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공식 한국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양희승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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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7월에 법정스님의 저서 <내가 사랑하는 책들>에 소개된 책 50권 중에 <소로우의 무소유 월든>과 <농부철학자 피에르 라비>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책이다.   

’라다크’는 어떤 곳인가?
라다크는 ’라 다그스 La Dags’라는 티베트어에서 파생된 것으로 그 뜻은 ’산길의 땅’이라 한다. 히말라야 산맥의 북쪽에 자리잡았기 때문에 거대한 산맥의 그늘에 쌓여 있는 고원지대에 있다.
고도 1만 피트(3,050m)의 고원지대인 이곳에서 1년 중 작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은 4개월에 불과하다. 대부분 농가 1가구당 5에이커(20,000m²) 정도의 경작지를 가지고 보리, 밀, 콩, 순무를 경작한다.
기원전 수천 년 전부터북부 인도의 몽족과 긹트의 다드족이 처음 이 지역에 거주하였고 기원전 500년 경에 티베트에서 이주해온 몽고 유목민들과 합류하면서 거주민들이 형성되었다.
종교와 문화적인 면에서 티베트의 영향을 많이 받아 종종 ’리틀 티베트’라 불리운다.

  
p.53 농가 1가구당 대개 5에이커 정도의 경작지를 가지고 있는데 여유가 있는 가구는 10에이커 정도를 경작하기도 한다. 적정한 경작지 면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일할 수 있는 가족의 수이다. 대략 한 사람당 1에이커 정도가 그 적정 면적인데 이곳 농부들에게 그 이상의 땅은 소용이 없다. 기본적으로 이곳 사람들은 경작하지 못 하는 농지를 소유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이것은 라다크 사람들이 농지를 재는 단위에 잘 반영되어 있는데 이들은 밭의 면적을 잴 때 그 밭을 가는 데 걸리는 시간에 따라 ’하루치’ 혹은 ’이틀치’라는 식의 단위를 사용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20세기부터 서구를 중심으로 전세계 수십억 인구가 치닫고 있는 글로벌 경제가 인류에게 결코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GNP와  GDP로 수치경제를 지향하는 글로벌 경제는 행복 대신 공동체를 파괴하고 그것을 소비지향적인 획일성 문화로 대체함으로써 건강한 정체성의 근본을 훼손시킨다는 것을 온몸으로 겪은 저자는 라다크의 사례를 통하여 고발하게 된다.
저자는 처음 경제개방에 따른 변화에 혼란스러워 하다가 뒤늦게 이러한 사실들을 깨닫고 라다크를 ’수치’가 아닌 행복으로 되돌리기 위하여 전통을 되살리고 지역에 맞도록 과학을 이용하여 ’지역중심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책의 1부, ’전통에 관하여’는
1975년 언어학자인 저자가 라다크 방언의 연구를 위해 라다크 마을을 방문하여, 자신이 살아왔던 서구세계와는 다른 가치로 살아가던 사람들의 평화롭고 지혜로운 모습을 그리고 있다.
2부, ’변화에 관하여’는
1975년 인도 정부의 개방정책에 따라 개방된 라다크 전통문화의 수도 레(Leh)가 외국 관광객들이 가지고 들어온 서구 문화와 가치관들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3부, ’미래를 향하여’는
저자가 라다크 사회의 회복을 위해 설립한 국제 민간기구인 ‘에콜로지및문화를위한국제협회(ISEC)’의 구체적인 활동과 ‘라다크 프로젝트 (Ladakh Project)’에 대한 소개와 활동 상황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서구식의 소모를 전제로 하는 개발의 폐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그들 토양에 맞는 새로운 가치의 정립과 발전을 이루어나가도록 설득하고 있다. 


 


인도정부가 라다크 지역을 외부에 개방하기 전 라다크 사람들은 자신들에 대한 긍정적인 자존감이 높았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마을 단위로 자급자족하였고 서로 돕고 협력하면서 항상 자연의 이치에 맞게 살았고 조상 대대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였다.
"미국에서 가장 앞서가는 사람들이 먹는 것은 돌로 빻아 만든 통밀 빵이에요. 우리 전통 빵하고 비슷한 것인데 그게 흰 빵보다 훨씬 더 비싸지요. 그리고 사람들은 천연재료로 집을 짓고 있어요. 우리처럼 말이에요. 보통 가난한 사람들이 콘크리트로 만든 집에서 살지요. 또 ’100퍼센트 천연섬유’나 ’순모’라는 표시가 있는 옷을 입는게 유행이에요. 가난한 사람들은 폴리에스테르 섬유로 만든 옷을 입어요."
그곳에서 가장 심한 욕설은 ’숀 찬 schon chan’이라고 하는데, 이는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순수한 지역에 자본주의가 침범해 들어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어 버린 것이다. 
인구가 급증하고 그에 따라 도시화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불필요했던 화폐와 용품이 들어오고 영화와 서구음악이 들어왔다. 이 모든 것들은 어린이와 젊은이들에게 서구지향적인 의식을 주입하였고 라다크인으로서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빼앗아갔다.
관광과 외부 농산물, 서구식 교육과 물품들은 지역의 자급자족 체계를 무너뜨리고 일하는 사람들을 도시로 내몰았다. 그들은 고향의 넉넉한 품에서 도시의 좁고 더러운 주거지역에서 생필품을 위한 노동자로 전락해간다.
 
