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물러간 하늘에는 어슬렁어슬렁 느린 걸음의 무더위가 지나고 있습니다. 여름 더위에 더해진 높은 습도와 탁한 공기로 인해 사람들이 체감하는 불쾌지수는 '측정 불가'에 이르렀는지도 모릅니다. 차도에 인접한 인도를 걷다 보면 차량 에어컨의 뜨거운 열기가 훅훅 느껴지는 듯합니다. 소나기라도 한바탕 쏟아졌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은 GG를 선언하기 직전의 얄팍한 술수일지도 모릅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40여 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굥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마치 사나흘이 흐른 듯 무척이나 짧게 느껴졌던 시간이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마치 40년쯤 흐른 듯한 지루하고 긴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게 바뀌었고, 그로 인해 국정의 이곳저곳이 아귀가 맞지 않아 덜컹대고 있습니다. 집권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굥의 지지율은 나날이 떨어져 40%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 여론이 정부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이와 같은 확실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언론은 여전히 용비어천가에 몰두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제는 기레기라는 말은 하도 많이 들어서 그것이 곧 자신들의 정체성인 양 인식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연금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현 정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개혁 대신 새로운 방법을 통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내용의 포스팅을 얼마 전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정부는 발암물질 범벅인 용산공원으로 노인분들을 유도하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부산을 찾았던 굥의 입을 통해 "지금 여기 원전 업계는 전시다. 탈원전이라는 폭탄이 터져 폐허가 된 전쟁터”라면서 “전시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고 특히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원전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의 주민들보다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편인데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정부가 앞장서서 노인분들을 빨리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데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하면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니만큼 이를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것이지요. 마음 같아서는 한 대 쥐어박고 싶었겠지만 기자들이 보고 있으니 부드럽게 돌려서 말한 듯합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근로시간 유연화를 비롯한 노동개혁을 통해 근로자들을 과로와 스트레스로 몰아 적당히(?) 살고 일찍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합니다. 이러한 조치들에 더해 중대재해 처벌법마저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정부는 굳이 연금개혁에 손을 댈 필요조차 없을 듯합니다. 초고령화 사회로 인한 국민연금의 부족 사태도, 노인 복지에 쏟아부어야 하는 재정 부족분도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 듯하니 말입니다. 재정 건전성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굥의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비열하고 야비한 정책들에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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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성공의 인사이트, 유대인 탈무드 명언 - 5천 년 동안 그들은 어떻게 부와 성공을 얻었나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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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자신의 그릇에 맞는 부의 크기도 가늠하게 된다. 말하자면 주제 파악이랄까, 지나친 과대망상에서 벗어나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목표를 설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는 사회 초년생들이 보기에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그렇게 여러 번 신중하게 두들겨 본 돌다리도 이따금 금이 가거나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는 일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배포는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사람을 믿는 일도, 앞으로의 경제 전망이나 전문가의 투자 전략도 도통 믿을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세상에는 본질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에게는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이 있다. 우리가 좋은 관계를 맺고, 좋은 인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이때 보는 눈이란, 외모만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을 꿰뚫어보는 눈이다. 겉은 소박할지라도 내면이 깊고 가치 있는 사람이 있고, 겉은 화려한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전자인 사람들을 일찍이 알아보고 관계를 잘 꾸려 나가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p.42)

 

인문학자이자 지식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김태현 역시 부와 성공의 원천을 탈무드에서 찾고 있다. 노벨상이 수여되기 시작한 1901년부터 2021년까지 노벨상 수상자 943명 중 유대인은 210명(22%),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 민족이 일궈낸 결과는 그저 놀라울 뿐이다. 더구나 인류사에 큰 획을 그은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마르크스를 비롯해 언론인 조지프 퓰리처, 투자가 조지 소로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등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인사 중 다수가 유대인이고 보면, 5000년간에 걸쳐 유대인을 지탱해 온 생활 규범이자 '유대인의 영혼'이라고 말할 수 있는 탈무드에서 우리들 개개인의 부와 성공에 대한 가르침을 배워 보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탈무드에서는 지식을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교육은 도덕과 지혜의 두 기반 위에 서지 않으면 안 된다. 도덕은 미덕을 받들기 위해서이고, 지혜는 남의 악덕에서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도덕에만 중점을 두면 성인군자나 순교자밖에 나오지 않고, 지혜에만 중점을 두면 타산적인 이기주의자가 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도덕과 지혜의 두 기반 위에 교육이 있어야 좋은 열매를 거둘 수 있다."  (p.124)

 

