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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말라 -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인생을 바꾸는 감동의 한마디
에구치 가쓰히코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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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가 내게 평생을 두고 읽고 또 읽고 싶은 책을 몇 권만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어떤 장르의 책을 선택하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나는 그 1순위로 잠언집이나 시집을 꼽지 않을까 싶다. 
소설이나 희곡은 다시 읽을 때 긴장감이 떨어지고, 에세이는 지금껏 같은 책을 두번 이상 읽어본 적이 없으며, 자기 계발서나 전공 서적은 어떤 특별한 목적이 없는 한 다시 읽게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집이나 잠언집은 글의 길이가 지극히 짧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의 깊이는 다시 읽을 때마다 깊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탈무드>나 <채근담>이 그랬고,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가 그랬으며, 성경의 "시편"이나 불교 경전 중 "법구경"이 그랬다.  이것은 전적으로 나의 주관적 잣대로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책들은 지혜의 보고이자 방대한 삶의 지혜 중 정수만 가려 뽑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바로는 이러한 책들은 처음 접하는 시기가 참으로 중요해 보이는데, 중요한 것은 내용을 이해할만한 나이에 이르면 가급적 빠른 시기에 이 책들을 읽어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한번 읽어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나 다시 읽고 싶은 귀절은 나이가 어릴수록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한번 읽었던 책을 다시 읽게 되었을 때, 그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이 지혜의 샘처럼 다가오게 된다.  책과 더불어 자신의 눈이 밝아지는, 그야말로 천지개벽의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위에서 언급한 책들과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글의 깊이나 격이 다소 떨어진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현실 생활에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행동 원칙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근래에 보기 드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전기(현 파나소닉)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22년 동안 보좌하며, 그의 경영철학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인간 존중과 개인의 풍요로운 삶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엄선하여 정리한 것으로써, 평생을 인간 존중의 사상을 근간으로 기업을 경영했던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인생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사회에 강한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이지만 개인에게 요구되는 사항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인식을 불러일으키고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P.15)

이 책은 총 7장에 걸쳐 각 장별로 그 주제를 달리하고 있다.
1장 자존감, 나를 높이고 사랑하기, 2장 행복을 위한 긍정의 메시지, 3장 힘겨운 인생 앞에 선 당신에게, 4장 삶과 마주하기, 5장 마음을 사로잡는 소통법, 6장 성공에 이르는 지혜, 7장 하는 일마다 성과를 내는 일의 기술이라는 각 장의 제목에서도 대강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듯이 현대인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여러 문제에 대해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경험과 관록이 묻어나는 깊은 통찰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일에는 핵심이 있다.  인내가 중요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참고 견디기만 해서는 안 된다.  핵심을 파악하여 인내해야 오랜 기간 참고 견뎌 큰일을 이룰 수 있다.  올바른 인내를 위해서는 목표, 결의, 용기, 신념, 투지 다섯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이 요소가 인내의 싹과 에너지원이 되어 다른 사람이 참을 수 없는 곳에서 견디게 해, 다른 사람이 이룰 수 없는 것을 성취하게 한다." (P.237)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에서 얻은 교훈은 비록 그 글이 정제되거나 미화되지 않아도 깊은 울림으로 전달되는 법이다.  빛이 보이지 않는 파장을 통하여 천지의 모든 것에 파고들듯이 그런 울림은 시공간을 넘어 모든 이의 가슴에 깊이 스며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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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멋지고 아름답다 - 장애를 이겨낸 24인의 아름다운 이야기 푸르메 책꽂이 1
이승복.김세진.이상묵 외 지음 / 부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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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항상 위만 쳐다보는 습성이 있나 보다.
그런 까닭에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자신이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점차 줄어들게 되고, 그에 따라 삶을 바라보는 폭도 현격히 좁아지는가 보다.
이런 면에서 시련은 그 자체로 고통이면서 동시에 더없는 축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이러한 말에 혹자는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고 반기를 들지도 모르겠으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자신에게 주어진 축복을 본인만 모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난 주에 한 학부형으로부터 자신의 아이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는 며칠째 고민만 하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가난해서 번듯한 학원에 보낼 엄두도 내지 못하던 차에 내가 아이들을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반가움에 당장이라도 찾아와 상담을 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아이는 그럴 처지도 되지 못한다고 했다.  틱장애를 가진 아이는 학교에서도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고,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여러 선생님으로부터 시도때도 없이 꾸지람과 차별 대우를 받는다고 했다.  자신의 아이에 대해 낯 모르는 내게 설명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  나를 바라보는 그 어머니의 눈빛은 간절함을 넘어 내게도 거절 당할지 모른다는 짙은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나는 선선히 수락할 수만은 없었다.
그 어머니 입장에서 자신의 아들이 소중하듯, 그동안 내가 가르쳐왔던 아이들도 내게는 한 명 한 명 모두가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어제는 아이들에게 이런 아이가 있는데 너희들과 같이 공부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면서 조심스레 의견을 물었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반응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강료를 내지 않는 자신들이 무슨 권한이 있느냐 하는 생각이 그들의 생각 저변에 깔려 있는 듯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 받아들이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 듯한 나의 태도에 덧붙일 말이 없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할까 고민하던 차에 내 눈에 들어온 책.
장애를 이겨낸 24인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었다.
그리고 나는 한 생각에 집중했다.  내가 처음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동기와 궁극적으로 내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너무나 모호했다.
내게는 그 어떤 동기도 목표도 존재하지 않았다. 무작정 시작한 일이니 하루하루 지속할 뿐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목표와 지향점이 없는 행위는 언제든 포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속에 책임감인들 있을 리 만무했다.  나는 사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때문에 틱장애를 가진 그 아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아이를 책임지기 싫었던 나의 괜한 핑계를 둘러 댄 것에 지나지 않았다.   
군에서 수류탄 폭발로 시력을 상실한 후, 시각장애인으로 세계 4대 극한 마라톤을 완주하여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송경태님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나의 꿈들을 하나하나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어쩌면 마라톤보다 더 고된 현실의 벽을 마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쉽사리 해낼 수 있다면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다.  꿈을 이루어 가는 그 길이 비록 사막과 같을지라도, 늘 꼴찌로 목적지에 도달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마라토너 송경태의 ’인생 주법’이다. " (P.114)

