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케 -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비밀
마이크 비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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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에 대해 말한다. 지금 행복하냐는 질문에서부터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는 거대한 담론에 이르기까지 언제 어디서든 '행복'이라는 단어는 빠지지 않는다. 이렇게 온통 '행복'으로 둘러싸인 현실 앞에서 나는 이따금 '행복 멀미'를 한다. 사람들은 모두 행복 콘테스트에 참여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나고, 콘테스트에서 이기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경쟁하다가 수상 트로피는 구경도 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게 우리 모두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죽기 살기로 경쟁해서 당신은 과연 행복에 이르게 되었는가 묻고 싶은 심정이다. 진심으로 말이다.

 

코펜하겐 행복연구소((Happiness Research Institute)의 대표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마이크 비킹은 자신의 저서 <리케 LYKKE>에서 행복의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의미를 배제하고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먼저 행복을 정서적 영역, 인지적 영역, 에우다이모니아 영역으로 나누고, 대규모 그룹을 장기적으로 관찰하면서 삶의 변화가 그들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다. 이렇게 파악된 행복 요소를 통해 수치화된 행복 지수를 측정할 수 있고,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행복지수를 알게 됨으로써 좀 더 행보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나는 행복을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없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한 이론을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머나먼 하늘 위에 뜬 벌겋고 황량한 행성을 보며 어떻게 하면 그곳으로 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종족은 인간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삶의 질을 높일 방법을 연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행동을 조금만 바꾸면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엄청난 가능성이 존재한다. 때로는 사소한 데서 엄청난 일이 시작될 수도 있다." (p.41)

 

돌이켜보면 전반적으로 잘 살고 있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행복이 인지적 영역의 행복이다. 날마다 느끼는 감정의 형태로 분류되는 정서적 행복이나 의미와 목적이 있는 삶에서 오는 에우다이모니아 영역과는 차이가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주로 총체적인 행복, 즉 인지적 영역의 행복을 다루고 있다. 책에서는 행복한 삶이 가능해지는 요소로 공동체 의식, 돈, 건강, 자유, 신뢰, 친절을 꼽고 있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익히 다 알고 있던, 혹은 유추할 수 있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하나의 요소에 대해 좀 더 깊이 파헤쳐보면 그 의미와 실천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행복으로부터 너무나 쉽게 멀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든 대부분 누군가와 함께 있었던 시간을 떠올리곤 했다. 물론 이것이 타인이 행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입증하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일까? 친구, 동료, 친척을 만나는 횟수와 연관해서 살펴보면 분명한 패턴이 있다. 타인과 자주 만나는 사람일수록 더 행복하다. 하지만 양과 질은 별개의 문제다." (p.74)

 

돈 역시 행복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소비의 형태에 따라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저자는 '돈을 주고 행복을 살 작정이라면 물품이 아니라 경험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라고 말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정신적, 육체적 건강 역시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자유는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취약한 요소인 동시에 가장 신경 써야 할 요소일지도 모른다.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는 해도 삶과 일의 균형은 여전히 일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거나 그날 하루를 돌아보며 즐겁고 유익하게 출퇴근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출퇴근길은 고역이다. 출퇴근 시간에 우리가 좌절감을 느끼는 이유는 버스나 자동차 안에 갇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p.203)

 

신뢰와 친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맺기를 가능케 하고 관계를 지속시키는 요소이기도하다. 다른 사람을 믿는다는 것, 타인이 나에게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는다고 믿는다는 것은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고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강화하는 기본적인 전제인 까닭이다. 게다가 우리가 친절을 베풀 때 측좌핵이 자극되고  이는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모르핀에 살짝 취한 것 같은 호르몬이 나오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라고 말한다. 결국 우리의 행복은 나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고, 행복은 오직 타인과의 결속에서만 획득할 수 있는 관계의 부산물임을 증명한 셈이다.

