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시키는 일 - 꿈과 행복을 완성시켜주는 마음의 명령 가슴이 시키는 일 1
김이율 지음 / 판테온하우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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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주말 오후에 밀어닥친 강진으로 이웃나라 일본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로 변해버렸다.
속보로 전해지는 그 참담한 현실을 보며 자연의 위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실감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의 역사적 악연을 떠나, 가족을 잃은 일본 국민의 애통한 마음이 내 가슴 한켠을 저리게 했다.  더불어 드는 생각은 '저렇게 허망하게 간 사람들은 그동안 행복했을까? 혹시 행복하지 못했다면 그리 속절없이 갈 걸 뭐하러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나?' 하는 안타까움이었다.  거대한 자연의 위력 앞에 일순간 사라질지언정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지 못할 그 무엇이 있었던 걸까?

주변을 둘러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만약에'라는 가능성에 매달려서 제 나름대로 고통과 상처를 안은 채 하루하루를 아귀다툼하듯 살아간다.
그 평범한 일상에 길들여진 모습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가도 이런 책을 읽으면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곤 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일상에 매몰된 나 자신을 재차 확인하게 되고, 그 수렁에서 과감히 떨쳐 일어나 무지개를 찾아 떠나지 못하는 나의 용기없음에 실망하게 된다.
'남들은 잘들 하는데 나는...'하는 자괴감이 나른한 봄날의 오후처럼 나를 무력하게 한다.

"지금이 아니면 안되기 때문이에요.  언젠가는 해야지 수십 번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늘 그 자리에요.  그리고 지금 제 가슴이 그 일을 하라고 해요.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또 제자리가 될 것 같아요." (P.27)
남들이 그토록 부러워하는 아나운서의 자리를 버리고 자신만의 길을 선택한 전 KBS 아나운서 손미나.  저자는 그녀를 진짜 인생을 찾기 위해 자신만의 선택과 용기를 내린 자유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또 다른 선택에는 용기가 필요하듯 변화된 삶 속에서도 또 다른 일상이 계속됨을 사람들은 까맣게 잊는다.  여행지에 도착한 순간 또 다른 일상이 시작되고 있음을 인식하듯이.  그 새로운 일상을 동경하는 시간은 결정을 내리는 그 순간 이후에는 더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신세계로의 동경이 끝나는 순간 자신에게 남겨진 것은 지독한 인내심 뿐임을 사람들은 간혹 계산에 넣지 않는다.

이 책은 유명 카피라이터인 저자가 차갑게 식은 독자 개개인의 열정을 되살리기 위해 쓴 책인 듯싶다.  미래가 보장된 의사의 길을 버리고, 신부가 되어 아프리카 오지 마을 톤즈로 떠난 '한국의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 아나운서라는 안정된 직업을 버리고 마음의 명령을 따라 스페인으로 떠난 손미나 前 KBS 아나운서, 휘황찬란하고 볼거리가 많은 유럽 대신 질병과 가난에 시달리는 아프리카로 가장 먼저 달려간 '바람의 딸' 한비야 씨 등등의 여러 롤 모델의 짤막한 에피소드를 제시하며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고 있다.  '지금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지금, 당장 시작하라'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라' 총 3개의 챕터로 나뉘어있다.

이 책을 읽고 "나도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몇 분쯤은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기획의도를 부정하거나 반박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일에 회의감도 들고, 막상 내밀지 못할 사직서를 쓰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렸고 그 이후의 고난과 역경도 스스로 책임져야 하겠지만, 내 선택으로 촉발될 내 주변 사람들의 염려와 희생은 또 어찌할 것인가.  이렇게 말한다면 나 스스로 삶의 파고에 도전하지 못하는 비겁자임을 자인하는 꼴이고, 볼품없는 내 모습을 애써 포장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간절히 원하는 것을 하면서 평생을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삶이 있으랴.  그러나 용기있는 선택에는 반드시 희생과 인내가 뒤따르는 법.  결코 가벼이 결정할 일은 아니다.