나는 오늘에서야 아이들을 가르치는 내 행위의 지향점을 찾았다.
비록 그 아이들이 100미터 달리기의 스타트 라인에 훨씬 못미쳐 출발하였다 할지라도 그것을 두고 평생 불평불만만 하며 살 것이 아니라, 그러하였기에 남들보다 더 폭넓은 삶을 경험했노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가르쳐야겠다.
내일은 나를 찾았던 그 어머니께도 전화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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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게 묻지 말고 삶의 물음에 답하라 - 나를 비우고 깨우는 명상 에세이 60
김영권 지음, 유별남 사진 / 이덴슬리벨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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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그렇게 드세던 동장군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나니 먼 미래에나 만날 것 같던 봄햇살이 살갑게 다가온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봄나들이를 하듯 한권의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지난주의 무거운 마음을 벗어던지고 봄날의 여유를 만끽하는 데 독서만한 것이 있을까.  눈을 감으면 따스한 봄햇살이 온 몸에 스르르 퍼져나갈 것만 같다.
볕이 잘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읽기 시작한 책이 김영권의 <삶에게 묻지 말고 삶의 물음에 답하라>라는 책이었다.

책의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온 이유는 얼마전에 읽었던 빅터 프랭클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한 귀절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로고테라피를 창시한 빅터 프랭클은 자신이 그 끔찍한 곳에서 미치지 않고 살아남은 것도 살아야 할 의미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0년 넘게 기자 외길을 걸었던 저자가 들려주는 행복의 방법론.  이 책에 실린 60편의 명상 에세이는 자신을 찾아가는 마음의 여행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가한 휴일의 오후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주제.
이렇게 햇살이 좋은데...
갑자기 몰려오는 졸음을 주체하지 못해 깜박 졸았다.  또 다시 건성건성 책장을 넘기고, 봄 햇살 아래 뛰노는 아이들이 까르르 웃고, 그 웃음 소리에 취해 다시 잠이 들고...

나는 문득 행복에 이르는 방법을 말하는 비슷비슷한 주제의 많은 책들을 읽어왔음을 자각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방법을 몰라서 행복하지 않은가?’라고 자문한다.
집착과 욕심을 버리고, 현재를 즐기고, 유행을 좇지 말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고,  등등 내가 그동안 모아온 방법만으로도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을 성싶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행복의 방법론을 찾아 헤매고, 고개를 끄덕인다.

휴일이 끝나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가족과 헤어져 직장이 있는 곳의 숙소로 떠나야 하는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적당히 돈도 벌고, 적당히 유행도 좇으면서, 적당히 욕심도 내고, 그러면서 행복하기도 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살아왔고 지금도 다르지 않다.
소위 이쪽도 저쪽도 아닌 ’양다리’를 걸친 채, 양쪽 모두를 욕심내고 있다.
어느 것 하나라도 내 손에서 결코 내려놓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내 심정이다.
작가라면 내게 이렇게 충고할지도 모르겠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 수 있을지 두고 보자."라고.