 

"신뢰와 협동심과 서로가 서로의 수호자라는 깨달음이 있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두려움에서 벗어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친절을 베풀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보장할 수 있도록 우리 도시를 재편하고 삶의 질에 따라다니는 가격표를 떼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은 이 세상의 좋은 점을 찾아야 할 때다." (p.296)

 

곁에 있는 누군가를 위해 제 몸을 움직이는 데서 오는 행복, 그리고 내가 힘들 때 다른 누군가가 나를 위해 자신의 체온을 나누어 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오는 행복, 일을 하고 돈을 벌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가는 데서 오는 행복, 그런 행복들을 우리는 시나브로 잊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만약 행복에도 생명이 있다면 그 행복들은 시나브로 우리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득 두려워지는 오늘, 탄생과 동시에 행복 콘테스트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혹여라도 답지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마이크 비킹의 이 책 <리케 LYKKE>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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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요즘 밤꽃이 가득합니다. 산 능선에 위치한 밤 농장에서 비롯된 밤꽃 냄새는 산의 정상으로 또는 산자락으로 퍼지다가 밤이면 급기야 골바람을 타고 내가 사는 아파트 베란다에까지 닿곤 합니다. 밤꽃 냄새가 온 마을을 점령하는 동안 나는 미뤄두었던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이따금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를 다운로드하여 보면서 추억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나는 해마다 흉폭해지는 여름으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 있는 방법을 나름대로 궁리하고 있는 셈입니다. 나치를 피해 다락방으로 숨어들었던 안네 프랑크의 심정이 이런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계절에 저항한다는 건 참으로 무모한 짓이기에...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은 엊그제 처음으로 모의고사를 보았습니다. 예상으로는 전 과목 1등급을 받을 듯한데 아들의 국어 과목 점수를 보면서 조금 웃었습니다. 남들도 다 맞힐 듯한 2점짜리 문제 두 문항을 틀리는 바람에 96점을 받았던 것입니다. 실수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실수. 생각을 너무 깊게 해서 틀렸다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아들에게 무조건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윽박지르거나 강권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행복한 게 우선이라고 시간이 날 때마다 말해줍니다. 학기초에 동아리를 선택할 때도 아들은 은근히 방송부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할머니는 공부와 관련된 동아리를 선택하지 왜 시간도 많이 뺏기는 방송부에 들어갈 생각을 하느냐 마뜩잖아했습니다. 그때도 나는 아들의 편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들의 의견에 따르는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바람도 없는 하늘엔 구름이 가득합니다. 높아진 습도와 탁한 대기 탓에 덩달아 기분도 꿀꿀해집니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라도 다운로드하여야 할지 생각만 많아집니다. 오늘은 제64회 현충일, 베란다에 조기를 달고 무작정 생각만 많아지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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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9-06-06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엄청 공부 잘하는 아드님을 두셨네요~ㅎㅎ

꼼쥐 2019-06-06 21:50   좋아요 0 | URL
공부만 잘한다는 게 맞을 듯합니다. 운동은 잘 못하거든요. 사람마다 타고난 특성이 다르니까 말이죠. ㅎ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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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는 아니지만 이따금 어느 작가의 '여행기'를 읽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작가가 방문했던 여행지에는 그닥 관심이 없다. 책을 읽고 난 후에 쉽게 잊어버리는 까닭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국의 지명은 그만큼 나에게 어떠한 감동도 주지 못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고 작가가 타지에서 경험했던 실수담이나 특별한 경험에 매료되는 것도 아니다. 그 경험이 비단 작가의 여행지에서만 발생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행기를 도대체 왜 읽는가? 하는 문제만 남는다. 심심풀이 땅콩도 아니고 말이다. 짧은 인생에서, 더구나 읽어야 할 책이 산적해 있는 마당에 그런 허섭스레기(는 아니지만)에 시간과 열정을 소비할 필요는 없는 게 아닌가. 내가 여행기를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나는 지금 작가의 환상을 읽고 있거나 작가가 여행지에서 가져온 여행지의 잔상을 읽고 있구나',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환상이나 잔상이 남아 있지 않은, 이를테면 자신이 방문했던 여행지와 거기서 찍은 사진만 즐비한 여행기를 읽는다는 건 어쩌면 시간 낭비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상사가 번다하고 골치 아플수록 여행지의 호텔은 더 큰 만족을 준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 문제들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고 나에게 그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할 것만 같다. 삶이 부과하는 문제가 까다로울수록 나는 여행을 더 갈망했다. 그것은 리셋에 대한 희망이었을 것이다." (p.66)

 

김영하의 에세이 <여행의 이유>는 우리가 여행을 갈망하는 이유와 우리가 여행지에서 얻게 되는 것들에 대해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소설가라는 특수한 직업인으로서 말이다. 집필을 목적으로 떠났던 중국 여행에서 입국 자체가 거부된 채 추방당했던 경험에서 시작되는 이 책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목적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애초 품었던 목적이 여행 도중에 발생하는 사건들로 인해 번번이 틀어지고 예상치 않았던 무언가를 목적 대신 얻게 되는 경험을 말한다. 여행기가 지닌 이와 같은 기본 구조는 인생의 여정과 흡사하다. 작가는 이런 식으로 여행에 대한 사유를 넓혀간다.

