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 - 서른 살 고시 5수생을 1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기적의 습관!
김범준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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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한 번에 한 가지 일밖에 처리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괜한 욕심에 이것저것 손을 대다 보면 일만 그르치고 시간은 시간대로 늦춰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른이 뭐 그래?' 하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른이기 때문에 그런 실수도 한다. 학창 시절에는 선생님이나 부모님, 또는 친구들이 내게 지시하거나 부탁했던 일만 하면 그만이지만 어른이란 기본적으로 빈둥빈둥 여유가 있어 보여도 할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에게 하도록 지시하고 점검하는 등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부가적으로 따라붙는 일들이 많은 까닭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는 것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어른들이란 말이지...

 

LG유플러스에 재직 중인 회사원이자, 13권의 책을 출간한 저자이자,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전파하는 강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는 김범준의 저서 <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헸다>를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 사람도 참 바쁘겠구나.' 하는 거였다. 이렇게 말하면 나는 전혀 바쁘지 않은 걸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실은 나도 바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고, 많은 책을 읽어왔건만 변하지 않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면서 '투자의 독서'를 결심했다고 한다.

 

"독서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취미로서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기 위한 독서이고 하나는 자기계발을 위해 지식을 얻으려는 독서다. 나는 전자를 '소비의 독서', 후자를 '투자의 독서'라고 생각한다. 소비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이 투자의 독서보다 중요하지 않거나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내면과 감정을 환기시킨다는 측면에서 취미로서의 독서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나처럼 직장인으로, 현실에 직접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독서를 선택했다면 투자의 독서를 먼저 하고 소비의 독서를 그 후에 하기를 권한다." (p.47~p.48)

 

책에서 밝힌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일본의 대표 지성이자 세계적인 탐서가로 일컬어지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생각과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다. 물론 독서의 방법론이나 책의 선택 등 세부적인 각론에 있어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철저하게 목적에 따른 독서도 그렇고, 정독이나 완독보다는 '발췌독'을 권하는 것도 그렇다. 오죽하면 다치바나 다카시는 학창 시절 이후에는 문학 서적은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하지 않던가. 시간낭비라고 말이다.

 

"세상의 흐름 속에 일방적으로 휩쓸리기 싫다면 나를 알고, 나를 성장하게 만드는 책 읽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건 대단한 독서가 아니다. 철학 책을 읽으라는 것도 아니다. 두껍고 전문적인 책을 보라는 것도 아니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아주 작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독서에서 시작하면 된다." (p.97)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혁명적인 독서는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는다. 결심과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마약보다 더한 중독성이 있는 게으름과 타성에 오랜 시간 중독된 개인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결심을 큰소리로 외친다 해도 그게 말처럼 쉽게 끊어지지는 않는다. 알코올 중독자가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치료를 받는 것처럼 글감옥에 갇혀 오랜 시간 치료를 받는다면 모를까 책도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독서를 하겠노라 아무리 외쳐본들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더구나 스마트폰의 달콤한 유혹이 무시로 달라붙지 않던가.

 

"책은 시간 도둑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도구다. 책을 읽어서 잘못된 사람이 있는가. 없다. 나를 보호해주는 방패가 많지 않은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싸워야 할지 냉철하게 고민해보자. 이때 외롭게 혼자서 시간 도둑과 싸우려 하지 말자. 든든한 방패인 책을 내 무기로 두자. 짧은 거리를 버스로 이동한다고 하더라도 자리에 앉을 기회가 생기면 제발 책을 펴자. 그러면 된다." (p.207)

 

나는 오히려 열 중 아홉의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책 한 권을 골라 아주 오랫동안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한 줄을 읽고 생각해보고, 또 한 줄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면서 뜸을 들이 듯 책 한 권을 천천히 읽어보면 아무리 책을 싫어하고 멀리하던 사람도 독서의 묘미를 저절로 깨닫게 된다. 그것은 일종의 사색을 겸한 독서일 터, 단순히 의미만 파악하는 독서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읽어야 할 책은 그 책에 빠져들어 나의 상황을 파악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결국 미래를 향하게 만드는 책이어야 한다. 단, 책의 모든 부분이 재미있을 거라는 '무리한' 요구를 책에 기대하면 곤란하다. 책 300페이지의 한 문장, 한 문장이 모두 의미 있고, 모두 재미있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다." (p.78)

 

<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는 시간이 없다거나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무작정 피해왔던, 책만 보면 자신도 모르게 경기를 일으키던 부독서인(不讀書人)에게 필요한 책이다. 누군가에게는 책과 가까워진다는 게 긴 시간 군불을 지피고 뜸을 들여야만 하는 지난한 일일지도 모른다. 등화가친의 계절, 가까운 서점에 나가 재미 삼아 책 한 권을 골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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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에 열어 놓았던 창문을 서둘러 닫게 된다. 계절은 또 그렇게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흘러가고 있다. 날씨가 좀 선선해지면 뭔가 사력을 다해 매달릴 일을 찾아야겠다 생각했지만, 기대하던 그런 날씨가 막상 내 앞에 펼쳐지고 보니 숨을 헉헉 몰아쉬던 한여름에 세웠던 계획은 저 멀리 사라지고. 대신 계절을 향유하고픈 뻑적지근한 게으름이 혈관을 타고 흐른다. 사람은 이렇게 간사하다.

