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부크 부인의 초상 샘터 외국소설선 4
제프리 포드 지음, 박슬라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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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스터리…
인터파크 북피니언에서 ‘친구’ 블로거가 이 책의 서평을 써 놓은 것을 읽자마자 묘하게 끌렸다.
인간의 호기심과 초상화라는 사실적이면서 예술적인 창조행위…
주인공 화가가 어떻게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으로 묘사할 지 궁금하기도 했고
어떤 미스터리가 초상화를 그리는 과정에 등장할 지…
 
19세기말 미국 뉴욕에서 초상화의 대가로 인정받는 화가 피암보.
그에게 들어온 거액의 비밀스러운 제안.
절대 자신을 보지 말고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샤르부크 부인.
언제나 신비한 병풍 뒤에 앉은 샤르부크 부인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로 피암보를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게 하고,
스케치 하나 그리지 못한 채 약속된 시간은 하루하루 흘러간다.
또한, 죽었다고 애기 들었던 그녀의 남편이 나타나 그를 위협하자 피암보는 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마침내 약속 시한에 임박하여 환영에 휩싸인 채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게 되지만…
 
작가는 후기에서 책에 언급된 장소와 인물, 여러 현상과 사건들이 실제 1893년에 존재했었고 다양한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물론, 작가 자신은 역사가가 아니라 소설가이므로 사실을 나열한 것은 아니라고..
작가는 당시 뉴욕의 모습과 빅토리아 시대 회화의 모습, 19세기 아편 복용에 대한 현상, 타부현상등을 묘사하기 위해 여러 서적을 참고하였고 했다.
 
이 책에 대한 미국 언론의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이었다.
‘인간의 집착과 영감, 그리고 초자연적인 현상에 살인사건까지 드라마틱한 스토리에서 독특한 감흥을 자아내는 소설!’
‘위태로울 정도로 불안정한 캐릭터들이 나누는 섬세하고 소름끼치는 유머감각. 이 책은 두 말할 필요 없이 탁월한 스릴러 문학이다.’
‘1893년 뉴욕의 실제 모습을 담아낸 미스터리 소설인 동시에 판타지 소설이며, 공포 소설이자 당대의 예술적 풍미를 되살려 면밀하게 재구성한 역사소설’…
 
반 고흐의 편지를 소재로 신성림 엮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고흐 자신의 편지를 토대로 하였기 때문에 객관적인 일상에 대한 묘사가 조금 부족했지만, 이 책은 소설로서의 장점을 살려 화가의 일상과 심리묘사가 적절해 보였다.
소설로써 매끈한 은유적 표현과 단어 선택은 글 쓰기의 문학적 기법을 알게 해주었다.
예를 들어, ‘전차들마저 낮 동안 사람들이 뱉어낸 회한들로 침침해진 어둠 속을 헤엄치는 거대한 구렁이처럼 노곤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19세기 말 미국 화가들의 일상과 밥벌이, 작품 구상과 그리는 과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다.
또한, 피암보가 스승을 부정하면서 보여주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심리, 19세기 아마추어 과학자의 모습, 서구식 파티문화의 속성, 미술계의 분위기 등은 재미를 더해 주었다.
 
하지만, 소설책을 덮은 다음 난 석연치 않은 결말과 앞뒤가 모호한 스토리라는 느낌을받았다.
샤르부크 부인의 집사인 왓킨은 샤르부크 부인과 자신이 남편 행세를 했다고 했고 샤르부크 부인이 직접 죽인 ‘피눈물을 흘리면 죽는 여자’는 한 명이라고 했지만, 실제 그렇게 살해당한 나머지 사람들의 살인범이 누구인지는 나타나지 않는다.(혹시 왓킨이…??)
그리고 샤르부크 부인이 왜 피암보를 죽이려고 시도했는지에 대한 동기가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19세기 미국 뉴욕의 사회문화 구조에 ‘무녀’라는 표현이 적절한 지 의문이 들었다.
역자의 번역을 위한 ‘선택’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심지어 신도 때론 실수를 해요.’ (P.100)
‘대중은 교묘하고 깔끔한 모순을 좋아한다.’ (P.221)

[ 2010년 10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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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 (반양장) - 노무현 자서전
노무현 지음, 유시민 정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돌베개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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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년,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이하여 [노무현재단]에서 펴낸 책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책이 이미 여러 권 출간되었음에도 특별히 재단에서 1주기 기념으로 발간하였다. 이 책이 다른 책, 즉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나 <성공과 좌절>과 다른 점은 출생에서 서거에 이르기까지 인생역정 전체를 기록한 '자서전'이라고 재단측은 설명한다. 그러나 실제로 다른 점은 아마 외부적으로 알려진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와 노무현 전대통령이 스스로 초안으로 정리했던 자서전을 위한 기록들, 그리고 노무현 전대통령과 함께 한 많은 사람들(유가족, 옛 참모들 등)의 이야기를 함께 묶어냈다는 것이 다를 것이다.
 