 

"자아가 지워지고 현재가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의미로 육박해오는 이러한 초월의 경험은 시간이 충분히 흐른 뒤에야 언어로 기술할 수 있다. 언어로 옮겨진 후에야 비로소 그것은 '생각'이 되어 유통된다. 유통되지 않고 재고로 남은 기억은 창고 깊숙한 곳에 묻혀 잊혀진다. 고대 그리스와 달리 이제는 생각을 들고 몸소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그것은 책으로 묶여 도매상과 서점을 통해 스스로 돌아다닌다." (p.81)

 

대학을 졸업할 무렵부터 매년, 때로는 한 해에도 여러 번 여행을 떠나는 생활을 20년간 해왔다는 작가는 학창시절에도 아버지의 임지를 따라 말과 풍습이 다른 지역을 마치 방랑하듯, 혹은 여행하듯 지내왔다고 한다. 이처럼 작가의 삶은 연속되는 긴 여행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여행의 이유는 작가 자신에게는 존재의 이유인 동시에 삶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곳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들이 거듭하여 말한 것처럼 미래에 대한 근심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이고 현재에 집중할 때, 인간은 흔들림 없는 평온의 상태에 근접한다.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p.109~p.110)

 

흔한 이야기들은 삶의 변두리로 밀려나게 된다. 그러다 어느 누군가의 생각에 의해 직접적인 삶의 현장으로 다시 불려 오기도 한다. 여행은 이와 같은 우리 생각의 흐름이나 왕래를 막힘 없이 가능케 한다. 생각의 통로를 열어준다는 건 내 삶을 아무런 제약 없이 설계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작가가 여행에서 '삶이 리셋되는 기분이다'라고 썼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야 그 시기에 내가 겪은 것이 단순히 게임 과몰입이 아니라 가벼운 우울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던 시절이면 나는 무엇에든 쉽게 중독되어 자신을 잊기를 바랐다. 뉴욕에서도 그랬을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허리케인을 만났고, (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검은 꽃』영어판은 출판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 반응 없이 묻혀버렸다." (p.178)

 

작가는 알쓸신잡을 촬영하면서 했던 기묘한 여행을 통해 '비(非)여행'과 '탈(脫)여행'을 설명하기도 하고, 소설가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겪었던 작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노바디의 여행'을 말하면서 현명한 여행자의 바람직한 태도에 대해 적기도 했다. 작가는 자신이 읽었던 책 속의 한 구절을 인용하거나 어느 여행지에서 겪었던 경험 한 토막을 들려주면서 여행에 대한 독자들의 사유를 돕는다.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그것은 독자가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가와 비슷한 것이다. 여행은 고되고, 위험하며, 비용도 든다. 가만히 자기 집 소파에 드러누워 감자칩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게 돈도 안 들고 안전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라고도 말할 수 있다." (p.206)

 

