비난과 분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심지어 총리라는 자는 외신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수없이 반복되는 면피성 발언으로도 모자라 농담까지 섞어 물의를 빚고 말이다. 도대체 이 정부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어디까지 떨어뜨릴 셈인가. 무능하여 국정을 책임질 자신이 없다면 자진하여 물러나는 게 그나마 국민들에게 속죄하는 그들의 마지막 남은 양심이리라. 그러나 이런 엄청난 사고가 터졌음에도 그들은 하위직 공무원 몇몇에게만 책임을 물을 게 뻔한 일, 그들에게 일말의 양심을 기대한다는 건 죽은 나무에서 꽃이 피는 걸 기대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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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2-11-02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사에 분노하는 분이 있어 찾았습니다. 이번의 참사는 국민들이 분노해야할 일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곳에 가지 않는다면 대체 누가갑니까, 라고 되묻고 싶습니다. 그들에게는 잘못이 없습니다. 책임자들에게 향해야할 비난이 어찌 희생자들을 향한단 말입니까. 정말 실망입니다 그런분들.

차트랑 2022-11-02 1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헌법 34조 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하기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이번 참사는 방치의 결과입니다.

꼼쥐 2022-11-06 14:05   좋아요 0 | URL
참사의 책임은 전적으로 국가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져야 할 국가가 그 의무를 방기한 탓이지요. 국민들은 그것에 대하여 당연히 분노해야 하고 정치권에서는 그 책임을 물어야 하겠지요.
 

새벽 어둠은 깊었습니다. 이렇게 점점 깊어지는 밤의 어둠은 성탄 무렵까지 내처 이어질 것입니다. 푸르스름한 안개가 더해진 오늘 아침의 어둠은 내 허리께로 차오릅니다. 오늘따라 무겁기만 한 내 발길은 산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허방을 짚듯 어둠 속으로 푹푹 빠져듭니다. 그리고 발바닥엔 무거운 어둠이 한 움큼씩 묻어납니다. 냉정한 어둠은 도시의 소음을 내 쪽으로 슬쩍 밀어냅니다. 아침 운행을 준비하는 덤프트럭의 엔진 소음과 멀리서 들리는 비행기 소리.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 소음은 어릴 적 듣던 맷돌 소리를 닮았습니다.


어둠 사이로 깊은 슬픔 한 줄기 뻗어갑니다. 이태원에서 있었던 젊은 영혼들의 비명과 아우성. 대학생 아들을 둔 사람으로서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비통함이 고스란히 전해옵니다. 나는 그렇게 아무도 없는 등산로 허공의 어둠 속으로 눈물 한 방울 흘려보냈습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은 너무나 가깝고 넘나듦의 시간도 한순간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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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현상은 현 정부가 집권하면서부터 주변 사람들의 대화 주제가 정치나 경제로 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음악, 영화, 체육 등 다양한 분야의 소재가 일상의 대화 주제로 떠오르고, 그런 일상이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로 끊이지 않고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대한민국의 국민 누구에게나 있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집권 초기부터 국민들의 대화는 주로 대통령의 무능과 경제 위기,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 등 무겁고 암울한 주제로 국한되었다.


직장에서나 여가 시간에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대개 나보다 나이가 어린, 꽤나 젊은 나이의 사람들이고,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지난 대선에서 현재의 대통령에게 표를 준 사람들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현 대통령에 대하여 '역대 가장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평과 함께 '지금 대통령으로 5년을 간다는 것은 자해 행위'라며 공공연히 '탄핵'을 주장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만나는 사람들 중 7, 80%는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뚜렷하다. 이따금 70대 이상의 노인을 만나면 그들 중 상당수가 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을 뿐 다른 연령대의 국민 대다수가 정부 여당과 대통령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꼽자면 다양하겠지만 대표적인 것은 지속되고 있는 무역 적자와 그로 인한 고환율, 고물가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강한 적대 정책으로 인하여 대내외적인 불안감을 조성하고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의 존망을 흔드는 이와 같은 불안 요인을 뒤로한 채 대통령은 그저 전 정권 탓이나 하고, 정적을 제거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을 뿐 국가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워 생활 여건을 개선하려는 의지는 눈곱만큼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은다. 그러다 보니 내년 초에 IMF 경제 위기가 재발할 것이라는 둥 대통령 임기 내에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50%가 넘는다는 둥 그 어느 때보다 불안 심리가 높은 게 현실이다. 게다가 오르는 대출이자와 물가에 비해 임금은 오르지 않고 있으니...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고는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겪어 본 대통령이 몇 명 되지 않으니 기껏해야 박근혜나 이명박보다도 못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인 즉, "무식하면 밑에 사람 말이라도 잘 듣던가 고집만 세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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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9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02 0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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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 김초엽의 등장은 우리 문단에 꽤나 신선하고 강한 인상을 남겼다. 테드 창의 작품 외에는 SF 소설에 그닥 관심이 없던 나도 작가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구해 읽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내가 읽고 꽂아 둔 책을 아들이 이어 읽은 후 김초엽 작가의 팬이 된 것을 보면 요즘 젊은 세대만의 공통분모가 작가의 작품 속에 완벽히 녹아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초엽 작가의 인기는 신인 작가 치고는 무척이나 놀라운 것이어서 작가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은 그동안 과도하게 증폭되고 축적되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작가의 산문집 <책과 우연들>이 출간된 건 어쩌면 시기적절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작가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앞으로 나올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김초엽 작가의 산문집 <책과 우연들>은 총 3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세계를 확장하기'에서 작가는 'SF란 무엇인가?'와 같은, SF 소설을 쓰는 작가이지만 선뜻 대답할 수 없는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통해 SF 장르 소설을 쓰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고 데뷔 후 김원영 작가와의 협업으로 논픽션 <사이보그가 되다>를 쓰면서 겪었던 많은 어려움 등을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다. 2장 '읽기로부터 이어지는 쓰기의 여정'은 자신이 겪었던 뒤죽박죽의 독서 여정과 우연처럼 찾아온 소설 쓰기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3장 '책이 있는 일상'에서는 책방과 독자, 과학과 작업실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를 들어가며 독자들이 궁금해했을 소설가로서 자신의 일상을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다.