이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단호하다.
"문화적 다양성을 부흥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불필요한 무역을 줄이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납세자들이 낸 세금은 운송망을 확충하는 데 쓰이고 실효성을 고려하지 않는 그야말로 무역을 위한 무역을 지원하는 데 쓰이고 있다. 우리는 우유에서 사과 그리고 가구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상품들을 대륙을 가로질러 실어 나르고 있지만 그 상품들은 대부분 현지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가 정말 해야 하는 일은 지역의 경제를 더욱 강화하고 다양화해야 하는 것이다. 운송비용의 감축을 통해 우리는 쓰레기와 오염을 줄이고 농민의 위상을 개선시키고 공동체의 유대를 일거에 강화할 것이다."(p.323) 
 
라다크 지역과 라다크인의 삶이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그리고 그들의 변화과정 역시 한반도의 역사와는 크게 다르다.
하지만 지리상, 역사상 과정이 다름에도 둘 사이에는 ’전통문화와 공동체의 해체’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라다크에서 배울수 있는건 삶 자체에 대한 생각들이다.
한사회 복지의 진정한 지표는 국민총생산이 아니라 ’국민총행복’ 이라는 부탄 국왕의 말을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무작정 주어진 삶, 남들이 살아가는 인생을 따라가다 어느 순간 ’인생’과 ’행복’이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닥치게 된다.
그것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 책은 작은 실마리를 준다...









* 지난 8월에 EBS ’테마기행’에서 방영한 [오래된 미래, 라다크] 4부작을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짧게 감상해 보았다.
저자와 달리 그냥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라다크 지역에 머물렀기 때문에 제작진들은 라다크 지역의 진정한 문화와 삶을 담아내지 못하고 그저 ’한국과 다른’, ’독특한 지역과 사람들’이라는 메시지 밖에 전달하지 못한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기획하면서 분명 저자의 책을 읽었을 텐데도 방송국과 제작진들은 그저 ’시청각 자료’를 만드는데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4편 내내 감탄과 소감 밖에 들리지 않는다.















[ 2010년 10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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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좌절 - 노무현 대통령 못다 쓴 회고록
노무현 지음 / 학고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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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오연호 기자가 발간한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 이어 노무현 전대통령이 자신의 생애와 대통령의 역정에 대해 직접 초고를 쓴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노무현 전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쓴 글을 토대로 하여 만들어졌다. 준 회고록 성격의 글로써 노 전대통령은 목차를 포함, 대강의 구성까지만 완성하고 서거했다. 최종 수정은 2009년 5월 20일 오후 5시 5분이었다.  그는 왜 2009년에 회고록을 쓰려 했을까? 직접 그의 말을 빌려본다.

"회고록은 한참 후에 쓰려고 했다. 아직 인생을 정리하개에는 너무 이르고,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이 남아 있었다. 봉하마을 바꾸기, 시민광장, 정책연구... 그래서 '우공이산'을 표구하여 붙여놓고 이런저런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여러가지 장애가 생겼다.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 마침내 피의자가 되었다. 이제는 일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지난 이야기를 쓰는 일뿐인 것 같다. 왜 써야 할까? 할 수 있는 일이 이것 뿐이다. 일은 삶 그 자체이다."

그는 2009년 봄 이후 이명박 정권과 검찰의 비열한 정치적이고 비도덕적인 수사방식과 조,중,동을 중심으로 하는 보수언론의 포퓰리즘적 보도행태로 인하여 자신이 평생 스스로 지켜오던 원칙과 기준, 도덕성과 명예가 무너짐을 느꼈던 것이다. 

책은 제목 그대로 그의 성공과 좌절, 굴곡진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고록 집필을 결심하고 목차를 포함하여 대강의 구성을 직접 작성한 '성공과 좌절'을 비롯하여, 회고록 집필을 결정한 뒤 줄거리를 밝힌 구술 기록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와 '스스로 입지를 해체하는 참담함으로' 등 살아 생전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글을 모두 이 책에 담았다. 


제1부. [이제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01장. [미완의 회고]에는 노 전대통령이 직접 쓴 글과 구술한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다. 왜 갑자기 예정에 없던 회고록을 쓰기 시작했는지, 회고록의 주된 내용이 '실패한 이야기'를 쓸 것이라는 것, 자신의 실패가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한 시민들의 실패는 아니라는 것, 자신의 실패를 거울삼아 달라는 것에 대한 소회를 담고 있다.

또한, 자신이 생각해왔던 질문들에 대한 짧은 글이 담겨 있다. 대통령의 과제는 무엇일까? 역사적 과제는 무엇일까? 후보 시절의 약속은 무엇이었을까? 참여정부의 비전과 전략은 무엇이었는가? 무엇을 했는가?

그리고 퇴임 이후 자신이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했던 주제들도 거론된다. 토니 블레어 영국 수상을 필두로 하여 유럽에서 제시된 '제3의 길', 참여정부 임기 말에 준비했던 '비전 2030' 등이다.