나는 내가 선택한 공간의 작은 틈바구니에 오늘도 행복의 씨앗을 심는다.
그리고 그 앞에 큼지막한 푯말을 붙인다.  용.기.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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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의 거짓말 - 속지 않고 당하지 않는 재테크의 원칙
홍사황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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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지도, 읽지도 않는다.
아마도 다른 누구보다 자신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있다는 생각일테고 또 그렇게 믿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간 삶을 기록하지 않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본인은 부인할지 몰라도, 반이상은 허구이거나 과장일 것이라 짐작한다.

재테크 도서 리뷰에 웬 이야기 타령이냐고 의아할 것이다.
남자들의 대화에서 군대 얘기가 단골 메뉴이듯 재테크 분야에서 아무개의 성공담과 실패담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말하자면 군대와 재테크, 아무런 관련도 없어 보이는 이  두 분야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는 많기도 할뿐더러 대개의 이야기 속에는 과장과 허풍이 난무한다는 점에서 둘은 너무도 닮아있다는 것이다.

EBS에서 수학을 강의하는 한 강사가 수학도 이야기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소크라테스로부터 지금까지 수에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덧붙여졌고 우리는 그 기나 긴 이야기들을 배우고 익힌다.  물리학이나 다른 학문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런 학문이 군대나 재테크 분야와 다른 것은 허풍이나 과장은 물론 한치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으며, 기록된 모든 근거와 자료를 바탕으로 입증되었고, 마침내 많은 사람들로부터 설득력을 얻는다는 데 있다. 

내가 이렇게 장황하게 말하는 이유는 나도 한때 재테크 분야에서 전업 투자자(주로 주식)로 살았고, 대단치 않은 수익률에도 어떻게 소문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각지에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곤 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발견한 공통점은 투자일지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지 않으면 언젠가 일부는 망각의 늪에 쓰레기처럼 흩어지고 일부는 과장되거나 왜곡되어 쓸모없이 기억의 용량만 차지할 것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와 성공의 이면에 숨겨진 실패의 원인과 성공의 비결은 영원히 풀지 못할 것이다.
결국 재테크든 학문이든 한 분야에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오직 자신의 내부에 그 비책이 숨어있음을 사람들은 잘 모르는 듯하다.

이 책의 저자는 각종 재테크의 수단들, 이를테면 주식, 부동산, 저축, 보험 등을 망라하여 작게는 카드 포인트와 금융거래 수수료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간과할지도 모르는 세세한 것들을 조목조목 다루고 있다.  너무나 자세하여 지루함을 느낄 정도로 그는 작은 것도 놓치지 않으려 애쓴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그리고 저자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당부한다.  재테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에 대한 자신의 원칙과 철학을 정립하고 이를 지키는 것이라고.

나는 많은 사람들이 남의 이야기에는 혹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헌신짝처럼 가치없게 취급하는 것을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내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정도로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비책이나 찾아 떠도는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실속없는 남의 이야기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그곳에서 답을 찾으라고.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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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남기고 떠난 열두 사람 -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그 두 번째 이야기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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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가 조금씩 변하는 듯하다.
예전에는 작은 실패의 경험에도 세상을 향한 분노와 나 자신에 대한 한탄을 억제하지 못했었고, 믿지도 않던 신을 향해 분풀이 하듯 거친 독설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실패의 경험을 오히려 감사하고 있다.
빈말이 아닌 진심으로 신에게 감사한다.  내가 충분히 견밀만한 높이에서 떨어뜨린 것도 고맙고, 죽음이라는 최후의 추락에 대비하여 미리 연습을 통해 준비하라는 신의 배려와 그 자비로움에 더욱 감사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더 높은 곳에 올랐다가 떨어졌더라면 그 충격을 결코 견디지 못했을 텐데 하는 안도감이 들곤 하는 것이다.  나의 욕심으로 본다면 끝없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했을텐데 사랑이 많은 신의 손길은 늘 그곳에서 멈추게 했다.