 

아침에 어둑어둑한 산길을 오르는데 매일 만나는 중년의 아주머니 한 분과 능선에서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인사만 하고 돌아서려는데, "사람이 없네요, 비가 와서."라고 말하면서 조심히 다녀오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나는 사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는, 그래서 사람들 발길이 끊긴 호젓한 길을 좋아한다. 그런 날이면 숲의 새나 다른 짐승들도 소리를 죽인 채 조용하다. 등산로를 따라 약간의 어둠과 침묵에 쌓인 채 걷다 보면 내가 마치 현실 세상을 떠나 미지의 세상으로 순간이동을 한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이따금 아침 산책을 나온 너구리나 고라니를 만나기도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가 가져온 사회적 변화는 매우 두드러진 듯 보인다. 밤이 늦은 시각까지 2차, 3차를 옮겨가며 부어라 마셔라 하는 회식 문화도 사라졌고, 딱히 할 일도 없으면서 늦게까지 불을 밝히던 사무실도 일찌감치 불이 꺼진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크게 타격을 받는 곳도 많다. 대표적인 게 식당과 술집이다. 그 많던 주당들이 일찍 일찍 귀가하는 바람에 거리는 썰렁하다 못해 으스스하다. 장사가 될 리 없다. 일찍 퇴근한 직장인들은 독서를 하거나 취미 생활을 즐긴다.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는 좋은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국가를 향해 볼멘소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자금과 뒷돈으로 흥청망청 쓰면서 수많은 자영업자들을 먹여 살리던 시대는 다시는 오지 않을 듯하다.

 

술 없이는 하루도 살지 못한다는 내 친구도 이제는 마트에서 맥주 몇 병을 사들고 집으로 향한다고 한다. 베란다에서 느긋하게 마시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이따금 거나하게 취하면 셀카 사진 여러 장을 단톡방에 올려 선잠을 깨우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말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데, 아침저녁으로 상쾌한 바람이 불고 있지만 마음은 콩밭으로 향한다. 어찌하면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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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심리 수업
테리 앱터 지음, 최윤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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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지역 공동체 내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이유로 이사를 반복하게 되는 현대인들은 과거의 우리 선조들에 비해 정신건강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다는 체념과 좌절 속에 있는 개인은 타인의 일시적인 비난쯤이야 가볍고 대수롭지 않은 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에게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은 타인의 비난을 수용하기보다는 반발하거나 회피하게 된다. 그러므로 개인이 타인의 비난을 경험하는 횟수는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비난에 대한 적응 능력 또한 떨어진 게 사실이다.

 

"매일매일의 일상 속에서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끊임없이 누군가를 판단하며, 나 역시 다른 사람의 판단에 주목한다. 그 사실을 진정 깨닫고 나면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조절하고 다른 사람의 견해를 수용하며, 나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강력하고 혼란스러운 반응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p.19)

 

30년 이상 칭찬과 비난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며 건강한 인간관계의 비밀을 파헤쳐 온 테리 앱터의 저서 <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칭찬과 비난에 잘 대처하고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1장 '그냥 보는 눈은 없다, 판단하는 눈만 있을 뿐', 2장 '칭찬 :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 3장 '비난 : 나는 너에게 거부당하고 싶지 않다', 4장 '가족 : 자존감의 크기가 결정되는 곳', 5장 '우정 : 무리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한 투쟁', 6장 '부부 : 항상 나를 존중하고 있음을 표현해 줘', 7장 '직장 : 한정된 칭찬을 두고 벌이는 경쟁', 8장 '소셜 미디어 : 내면을 피폐하게 하는 끝없는 비교', 9장 '두려움 없이 관계를 맺고 어울려 살아가는 법'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저자는 현대인이 관계를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나는 판단이 역동적이고 활력 있는 대인 관계 형성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조건 억누르기보다는 자신의 판단을 충분히 이해하고 끊임없이 성찰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판단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시간, 감정을 쏟는지 보면서, 또 자신의 판단은 늘 공정하고 균형적이길 바라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판단이 각종 편견과 단순화에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p.328)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지역 공동체에서의 발언권은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특권과 같은 것이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공동체의 구성원에 대한 판단 또한 그들의 몫이었다. 그러므로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부당한 비난에도 일일이 저항할 수 없었다. 이와 같이 비난에 저항할 수 없도록 옥죄는 방식은 횟수가 거듭될수록 비난에 무감각해지게 되는 반면 자신의 삶에서조차 의욕을 잃고 무기력해지게 된다.