재단측은 특히 2009년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를 맞이하여 국민장 기간 동안 봉하마을과 전국의 분향소를 찾아와 애도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발간했다고 서문에 기록했다. 재단의 상임이사인 문재인 변호사는 서문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노력하는 사람', '당당하게 살고자 분투했던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   
 
-------------------------- * [노무현재단]이란?..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의 가치와 철학, 업적을 유지·계승·발전시켜 그 뜻이 국가 발전과 민주주의 발전의 중요한 토대가 되도록 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생애와 활동, 업적을 널리 알리기 위한 기록물 보존 및 기념관 건립, 묘역 조성 지원을 비롯해 사상과 정책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저술하는 교육 및 학술·출판, 국제협력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사료편찬특별위원회, 기록관리위원회, 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문화예술위원회, 출판위원회, 홈페이지 편집위원회, 묘역조성지원위원회, 해외온라인위원회, 기금모금위원회 등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추모기념사업을 펼쳐 나가고 있습니다. ---------------------------------
 
1부. [출세]에는 출생에서 부림사건 변론을 맡기 전까지, 변호사 노무현의 성장과정을 기록하였다. 유년의 기억, 은인 김지태 선생, 부산상고, 막노동판, 부인 권양숙여사, 사법고시, 변호사에 이르는 기록이다. 대부분의 내용은 이전의 저서,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와 <성장과 좌절>과 대동소이하다.
 
2부. [꿈]에는 부림사건 변론을 맡은 때부터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마칠 때까지, 인권변호사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의 도전과 시련을 기술하였다. 부림사건 변호로 시작된 운동 전문의 인권변호사,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꿈, 1987년 대통령 선거의 분열과 좌절, 국회의원 당선, 청문회 스타와 의원직 사퇴파동, 3당 합당과 김영삼과의 결별, 조선일보와의 투쟁, 첫번째 낙선과 야권통합,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설립과 두번째 낙선, 세번째 낙선과 정권교체의 감격, 종로에서 국회의원 당선과 포기, 네번째 낙선과 [노사모]의 탄생, 해양수산부 장관에 이르는 기록이다.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설립과 운영에 관한 이야기, [노사모] 탄생 비화,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의 행정 업무에 대한 기록, 문재인, 안희정, 이광재, 천호선, 정윤재, 윤태영 등 참모들에 대한 이야기가 새롭게 들어있다.
 
3부. [권력의 정상에서]에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국민경선에 출마한 시점부터 대통령직을 마치고 청와대를 떠난 때까지, 주로 국정운영과 관련한 대통령의 노무현의 고뇌를 담고 있다. 조선일보의 인터뷰 거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의 광주의 기적, 정몽준과의 후보단일화와 단일화 파기, 대통령 당선과 대북송금특검의 우여곡절, 양극화와 부동산 정책, 방폐장과 세종시, 탄핵과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 남북 정상회담, 국정원장 독대보고, 검찰 개혁의 실패, 정치권력과 언론권력, 대연정 제안 등에 대한 이야기다.
 
기존의 인터뷰나 발간도서의 내용과 다른 내용은 거의 없으나, 2002년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과 정몽준과의 대통령 후보 단일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주요 정책에 대한 입장과 평가, 부문 개혁에 대한 평가 등이 들어있다.
 
4부. [작별]에는 고향 봉하마을로 돌아온 후부터 서거 시점까지, 전직 대통령 노무현의 희망과 좌절을 기록하였다. 귀향 후 봉하오리쌀을 추진하던 이야기, 화포천과 둠벙, 무논 등 생태 농법에 대한 연구, 장군차, 국가기록물 사건에 대한 소회, '노무현의 실패'에 대한 심경 등을 담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평소 스타일을 고려해보면, '노무현의 자서전'이라고 하기에는 담지 못한,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아무도 그 분이(노무현 전대통령 자신마저도...) 그렇게 서거하시리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시시콜콜하고 자세하게 인터뷰하지 못했기에 안타까울 뿐이다. 재단측이 여러가지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은 들지만, '자서전'이라 하기에는 노 전대통령의 생애를 비교하면 이 책은 너무 초라하고 부족하다.
 
실제 자서전일 경우, 1981년 부림사건 변호 이후 인권변호사 시절의 여러 가지 경험과 자의식을 다져가는 이야기부터 소중했을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의정기간에 대한 깊은 이야기와 낙선 이야기, 대통령 후보 경선부터 당선까지의 엄청난 숨은 이야기들,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의 수 많은 이야기들이 묻혀 버린 것이다. 어찌 보면 김대중 전대통령의 자서전과 더불어 '대통령학'에 대한 본격적인 정치적, 학문적, 대중적 논의의 토대가 사라진 것이나 다름 없다.
 