자신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규정하면서 그 원인을 고민한 흔적도 보인다. 자신의 정치적 소망과 좌절을 언급하면서 "정치하지 마라"와 "이제는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는 이야기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말한다.

02장. [봉하 단상]은 인터넷 공간 [사람사는 세상]의 '봉하 글마당'과 '좋은 자료 모으기 동호회', 그리고 '진보주의 연구모임'에 노 전대통령이 직접 올린 글이 담겨 있다. '봉하 글마당'에서 옮긴 글은 2009년 3월에 작성한 '권용목과 뉴라이트의 민주노총 보고서', '민주주의와 시민의 주권 행사', 그 해 4월 작성한 '춤추는 미사일, 누구를 위한 것일까?', '정치인들은 껍떼기에요.', '언론은 흉기다', ' 제 집 안뜰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이다.

'좋은 자료 모으기 동호회'에서 옮긴 글에는 2009년 3월에 작성한 '수직적 권위주의 권력문화와 전시행정에 관한 사례를 모아봅시다', '민주주의 역량의 부족에 관한 이야기 자료가 있을까요?', 4월 '정책 결정은 누가 하나?', 5월 '작은 정부와 구조조정의 결과에 대하여', '오바마의 진보주의 개혁은 성공할 것인가?' 등이 담겨 있다.

'진보주의 연구모임'에서 옮긴 글에는 2009년 2월에 작성한 '오늘의 좋은 소식 -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정책', 3월 '대북정책의 전략적 판단과 보통 사람들의 상식', '재판에 대한 압력, 언론에 대한 압력', '남북간 군사력 비교에 대하여' 등이 담겨 있다.

제2부. [나의 정치역정과 참여정부 5년]에는 노 전대통령의 육성 기록이 들어 있다. 네 차례의 인터뷰가 들어 있는데, 퇴임 1년을 앞둔 지난 2007년 9월 5일 청와대 상춘재, 9월 16일 상춘재, 10월 20일 청와대 관저 회의실, 2008년 1월 18일 청와대 관저 대식당 등에서 진행되었다. 내용 중 일부가 편집되어 2007년 11월 한국정책방송(KTV)에서 방영했고 2008월에는 '다큐멘터리 5부작, 참여정부 5년의 기록'이라는 제목의 DVD로 제작됐다. 2차 인터뷰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겸해 진행되기도 했다.

01장. [시대는 한 번도 나를 비켜가지 않았다]는 노 전대통령의 인생역정과 정치역정에 대해 구술한 내용이다. 가난과 큰 형님, 초등학교 시절 글짓기 반항 사건, 419와 516에 대한 기억, 개발시대 막노동, 사범시험 이야기, 결혼과 판사 생활, 변호사 시절 이야기와 부림사건 변호를 통해 인권변호사로 활약하기 시작한 이야기, 정치에 뛰어든 계기와 3당 합당의 추억, 부산에 대한 기억, 바보 노무현과 노사모에 대한 이야기, 대선 출마 동기와 퇴임 이야기 등이다.

02장. [참여정부 5년을 말하다]는 노 전대통령 재임기간 중의 참여정부 5년에 대해 구술한 내용이다. 여기에는 참여정부에 대한 자신의 평가, 경제부분에서 성장과 복지에 대한 평가, 남북정상회담과 북핵문제, 남북관계, 동북아 평화에 대한 평가, 한미관계와 한미 FTA에 대한 평가, 정치개혁을 위한 노력과 그 좌절 등이 담겨 있다.

03장. [한국 정치에 대한 단상]는 노 전대통령 자신이 생각하는 한국 정치에 대해 구술한 내용이다. 일개 국회의원이면 국민의 눈높이에 자신의 정치 수준을 맞춰도 되지만 국가적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국민의 눈높이를 넘어 역사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투명성과 공정성, 원칙적인 법치주의만으로는 어렵고 한 발 더 나아가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그러면서 대화하고 타협과 협상을 통해서 결론을 하나로 모아 나가는 통합의 과정이 부드럽게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노 전대통령은 '시민주권시대'와 '시민권력'을 말한다. "만일 정치권력으로 무엇을 하려고 한다면 한 사람의 대통령을 만들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중심이 되는 정치세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흐름을 만들어내야 합니다."라고...


시골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란 후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정치에 입문, 대통령에 당선된 그의 삶은 '성공'이라고 불려질 것이다. 번듯한 기반 하나 없이 대통령까지 당선되었으니 누가 봐도 '성공'이겠지만, 그는 서거 직전 남긴 회고록을 통해 '실패와 좌절'의 기억만이 남아 있다고 고백한다. 대통령 임기 내내 '경제 파탄, 민생 파탄, 총체적 파탄,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는 사람들과 싸웠고, 임기 후에 측근의 비리로 인해 흠집난 자신의 도덕성에 대해 부끄러운 사람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 글을 통해 서거 직전 고통스럽게 고뇌하며 자신의 삶 전체를 성찰한 그의 모습을 아련히 그려볼 수 있다.