 

두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세계 최고의 인재를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논문과 연구결과로 평가받는 학자로서 누구보다 칭찬에 대한 인간의 강한 집착을 잘 알고 있는 저자는 자신 또한 타인의 시선에 삶이 흔들렸던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사실 그런 경험은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타인의 시선 속에서 중심을 잡고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SNS의 발달로 대면하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까지 감당해야 하는 현대인들은 타인의 판단에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태어나자마자 우리는 마주하는 모든 것을 탐색하고 판단한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의 판단도 경험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과 주고받는 칭찬과 비난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우리의 정체성과 행동, 관계가 형성된다. 이러한 판단은 우리의 깊은 욕구와 소망에 기인한다. 내면의 판단 장치에 귀를 기울이면서 필요에 따라 자신의 판단을 수정하는 것은 우리가 평생 동안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과제다. 우리의 판단을 끊임없이 점검하면서 수정하는 일은 때로 지치고 힘들지만 상당한 보수가 따르는 것은 물론 아주 신나는 일이기도 하다. 동시에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이다." (p.331)

 

타인의 판단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타인의 선한 판단, 즉 타인의 칭찬을 평생 동안 갈구하며 살아가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인의 칭찬을 받아내는 일은 오히려 쉬울 수도 있다. 정작 어려운 것은 나 자신으로부터 인정받고 칭찬을 듣는 일이다. 나는 나 자신을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에 대해 '나는 정말 대단하구나!' 매일 감탄할 수 있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죽는 날까지 괴로워만 할 게 아니라 '세상천지에 나만한 사람이 없구나!' 늘 감탄하면서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인 테리 앱터는 다양한 사람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책을 읽는 게 마치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법정스님도 끊기 어렵다고 하셨는데 나와 같은 보통 사람들은 오죽하랴. 타인의 판단에 초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크게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일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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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는 말은 사람들에게 왠지 모를 설렘과 달달한 느낌을 준다. 그런 까닭에 첫눈, 첫사랑, 첫 키스 등 처음을 상징하는 이런 낱말들은 듣는 것만으로도 야릇한 흥분을 일으키곤 한다. 매일 아침 산에 오르는 나는 매년 이맘때쯤에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첫밤(栗)을 줍는 일이다. 산의 능선에 밤 농장이 있고 그 주변 산으로 퍼진 밤나무 덕에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은 연례행사처럼 등산로에 떨어진 밤을 줍곤 한다. 전날 밤에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불면 등산로는 떨어진 밤과 도토리로 가득하고, 욕심 많은 사람들은 발길을 멈춘 채 밤을 줍는 재미에 빠져드는 것이다.

 

 

올해도 나는 어김없이 첫밤을 주워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해에 난 밤 중 오직 한 개의 알밤을 주워 올뿐이다. 먹기 위해 줍는 것은 아니다. 여름 한철을 인내하고 비로소 새 생명의 씨앗을 잉태하게 된 한 톨의 밤알을 보면서 이따금씩 생명의 위대함을 느껴보기 위함이다. 내가 주워 온 알밤은 나를 가르치는 게 제 소임인 양 책상 위에 놓인 채로 이따금 나의 시선이 머물 때마다 나의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살아라' 당부하는 것이다.

 

등산로에 떨어진 밤송이는 지난주부터 보았었지만 온전히 내 차지가 되기까지 한 주가 더 걸린 셈이다. 유난히 길고 더웠던 여름, 그래도 여전히 밤은 여물고, 생명의 끈은 끊어지지 않은 채 다음을 기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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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리더는 어떻게 변화를 이끄는가 - 무기력에 빠진 조직에 과감히 메스를 댈 7가지 용기
기무라 나오노리 지음, 이정환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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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연락이 끊겨 소식을 알 수 없지만 과거 한때 친동기간처럼 가깝게 지내던 형님 한 분이 있다. 대전 둔산동 지역의 어느 허름한 건물 지하에 창고 겸 사무실을 두고 대전을 비롯한 인근 도시의 몇몇 백화점 및 대형 마트의 코너를 분양받아 인테리어 소품을 주로 팔았던 그는 장사가 잘 될 때는 꽤나 쏠쏠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지만 내가 그를 알게 된 무렵에는 이익은커녕 나날이 늘어만 가는 빚 걱정에 하루도 얼굴 펼 날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직원들에게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정이 어려울수록 더 자주 농담을 하거나 직원들의 시시껄렁한 농담에도 더 크게 웃어주곤 했다.