이것은 내가 즐겨 보는 높이뛰기나 장대높이뛰기 종목과 비슷하다.
나는 육상경기를 즐겨 보는 것은 아니지만 TV에서 높이뛰기나 장대높이뛰기를 중계하면 빼놓지 않고 시청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 종목의 매니아라고 말할 정도로 경기 규칙이나 출전 선수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언제부터 이 종목의 경기를 즐겨 보게 되었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우리네 삶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구나’하고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데는 까닭이 있다.
삶에서 가장 깊은 수렁으로 추락하는 것이 ’죽음’이라고 본다면(죽음을 딱히 삶의 영역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추락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0년 30만 독자의 마음속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되돌아보게 한 베스트셀러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의 저자 오츠 슈이치의 두 번째 이야기 <감동을 남기고 떠난 열두 사람>은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다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저자는 호스피스 전문의라는 조금은 독특한 직업을 가진 이로, 그는 현재 도쿄 마츠바라 얼번클리닉과 도호대 의료센터 오모리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말기 환자를 돌보고 있다. 아울러 저술, 강연 활동을 통해 완화의료와 생과 사의 문제 등 존엄한 죽음을 함께 생각하는 장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작가는 이 책에서 호스피스 전문의로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언행을 책으로 묶어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저자는 여자의 몸으로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오직 자신만의 고유한 빛을 발견했던 사람, 행복한 언어를 남기고 떠난 사람, 낮춤의 언어를 남기고 사람, 교만했던 젊은 날을 뒤로 하고 이제는 낮춤의 자세로 인생을 바라본 사람, 마지막 순간까지 묵묵히 타인을 돕는 데서 기쁨을 찾았던 사람 등 마지막 길을 떠나는 ‘열한 사람’을 보면서 ‘참 아름다웠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마지막 열두 번째 이야기를 빈 페이지로 남겨 놓았다. 책의 제목과 다르게, 열한 사람만 나오는 이유는 뭘까. 작가의 실수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에필로그에서 그는 ‘열두 번째 감동은 바로 당신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앞에 등장한 열한 사람처럼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남겨줄 수 있는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지 않겠는가.

살아가는 동안에 우리는 실패를 통하여 `작은 죽음'을 여러번 경험한다.
나는 이러한 실패가 나약한 인간이 죽음에 이르러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고자 신께서 미리 안배한 무한 사랑의 징표로 인식하고 있다.
인간을 끝없이 사랑하는 신의 섭리에 나는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사랑 속에서 평화로운 죽음을 맞을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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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노진선 옮김 / 솟을북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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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전반기 그러니까 학창 시절에 나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퍼즐조각의 조합 속에서 살았다.  극도로 궁핍한 가정 형편과는 달리 학교 성적은 늘 상위권에 머물렀고, 이러한 부조화는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 나에게 어느 한 쪽으로의 극단적인 편중(심리적 쏠림 또는 치우침)을 경험하게 했다.
성적만으로 치자면 나는 또래의 친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그들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우상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일단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인도의 하리잔처럼 친구들의 시야에서 슬금슬금 뒷꽁무니질을 해서는 냅다 달아나곤 했다.
이러한 부조화는 언젠가 나의 진짜 부모가 내 앞에 `짠’하고 나타나 궁궐같은 집으로 안내할 것만 같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시작한 사업도 그럭저럭 자리가 잡혀가자 나는 학창 시절 내가 누렸던 행운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에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내가 원했던 사람과 그렇게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사업이 서서히 내리막길을 질주할 때조차 내가 하는 일에 실패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고 나 자신을 세뇌시켰다.
그러나 보란 듯이 인생 1막의 커튼이 드리워지고 이어지는 암전.
시간은 조용히 흐르고 관객들이 다음 2막을 숨죽여 기다리던 순간에 나는 `연극은 끝났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내 인생에 2막은 결코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핸들을 잡지 않은 광란의 질주가 한동안 계속됐고,  미친개에게 물리고 싶지 않았던 관객들이 뿔뿔이 흩어져 텅 빈 객석이 되었을 때 인생 2막의 커튼이 다시 열렸다.  