김태현의 저서 ‘부와 성공의 인사이트, 유대인 탈무드 명언’은 유대인의 지혜를 담고 있는 탈무드와 전 세계 상위 1% 유대인 위인들의 명언 중 770개를 엄선했다. 저자는 “탈무드에는 인생의 순리를 따르면서도 가난을 싫어하고, 무엇보다 배움과 교육을 중시하는 유대인들의 인생철학이 잘 담겨 있다."고 하면서 “어려서부터 탈무드를 통해 자부심과 정체성을 교육받은 유대인들에게 탈무드는 단순한 책이 아니라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힘이다.”라는 말로 탈무드를 통한 부와 성공의 인사이트를 강조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김만덕과 임상옥과 같은 두 거상이 있었고, 그들로부터 배워야 할 교훈들이 수없이 많겠지만 안타깝게도 상업을 천시했던 조선시대의 인물이었기에 사료로 남겨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유대인들의 굴곡진 삶을 통한 통찰과 인생을 가로지르는 삶의 기술을『탈무드』로 가늠해 볼 수 있는데, 인생의 순리를 따르면서도 가난을 싫어하고, 무엇보다 배움과 교육을 중시하는 그들의 인생철학이 잘 담겨 있다. 특히 공동체 의식이 강한 유대인들은 민족의 생존을 위해 가난한 자와 고아와 과부를 돕는 자선과 구제를 당연한 의무이자 자신이 복을 받는 비결로 받아들였다"  (p.254 '나오며' 중에서)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 재앙 속에서 암울한 시간을 보냈던 지난 2년여의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고, 방역 모범국으로 세계인의 부러움을 샀다. 그와 같은 성과로 인해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는 한껏 높아진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 뉴스에 대한 언론 신뢰도가 46개 국가 중 40위 등 부끄러운 기록들도 함께 갖고 있다. 이는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갈라놓기에 바쁜)고 극단적 갈등을 이용하려는 정치 세력들의 농간 때문이다. 유대인의 성공은 자선과 구제를 통한 강한 결속과 공동체 의식 덕분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정치인들에 의한 분열과 퇴보만 남았을 뿐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가뜩이나 세계 경제가 어렵다. 통합과 협치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것은 기대도 하지 않지만 적어도 분열과 증오를 획책하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 법대로 하자는 말은 갈 데까지 가보자는 말이지 이쯤에서 멈추고 서로 화해하자는 뜻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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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신의 피조물이라고 가정할 때 우리는 대개 육체의 모든 기관의 나사가 단단히 혹은 적당히 조여진 채 태어나는 듯하다. 그것은 뇌회로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태어나 짧게는 십수 년을, 많게는 수십 년을 살았던 사람이 자신의 뇌회로에 조여져 있던 나사 한두 개쯤이 느슨해지거나 완전히 풀려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가정해보자. 뇌회로가 단단히 조여진 채 태어난 사람, 이를테면 완벽주의자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은 자신의 뇌회로가 느슨하게 풀린 혹은 한두 개쯤의 나사가 완전히 풀려 사라진 상태를 결코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태어난 후 지금까지 살아온 습관 탓이기도 하려니와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시선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우리는 우연한 사고나 피치 못할 외부 환경에 의해 자신의 뇌회로를 온전히 보전하지 못하는 경우를 숱하게 목격하게 된다. 어떤 이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여 의욕을 잃은 채 정신병의 굴레에 빠져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기도 하고, 어떤 이는 온전한 상태에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여 전보다 나아진 제2의 생을 살아가기도 한다. 우리는 후자와 같은 사람들을 천재라 부르며 그와 같은 삶을 기적이라 일컫는다.

 

생각해 보면 천재란 결국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의 뇌회로에서 나사 한두 깨쯤 느슨하게 풀리거나 완전히 풀려 사라진 상태의 뇌회로를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이란 매일매일이 기적이며 계획하거나 의도한 대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신의 시선은 인간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서 멀어져 있을 때가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완벽주의자란 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자가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의지에 부합하는 인간일 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임대주택에 못 사는 사람이 많아서 정신질환자들이 나온다.'라고 했던 여당의 어느 국회의원의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임을 말하고 싶어 이 글을 썼다. 신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 자신의 뇌회로를 태어날 당시의 모습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자랑이 될 수 없으며, 뇌회로 중 한두 개쯤 나사가 풀려 느슨해지거나 완전히 풀려버렸다고 할지라도 크게 실망하거나 좌절할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후천적 천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자란 어쩌면 잠재적 천재일지도 모른다. 그런 말을 한 여당의 국회의원은 다만 흔하디 흔한 보통의 인간일 뿐이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인간들은 오로지 인간의 보편적 이기심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들이 때로는 자신의 이기심을 신의 의지인 양 선전하곤 한다. 소가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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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조지 오웰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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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확실한 것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대다수가 동물이라는 점이다. 말하자면 우화라고 할 수 있는 이 소설이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찬사를 받고, 출간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로서 굳건히 자리매김하는 데는 '조지 오웰'이라는 저자의 명성 하나만으로는 부족했으리라. 그보다는 오히려 권력과 인간 속성에 대한 저자의 철저한 탐구가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감탄과 공감을 지속적으로 불러일으키고 있을 뿐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을 터이다. 권력지향적인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국가 제도가 지속하는 한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이어질 테니까 말이다.