이 책 속의 2부의 많은 글은 오현호 기자의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글과 많이 겹친다. 그래서 1부에 들어있는 노 전대통령이 직접 쓴 글이 새롭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의 정서에서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자리에 올랐음에도 퇴임 후 그는 스스로 자족하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보다 더 낮은 자리에서 조국과 국민들에게 부족한 내용과 환경을 찾고 그것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노력했던 사람.. 그가 무엇을 이루었거나 완성했는지가 아니라 퇴임 후의 그 자세와 노력이 현재와 미래의 후손들에게 모범일 것이다.

노 전대통령이 재임 시절의 여러 정치적, 정책적 결정에 대해 스스로 평가내린 것에 대해 모두를 동의하지도 않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그도 사람인 이상 감정을 가질 수 있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내가 그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의 '평가내용'이 아니라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내놓고 겸허하게 평가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모습이다. 그런 모습은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후보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퇴임 후 아저씨 노무현을 왜 그토록 수 많은 국민들이 사랑했는지를 보여준다. 권위주의가 권위로 살아온 사람. 허위와 가식이 아니라 진실과 감성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간 사람. 열정과 아픔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사람. 노무현은 정치인과 지도자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자질과 태도를 우리에게 제시한 것이다. 

이제는 그가 태어나 자란 봉하마을의 한 곳에 조용히 묻혀 있지만, 그가 남긴 말과 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아직도 이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의 실패와 좌절의 이야기는 남은 자들에게 더 나은 세상, 사람 사는 세상,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 그의 열망을 고스란히 전해줄 것이다. 

그가 세웠던 꿈 '사람 사는 세상'을 국민들은 버릴 수 없다.


* 노 전대통령의 유언 :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 2011년 6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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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경제학
도모노 노리오 지음, 이명희 옮김 / 지형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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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프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한 후 첫 번째로 읽은 것이다.
 
’행동경제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을 때는 무척이나 낯설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행동경제학’의 정의는, "인간이 실제로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지, 그 결과로 어떠한 사회 현상이 발생하는지 고찰하는 학문"이다.
이는 경제학 분야의 주류인 고전경제학의 대전제인 ’호모이코노미쿠스(Homo-economicus)를 부정하면서 시작한다.
’호모이코노미쿠스’는 극히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며 오로지 사익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특성을 말한다.
여기서 ’합리성’이란 자신의 기호가 명확하고 모순이 없으며, 항상 변하지 않고 그 기호를 토대로 자신의 효용이 가장 커질 수 있는 선택대안만을 선택한다는 성질을 의미한다.
 
이 고전경제학의 전제와 방법론은 18세기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경제학’과 ’고전이론’을 창시한 이래,
인구폭발과 지구멸망의 예언자 맬서스의 <인구론>, 자유무역론의 창시자 데이비드 리카아도의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
공리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의 <정치경제원론>과 한계적 시야를 일깨운 알프레드 마셜의 <경제원론>,
제도학파를 이끈 베블런과 갤브레이스의 <유한계급론>과 <경제학과 공공목적>,
정부개입과 재정정책의 선구자이자 풍류도락가 케인스의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통화주의자이자 자유시장주의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자본주의와 자유>와 <선택의 자유>,
공공선택학파 제임스 뷰캐넌의 <동의의 계산법>과 합리적 기대이론가이자 자유시장주의자 로버트 루카스의 <합리적 기대와 계량경제학의 실제> 등을 통해 21세기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고전경제학은 학문분야 뿐 아니라 서구세계의 정치계와 재계까지 장악하여 오늘날의 전지구적인 경제체제를 형성한 것이다.
또한, 1990년대 초반 소련과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50년 넘게 경쟁하던 사회주의 경제학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더 이상 지구상에 고전경제학의 지위를 넘볼 수 있는 경제사상은 없게 되었다. 
 