작가로서 '글쓰기에 대해서는 쓸 기회가 많았지만 여행은 그렇지를 못했'던 까닭에 작가는 꽤 오래전부터 자신이 생각하는 여행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했다. 저마다가 생각하는 여행은 각자 다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여행은 특별한 풍경의 감상이 주가 되는 경우가 많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 말하는 까닭도 그런 이유이다. 그들에게 여행은 단순한 장소의 이동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것은 쉽게 잊히거나 다녀온 여행지가 늘어날수록 기억은 혼재되거나 왜곡되기 쉽다. 이와는 다르게 이 보 전진을 위한 도움닫기가 필요한 순간 우리는 종종 여행을 계획하기도 한다. 생각의 통로가 열리는 여행지에서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하고, 선물처럼 영감을 얻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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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에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나누었던 대화 중 하나는 '정치인들의 막말 퍼레이드'. 사실 막말이야 정치인들의 전유물도 아니요, 일반인들이라고 막말을 안 할 리도 없을 터, 새삼 그들의 막말이 주목을 받는 데는 아마도 막말의 정도와 빈도가 문제이지 않았을까. 최근에 문제가 되었던 막말만 하더라도 자유당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부터 민경욱 대변인의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거나 정용기 정책위의장의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낫다'는 발언 등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동료 중 누군가는 막말을 하는 사람들이 교양이 없거나 어릴 적 가정교육의 문제일 거라며 그들의 막말이 교양 부족과 인성 부족에서 비롯되었을 거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들이 인간에 대한 예절 교육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게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막말의 당사자들이 대부분 자유당 국회의원들이고 보면 그들이 교육을 덜 받았다거나 어렸을 적 가정교육의 부재로 인해 그런 막말을 일삼았다고는 보기 어려운 게 아닌가. 누구나 알다시피 자유당 의원들 중 상당수는 친일 행적으로 막대한 재산을 모았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재산이 많았던 만큼 안 그래도 교육열이 높은 대한민국에서 그들 역시 평균 이상의 교육을 받았을 게 분명할 터, 교육 부재를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들이 어렸을 적부터 그들의 부모로부터 보고 배워 왔을 욕심의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막말은 주로 자신의 욕심(또는 원하는 상태)과 현실의 불일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분노의 감정이 일고, 욕구가 강할수록 분노 또한 강해지게 마련일 터, 막말을 통해 분노의 감정이 고스란히 분출되는 과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련의 과정이다. 분노의 감정은 우리의 행동을 절제하도록 하는 교양이나 예절, 인성 등 부차적인 도구들을 완전히 무력화시킨다. 그러므로 그들은 자신들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를 막말로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아주 가난한 사람도 마음속 분노는 당연하지만 강도에 있어서는 부자만 못하다. 아흔아홉 개를 가진 사람들은 백 개를 채우려고, 하나 가진 사람 것을 빼앗고 싶은 욕구가 누구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던 사람이 하나를 얻고자 하는 욕구는 그리 강한 게 아니다. 그러므로 태극기 부대에 나오는 가난한 자의 분노와 그들을 이끄는 자유당 의원들의 분노는 닮은 듯 서로 다르다. 자유당의 한선교 의원도 오늘 기자들을 향해 "걸레질을 한다."며 막말 대열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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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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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시절의 몇몇 장면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이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여름방학 숙제와 관련된 것인데 당시에는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과제가 있었다. 예컨대 방학 생활 계획표 작성하기, 일기 쓰기, 식물 채집, 곤충 채집 등은 전 학년의 공통과제이기도 했다. 물론 그림 그리기나 만들기 숙제 등 다른 과제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여름방학의 단골 과제가 그랬다는 얘기다. 지금이야 과제를 좀 안 해가기로서니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심한 체벌을 받지는 않겠지만 당시에는 개학과 동시에 과제물을 제출하였고, 혹여라도 깜빡 잊고 가져오지 못한 학생들이 있는 경우를 대비해 개학일로부터 2~3일의 유예기간이 주어지기는 했지만 만일 그때까지도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을 시에는 심한 체벌과 함께 화장실 청소 한 달과 같은 벌칙이 주어지기도 했다. 그러니 웬만한 배짱으로는 숙제를 하지 않는다는 건 꿈도 꾸지 못했다.

 

