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그리고 엄마
마야 안젤루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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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갖는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은 뭔가 특별한 사람이거나 애당초 특별한 무언가를 타고 태어난다고 믿는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특별한 유전자를 물려받는다는 얘기인데 이와 같은 믿음은 선민의식을 강조하는 특정 종교로부터 나온 것일 수도 있고, 특별한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질투나 일반인의 열등의식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그와 같은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는 게 지금까지 수집된 여러 증거에 의한 정설이고 다들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에게 뭔가 특별한 점이 있지는 않은지 꾸준히 의심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무리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일지라도 그에게 주어진 우호적인 주변 환경과 그를 돕고 격려하는 조력자가 없다면 재능은 쉽게 사라지거나 미처 꽃 피울 기회도 없이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특별한 재능은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고 키워지는 것이지 물려받은 재능을 독립적인 환경에서 스스로 펼쳐 보이는 게 아니다.

 

마야 안젤루의 자서전적 에세이 <엄마, 나 그리고 엄마>를 읽는 독자라면 작가인 마야보다 마야의 어머니 비비언 백스터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까 싶다. 마야가 세 살 때 비비언 부부가 이혼하는 바람에 마야의 오빠인 베일리와 마야는 열세 살 때까지 친할머니의 손에 자라는 등 비비언은 다른 집 자식들은 겪지 않았을 특별한 시련을 마야에게 안겨주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마야와 베일리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후 비비언은 엄마로서 최선을 다했다.

 

"이걸 명심해라. 앞으로 너희를 따라다닐 것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평판이야. 옷이나 돈이나 앞으로 너희가 몰게 될지 모르는 커다란 차가 중요한 게 아니야. 헨더슨 할머니도 해주신 얘기라는 거 안다, 나랑 다른 표현을 쓰셨을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여기서 나와 클라이델 아빠와 함께 사는 동안에는 거짓말하지 말고, 남을 속이지 말고, 많이 웃었으면 좋겠구나. 먼저 자기 자신을 향해서, 그다음에는 서로를 향해서 말이다." (p.49)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미국의 시인이자 작가, 가수, 작곡가, 배우, 극작가, 영화감독, 프로듀서, 교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마야 안젤루는 민권운동가로도 유명했고, 토니 모리슨, 오프라 윈프리 등과 함께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러나 화려하기만 했던 그녀의 이력 뒤에는 아픈 과거가 숨어 있다. 부모님이 이혼한 후 친할머니 손에서 자라던 일곱 살 무렵 성폭력을 당했고, 그때의 충격으로 열세 살 때까지 말을 하지 않았으며, 열여섯 살에 미혼모가 되는 등 파란만장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아들을 낳은 지 두 달만에 독립을 하여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기도 했다.

 

"그래, 가거라. 하지만 이거 하나는 명심해. 우리집 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너는 자유의 몸이 되는 거야. 아칸소에서 헨더슨 할머니에게 배운 것과 나한테 배운 것이 있으니 옳고 그른 걸 판단할 수 있겠지. 옳은 일을 해라. 남의 유혹에 넘어가서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잊으면 안 돼. 사랑하는 관계 안에서나 친구들 사이에서, 또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맞춰나가야겠지만, 남한테 휘둘려서 네 생각을 바꾸면 안 된다. 그리고 기억하렴. 넌 언제든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p.102)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한 용기는 자신에 대한 다른 누군가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에서 비롯된다. 대개는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과 믿음이 자녀로 하여금 자유로운 삶을 살게도 하지만 자식에 대한 과보호로 인해 세상을 향한 용기는커녕 작은 장애물도 넘지 못하는 지독한 겁쟁이로 길러내는 경우도 많다. 마야 안젤루의 어머니인 비비언은 미혼모가 된 마야가 생계유지를 위해 스트립 댄서가 되겠다고 했을 때도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옷을 안 벗을 참이면 맨살이 거의 다 드러날 정도로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어야 한다'고 조언을 하는가 하면 심각한 폭력을 가한 남자 친구에게 복수하라며 권총을 쥐어주기도 했다.