그렇다면 노무현 전대통령 곁을 오랫동안 지켜오고 보좌해온 과거의 참모들과 주변 동지들에게 그 숙제가 넘어간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이제부터라도 국가적인 중요 비밀이 아닌 내용들은 모두 공개하고 정리하여 후배들과 후손들이 국가권력과 통치, 행정업무와 행정부 관리, 주요 기관에 대한 평가와 대안, 정책과 정치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을 준비해야 한다. 노 전대통령이 아직도 살아 계셨다면 반드시 추진했을 일이다. 노 전대통령은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서도 '대통령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고민했다. 별도로 강의할 생각까지 하셨으니...
 
[ 2011년 6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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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큐멘터리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 1990-1995
박성미 지음 / 백산서당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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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90년부터 1995년까지 한국 KBS, MBC, SBS에서 방송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 활약한 열 세 명의 인터뷰와 한국방송다큐멘터리 연보를 정리한 책으로 1995년에 처음 출간되었다.
당시 다큐멘터리에 몰입해 있었던 저자는 자신이 감히 선배라고 부를 수도 없었던 10년~20년 연배의 프로듀서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들의 열정, 사명감, 그리고 그들의 세상에 대한 애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다큐멘터리로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했고 그것을 위해 마치 내일 죽을 사람들처럼 매달려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저자는 그 현장에서 그들을 보았고 그들의 작품에서 그들의 눈빛 속에서 그것을 확인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PD들은 한 마디로 한국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선도하고 정착시킨 ’방송인’들이다.
그들은 1984년 한국 방송인의 자체 능력으로 안방 TV에 최초로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었고 한국 방송업계 최초로 외주전문제작 ’프러덕션’을 차리기도 했다.
처음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다큐멘터리이니만큼 그들은 다큐멘터리에 대한 정의와 개념, 제작방식과 절차, 기획과 구성, 촬영과 편집, 영상과 음악 등 모든 부분을 하나에서 열까지 틀을 만들어야 했고 모범을 보여야 했다.
그러한 그들의 노력으로 한국 방송사와 방송업계에서도 ’다큐멘터리’가 정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열 세 명의 PD 중에서 ’일벌레’가 아닌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몇몇은 이 책의 제목처럼 ’세상을 바꾸어 보기 위하여’, 방송이 개인이나 권력이 아닌 ’국민의 것’이라는 생각으로 방송이 사회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이 되도록 청춘을 바친 PD도 있고,
그 중에는 80~90년대 방송사의 답답한 구조와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의 비전과 능력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하여 독립한 PD들도 있다.
또한, 여전히 지상파에 남아서 궂궂하게 자리를 지키는 사람도 있고...
8명에 대해서는 인터넷 검색이 쉽지 않아 현재의 지위와 역할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열 세 사람의 이력을 열거해보면,
- 권재홍 : 다큐멘터리답게 만든다.
 58년 영월생, 1981년 서울대 생물학과 졸업 및 MBC 입사, 1984 한국방송 최초의 자연 다큐멘터리 [한국 야생화의 4계] 제작, 보도국 앵커, 편집부장, 워싱턴 특파원 역임 및 ’MBC 100분 토론’ 진행자 역임, 2010년 5월부터 ’뉴스데스크’ 앵커
- 윤기호 : 프러덕션 시대를 열다.
 48년 서울생, 1973년 외대 불어과 졸업 및 KBS 입사, 1988년 [한국인의 건강] 연출, 1992년 퇴사 및 ’제3채널’ 설립, 1995년 ’제3영상’ 설립, 1998년 ’제3비전’ 설립 및 현재 대표이사
- 김태영 : 잘 닦인 길은 나의 길이 아니다
 57년 서울생, 1983년 서울예전 방송연예과 졸업, 1984년 [벽]으로 대한민국 단편영화제 우수작품상 수상, 1991년 ’다큐멘터리 서울’ 입사, 1988년 광주항쟁 진압군을 소재로 한 [황무지] 제작, 1989년 [황무지]로 벌금형, 1992~1993년 [베트남 전쟁, 그 후 17년] KBS에 방영, 1994년 [카리브해의 고도, 쿠바] KBS 방영, ??
- 전용길 : 정직하지 않으면 프로그램이 아니다.
 56년 서울생, 1982년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및 KBS 입사, 1984년 [추적 60분] 제작, 1985년 [사람과 사람] 연출, 1987년 [뉴스비전 동서남북] 제작, 1988년 [히말라야 오지를 가다] 연출, 1994년 [세계는 지금] 제작, 1996년 뉴욕특파원, 2004년 제작본부 시사정보팀 팀장, ??
- 장윤택 : 프로듀서는 저널리스트다.
 49년 평양생, 1973년 TBC 입사, 1974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3년 [추적 60분] 기획/팀장, 1987년 [미국을 다시 본다] 연출, 1987년 [뉴스비전 동서남북] 기획/팀장, 1993년 보도제작국 제작3부장, 2005년 편성본부 본부장, 2007년 KBC미디어 감사, ??
- 유창영 : 영원한 약자, 그대 이름은 프로듀서이니라.
 55년 거창생, 1983년 서울대 국어교육과 졸업 및 행정공시 합격, 1984년 MBC 입사, 1990 [인간시대] 연출, 1993 [신인간시대] 연출, 2005 편성국 국장, 2006 홍보심의국 국장, ??
- 김종오 : 시를 쓰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47년 부산생, 1969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73 MBC 입사, 1975 [카메라출동] 제작, 1984 [한국 야생화의 4계] 제작, 1986 [그때를 아십니까] 제작, 1988 파리 특파원, 1992 보도제작국 국장, 1994 [시사매거진 2580] 제작, 1995 보도국 편집국장, 2003 대구MBC 사장, 2010 OBS 대표이사
- 정 훈 : PD들이여, 땅으로 내려오라
 51년 정읍생, 1977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및 TBC 입사, 1981 EBS 입사, 1983 AFP 입사, 1984 KBS 입사, 1987 [이제는 파란 불이다] 제작 및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창설, 1989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사무국장, 1992 SBS 프러덕션 입사, 1995 A&C 코오롱 편성제작본부장, 2004 OBS 전무이사, 2005 한국DMB 회장, ??
- 신언훈 : 나의 색깔로 승부한다.
 54년 대구생, 1978 서울대 미학과 졸업, 1980 국립영화제작소 입사, 1984 MBC 입사, 1985 [인간시대] 연출, 1991 SBS 입사, 1993 [그것이 알고싶다] 연출, 1998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부회장, 2001 제작본부 교양1CP, 2005 제작본부 제작위원, ??
- 진기웅 : PD가 PD인 이유
 53년 마산생, 1978 서울대 독문학과 졸업, 1981 KBS 입사, 1984 [추적 60분] 제작, 1990 [양자강] 제작, 1994 SBS프러덕션 입사, 2001 프리랜서로 [몽골리안 루트] 제작, ??
- 이동석 : 아들아, PD가 되고 싶지 않으냐?
 48년 김제생, 1974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및 TBC 입사, 1981 KBS 입사, 1989 [김용운교수의 한민족탐험] 제작, 1991 MBC프러덕션 입사, 1992 [잊혀진 전쟁] 연출, 1993 ’리스프로’ 설립, 현재 대표이사
- 이규환 : 영원한 아마추어
 52년 경북생, 1980 성균관대 불문과 졸업 및 부산방송국 입사, 1983 KBS 3TV 입사, 1985 [사람과 사람] 연출, 1989 [제3의 선택] 연출, 1993 [다큐멘터리 극장] 연출, ??
- 전형태 : KBS의 필요악
 55년 서울생, 1981 KBS 입사, 1983 연세대 독문과 졸업, 1989 [진도] 연출, 1990 [해방과 분단] 연출, 1992 [자본주의 100년 한국의 선택] 연출, 1994 SBS프러덕션 입사, 1997 (주)제이알엔 설립, 1999 [병원 24시] 제작, 현재 대표이사