 

그러나 그도 인간인지라 나와 마주할 때면 저간의 사정을 얘기하며 스스럼없이 신세 한탄을 하곤 했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자금을 조달할 길 없었던 그는 자신이 발행한 가계수표를 결국 사채업자를 통해 깡을 하기에 이르렀고 종국에는 부도를 내고 말았다. 어느 해 가을, 추석을 며칠 앞둔 시점에 그로부터 연락이 왔다. 채권자들을 피해 이리저리 도피 생활을 하던 때였다. 회사의 물품이며 차량은 모두 채권자들이 가압류를 한 상태였다. 그는 어디서 구했는지 아주 오래된 승용차 한 대를 직접 운전하여 내 앞에 나타났다. 그에게는 이미 수배령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수척해진 얼굴 위에 옅은 미소를 띤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동안 잘 지냈냐며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서울까지 운전 좀 부탁한다며 자동차 키를 내게 넘겼다. 명절을 쇠기 위해 부모님이 계신 서울로 가야 했던 나는 서툰 운전 솜씨로 핸들을 잡았고 그는 이미 결심이 선 듯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신대방동에 사는 그의 부모님 댁에 차를 주차하고 돌아서려는데 저녁을 먹고 가라며 굳이 손을 잡아끌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헤어진 게 그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일본 최고의 경영 컨설턴트로 인정받고 있는 기무라 나오노리의 저서 <최고의 리더는 어떻게 변화를 이끄는가>를 읽는 내내 그분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작은 회사의 사장으로서 그도 직원들을 하나로 모아 무너져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었는데...

 

"부하 직원에게 호감을 얻는 리더와, 두렵지만 존경받는 리더는 전혀 다르다.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일시적으로 호감을 얻을 순 있을지 몰라도, 상하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이 사라져 중요한 순간에 채찍을 휘두르거나 쓴소리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거리감을 두면 신뢰가 쌓이지 않아서 부하 직원을 손발처럼 마음껏 운용할 수 없으니 그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 (p.82)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리더에게 요구되는 논리적 사고력이나 재무 및 회계 지식 등과 같은 '브라이트사이드 스킬Brightside Skill'이 아니라 조직원들을 설득하고 움직이며, 강한 관성에 이끌리는 사업의 방향을 비틀고 변화를 주기 위한,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거나 뜻대로 조종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기술, 즉 '다크사이드 스킬Darkside Skill'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 '흔들리지 않는 리더를 만드는 7가지 다크사이드 스킬', 2부 '결정적 순간에 위기를 돌파하는 리더의 승부수', 3부 '무기력한 조직에 메스를 들이댈 리더의 용기'를 통하여 리더로서의 중간관리자 역할을 역설하고 있다.

 

"흔들리지 않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언제나 자신을 돌아보고, 가치관에 균열이 일어나지는 않았는지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자신과 단 둘이서 치열하게 대치하는 고독의 시간이 없으면, 바쁜 일상의 흐름에 휩쓸려 궤도가 무너져도 방향을 고치기는커녕 문제를 인식할 수도 없게 된다." (p.163)

 

저자가 말하는 7가지 다크사이드 스킬은 '위기를 숨기지 말고, 눈치 보지 않는 직원을 뽑고, 언제든 손발이 되어줄 아군을 포섭하고, 미움받을지언정 뜻을 굽히지 않고, 번뇌가 아닌 욕망에 빠지며, 시험대 위에서 도망치지 않고, 철저히 이용하고 기꺼이 이용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 환경과 끊임없는 기술 혁신 속에서 비즈니스 세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고 변화무쌍할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 성과를 내고 살아남는 기업은 조직원 전체의 끝없는 혁신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강력한 카리스마로 조직의 변화를 이끄는 '중간관리자급 리더'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의 생사는 그들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알던 그분은 직원들과 같은 자리에서 식사도 하지 않았다. 욕을 먹더라도 사장은 권위가 있어야 하고 책임도 홀로 지는 것이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에게 부족했던 게 무엇이었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그도 외부 환경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고, 직원들을 채찍질하기만 했을 뿐 어려울 때 아군이 되어줄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생명체인 조직원을 리더가 원하는 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리더에 대한 조직원의 믿음과 존경심이 지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친근함과 존경심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하는 것, 그것이 리더의 역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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