이 책이 내 손 안에 들어온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마치 일어날 것은 반드시 일어나고야 마는 운명의 수레바퀴에 내 자신이 반쯤 매달린 듯한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암울했던 순간에 자신을 추스리고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를 여행함으로써 인생에서 노련한 배우로 거듭나는 과정을 세세히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대역배우로 사는 것을 과감히 포기하고, 자신 앞에 펼쳐진 인생의 주연으로 살고자 내면의 소리에 응답하는 길을 선택한다.  그렇게 모든 재산을 포기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로 일 년간의 여행을 떠난다. 그녀에게 여행은 상처난 영혼을 치유하는 치료의 행로이며, 인생의 균형을 찾으려는 고단한 역정이자, 30대 중반의 이혼녀가 자아를 찾아 떠나는 영적 탐색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면서부터 어렴풋한 행복이 싹트는 걸 느꼈다.  칠흑 같은 시기를 보낸 뒤에는 행복의 희미한 가능성이라도 감지되면 어떻게든 그 행복의 발목을 움켜쥐고 그것이 날 진창에서 일으켜줄 때까지 절대 손을 놓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이건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의무다.  우리는 삶을 부여받았고, 이 생애에서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뭔가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자 인간으로서의 권리)이다."  (P.181)

그녀의 여행 동기를 생각할 때 마땅히 우울하고 칙칙한 여정일 것 같다고?  천만에 말씀!
그녀의 위트와 유머는 독자들의 우울과 외로움을 굴비 엮듯 줄줄이 엮어 천 년은 견딜만한 두꺼운 납상자에 담아둘 듯하다.  그리고 톡톡 튀는 생생한 표현들은 또 어떤가.  마치 글자의 자모가 뿔뿔이 흩어져 독자들의 얼굴에 물방울을 튀기며 장난이라도 걸어올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것도 지루할 즈음이면 19금의 아슬아슬한 표현들이 심장을 뛰게 한다.

"강도를 쫓듯이 시간을 쫓는다면, 시간 역시 강도처럼 교묘히 빠져나갈 것이다.  언제나 우리보다 한 발짝 앞서 가고, 이름과 머리 색깔을 바꾸고, 우리가 최신 수색 영장을 들고 로비를 가로질러 달려가면 이미 모텔 뒷문으로 빠져나가버린다.  우리를 비웃듯 아직 타고 있는 담배 한 개비만 재떨이에 남긴 채."  (P.237)

이 책은 총 3부로 이탈리아에서 쾌락 추구에 관한 36개의 이야기, 인도에서의 신앙 추구에 관한 36개의 이야기, 인도네시아에서 균형 추구에 관한 36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가 서문에서 밝히듯 108개의 이야기는 108개의 염주알을 상징하는 것이며, 작가는 이러한 구성을 맘에 들어 하는 듯하다.
인생의 지혜를 담아낼 때 우리는 보통 엄숙해야 한다고 여기며, 그러한 표현이나 문체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그런 통념을 깨고,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솔직하게, 그러면서도 적절한 해학과 위트, 무엇보다도 그녀의 탁월한 표현력으로 자신이 깨달은 바를 잘 전달하고 있다.