저자는 그들이 자신이 처한 조건에서 다큐멘터리를 시작하고 제작,연출하고 방송하기 위해 노력한 것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그들은 적어도 1990년~1995년에는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TV방송에서 ’다큐멘터리’가 무엇인지를 알도록 해주었고 (많은 주관적, 객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많은 PD들이 다큐멘터리로 한국사회를 조금이라도 바꾸어 보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물론, 그들의 노력만으로 사회는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고 그들이 철학과 의지를 가지고 ’사회변화’를 일관되게 추구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눈으로 25년 뒤의 현재 방송업계 PD를 보게 되면 어떤 생각이 들까?
 
1995년 이후 15년이 지난 2010년을 뒤돌아 보면 어째 과거로 회귀된 듯한 느낌이다.
뉴스와 심층보도 프로그램은 사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의 정책만 일방적으로 홍보할 뿐더러, ’사회에 유익한’ 프로그램보다 ’재미’와 ’시청율’로 기울어진 온갖 예능 프로그램과 스포츠가 범람하고 있다.
지상파 종사자들은 거시적인 안목보다 무기력과 집단 이기주의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20년 넘는 그러한 관성과 무기력, 보신주의가 MB정권 이후 지상파 종사자들의 수난과 허탈함을 가져온 근본적인 이유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들과 더불어 1990년대와 2000년대 방송사에 몸담았던 PD, 기자, 제작진, 기술진,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까?
 
작년부터 전두환 정권 이래로 다시 한 번 ’권력의 시녀’라고 불리고 있는 KBS...
천천히 한 단계씩 자율성과 객관성을 읽어가고 있는 MBC...
개국 이래 상업방송 이상의 아무런 기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SBS...
도저히 방송이라고 하기에 멋쩍은 케이블과 IPTV...
하루하루 여의도에서 사라져 가는 외주제작사와 각종 프러덕션...
장기적인 안목도, 조직력도, 단결력도, 업계의 최소한의 생존도 보장하지 못하는 KIPA를 비롯한 각종 협회와 단체들...
3D업종으로 이미 자리잡은 방송프로그램과 영상물 제작분야...
의사협회나 변호사협회는 고사하고 간호사협회, 법무사협회, 음식업협회, 영화인협회의 반에 반도 따라가지 못하는 방송영상업계 종사자들...
 