하지만, 300년 가까이 인류의 경제사상을 장악한 고전경제학의 근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전경제학은 새로운 도전자나 경제사상이 아니라 스스로에 의하여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연하게도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거두가 무너진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 자유시장, 수요와 공급, 통화주의, 정부개입, 국제무역의 무한질주는 급기야 아시아와 남미 등에서 경제체제를 무너뜨렸으며,
2007~2008년에는 고전경제학의 최첨단 주자인 미국경제가 뿌리째부터 흔들린 이후 현재까지 국제경제의 불안정성과 회복이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행동경제학’은 이러한 위기를의 근원적인 전제인 ’호모이코노미쿠스’를 부정한다.
저자는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리우는 허버트 사이먼,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다니엘 커너먼, 트버스키 교수 등의 최신이론을 소개하면서 고전경제학을 공격한다.
먼저, 저자는 인간의 ’합리성’이 결코 완전하지 않다는, 인간은 태생적, 통계적으로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여러가지 실험 결과를 통해 보여준다.
그 실험들은 ’몬티 홀 딜레마’, ’감염 확률 테스트’, ’4장의 카드문제’, ’미인 투표 게임’, ’최종 제안 게임’, ’지네게임’, ’죄수의 딜레마’ 등으로 독자들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주변에 대해 테스트를 하면서 보통의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음’을 깨닫도록 해준다.
임의적으로 규정하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실제적인 실험을 통하여 결과가 나타나는 심리학 이론을 경제학의 전제와 방법론에 적용하여 새로운 경제학 즉, ’실제 인간의 행동’을 근거로 하는 경제학을 논의하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이론 전제에는 익숙하지 않은 심리학, 경제학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여 책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안겨준다.
행동경제학자들은 ’프로스펙트 이론’, ’휴리스틱(huristic)’, ’바이어스(Bias)’, ’이중 프로세스 이론’, ’앨즈버그 패러독스’, ’손실 회피성’, ’프레이밍 효과’, ’화폐 착각’, ’멘털 어카운팅(mental accounting)’, ’매몰원가 효과’, ’사회적 선호’ 등 수 많은 개념과 이론, 실험과 결과들을 통해 ’행동경제학’의 기본구조와 전제를 마련하고자 한다.
’행동경제학’에는 심리학과 경제학 일반론 뿐 아니라 진화생물학, 사회심리학, 생태학, 뇌과학까지 적용하는 종합학문이라고 불릴 정도로 종합적이다.
이 책의 목차만 살펴보아도 얼마나 많은 개념과 실험이 동원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제1장 경제학과 심리학의 만남―행동경제학의 탄생
경제적 인간·신과 같은 인물 |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 합리적이며 이기적인 경제인 | 경제적 인간의 조건 | 경제적 인간 가설에 대한 옹호론 | 행동경제학이란? | 경제학과 심리학은 하나였다 | 재주꾼 허버트 사이먼 | 인지심리학의 탄생 | 행동경제학의 성립 | 실험경제학과의 차이 | 제2단계의 행동경제학
제2장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으로 행동한다―합리적 결정의 어려움
몬티 홀(Monty Hall) 딜레마 | 확률 이해의 어려움 | 사람은 베이스 룰에 따를까? | 논리적 추론 | 미인투표 게임 | 최종제안 게임 | 게임 이론과 합리성 | 죄수의 딜레마 | 사람은 합리적인가? | 인간의 대단한 능력
제3장 휴리스틱과 바이어스―‘직감’의 기능
휴리스틱(heuristic)이란 무엇인가 | 이용가능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 이미지화 용이성(Ease of Imaginablilty) | 사후판단 편향(Hindsight bias) | 대표성 함정(representativeness heuritics) | 도박사의 오류(Gambler? Fallacy) |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 Regression Effect) | 기저율을 무시한 믿음(Neglect of base Rate) | 기준점 효과와 조정(Anchoring and Adjustment) | 전문가도 유혹당한다 | 신속하고 간결한 휴리스틱 | 공중 플라이볼을 위한 휴리스틱 | 2개의 정보처리 프로세스 | 직감이 힘이 된다 | 린다 문제 | 여러 가지 휴리스틱 | 로봇 프레임 문제 | 인간도 프레임 문제로 고뇌한다
제4장 프로스펙트 이론(1) 이론―리스크 상황 하에서의 판단
변화의 감각 | 가치함수 | 준거점(reference point) 의존성 | 민감도(敏感度) 체감성(遞減性) | 리스크에 대한 태도 | 손실회피성 | 가치함수의 수치 예 | 확률가중함수 | 확률가중함수의 예시 | 확실성 효과 | 리스크 성향의 4가지 패턴 | 편집 프로세스와 결합 프로세스 | 엘즈버그(Ellsberg) 패러독스
제5장 프로스펙트 이론(2) 응용―‘소유하고 있는 물건’에 구속됨
준거점 의존성·손실회피성과 무차별곡선 | 보유효과와 현상유지 바이어스 | 수취와 지불의 차 | 시장에서의 보유효과 | 현상유지 바이어스 | 공정(公正)을 둘러싸고 | 공정성이란 무엇인가 | 분배의 공정성(公正性)
제6장 프레이밍(framing) 효과와 선호의 성향―선호는 변하기 십상이다
프레이밍 효과란 | 정책과 프레이밍 효과 | 초깃값 효과 | 화폐착각 |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 | 매몰원가(sunk cost) 효과 |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라 | 선호는 상황에 따라 변한다 | 중간대안(compromising alternative)이 선택된다 | 이유 있는 선택 | 스토리가 있으면 선택된다 | 선택대안은 많을수록 좋을까? | 만족화와 최대화 인간
제7장 근시안적인 마음―시간선호
다른 시점 간의 선택 | 이자율과 할인율 | 왜 미래의 이익을 할인할까? | 지수형(指數型) 할인 | 쌍곡형 할인 | 2가지 형식의 할인 | 할인율은 측정 가능한가? | 마이너스 할인율 | ‘점점 좋아짐’을 선호한다 | 유사성에 의한 선택과 할인 | 시간에 관한 프레이밍 효과 | 역전되는 선호 | 시간해석이론 | 시간해석의 원인 | 희망과 실현가능성 ...
 
’행동경제학’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행동경제학’이 주류의 공격과 편향을 벗어나 진정으로 인간의 본성과 행태를 밑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학을 탄생하여 21세기 인류의 행복증진에 이바지 할지, 아니면 고전경제학의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면서 주류경제학에 편입되어 ’황금만능주의’에 기여할 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무래도 노벨상위원회가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에게 경제학상을 수여한 것이 전자보다 후자의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들도록 한다.
 