 

"어머니는 용기라는 이름의 크고 작은 선물들을 내게 주었다. 그중 작은 선물들은 내 의식의 틈바구니 속으로 워낙 미묘하게 스며들어 어머니의 그림자가 어디에서 끝나고 어디에서부터 나의 존재가 시작되는지 나조차 알 수 없을 정도다. 큰 교훈들은 밤하늘에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별들처럼 내 기억 속에서 반짝거린다." (p.223)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시대에 흑인으로, 그것도 남자가 아닌 여자로 살아간다는 건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많은 것들을 감수해야 한다는 걸 의미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야의 어머니인 비비언은 목숨을 걸고 세상과 투쟁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던 듯하다. 마야 역시 그러한 어머니를 보고 자랐던 탓에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었다. 마야 안젤루의 자전적 에세이 <엄마, 나 그리고 엄마>는 세상을 향해 두려움 없이 나아갔던 두 여인, 비비언과 마야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서로 닮은 듯 각자 달랐던 두 여인의 삶을 말이다.

 

오늘은 부활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세상을 향해 담대하게 나아간다면 마야 안젤루처럼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종교를 떠나서 자신을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누군가가 뒷배를 봐주고 있다고 믿는 것은 얼마나 마음 든든한 일인가. 한 아이의 부모로서 나는 아이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믿고 지지하는지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된다. 일 년에 단 하루뿐인 부활절에 세상의 모든 부모가 자신을 겸허히 뒤돌아보고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거듭날 수만 있다면 부활절은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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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등산로는 안개가 자욱했었다. 바람이 없는 까닭에 어제 아침보다는 기온이 살짝 높았고, 흐린 하늘에 안개를 더한 탓인지 산길은 제법 어둑어둑했다. 산새의 울음소리도 잦아들어 조용하고 여느 날보다 훨씬 줄어든 등산객과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산길은 사방이 괴괴했다.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던 어느 시인의 고백처럼 함초롬히 살구꽃이 피었다. 어릴 적 추억이 되살아나는 아침.

 

추억은 때로 위로도 되고, 삶의 고통을 가볍게도 하지만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어떤 기억은 그 사람을 완전히 집어삼켜 무자비하게 쓰러트리기도 한다. 완전히 다 잊은 듯했던 기억도 어느 순간 생생히 되살아나기도 하고, 바로 어제 있었던 일도 까맣게 잊어버리는 걸 보면 인간만큼 더 허약한 존재도 다시없는 듯하다. 오늘은 4·19 혁명 59주년이 되는 날. 이승만 정권의 독재와 부정선거에 맞서 분연히 일어섰던 날이지 않은가. 이승만 정권의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현재의 자유당은 4·19 혁명 기념일을 맞아 반성의 말 한마디라도 내놓아야 마땅할 터인데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하기만 하다. 오히려 '조파 독재' 운운하고 있으니 어불성설도 이런 어불성설이 없을 듯하다. 독재의 유전자를 타고난 그들에게는 희망이 없다.

 

끔찍했던 진주 방화 살인 사건의 주범 안인득의 얼굴이 공개됐다. 세상은 점점 흉폭해지고 힘없는 사람만 희생자가 되고 있다. 이 모든 게 우파 독재의 산물이 아니던가. 부자와 권력자만 우대했던 그들만의 리그가 만들어낸 결과물. 버닝썬과 정준영의 사건도, 김학의 사건도, 장자연 사건도 모두 그 연장선에 있다. 우파 독재를 거부해야 하는 당연한 귀결. 4·19 혁명 59주년 기념일에 우리는 '우파 독재'를 영원히 추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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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디까지 행복해봤니? - 네 마음이 반짝반짝 빛나는 곳으로 너를 데려다줄게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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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동사라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행복'한' 사람이 있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맹세한다. '해야'한다. 일을 하고, 여행을 하고, 운동을 하는 것처럼 행복도 마음먹고 몸을 일으켜서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는' 일들이 모두 그렇듯, 자꾸 해볼수록 잘하게 된다. 반복하고 연습해서 몸에 배면 연습을 안 한 이들보다 훨씬 쉽게, 별 힘 안 들이고도 행복'할' 수 있게 된다." (p.46)

 

그럴지도 모른다.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니 행복인들 다를까. 여러 번 행복해 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익숙하겠지. 그래서 누군가가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횟수에 비례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불행 역시 여러 번 불행했던 사람이 처음 불행해 본 사람보다 덜 고통스럽지 않을까. 어쩌면 작은 불행쯤이야 오히려 편안할지도 모르잖아.

 

곽세라 작가의 <너는 어디까지 행복해봤니?>를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전보다 생각이 많아지지 않을까. 작가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길 위의 현자들이 들려준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마치 동화와 같이 펼쳐지는 이야기들에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왔던 많은 사람들이 때로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물끄러미 바라보게도 되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나'와의 대화를 다시 시작하게도 되지 않았을까.

