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오늘 시험공부를 하겠다며 도서관으로 갔다. 중학교에서의 마지막 시험인 3학년 2학기 기말고사가 다음 주에 있다. 기온이 오르자 미세먼지의 수치가 높아졌는지 목이 칼칼하다. 건강을 위해서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습관이 안 된 탓인지 웬만해선 쓰지 않게 된다.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학교나 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하는 아들을 지켜볼 때가 있다. 고지식하기 짝이 없는 아들은 도통 요령을 부릴 줄 모른다. 내가 보기에 그냥 설렁설렁해도 될 만한 숙제도 열과 성을 다하는 까닭에 남들보다 시간은 배나 들고, 그 여파로 육체적 피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얼마 전에도 사회 과목 수행평가를 한답시고 주말을 포함한 며칠을 UCC 촬영 및 편집에 매달리는 걸 보고, '같은 조원들은 뭐하는데 너만 혼자 촬영과 편집을 도맡아 하느냐?'고 물었더니 친구들은 영상 편집을 할 줄 몰라서 자기가 할 수밖에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속에서는 부아가 치밀었지만 아들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누구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 학교에서 내준 조별 과제의 어려운 부분을 떠맡는다는 게 어디 유쾌한 일이기만 했을까. 아들은 UCC가 아닌 조별 발표에 있어서도 자료 탐구며 파워포인트 작성에 이르기까지 발표에 필요한 전반적인 사항을 도맡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니 지켜보는 나로서는 속이 터질 수밖에. 이제 수행평가는 모두 끝났고 지필고사만 보면 된다. 시험을 치르고 나면 여행도 하면서 좀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으련만 우리나라 사정이 어디 그런가.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학습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듯 호들갑을 떠니 말이다. 더구나 금년에 치러진 불수능의 여파로 학원가는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