작금의 상황은 아직 방송영상업계가 아직 ’밑바닥’까지 내려가지 않아 그렇다고도 보인다.
하지만, 왜 사람들은 꼭 ’밑바닥’까지 간 다음에 바닥을 쳐서 올라가야 하지?
언제까지 정부탓, 정치권탓, 지상파탓, 소비자탓만, 경제탓만 하고 있을 것인지...

p.s) 근데 1996년 이후 한국 다큐멘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왜 없을까?
 
* 저자 소개 : 박성미
1968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서울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원 영상대학원을 수료했다.
현재 다큐멘터리, 방송프로그램 및 영상전문 제작회사인 (주)디케이미디어 대표이사다.
시민단체인 미디어연대와 남북경제문화교류재단의 이사를 역임했으며,
인문콘텐츠학회와 광주전남영상진흥협회 운영위원이다.
저서로는 <김홍재, 나는 운명을 지휘한다>가 있다.  

[ 2010년 10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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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과 지식인
한완상 / 정우사 / 198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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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모임 100회 특집 ’내 인생의 책’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때는 1985년 6~7월 경이었다. 대학 신입생이 된 후 처음 맞이한 방학 기간이었다. 본디 6월 하순에 과학생회에서 진안군으로 농촌활동을 떠나는 일정이 있었고 나는 먼저 고향에 내려간 후 시간에 맞추어 익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함께 농촌활동에 참여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농촌활동에 참가하지는 못했고 고향에 틀어박혀 시간만 때웠다. 그 와중에 읽은 것이 선배로부터 선물받은 이 책이었다.
 
당시의 내 지적 수준이라는 것이 형편 없는 상태였기에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한 것으로 기억한다. 책을 1/3 가량 읽은 후 머리가 복잡하여 덮어버렸다. 어렵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단어와 개념 하나하나가 생소하고 낯설었다. 그래도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성미였는지 책을 선물해준 선배에게 무엇인가를 물어보기 위해 엽서를 보냈다. 답장은 오지 않았고. 그렇게 책을 덮고 나서 나중에 3학년이 되어서 다시 읽었다.
 
이 책은 ’엽서’라는 매개를 통해 그 선배와 나를 엮었다. 나는 선배에게 엽서를 보낸 사실도 까마득하게 잊어버렸고 선배 역시 한 동안 책과 엽서에 대해 나에게 아무런 애기도 하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난 후, 어느 술자리에서 선배는 엽서 이야기를 꺼내며 나를 나무랐다. 내가 보낸 엽서의 내용은 조금 구구절절한 이야기인데, 가장 핵심적인 질문 중 하나가 "민중이 무어냐?"였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회과학적, 역사적 의식이 전혀 없던 신입생으로서는 저자가 정의하는 ’민중’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무튼, 1985년이면 전두환 군사정권이 시퍼렇게 눈을 번득이며 사상과 양심의 자유,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압살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입생 하나가 선배에게 공개된 엽서 뒷장에 ’민중이 무어냐?’라고 써서 보냈으니 선배가 잔뜩 쫄아서 기가 막혔을 것이다. 당시 이 책은 ’금지도서’ 리스트에 올라 있었고 ’민중’이라는 단어도 ’금지된 단어’였다. 그것도 그 엽서의 수신처는 선배 집이 아니라 과사무실이었다.ㅋㅋ
 
그렇게 이 책과 인연을 맺었고 민중, 지식인, 지식기사, 자유, 평등, 노동자, 자주, 통일, 종교 등에 대한 개념은 나에게 1학년 내내 화두이자 고민거리였다. 그렇게 개념을 터득하고 배우고 익히며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배워야 할지에 대한 나 스스로의 가치관을 세우고 살아나가는데 있어 이 책도 큰 역할을 한 셈이다. 
 
-------------- * 한완상(韓完相, 1936년 3월 5일 生)은 누구인가? ----------
사회과학자, 행동하는 양심, 자원봉사자의 본보기가 되는 한완상. 그는 교육계, 정치계, 학계, 종교계를 넘나들며 참 지식인상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 사회와 교계의 환부를 예리하게 진단, 처방하는 소명을 다하고 있다. 엄혹했던 현대사의 격랑으로 두 번의 해직과 수형 생활을 겪어야 했지만, 힘의 논리 위에 서 있는 ‘평화 지키기’보다 나눔과 비움을 통해 세우는 ‘평화 만들기’를 끝까지 주창한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6.25 전쟁을 경험하고, 껍데기뿐인 민주주의로 말미암아 독재와 비리, 사회의 부조리를 일찍부터 경험했기에 ‘개인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치료하는 예수 같은 의사’ 곧 소셜 닥터(social doctor)의 길이 그에게는 거역할 수 없는 소명이었다. 그 이력은 높고 범상치 않으나 지향점은 항상 ‘낮은 곳’이었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에모리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유니온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서울대 문리대 교수, 한국방송통신대학교와 상지대 총장, 부총리 겸 통일원장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대한적십자 총재를 역임했다. 저서로 <예수 없는 예수 교회>, <현대사회와 청년문화>, <지식인과 허위의식>, <대학생이 된 당신을 위하여> 등 다수가 있다. ------------
 