"2015년의 어느 날 나는 소설 쓰기에 대한 작법서 한 권을 읽고 지인들과 함께 있던 채팅방에서 "작법서를 읽었는데 재밌더라. 취미로 소설 써볼까?" 가볍게 말문을 텄는데 별안간 "그래, 다 같이 한번 써보자!" 하고 몇몇이 동조하며 뜬금없이 창작 모임 하나가 급조되었다."  (p.120)


어느 날 야구장을 찾았던 무라카미 하루키가 외야석 잔디밭에 누워 생맥주를 마시며 야구 경기를 관람하던 도중에 야쿠르트의 한 선수가 경쾌하게 2루타를 치는 소리를 듣고 우연히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일화처럼 김초엽 작가의 소설 쓰기는 아주 가벼운 우연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기억하는 세계사의 중요한 일들 대부분이 그렇듯 그 발단이나 시발점을 쫓아가면 픽 하고 헛웃음이 나올 정도의 작고 가벼운 것들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느 날 작업실에 앉아 책장을 쭉 둘러보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 같았다면 존재조차 몰랐을 책들이 눈에 잔뜩 들어왔다.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필요해서 사들인 게 아니었다면 살면서 한 번도 들춰보지 않았을 책들이 책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순수한 애정과 즐거움 대신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 독자가 되었지만, 그래서 그게 일종의 직업병이라며 투덜대고 있었지만, 혹시 이 불순한 독서가 나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게 아닐까? 잘못 탄 버스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도시의 낯선 장소로 나를 데려가주는 것처럼."  (p.160)


소설가나 시인의 산문집은 대개 독자들의 요구와 이를 수용하는 출판사의 영리 목적이 결합하는 지점에서 성사되곤 한다. 작가에 대한 궁금증은 몇몇 기자의 질문을 통해 일부 해소되기도 하지만 인터뷰라는 형식의 딱딱하고 건조한 느낌, 산발적이며 즉흥적인 질문과 답변 등으로 인해 독자들의 읽기 욕구를 강하게 자극하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작가의 유년 시절을 포함한 읽기의 여정, 작가로 등단하기까지의 과정, 감명 깊게 읽었던 책들 등 독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일반적인 내용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출간하는 것은 작가에 대한 독자들의 관음증적 욕구를 해소하는 한편 소설이나 시에서 보였던 문장과는 완전히 다른 문장들을 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꽤나 매력적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나라 작가들이 내놓는 이런 형태의 산문집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먼 북소리>와 같은, 자신의 일상이나 경험을 일부 포함하면서도 세상을 보는 견해나 가치관 그리고 지금 작가가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 것에 대한 인상 깊은 묘사 등 작가로서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품격 있는 작품을 산문집에 담지 못한다면 작가의 산문집은 빵점에 가깝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것은 마치 이제 막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청소년에게 적나라한 신체의 사진을 보여주는 것과 하등 다르지 않다. 그와 같은 행위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자극하지도, 매력이나 호감도를 증가시키지도 못한다.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을 일률적으로 나열하고 기술하기보다는 예술적 가림막에 의해 적절히 가려지고 통제될 때, 작가에 대한 매력과 호기심이 증가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 그것이 바로 예술로서 산문집이 가져야 할 미덕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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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짬을 내 꽃동네에 다녀왔다. 출입구를 지나면 꽃동네의 주요 건물이 보이고 가파른 언덕 하나를 넘으면 나타나는 한적한 산책로와 넓은 잔디밭이 보인다. 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꽃동네 뒤편의 산책로를 따라 한동안 거닐었다.


완연한 가을! 실개천이 만든 작은 물웅덩이에는 가을 햇살을 받고 한가로이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들이 보인다. 철학이란 인간이 만든 가장 '철(딱서니) 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어느 것 하나 가을답지 않은 게 없는 이 계절에 '과연 산다는 게 뭘까?'와 같은 의미 없는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주말을 지난 평일 한낮의 꽃동네는 한적하다 못해 적막했다. 이따금 마주치는 몇몇 사람들과 가벼운 목례를 주고받았을 뿐 촘촘하게 내려앉은 가을 풍경에 방해가 될까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인사조차 건네지 못했다.

사는 게 이처럼 고요하고 평화로울 수만 있다면 사람들에게 종교가 뭔 필요며 싫다는 누군가에게 봉사활동을 종용할 이유도, 그게 어렵다면 후원을 부탁할 이유도 굳이 없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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