 

나는 사실 조지 오웰의 소설보다는 르포 작품에 더 매력을 느끼는 독자 중 한 사람이다. 현장과 체험을 바탕으로 쓴 그의 탁월한 작품들은 화려한 문체와 더불어 날카로운 문제의식, 그리고 체험과 검증에서 비롯된 현실 감각 등은 독자로 하여금 르포란 이런 것이다 하는 자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그렇다고 르포에 비해 그의 소설 작품들이 격이 떨어진다거나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주관적인 느낌상 그의 르포 작품이 더 좋다고 말할 뿐이다. 어떻게 보면 <위건 부두로 가는 길>과 같은 탁월한 르포 작품이 있었기에 <동물농장>과 같은 완성체의 소설이 존재할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동무들이여, 절대로 이런 결심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말에도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과 동물들이 서로 같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인간의 번영이 곧 동물들의 번영을 가져다준다는 주장에 절대로 귀 기울이지 마십시오. 모두가 거짓말입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 외에는 어떤 생물의 이익에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동물들은 모두 일치단결하여 철저한 동지애를 가지고 인간과 투쟁해야 합니다. 모든 인간은 적이고, 모든 동물은 우리의 동지들입니다."  (p.33)

 

소설은 매너 농장의 주인인 존스 씨가 술에 취해 곯아떨어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동물들은 결국 주인인 존스 씨를 몰아내고 동물들의 세상인 동물농장을 만든다. 여기에서 시사하는 것처럼 지도자의 지나친 음주는 항상 문제가 된다. 그래서인지 고인이 되신 노무현 대통령은 애주가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취임과 함께 술을 끊었다고 전해진다. 대통령이 술에 취해 온전한 정신이 아니라면 대통령의 궐위 상태와 진배없기 때문이란다. 그럼에도 현재의 대통령은 취임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술에 취해 꾸알라가 된 모습을 언론에 노출시켰다. 창피도 이런 창피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휴전 상태에 있는 국가의 대통령이...

 

"매너 농장의 존스 씨는 밤이 깊어지자 닭장 열쇠를 채우기는 했는데, 술에 너무 취한 나머지 문을 닫는 것을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리저리 휘청거리는 둥그런 등불 빛을 앞세우고 비틀거리면서 뜰을 가로질러 가서는, 뒷문에다 장화를 휙 차 버리고 주방으로 들어가 술통에서 맥주 한 잔을 따라 마지막으로 들이켜고 난 후에야, 한참 코를 골며 곯아떨어져 있는 존스 부인 옆의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갔다."  (p.25)

 

주인인 존스 씨를 몰아낸 동물들은 글을 읽을 수 있는 동물들인 나폴레옹(돼지), 스노우볼(돼지), 스퀼러(돼지)의 지도 아래 동물농장의 7계명을 만들고 모든 동물들을 평등하게 살게 하는 데 뜻을 모은다. 그러나 각종 사건들로 인해 동물들 사이에 권력투쟁이 발생하고, 결국 나폴레옹(돼지)이 무력으로 동물농장을 지배하게 된다. 나폴레옹은 동물들을 독재와 공포정치로 통솔한다. 이러는 과정에서 동물들 사회에서도 계급과 서열이 생겨나고, 급기야 나폴레옹은 인간처럼 2발로 걸어다니며 채찍을 휘두르기에 이른다.

 

"그리고『동물농장』에서 오웰은, 다음번의 선거가 빠짐없이 다가오듯이 늘 새롭게 나타나기 마련인 정치적인 폭력과 그에 대한 공포는 우리들 스스로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p.19 '러셀 베이커(Russell Baker)의 서문' 중에서)

 