 

"나는 당신이 밤에 홀로 깨어 우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나' 아닌 다른 것에 바쳐진 시간들이 아파서 뒤척이는 사람이길 바란다. 예민하고 겁이 많은, 산노루 같은 심장을 가졌길 바란다. 내가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래서 나는 이런 글을 쓰고 있고, 당신은 이런 글을 읽고 있다." (p.204 '에필로그' 중에서)

 

작가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책 속의 '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천리 앞을 내다보는 장님 해리, 꿈을 지키는 사람 파루, 별을 이야기하는 소년 야란. 그들로부터 '나'는 진심 어린 충고를 듣기도 하고,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삶의 지혜를 얻기도 한다.

 

"깊이 사랑받아보고, 행복의 힘으로 아주 먼 곳까지 가보고, 두려움 없이 쭉 뻗어본 이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열망이 솟아올랐다. 아니, 다음 순간 마음을 바꿨다. 나부터 노련한 행복의 가이드가 된 뒤에 사랑을 꿈꾸기로. 이제부턴 아주 튼튼한 밑창을 댄 신발을 신고 여행하는 사람이 되기로. 멋지고 편안한 신발이 생기면 냉큼 내가 먼저 신고 축제의 거리를 향해 달려나가기로." (p.52~p.53)

 

꿈을 지키는 사람 파루는 '독버섯 리스트'를 작성해보라고 권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기 싫은 일들, 아무리 외로워도 곁에 두고 싶지 않은 사람들, 차라리 굶을지언정 내 몸에 들여서는 안 되는 경험들의 목록 말이다. 방학숙제처럼 괴롭히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할 게 아니라 '독버섯 리스트'를 작성하는 게 급선무라고.

 

"마음 가는 대로 살다가는 어디로도 못 간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마음이 가도록 해야 한다. 누군가는 흐름에 몸을 맡기고 살라고도 한다. 하지만 먼저 당신이 그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말해주지 않는다." (p.172)

 

나는 매일 아침 동이 트기도 전에 산을 오르는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들의 표정은 어느새 봄과 닮아 있다. 그들의 몸에서는 이따금 비릿맵싸한  싸리꽃 냄새가 나기도 하고, 달콤황홀한 라일락 냄새가 나기도 하고, 시큼텁텁한 철쭉꽃 냄새가 나기도 한다. 달포쯤 후에 어쩌면 녹음 무성한 길을 싱그러운 풋내를 풍기며 나타날지도 모른다. 곽세라의 <너는 어디까지 행복해봤니?>를 읽으면 소나무 울창한 길을 홀로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멀리서 산새가 울고 솔향 그윽한 호젓한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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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5주기였던 어제, 많은 분들이 슬픔 속에서 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어린 생명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무능했던 지난 정권에 분노했던 사람들이라면 말이지요.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세월호의 '세' 자도 듣기 싫다는 사람도 더러 있어서 SNS 올라온 그들의 글로 인해 슬픔은 분노로 바뀌고 참혹한 세상을 한탄하게도 됩니다. 자유당의 차명진 전 의원은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라고 했다지요. 언론에 보도된 그 글을 읽고 제 눈을 의심할 지경이었습니다. 게다가 같은 당의 정진석 의원은 '세월호 이제는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라는 글을 게시했다고 하더군요.

 

개중에는 그런 막말을 하는 사람들의 정신상태가 궁금하다며 할 수만 있다면 그들 모두에 대한 정신분석을 의뢰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심리를 이해합니다. 이해하기 싫지만 굳이 이해하자면 못할 것도 없지요. 인간으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확실한 처벌과 진솔한 사과가 있지 않고서는 가해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세 등등하게 마련입니다. 과거의 일은 과거의 일이고 내가 뭘 잘못했느냐는 식으로 반응하게 마련이지요. 예컨대 일제 점령기의 일본만 하더라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사과는커녕 자신들의 정당성만 일관되게 내세우고 있으니까요. 멀리 갈 것도 없이 민족을 배신했던 친일파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일본의 잘못을 덮어주기 위한 방책으로 최종적, 불가역적인 합의를 밀실에서 체결해줌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뻔뻔했던 일본의 태도에 날개를 달아주기도 했지요. 이제 일본의 망언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세월호도 다르지 않을 듯합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진솔한 사과가 없었던 까닭에 우리는 용서할 대상도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나날이 분노만 더하게 되지요. 지난 정부에 연루되었던 사람들은 오히려 더 기세 등등하게 되었고 말이지요. 그러고 보면 독일은 정말 지혜로운 국가입니다. 자신들의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함은 물론 전쟁에 가담했던 관련자들을 색출하여 철저히 처벌함으로써 자신들에게 쏟아질 분노를 어느 정도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유족들에 대한 날 선 비난과 막말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을 덮어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언젠가는 나치의 잘못도 덮어주자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과와 용서는 사건의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고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있을 때, 그리고 그들에 의한 진솔한 반성과 사죄가 뒤따를 때 비로소 용서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절차가 없는 곳에서는 세월이 흐른다 해도 분노와 보복의 감정만 더할 뿐이지요. 그럼에도 자유당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세월호 유족들만 비난하고 있습니다. 미련하게 말이지요.