앤소니 드멜로 신부님은 그의 저서 <깨어나십시오>에서 이렇게 말한다.   
"행복은 우리의 본래 상태이다. 사회와 문화의 어리석음에 오염되기 전에 천국이 그들의 것인 어린아이들의 자연적인 상태 그것이다. 행복은 얻는 것이 아니다. 이미 가졌기 때문이다. 이미 가진 것을 어떻게 얻는 다는 말인가? 그런데 왜 우리는 행복을 늘 체험하지 못할까? 무언가 버려야 할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환상, 야망, 탐욕, 욕심을 버리는 순간 우리가 이미 가진 행복이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라고.

나는 여전히 꿈결 속에서 헤매고, 부족하다 싶은 행복을 욕심내고,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한다.  정녕 이 미망의 세월을 전복시킬 길은 막힌 건가. 

저자는  “진정 행복한 중년 이후의 삶은 노후를 위한 돈 저축이 아니라 영혼을 위해 저축하고,다시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는 데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통장의 무게가 아니라 영혼의 무게다” (P.312)고 강조한다.  나는 내일쯤 또 다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아 코를 박고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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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치 사카모토,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사카모토 류이치 지음, 양윤옥 옮김 / 홍시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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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 보는 일은 다른 행성을 여행하는 것처럼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각자의 세상을 살고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나는 한껏 겸손해진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세상을 올곧게 살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살아온 흔적을 당당히 들어낼 수 있기까지 내 생활에 얼마나 충실해야 하며 자신의 삶을 얼마나 진지하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자서전은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직접 기술한다는 점에서 과장되거나 꾸며지지 않고 솔직하게 씌어진다는 것과그 삶에 견주어 나의 삶을 성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자기 계발서보다 유익하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자서전 중에서 오래도록 기억되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언뜻 기억되는 것은 <월든>의 저자 스콧니어링 자서전과 듀크 대학의 교수로 있는 아리엘 도르프만의 회고록 <남을 향하며 북을 바라보다>는 재미와 감동의 면에서 어떤 소설보다 뛰어났었다.
이때부터 나는 자서전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자서전이란 한낱 자신의 위세를 들어냄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싸구려 도구일 뿐이라는 그동안의 편견을 불식시킴으로써 자서전과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류이치 사카모토는 팝스타, 일렉트로닉 음악의 개척자, 실험음악가, 영화음악가, 영화배우, 작가, 환경·평화활동가 등등 그의 이름 앞에 붙여지는 수식어는 너무나 많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큰 인기, 높은 평가, 이름난 상을 수상하며 내로라 할 명성을 얻기도 했으니 천재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진대, 명성에 비해 그의 자서전은 너무나 진지하다.  
꼼꼼한 주석과 연대별로 정리된 세밀한 기록은 독자들로 하여금 자유로운 영혼의 류이치 사카모토를 잠시 잊게 만든다.  어쩌면 이것이 독자들을 위한 그의 작은 배려일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삶을 대하는 그의 자세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류이치 사카모토’하면 영화 ’마지막 황제’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이주일이라는 짧은 기한 내에 작곡된 마흔네 곡의 영화 음악에 저자는 혼신의 힘을 다하였던 듯하다.  실제 영화에 쓰인 그의 곡은 절반 정도 밖에 안 되었지만 ’마지막 황제’는 그해 아카데미 어워드에서 아홉 개 부문의 상을 휩쓰는 엄청난 결과를 냈었다.
2001년 9월.  세계인이 경악한 9.11테러의 현장에 있었던 그는 압도적인 충격의 이 사건 앞에서 예술은 아예 묵사발이 되었다고 회고한다.  그리고 자신이 추구해온 모든 음악의 원류가 미국의 패권주의, 또는 유럽의 패권주의나 식민지주의에서 비롯되었음을 자각한다.

"그 테러는 분명 모든 사람을 수수께끼 속으로 빨아들인,  해석을 뛰어넘는 이벤트이자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었다.  인간을 단 한순간에 전혀 해석 불가능한 상태에 빠뜨리고 공포라든가 외경 같은 것을 부여한다.  그것은 바로 예술이 지향해온 것이다." (P.203)

3살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10살부터 작곡을 시작해서 이날 이때껏 ’음악’이라는 외길을 걸어온 한 예술가의 삶.  그도 젊은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서부터 그의 관심은 자연과 모든 인간에게 쏠리고 있다.  한 분야에서 어떠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모습은 분명 공통 분모가 존재한다.  자신의 관심의 폭을 인류적 차원으로 확대하는 것, 나아가 자신의 관심이 모든 자연으로 향하는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거장’이라 부른다.