유행이 끝없이 반복되는 것처럼 정치적 유형도 되풀이되는 듯 보인다. 군부 독재가 사라진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가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독재 시대에 대한 향수가 불꽃처럼 타올랐고, 급기야 검찰 권력에 의한 독재가 시작된 느낌이다. 과거의 교훈을 쉽게 망각하는 인간의 철없음, 혹은 타인의 감언이설에 쉽게 현혹되는 대중의 얕은 지조에 의해 역사는 비슷한 과오를 끝없이 양산한다. 대중은 술에 취해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는 존스 씨를 자신의 지도자로 선출하고야 만다. 오늘도 그리고 어쩌면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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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 정국이 엔데믹으로 진행되고 있는 듯합니다. 누구에게나 길고 어두웠던 터널을 이제 막 벗어나는 느낌이겠지만 한편으로는 피하고 싶었던 현실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고충도 있는 것도 같고, 워낙 오랜 시간을 버텨 온 까닭에 습관처럼 굳어진 몇몇 것들을 어떻게 벗어던지는가 하는 문제도 고민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지요. 출근을 하지 않고 달콤하게 즐기던 재택근무도, 주말마다 동원되던 각종 행사에 코로나를 핑계로 가볍게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한적한 야외에서 편안히 즐길 수 있던 여유도, 부서 회식이나 경조사에 참석하여 부어라 마셔라 하다가 뜬눈으로 출근하던 일도 한낱 옛 추억으로 만들어 버렸던 코로나 시국의 좋았던 풍경들이 일거에 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경조사는 무조건 계좌이체를 통한 가벼운 일처리가 국룰이었는데 이제는 좋든 싫든 얼굴 도장이 우선이고, 부서 회식은 2차가 기본이고, 재택 근무는 꿈도 꿀 수 없으며, 코로나 확진이라는 달콤한 휴가는 옛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예전보다 여행이 자유로워진 건 사실이지만 높아진 물가에 코로나 시국보다 더 심한 집콕을 강요받는 실정이고 보니 코로나 엔데믹의 자유는 저만치 멀어진 듯합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실정이고 보니 한동안 뜸하던 사람들로부터 걸려온 전화가 결코 반갑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나 주말이 가까워 올 때의 전화는 더욱 그러하지요. 미뤘던 결혼식에, 친척들의 고희연에, 아이들의 백일이나 돌, 제사와 부고 등 그냥 돈만 보내고 모른 척하기에는 얼굴이 따끔거리는 행사가 어찌나 많던지요.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이 모든 게 당연한 일상이었는데 편함에 길들여진 탓인지 이제는 힘겹게만 느껴집니다.

 

며칠 전 한동안 연락이 없었던 지인 한 분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모 초등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 퇴임을 한 후 한가로운 노년을 보내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카이스트를 졸업한 그분의 손자와도 각별한 인연이 있는 나로서는 손자의 결혼식에 참석해달라는 소식이겠거니 지레짐작을 하였는데, 전화를 걸었던 목적은 전혀 엉뚱한 데 있는 듯했습니다. 주말 계획이 어찌 되느냐는 질문에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분은 친구분들과 함께 용산공원에 갈 계획이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용산공원이 서빙고에 있는 용산 가족공원인 줄 알고 그곳으로 가기보다는 가까운 공원을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더니 용산공원 입장 예약을 어렵게 성사시켰다며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용산 미군부대를 시범 개방한다는 뉴스를 어디서 본 것 같았기에 혹시 그곳이냐고 재차 여쭈었더니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각종 독성물질이 정화도 되지 않은 채 개방되는 것이라 우려를 전했더니 별것 아니라는 식의 답변과 함께 나도 예약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미군 부대에서 카튜샤로 근무했던 친구 덕분에 그곳에서 영화도 보고, 볼링도 치는 등 여러 번 출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와 함께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곰곰 생각해보아도 용산공원을 서둘러 개방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어서 용산공원 입장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더 가까이 국민 속으로'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걸려 있는 예약 사이트에는 행사의 내용이나 주의사항 등은 잘 정리되어 있었으나 다이옥신이나 비소 등 1급 발암물질 범벅인 그곳을 국민들에게 서둘러 개방하는 이유는 적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추측컨대 연금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운 대통령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연금개혁을 하는 대신 여당의 열렬한 지지자인 노인분들을 용산으로 모셔 수명을 1년이라도 단축시킬 수만 있다면 연금개혁은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런 발상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연금개혁은 물론 노령연금을 아낌으로써 재정건전성까지 좋아질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쯤 될 수도 있겠습니다. 비록 지지자들을 잃는다는 게 안타깝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게다가 세대 간의 갈등도 조기에 봉합할 수 있겠습니다.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2시간이 아니라 하루 종일 머무르게 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말입니다. 비교적 여유롭고 시간적 제한도 없는 노인분들은 용산으로 모시고, 임대주택에 사는 가난한 노인들은 정신병자로 몰아 격리시킨다면 초고령화 사회의 대한민국이 당면한 문제를 조기에 수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서울대 나온 대통령이라 역시 생각하는 게 탁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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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5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8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22-06-24 09:40   좋아요 0 | URL
하...글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