 

그 슬픔이 하도 커서 


                                이해인


사계절의 시계 위에서 세월이 가도 
우리 마음속의 시계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50분 
전 국민이 통곡한 세월호의 비극은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고 멈추어져 있습니다 
5년 전의 그 슬픔이 하도 커서 바닷속에 침몰하여 일어서질 못하고 있습니다
 
여행길이 죽음길이 되어버린 304명의 희생자들과
이들을 구조하다 목숨 잃은 이들 
시신으로조차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을 어찌 추모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해 더욱 슬픕니다 
팽목항의 방파제에 펄럭이는 기다림의 깃발과 유품들이
침묵 속에 울음을 삼키고 있습니다 

살릴 수 있는데도 못 살려낸 사랑하는 이들 
생각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지는데
이런저런 오해들과 걸림돌들이 하도 많아 
마음 놓고 울지도 못했던 유족들의 슬픔은 누가 달래줄까요
용서하려 애를 써도 용서가 안되는 
그 비통함은 어찌 다스려야 하는 걸까요
 
왜곡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슬픔조차 뒤로하고 투쟁부터 해야 했던 유족들께 죄송합니다 
‘잊으십시오’ ‘기다리십시오’라는 말을 가볍게 내뱉었던
부끄러움 그대로 안고 
오늘은 겸손되이 용서를 청해야겠습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맑고 어진 마음 모아 함께 울어야겠습니다 

죽음보다 힘든 어둠과 고통의 시간들을 견뎌내고 있는 
우리의 유족들과 함께 간절히 기도하고 싶습니다
기도가 되지 않더라도 기도하고 싶습니다 
바람에 떨어지는 벚꽃잎을 보며
푸른 바다와 수평선을 바라보며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오늘도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것 
미안하다는 것, 잊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위기에 처한 이웃을 이기심으로 방관하고
비겁함으로 방치하는 못난 실수와 잘못을 
다신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새롭히는 것입니다
 
힘겹게 몸부림치다 외롭게 떠나갔을 저세상에서
이제는 님들이 이 세상의 우리를 도와주세요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비극이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지 못해 
가끔은 답답하고 우울한 우리가
속히 안일함의 늪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와주세요 

남을 탓하지만 말고 핑계를 대지 말고 
눈물 속에 절절히 참회하여 마침내는
파도처럼 일어서는 희망이 되라고 
흰옷 입은 부활의 천사로
한줄기 바람으로 가까이 와서 
우리를 다시 흔들어 깨워주세요
넋두리가 되어버린 이 부족한 추모글도 용서하세요 
사랑합니다. 이제와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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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이제는 콘텐츠다 - ‘장사의 神’ 김유진의
김유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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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겠지만 은퇴 후 식당 개업 등 소위 '장사 전선'에 뛰어든 사람 몇몇을 알고 있다. 개중에는 '그 사람이?' 하고 화들짝 놀랄 정도로 평소 장사와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있고, '역시, 그랬구나.' 하면서 모두가 예상했던 길을 걷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장사의 결과마저 그 사람의 성격이나 적성에 맞춰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한 것은 아니었다. 예컨대 장사가 적성에도 맞고 잘할 것 같던 사람도 몇 년 지나지 않아 폭삭 망하기도 하고, 장사에는 영 젬병인 듯 보이던 사람이 의외로 대박을 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의외의 결과를 두고 사람들은 '운이 좋다'거나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은 형국'이라며 시샘 어린 말로 애써 그들의 노고를 깎아내리곤 했다.