그래도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에 간략하게 공부한 바 있던 ’개념과 허구적인 이론만 있는 딱딱한 경제학’이 아니라 실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분석,적용하여 새롭게 경제이론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시도가 신선한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책 속에 담겨있는 각종 실험들을 나 스스로 적용해본 결과와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적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한 생각은 흥미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행동경제학자들이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기대될 정도로...
 
조금 아쉬운 것은 대부분의 실험과 테스트가 학생들과 연구원들에게 한정되어 있고 서구문화의 사람들에게만 적용되어 서구문화와 전혀 다른 태생의 동양문화권의 사람들은 어떤 실험결과가 나타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
작년에 읽었던 <생각의 지도>에서 동양과 서양사람들의 사고와 판단에 적지않은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 2010년 11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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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와 나눈 3일간 심층 대화
오연호 지음 / 오마이뉴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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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난 달 늦게 혼자 봉하마을에 다녀왔다. 서거 2주기이기도 했고 지난 달 초에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돌아가시기 전부터 마음 한 구석에 늘 읽고 싶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번에 읽었다. 다시금 가신 님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고 그 분의 존재와 역할이 상징했던 의미를 알고 싶었다.
 
이 책은 오연호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www.ohmynews.com] 대표기자가 2007년 가을 청와대에서 퇴임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을 3일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에 내려간 이후 언론과의 심층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2007년 가을 오연호 대표기자와 〈인물연구 노무현〉을 위한 3일간의 인터뷰 이후 한두 텔레비전 다큐프로그램에 등장하였고 일부 정치학자들과의 대담이 있었지만, 언론과의 본격 인터뷰는 없었다. 이 책에 담겨있는 그 당시의 인터뷰는 정치인 노무현이 언론과 가진 마지막 심층 인터뷰였던 것이다.(그래서 이 책은 2009년 노 전대통령 서거 이후 대폭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물론, 출판사는 이 책의 수익금 중 일부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사업과 관련한 뜻있는 사업에 쓰여질 예정이라고 밝힌다.)
 
봉하마을에 세워져 있는 ‘작은 비석’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왜 그 문장이 선정되었을까? 이 책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노무현이라는 이름에 애증(愛憎)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노무현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 오연호 기자는 누구인가? ----------------
인터넷 신문 [오마이 뉴스] 대표 기자.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리젠트 대학에서 언론학 석사학위,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부터 [월간 말]에서 심층취재 전문기자로 활동해온 그는 2000년 2월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모토로 [오마이뉴스]를 창간, 시민 참여 저널리즘을 선도해왔다. 6만여 명의 시민기자가 참여하고 있는 [오마이뉴스]는 세계 언론계에 주목을 받았고, 그는 하버드 대학교, 스탠퍼드 대학교, 세계경제포럼, 세계신문협회의 초청을 받아 연설했다. 200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경영대학원 와튼 스쿨이 주는 경영혁신상을 수상했고, 2007년 미국 미주리 대학교 저널리즘 스쿨이 뛰어난 언론인에게 주는 ‘미주리
메달’을 받았다.  -----------------------------------------------

1장. [바보를 보내다]에서는 자신을 너무도 사랑했고 그만큼 세상에 분노했던 노 전대통령이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누가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그리고 죽어서 사람들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를 분석한다.

저자는 노 전대통령을 자살로 내몬 것은 검찰 수사이지만, 그 배경에는 당시 정치권력을 갖고 있는 자와 정치권력을 내려놓고 시민권력 속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자의 한판 싸움이 존재했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그 연장선 상에서 장례기간 내내 시민분향소와 서울과장을 경찰차벽으로 둘러싼 것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2장. [노무현의 왜?]에서는 노 전대통령의 당선시킨 수많은 지지자들에게 애증을 갖게 했던 여러가지 계기들에 대해 노 전대통령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담고 있다.

노 전대통령은 재임시 한나라당에 제시한 '대연정' 제안이 자신의 오래된 한국정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정치철학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밝힌다. 하지만, 그 과정이 스스로의 '자만'이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통령 취임 때부터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자신은 "청와대에서 걸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고 임기 말까지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자인한다.

3장. [바보가 쓴 정치학 교과서]에서는 정치학자 노무현과 대통령학자 노무현이 들려주는 정치학 강의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왜 정치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왜 대통령이 되고자 했는지, 왜 보수언론과 싸웠는지, 그리고 정치인이 갖춰야 할 기본과 원칙에 대해 이야기한다.

노 전대통령은 정치인이 되고자 한 이유는 노동자, 서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 위함이었고 대통령에 나선 이유는 김영상-이인제로 이어지는 기회주의와 부정의를 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즉, 그는 '정의가 패배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조중동 보수언론과의 싸움도 그 연장 선이었다. 그리고 그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해법과 처리과정, 이라크 파병, 한미 FTA에 대한 자신의 의사결정 배경을 밝힌다.