"최근에 내 모습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을 생각해봤다.  그건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려는 촌극에서 벗어난, 내가 늘 꿈꿔오던 내 모습이요, 내 삶이다.  지금 이렇게 되기까지 내가 참아왔던 모든 것들을 생각하니 이런 의문이 들었다.  그러니까 더 젊고, 더 혼란스럽고, 더 힘들었던 그 기간 동안 앞으로 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던 나를 끌어당겨주었던 건 이 행복하고, 균형잡힌 나, 조그만 인도네시아인의 낚싯배의 갑판에서 졸고있는 내가 아니었을까?"  (P.492)

빌 브라이슨의 여행기보다 재밌고, 어느 명상가의 행복론보다 뛰어난 그녀의 여행기는 그렇게 끝을 맺는다.  독자들에게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으라고 큰 목소리로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더할 수 없는 행복과 위안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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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말라>를 남겨 주세요.
길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말라 -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인생을 바꾸는 감동의 한마디
에구치 가쓰히코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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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가 내게 평생을 두고 읽고 또 읽고 싶은 책을 몇 권만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어떤 장르의 책을 선택하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나는 그 1순위로 잠언집이나 시집을 꼽지 않을까 싶다. 
소설이나 희곡은 다시 읽을 때 긴장감이 떨어지고, 에세이는 지금껏 같은 책을 두번 이상 읽어본 적이 없으며, 자기 계발서나 전공 서적은 어떤 특별한 목적이 없는 한 다시 읽게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집이나 잠언집은 글의 길이가 지극히 짧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의 깊이는 다시 읽을 때마다 깊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탈무드>나 <채근담>이 그랬고,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가 그랬으며, 성경의 "시편"이나 불교 경전 중 "법구경"이 그랬다.  이것은 전적으로 나의 주관적 잣대로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책들은 지혜의 보고이자 방대한 삶의 지혜 중 정수만 가려 뽑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바로는 이러한 책들은 처음 접하는 시기가 참으로 중요해 보이는데, 중요한 것은 내용을 이해할만한 나이에 이르면 가급적 빠른 시기에 이 책들을 읽어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한번 읽어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나 다시 읽고 싶은 귀절은 나이가 어릴수록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한번 읽었던 책을 다시 읽게 되었을 때, 그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이 지혜의 샘처럼 다가오게 된다.  책과 더불어 자신의 눈이 밝아지는, 그야말로 천지개벽의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위에서 언급한 책들과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글의 깊이나 격이 다소 떨어진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현실 생활에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행동 원칙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근래에 보기 드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전기(현 파나소닉)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22년 동안 보좌하며, 그의 경영철학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인간 존중과 개인의 풍요로운 삶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엄선하여 정리한 것으로써, 평생을 인간 존중의 사상을 근간으로 기업을 경영했던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인생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사회에 강한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이지만 개인에게 요구되는 사항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인식을 불러일으키고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P.15)

이 책은 총 7장에 걸쳐 각 장별로 그 주제를 달리하고 있다.
1장 자존감, 나를 높이고 사랑하기, 2장 행복을 위한 긍정의 메시지, 3장 힘겨운 인생 앞에 선 당신에게, 4장 삶과 마주하기, 5장 마음을 사로잡는 소통법, 6장 성공에 이르는 지혜, 7장 하는 일마다 성과를 내는 일의 기술이라는 각 장의 제목에서도 대강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듯이 현대인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여러 문제에 대해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경험과 관록이 묻어나는 깊은 통찰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일에는 핵심이 있다.  인내가 중요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참고 견디기만 해서는 안 된다.  핵심을 파악하여 인내해야 오랜 기간 참고 견뎌 큰일을 이룰 수 있다.  올바른 인내를 위해서는 목표, 결의, 용기, 신념, 투지 다섯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이 요소가 인내의 싹과 에너지원이 되어 다른 사람이 참을 수 없는 곳에서 견디게 해, 다른 사람이 이룰 수 없는 것을 성취하게 한다." (P.237)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에서 얻은 교훈은 비록 그 글이 정제되거나 미화되지 않아도 깊은 울림으로 전달되는 법이다.  빛이 보이지 않는 파장을 통하여 천지의 모든 것에 파고들듯이 그런 울림은 시공간을 넘어 모든 이의 가슴에 깊이 스며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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