이번에 중고책으로 구해서 다시 읽어보니 대학생 시절에 내가 제대로 책을 읽지 않았던 것 같다. 책 내용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전체 4개의 장 중에서 첫 번째 장에 불과했다. 책은 그동안 내가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것보다도 훨씬 깊이도 있고 내용도 충실하다. 국가와 사회, 시대와 역사, 민중과 지식인, 대학과 대학생, 학문과 교육, 종교와 교회, 젊은이와 문제의식, 제국주의와 제3세계, 여성과 차별 등 1970년대에 한국이 처해있는 모든 사회적, 시대적 문제와 과제들에 대해 저자가 풀어놓은 문제제기와 방향은 놀라운 수준이다.
 
제1장. [민중과 지식인]에서 저자는 민중, 지식인, 사회과학 등 중요한 개념을 정의한다. "정치적 통치수단과 경제적 생산수단과 사회문화적 군림수단으로부터 소외되어 부당하게 억압받고 빼앗기고 냉대받는 사람들이 바로 ’민중’이다."(p.14) 따라서 민중의 대립개념은 지배엘리트다. 민중을 성격으로 분리해보면 즉자적 민중과 대자적 민중이 있다. 그리고 저자는 지식인을 ’유토피아’의 정열을 가진 대자적 민중으로 정의하면서 민중에 포함시킨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의 창조와 분배와 보급을 하는 사람은 둘로 나뉜다. 그것은 지식인과 지식기사다. 지식기사는 지식의 분석과 관찰에 그칠 뿐 인간과 사회의 아픔에는 무관심하다. 사실은 말하되 진실을 증언하지 않는 비겁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지식기사는 지배집단의 조역이나 주역으로 자리하게 된다. 지식인은 일상성의 세계의 두꺼운 뚜껑을 열어보려, 꿰뚫어 보려고 한다. 따라서 지식인은 민중과 사회의 아픔을 공감하고 진실을 증언하며 의식화되지 못한 즉자적 민중을 의식화된 대자적 민중으로 승화시키는 일을 사명으로 생각하는 대자적 민중이다. "오늘을 사는 한반도의 지식인들은 민중의 사람들로서 민중이 주체가 되는 역사를 만드는 일에 온갖 힘을 다 바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민중이 주인이 되는 사회, 정치, 경제구조를 엮어가는 일에 마음과 뜻을 다 바쳐야 할 것이다."(p.31)
 
제2장. [이 땅의 젊은이와 문제의식]에서 저자는 편지글의 형식을 빌려 젊은이들에게 주어진 현상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중고등학교의 군사적,제국주의적 시스템, 사회 전반의 전체주의적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호연지기를 기르고 상대방의 이견을 경청하고 이성적으로 비판할 것을 당부한다. 그러면서 지도자가 될 젊은이들은 민중과 여론의 심판을 두려워해야 하며, 여론의 심판보다 역사의 심판이, 역사의 심판보다 진실의 심판이 더 무섭다는 것을 강조한다.
 
젊은이들을 무자비한 경쟁자, 영악한 개인주의자, 호연지기나 의분심을 상실한 창백한 기능주의자, 원칙 없이 적응만 잘 해나가려는 요령주의자로 변질시키고 있는 현실에서 내일의 엘리트가 되어야 할 젊은이들이 옳으냐 아니면 그르냐의 도덕적 질문을 던질 것을 당부한다. 또한 역사 이래 한국의 여성들이 억압받고 길들여져온 현실을 깨닫고 여성들이 ’현모양처’의 허위의식에서 벗어나 민중을 중심으로 여성의 지위향상과 여성해방을 위해 나설 것을 주문한다.
 
저자는 또한 학생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그 방향은 학생운동이 기성세대의 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 남북 분단 상황에서 스스로 오해받을 구실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 조국통일에 대한 뜨거운 정열과 날카로운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 민주화와 사회적,경제적 평등을 중심으로 삼아야 하는 것 등이다.
 
제3장 [학문, 교육, 사회]에서 저자는 한국 교육의 부조리와 대학의 이념이 실종된 상황에서 사회에 필요한 학문과 교육의 방향을 제시한다. 한국의 교육현장이 학생들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파괴하고 있고 이타주의적이고 공동체적인 것을 파괴하고 경쟁위주의 이기주의자를 양성하고 있다. 자유, 정의, 진리 등을 이념으로 삼고 연구, 교수, 사회봉사를 기능으로 삼는 대학이 스스로의 이념과 기능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공동체마저 파괴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에 따라 대학이 연구만 하는 연구소로 전락하거나 교육이 아닌 교수만 하는 강습소로 전락하고 국가에 통제되어 이데올로기나 PR 제조공장이나 사회인력조달소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저자는 대학이 자신의 상황을 수정하고 개선 발전시킬 자유를 지녀야 하고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인력을 길러야 한다. 저자는 또한 한국 사회가 뿌리깊게 가지고 있는, 척결해야 할 병폐로 이분법적인 사고양식과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관용의 부족, 권위주의의 횡행, 주체성과 유연성의 상실, 체면 치례와 허위의식 등을 지적한다.
 