꽤나 소심했던 나는 남들보다 잘하겠다는 욕심은 없었지만 선생님의 체벌은 어찌나 두려워했던지 식물 채집이든 곤충 채집이든 시늉만 겨우 했다. 문제는 과제물을 제출할 때였다. 혹시라도 남들이 볼까 봐 다른 친구의 과제물 밑에 숨겨 놓거나 가장 늦게 제출함으로써 창피한 순간을 모면하곤 했다. 그랬던 내가 초등학교 6년 중 딱 한 차례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그것도 가장 먼저 과제물을 제출했던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곤충 채집 때문에 한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같은 반 친구 한 명이 자신의 곤충 채집 과제물을 선뜻 내주는 게 아닌가. 자신은 방학이 끝나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면서 이별 선물로 주겠다는 것이었다. 압축 스티로폼 위에 갖가지 곤충을 종류별로 고정시킨 후 액자와 같은 나무틀에 넣고 유리를 끼워 만든 너무나 멋진 곤충 표본이었다. 그 친구의 말에 따르면 친구의 아버지가 시간이 날 때마다 한 마리씩 잡아 말리고 고정하였다고 했다. 어찌나 귀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보였던지 선뜻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조심스러웠다. 나는 친구가 준 곤충 채집을 자랑스럽게 제출했고, 선생님의 칭찬을 받았고, 내가 제출했던 과제물은 한동안 학습 교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20대 초반에 월리스는 찰스 다윈의『비글호 항해기』를 읽고 탐험의 꿈을 키웠다. 그는 영국 내의 곤충과 식물에 대해서는 분류 작업을 모두 마쳤기에 새로운 종을 찾고 싶었다. 철도 열풍이 가라앉고 측량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자 월리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탐험 지역을 고민했다. 그곳에 가서 당시 과학계의 가장 큰 미스터리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고 싶었다." (p.34)

 

커크 월리스 존슨의 저서 <깃털 도둑>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2009년 6월에 있었던 영국 자연사박물관 소장품 중 새 가죽 299점이 도난당했던 일에서부터 출발한다. '뉴욕타임스'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는 저자는 그 당시 뉴멕시코주의 레드강에서 플라이 낚시를 하고 있었고, 낚시 가이드인 스펜서 세임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낚시도 내팽개친 채 도대체 트링의 자연사박물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저자는 결국 트링박물관에 있던 새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위한 5년에 걸친 긴 추적을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된 <깃털 도둑>은 깃털에 얽힌 인류사의 궤적을 좇으며 에세이가 아닌 어떤 추리소설과 같은 긴박감을 제공한다.

 

"나는 남는 시간에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자료를 조사하고 플라이 타잉 커뮤니티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즐겁게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트링을 방문한 뒤에 이 범죄가 진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과학계에 어떤 손실을 입혔는지를 깨닫고는, 그리고 여전히 많은 새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무언가가 달라졌다. 부업으로 시작한 취미 활동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범죄 사건에서 정의를 찾는 임무가 되어버린 것이다." (p.249)

 

마리 앙투아네트가 새의 깃털을 패션의 수단으로 사용한 이래 19세기 마지막 30년 동안 지구 상의 수억 마리 새가 인간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한다. 루이 16세로부터 받은 다이아몬드 장식의 왜가리 깃털을 올림머리 위에 꽂고 다녔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죽고 100년도 되지 않아 새 깃털은 전 세계 여성이 사랑하는 모자 패션의 아이템이 됐고 그에 따라 모자 산업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890년대 프랑스에는 4만 5000t에 이르는 깃털이 수입됐고 런던 경매장에서는 4년간 극락조 15만 5000마리가 거래됐다고 한다. 어느 영국인 딜러는 1년간 새 가죽 200만 장을 팔기도 했다. 미국의 상황도 비슷했다. 북미 지역에서만 매년 2억 마리 새들이 죽어갔다.

 

그러나 깃털을 향한 인간의 욕심만 증가했던 건 아니어서 무분별한 깃털의 소비에 대한 자각과 반성이 일기도 했고, 그에 따라 새의 멸종을 막기 위한 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깃털의 선호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21세기인 지금도 깃털에 대한 선호와 집착은 줄지 않았고 새의 밀거래 역시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겁이 많은 소심한 사람들은 방충제와 함께 서랍 깊숙한 곳에 깃털을 숨겨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박물관과 경찰도 더는 찾지 않는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공공연하게 사고팔기를 반복했다. 자신들의 깃털이 세상에 완전히 녹아들 때까지." (p.354)

 

생각해보면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식물과 곤충을 무분별하게 채집하도록 시킨다는 게 과연 목적에 부합하는 일인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그 시절의 선생님이나 학생들 공히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의식이 성숙하지 못했음을 시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등교육이 일반화된 작금의 선진국에서도 깃털에 대한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는 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생명에 대한 경외는 간 데 없고 소유에 대한 집착만 키워가는 신자유주의 논리가 인간의 영혼마저 갉아먹고 있는 건 아닌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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