4장. [진보의 미래]에서는 사상가 노무현, 민주주의 연구가 노무현을 말한다. 역사란 무엇인가, 권력이란 무엇인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시민은 누구인가, 민심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노 전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과 자신의 당선이 '당연'하다기 보다 '기적'에 가까웠음을 지적하며 한국의 정치사회 현실에서는 올바른 정의와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시민권력'이 바로 세워져야 함을 역설한다. 자신이 퇴임 후에 시작하고 지속한 일들의 중심이 '시민권력'을 세우는 것이었으며, 시민들에게 '권력은 위임하되 지배는 거부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자신의 대통령 당선이 '기적'이었다고 평가한 노 전대통령의 판단은 옳을 것이다. 그것은 노 전대통령의 집권 과정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이명박 정권의 집권 기간 내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노 전대통령의 당선이 제대로 준비된 역량에 근거하지 않았기에 집권 과정 내내 순조롭지 못했다. 그런 과정이 현재 한국의 정치구조와 정치현실의 본질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대안이 '시민권력'일까? 노 전대통령이 서거했기 때문에 본인이 제시한 '시민권력'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국의 헌법과 민주주의, 대통령제, 의회정치, 3권분립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는 이상 그 체제 내에서 작동하지 않는 어떠한 '권력'도 제대로 시민들의 힘을 끌어들이고 역동적으로 반영하도록 할 수 있을지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유러피안 드림>을 깊숙하게 읽고 북유럽 정치구조를 면밀하게 고찰한 노 전대통령이 정당체제와 의회민주주의에서 대안을 찾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분의 분신이라 일컫는 유시민, 한명숙, 이해찬, 김두관, 이광재, 안희정씨는 왜 현 정치체제 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까??

계속되는 고민이다...

[ 2011년 6월 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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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로마사이야기 동서문화사 월드북 11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고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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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15권을 모두 읽은 후,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읽어보기도 싶었고 그 유명한 마키아벨리가 썼다는 것에 호기심이 동하여 이 책을 선택하였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군주론>를 읽지 않았다면 마키아벨리의 <로마사이야기(로마사론)>을 읽기가 무척이나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시오노 나나미와 마키아벨리의 로마사에 대한 저술은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한 마디로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이야기>는 그렇게 요약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시오노 나나미가 상당한 역사서와 관련 자료, 현장 탐방 등을 토대로 나름 객관적인 로마사를 위주로 책을 썼다면,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중 자신이 선호하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발췌하여 이용했다.
그만큼 로마시대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가 부족해 보이고 책을 발간한 의도와 목적에 너무 치우쳐서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마키아벨리의 <로마사이야기>라는 제목 자체가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키아벨리가 발간한 책은 대부분 이탈리아 지역의 군주나 교황에게 바치기 위하여 준비했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도 <로마사이야기>이기는 하나, 실제 마키아벨리가 다루고 있는 것은 로마와 더불어 중세 이탈리아, 그리고 투르크 제국까지를 포함할만큼 방대하다.
그리고 마키아벨리의 <로마사이야기>는 3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1권(역사의 가치)에 60장, 제2권(국가의 조건)에 33장, 제3권(전쟁론과 민중의 힘?)에 4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두 세쪽에 불과하다.
 
마키아벨리가 작성한 책의 서문은 "차노비 부온델몬티와 코시모 루첼라이에게 올리는 글"로 되어있다.
마키아벨리는 스스로 자신하는 능력에 비해 그의 고국 피렌체나 교황 등의 신하로 중용되지 못하였고 심지어 군주정에 대한 반란음모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 고문당한 후 추방되기도 했다.
그런 그의 전체적인 생애의 흐름이 그로 하여금 심혈을 기울여 이 책 <로마사이야기>를 비롯하여 <군주론>, <정략론>, <피렌체사> 등을 준비하여 당시 군주와 권력자들에게 헌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역으로 그가 자신의 기대와 뜻대로 여러 군주와 권력자들에게 중용되었다면 후세의 전제정치의 교본이 될 그의 다수 저작들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고...)
 
<군주론>에서도 조금 느낀 바 있는데, 마키아벨리는 이 책에서도 ’공화정’에 대해 상당히 선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책 속에서 마키아벨리는 로마 공화정의 시스템과 집정관, 장군들, 로마시민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 대해 무한한 신뢰와 찬사를 보낸다.
중세 이탈리아 시대의 사회체계도 ’공화정으로 했으면’하는 마키아벨리의 바람이 느껴질 정도다.
그럼에도 이 책 <로마사 이야기>과 더불어 <군주론>은 중세 이후 서구사회에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제정치의 교본이 되었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이야기>와 <군주론>에서 공화정을 동경하고 있음에도 현실적인 정치를 이야기한다. 그에 따라 ’통치론’, ’능력과 운명’, ’책략과 음모’, ’전쟁과 외교’, ’형벌과 자비’, ’자유와 폭압’, ’군주와 민중’ 등에 대한 고대 로마, 그리스, 중세 이탈리아, 프랑스와 독일, 투르크 제국의 다양한 사례를 인용하여 ’군주 정치’의 방식을 제시한다.

 - 체사레 보르자 -
 
마키아벨리의 장점은 ’도덕’이나 ’양심’에 구속받지 않고 체제를 유지하고 전쟁에서 이기고 정치에서 승리하고 원활한 ’공화제’와 ’군주제’를 위한 수단과 방법을 있는 그대로 제시한 것이다.
단점은, 마키아벨리가 상당한 분량을 저술했음에도 번역본을 읽어본 나로서는 책의 구성이나 짜임새가 별로라고 밖에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142개에 달하는 각 챕터는 각 시대별 몇 가지 사례를 인용한 후, 그 사례를 통해 마키아벨리 자신이 의도했던 개념과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겉으로는 각각의 개념과 주장이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무궁무진해 보이지만 실제 각 챕터가 책 전반에 대해 치밀한 분석이나 평가도 없고 일관된 흐름이나 주장도 보이지 않는다.
어찌보면 ’자의적인 해석’의 연속이라고 할 수도 있어 보인다.
 