제4장 [이 시대와 이 상황의 의미]에서 저자는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30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압축적인 개발과 성장을 지상구호로 삼아온 것에 대한 폐해를 먼저 지적한다. 그러한 폐해는 사회 전반적으로 속도 지상주의와 능률 지상주의, 외형적 성장으로부터 발생하고 있으며 비극으로 향하고 있음을 우려한다. 성장의 달콤한 열매는 전체적인 민중이 아니라 소수의 지배 엘리트와 기득권자에게 돌아가고 있음이 명백하다.
 
TV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던 1970년대의 사회상황에 대해 저자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TV가 대중적인 소비욕구를 결정적으로 자극하고 있고 지배엘리트가 공중파 언론을 독점하여 대중을 우민화하고 상대적 불행감을 자극하여 사회불안을 조성하고 각종 비행과 범죄를 유발시키고 가족안의 인간관계를 둔화시키고 사회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가치관을 혼란시킨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한국이 나아갈 길로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함을 주장하면서 그 중심 주제가 민족주의와 민주주의, 사회적 평등의 가치를 제창한다.
 
 
이 글이 1970년대 폭력적인 파시스트로 널리 알려진 박정희 군사정권의 유신시대에 쓰여졌기에 저자가 단어와 문단을 풀어나가는데 있어 많은 애로가 있었음이 행간마다 읽힌다. 그럼에도 책 속에는 저자가 사회와 대중에게 발언하고 싶은 내용, 젊은이들에게 문제제기하고 제시하고 싶은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그동안 후배들에게 꾸준히 이 책을 소개하지 못한 것이 부끄럽고 아쉽다.
 
저자가 처음 이 책을 발간한 시점이 1978년이고 발간한 이유를 "민중이 역사와 구조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의 문제를 생각하면서 틈틈히 썼던 글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 보았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판매 금지 도서 목록이 사라진 후 어느 정도 서점에서 판매된 다음에 현재 절판되었다. 그렇다면 저자가 책을 발간한 이유가 한국에서 사라졌을까? 민중의 한국사회의 주역이 되었는가? 아직 그렇지 않다. 저자가 소박하게 정의하고 문제제기한 민중을 둘러싼 사회적, 역사적 상황은 크게 변하지 못한 상태다. 한 때는 민중보다는 계급이 더 앞서기도 했고 이제는 민중이라는 개념과 정의보다 시민이나 국민이 사용되고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의 사회적, 역사적 의식은 아직도 전근대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이라는 뜻일 것이다. 
 
어제 광주 518 민중항쟁 기록에 대한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의 서평을 썼다. 광주민중항쟁은 518 사건이라는 단일한 역사의 주인이 민중임을 증거하고 있는 책이다. 극우보수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 분단 이데올로기를 넘어 민중이 역사의 주인이 되기 위해 먼저 ’민중’이라는 단어가 사회적, 역사적인 제자지를 찾는 것도 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 2011년 6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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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보름 전인가... 친구와 점심을 먹다가 전날 화장실에서 잠시 읽으려고 이 책을 들고 갔다가 결국 꼴딱 밤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책을 읽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이 책을 보고싶다고 Facebook에 메시지를 남기자 대학선배가 즉시 선물해주어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작가의 ’작가정신’이 이루어낸 작품이다.
여러 문학평론가와 언론에서는 이 작품을 극찬하지만, 나는 이 작품이 많이 아쉽다.
내가 아쉬웠던 것은 이 작품이 한 권으로 끝나서일 수도 있다.
아무래도 내가 작가의 전작 [태백산맥]과 [아리랑], [한강]에 대한 기억이 강렬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쉼이 큰 진짜 이유는 작가가 담고자 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처럼 한 권으로는 절대 끝날 수 없는, 장구하고도 깊숙한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때문이다.
 
"인간의 인간다움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하는 문학은 이제 그 물음과 응답 앞에 서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작가의 ’작가정신’과 ’시대정신’은 작가의 초기 작품인 [불놀이], [대장경]에서부터 대하작품인 [태백산맥]과 [한강]까지, 그리고 그 이후 작품인 [인간연습]과 [오, 하나님]까지 초지일관 이어진다.
이런 작가정신은 김지하씨와 같은 다른 문인, 작가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이자 정신이다.
한국이 낳은 최고의 작가, 세계 어느 작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명품’이라 할 수 있다.
 