 

다들 그렇게 말을 하는 바람에 이제껏 나도 그렇게만 생각해 왔다. 장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결국 그 사람의 운과 자본력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김유진의 <장사, 이제는 콘텐츠다>를 읽고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장사만큼 철저한 전략과 노력이 필요한 분야도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장사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과 무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이 책은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이 책에서 공개하는 솔루션을 적용하면 수십 배, 수백 배 더 많은 고객을 사로잡고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단, 튼튼한 기초 없이는 아무것도 세울 수 없다. 전작 <장사는 전략이다>가 바로 그 기초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이 책을 읽기 전에 미리 또는 이 책과 함께 읽기를 권한다. 이제 수익과 이익을 극대화하는 사다리를 한 칸씩 공개할 것이다. 사다리를 오르는 건 오롯이 여러분의 몫이다." (p.12 '프롤로그')

 

유익한 실용서가 되기 위한 조건은 대체로 명확하다. 경험만 많고 이론적 지식이 없으면 독자들에게 전달이 어렵고, 반대로 이론적 지식은 풍부하지만 실전 경험이 없으면 가슴에 닿는 것이 없이 공허하기 때문에 이론과 경험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 사람이 쓴 책이라야 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이론이라는 것도 사실 지역적 특성이나 소비자의 연령별 구성에 따라 상황에 맞게 변형되거나 추가 또는 삭제될 필요가 있는 까닭에 경험은 이론에 앞서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1994년부터 25년간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해왔고, 15년간 외식업체 컨설팅 및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관련 종사자들에게 성공 노하우를 전수해왔다는 저자는 이 책을 6개의 장으로 나누어 저자의 노하우를 설명하고 있다. 1장 스포트라이트를 쏴라(자극하고 만족시키기), 2장 계란찜에 깃발을 꽂아라(드러내고 각인시키기), 3장 나만의 최초를 찾아라(선도하고 차별화하기), 4장 고충 해결사가 돼라(배려하고 신뢰 쌓기), 5장 "왜?"라고 3번 물어라(설계하고 현실화하기), 6장 최고의 가치를 선사하라(증명하고 살아남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객이 지갑을 열도록 하는 비법을 단계별로 설명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소비는 과시다. 과시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건 바로 '신상'이다. 새로움은 생각하지 못했던 신선한 자극이다. 자극은 반응을 낳는다. 반응은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이제껏 없었던 자극을 발견하면 스스로 대견해한다. 물론 맛과 양은 기본이다." (p.95)

 

저자의 설명은 간결하면서도 구체적이다. 콕콕 핵심만 찌르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현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을 붙잡고 구구절절 설명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시간이 없기는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자영업자들도 다르지 않을 듯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미주알고주알 친절히 설명을 조곤조곤 해본들 여유 있게 시간을 내서 진득하게 읽을 리 만무하다. 그보다는 피가 되고 살이 될 듯한 정말 필요한 말만 전달하는 게 정답이다. 장사 경험도 없고, 장사에 관련된 책도 읽은 적 없는 내가 읽어도 쏙쏙 이해가 되는 걸 보면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웬만한 독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남들이 귀찮아하는 작업이 결국 승리를 만들어낸다. 숙박업이든 병의원이든 배달업이든 제조업이든 프로세스를 담아 고객에게 선물하자. 고객은 상품을 사지 않는다. 고객은 만족을 산다. 병원을 기억하지 않고 의사를 믿고 따르듯, 식당이 아니라 식당에서 받은 배려와 접대를 높이 산다. 그러니 아무도 나를 쫓아오지 못하게 만들고 싶다면 프로세스를 기록하고 널리 알리자. 경쟁자가 쫓아올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p.316)

 

600만 자영업자 중 외식업계 종사자만 60만이라는 우리나라의 외식 환경에서 경쟁은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3년 넘게 버티는 사람도 겨우 9만 명에 불과하다니 치열한 현장을 보지 않아도 잘 알 것만 같다. 그럼에도 창업을 꿈구는 예비 자영업자들이 여전히 많다. 경쟁이 두렵지 않거나 돈이 아깝지 않아서 과감히 도전하는 것은 아닐 터, 저마다의 절실함이 있다면 미리 공부하고 노하우를 전수받는 게 답인 듯하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고 하지 않던가. 책을 통해 나만의 색깔을 발견할 수 있다면 성공으로 향하는 길이 조금 수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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