"인간이 자연을 지킨다, 라는 식으로 우리는 말하곤 한다.  환경문제에 대해 언급할 때,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건 아예 발상 단계에서부터 잘못된 것이다.  인간이 자연에 거는 부하(負荷)와 자연이 허용할 수 있는 한계가 서로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 패자가 되는 건 당연히 인간이다.  즉 난처해지는 건 인간이지 자연은 전혀 난처하고 말 것도 없다.  자연의 거대함, 강함에서 보자면 인간이란 정말 한주먹 감도 안 되는 자그마한 존재라는 그 여행 내내 얼음과 물의 세계에서 보내면서 끊임없이 느꼈다.  그리고 인간은 이미 없어도 좋은 것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P. 229) 

과거에서 현재까지 자신을 정리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에 적잖은 이질감을 느꼈다는 그는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 뭔가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나보다.
나는 그의 음악 "Energy Flow"를 들으며 거장의 삶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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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 '아침편지' 고도원의
고도원 지음, 대한항공 사진공모전 수상작 사진 / 홍익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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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신의 메일함을 열어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게 된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아침에 출근하면 자리에 앉아 간밤에 들어온 메일을 확인하고 나서야 하루의 업무를 계획하곤 한다.
때로는 반갑지 않은  스팸 메일로 살짝 기분이 상하기도 하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이벤트 당첨 소식이라도 받은 날에는 하루 종일 날아갈 듯한 기분에 휩싸이기도 한다.
가끔 친구 모모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을 접한 날에는 온 종일 우울모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하고, 연락이 끊겼던 지인의 소식을 듣고 오늘 당장 만나자는 답신을 보내기도 한다.

이런 갖가지 메일 중에는 제목도 읽지 않고 곧바로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매일 들어오는 메일임에도 늘 반갑게 열어보는 것이 있다.  그것도 수년째 말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고도원의 아침편지" 이다.  
오늘로 회원수가 290만 명을 넘었으니 나와 같은 사람이 참 많기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론 처음부터 ’아침편지’에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뭔가 노리는 게 있겠지 하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 것도 사실이고, 지금은 거의 종합 쇼핑몰이 된 ’아침편지’의 홈피가 맘에 드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알지도 못하는 이가 멀리서 나를 응원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고맙다는 인사를 아니 할 수 없다.

"감사합니다.
내가 지나온 삶의 발자국들에게, 소리 내어 인사를 건넨 사람들에게, 나에게 미소를 보낸 이들에게, 늘 똑같은 인사를 건네는 동네 이웃들에게, 나의 삶을 구성하는 사람과 사건들에게, 나는 한없이 ’감사합니다’. "
(P.23)

이 책은 10여년을 한결같이 ’아침편지’를 준비했던 작가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들을 모아 잔잔하게 적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 사진공모전에서 수상한 우수 작품들이 함께 수록되어 사진과 어우러진 포토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이다.  
작가의 서문에 이어 1. 손을 내밀어준 당신에게… 사랑합니다  2. 함께 동행해준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3. 같은 곳을 바라봐준 당신에게… 사랑합니다  4. 사랑을 가르쳐준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5.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고도원의 아침편지 중에서 로 구성되었으며, 작가가 일상에서 얻은 생활의 지혜와 책에서 얻은 좋은 글귀들이 작가 자신의 생각들과 잘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가끔은, 나도 잘 모르는 내 마음 속으로도 여행을 문득, 떠나보자.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나의 장점은 무엇인지, 나는 현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는지......
여행지에서 탁 트인 풍경을 마주했을 때처럼 가슴이 시원해지는 기분을 마음속 여행으로 느낄 수 있을 때, 우리는 누구나 여행가가 될 수 있다."
(P.215)

나는 이런 종류의 책, 자기 계발서와 신변잡기를 다룬 수필의 중간쯤에 위치한 듯한, 갖가지 교훈을 무작위로 주입하려는 듯한, 그러면서도 짤막짤막한 글에 머리를 끄덕이며 쉽게 읽히는 이런 류의 책을 읽노라면 불쑥 이게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내 작은 머리로 그 많은 교훈을 다 기억할 수 없는 것도 문제려니와 실천은 더더구나 엄두를 낼 수 없기에 또한 그렇다.  어쩌면 나의 한계를 인식하는 열등의식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요즘은 하나의 주제를 다루는 진지한(때로는 전문서적에 가까운)  글이 더 좋아졌다.  나이가 들면 입맛도 변하는 듯 책에 대한 기호도 변하나보다.  하나의 화두를 안고 깊이 사색할 수 있는 고전이 좋아지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럼에도 이런 종류의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는 최소한 책을 읽는 도중에는 ’아!  그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조금은 더 나를 비우고,  나답게 살자.’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적어도 책이 내 손 안에 들려 있을 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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