약간 의외였던 것이 있는데,
그 하나는 군주의 통치론을 논하면서도 로마시대에 이탈리아의 통일을 이룩했고 강력한 군대와 로마제정의 시스템을 구축한, 그리하여 진정한 군주통치를 가져왔다고 후세에 평가받는 카이사르와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에 대해서는 별로 사례를 인용하지도 않았고 그냥 ’공화정을 무너뜨린 독재자’라고 단정짓고 있다는 것이고
(실제 마키아벨리는 중세의 프랑스, 독일, 스위스, 투르크제국의 전제정치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두 번째는 마키아벨리 자신이 ’시민’과 ’민중’, ’대중’이라는 개념에 혼란을 일으켜 그 대상이 원로원인지, 시민권자인지, 평민인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과거의 역사적 사실과 저서가 후대의 결정과 결과에 책임이 있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마키아벨리로부터 비롯된 ’마키아벨리즘’을 중세 이후 권력자와 정치가, 독재자들이 이용했다고 하여 마키아벨리를 비난할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
(앤터리 패럴, " 만일 마키아벨리즘에 비판과 의문이 제기된다면, 인간과 근대성 자체에 대한 의심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한가지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를 공격한다 해도 근대성의 문제로부터 이 세계를 구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책과 <군주론>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 -

* 마키아벨리 어록

- 군주의 지배에 길들여진 민중은 자유를 얻어도 이를 유지하기 어렵다.(p.136)
- 부패한 민중은 자유를 얻더라도 자유를 지켜내기 어렵다. (p.141)
- 군대를 가지지 못한 군주 또는 공화국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p.154)
- 새로운 군주는 모든 것을 새롭게 조직해야 한다. (p.165)
- 로마의 장군은 과오를 범해도 과도하게 처벌받지 않았다. (p.179)
- 공화국이나 군주는 민중에게 은혜를 베푸는 일을 지체해서는 안된다. (p.182)
- 인품의 격렬한 변화는 경솔하고 무익한 행동이 되기 쉽다. (p.216)

- 인간이란 얼마나 쉽게 타락할 수 있는 존재인가. (p.217)
- 리더가 없는 대중은 힘이 없다. (p.219)
- 인간의 야심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데에서 원수를 굴복시키는 데로 움직인다. (p.224)
- 인간이란 일반적인 경우는 잘 속지만 구체적인 경우는 잘 속지 않는다. (p.226)
- 어떤 관직이라도 국가의 통치업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져서는 안된다.(p.234)

- 민중은 커다란 희망과 과감한 약속에 쉽게 움직인다. (p.241)
- 민중은 뭉치면 대담무쌍하지만 흩어지면 약하다. (p.255)
- 로마인은 외국인을 받아들이고 명예를 주었기 때문에 강한 도시가 되었다. (p.293)
- 돈은 전쟁의 원동력이 아니다.(p.316)
- 경멸과 모욕을 일삼는 자는 오로지 증오를 초래할 뿐이다. (p.394)
- 군주가 손해에 대해 복수하지 않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p.401)
- 다수의 적과 싸우는 자는 처음의 일격을 견디기만 하면 아무리 열세라도 능히 승리한다. (p.485)

- 군대는 단 한 명의 장군을 따라야 한다. 많은 사람의 지시는 위험하다. (p.501)
- 한 번 위해를 가한 사람에게 직책을 주거나 중요한 정무를 맡겨서는 안된다. (p.508)
- 민중의 잘못은 군주에 의해 초래된다. (p.546)
- 한 시민이 공화국에서 자신의 권위로 무엇인가 선한 일을 하고 싶으면, 먼저 질투를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p.548)
- 전투에서 이기게 하려면 군대와 장군에 대해 확신을 갖도록 해야 한다. (p.560)
- 전쟁에서 속임수를 쓰는 것은 명성을 얻을 가치가 있다. (p.583)
- 치욕스럽게든 명예롭게든 조국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p.585)

- 강요된 약속을 지켜서는 안된다. (p.587)
- 같은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은 비슷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 (p.589)
- 자기가 태어난 도시를 사랑하는 자는 조국애로 사사로운 원한을 잊어야 한다. (p.598)
- 적이 빤히 보이는 엉뚱한 짓을 저지르면 반드시 무슨 계략이 있는 것이라고 의심을 하라. (p.598)
- 공화국이 자유를 유지하고 싶으면, 언제나 매일 무엇인가 새로운 방책을 세워야 한다. (p.600) 

번역 자체의 실력이나, 책 소개, 편집 등 출판사가 너무 형편없어 보인다. 책을 발간한 지 오랜 역사가 있음에도 시대에 너무 뛰떨어진다는 느낌이다.  

[ 2010년 11월 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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