조정래씨에 앞선 세계적인 문인들 역시 작가와 비슷한 정신을 간직하고 있었던 듯 하다.
톨스토이는 ’진정한 작가이길 워하거든 민중보다 반발만 앞서가라. 한 발은 민중 속에 딛고.’라고 했고
타고르는 ’진실과 정의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이 문학의 길이다’,
빅토르 위고는 ’작가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해야 한다’,
노신은 ’불의를 비판하지 않으면 지식인일 수 없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작가일 수 없다.’
다산 정약용은 ’나랏일을 걱정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어리저운 시국을 가슴 아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료, 옳은 것을 찬양하고 약한 것을 미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라고 했다.
 
동시에 작가는 21세기 한국의 새로운 화두에 나섰음을 선언한다.
그는 정치의 민주주의 뿐 아니라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경제 민주주의 역시 실현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을 통하여 작가는 대한민국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천민자본주의와 기업비리들을 고발한다.  

작가는 연재 시작 전 계간 [문학의문학](2009. 여름호)과 한 인터뷰 대담 자리에서 차기작에 대한 계획을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이 세상의 모든 문학 작품은 모국어의 자식이다. 따라서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 시대, 그 사회의 모순과 비극을 써야 할 책임이 있다. 그것이 모국어의 나라에 빚 갚음하는 작가로서의 책무이다. …… 자본주의의 천박성에 전 세계가 휘말리고 있다. 돈에 환장하는 인간들의 작태를 스케일 크게 집필할 계획이다. 각 분야 지배 계층들의 조직적 결탁과 그들의 위선, 그리고 그 횡포와 돈을 쫓는 각축에 대해 구상 중이다.”라고..
이 책은 그런 약속 끝에 세상에 나왔다.

작가도 책의 서문에 이야기했듯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도 ’우울’하였다.
이 책 속의 이야기는 마치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이나 ’SK그룹’을 빗대어 말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태봉그룹의 비밀조직의 핵심인 박재우를 일광그룹에서 그의 대학 후배인 강기준을 통해 영입한다.
그동안 태봉그룹은 치밀한 조직과 년간 1조원 가량의 비자금으로 언론계, 정계, 법원, 검찰, 국세청, 정부, 학계 등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탈세와 비자금 조성, 불공정 거래 등을 법과 언론의 화살을 피했다.
일광그룹의 남회장은 자신이 태봉그룹 수준이 아닌 통상적인 로비 정도에 그쳤기 때문에 자신이 검찰에 구속되어 구치소에 들어갔다 온 것으로 생각하여 태봉그룹을 넘어서는 대대적인 작전을 계획하게 된다.
대략적인 스토리는 일광그룹이 박재우에 대한 스카우트를 성공시킨 후 박재우의 전략에 따라 국정원, 국세청, 검찰, 정부, 언론계의 주요 인사들을 추가 스카우트하고 년간 1조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하여 뿌려댄 결과, 시민단체와 정의로운 교수들의 고발과 문제제기를 피해나가게 된다.
재벌가의 주요 등장인물로 일광그룹의 남회장, 비서실장이자 ’문화개척센터’ 총본부장 윤성훈, 기획총장 박재우, 실행총무 강기준, 김종석 실장, 검사 출신 신태하 팀장, 국세청 서기관 출신의 정민용 팀장 등이 등장한다.
이들의 생각과 태도, 전략과 방식, 말과 행동에서 썩어빠질대로 썩은 재벌가의 역사인식과 사회의식, 황금만능주의와 결과만을 중시하는 무한경쟁, 태연한 부도덕과 불법행위는 한편으로는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을 확인시켜 줌과 동시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돈과 지위 앞에 신뢰나 의리를 휴지처럼 내팽켜치는 재벌가의 구성원들 모습은 이야기의 마지막에 강기준이 다른 재벌그룹으로 이직하는 것으로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다행히 작가는 아무리 재벌과 정치권, 법조계와 언론계, 관계와 학계가 썩어있을 지라도 그 속에 남모르게 순리와 정의, 진실과 인간중심주의, 신뢰와 의리를 지켜나가고 불의와 싸우는 사람들을 등장시킨다.
그들의 자그마한 노력 하나 하나가 모여 사회의 썩은 웅덩이를 치우고 암과 같은 폐해를 도려낼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가의 말...
"우리의 자본주의는 60년이 넘었고, 경제발전의 역사는 50년을 헤아린다. 우리는 세계를 향하여 ‘정치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룩해 냈다’고 자랑한다. 세계 또한 ‘2차 대전 이후에 제3세계 중에서 정치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룩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며, 그건 20세기 기적 중의 하나다’라고 평가한다.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성취한 것은 분명 우리 모두의 긍지이며, 맘껏 자랑해도 자만일 것 없는 우리들의 떳떳한 자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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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직하게 : 거리가 조금 가깝다.
- 땅띔 : 무거운 물건을 들어 땅에서 뜨게 하는 일.
- 보비위 : 남의 비위를 잘 맞추어 줌.   

[ 2010년 10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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